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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리 연쇄 살인사건 (15부) (16/16)

호연리 연쇄 살인사건 (15부)

제 15부  좌회전

쉬이익~!

뱀처럼 다가온 명국의 날카로운 칫솔은 영숙의 오른쪽 목을 돌아 왼쪽 경동맥을 정확히 겨누었다.

“ 헉~! “

영숙의 헛바람 삼키는 듯한 비명소리에 놀란 강두가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권총을 겨누었다. 

“ 뭐.. 뭐야? 꼼짝마~! 경찰이다! 움직이면 쏜다! “

“ 키킥~ 꼼짝 말아야 할 쪽은 내가 아니라, 당신네 들이지.. “ 

성한 오른팔 하나로 영숙의 목을 조름과 동시에 치명적인 급소에 흉기를 바짝 들이댄 명국은 조용하게 소근거리며 영숙의 목을 더욱 옥죄였다. 칫솔의 날카로운 끝을 팔딱거리는 경동맥으로 느끼며 영숙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 어이 형씨… 아니 형사 아저씨! 총 조용히 바닥에 내려놔! 허튼 짓 하면 여기 이쁜 형사 아가씨…. 아가씨 맞지? 뭐 어쨌던… 이 이뿐이는 바로 골로 간다 “

“ 이… 이 개새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린 형사다! 경찰을 다치게 하면 가중처벌 받는다. 흉기 내려놓고 곱게 물러서~! “ 

강두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위험의 처한 영숙의 모습은 늘 침착하고 담대한 강두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당황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 지랄~ 염병하십니다~!. 이년 죽어도 좋아? “

명국의 칫솔이 영숙의 경동맥을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칫솔대 끝에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 아악~! “ 

영숙은 비명이 빈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 너.. 이… 이 개새끼~! 알았다. 진정해라.. 진정… “

강두는 총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발로 차서 총 이쪽으로 보내! “

강두는 영숙을 보았다. 엉거주춤 한 자세로 명국으로부터 목을 제압당한 영숙은 처음의 황당한 표정에서 곧 두려움으로 변해갔다. 겁에 잔뜩 질린 애절한 구원의 눈빛을 강두에게 보내고 있었다. 영숙은 비로소 두려웠다. 명국이 잔인한 살인마임을 짐작하고는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실체없는 막연했던 두려움이었던 것이 이제는 목숨을 위협하는 실체로 다가옴에 따라 비로소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 알았다 “

강두는 총을 명국쪽으로 찼다. 지이익하는 소리를 내며 권총은 명국의 발 앞에서 멈추었다. 

타탁~!

명국은 들고 있던 칫솔을 버리고 재빨리 영숙의 손에 위태하게 매달려 있던 권총을 낚아채곤 곧바로 총구를 영숙의 관자놀이에 바짝 들이댔다. 정말 빠른 손놀림이었다. 강두의 눈보다 명국의 손이 빨랐다. 역시 무서운 놈이었다. 이어 영숙으로 하여금 강두의 총을 집어들게 하더니 다시 빼앗아 허리 뒷춤에 찼다. 실탄이 각각 6발이 든 권총 두자루를 모두 손에 넣은 명국은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 키킥~! 흐흐읍~! 캬~ 냄새 좋은데? 응? 형사 아줌마~ “ 

강두를 깔보는 듯한 웃음을 날리며 명국이 영숙의 머리카락 냄새를 흡입하듯 하며 말했다. 

“ 이익~! “ 

피를 말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변태짓이라니… 놈의 기괴하면서도 섬찟한 행동에 영숙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몸을 움츠렸다. 

“ 아줌마~! 가만있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쁜 머리에 바람구멍 날 줄 알아~ “ 

명국은 이번에는 혀를 쑤욱 내밀어 영숙의 오른쪽 귓바퀴를 천천히 핥았다. 

입은 여전히 비릿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지만, 눈은 몇발짝 떨어진 강두를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었다. 그 눈에는 빨간 핏발이 드리워져 어스럼히 밝아오는 새벽 빛에 붉은 안광을 뿌려대고 있었다. 악마의 모습이었다. 

“ 이 씨발 새꺄!! 뭐하는 짓이야? 당장 그만 못 둬? “ 

명국의 변태스런 행동에 강두가 부들부들 떨며 나직이 으르렁 거렸다. 

