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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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헬레나에게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나 나디야의 미모와 몸매는 확실히 특출난 것이었다. 게다가 관리까지 완벽하게 받아서 저렇게 동안을 유지 중인 여자가 젊은 나이에 벌써 청상과부가 되었다.
전 술탄이 전사하면서 현 술탄이 즉위한 게 3년 전이니 최소 3년 이상 나디야의 보지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을 것이다.
헬레나는 매저키스트이지만, 동시에 잔인하기 짝이 없는 요녀였다. 젊고 아름다운 청상과부를 요리해버리는 것, 그리고 그녀가 사내의 페니스에 찔려 발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나디야는 단지 눈부신 미녀일 뿐 아니라 오스만 제국의 태후, 이 제국에서 가장 신분 높고 고귀한 여성이었다. 그야말로 공략하는 맛이 날 것이다.
헬레나는 나디야 앞에서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지만, 동시에 먹이를 눈앞에 둔 뱀처럼 붉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나디야는 헬레나가 어떤 여성인지, 지금 무슨 생각 중인지 몰랐다. 그래서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자기 생각대로 일을 진행했다.
“고개를 들어라.”
그것은 아까 밖에서 헬레나를 대할 때의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무척 날카롭고 냉정한 목소리였다. 말투 또한 고압적이고 오만했다.
헬레나는 다소 의아한 느낌을 받으면서 얼굴을 들었다. 마치 나디야의 사람이 변한 것 같았다. 눈이 마주치자 나디야의 눈빛 자체가 다른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아까의 봄바람처럼 따스하고 상냥한 눈빛이 아니었다. 눈보라가 부는 것마냥 차갑고 매몰찬 눈빛이었다.
나디야의 입 밖으로 나온 내용도 얼음 송곳처럼 날이 바짝 서 있었다.
“헬레나, 너도 꽤나 건방진 년이로구나.”
“예?”
헬레나가 정신 못 차리는 사이 나디야는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네가 아무리 펜트 제국 황녀 출신이라고 하나 그것은 과거 이야기일 뿐이야. 오스만 제국에 시집 온 이상 너도 이곳의 황후 중 일인일 뿐이다. 그러면, 오스만 제국의 법도를 따라야지.”
“예, 물론이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헬레나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나디야는 헬레나의 무지를 이용해서 더 신나게 야단쳤다.
“알면서 어딜 감히 시녀와 하녀를 수십 명씩이나 끌고 와! 펜트 제국에서는 그런 건방진 짓이 용납될지 몰라도 여기선 어림도 없다. 모두 네 친정으로 돌려 보내거라! 널 보살펴줄 하녀들은 내가 충분히 보내줄 터이니.”
헬레나는 무척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나디야가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 시어머니로서 새로 들어온 며느리의 군기를 잡으려는 것이리라.
그 의도가 가소로웠지만, 헬레나는 일단 어울려 주기로 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황녀 연기를 했다.
“예? 나디야, 그들은 저의 오라버니이자 펜트 제국의 황제인 조나단 폐하께서 붙여주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느냐!”
나디야의 목소리는 마치 채찍으로 후려치는 듯 했다. 헬레나는 찔끔해서 뒤로 약간 물러나면서 날씬한 육체를 파르르르 떨었다.
그녀의 S라인 육체를 훑어보는 나디야의 눈동자에는 경멸 이상으로 강한 질투가 서려 있었다. 나디야는 계속해서 헬레나를 몰아쳤다.
“어딜 감히 나디야라고 칭하느냐? 나는 대 오스만 제국의 태후다. 너 따위가 함부로 나댈 상대가 아니란 말이다. 흔해빠진 황후 주제에.”
말이 안 된다. 먼저 ‘나디야’라고 칭할 것을 허락한 이는 나디야 본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부분을 트집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헬레나에게는 나디야의 부조리함을 지적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다. 나디야는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그녀를 야단쳤다. 심지어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라고 하더니 진짜로 하녀들에게 채찍을 준비하란 명령까지 내렸다. 그 때, 나디야가 앉은 의자 옆에 서 있던 여성들 중 한 명이 움직였다. 헬레나처럼 황금을 녹여 부은 마냥 눈부신 금발머리에 시릴 정도로 푸르른 눈동자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헬레나의 바로 옆에 한 쪽 무릎을 꿇더니 헬레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서 엎드려 비세요. 이 분은 오스만 제국의 태후 마마, 우리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계신 분이에요. 우리 황후들은 이 분에게 절대복종해야 돼요.”
황후들? 그게 무슨 뜻이지? 황후가 한 명이 아니란 건가?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서양의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헬레나는 의아했다.
물론 지위 높은 남성이 여자 한 명으로 만족할 리는 없다. 서양에서도 황제, 왕, 귀족 등의 남성은 정실 외에 여러 첩을 거느리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나 정실은 어디까지나 한 명이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술탄이 첩 외에 정실도 여럿 거느린단 말인가?
헬레나가 의아한 시선을 던지자 금발머리의 여성은 계속 재촉했다.
“빨리요. 머뭇거리다가 당신 정말로 맞을 수 있어요.”
그래도 황후인데, 설마 진짜로 노예처럼 채찍으로 맞을 리가? 헬레나가 계속 망설이던 차에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진짜로 하녀 한 명이 검은색의 길고 무시무시한 채찍을 들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나디야의 명령에 따라 다른 하녀 두 명이 헬레나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아이리스의 목걸이의 힘을 쓴다면, 그녀들을 퇴치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헬레나의 음모를 달성하려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단 나디야가 원하는 대로 당해주기로 했다. 다만 그 결과는 그녀의 막연한 상상보다 훨씬 더 끔찍했다.
설령 무력을 쓰지 않더라도 헬레나는 펜트 제국의 황녀이자 오스만 제국의 황후라는 자신의 신분이 그녀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대로 흘러갔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내들이 그녀의 육체를 희롱하고, 그녀를 성노예 취급했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녀의 신분을 의식해 깍듯한 예의를 지켰다. 당연히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녀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었다.
그렇기에 뒤에서 몰래 사내들에게 능욕당하는 것은 매저키스트인 헬레나에게 나름대로 꽤 안전한(?) 쾌락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성노예를 자처하면서 신나게 즐겼었다. 물론 라인하르트처럼 쓸모가 다하면, 즉시 폐기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하녀들은 그 비천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태후의 명령을 수행한다는 배경을 믿는지 거침이 없었다.
두 하녀는 양쪽에서 헬레나의 팔을 잡더니 그녀를 거칠게 끌어올렸다. 두 하녀 모두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였지만, 늘 거친 일을 하며 살아서 그런지 의외로 힘이 셌다. 아이리스의 목걸이의 힘을 쓰지 않는 이상 헬레나는 그녀들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앗! 하는 사이 어느새 헬레나는 일어서서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넓게 벌린 채 가죽끈에 결박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녀의 두 손목을 묶은 가죽끈은 침실 천장의 고리에, 두 발목을 묶은 가죽끈은 침실 바닥의 고리에 걸려 단단히 고정됐다.
때문에 헬레나는 두 팔과 두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도, 심지어 좁힐 수도 없는 신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