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리 연쇄 살인사건 (6부)
6부 새벽을 깨우는 소리들
“ 덕수씨 어디매 있소? 어쨌소? “
“ …. “
“ 인철이 아버지… 제대로 말하기요! 응? “
“ …. “
“ 여보시요! 여… “
전화가 끓겼는지 연변댁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더니 집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 오케이… 확실히 뭔가 있어… 낼 아침에 송덕수, 김성길, 연변댁 세사람 통화내역 조사 좀 해봅시다 “
“ 음… 그거 영장 필요한 거 아닌가요? 세사람 아직 정확한 혐의점이 없잖아요? “
“ 아따~ 그건 교과서고… 절차 밟아서 언제 수사하고 언제 붙잡습니까? 나중에 확실한 혐의 들어나면 정식영장 받아서 보완하면 돼요. 내 통신사에 아는 놈이 있어서.. 그런거 없어도 알 수 있어요 “
“ 그러다가 큰일나거든요. 확실한 혐의를 잡아서 정식으로 해야 하거든요! “
“ 아니거든요. 먼저 할꺼거든요. “
“ 흥~! 알아서 하세요! 전 책임 못져요. 저는 빠질께요 “
“ 그래요. 빠지소.. 내 매력에… 캬캬캬~! “
“ 예? 뭐래니… 참 나… 완전 어이상실이다 “
영숙은 어이가 없었다. 의미없는 강두의 말장난에 자신도 모르게 자꾸 휘말리는 자신이 더 기가 막혔다.
영숙은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영숙은 꿈이 큰 여자였다. 이런 패배자 같은 사람과 농담따먹기나 할 처지가 아니었다.
“ 그나저나… 그러다가 정말 밑창 빠지겠수… 빨리 싸고 오소~ “
“ 여보세요!! 이강두 형사님!! 진짜 왜 그러세요? “
영숙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 아이구.. 애 떨어질라... 소리는… 이왕 오늘 밤 잠복 시작한거… 김성길 낚시가게도 가봅시다. 통화하는 거 들어보니 오늘 집에 안들어올꺼 같은데… 지금 이시간 어디 화장실 갈데도 없어요 “
“ … “
“ 아.. 그참 고집세기는… 알아서 하소! “
“ 아..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
“ 알았수다. 꼼짝 않고 여기 있습죠! 그 뭐 볼꺼 있다고.. 킥~! “
영숙은 강두를 한번 매몰차게 쏘아보더니 차에서 내려 폐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차에 있을거란 말과는 달리 강두는 차에서 내려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영숙이 그 탱탱한 엉덩이를 훌러덩 까고 오줌을 누는 상상을 하니 물건에 곧바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강두는 담배를 깊숙히 한모금 빨고는 킥킥거리며 한손으로 물건을 지그시 한번 눌렀다. 뻐근함이 전해져 오는 것이 음란한 욕정이 온몸으로 퍼졌다.
‘ 다른 여자 같으면 자빠뜨려도 벌써 수십번이었을텐데… 쩝… ‘
강두는 입맛을 다시며 영숙이 사라진 어둠속을 바라보았다.
영숙은 폐가 뒷마당으로 갔다. 수풀이 우거진 뒷뜰은 영숙의 한 몸을 감추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강두가 있어서 그렇지 혼자였다면 벌써 볼일을 봤을 정도의 요의였다. 강두의 재촉에 못이기는 척하면서 나왔지만 소변을 더 이상 참는다면 뭔 사단이 나도 날 것이었다.
주위를 잠시 둘어본 영숙은 바지의 후크와 자크를 풀고는 팬티와 같이 한꺼번에 내렸다. 바지가 엉덩이의 볼륨에 걸려 잘 내려가지 않았다. 엉덩이를 약간 흔들며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는 조심스레 앉았다.
영숙의 하얗고 탐스런 엉덩이가 캄캄한 어둠속에서 홀로 빛나고 있었다.
주저앉은 엉덩이 맨살에 제법 뾰족한 풀끝이 찔러왔다.
하지만 까끌거리는 느낌을 신경써야 할때가 아니었다.
