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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32/93)

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3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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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디야의 머릿속을 꽉 채운 것은 어젯밤의 사건이었다. 어제 나디야는 헬레나를 불러 들여 섹스를 했다. 그것은 본래 흔하게 있는 사건이었다.

신삥 며느리가 들어올 때마다 채찍질로 기선 제압 확실히 한 다음, 밤에는 다시 자신의 침실로 불러서 그녀의 성적인 쾌락을 위한 도구로, 성노리개로 이용해 먹는 것은 나디야에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어제의 섹스는 평소와 달랐다. 뜨거운 열락을 즐긴 것은 똑같았지만, 과정이 달랐다. 비록 나디야는 천한 노예 출신이지만, 하렘에 들어온 뒤에는 선대 술탄의 총애를 독차지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황후를 거쳐 급기야 하렘에서 제일 존귀한 위치인 태후까지 올라가면서 나디야의 성격은 무척 거만하게 변했다. 언제나 다른 여성들을, 황후라 해도 눈 아래로 깔아뭉개고, 몹시 천대하곤 했다.

게다가 현 술탄이자 아들인 셀림이 병약해서 그녀가 제국의 권력을 틀어쥐다 보니 더더욱 콧대가 하늘을 찌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나디야의 성향은 섹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성들과 섹스하면서 그녀는 언제나 다른 여성들을 찍어누르고, 위압하면서 섹스를 즐겼다. 

그녀가 다른 여성들을 애무하는 건 희롱하는 거고, 다른 여성들이 그녀를 애무하는 건 봉사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그런 포지션, 자신이 압도적인 우위에 서는 구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처음에는 나디야가 헬레나에게 봉사를 받는 듯 했다. 그러나 미처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구도가 바뀌었다. 

분명히 헬레나는 나디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암캐처럼 굴욕적인 자세로 그녀의 보지를 핥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헬레나가 어느새 나디야를 침대에 눕히더니 옷을 찢어 알몸으로 만들었다.

이어 헬레나는 침대 위에 앉아 누워 있는 나디야를 내려다보면서 그녀의 알몸을 희롱했다. 그것은 분명 희롱이자 농락이었다. 

헬레나는 나디야를 침대에 눕혀놓음으로써 침대 위에 앉은 자신이 보다 우월한 위치가 되도록 조정했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나디야를 내려다보면서 그녀의 젖가슴을 자기 멋대로 주무르고, 보지를 손가락으로 푹푹 찔러댔다.

평소 같으면, 나디야가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굴욕적인 포지션이었다. 게다가 나디야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그녀의 몸을 마구 희롱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디야는 당장 헬레나의 뺨을 후려친 뒤 힘센 하녀들을 불러서 그녀를 가죽끈으로 묶어 매달라고 해야 옳았다. 그 뒤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 감히 황후 주제에 섹스 도중에 허락도 없이 태후의 몸을 농락하다니, 채찍질 수십 대로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나디야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쾌락에 떨면서 신음하고, 두 팔을 뻗어 헬레나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헬레나에게 자신의 알몸을 맡긴 채 그녀가 하는 대로 꼼짝 없이 당해버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분명히 벌어진 현실이었다. 그리고 나디야는 그 원인도 알고 있었다.

쾌락! 육체의 쾌락이었다. 나디야는 그런 쾌락을 생전 처음 느껴봤다. 어떤 여성들과의 섹스에서도, 아니 선대 술탄과의 섹스에서도 그 정도로 절륜한 쾌락은 못 느껴봤었다. 

헬레나의 애무는 나디야에게 최고의 쾌락을 선사했으며, 그 쾌락은 그녀의 알몸을 사슬처럼 칭칭 감아 꼼짝 못하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그녀의 육체는 그 쾌락의 늪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갔다.

아니, 그 황홀감은 나디야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지배했다. 열락의 호우 속에서 이성은 사라지고, 오직 음탕한 본능만 남아 암캐처럼 할딱댔다. 

헬레나의 품 안에서 세 번이나 가버린 뒤 나디야는 약이 올라 그녀에게 가위치기를 하자고 말했다. 가위치기는 여자들끼리 섹스할 때 흔히 이뤄지는 체위다. 

알몸의 두 여성이 서로 마주보고 앉은 채 두 다리를 넓게 벌린다. 가위처럼 넓게 벌린 다리를 서로 끼워서 가운데 보지가 닿게 한다. 이어 맞닿은 보지와 다리를 서로 마구 비벼대는 게 가위치기였다.

여성은 페니스가 없기에 여성끼리 섹스할 때도 상대방의 자궁에 물건을 넣어줄 수 없다. 그래서 대신 서로 보지를 비벼주는 것이다. 

