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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41/93)

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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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을 끝내고 나서 제저벨은 헬레나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하녀가 차를 가져 왔다. 두 미녀는 잠시 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눴다. 

이야기를 하면서 제저벨의 헬레나에 대한 불쾌감은 가라앉긴 커녕 점점 더 강해졌다.

무엇보다 헬레나의 저 화려한 금발머리와 진짜 에메랄드처럼 찬연한 빛을 발하는 눈동자, 붉고 요염한 입술...... 저 눈부신 미모가 너무 싫었다. 

제저벨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이 미에서 누군가에게 뒤져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아하고 교양 있는 척해야 하니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자신이 나디야보다 더 아름답다고, 오스만 제국 최고의 미녀라고 자신했었다.

그러나 헬레나는 그런 자신감을 산산이 깨부수는 존재였다. 헬레나는 너무 아름답고, 너무 섹시했다. 같은 금발이지만, 헬레나의 금발이 더 찬연하게 빛난다는 것을 제저벨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S라인 몸매의 굴곡 역시 너무나 완벽했다. 제저벨은 헬레나를 보면 볼수록 질투심에 가슴을 태워야 했다.

헬레나가 너무 미운 나머지 그녀에게 채찍질을 가하도록 나디야를 부추기기도 했다. 꽁꽁 묶여 채찍으로 얻어맞는 헬레나를 보면서 제저벨은 실로 기분 좋게 웃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나디야를 부추겨서 헬레나에게 지독한 박해를 가할 생각이었다. 나디야는 너무 예쁜 헬레나에게 은근히 질투심을 느끼는 듯 했으니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디야의 분위기가 갑자기 확 바뀌었다. 매일 밤 침실에서 헬레나와 둘이서만 섹스를 즐길 정도로 헬레나를 아끼더니 언젠가부터는 태도마저 공손해졌다. 

그 오만하고 사나운 태후와 동일인이 맞나 싶을 만큼 헬레나를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대한다. 아니 오히려 헬레나에게 애교띤 목소리로 말하는 등 슬그머니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도 나온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제저벨로서는 황당했다. 기회를 봐서 헬레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다가 나디야에게 혼만 난 그녀는 절망해야 했다. 

문득 그 생각이 나자 제저벨의 가슴 속에 또 다시 질투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녀의 혀가 습관처럼 독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런데 헬레나, 요새 태후 마마와 사이가 좋으신 것 같더라고요?”

“예, 아뇨? 그럴 리가요. 거꾸로 제저벨이 옛날부터 친한 사이잖아요?”

“아니에요. 요새 태후 마마가 자꾸 헬레나랑 침실에서 단둘이 즐기는 게 저는 무척 부러워요. 얼마나 섹스를 잘하면, 그렇게 태후 마마의 총애를 받으실 수 있나요? 역시 경험이 많으면, 무언가 다른가 보죠? 호호호....”

헬레나는 속으로 제저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역시 제저벨의 성격은 최악이었다. 우아하고 교양 있는 척 부드러운 말투를 쓰면서 상대의 약점을, 그것도 아주 저열하게 후벼판다. 

지금도 제저벨은 부러운 척하면서 헬레나가 경험이 많다고, 즉 난잡한 여성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물론 헬레나는 경험이 엄청 많다. 세본 적은 없지만, 최소 만 단위일 것이다. 나디야를 휘어잡은 것도 섹스를 이용해서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저벨처럼 저렇게 얄밉게 지적질하면, 당연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식으로 얄밉게 굴다가 상대방이 화를 내면,

“어머,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아니면 아니라고 하시면 되지........”

라면서 자기는 얌전한 척, 상대방은 분노조정 장애인 것처럼 몰아가는 비열한 방식이 제저벨의 주특기였다.

헬레나는 속으로 욱했지만, 제저벨의 함정에 빠지기 싫어서 겉으로는 상냥하게 웃기만 했다. 대신 그녀는 제저벨의 지적질을 거꾸로 이용해 함정을 파기로 했다. 