“ 어? 아저씨~ 뭐야? 두 사람 느낌 이상한데~? 혹시 좋아하는 사이에요? “

“ 당장 떨어져~! 지금 떨어지면 목숨만은 살려준다! “

“ 캬~! 역시~! 느낌 있어~! 로맨틱한 느낌있어~ 흠… 이러면 더 재미있어 지는데… 좋아! 아저씨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 내 말대로 하면 이 쫄깃한 아줌마는 무사할 것이고, 그렇지 않음 이 아줌마 머리에 바람구멍 난다 “

명국은 차가운 눈을 더욱 차갑게 가라앉히며 말을 이어갔다.

“ 어차피 난 각오하고 있어. 내가 어떤 놈인지는 알지? 여기까지 쫓아온 거 보면 내가 어떤 놈이란 건 잘 알꺼야. 내 말대로 안하면 이 아줌마 머리는 물론 보~지에도 총알을 먹여 줄꺼야~ 캬캭! “

“ 이 개새끼! 주둥이 닥치지 못해?!!!!!! “

억지로 참고있던 강두가 드디어 폭발했다. 무너지고 있었다. 건물이 무너질 듯이 고래고래 악을 써댔다. 

“ 아~ 아저씨! 진정하세요~ 자는 사람 다 깨겠어요~ 뭔 소리를 그래 질러대슈? 응? 카캭~ 내 말만 잘 들음 된다니까… 알았지? 이 씨.발.놈.아~! “

“ 이.. 이... 개새끼… 좋다. 알았다~! 시키는대로 하겠다 “ 

“ 좋아… 지금 그대로 뒤돌아서 손을 머리뒤로 깍지낀다. 그리고는 이 건물을 나간다. 나는 이 이뿐이랑 네 뒤에서 두발짝 떨어져서 따라갈꺼다. 아마도 니 돼지 멱따는 소리 듣고 경찰새끼들 진을 치고 있을 테니 니가 길을 틔워줘야 한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허튼 짓 하면 먼저 이뿐이 보지가 작살난다. 그리고 니 뒷통수에도 바람구멍 난다. 알겠지? “

“ 알겠다 “

“ 그리고 나가자마자 5분내로 기름 가득 채운 차 한대 가져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허튼 짓 하면 아줌마나 너나 골로 갈 줄 알아~ “

강두는 명국의 말대로 손을 머리뒤로 깍지끼고는 건물 밖으로 나섰다. 명국의 예상대로 주변은 경찰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경찰들은 강두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했고, 곧바로 나타나는 명국과 영숙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다. 

순간…

탕!!!!!!!!

갑자기 요란한 권총소리가 고요한 인천 새벽하늘에 울려 퍼졌다. 영숙의 뒤에 바짝 붙은 명국은 건물밖으로 나오자 마자 허공에 대고 위협사격을 한발 쏘았다. 

갑작스런 총소리에 놀란 주변 경찰들은 난리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엎드리고, 자세 낮추고, 은폐물 뒤로 몸을 숨기고 생 야단법석이었다. 놀란 것은 강두와 영숙도 마찬가지였다. 순간 움찔한 강두는 위협사격임을 알고 다시 한번 이를 갈았다.

“ 야이~ 개새끼~! 요구대로 해준다잖아! “ 

“ 좋아! 형’씨가 지금 경찰들에게 말해! 내 요구조건을… “ 

“ 아… 알았다 “

강두는 큰 소리로 외쳤다. 

“ 모두들 들으세요! 저는 ○○시 북부서 강력계 이강두 형사입니다. 지금 제 동료 김영숙 형사가 이명국에게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섣부른 행동 삼가하고, 지금 빨리 기름 가득채운 승용차 한대를 가져다 주세요. 급합니다! 부탁합니다~! “

강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 경찰 13년, 형사짓 7년동안 이런 수모는 없었다. 더구나 인질을 잡고 있는 범인과는 원래는 타협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지금 쪽팔림이나 규정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영숙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영숙 아닌가…

“ 키킥~! 이뿐이~ 이제 곧 나랑 즐거운 드라이버를 해보자구요… “ 

영숙의 뒤에서 명국이 킥킥 거렸다. 영숙의 몸에서는 또 소름이 돋았다. 

