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4화 (4/352)

〈 4화 〉 3. 장비 손질

* * *

엠마는 맛난 걸 드셔서 그런지 텐션이 엄청나게 높아진 상태였다.

리젤다 누님은 벌써 잠이 드셨나?

방을 흘깃 살피고서 변태로 오인당할까 싶어.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엠마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서 옆집으로 연결된 줄을 당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녀 넷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여관 문으로 들어섰다. 40대 아주머니 한 분과, 이십 대 아가씨 하나, 십 대 남녀 두 명이었다.

이 사람들은 서로 가족으로 원래 이 여관을 운영하던 한나 아주머니와 그 자녀들이다. 장녀는 애니, 차녀 앤, 막내 마크까지 식사를 급하게 마치고 왔는지. 막내 마크에 볼에 빵 부스러기가 붙어있었다.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나요?”

“안녕하세요. 러셀씨 네 지금 막 먹고 왔어요.”

한나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이들이 여기 있는 이유는 내가 이 사람들을 여관 종업원으로 고용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나 아주머니는 남편을 몬스터에게 오래전 잃으셨다고 했다. 집안의 유일한 성인 남자가 여관 주인이었던 할아버지였는데, 몇 달 전 노구에도 마을로 쳐들어온 몬스터를 막다가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고급 포션을 먹이거나 상위 사제에게 치료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고급 포션의 가격은 평민들에게는 엄청난 가격이다.

마찬가지로, 상위 사제에게 치료받으려면 사제의 이동비와 거주비. 또 이동하는데 필요한 호위 비용까지 추가되니. 평민들은 엄청난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이 비용을 지급하기 위해서, 한나 아줌마는 어쩔 수 없이 큰 빚을 지게 되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치료받았지만 결국은 돌아가셨고, 그로 인해 여관을 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사정을 몰랐는데, 잔금 치르는 날. 아주머니를 따라 울며 집을 나서는 아이들을 보고 모른 척할 수가 없었기에, 사정을 듣고 일단은 여관 종업원으로 전원 고용했다. 그리고 여관에 딸린 살던 집에 일단 그대로 살게 해주었다.

뭐, 그 덕분에 마을에 정착하는데 마을 주민의 호감을 쉽게 얻을 수 있어, 마을 주민으로 녹아드는데 한결 편했다.

“러셀씨, 혹시 손님이 왔나요?

“러셀, 손님이야?”

“예 드디어 시작입니다!”

여관을 수리하는 한 달 보름 정도의 기간 나는 수입이 없었음에도, 약속한 주급을 매주 지급했다. 때문에 한나 아주머니 가족들은 나에게 무척이나 미안해하고 있었고, 첫 손님이 왔다는 소식에 다들 기뻐하는 것이다.

“일단 앤은 설거지 부탁하고 마크는 2층 복도랑 1층 청소 좀 부탁할게, 손님들이 늪에서 와서 흙을 좀 흘렸거든?”

“네~. 러셀 삼촌~”

두 녀석이 합창하듯이 대답하고, 각자 자기 일거리를 찾아 달려갔다.

나는 이어서 한나 아주머니와 애니에게 일거리를 알려준다.

“애니랑 한나 아주머니는, 2층에 별 두 개방에서 장비 받아서 손질 부탁할게요. 한 분은 궁수였고 경화 가죽 갑옷을 입었는데, 겉감은 먼지 털고 트롤 지방으로 깨끗하게 닦아야 합니다.”

“지방 너무 먹여서 물러지면 안 되니까 지방으로 닦을 때 조심해 주시고요. 안감은 지방을 충분하게 먹여서 부드럽게 해주신 다음, 지방이 묻어나지 않게 깨끗하게 닦아주세요.”

“그리고 다른 분은 사제였는데, 로브 안에 체인 갑옷 받쳐 입고 있고 계셨어요. 솔로 깨끗하게 먼지 털고, 녹난 데 있으면 트롤 지방 먹여서 쇠솔로 문질러 주세요. 메이스랑 방패는 따듯한 물로 닦아주시고 방패 손잡이에 물 먹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네, 알겠어요. 러셀씨.”

“걱정하지 마! 러셀~”

한나 아주머니와 애니는 명랑하게 대답한 후 2층 계단으로 향했다. 그런데 애니가 계단을 오르다 말고 뒤돌아 나에게 윙크를 한다. 저 녀석은 요즘 자꾸 나에게 반말하면서 추파를 던져 댄다.

할아버지가 아프고 가세가 기울어서 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한 애니는 결혼 적령기를 놓치고 말았다고 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 노처녀라 할 수 있는 20대가 되었는데. 나도 노총각이기도 하고 나랑 결혼하면 여관도 다시 자기 가족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무척 적극적인 공세를 취해온다.

내가 평가하기에 애니는 뭐랄까…. 그 환생 전 판타지 소설 읽으면 여관에 있는 헤픈 여급처럼 생겼는데. 여성에게 내성 없는 나와는 무척 상극이다. 뭔가 둘이 있으면 정기를 빨릴 것 같아서 둘이 있는 자리는 왠지 피하게 된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카운터 옆에서 부츠 손질 도구를 꺼내서 둘을 따라 올라갔다. 다른 걸 다 종업원들에게 맡기면서도, 불편한 애니가 있음에도 부츠는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이유!

그것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군필이면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못하는 그것!