영숙은 오줌 눌 준비를 다 했음에도 얼른 일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뒤를 살폈다. 혹시라도 강두가 훔쳐보고 있을 지 모를 일이었다.
‘ 보기만 해봐라. 당장 고발해 버릴거야 ‘
다행히 강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강두의 시선은 됐고… 그런데 이번에는 소리가 신경 쓰였다.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였다. 풀벌레 소리들만 약간 들렸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아까 이형사 소변소리가 크게 들리던데… 좀 떨어져 있지만… 그 인간 분명히 내 오줌소리 들을려고 할꺼야. 아… 정말 미치겠다. 그래… 최대한 소리를 덜내면서 조금씩…조금씩… ‘
영숙은 최대한 성기에 힘을 주고는 요도를 조금 열었다.
“ 쪼르륵~! “
“ 아… 윽! “
이런… 그게 어디 뜻대로 되는가? 참고 참았던 소변이었기에 처음에는 조절이 되는가 싶더니 한번 열린 요도는 흡사 댐이 무너지듯 결국엔 엄청난 기세로 터지고 말았다.
“ 쏴아아~ 촤아아~ ! “
소변은 엄청나게 흘러나왔다. 그 기세만큼 소리 또한 엄청났다. 주변이 조용해서인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찌르륵 대던 풀벌레들이 영숙의 오줌누는 소리에 놀라 일시에 멈춰버린 듯 적막한 시골마을 한구석을 영숙의 세찬 오줌소리만이 가득 채웠다.
‘ 아… 아… 창피해… 어떡해… 아 조절이 안돼… ‘
영숙은 너무 부끄러워 울고 싶었다. 그래도 오줌은 계속 나왔다.
‘ 저 변태도 분명 들었을거야… 아… 어떡해… ‘
한편 앞마당에서 담배를 피던 강두는 깜짝 놀랐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리는 영숙의 오줌소리가 너무나 의외였다. 도도하기 이를 데 없는 영숙이 술집작부처럼 아무데서나 엉덩이를 까고 아무렇지도 않게 소리내어 오줌을 갈기다니…
‘ 킥킥~! 그렇게 도도하게 굴더니… 역시 니도 여자였어… 아우… 씨… 먹고 싶어라~ 쩝! ‘
‘ 몰래 가서 한번 볼까? 아… 아냐… 그렇게 해선 안되지… 암… ‘
평소의 강두라면 여자 오줌누는 모습을 놓칠리가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꼬릿한 장면인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강두로서 말이다. 하지만 영숙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영숙만 보면 껄덕대는 물건을 진정시키느라 힘든 강두였지만, 영숙만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몰래… 값싸게… 장난스럽게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았다.
‘ 얼마나 멋진 엉덩이인데… 또 어떤 여자인데… ‘
아끼는 물건일수록 더욱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함부로 다루면 안된다.
맛난 음식일수록 더욱 아껴 먹어야 한다. 준비를 하고 제대로 먹어야 한다.
‘ 내 언젠가는… 꼭 먹고 말꺼야!!! ‘
“휴~ “ 마지막 담배모금을 빨고는 허공으로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흩어진 담배연기가 허공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 좆두강두야! 꿈깨라! ‘
“ 이런 니미럴… 좆도… “
오줌을 한강처럼 뿜어낸 영숙은 휴~ 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조금전 버린 여자의 자존심과 맞바꾸어도 아깝지 않을 배설의 쾌감이었다.
조심스레 일어나면서 팬티와 바지를 동시에 올려 입었다.
“ 어머! 어떡해~ 아.. 정말 “
신발에 오줌이 튀었다. 풀에 대충 문질러 닦고는 서둘러 차로 돌아왔다. 강두는 운전석에 있었다.
강두가 영숙을 보며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 이제 좀 시원해요? 킥! 그러게 진작 내말 좀 듣지… “
“ 쓸데없는 소리말고.. 출발이나 해요! “
“ 캬캬캬~! “
영숙은 강두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강두와 영숙은 성길의 낚시가게가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하고는 다시 어둠속으로 잠겨들었다.