대치의 순간이 잠시 흐른 뒤 곧 승용차 한대가 도착했다. 명국은 영숙의 관자놀이에서 잠시도 총구를 떼지 않고 영숙과 함께 차의 조수적 쪽으로 다가갔다. 경찰들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는 거리를 좁혀왔다. 

“ 차 문 열어~! “

명국이 영숙에게 말했다. 영숙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탕~!!!!!!!!!!! 

다시 한번 총성이 울렸다. 역시 명국의 위협사격이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방을 위협할 줄 아는 현명한 놈이었다. 

“ 다들 잘 들어라! 쫓아올 생각 하지 마라! 만약 쫓아오는거 내 눈에 띄는 즉시 이 여자는 끝이다! 알겠지? “

“ 아… 알겠다! “ 

힘없이 대답한 강두는 영숙을 보았다. 불과 10여미터 앞에서 영숙이 죽음의 문턱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영숙도 강두를 마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하였다. 

영숙은 강두에게 가슴두근거림이었다. 

3개월전… 최미정이 발견된, 뜨거운 여름 아침햇살이 내리쬐던 그날 아침,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강두는 그때의 영숙을 떠올렸다.

영숙은 첫만남부터 강두를 끌어당겼다. 지적인 얼굴과는 상반된 제복속에 감춰진 육감적인 몸이 강두의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함께 할수록 그녀는 점점 더 강두의 마음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의롭고 의협심 가득한 열정은 매너리즘에 빠진 강두를 자극하였고, 지적인 두뇌와 현명한 판단은 강두로 하여금 경외심마저 들게 하였다. 그렇게 영숙은 강두의 가슴 두근거림이 되었다. 

영숙이 강두에게 가슴두근거림이라면 강두는 영숙에게 골칫거리였다. 처음의 모습은 완전비호감이었다. 상스런 말투와 거친 행동… 그리고 전신을 훑어내는 듯한 끈적한 눈빛… 그 눈빛이 특히 싫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강두가 내뿜는 진한 숫컷의 냄새에 점점 빠져들었다. 

강두의 상스런 말투와 행동은 영숙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그 끈적한 눈빛은 영숙의 내재된 성적욕망을 자극하였다. 바른생활주의자 영숙에게 그것은 골칫거리였다. 33년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삶의 가치관이 평소 같으면 경멸해 마지 않는 거지발싸개 같은 놈 때문에 흔들린다는 사실에 골치가 아파왔다. 

“ 들어가서 운전대 잡아~! “ 

명국의 한마디에 두사람의 어지러운 상념은 흩어졌다. 

영숙이 운전석에 앉자 명국은 뒷자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시선은 전방에 둔 채 총구는 한시도 영숙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시로 내려간다. 다시 한번 경고하지만 허튼 짓 하면 죽는다. 백미러 내려~! “ 

명국은 운전석 바로 뒤좌석에서 총구를 영숙의 뒷통수에 들이밀고는 말했다. 철두철미하면서도 냉철한 행동에 다시 한번 영숙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 다시 한번 경고한다! 따라오면 이 여자는 죽는다!!! “ 

명국의 외침과 함께 둘을 태운 차가 강두와 경찰들의 시야에서 멀어져 같다. 멀어지는 차를 우두커니 지켜보는 강두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개씨팔~! 우아악~! “ 

강두는 고래고래 악을 썼다. 명국을 눈앞에서 두번이나 놓쳤다. 더구나 이번에는 영숙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 그런 자신이 너무 싫었고 또 분했다. 

“ 저 차 당장 수배 내려요! “ 

명국과 영숙을 태운 차는 인천을 벗어나자 곧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이제 몇시간 뒤면 목적지인 ○○시에 도착할 것이다. 이제 날은 완전히 밝아와 눈부신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 으… 윽~ “ 

명국이 억눌린 신음을 낮게 토해냈다. 왼쪽 어깨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전쟁 같은 지난 밤의 일이 떠올랐다. 조금만 더 일찍 서둘렀어도…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어떻게 하든 반전시켜야 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덕수가 감춰둔 영상파일 사본을 입수하면 된다. 

“ 많이 아픈가 봐요? 좀 쉬었다 갈까요? “ 

영숙이 말했다. 

“ 계속 가~! “ 

명국이 짧게 말했다. 

