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6화 (6/352)

〈 6화 〉 5. 장기숙박

* * *

늦은 점심. 어제 분명 여관을 떠났던 리젤다의 파티가 여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분명 라필드로 간다고 했는데?'

헤어질 때 리젤다가 뭔가 멍한 상태였는데, 그저 피곤해서 그렇거니 생각 하고 배웅을 했었다. 그런데 분명 떠난 지 하루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다시 돌아온 것이다.

분명히 마차나 말을 타고 가지 않으면, 라필드 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하루 정도였다. 마차나 말을 타고 갔다고 해도 라필드 까지 갔다가 볼일만 보고 되돌아온다?

'대체 왜? 아니 가다가 무슨 문제가 생겼나?'

“아니, 라필드로 간다고 들었는데? 출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보다니. 라필드 까지 가는 길에 문제라도 생겼나? 혹시. 가는 길에 리자드맨이나 오크들이라도 발견됐어?”

“은 등급 모험가들이 되돌아올 정도면 수가 많은 건가?”

늪에 사는 리자드맨들이나 늪과 평원 경계에서 자주 발견되는 오크 놈들이 가끔 라필드 까지 가는 길에 자리를 잡고, 모험가나 마을 주민을 습격하는 때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 되돌아온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물었다.

“아 아니 그... 그건 아니고... 그러니까...”

털북숭이 놈이 말을 더듬으면서 쭈뼛거리는데. 털북숭이 사이에서 엠마가 튀어나오더니 쏜살같이 말을 해댄다.

“러셀님! 그 저희가 사냥이 끝나면 한두 달 푹 쉬거든요? 근데... 또 라필드 가보니까. 그렇게 쉴만하지가 않더라고요. 러셀님의 여관만 한 곳이 있어야지요? 라필드 아니 아마 남부 평원 모든 도시를 통틀어도 러셀님의 여관만 한 곳이 있을까요?

“그, 아무튼 그래서 저희가 여기 한 달 정도 장기 숙박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나요? 그... 장기 숙박이니까 가격도 조금 깎아 주시면. 그게...”

“아하~! 호갱 아니 고객님들, 어제 서비스에 만족하셔서, 장기 숙박하고 싶으시구나!”

‘하루 만에 라필드를 다녀왔다고?’

좀 놀라기도 하고.

‘엠마라는 애는 왜 나를 러셀님이라고 부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뭐, 호칭이야 이놈 저놈만 아니면 어떠리.

더군다나 장기 숙박이라는 마법의 단어를 뱉은 이상 일단은 고객님들 이란 말이지?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참으면서 말한다.

“그래? 일단 테이블에 앉아 있어 봐”

일행을 테이블에 앉히고 부엌으로 향했다.

나의 능숙한 교섭의 첫 번째 원칙 일단 먹인다! 늦은 점심시간이니 분명 배가 고파 올 때일 것이다.

마침 오늘 아침부터 여관 화덕에서 한나 아주머니가 빵을 구우셨고, 나에게는 말랑한 빵이 준비되어 있었다. 창고에서 사슴 넓적다리로 만든 염장 햄과, 토마토, 채소 몇 가지를 가지고 와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달걀과 식물기름 식초로 마요네즈를 만들어서 소스로 사용한 간편한 샌드위치였다. 여기에 포도주도 한 잔씩 준비했다.

접시를 들고 테이블로 향하니 넷의 눈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테이블에 샌드위치 접시를 올리고, 포도주를 한 잔씩 돌리니 이건 뭔가? 하는 눈으로 쳐다보기에 말했다.

“일단 서비스니까. 먹으면서 이야기해보자고. 출출할 때 아닌가? 그리고 장기 숙박을 하고 싶다고?”

넷이 샌드위치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기에, 샌드위치 하나를 손으로 들어서 나랑 가장 가까이 있는 리젤다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이렇게, 손으로 들고 먹는 거야”

‘자연스러웠나? 이상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하며 살펴보니.

볼이 살짝 발그레해진 리젤다가 입으로, 샌드위치를 가져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그래 한 달 장기 숙박이면 50일이니까 인당 1은 화인 거 알지? 뭐 4인이니까 좀 깎아 줬으면 한다는 거지?”

이곳의 시간은 지구와는 다르다.

낮에는 작은 태양이 3개가 떠오르고 밤에 작은 달 7개가 뜨고 진다. 그래서 보통 시간을 태양 3개가 뜨면 한낮, 달 7개가 뜨면 한밤중이라고 표현한다.

또 한 달이 50일, 일 년은 10개월로 이루어져 있다. 한 달이면 50일을 묵게 되는 것이니 하루에 2 동화씩 100 동화. 즉 1은 화가 되는 것이다.

넷은 내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당 10 동화씩 깎아주는 건 문제가 아닌데, 부탁 한 가지만 들어 주면 말이야?”

나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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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포트 마을에서 휴식 5일째, 리젤다는 요즘 아주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제공되는 맛 난 음식과 점심때 약간의 간식 또 매일 저녁 제공되는 온수 목욕.

‘아... 이게 휴식이고 이게 삶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다.

예전에는 긴 사냥이 끝나면 빈대가 우글거리는 여관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깨어 음식물 쓰레기 같은 영원한 스튜에 이빨이 나갈 것 같은 빵을 적셔 아침을 먹고. 길드에 가서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주점에서 다른 넷을 만나 온종일 퍼먹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와 잠이 드는, 휴식도 아닌 휴식 시간을 가졌었다.

