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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53/93)

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53편

<-- 타락하는 나디야  -->

나디야는 요새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매일 밤 자신의 침실에서 여성들끼리 질펀한 섹스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요새 눈에 띄게 참석자 수가 줄었다.

몸이 아프다거나 생리라거나 하는 핑계를 대면서 황후, 시녀, 하녀들 상당수가 나디야의 부름을 거절했다. 

다들 나디야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녀의 예쁨을 받고 싶어 노력하던, 때문에 나디야의 침실로 불려가고 싶어서 안달하던 그간의 세태와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오만한 나디야는 처음에는 

“바보들.”

이라고 비웃으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참석자 수가 빠르게 줄어 어느새 스무 명 이하로 떨어지자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디야를 신경 사납게 한 것은 헬레나의 동향이었다. 요새 그녀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그래서 가장 귀히 여기는 존재가 헬레나였다. 

헬레나의 페니스 덕에 나디야는 선대 술탄 사후 최대의, 아니 인생 최대의 쾌락을 얻었다.

그래서 매일 밤 헬레나를 불러다 즐기곤 했는데, 벌써 보름째 헬레나가 나디야의 부름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언가 이상하기도 하고, 성욕이 제대로 해소가 안되니 심히 안타깝기도 했다. 게다가 요새 다른 여자들이 그녀 앞에서 무어가를 숨기는 것 같았다. 헬레나의 시녀에 불과했던 소피아가 뜬금없이 황후가 된 점도 무척 수상했다.

나디야는 헬레나를 사랑하면서도 어렵게 여기고 있어서 언젠가부터 함부로 취급하지 못했다. 아니 거꾸로 그녀가 헬레나 앞에 무릎을 꿇고 성노예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페니스를 빨아준 적도 여러 차례였다. 

두 여성은 어느새 겉으로 표시된 신분만 나디야가 위일 뿐, 실제로 둘의 사이에서는 헬레나가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점했다.

그래서 감히 헬레나를 징벌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하지만 이런 나날이 벌써 보름 이상 지속되니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나디야는 낮에 헬레나를 불러서 따졌다. 영악한 헬레나는 둘만 있는 공간 외에는 언제나 나디야에게 공손한 자세를 취하곤 했다.

이날도 나디야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캐묻자 헬레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더니 울음부터 펑펑 터뜨렸다. 

“흑흑, 죄송합니다, 태후 마마. 하지만 제 뜻이 아니에요. 폐하께서 시키는 대로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폐하? 네가 내 부름을 거부하는 것과 술탄 폐하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어서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나디야가 따져 묻자 헬레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못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셀림의 연회에 대해 고해 바쳤다. 다만 자신이 그 모임일 주도했다는 사실은 숨긴 채 철저하게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하는 건 잊지 않았다.

지금 나디야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하녀들은 헬레나가 실로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연기를 펼치는 건 알았지만, 입은 열지 않았다. 

하녀들은 모두 벙어리이자 귀머거리가 되어야 했다. 높으신 분들이 이야기하는데 끼어들거나 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것은 하녀로서의 몸가짐 위반이었다. 

무엇보다 요새 셀림의 총애를 듬뿍 받는 헬레나는 그녀들에게 나디야 이상으로 두려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한편 나디야는 헬레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고자인 것도 가슴 아픈데, 심지어 성욕 해소를 위해 관음증으로 발전했다니!

게다가 금남의 구역이라는 하렘의 철칙도 깨고 예니체리 군단 장병들을 하렘 안으로 끌어들였으며, 자신의 여자인 하렘의 여성들을, 심지어 황후까지 그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헬레나가 거짓말을 한다고도 생각되지 않았다. 소피아가 갑자기 황후가 된 것도 그런 난교 파티에 잘 어울려서 술탄의 총애를 얻은 덕분이라고 하니 설명이 된다. 

그래도 정말로 믿기 힘들어 

“그것이 사실이냐?”

라고 여러 번 묻자 헬레나는 억울하다는 듯 

“예, 믿기 힘드신 건 이해합니다만, 틀림없어요. 만약 도저히 믿기 힘드시다면, 태후 마마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는 건 어떨까요?”

“내가 직접?”

“예,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셀림의 연회에 참석하는 여성들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모두 가면을 착용하고 가요. 마마께서도 가면을 쓰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거예요. 몰래 잠입해 사실을 확인하신 후 조치를 취하시는 게 어떨까요?”