페니스가 몸 속의 빈 곳을 꽉 채워주면서 뚫어낼 듯이 찔러주는 맛은 얻을 수 없지만, 그래도 클리토르시 등 민감한 성감대들을 자극할 수 있기에 같이 하는 여자들의 스킬만 좋으면, 충분히 자극적인 놀이였다.

나디야는 벌써 2년 가까이 다른 여성들과 가위치기를 해왔다. 그 경험은 수천 번이나 되어서 가위치기에 아주 자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녀보다 헬레나를 먼저 가게 해 우위를 되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디야의 자신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헬레나도 여성들과의 섹스 경험이 많을뿐더러 루시펠에게 단련받은 그녀의 스킬은 나디야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결국 가위치기에서도 나디야는 먼저 절정에 올랐다. 그녀는 분수를 뿜으며 힘없이 침대 위에 무너졌다. 흐린 시야에 그녀를 비웃는 헬레나의 표정이 잡혔다. 

이후 나디야는 가 버린 신체가 회복되기도 전에 또 다시 밀려든 헬레나의 애무에 농락당했다. 몇 번이나 더 절정에 올랐는지는 셀 수조차 없었다.

그러니 지금 나디야가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황후, 그것도 신삥 황후 따위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게 너무 어처구니없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녀를 이렇게 희롱한 황후는 마구 채찍질을 가하거나 불로 달군 쇠막대로라도 지져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당장 헬레나를 잡아오게 해 그런 꼴로 만들까 하면서도 또 망설이게 되는 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면이었다. 

우선 강렬했던 쾌락의 기억이 나디야를 망설이게 했다. 어젯밤 헬레나에게 어이없이 당한 기억은 분명 굴욕적이었지만, 그 행위에서 얻은 쾌락은 그 이상으로 강렬했다.

온몸의 피부가 간질간질해지고,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짜릿한 느낌. 절로 팔다리를 꿈틀거리게 되고, 허리가 자동적으로 뒤틀린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내지르다 보면, 어느새 정신이 멍해져 공중을 붕붕 떠다니는 느낌까지 받는다. 

앗! 하는 사이 절정에 올랐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오른 채 땀에 푹 절어 있다.

아아, 그 쾌락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나디야는 지금까지 수천 명의 여성과 섹스를 해봤지만, 그 정도의 환락감은 처음이었다. 

아니, 그 전에, 선대 술탄과의 섹스에서도 이만한 쾌락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나디야는 어제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했다.

또 한 가지는 어젯밤의 사건 이후로 이상하게 헬레나를 함부로 대하기가 꺼려진다는 것이었다. 그 눈부신 나신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마치 신성불가침을 깨뜨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굴욕적으로 당했음에도, 아니 굴욕적으로 당한 탓인지 더 헬레나가 높아 보이고,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워졌다. 

‘내가 왜 이러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어쨌거나 나디야의 현재 심리 상태는 그랬다.

그날, 나디야가 산책 중 우연히 헬레나를 발견했을 때도 그랬다. 태후인 나디야는 산책 한 번 나갈 때도 당연히 수십 명의 시녀와 하녀가 따른다. 

여자들 무리에서 나디야가 홀로 오만하게 고개를 쳐든 채 걷고 있는데, 저쪽에서 자신의 시녀들과 깔깔대고 웃으면서 다가오는 헬레나가 시야에 잡혔다.

헬레나를 보는 순간, 나디야의 황금빛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나디야보다 아래인데, 한참 아래인데 이상하게 자꾸만 그녀가 어렵고, 눈치를 보게 된다.

어젯밤의 사건 이후로 확실하게 나디야는 헬레나에게 눌리고 있었다. 물론 거부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여기서 헬레나가 건방지게 굴었다면, 나디야의 거부감이 폭발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해 모진 형벌을 가하자는 쪽으로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헬레나는 그 정도로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그녀는 먼 발치에서 나디야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발길을 멈추고,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나디야가 다가오자 아예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 

여우 기질이 충만한 헬레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으며, 그 때가 올 때까지 고개를 조아릴 줄도 알았다. 아니, 음란한 매저키스트인 그녀에게 사실 누군가에게 복종하는 척 하는 것은 그리 힘든 일도 아니었다.

여하튼 그 연기 덕에 나디야는 기분이 좀 풀렸다. 그녀는 최소한 겉으로는 광오한 태도로 헬레나를 대했다. 몇 가지 안부 인사를 한 뒤 

“그만 일어나거라.”

라고 명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헬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디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태후 마마, 오늘 밤도 침소로 불러주시겠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즐거운 놀이를 준비해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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