성길의 낚시가게는 불이 켜져 있었다. 차안의 시계가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성길의 낚시가게로 오기전 슈퍼에 들러 산 우유와 빵을 강두가 주섬주섬 꺼내놓았다.
“ 뭔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니깐 일단 이거라도 좀 먹읍시다 “
강두가 영숙에게 빵을 건넸다.
“ 우유는 안줘요? “
“ 성질 급하기는… 잠깐 기다려봐요 “
강두가 우유의 뚜껑을 열고 빨대를 꽂아서는 다시 뚜껑을 닫고 영숙에게 주었다.
“ 이렇게 안하고 먹다가… 감시하는 놈이 나타나서 후다닥 나가면 우유 쏟기 십상이야.. 옷 죄다 버려요! “
‘ 어머~! 생긴거랑 어울리지 않게 이런 면이.. 웃겨.. 호호~!‘
영숙이 피식 웃었다.
“ 왜 웃어요? 진짜라니깐… 우유… 옷이나 차에 쏟으면 냄새 장난 아니거든… 켁켁! 아우씨… 목막혀! “
저녁 같지도 않은 저녁을 먹으면서 영숙은 새삼 경찰생활의 고달픔을 느꼈다. 자신은 지금까지 경찰이 된 후 비교적 한직에 있어 이런 고달픔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었다. 컥컥거리며 빵을 삼키면서도 성길의 낚시가게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강두의 옆모습을 영숙이 말없이 바라보았다.
교대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새벽에 깨우기로 하고 강두가 먼저 잠들었다.
낮게 코를 골며 잠든 강두의 모습은 낮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훤칠한 키에 보기좋게 다듬어진 몸매는 검은 얼굴과 잘 어울리며 제법 ‘그림’이 나오는 강두임을 영숙은 얼마전에 알았다. 그러나 자동차 좌석에 몸을 구겨넣고는 새우잠을 자는 지금 강두의 모습은 ‘그림’과는 먼, 생활에 쪼들린 남자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낮의 ‘그림’과는 다른 파문을 영숙의 가슴에 일으켰다.
‘ 딸이 한명 있다고 했었나? ‘
비온 뒤 밤낚시는 입질이 좋다. 여느 때 같았으면 제법 손님이 있었을 터인데, 살인사건이 터지고 부터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끓겼다. 레이크 모텔만 잠정휴업상태가 아니라, 저수지 일대 가게는 전부 그랬다. 성길의 낚시가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10부터 근 두시간 가까이 겨우 두세명의 간 큰 손님만 왔다 갔다.
11시경부터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12:45분을 넘어가자 가시거리가 채 5미터도 안나올 정도로 짙어졌다. 1시에 교대하기로 한 영숙은 졸린 눈을 억지로 비비며 으스럼히 보이는 성길의 가게를 주시하였다. 주변에 가게는 불을 꺼진지 오래고, 성길의 낚시가게 간판만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시야가 거의 나오질 않았다.
그때 성길의 가게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영숙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지금까지의 낚시꾼과는 느낌이 달랐다. 비록 두세명이었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낚시손님은 낚시대 가방을 둘러매고 곧장 가게로 들어갔다가 얼마 안있어 나왔다. 그런데 이 검은 그림자는 가방 같은 것은 없었고, 모자를 깊이 눌러썼으며 가게로 들어가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영숙은 곧바로 강두를 깨웠다.
“ 일어나봐요.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
강두는 마치 그전에 깨어 있었던 사람처럼 곧바로 벌떡 일어났다.
“ 어디? “
검은 그림자는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성길의 낚시가게로 들어갔다.
“ 음.. 잠깐만 기다려 봅시다 “
강두는 허리춤에 찬 권총과 수갑을 점검하였다. 영숙은 가슴이 떨려왔다. 평온했던 경찰생활에서 얼떨결에 형사가 된 후 살떨리는 임무를 이제 막 앞두고 있었다.
