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_33 (33/41)

유준의 산채에 임시로 마련된 손님방에서 술을 나누며, 번서는 유준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유준은 상주 인근에서는 제법 유력한 가문인 유씨 집안의 말예였다. 번서와 비슷하게도, 유씨 집안은 윤숭의 악행을 탄핵하다가 가장이 죽임을 당하고 나머지 가솔들도 관군의 추적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다만 그와 번서와 달랐던 점은 학식과 인망 이외에는 아누것도 없었던 번서의 집안과는 달리, 유씨 집안은 재력과 인맥을 갖춘 유력한 가문이었기 때문에 그런 수단을 통해 이곳저곳에 흩어져 몸을 숨기거나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가솔들이 모두 토국이나 대사막 인근의 무법지대로의 도피행을 택했지만, 유준은 그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홀로 상주에 남은 그는 윤숭에게 복수하고자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어느새 오십여명의 무리를 이끄는 두령이 되었던 것이다. 윤숭에게 협조하는 관헌이나 부자들의 재물을 털어서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준다는 이야기도 진짜였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자들도 서서히 늘고 있었다.

" 윤숭의 악행은 이미 하늘에 닿고 있소. 지금 내 힘이 닿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놈의 목을 쳐서 부친의 원수를 갚고 말 것이오! "

"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셈이오. 나 역시 윤숭의 목을 부친의 영전에 바치기 위해 암약 중이니. "

번서의 사연을 들은 유준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 하늘이 무심하지 않으시다면, 우리의 소원은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오! "

터무니없이 쉽게 격앙되는 버릇만 제외한다면, 유준은 훌륭한 지도자였다. 번서는 윤숭을 처치하기 위한 그의 [사업]에 조력을 약속하고 그와 헤어져 합포로 돌아왔다. 이미 그의 언질을 받은 노예들이 합포의 포구로 배를 돌려서 대었기 때문에 배로 돌아가려면 합포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번서는 다시 경운경을 만났다.

" 그렇다면 그 유준이라는 분도 우리와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군요."

" 그렇소. 게다가 꽤나 훌륭한 지도자이기도 하오. 자금과 인력만 있다면, 그는 분명 간적 윤숭을 토벌하는 대업에서 큰 일을 해낼것임이 분명하오. "

" 상공께서는 그분께 군자금을 제공하실 생각인가요? "

" 아아. 그렇게 되겠지. "

그러자 경운경은 번서에게서 자신의 몫으로 받았던 금편들을 도로 번서에게 되돌려 주었다.

" 그런 대의라면 저도 도와야죠. "

번서는 첫 [투자]로 이래저래 긁어모아서 금편 두 상자(60개)를 보내었다. 그리고 유준이 돈을 꽤 잘 쓰는 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는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그 다음 번서가 그의 산채(이제 곰골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에 방문했을 때, 그는 군기가 정렬하고 무장도 충실한 백여명의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 단기간에 병력이 두배로 불어난 사실에 놀라 사연을 묻자, 유준은 유지비와 다른 여러가지 문제로 교대제로 운영하던 것을 상설제로 바꾸었다고 했다.

" 지금까지는 그저 모기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제 윤숭은 조금 따끔한 느낌 이상을 받을 것이오. "

유준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실제로, 산채의 시설은 그리 바뀌지 않았다. 번서로부터 자금이 들어오자 유준은 두개의 산채를 운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두 산채는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 누군가 포로가 되어 산채의 위치를 발설해 하나의 산채가 공격을 받더라도 다른 산채를 남길 수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전법은 일종의 유격전이고, 그렇기 때문에 병력의 규모보다는 기동성이 더 중요하기 떄문에 이런 식으로 병력을 나누는 것이 그렇게 불리한 것이 아니었다.

유준의 병력이 불어나고 산채가 두개가 된 효과는 금새 나타났다. 당장 상주로부터 오던 세곡 수송선의 운행이 완전히 멈추었다. 포구 바깥으로 나오기만 하면 윤숭의 수적들이 공격해서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합포의 관군으로 조직된 토벌대가 출동했으나 유준의 유인작전예 말려들어 지휘를 하던 관인을 포함해 대부분이 포로가 되어 무장을 강탈당하고 속옷바람으로 숲에서 내쫒기는 굴룍을 당했고, 지원군과 함께 새로 부임하던 관인조차 도상에서 패배하고 도망쳐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런 지경이 되자 윤숭의 수하임이 분명한 상주의 관헌들과 지주들은 공포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 이거야, 더이상은 내 도움이 필요없을 지경이구려. "

" 무슨 말씀을, 번공의 투자가 아니었던들 이런 결과는 이뤄내기 어려웠을 것이오. "

전리품으로 가득찬 창고에서, 번서와 유준은 다시 잔을 나누었다. 전리품이라고 해도 금은보화는 대부분 인근의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곡식 등과 바꾸느라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 그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전투의 결과로 노획한 무기들, 갑옷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 대왕실의 하사품인 대장군의 검은 갑주를 발견한 번서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금식부(金食釜)라고 대식골의 지주였는데, 족보도 없는 쓰레기같은 놈이 윤숭에게 뇌물을 바치고 공명첩을 받았을 때 같이 하사된 거요. 그놈의 저택을 뒤집어 엎었을 때 벽장에서 찾아냈지. 마음에 드신다면 선물로 드리겠소. "