그런데 러셀의 여관은 정해진 시간 매일 청소가 되고 있었고, 침대 시트도 5일에 한 번씩 교체가 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객실로 깨끗한 물이 세안을 위해 제공되었고. 세안을 다 하면 종업원이 와서 치워준다.

객실에 마련된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창문을 열고. 평원 쪽이나 저 멀리 늪지를 바라보면, 솔솔바람이 불어에 와서 마음을 편안 하게 해준다.

어제는 러셀이 권하기에 2 동화를 주고. 여관 종업원 여자에게 때밀이와 마사지라는 걸 받았다. 하룻밤 숙박비를 목욕하는 데 사용하는 걸 바보 벨릭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건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때밀이 그것은 새로운 세계였다!

나 자신의 무엇인가가 한 꺼풀 벗겨져 나가다니! 내 몸에서 저런 게 나온다니! 무척이나 신기했다.

또 그 마사지는 온몸의 근육이 풀어지며, 리젤다 자신이 무슨 슬라임이라도 된 양 침대와 하나가 되어, 녹아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틀 전에는 러셀이 밖에 테이블을 만들어두고 바비큐를 해주었다.

벨릭 녀석이 가만히 쉬면 몸이 굳는다고 싫다는 마틴을 끌고 사냥을 가서, 큰 늪 돼지를 잡아 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흔한 동물인데 누린내도 좀 나고 워낙 자주 먹어서 좀 질린 느낌도 들었었는데. 여기에 러셀이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풍부한 육즙과 허브향이 베어, 양이 많지 않은 엠마도 몇 번이나 접시를 비웠다.

여관에서의 하루하루가 즐거운 휴식이 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매일매일 한 남자가 만든 음식을 먹고 그의 집(?)에서 잠을 깬다.

‘결혼해서 부인이 해주는 밥 먹는 것과 비슷한가?’

그렇게 생각하니 좀 우스웠다.

그렇게 5일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오늘은 모처럼 라필드에 다녀오기로 한 날이 되었다.

옷을 입고, 갑옷을 걸치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 내려오니 카운터에 앉아 있는 러셀이 보였다. 러셀을 보니 라필드로 가는 목적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며칠 전 장기 숙박을 계약하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러셀은 호기롭게 인당 10 동화나 깎아 준다고 했다. 무려 5일 치 숙박비인데 말이다. 그리고 숙박 기간 동안 장비 손질도 무료로 해준다고 했다. 거기에 점심에 간식을 준다고까지...!

보통 평민들은 하루에 아침저녁 두 끼를 먹는데. 몸을 움직이는 모험가들은 점심에 배가 고픈 시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녁 시간이 되면 무척 허기가 지는 경우가 많기에, 중간에 육포 같은걸 씹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숙박 기간 동안 점심에 간식을 준다니! 역시 러셀의 여관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했다.

하지만 리젤다는 모험가이자 하급이긴 해도 귀족 출신이다. 좋은 조건은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조심스럽게 러셀에게 물었다.

“그... 조건이 너무 좋은데? 아니, 좋은데요? 그, 부탁이란 게 뭔가? 아니, 뭔가요?”

이런 바보 같으니! 나란 여자 하급이라도 나름 귀족가 여자인데. 교섭 중에 이런 덜떨어진 말투라니 리젤다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러셀은 리젤다를 향해 미소 지으면서 난생처음 듣는 단어를 말했다.

“그 ‘홍보’를 부탁하려고 말이야~”

홍보? 리젤다는 처음 듣는 단어에 얼굴이 빨개졌다.

나름 하급이라도 귀족가 여식이라 글도 읽을 줄 알고, 상식도 일반 모험가보다 많은 편이었는데. 자신이 모르는 말이라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러셀은 말을 이어갔다.

“아참 여기서 ‘홍보’ 라고 하면 모르겠지 그러니까 말이지...”

이어진 러셀의 설명은 이러했다.

하루 시간을 내서 라필드의 모험가 길드에 가서, 자기 여관의 좋은 점을 아는 사람들에게 넌지시 알려주라는 것이었다.

리젤다는 그제야 러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가끔 귀족들 간의 파티에서 특별한 장신구나 옷가지를 하고와 은근히 자랑하며, 구매한 곳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상회나 옷 가게에서 귀족들에게 옷이나 장신구를 선물하고, 그들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을 자랑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 물건을 사게 하는 행위 말이다.

그런 거라면 리젤다는 아주 자신이 있었다. 본가에서 살 때 몇 번 해본 경험도 있고 말이다.

“그런 거라면 자신이 있다. 아니 있어요. 몇 번 경험도 있고요.”

“호오... 역시...”

'무엇이 역시란 것일까?'

괜스레 처음 묵었던 첫날, 도발적으로 팔짱을 끼고 가슴을 어필했던 행동이 생각났다.

에키젤 이야기가 나와서 호기심 반에 은 등급 모험가에게도 주눅이 들지 않기에 장난 반이었는데.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도 들고 저 남자 앞에서 자신이 ‘왜 자꾸 이럴까?’ 하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이 나왔지만.

어차피, 휴식 중에 라필드로 한두 번은 다녀와야 할 테니...

리젤다는 다른 파티원에게 별거 아니라며. 그렇게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을 지불하고 장기 숙박을 계약했다.

그리고 오늘은 러셀의 부탁을 들어 주는 날.

리젤다가 완벽하게 세탁과 손질된 옷과 망토, 가죽, 갑옷, 부츠를 신고 1층으로 내려서자. 다른 파티 원들도 ‘번쩍번쩍한’ 모습으로 하나둘씩, 1층으로 내려왔다.

오늘이 러셀이 말한 ‘홍보’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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