물! 광! 그건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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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젤다는 두 달간의 대 늪지 사냥이 끝나고, 활동 거점 도시인 그란폴로 복귀했다. 도착하자마자 주거래 상회에 들려서 사냥 부산물인 가죽이나 뼈 등을 팔아치우고, 대 늪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값나가는 품목 중 하나인 검은 연꽃 두 송이를 연금술 공방에 넘겼다.

이번 사냥의 최대 성과라면 검은 연꽃이다. 이 검은 연꽃은 대 늪지에서 아주 희귀하게 발견되는 식물인데, 상위 연금술 재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항상 고가에 거래되곤 한다.

늪지에서 두 달 동안 구르다가 이걸 발견했을 때 그녀의 파티는 환호했다. 그리고 대 늪지에서 구한 그 검은 연꽃은, 한 송이 당 금화 두 개라는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었다.

총 4 금화, 4인 파티니 개인당 금화 한 개씩을 받을 수 있었다. 가죽이나 다른 부산물로도 24 은화를 벌었으니. 각자 1 금화 6은 화씩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금액이면 새 활을 사고도 남는 돈이고 올해는 쉬면서 보내도 충분할 정도였다.

파티원들의 얼굴에도 각자 웃음이 만발했다.

“언니, 저 이런 금액 처음에요! 메이스를 바꿀까! 아냐! 성전에 먼저 헌금을 해야지!”

옆에 엠마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길드로 가서, 길드 의뢰 물품인 상위 리자드맨의 벼슬 30개를 넘기면, 10 은화를 받을 테고, 이것도 각자 2 은화 50 동화로 나눌 수 있었다.

넷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드 앞에 도착하지 벨릭이 참지 못하고 길드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크하하, 이 몸이 두 달 만에 돌아오셨다~!”

벨릭의 호기로운 외침 뒤로 짜증이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벨릭, 또 대 늪지 다녀왔냐? 구질구질한 모습 여전하구나”

리젤다의 높아져 있던 기분이 앞의 짜증이 나는 목소리에 착 가라앉았다.

호크, 대 늪지 최대 도시 라필드에서 활동하는, 은 등급 모험가 파티 중 실적 1위의 파티의 리더이다. 그는 올해 초 은 등급 모험가가 된 리젤다의 파티에게 항상 시비를 걸어왔다. 뭐 은 등급은 아무나 다는 거냐고 무시하기도 하고, 사냥하고 왔을 때 냄새가 난다고 비웃기도 하고 말이다.

저쪽은 다섯 명인 파티로 숫자도 많고, 파티에 마법사가 하나 있어서, 상인 호송이라든지 조금 더 난이도 있는 의뢰를 맡을 수가 있었는데, 궁수가 있어서 사냥을 주로 하는 우리를 자신들의 아래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또 아무래도 활동하는 상위 등급 파티가 많아지면 상위 의뢰 경쟁이 치열해지니. 견제를 위해서 그런 것 같지만 리젤다의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냄새난다는 말은 리젤다의 심기를 무척이나 불편하게 만들었다.

리젤다는 인상이 날카로워 차가운 인상을 주지만, 침착하고 조용한 아가씨였다.

더군다나 변방 하위 귀족 집안의 셋째 딸 출신인 그녀는, 모험가들의 이런 무례한 행동이 시간이 지나도 잘 적응되지 않기도 했다.

숙녀에게 냄새가 난다니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꼬질꼬질 한 게. 두 달 동안 씻지도 못…. 어?”

“벨릭! 돈 아까워서 장비 손질을 안 맡기니까! 저런 놈한테 그런 소릴 듣는 거야!”

리젤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벨릭의 뒤통수를 때리며 벨릭을 옆으로 밀어냈다.

벨릭이 밀려난 틈으로 리젤다와 엠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다시 시비를 걸려던 호크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뭐랄까 분명 호크의 말대로 옆에 벨릭과 마틴은 구질구질한 모습인데.

리젤다는 번쩍번쩍 빛나는 구두를 신고, 기름을 먹여 잘 닦은 반짝이는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또 옆에 엠마도 광이 나서 번쩍번쩍한 방패를 한 손에 차고, 허리에 걸린 메이스도 천장에 걸린 등의 빛을 사방으로 반사하고 있었다.

대 늪지에서 사냥하고 오면 필연적으로 꼬질꼬질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그들은 놀리려고 한 것인데. 둘이 너무 번쩍거리는 모습으로 등장하자 갑자기 말문이 막힌 것이다.

“하하, 이…. 이거 매번 놀림 받으니까. 두…. 두 아가씨가 어디 가서 새 장비를 사 오셨나~”

호크가 잠시 멈춘 두뇌를 가동해 억지로 시비를 걸자. 리젤다가 호크의 어깨를 자기 어깨로 툭 치고 지나가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꺼져…. 냄새나니까”

“뭐…. 뭐!?”

호크는 리젤다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가. 무슨 소리인지 깨닫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벨릭의 파티는 보통 도발하면 벨릭이 미쳐 날뛰고, 항상 말리는 건 거의 말이 없는 리젤다 였다. 그런 리젤다가 직접 시비를 걸다니. 예상 못 한 행동에 호크는 잠시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그 후로는 흥분한 호크가 달려드는 걸 호크의 파티원 들이 제지하고, 길드 관계자들이 몰려와 호크에게 경고를 주었다.

길드 내부에서 무력 충돌은 금지이고 지금까지 호크의 행실을 눈여겨보고 있었기에. 다른 길드원들과 자꾸 분쟁을 일으키는 호크가 곱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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