“ 괜찮아요. 침착하게…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먼저 나설 테니 항상 내 뒤에 있어요 “
강두 역시 긴장됐는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눈빛을 보이며 낮게 말했다.
검은 그림자가 가게로 들어간 후 5분간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더니 갑자기 가게안 전등이 꺼졌다. 이어 콰당탕하는 소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몸싸움을 연상케 하는 소리였다.
가게를 15미터 정도 앞두고 어둠속에 잠겨있던 차안에서 강두는 곧장 튀어나와 가게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영숙이 뒤따랐다.
“ 경찰이다! 문열어 “
강두는 입구에서 총을 겨누고는 소리쳤다. 소음이 일순간 멎었다.
“ 열지 않으면 강제로 들어가겠다 “ 강두가 다시 소리쳤다. 기척이 없었다.
1초.. 2초.. 3초… 잠시 여유를 둔 강두가 발을 들어 가게문을 찰려는 순간…!
“ 쾅! “
가게 미닫이 문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다. 문 바로 앞에서 발을 들고 있던 강두는 예상치 못한 기습에 문에 깔리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검은 그림자는 넘어진 문을 밟고 밖으로 튀어나옴과 동시에 강두 뒤에서 자세를 잡고 있던 영숙에게 주먹을 날렸다.
“ 아악! “
영숙은 본능적으로 자세를 웅크리며 간신히 주먹을 피했다. 타격점을 맞추지 못한 그림자는 순간 비틀거리더니 곧 자세를 잡고는 마을 안쪽으로 달아났다. 강두는 얼떨결에 당한 기습에 당황하였으나 곧 일어나 그림자를 추격했다.
안개가 자욱히 내려앉은 캄캄한 호연리의 적막한 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발자국 소리가 울려퍼졌다.
“ 타타닥 탁!탁!… “
“ 타타닥 탁!탁!… “
검은 그림자와 불과 10여미터 간격을 두고 쫓아가는 강두는 금새 숨이 차올랐다. 몸으로 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자부하는 강두인데, 그만큼 검은 그림자는 빨랐다. 골목과 가게를 요리조리 돌아서 도망가는 검은 그림자는 거침이 없었다. 안개가 끼어있고, 비록 모텔의 네온싸인이 있었지만, 거의 앞이 보이지 않는 새벽의 어둠인데도 마치 대낮처럼 거침없이 달렸다.
‘ 분명 이 동네를 잘 아는 놈이다! 개새끼… 내가 꼭 잡고 만다 ‘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 강두는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그림자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불과 5미터… 그림자가 모텔촌으로 접어들더니 모텔과 모텔사이 좁은 골목길로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강두 역시 급하게 방향을 틀어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다.
“ 어! “
골목길에 접어든 강두는 당황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폭이 불과 1.5미터도 되지 않을, 모텔과 모텔 사이의 좁은 골목길은 약 30여미터 이어져 있었는데, 눈앞에서 갑자기 범인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 아.. 씨… 땅으로 꺼졌나? 하늘로 솟았… 앗!! ‘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머리위에서 덥쳐왔다. 그림자의 오른손에는 번떡이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강두는 본능적으로 낙법을 사용해 몸을 앞으로 굴렸다. 찰나의 틈으로 칼을 피한 강두는 곧바로 자세를 잡고는 검은 그림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은 그림자는 재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칼을 왼손으로 옮겨 쥐고는 재차 찔러왔다. 칼은 달려드는 강두의 목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었다. 강두는
몸을 살짝 틀어 칼을 피함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놈의 왼손목을 쳐 칼을 떨어뜨렸다. 강두의 왼주먹이 놈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놈의 얼굴은 불빛을 등지고 있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 눈빛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두는 놈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역시 놈은 침착하게 강두의 주먹을 피하고는 왼쪽 무플을 달려드는 강두의 턱을 향해 날렸다. 강두는 오른손으로 날아오는 놈의 무릎을 막음과 동시에 왼쪽어깨로 놈의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 컥! “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놈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터지면서 몸이 벌러덩 뒤로 나뒹굴었다. 강두는 곧바로 놈을 날려 놈을 덥쳐갔다. 순간 놈은 발을 들어 덥쳐오는 강두의 가슴을 받쳐서는을 머리뒤로 넘겼다.
