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68편
<-- 이셀라를 노리는 마수 -->
국경을 인접한 펜트 제국과 네일린 왕국은 사실 전통적으로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크고 작은 전쟁을 치룬 횟수만 수십 번에 달한다. 하지만 동방의 대제국 오스만 제국이 떠오르면서 관계가 확 바뀌었다.
군사 제국 오스만의 군사력은 너무 막강하고 웅대해서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오스만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 펜트 제국, 네일린 왕국, 아라곤 왕국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합심해 동방 원정군을 출진시켰다.
그러면서 그들의 관계는 점차 개선됐다. 급기야 펜트 제국의 황태자 조나단이 네일린 왕국의 왕녀 실비아와 결혼할 정도로 양국의 사이는 돈독해졌다.
나아가 조나단이 최근 동방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자연히 실비아도 황후가 됐다. 최근 양국의 우호 모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
그렇기에 네일린 왕국을 방문하는 조나단의 행렬은 대단히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다. 조나단과 함께 가는 친위대 병력은 단 1천 명으로 제한됐으며, 대신 황후 실비아를 비롯해 황궁의 시녀와 하녀, 귀부인, 귀족 영애 등 수백 명의 여성들이 따라갔다.
아름답고 고귀한 여인들의 화려한 치장과 마차에 가득한 드레스, 보석 장신구 등은 그 사치스러움을 뽐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는 과도한 병력을 데려가 네일린 왕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아름답고 화려한 여성들을 내세워 우호 모드를 더 빛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물론 이동 도중에도 거처에서 가장 무도회는 계속 열려서 친위대 병사들과 음탕한 여성들은 열락의 나날들을 즐겼다.
네일린 왕국 측도 정성을 다해 펜트 제국 황제의 행렬을 맞았다. 수도로 가는 길목 곳곳에서 네일린 왕국의 국왕 샤를이 파견한 군대와 사절들이 그들을 맞아 빈틈없이 호위했으며, 풍성한 식사와 넓고 편안한 숙소 등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황후 실비아를 비롯해 황궁과 귀족 여성들의 눈부신 미모에 네일린 왕국 사절들은 모두 감탄했다.
다만 그들은 실비아 등이 밤만 되면 음탕한 창녀로 변한다는 사실, 낮에도 여기저기에 숨어서 뜨거운 섹스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샤를은 수도 페어리의 바깥 멀리까지 나아가 조나단 행렬을 환영했다. 펜트 제국의 황제 조나단과 네일린 왕국의 국왕 샤를은 서로 포옹하면서 동방 원정 시절, 어깨를 맞대고 싸운 전우애를 과시했다.
네일린 왕국의 수도 페어리는 펜트 제국의 수도 세이렌 이상으로 화려했다. 사실 페어리는 패션의 도시로 유명했다. 드레스, 화장, 악세사리 등 온갖 패션이 탄생해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는 역할을 했다.
실로 여성들에게는 꿈의 도시라고 할 만 했다. 이미 페어리에 익숙한 실비아는 조금 덜했지만, 페어리를 처음 방문하는 펜트 제국의 여성들은 모두가 감탄사를 발했으며, 감격스런 표정으로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바빴다.
방문 목적이 단순히 친선 도모였기에 외교적인 협상 등 무거운 자리나 치열한 토론은 없었다. 대신 두 군주는 함께 연극 등을 구경하고 만찬을 하면서 친분을 다졌다.
그 사이 여성들은 패션쇼 구경과 쇼핑에 열을 올렸다. 패션과 화장법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을 하면서 양국의 여성들도 친분도를 늘렸다.
그런데 그렇게 여러 날 즐기는 사이 실비아는 조금 이상한 걸 느꼈다. 조나단이 샤를의 아내이자 네일린 왕국의 왕비인 이셀라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에 반짝거리는 보랏빛 눈동자의 이셀라는 굉장한 미녀였다. 그 환상적인 미모와 완벽한 몸매는 실비아에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도 이셀라는 네일린 왕국 제일의 미녀로 명성이 높았다.