“ 아.. 알았어요. 시키는 대로 할께요. 음… 일을 너무 크게 벌렸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경찰을 납치해서 어떻게 할려고 해요? 분명히 추적할꺼예요. 날 죽이고 탈출한다 해도 이제 명국씨는 평생을 쫓기면서 살아가야 해요. 무슨 사연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깨끗이 자수하고 속 편히 살아가는게 낮지 않을까요? “ 

“ 키킥~! 어이~! 이쁜이… 고양이 쥐 생각하는거야? 그런 보지 뒤집어지는 소릴랑은 아까 애틋하게 바라보던 짜발이 새끼한테나 하고… 빨리 가기나 해~ “ 

운전대를 잡은 영숙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은 영숙이 명국을 설득해보려 하였으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다. 명국의 모욕적인 대답에 오히려 자신이 흔들렸다. 가까스로 화를 참은 영숙은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했다. 

“ 김성길을 왜 죽였어요? “

“ … 누구? “

“ 김성길… 호연리 저수지 낚시가게 주인… 김성길… 당신이 칼로 찔러 죽였잖아… “

“ 키킥~ 왜 내가 죽였다고 생각해? 내가 죽이는지 당신이 봤어? “

“ 그날 밤 당신이 마주친 형사가 나랑 아까 이강두 형사야… “

“ 킥~ 그래서? “

“ 난 지금보니 당신 얼굴 똑똑히 기억하겠어… 이형사랑은 몸싸움도 벌였잖아… 이제 기억나? “

“ 그래? 뭐 그렇다 치고… 그래… 내가 죽였다면? “

“ 내가 묻잖아. 왜 죽였냐고? 그 착하디 착한 사람을… 그것도 잔인하게… “ 

“ 키킥~ 죽을 짓을 했으니까… 죽였겠지… “ 

“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죽여놓고 당신은 무사할 거 같아? 웃음이 나와? 당신이 사람이야? 김성길이란 남자 레이크모텔 종업원 연변댁 남편이야. 어린 두 아들의 아버지고… 비록 능력은 없었지만 착하디 착한 사람이야. 죽을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인데 당신 같은 개망나니 악마가 죽였어. 왜 그랬지? “

“ 크큭~ 어이 이뿌니~ 지금 나랑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

조용하게 말하는 영숙의 한마디 한마디에 명국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총구를 영숙의 관자놀이에 바짝 들이댔다. 

“ 응~! 한번 해보지 뭐… 넌 어차피 날 죽일꺼잖아.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데 궁금한 거 물어나 볼려구… 대답해봐. 김성길 왜 죽였냐고? “

“ 어쭈~ 쎄게 나오는데? 좋아~ 대답해 줄 테니 가만히 있어~ “ 

명국은 총구를 영숙의 관자놀이에서 목을 거쳐 밑으로 서서히 젖가슴을 향해 쓰다듬듯 내려갔다. 

“ 헉~! 뭐.. 뭐 하는 거야? “ 

“ 가만히 있으랬잖아… 운전이나 잘해… 차 박겠다. 공짜로 대답해 줄 수 없잖아. 안그래? 이뿐이~ “

“ 이… 이 나쁜 놈… “ 

“ 오우~ 씨발~ 유방 탄력 죽인다. 캬~ 경찰에도 이런 물건이 있었네. ○○시 도착하면 따먹어 줄께… “ 

명국의 총구는 영숙의 오른쪽 가슴위를 꾹꾹 누르듯 여기저기 배회하더니 총구멍을 영숙의 젖꼭지에 끼워서는 빙글빙글 돌렸다. 비록 옷 위이기는 하지만 금속의 섬뜩함이 민감한 젖꼭지 너무나 선명하게 자극하였다. 핸들을 잡은 영숙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 으… 으윽~! “

“ 이 씨발년~ 쎈 척하더니… 키킥~! “ 

한동안 영숙의 유방을 짓이기던 명국의 총구는 배를 거쳐 아랫배 사타구니를 파고 들었다. 

“ 헉~! 그… 그만 두지 못해?! “ 

영숙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국은 총구를 영숙의 사타구니에 마구 비벼댔다. 그 공포감에 영숙은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시속 120키로의 속도로 앞으로 짖쳐드는 도로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본능적으로 핸들을 꽉 잡고만 있을 뿐이었다. 

