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4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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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구트는 잠시 헬레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티없이 맑은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것은 사랑스러운 암캐의 표정 그 자체였다. 표정만으로는 사내에게 꼬리를 치면서 오직 육체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음란한 창녀로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무서운 음모를 꾸민다는 것은 보통의 암캐가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었다.
투르구트는 새삼 이 여자가 그의 첫 판단과 달리 단순히 음탕한 창녀가 아니라 무서운 요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위험하다. 그의 본능이 붉은 경고등을 발했다. 그러나 그런 위험 신호만으로 거부하기에는 헬레나의 플랜이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정말로 사내로서 최고의 정복감을 느낄 것 같았다.
투르구트는 슬며시 헬레나의 하복부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보지를 침습하자 헬레나는 대번에
“아앙~~~~”
하는 신음성을 발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또 다시 열풍을 기대하는 듯 그녀의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었으며, 눈자위는 불그스름해졌다.
투르구트는 헬레나를 흙바닥 위에 암캐처럼 엎드리게 한 뒤 뒤에서부터 페니스를 박아넣었다.
그는 자신이 피스톤 운동을 할 때마다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질러대면서 신나게 허리를 흔드는 헬레나를 보면서, 그리고 그런 그녀의 동그랗게 솟아오른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면서 속으로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런 암캐가 날 배신할 수 있을 리 없지. 넌 영원히 내 성노예야.’
이 방심이 투르구트를 파멸로 이끌게 된다.
술탄 셀림의 하루 일과는 매우 지루했다. 이제 더 이상 죽을 위기를 겪지 않아도 된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의 몸은 매우 허약해서 대외 활동에 제한이 극심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를 심하게 느끼기에 운동을 하는 건 꿈도 못 꿨다. 맛좋은 술을 먹는 건 상상도 못한다. 고자라서 여자랑 즐길 수도 없다.
심지어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도 못해서 식단도 크게 제한적이었다. 셀림은 하루 두 끼만 식사했는데, 특별히 제조된 죽과 약간의 야채를 섭취하는 게 전부였다.
역대 술탄들과는 달리 병약한 몸 상태 때문에 셀림은 전장에 나갈 일이 전무했다. 군대 사열조차 안 했다.
정무도 건강을 이유로 모후인 나디야와 재상인 소콜루가 전부 처리하기에 그가 할 일이 없었다. 사실 정무에 별로 흥미도 없었다.
셀림은 매일 느지막히 일어나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한 뒤 독서를 하거나 명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가벼운 산책을 하고, 황후 등의 인사를 받는다. 혹은 모후가 찾아와 그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잠시 쉬다가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 목욕을 한 뒤 잠자리에 든다. 이게 그의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그러니 심심할 수밖에 없었다. 셀림은 무척 심심하고 지루했다. 그러나 무언가 하려 해도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건강이 너무 제한적이다 보니 취미생활조차 별로 할 만한 게 없었다. 시녀나 하녀들과 하는 간단한 놀이조차 그에게는 힘겨웠다.
그나마 가능한 건 앉아서 무언가를 지켜보는 것이었는데, 그래서야 독서나 예술품 감상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경기 대회나 연극을 보려 해도 하렘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술탄의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하렘 밖으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라 역시 불가능했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의 숙소를 벗어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이래서야 살아있다기보다 완만하게 죽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셀림은 자신의 꼴이 매우 한탄스러웠지만, 해결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지루하다 못해 절망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술탄에게 어느날 변화의 전기가 찾아왔다. 발단은 황후 중 일인인 헬레나가 시녀 소피아를 데리고 인사를 오면서부터였다.
황후는 하루에 한 명씩 술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이 의무였다. 원래는 매일 찾아뵈어야 했지만, 셀림의 건강상 문제로 하루에 한 명으로 제한을 둔 것이었다.
그 날은 헬레나의 차례였다. 문안 인사 자리에 가장 아끼는 시녀인 소피아까지 대동한 것은 드문 일이었으나,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피로하기에 빨리 인사하고 꺼져주기만 바랬다.
그런데 그 날 헬레나는 조금 이상했다. 바닥에 머리를 조아려 인사를 하고 나더니 갑자기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며 주위를 물리쳐달라고 간청한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건방진 요청을 하는 황후 따위는 거꾸로 매달아놓고 매타작을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침 너무 지루하고 심심했던 셀림은 헬레나의 요청을 받아들여줬다. 무엇이든 좋다. 재미있는 자극이 될 수 있다면, 황후의 건방 정도는 너그럽게 봐줄 수 있었다.
술탄의 명령 한 마디에 그의 좌우를 가득 채우고 있던 시녀와 하녀들은 일제히 썰물처럼 물러갔다. 술탄은 이 하렘의 절대적인 지배자다.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물론이요, 의문을 표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었다.
실내에 셀림, 헬레나, 소피아, 단 세 명만 남게 되자 헬레나는 바닥에 엎드린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들었다.
“폐하, 천녀는 비록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폐하께서 너무 폐쇄적인 생활만 하시는 것에 대해 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 폐하만이 즐길 수 있는 유희를 찾으시는 것이 어떨지요?”
“유희라니, 무슨 유희 말이냐?”
벌써부터 헬레나랑 소피아 따위와 단독 면회를 허용해준 게 후회스러웠다. 무슨 유희를 하려 해도 건강 때문에 할 만한 게 없는데, 이년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술탄이 불쾌해하는 것도 아는지 모르는지 헬레나는 말을 이었다.
“폐하, 세상에 남녀 간의 놀이만큼 즐거운 것도 없다고 합니다. 여성의 육체를 즐겨보시는 건 어떠실 런지요?”
셀림은 하마터면 당장 헬레나를 끌어내서 목을 치라고 명령할 뻔 했다. 섹스라니! 고자인 그에게 이게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솟았다.
그런데 막 분기탱천한 술탄의 징벌이 가해지기 전에 헬레나는 재빨리 선수를 쳤다.
“폐하, 평소 그림이나 조각같은 예술품을 즐겨 감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예쁜 여성의 나신만큼 멋진 예술작품도 드뭅니다. 폐하의 주변에는 미녀들이 많으니 그녀들을 벗겨서 감상해 보십시오.”
헬레나는 그 아름다운 얼굴에 요염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섹스는 단지 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는 것도 의외로 즐겁습니다. 폐하 앞에서 남자와 여자를 불러 섹스하게 하고, 감상하십시오. 폐하만이 즐길 수 있는, 멋진 유희가 되리라 생각해 감히 진언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