또 이셀라는 매우 정열적이고 활달해서 활발한 사교계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녀는 페어리 사교계의 꽃이었으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어딜 가든 그녀를 우러러보는 남녀의 숲에 둘러싸이곤 했다. 이셀라도 그처럼 타인의 주목을 받는 위치를 즐겼으며, 정열적으로 사교계 활동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모임에 나가고, 사람들과 만나는 여성치고는 드물게 성과 관련된 추문이 없었다.
이셀라도 결혼 전에는 여러 차례 화려한 염문을 뿌리곤 했으며, 섹스 경험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계기로 그런 종류의 염문은 뚝 끊겼다.
워낙 빼어난 미모 때문에 수많은 사내들이 접근했지만, 이셀라 쪽에서 무 짜르듯 차갑게 거절했다. 이는 이셀라가 남편인 샤를을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이셀라는 샤를을 무척 사랑해서 샤를 옆에서 아양 떠는 여자들을 매섭게 몰아내는 걸로도 유명했다. 이셀라의 성화가 워낙 거세서 샤를은 따로 정부를 둘 엄두조차 못 낸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이셀라를 조나단이 눈독 들인다?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물론 이셀라가 워낙 천하절색이니 사내로서 마음이 동할 수는 있다. 특히 조나단은 여성을 지배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사디스트이니 저런 절세미녀를 무릎 꿇리는 걸 더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셀라는 평범한 여인이 아니라 네일린 왕국의 왕비다. 이셀라가 남편을 사랑하는 만큼 샤를도 이셀라를 지극히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함부로 이셀라를 건드렸다가 자칫 샤를의 분노를 사 양국 간 우호 모드가 단번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게다가 샤를은 실비아의 친오빠이며, 이셀라는 새언니에 해당한다. 또한 조나단은 실비아의 남편이다. 따라서 조나단이 이셀라를 노린다면, 그녀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설 수도 없는 일이었다. 조나단의 아내이자 펜트 제국의 황후란 건 단지 겉포장일 뿐, 실비아는 사실 조나단의 성노예였다. 성노예는 주인님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 감히 그 뜻을 거스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실비아는 조나단이 이셀라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는 걸 인식했음에도 그냥 사태가 돌아가는 걸 구경만 하기로 했다.
그것은 그녀의 기질에도 딱 맞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음란한 매저키스트였다. 주인님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면서도 또한 그 명령에 따라 매일 밤 가장 무도회에 참석해 수많은 사내들과의 집단 난교를 몹시 즐겼다.
그런 실비아에게 이셀라의 신분, 친오빠의 아내란 부분 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과연 조나단이 어떻게 이셀라를 거꾸러뜨릴까 하는 점에 더 음탕한 호기심이 발생했다.
악마 멤노크의 화신인 조나단이 실패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실비아는 이셀라가 조나단이 설치한 함정에 빠져 강간당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쌔액 미소지었다.
하지만 결국 실비아에게는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즐기는 사치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 사건에 깊숙이 말려들게 된다.
이셀라는 휴게실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쉬고 있었다. 오늘도 바쁜 하루였다. 펜트 제국의 황제 조나단이 페어리를 방문한지도 벌써 일주일째인데, 그간 계속 숨 가쁜 일정이 이어졌다.
오늘도 이셀라는 아침부터 펜트 제국의 황후 실비아 등 귀부인들과 사교 모임을 가졌으며, 점심 식사 후에는 잠깐 낮잠을 잔 뒤 가벼운 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지금은 저녁 식사 후 한창 무도회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남편을 비롯해 여러 파트너들과 돌아가면서 춤을 춘 뒤 지친 이셀라는 잠시 휴게실에서 쉬기로 한 것이었다.
이셀라는 푹 쉬기 위해 하녀들도 물리치고, 혼자 휴게실에 남았다. 소파에 날씬한 육체를 묻고, 눈을 내리감은 채 아까의 춤을 떠올렸다.
남편 샤를과의 춤은 언제나처럼 환상적이었다. 이셀라는 정말로 남편을 사랑했다. 그 강인한 팔에 안겨 그 바위처럼 단단한 가슴을 느낄 때면, 괜히 성적인 흥분까지 느껴지곤 했다.
그 외 인상에 남은 것은 조나단과의 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