명국이 혀를 길게 내밀어 영숙의 귓구멍에 밀어넣었다. 

“ 이익~ 제발… 그… 그만해! “ 

영숙은 소름끼치는 그 감각에 몸서리를 치며 애원했다. 

“ 대답해줄께… 김성길이 왜 죽었는지… 키킥~ “ 

“ 으으윽…! “ 

“ 왜 죽었냐면… 바로… 오지랖이 넓어서야. 그래서 죽었어. 좆도 모르고 달려들어서 뒈졌어. 그러니까 너도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안그러면 이 탐스런 보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릴테니까~ 키킥~ 알겠지? 이뿐이~ “ 

“ 오… 오지랖이 넓다니? “

“ 키킥~! 그 대답까지 들으면 당신은 정말 죽어~ 지금부터는 한마디도 하지말고 시키는대로 운전만 하셔~ “

“ ……. “

명국은 총구를 영숙의 사타구니에서 떼고는 뒷자리에 돌아갔다. 영숙의 손떨림이 천천히 잦아들고 있었다. 

영숙과 명국은 서로간에 목숨줄을 쥐고 있었다. 영숙은 핸들로 명국은 총으로…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사람은 절대 죽을려고 하지 않는다. 영숙도 명국도 삶에 대한 미련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살기 위한 몸 부림치는 두 사람의 죽음의 질주는 말없이 이어졌다. 

침묵속의 길고 긴 죽음의 질주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다. 

10여분만 더 가면 목적한 ○○시 톨게이트다. 

“ 저기 갓길에 차 세워! “

명국은 갓길에서 영숙의 핸드폰과 지갑을 빼앗았다. 

“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좀 바쁜 일이 있어서 말이야. 평소 같았으면 너 같은 이뿐이는 벌써 죽은 목숨이 됐을꺼야. 아~ 물론 그전에 보지 따이는 것은 기본이고… 그러니까 오늘 좆나게 운좋은 줄 알라구. 그리고… 내 한가지 더 경고하는데 내 얼굴 두번 볼 생각하지마. 두번째는 정말 죽여버릴테니까… 따라오거나 하는 어리석은 짓을 안하겠지? 니 좋아하는 남자형사한테도 똑똑히 전해줘. 계속 귀찮게 하면 죽여버린다고… 이뿐이 알았지? “

명국은 차 키를 뽑으며 영숙에게 말했다. 그리곤 갓길 펜스를 훌쩍 뛰어 넘어갔다. 

풀숲으로 사라지는 명국을 향해 영숙이 소리쳤다. 

“ 너 엄마 있어? 니가 죽인 김성길의 와이프… 연변댁은 애들 데리고 힘들게 살아가는 불쌍한 엄마야… 니 엄마를 생각해봐~ “ 

명국이 멈칫했다. 

“ …… 좆까는 소리 집어치워! “

명국은 서늘한 눈빛으로 영숙을 한번 노려보고는 풀숲으로 사라졌다. 

풀들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다. 

영숙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북부서 강력1팀은 침울했다. 강두와 영숙의 활약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려는 순간 영숙이 납치되는 대형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 다 뭐하는 짓거리야? 이러고도 무슨 강력계야? 응? 김팀장! 당신이 멍청하니까 밑에 애들도 총이나 뺏기는 멍청한 짓거리를 하잖아! 기자 새끼들 알았어봐? 무슨 망신이야! 응? “

강력1팀은 모두 부동자세로 서장실에서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강두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자기의 잘못인데 사람 좋은 김팀장이 욕 먹는 것에 부아가 치밀었다. 

“ 서장님… 잘못은 제가 했는데 왜 팀장님을 뭐라 하십니까? “

“ 뭐야? 이강두~ 너 지금 반항하는 거야? 응? “ 

“ 아니… 그렇잖아요. 뭐라 할려면 저한테 하세요. 징계를 내리든지… 전출을 보내든지… “ 

“ 뭐야? 이새끼 말 다했어? “

팀장이 급히 나섰다. 

“ 이강두! 그만해! 서장님… 죄송합니다 “

영숙도 나섰다. 

“ 이형사님 제발 진정하세요~ “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서장은 마지막 엄포를 놓았다. 

