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1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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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비로소 소피아는 상황이 이해가 간 듯 환하게 웃었다. 그랬다. 헬레나의 흔한 ‘주인님 교체’였던 것이다.
이제 상황이 정리되자 곧 다음 할 일로 넘어갔다. 헬레나의 침실은 피와 시체로 더러워졌기에 소피아의 침실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헬레나, 소피아와 예니체리 군단 장병들은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헬레나는 에디르네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에디르네는 대제국 오스만의 수도답게 굉장히 크고 화려했다. 다만 역시 군사도시의 색채가 짙어서 무척 웅장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세이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헬레나는 색다른 모습에 흥미를 느끼면서 거리를 걸었다.
그녀가 에디르네의 풍경에 정신이 빠진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주변의 사람들은 헬레나의 절세적인 미모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헬레나는 참으로 비견할 대상을 찾기 힘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햇볕에 반짝거리는 찬란한 금발, 새하얀 피부, 완벽한 S라인의 몸매 등 흠 잡을 곳이 전혀 없었다.
그 아름다운 육체와 옷차림과의 조화 역시 훌륭했다. 지금 헬레나는 호화로운 베이지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드레스 곳곳에 화려한 장식과 레이스가 잔뜩 달려서 매우 사치스러웠다.
다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보다 오히려 야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그 드레스의 특색이리라. 헬레나의 베이지색 드레스는 가을옷임에도 소매만 길 뿐, 가슴 부위는 깊게 파였으며, 치마는 허벅지를 반도 가리지 못할 만큼 짧았다.
게다가 상의는 시스루 타입이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특히 가슴 부위는 더 투명했다. 헬레나는 속옷 따위는 입지 않는다. 따라서 싱그러운 피부와 팽팽하게 솟은 젖가슴의 굴곡까지 그대로 보였다.
또한 베이지색 드레스의 스커트는 H라인의, 몸에 바싹 달라붙는 타입이었다. 따라서 스커트 위로도 그녀의 동그랗게 솟아오른, 위로 바짝 올라붙은 엉덩이가 확연히 보였다.
자연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모두 그녀를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창녀 아냐?"
라고 어떤 여자가 지적했지만, 곧 반론에 부딪혔다. 사실 창녀라기엔 헬레나의 옷차림이 너무 고급스러웠다. 그토록 노출이 심함에도 값비싼 천으로 만든 최고급 옷가지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귀고리, 목걸이, 반지, 팔찌 등등 온몸에 주렁주렁 달린 악세사리들도 무척 비싼 최고급품이 분명했다.
그런데 옷차림은 창녀처럼 야하니 신분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헬레나는 그런 의구심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노출된 육체에 쏠리는 사내들의 시선을 즐겼다.
그녀의 바로 옆에서 따라가는 시녀 소피아 역시 헬레나만은 못해도 주변인들이 모두 돌아보게 할 만큼의 절세미녀였다.
소피아의 백금발은 헬레나보다 조금 더 길어서 등허리 부근까지 찰랑였다. 물빛 눈동자는 호수처럼 깊고 맑았으며, 피부는 눈처럼 희고 매끄러웠다.
소피아의 옷차림은 헬레나처럼 야하지는 않았지만, 그 못지않게 노출이 심했다. 그녀의 검은색 원피스는 비록 소매는 길었지만, 가슴 부위는 V자로 깊게 파여서 그녀의 젖가슴, 그 깊숙한 골이 절반 가까이 들여다보였다.
살짝 옆으로 퍼진 검은색 원피스 치마도 매우 짧아서 허벅지를 반 정도나마 겨우 가리는 수준이었다. 그 아래로는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인 미끈한 다리가 쭉 뻗어 있다. 마지막 발에 신겨진 검은색 하이힐의 굽은 어질어질할 만큼 높고 날카로웠다.
헬레나와 소피아가 집중되는 주위의 시선을 즐기면서 사뿐사뿐 걸어가는데, 그녀들의 뒤에는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비록 갑옷은 입지 않았지만, 오스만식의 군복에 허리에는 큼지막한 반월도까지 찬, 우락부락하고 무시무시한 기운을 풍기는 두 사내는 바로 투르구트와 살루크였다.
그들 네 남녀가 에디르네 시내로 산책을 나온 것은 투르구트의 제안에 의해서였다. 어젯밤 투르구트와 살루크는 라인하르트와 그의 심복들을 모두 제거한 뒤 헬레나와 소피아와 함께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어 투르구트는 남은 펜트 군 병사들은 모조리 펜트 제국으로 돌려보냈다. 이제 헬레나와 소피아 등을 에디르네에서도 항구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황궁으로 안내하면 된다. 하지만 투르구트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헬레나에게
“이곳에서 며칠 쉬다가 황궁으로 가자. 네가 여독 때문에 몸져누웠다고 보고하면 돼. 간단한 일이지.”
투르구트는 난생 처음으로 손에 넣은, 최고로 아름답고 성능도 좋은 성노예를 이대로 보내버리기 아까웠던 것이었다.
황궁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헬레나나 소피아에게 접근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그 전에 최대한 즐겨두려는 것이 투르구트의 계획이었다.
물론 헬레나는 이견이 있을 리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며칠 더 그 고급 주택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아침 식사와 모닝 섹스 후에 넷이 같이 거리로 나온 것이었다.
에디르네 시내를 구경하고 싶다는 헬레나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었는데, 사실 투르구트의 마음 속에는 또 다른 음모도 있었다.
그러던 중 헬레나는 문득 거리 한 쪽이 엄청 소란스러운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들고 있었다.
헬레나가 그 쪽을 바라보자 소피아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들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더니 투르구트가 씨익 웃었다.
“광대놀이가 시작됐나 보군요.”
“광대놀이라고요?”
“예, 서양으로 치면, 서커스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광대가 나와서 이런저런 재주를 부리고, 사람들은 그걸 구경하면서 즐기는 겁니다. 이런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은 솜씨가 그리 뛰어나진 않지만, 공짜라서 서민들이 즐겨보곤 하죠.”
“와아, 그래요?”
헬레나와 소피아는 시선을 마주 했다. 펜트 제국에 있을 때, 서커스를 종종 보긴 했지만, 동양의 광대놀이는 처음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의 심정을 눈치 챈 투르구트도 씨익 웃었다.
“어떻습니까? 한 번 구경해 보시겠습니까?”
어젯밤의 사건 이후로 투르구트와 살루크는 헬레나와 소피아의 주인님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두 사내를 주인님으로 섬기고, 존댓말을 썼으며, 두 사내는 그녀들에게 반말을 쓰면서 성노예 취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투르구트와 살루크가 헬레나에게 매우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지금은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있으므로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펜트 제국의 황녀, 곧 공식적으로 오스만 제국의 황후가 될 여자가 오스만 제국 술탄의 친위대인 예니체리 군단의 군단장 및 부단장의 성노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제국 전체가 발칵 뒤집힐 것이다.
헬레나가 처형당하고, 오스만 제국과 펜트 제국과의 관계가 어그러지는 것까지는 무시한다고 해도 이 사건의 여파가 투르구트와 살루크에게 미치지 않을 리는 없었다.
아마 두 사람 다 저승으로 떠나던지 운이 좋아봐야 도망자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런 결과는 둘 다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헬레나와 소피아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들을 성노예 취급하면서 마음대로 다루는 건 그들끼리만 있는, 은밀한 장소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투르구트의 권유에 헬레나는 고민 없이 수락했다.
“좋아요. 한 번 가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