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리 연쇄 살인사건 -
“ 인생은 고뇌이며, 이 세계는 가능한 것 중의 최악의 것이다 “
염세관, 최악관으로 유명한 독일의 허무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위와 같이 말하며, 그 불행의 근저에는 인간으로써 어쩔 수 없는 ‘욕망’ 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 쇼펜하우어는 ‘사랑’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 시간이 흘러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비로소 깨닫게 된다. 사랑이 자신에게 씌웠던 자욱한 안개의 의미와 비극을… “
또…
어느 범죄심리학자는 섹스와 살인은 놀랍도록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간살인범들은 그 둘을 잘 구분하지 못하며, 전혀 같지 않은 이 두 행위는 거의 동일시하는 심리가 있다고 합니다. 두 행위 모두 인간의 육체에 가해지는 행동를 통해, 역시 인체에서 나오는 액체를 갈구하며, 숨 넘어가는 호흡에 희열을 느끼면서, 마지막 절정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으로써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신이상적인 생각이겠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강간살인범중 거의 대부분이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굳이 범죄심리학자들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최근에는 실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라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섹스와 살인 그리고 그 근원적 욕망… ‘사랑’에 대해 추리적 형식을 통해 얘기해보겠습니다.
프롤로그 / 호연리(湖煙里) 안개길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밤이었다. 이 지역은 유독 안개가 심하다. 호수라고 하기에는 좀 작지만, 제법 넓은 저수지가 있기때문이다. 그런데 그날밤은 유난히도 더 짙었다.
밤이라 잘보이지 않지만, 이 지역은 경치가 좋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저주지와 그 저수지를 품에 안 듯 감싸안은 산… 그리고 운치있는 바위들… 봄이면 만발하는 꽃으로,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으로, 가을이면 천지 붉은 단풍으로, 겨울이면 한폭의 산수화로… 그렇게 이 지역은 인근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중 하나이다. 풍광 좋은 강가, 바닷가가 흔히 그러하듯 이곳도 역시 ‘시야가 좀 나온다’ 하는 곳은 여지없이 모텔이며 카페며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있다. 밤이 되면 휘황찬란한 네온싸인을 밝히며, 천상의 무슨 성인양 들어선 10개의 모텔 때문인가? 이곳의 기운은 늘 끈적하다. 밤이나 낮이나 말이다. 물론 이 지역 일대의 200여명 되는 사람들이 그 끈적한 기운 때문에 먹고 살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야릇하고도 끈적한 기운으로 기분을 절로 이상하게 만드는 이곳… 불야성을 이루던 이곳도 밤이 깊어지자 모텔의 네온싸인이 하나둘씩 꺼져가고, 저수지로부터 밤안개가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이곳은 지방 광역시에서 그리 멀지 않는 ‘호연리(湖煙里)’다.
저수지를 휘돌아 감은 도로는 구불구불하여 운전주의구간이 많다. 하여 심심찮게 교통사고도 일어나는 곳이다. 안개낀 날이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가시거리가 채 3미터도 나오지 않는 저수지 굽이길을, 마을에서 빠져나온 승용차 한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운전하는 이가 어떤 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달려가는 속도를 누군가가 본다면,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려구… 이 밤에 똥 마렵나? ‘
똥 마려운 운전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승용차는 염려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산옆구리를 돌아 곧 사라졌다.
밤이 지나고 서서히 아침이 밝아왔다.
산 정상에서부터 시작한 햇살은 밤의 네온싸인을 대신하여 서서히 모텔들을 밝히기 시작했다. 안개가 나지막이 드리운 저수지는 고요했다.
마을 끝 저수지 바로 옆에 있는 레이크모텔의 아침도 깨어나기 시작했다. 레이크모텔의 아침을 깨우는 소리는 힘찬 날개짓과 함께 울려퍼지는 수탉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아니라, 새벽녁에 잠시 잠잠했던 것이 다시 시작되는, 이방 저방의 헐떡이는 야릇한 신음소리였다. 늘 그랬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는 방방마다 흘러나오는 야릇한 소리를 모두 잠재우는 한줄기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레이크모텔의 아침을 깨웠다.
“ 꺄아악~!!!!!!!! “
뜨거웠던 2012년 그 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던 ‘호연리 연쇄살인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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