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6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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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역시 무수한 전투를 겪은 용사답게 사나이다운 육체의 소유자였다. 키는 훤칠했으며, 전신이 식빵처럼 불룩거리는 근육질로 덮여 있었다. 여자를 안고 유도하는 팔 움직임에서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정도라면, 강인한 기사들과 춤춘 경험이 워낙 많은 이셀라이니 별 느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나단은 달랐다. 샤를이나 다른 기사들과도 달랐다. 카리스마라고 해야 할까? 여자를 압도하고, 여자를 지배하는 어떤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조나단은 샤를같은 자상함이나 따사로움은 없었다. 샤를의 품에 안겨 있을 때처럼 포근함은 느끼지 못했다.
대신 마치 자신이 사내에게 지배당하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셀라는 조나단의 품에 안겨 춤을 추면서 자신이 마치 사냥꾼의 손아귀에 잡힌 작은 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지배당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그녀는 묘한 성적 흥분을 느꼈다.
가뜩이나 무도회의 춤은 “섹스의 전 단계”라고 불릴 만큼 야하고 신체가 밀접하게 접촉된다. 서로 꼭 끌어안은 채 비벼대다가 흥분한 나머지 즉시 내실로 사라져 질펀한 섹스판을 벌이는 남녀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조나단과 꼭 붙은 채로 춤을 추다 보니 그 마왕같은 포스에 눌려 이셀라는 자신이 점점 왜소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짓눌리는 느낌이 기묘한 성적 흥분으로까지 연결된 것이다. 춤이 끝났을 때, 이셀라의 아름다운 얼굴이 새빨개졌으며, 마치 섹스라도 한 냥 할딱거렸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조나단은 씨익 웃었다. 사내의 시선이 그녀의 드레스 위로 불쑥 솟은 젖가슴을 쓸어봤다. 그 뜨거운 시선에 그녀의 몸은 또 달아올랐다.
결국 정신까지 어질어질해진 이셀라는 잠시 쉬기로 한 것이었다. 참으로 기이한 경험이라고 할 만 했다. 지금도 그 춤을 떠올리자 자꾸만 숨결이 가빠지면서 심장이 뛰었다.
‘내가 왜 이러지?’
이셀라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남편이 다른 사내에게 흥분을 느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상대는 펜트 제국의 황제 아니던가? 사소한 불륜이 피를 부르는 전쟁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최악의 상대였다.
결국 이셀라는 요새 워낙 타이트한 일정 때문에 지쳐서 잠깐 혼란이 왔을 뿐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녀는 남편을 지극히 사랑했다. 결혼 전에는 여러 사내들과 어울려 꽤 화려한 성생활을 구가하기도 했지만, 결혼 후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눈을 판 적이 없었다. 다른 사내에게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오래 쉬는 것도 손님들에게 실례기에 이셀라는 무도회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막 휴게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휴게실 밖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다. 그림자는 무척 크고, 그 힘은 강력했다. 왕비라는 고귀한 지위를 제외하고 나면, 한낱 날씬하고 가녀린 여성에 불과한 이셀라는 그 힘에 제대로 반항도 못 해본 채 뒤로 쭉쭉 밀렸다.
쿵! 하고 이셀라는 벽에 등을 부딪쳤다.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후퇴할 수도 없게 되자 기회라는 듯 그림자는 더 거세게 밀어붙였다. 그 그림자는 두 팔로 그녀의 몸을 구속하고, 입술까지 덮쳤다.
그녀는 그림자가 힘센 사내란 것은 눈치챘지만, 누군지는 알지 못했다. 너무나 갑작스런 공격에 혼이 나간 나머지 이셀라는 사내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입술을 쭉쭉 빨리기만 했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한껏 커졌다.
디프 키스까지 당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이 든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사내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사내는 통나무처럼 단단한 육체의 소유자였다. 가녀린 여성이 밀고 때려봤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내는 그녀를 꼼짝 못 하게 누르면서도 힘이 남아돌아 이셀라의 젖가슴과 엉덩이를 멋대로 주물러댔다. 사내의 혀가 그녀의 입 안을 휘저으면서 달콤한 꿀물을 쭉쭉 빨아들였다.
이셀라는 거의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녀는 네일린 왕국의 왕비다. 이 왕국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의 여성이자 국제 무대에서도 최고로 존귀하게 대접받는 위치였다.
그런데 지금 얼굴도 모르는 사내에게 입술을 빨리고 젖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리고 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지금 현실이었다. 이셀라는 나중에는 절망한 나머지 힘이 쭉 빠져버렸다. 사내는 더 신나게 그녀의 몸을 유린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사내는 그녀를 놓아주고 뒤로 물러났다. 이셀라는 거의 본능적으로 두 팔로 가슴을 끌어안은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침 한 줄기가 아래로 늘어지다가 젖가슴 골 위로 툭 떨어졌다.
다만 지금 이셀라는 어찌나 혼이 나갔는지 그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할딱대다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볼이 빨개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무척이나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시선을 들어 자신을 이렇게 유린한 사내를 확인한 이셀라는 경악으로 보랏빛 눈동자를 크게 떴다.
“조나단 폐하! 이게 무슨..........”
그랬다. 사내는 펜트 제국의 황제 조나단이었다. 네일린 왕국의 우호국인 펜트 제국의 군주이자 페어리에도 친선 도모로 방문한 조나단이 상대국의 왕비를 덮쳐서 디프 키스와 애무를 하다니, 실로 황당무계한 일이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도 제대로 못잇는 이셀라와 달리 조나단은 빙글빙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눈앞의 절세미녀를 탐하는 데만 집중하는 그에게 샤를에 대한 의리나 국가 간의 관계 따위는 침투할 틈이 없었다.
“폐하, 전 왕비에요! 이게 대체 무슨 짓........”
이셀라가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를 토하는데, 갑자기 조나단이 손을 뻗었다. 이미 아까 철저하게 당한 때문일까? 그 손짓만으로도 이셀라는 더럭 겁을 먹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렸다. 이셀라는 날씬한 육체를 파르르 떨면서 겁먹은 암캐처럼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등이 벽에 부딪히자 공포심에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가슴을 꼭 끌어안고 다리를 좁혔다.
하지만 조나단은 그녀의 소중한 부위를 노린 게 아니었다. 그는 잔뜩 겁 먹고 움츠린 이셀라를 놀리듯 빙글빙글 웃으면서 그녀의 얼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앗! 하는 사이 이셀라의 입술에 사내의 손이 닿았다. 조나단은 손가락으로 이셀라의 붉은 입술을 더듬더니 입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이셀라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려서 사내의 침입을 허용하고 말았다. 조나단은 아까 혀로 유린하던 이셀라의 입 속을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휘저었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가 사내의 손가락을 쭉쭉 빨아주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암캐같은 포즈로 사내의 손가락을 빨아주는 신세가 된 것을 깨달은 이셀라는 부끄러움으로 아름다운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됐다.
이것은 펠라치오랑 별로 다를 것도 없었다. 여성의 몸으로서 이렇게 함부로 취급당한다는 것은 곧 성노예 취급당한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하고 있는지 깨달은 이셀라는 머리를 뒤로 빼면서 가슴에서 손을 떼 사내의 팔을 강하게 후려쳤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폐하! 당신은 날........”
이셀라는 분노로 날씬한 육체를 부르르 떨면서 조나단을 성토해보려 했다. 이것은 실로 있을 수 없는, 무례함의 극치를 달리는 행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