“ 한달 주겠어. 그 안에 해결 못하면 강력1팀은 이 사건에서 손떼고, 김팀장하고 이강두는 전출 각오해! 알았어? “

“ 좆도 씨발~! 알았수다. 하면 될 꺼 아뇨? “ 

“ 뭐야~ 저… 저… “ 

휙하니 뒤돌아서서 나가는 강두를 향해 서장은 재떨이라도 날릴 기세였다. 

휴게소에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는 강두의 뒤로 영숙이 다가왔다. 

“ 제발 성질 좀 죽여요. 왜 그래요? “

“ 내가 뭘… 좆도 니기미… 지가 서장이면 서장이지. 더러워서… 캭 퇘!! “ 

“ 그렇게 성질부려봤자 이형사님만 손해에요 “ 

“ 아니… 씨발 그렇잖소? 죽다 살아난 김형사 위로는 못해줄 망정… 안그래요? “ 

강두는 쪽팔리고 속상했다. 몇시간 전의 자신의 모습을 수없이 책망했다. 

강두는 운전을 배우고 난 이후로 가장 빠른 속도로 차를 운전하였다. 속속 들어오는 인천 권경사의 추적정보를 들으며 명국의 차를 뒤쫓았다. 하지만 갓길에 세워져 있는 명국의 차를 발견했을 때 이미 명국은 도망간 뒤였고, 영숙은 갓길에 주저앉아 있었다. 

무사한 영숙의 모습을 보며 강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믿지 않았던 신의 존재를 믿었고, 또한 감사하게 생각하였다. .정말로 좋았다. 

강두를 보자마자 영숙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숨막힐 듯한 긴장감과 공포에서 비로소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명국에게 당한 치욕등이 아마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

강두는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강두는 그런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래서 서장에게 괜한 반항을 했는지도 몰랐다. 

“ 그나저나 정건욱은요? “ 

영숙의 눈을 제대로 쳐다 보지도 못하고 강두가 겸연쩍게 물었다. 

“ 제1조사실에서 최진수 형사가 조사하고 있는데… 아마도 변호사 오면 곧바로 나갈꺼 같아요. 잡아둘 구실이 없잖아요. “ 

“ 그 꼴통이? “

제1조사실은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 정건욱! 사실대로 말해! 이명국과는 어떤 관계야? 응? “

꼴통진수는 꼬리 불붙은 맷돼지 마냥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건욱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깔고는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퍽~!

“ 아… 새끼~! 좀 조용히 해라! “ 

조사실로 들어서 강두가 서류철로 진수의 뒷통수를 갈기며 말했다. 영숙도 뒤따라 들어왔다. 

“ 아… 씨… 형님! 이건 너무… “

“ 뭐? 뭐? “

“ 아.. 아녜요… 형님… 그나저나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저녁에 소주한잔 뚁? 콜~? “

“ 지랄… 됐거든… 니나 쳐드셔~ 나가봐. 내가 좀 보자! “ 

“ 형님~! ‘꽐라꽐라’ 주점 예약해 놓을께요 “ 

“ 아.. 새끼… 빨랑 나가라~! “ 

건욱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둘의 짓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두가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건욱에게 담배를 권했다. 

“ 안 피워요 ”

“ 이야~! 건강땜에? 하여튼 특이한 양아치야… 건욱씨는… 키킥~! “ 

건욱이 눈꼬리가 올라갔다. 

“ 빨리 풀어주쇼. 아무 죄도 없는 사람 이렇게 붙잡아 놔도 되는거요? “ 

“ 알았어. 곧 풀어줄께. 안그래도 변호사 온다며? 그럼 나가겠지. 아무 죄도 없는데… “

“ 그나저나 안됐수. 표정을 보니 영 일이 안풀리는 모양이네요. 이강두 형사님… “ 

“ 당신이나 나나 안된건 피차 마찬가지 아냐? “ 

“ 내가 뭘… 죄 지은것도 없고.. 어.. 물론 야밤에 속도위반 좀 했지만… 벌금내면 되지 뭐… “ 

“ 정건욱! 이 병신아… 김종팔이가 너 가만 둘꺼 같냐? 내가 볼 땐 넌 끝났어~ “ 

“ 뭐가 말이요? “ 

“ 넌…. 김종팔이한테 찍혔어. 이미 쓸모가 없다는 거지…아니.. 아니야. 넌 이제 골치덩이가 된거야 “ 

“ 하하하 당췌 뭔 말인지… “ 

“ 야이 씨발…뭔 말인지 못알아들어? 김종팔이한테는 넌 이제 폭탄 같은 놈이란 말이야. 폭탄이니깐 어떻게 해야돼? 터지기 전에 해체해야겠지? “ 

뒤에서 듣고 있던 영숙이 나섰다. 

