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65편
<-- 실비아의 하루 -->
거울에 비친 여성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피부는 눈처럼 새하얗고 매끄러웠으며, V라인의 얼굴은 완벽한 이목구비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너무 예뻐서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반할 정도였다. 신이 직접 빚었나 싶을 만큼 완벽한 미모를 자랑했다. 특히 호수처럼 깊고 맑은 코발르블루빛 눈동자와 오똑한 코, 색기 넘치는 붉은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그 얼굴을 감싼 실버블론드와도 조화가 훌륭했다. 허리 아래까지 길게 늘어뜨려진 실비아의 은발머리는 그야말로 극상의 미였다.
몸매도 완벽했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 환상적인 S라인을 그린다. 특히 젖가슴과 엉덩이는 너무 커서 보름달도 작아 보일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허리는 개미허리처럼 잘록했으며, 팔다리도 군살 하나 없이 미끈했다. 허벅지가 웬만한 사내의 팔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어떻게 저토록 날씬한 몸에 젖가슴과 엉덩이만 수박만할 수 있을지 부러움과 경탄을 발했다.
가히 미녀 중의 미녀, 펜트 제국 제일의 미녀로 꼽힐 만 했다. 헬레나가 동방으로 떠난 뒤 펜트 제국 내에서 감히 실비아와 미를 겨룰 수 있을 만한 여성은 없었다.
자신의 미모가 우월하다는 걸 재확인한 실비아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또한 남편인 조나단이 황제가 되면서 그녀도 황후의 위치로 올라섰다.
즉, 실비아는 현재 제국 내에서 제일 고귀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분의 고귀함보다 자신이 매우 아름답다는 게, 남자들에게 무척 매력적이란 게 더 마음에 들었다.
잠시 자신의 외모를 감상하면서 뿌듯함을 만끽한 실비아는 곧 준비에 착수했다. 매일 밤 벌어지는, 어느 특별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였다.
우선 꼼꼼하게 화장을 하자 그녀의, 안 그래도 아름다운 외모가 더욱 요염하게 변했다. 너무 색기가 넘쳐서 돌부처도 돌아앉을 정도였다.
이어 귀고리, 목걸이, 반지, 팔찌, 발찌 등 악세사리들을 주렁주렁 걸친 그녀는 알몸 위에 은발머리와 잘 어울리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속옷은 입지 않았다. 속치마나 거들은 물론 브래지어나 팬티조차 실비아는 입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속옷을 입지 않고 지낸 지도 벌써 2년 가까이 흘러서 이제는 속옷이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졌다.
그 검은색 원피스는 민소매인 데다 치마가 허벅지를 반도 가리지 못할 만큼 짧았다. 즉, 누군가가 소매를 내리거나 치마를 슬쩍 헤치기만 하면, 즉시 맨살의 젖가슴과 보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실비아는 황후라는 고귀한 신분임에도 오히려 그런 아슬아슬한 노출 위험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여성이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걷기도 힘들 만큼 높고 어질어질한, 15cm의 검은색 킬힐을 꺼내 신은 뒤 실비아는 자신의 처소를 나섰다.
돌이 깔린 길을 걸으면서 그녀의 높은 하이힐 굽에 바닥에 부딪혀 또각또각 하는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렸다. 보기에도 위태로울 만큼 하이힐 굽은 높고 날카로웠지만, 킬힐에 익숙한 실비아는 별로 흔들리지도 않으면서 경쾌하게 걸었다.
실비아가 도착한 곳은 이곳 펜트 제국 황궁의 본궁이자 황제가 평소 정사를 돌보는 곳이었다. 그 중앙에 위치한 대전은 수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실비아는 대전 옆의 여러 대기실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낯익은 여성들이 많았다. 황궁의 시녀와 하녀들, 귀족 가문의 귀부인, 영애, 베스타 신녀 등이었다. 평소 자주 마주칠 뿐만 아니라 매일 밤의 행사에서도 만나는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모두가 미인이었다. 몸매 역시 날씬하면서도 굴곡이 완연했다. 사실 예쁘지 않으면, 이 행사에 초대될 수 없으니 여기 왔다는 것 자체가 펜트 제국 수도 세이렌에서도 이름난 미녀라는 증명이기도 했다.
물론 그 미녀들 틈바구니에서도 절세의 미녀 실비아는 유독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온통 무채색인 세상에 홀로 유채색인 듯 실비아는 환상적인 미모를 자랑했다.
