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녀 헬레나 2부 : 오스.. 12편
<-- 헬레나의 비밀을 눈치챈 투르구트 -->
투르구트 역시 살루크와 마찬가지임에도 장년의 나이임에도 떡 벌어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그 강인한 피지컬의 사내와 섹스하는 상상을 하자 헬레나의 보지가 슬며시 젖어들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각이라 황궁에는 내일 들어가기로 했다.
“에디르네는 무척 큰 도시입니다. 외곽에서 황궁으로 가는 시간만 한나절은 족히 걸릴 겁니다.”
는 투르구트의 말에 헬레나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 도시를 잘 아는 사람의 말이니 거부할 까닭은 없었다. 밤을 새워가면서 부지런히 황궁으로 향한다는 것도 그녀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투르구트는 헬레나를 위해 성벽에서 머지 않은 곳의 저택을 하나 통째로 비워뒀다. 헬레나뿐 아니라 소피아 등 시녀들도 침실 하나씩을 배정받고, 편히 쉴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마친 헬레나가 막 목욕을 하고 나왔을 때였다. 언제나처럼 목욕 가운 차림으로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고 있는데, 갑자기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울렸다.
‘라인하르트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곧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라인하르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노크를 하지 않았다. 마치 자기 방인 것처럼 멋대로 쳐들어와서 그녀를 능욕하곤 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녀는 일단 일어나서 침실 문을 열어줬다가 깜짝 놀라서 섬섬옥수로 입을 가렸다.
문 앞에는 두 남성이 서 있었다. 그런데 늘 그녀를 가지고 놀던 라인하르트나 그의 심복 병사들이 아니었다. 건장한 체격인 건 똑같지만, 오스만 사내 특유의 풍성한 수염을 기르고, 머리에 터번을 쓴 그들은 투르구트와 살루크였다!
생각지도 못한 방문에 솟았던 놀라움이 가라앉자 헬레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머나, 투르구트경, 살루크경, 여긴 어쩐 일이시죠?”
“실례하겠습니다, 마마. 실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잠시 제 방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역시 말을 하면서도 투르구트의 시선은 헬레나의 몸을 훑어보느라 바빴다. 특히 목욕 가운 사이로 보이는 풍만한 젖가슴과 쭉 뻗은 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예니체리 군단의 군단장과 부단장이 아무리 고위직이라고는 하나, 결국에는 신하에 불과할 뿐이다. 저녁 늦은 시각에 예고 없이 황후를 찾아와 갑자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위였다. 대화하면서 황후의 몸을 열렬히 쳐다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헬레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 화가 나기는 커녕 괜스레 달콤한 기분이 든다.
그녀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좋아요.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까 잠시만요.”
투르구트와 살루크는 묵묵히 밖에서 기다렸다. 일단 문을 닫은 그녀는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심플한 붉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골랐다.
그 원피스는 헬레나가 평소 즐겨 입던 옷처럼 화려하지 않았으며, 민무늬에 장식도 없었다. 다만 노출이 심한 것만은 평소와 같았다.
우선 민소매이기에 어깨쪽에 끈이 다려 있을 뿐, 두 팔은 시원하게 노출됐으며, 가슴골은 V자로 깊이 파여 있었다. 옆으로 살짝 퍼진 치마는 무척 짧아서 허벅지까지 훤히 드러났다.
언제나처럼 속옷을 입지 않은 헬레나는 알몸 위에 원피스만 걸치고는 침실 밖으로 나갔다. 투르구트는 또 다시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의 몸을 핥듯이 쓸어보고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헬레나는 나비처런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로 두 사내를 쫓아갔다. 또각또각, 하이힐 굽이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오스만 제국, 동방의 방과 펜트 제국, 서방의 방은 그 구조가 완전히 달랐다. 우선 서방과 달리 방 안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투르구트와 살루크를 따라서 헬레나도 굽 높은 하이힐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의자도 서양처럼 네 다리가 달린 모습이 아니라 바닥에 딱 붙은 좌식 의자였다. 대신 좌우로 길게 뻗어 있어서 앉아 있다가 슬쩍 옆으로 눕기 좋았다.
투르구트와 헬레나는 의자 위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정좌를 한 투르구트와 달리 짧은 치마를 입은 헬레나는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한 쪽으로 두 다리를 빼 가지런히 모은 자세를 취했다.
당당한 투르구트의 자세와 달리 헬레나의 자세는 매우 얌전하면서도 일견 요염해 보였다. 상하 관계가 뒤바뀐 듯한 그 자세에서 헬레나는 묘한 느낌을 받은 듯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살루크는 그녀의 뒤에 시립했다.
잠시 일상적인 안부가 오간 뒤 투르구트가 본 용건을 꺼냈다.
“제가 마마에 대해 조금 안 좋은 보고를 받았습니다만........”
“예?”
헬레나가 그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크게 뜨자 투르구트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는 새삼 그녀가 정말 굉장한 절세미녀란 사실을 느꼈다. 어깨 부근에서 찰랑이는 금발머리는 마치 황금의 실로 짠 마냥 찬란한 빛을 뿜어냈으며, 물결치듯 자연스러운 굴곡을 그리며 아래로 흘러내리는 게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 황금빛 머리칼에 감싸인 계란형의 얼굴은 누가 깎아놓은 것마냥 완벽함 그 자체였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도, 이목구비의 조화도 흠잡을 곳이 전혀 없었다.
특히 그 붉은 입술은 섹시하기 그지없었으며, 엘프처럼 뾰족한 귀도 묘한 음기를 발했다.
투르구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진심으로 이 여자를 따먹고 싶었다. 그 정보를 가져온 살루크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그리고 이 여자를 내 배 밑에 깔기 위해 지금은 전진할 때였다.
투르구트는 흥분한 속마음을 숨기며 겉으로는 최대한 진중한 태도로 말했다.
“황후 마마, 마마께서 아무 사내에게나 쉽게 몸을 허용하신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투르구트의 이야기에 헬레나는 흠칫했다. 그녀의 긴 귀가 놀라움으로 파르르 떨렸다.
“무, 무슨 말씀을! 저를 모욕하지 마세요.”
헬레나가 뾰족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투르구트의 사나운 기세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마마, 마마는 이번 여행길에 호위병 사령관 라인하르트랑 여러 차례 섹스하셨지요? 뿐만 아니라 다른 병사들과도 몸을 섞은 걸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