갑작스런 제안에 나디야는 잠시 망설였다. 헬레나는 열정적으로 설득했다. 자신을 포함해 황후라 해도 감히 술탄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셀림의 폭주를 멈출 수 있는 자는 모후인 나디야뿐이다. 당신이 직접 사실을 확인한 뒤 셀림을 말려 달라. 방법은 그것뿐이다. 

헬레나는 단지 아름답고 섹시할 뿐인 여성이 아니었다. 정액 폭포수를 맞으며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는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녀는 매우 지혜로웠다. 또한 사내들을 유혹하는 말빨도 최고였다.

자연히 나디야는 점차 헬레나에게 설득당했다. 마침내 그녀는 그날 밤 셀림의 연회에 참석하는 여성들 중 한 명으로 분장해 몰래 잠입하기로 했다. 

밤이 이슥해지자 헬레나가 나디야의 처소로 찾아왔다. 비밀을 유지해야 하기에 나디야의 외출 준비는 헬레나 혼자서만 도왔다.

헬레나는 먼저 자신이 연회에 참석하기 위한 옷차림, 하이힐과 보석 장신구 외에는 보지를 살짝 가리는 황금색 천만 걸치고 붉은색 가면을 쓴 차림새를 한 뒤 나디야의 단장을 도왔다. 

나디야는 그토록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데에 처음에는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물론 알몸으로 선대 술탄에게 봉사하거나 여자들과 어울린 경험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밖에 나가면서 제대로 옷을 차려입고 나가지 않은 적은 없었다. 여성의 신체의 은밀한 구석, 젖가슴과 엉덩이까지 고스란히 노출한 차림새로 외출해야 한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헬레나의 설득은 교묘했다. 자신이 지닌 정신적인 우위까지 사용해 결국 나디야를 납득시켰다. 나디야는 그 야한 차림새를 한 뒤 보지를 가린 천과 같은, 황금색의 가면을 썼다. 

그녀의 황금색 가면은 스타사파이어빛 머리칼, 그리고 같은 색은 금색 눈동자와 매우 잘 어울렸다. 

가면은 헬레나나 다른 여성들과 같이 얼굴 위쪽만 가릴 뿐, 입과 코, 턱 등 아래쪽은 노출되는 형태였다. 다만 그것만으로도 정체를 숨기기에는 충분했다.

또각또각, 밖으로 나간 뒤에는 한동안 대화를 하지 않았기에 어스름한 밤길에 돌을 깐 바닥과 부딪히는 하이힐 소리만 울렸다. 

앞서가는 헬레나를 따라가면서 이미 나디야의 얼굴은 어두운 밤중에도 표가 날 만큼 붉어진 상태였다. 그녀가 알몸을 노출한 것은 언제나 실내에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팔다리와 배는 물론 젖가슴과 엉덩이까지 고스란히 노출된 옷차림으로 바깥을 걸으니 자연히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비록 목 주변만 두른, 아이리스의 목걸이를 찬 헬레나와 달리 나디야는 긴 진주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아서 가슴께까지 늘어뜨렸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함께 걸을 때마다 출렁이는 젖가슴의 모양은 너무나 훤히 보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조그마한 황금색 천으로 보지만 살짝 가릴 뿐, 그 천을 허리 뒤쪽에서 가느다란 끈으로 살짝 묶어놓은 게 전부이기에 역시 풍만한 엉덩이가 전부 노출됐다. 

걸을 때마다 천이 펄럭거리니 누군가가 옆에서 바라보면, 보지까지 훤히 보일 것이다.

천하의 오스만 제국의 태후가 창녀도 안 할, 이렇게 부끄러운 차림새로 외출하게 될 줄이야! 나디야로서는 상상도 못한 일을 겪고 보니 수치심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술탄의 처소가 저 멀리 보일 즈음, 이미 그녀의 얼굴은 불이 붙은 듯 뜨거웠다. 그런데 그 수치심과 부끄러움은 단지 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끝나지 않았다. 

당황스럽게도 이런 꼴이 됐는데, 부끄러움이 심해질수록 동시에 몸도 뜨거워지는 것이었다. 어느새 그녀의 육체는 얼굴만큼 달아올랐으며, 보지가 근질거렸다.

그것은 그녀가 야외노출에 재미를 들리기 시작했다는 증거였지만, 처음 맛보는 감정이라 본인은 당황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단지 헬레나만 그런 나디야를 몰래 관찰하면서 속으로 킥킥거렸다. 

술탄의 처소 바로 앞에 도착하자 기괴한 광경이 두 여성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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