여성들은 실비아를 반갑게 맞았으며, 그녀도 엣셀, 바이올렛, 베아트리체 등 다른 여성들과 서로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그녀들은 모두가 같은 신세이니 그런 면에서 동질감도 꽤 강한 편이었다.
인사가 끝난 뒤 실비아도 다른 여성들처럼 행사 참석 준비를 했다. 평소 실비아의 곁에는 단장을 도와주는 시녀와 하녀가 수십 명씩 달라붙곤 했지만, 오늘은 혼자 준비해야 했다.
아니, 매일 밤 이랬다. 밤에 벌어지는 행사에서 실비아는 더 이상 황후가 아니라 일개 성노예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다른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실비아는 우선 화장부터 고친 뒤 입고 온 검은색 원피스를 벗어던졌다. 그녀의 눈부신 나신이 또 한 번 유감없이 드러나자 주위 여성들이 탄성을 발했다. 개중에는 부러움의 한숨을 쉬는 여성도 있었다.
옷을 벗은 뒤 실비아는 대기실에 미리 비치되어 있는 유니폼을 찾았다. 과거의 유니폼은 알몸 위에 보지를 살짝 가릴 정도의 미니 앞치마였다. 젖가슴을 비롯한 상체는 모조리 노출됐지만, 그래도 보지는 살짝 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알몸 위에 그 어떤 옷가지도, 미니 앞치마도 걸치지 않는다. 젖가슴과 엉덩이는 물론, 여성의 가장 소중한 부위인 보지까지, 조금의 가림막도 없이 모조리 노출시켜야 하는 것이다.
요새 밤의 행사에서 여성들이 악세사리와 하이힐 외에 착용하는 유니폼, 아니 유니폼이라기보다 도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 물건은 형형색색의 개목걸이와 가면이었다.
실비아는 자신의 화려한 실버블론드와 잘 어울리는 검은색 개목걸이를 목에 찼다. 개목걸이를 차니 자신이 정말로 암캐가 된 것 같아서 은근히 더 흥분됐다.
그리고 역시 검은색의 가면을 집어 들어 얼굴에 썼다. 주로 가장 무도회에 쓰이는 그 가면은 화려한 무늬로 꾸며져 있는데, 얼굴 윗부분만 가리기에 코, 입술 등 얼굴 하단은 그대로 노출됐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정체를 숨기기에는 충분했다.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 건 눈매다. 눈만 가려도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기 마련이다.
가면을 쓴 상태로는 자신을 알아보기 힘들다는 걸, 정체가 숨겨진다는 걸 확인하고 실비아는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실비아는 유려한 걸음걸이로 황궁 중앙의 대전으로 들어갔다. 대전에는 이미 그녀처럼 개목걸이를 차고, 형형색색의 가면, 다만 얼굴 상단만 가린다는 점이 공통점인 가면을 쓴 알몸의 여성 수백 명이 들어와 있었다.
평소 대전은 황제가 중신들과 정사를 논하는 엄숙한 자리였다. 수천 명은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넓은 대전에 때때로 친위대 병사들이 들어와 열병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전은 그런 엄숙함이나 장중함을 전혀 찾아볼 길이 없었다. 그곳에는 오직 음탕한 색기만이 흘렀다.
붉은색 빌로드 위에 정장을 차려입은 중신이나 무장한 병사 대신 알몸의 여성들 수백 명이 돌아다니는 그곳은 이미 대전이라기보다 매우 원색적인 매음굴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여성들은 행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실비아도 즉시 거기 합류해서 열심히 일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고, 테이블 위에 유리잔과 포크 등을 놓았다. 대전 한쪽의 매우 큰 사각형 테이블 위에는 와인, 치즈, 과자 등을 진열했다.
시간이 되자 남성들, 이 행사의 주빈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남성들은 여성들과 달리 옷을 제대로 차려 입었으며, 개목걸이나 가면 등은 쓰지 않았다.
그들은 저마다 테이블 위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테이블 사이를 알몸의 여성들이 오가며 시중을 들었다. 그녀들은 사내들에게 와인, 치즈, 과자 등을 전달해줬다. 일부 여성들은 사내들의 바로 시립한 채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시중을 들 준비를 하기도 했다.
여성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일하는 것이 증명하듯 그런 시중은 단순히 술 심부름을 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