“ 쿵! “
강두의 몸은 달려오는 속도와 놈의 발이 지렛대로 작용하여 허공을 날아 도로 위에 거세게 떨어졌다. 등에 둔중한 통증이 밀려왔다.
“ 억!.. 이 씨발 새끼! “ 강두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놈을 향해 자세를 잡고는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놈은 떨어진 칼을 집어들고는 역시 강두를 향해 달려들려고 하다가 강두가 권총을 꺼내자 들고있던 칼을 그대로 던졌다. 칼은 공기를 가르며 정확하게 강두의 얼굴을 향해 날라왔다.
“ 엇! “ 강두는 몸을 틀어 칼을 피한 후, 권총 발사 정자세를 취했으나, 놈은 등을 보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쏜다! “ “ 탕! “ 강두는 허공으로 공포탄 한발을 쏘았다.
하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강두는 놈을 향해 실탄사격을 정조준 하였으나, 놈은 이미 시야를 벗어나고 있었다.
“ 에이.. 씨발!!.. “
재차 추격할려던 강두는 등에 느껴지는 충격으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강두는 놈이 던진 칼을 주워들었다. 칼은 흔치 않은 군용단도였다. 칼날은 날카롭게 서 있었으며, 피가 묻어 있었다.
한편 영숙은 검은 그림자의 주먹을 피한 후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강두가 놈을 추격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다가는 정신을 차리고는 성길의 낚시가게로 들어갔다.
“ 김성길씨!! 김성길씨!! “
“ 커으으~ “
영숙의 부름에 대답하듯 기괴한 신음소리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영숙은 입구의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찾았다.
가게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며, 시야가 갑자기 밝아졌다.
난장판이었다. 진열대 하나는 완전히 넘어져 있었고, 낚시용품은 여기저기 마구 흩어져 있었다.
넘어진 진열대 밑에 사람이 깔려 있었다.
“ 끄응! “ 영숙은 급히 진열대를 일으켜 세웠다. 성길이었다. 성길은 왼손으로 오른쪽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잡고있는 손가락 틈으로 피가 솓구치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성길의 눈은 이미 뒤집어져 흰자위를 들어내고 있었고, 온몸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 커으으~ 컥! 컥! “
피가 기도를 막는지 계속 컥컥 거리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 김성길씨! 정신차리세요! 김성길씨! “ 당황한 영숙은 어쩔줄을 몰라 김성길의 이름을 부르며 상체를 안아 일으켜 세울려고 하였다.
잠시 이어지던 컥컥대는 신음과 발버둥은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는 성길의 몸이 축 늘어졌다.
목의 피도 점차 멈추어갔다.
성길의 피로 온통 피투성이가 된 영숙은 한동안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 꺄아악!! “
뒤늦게 비명을 질렀다.
비명은 놀란 가슴을 어느 정도 진정시켜 주었다.
진정된 영숙은 119에 응급전화를 하고 북부서 당직실에 전화를 걸었다. 강두에게도 전화를 하였으나 받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마도 놈은 성길을 죽이기 위해서 작정하고 온 듯 했다. 그 짧은 시간에 성길의 목을 일격에 찌르고 도망갔으니 말이다. 그런놈을 방금전에 마주했다니… 영숙은 소름이 끼쳤다.
겁도 없이 이 일에 뛰어든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하며 성길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왼손은 여전히 목을 감싸쥐고 있었고, 오른손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남루한 옷차림…
비적마른 몸…
생활력이라곤 전혀 없는 무능한 남자…
불쌍한 연변댁에게 집안을 맡기는 무책임한 가장…
그럼으로써 자신은 물론 어느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한 존재…
이제 겨우 40세…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삶을 살아온 목숨 하나가 이제 방금 덧없이 끓어졌다.
영숙은 갑자기 서글퍼졌다. 죽은 성길이 한없이 불쌍해 보였다.
‘이 남자는 왜 여기에서 이렇게 죽었을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