“호호호, 하긴 맞아요. 나랑 태후 마마는 섹스 궁합이 굉장히 잘 맞는 편이죠. 그게 왜 그런지 아나요?”

“왜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여기서 제저벨은 헬레나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다. 항상 유지하던 우아한 태도마저 무너진 걸 확인한 헬레나는 싱긋 웃었다.

“비결은 있죠.”

“뭐, 뭔데요?”

제저벨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헬레나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헬레나는 더없이 화사하게 웃으면서 화살을 쐈다.

“먼저 주위를 물려주시겠어요? 그럼 비결을 알려드리죠.”

그 정도는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 제저벨은 응접실에서 하녀들을 모두 나가게 했다. 황후가 기거하는 저택답게 이 저택은 응접실도 연병장만큼 컸다. 모두 문 밖으로 나가자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갈 걱정은 없게 됐다.

이제 헬레나가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 제저벨은 기대했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헬레나는 먼저 몸부터 일으켰다.

헬레나는 응접실의 창문에 달린 커튼을 모두 치기 시작했다. 제저벨의 응접실 한쪽 벽에는 매우 큰 전면 유리창들이 쭉 달려 있다. 

그 커다란 유리창에서 쏟아지는 햇볕을 즐기면서 차를 마시는 것은 제저벨의 취미 중 하나였다. 

그런데 헬레나는 그 창문들의 커튼을 모조리 치는 것이었다. 커튼으로 유리창이 전부 가려지자 대낮임에도 응접실 안이 어둑어둑해졌다.

“헬레나? 지금 뭘 하는 거죠?”

제저벨이 묻자 헬레나는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웃는 얼굴은 더없이 아름다웠지만, 또한 더없이 사이해 보였다. 

마치 얼음이라도 닿은 듯 팔에 소름이 닿았다. 제저벨은 날씬한 육체를 부르르 떨었다. 

그런 그녀를 슬그머니 비웃으면서 헬레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상의의 끈을 푸르고, 치마를 아래로 내렸다. 

“헤, 헬레나?”

제저벨은 경악한 눈동자로 헬레나를 바라봤다. 그녀가 지금 뭘 하려는 거지? 하지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제저벨과 달리 헬레나는 태연히 웃기만 할 뿐, 탈의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헬레나는 속옷을 입지 않고 다니기에 탈의는 금방 끝났다. 헬레나는 대낮에 응접실 안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됐다. 

커튼을 다 친 때문에 어둑어둑해진 응접실에 갑자기 환한 빛이 켜진 듯 했다. 그만큼 헬레나의 새하얀 나신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으며, 숨이 막힐 만큼 화려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저벨이 순간 넋을 잃고 헬레나의 나신, 특히 그 기가 막힌 S라인 굴곡을 구경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치태를 깨달은 제저벨은 얼굴을 붉히면서 따졌다. 

“헬레나, 지금 뭐 하는 짓이죠? 여기는 태후 마마의 침실이 아니에요. 어서 옷을 입으세요!”

제저벨이 나름 날카로운 목소리로 지적했지만, 헬레나는 도리어 솟구치는 비웃음을 참느라 고생해야 했다. 

10명의 기사와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는, 강력한 무력의 소유자인 헬레나에게 연약한 여성의 지적질 따위는 우스울 뿐이었다.

“어머, 제저벨, 나에게 태후 마마에게 예쁨받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이?”

“그 비결은 말로만 설명해서는 몰라요. 확실히 알려주려면, 우선 옷을 모두 벗을 필요가 있어요. 자, 제저벨, 당신도 나체가 되세요.”

헬레나의 말에 제저벨은 기겁했다. 

“예에? 나, 나도요?”

“그래요. 자, 비결을 배우고 싶지 않아요? 어서 벗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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