“ 정건욱씨! 당신은 김종팔한테 죽을 수 도 있어요! 이명국은 호연리 사건의 주범이라는 것이 우리의 확신이에요. 낚시터 김성길을 살해했다고 내가 직접 이명국에게 듣기도 했고… 그런 이명국과 당신은 보통 사이가 아니에요. 맞죠?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고… 형님 동생하는 사이고… 인천에서의 그 소동들 하며… 우리는 당신과 이명국… 둘만이 호연리 사건에 개입했을거라고 보진 않아요. 아직 더 조사해봐야 하겠지만, 어떤 연유에서건 김종팔이 개입했을거라고 확신해요. 오늘은 당신 바로 풀어주지만 우리는 계속 당신들 조사할꺼에요. 김종팔도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겠죠? 그런 상황에서 김종팔이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까요? “ 

“ 소설을 쓰세요… 소설을 써… “ 

강두가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말했다.

“ 소설이라도 해도 상관없어. 우린 그쪽으로 집요하게 파고 들테니깐… 우리한테 협조할 생각없어? 소설의 공동작가가 한번 돼 보는건 어때? “ 

“ 이강두 형사님 욕 잘하시는데… 저도 욕 한마디 해도 될까요? “ 

“ 그래 해봐… “ 

“ 좆까는 소릴랑은 꽐라꽐라 주점에서 소주나 쳐드시면서 하세요~ “ 

“ 훗~! 알았어… 좆 까는 소린지… 보지 까는 소린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

“ 그래…두고 봅시다~ 들”

변호사가 왔다는 소리에 건욱은 일어섰다. 강두가 비꼬듯 다시 한번 말했다. 

“ 어이~ 양아치 이사님! 다음에 또 봤음 무우척 좋겠는데… 볼 수 있을래나? 아무튼 몸조심하셔~ 키킥~ “ 

건욱이 잠깐 강두를 노려보더니 뒤돌아섰다. 영숙이 따라붙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 저기 이거 제 명함인데…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연락줘요. 플리바기닝(범죄사가 수사에 협조하여 기소를 면제받거나 형을 감면 받는 제도) 이라고 아시죠? “

영숙은 명함을 건욱의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었다. 

경찰서를 나서자 마자 건욱은 곧장 차를 몰고 대왕건설로 향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4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지난 밤 새벽부터 음식이라곤 물 몇잔 마신 것이 전부였지만 배는 전혀 고프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땀이 자꾸만 배어져 나왔다. 사거리 신호에 걸린 건욱은 운전대를 잡은 손을 바지에 몇번 쓱쓱 문질러 닦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회장님 접니다 “

“ 그래… 고생했제 “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김종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죄송합니다.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

“ 아이다 마… 그랄수도 있제… 우예 여 들어올끼가? “

“ 예… 들어가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 피곤할낀데… 오늘은 집에 고마 들어가 쉬고… 낼 나와서 얘기하거라 “ 

“ 아… 아닙니다. 들어가겠습니다 “ 

“ ……. 그랄래? 그라만 그라던지… 쫌있다 보제이… “ 

‘ 그래…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하자!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거 회장님도 잘 알고 있을꺼야 ‘

최근의 몇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누가 뭐래도 정건욱은 김종팔의 오른팔이었다. 

전화를 끓자마자 사거리 좌회전 신호가 켜졌다. 

직진하면 대왕건설방향… 좌회전이면 건욱의 오피스텔 방향이다. 

건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좌회전 신호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건욱은 핸들을 좌로 꺽었다. 

순간….

쾅~!

엄청난 굉음이 사거리를 울렸다. 

반대쪽 차선에서 달려오던 덤프트럭 한대가 좌회전에 들어선 건욱의 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건욱의 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튕겨져 나갔다. 

번잡스런 사거리가 일순 정적속에 빠져 드는가 싶더니 곧이어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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