" 이건 도검이 불침하는 세공을 들인 것이오. 무인들에게는 보물이나 다름없지 않소? "

" 관부의 장군들에게나 그렇지, 나는 그런 답답한건 줘도 못입겠더구려. 사실은 한번 입어봤다가 벗어둔거요. "

결국 그날, 번서는 장군복을 선물로 받아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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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아... 이, 이제그만...  그만두어라!...  아히!!...아히이이!...  "

주자영의 허약한 비명 소리가 감금실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강렬한 실금이 뒤를 이었다.

" 아히이이이이!... "

뼈가 부러진 고통을 몆백배로 부풀린 상태로 사흘 동안 방치하는 것은 보통의 여자라면 미치고 남을 정도로 충분한 고통이었겠지만, 주자영은 용케 망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에는 그토록 강한 주자영이라도, 평생 겪어보지 않은 [쾌감]에는 무력했다. 번서의 침술은 감각을 증폭하는 것이었기에, 고통 만큼이나 쾌감도 증폭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번서의 눈 앞에서, 악산라의 손 끝으로만 벌써 여덟번째 절정을 이룬 끝에 성대하게 실금까지 한 주자영의 비범하게 아름다운 미모는, 수치와 쾌감이 뒤섞인 눈물과 콧물과 땀과 군침이 뒤섞여 이뤄진 비참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 아... 아아아... "

파르르 다리를 뜰고 있는 주자영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댄 악산라는 비웃듯이 한마디 던졌따>

" 어머, 주인, 이 여자. 벌름거린다. 엉덩이 구멍, 똥이 나오는... "

어순이 엉망이었지만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악산라의 천연덕스러운 감상은, 안그래도 남자가 보는 앞에서 동성에게 수치스러움의 끝을 맛보며 결국 실금까지 하게 된 주자영의 수치심을 다시 한번 직격했다. 다시 한번 전신을 와들거리며 보지로부터 진한 음액을 쏟아 낸 주자영은 졸도할 지경이었지만, 그녀의 강인한 체력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끼이익...

비로소 번서가 창살 문 안쪽으로 들어서는 것을 주자영은 몽롱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고통 때문에 두통이 심했지만,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녀는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더 영민한 편이었다. 악산라가 번서가 잘 볼 수 있도록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것도 무력하게 지켜보면서, 그녀는 죽고만 싶을 따름이었지만, 거듭된 절정에 의해 혀를 씹을 정도의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어디한번 살펴보지. "

" 어으윽?!...아어... 아히!!!... 아히이이이이!!!... "

번서가 돼지의 오줌통으로 만든 얇은 피막 장갑을 끼고 그 위로 다시 향유를 듬뿍 발라 항문 안으로 검지손가락을 집어 넣었을 때, 주자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쾌감에 잠깐 동안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번서에 의해 걸린 암시 때문에, 그녀는 번서에 의해 [건드려]지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수백배에 달하는 쾌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 히아아아!!... 아우우우우!!... 아오오오오!!... "

그저 눈앞이 하얗게 물들어 오는 것을 느끼며 주자영은 이성의 끈을 놓쳤고, 마침내 다시 터져 나온 비명은 아홉번째의, 가장 강렬한 절정을 알리고 있었다. 성대하게 뿜어져 나오는 음액의 분류를 피하며, 번서는 손가락으로 주자영의 항문을 충분히 유린했다. 그가 손가락 끝을 움직일 때 마다 실금과 함게 성대한 애액의 분사가 이어졌기 떄문에, 악산라는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쳐다보는 듯한 눈길로 주자영을 내려다보았다.

" 우와, 굉장하다. 이 여자. "

" 너도 굉장했지. "

" 그랬나 주인? 에헤헤헤... 기쁘다. "

칭찬(?)을 들은 악산라가 베실거리며 번서에게 아양이 가득한 추파를 던지는 동안에도, 절정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주자영의 애액의 분사는 계속되다가, 마침내 한계에 달했는지 축 늘어졌다.

" 아아, 기절했다. "

주자영의눈은 하얗게 뒤집어져 있었고, 입술 사이로는 하얀 거품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배를 찔러도, 몸을 흔들어도, 뺨을 때려도 깨어나지 몫하는 것을 확인한 악산라는 마침내 그녀가 완전히 졸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번서가 그녀의 팔을 치료하는 작업을 도왔다. 뼈가 잘 맞춰졌는지 확인한 후 뼈가 잘 붙는 연고를 환부에 바르고, 부목을 다시 대고 뭉대를 감아주는 번서의 처치는 신속하기 그지없었다. 고통을 증폭시키는 마비침도 제거해 준 후, 번서는 악산라를 데리고 감금실에서 나왔다.

선실에는 진소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번서는 그녀를 회복시키기 위해 자신의 의술이 닿는 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불행하게도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는데 쓸 수 있는 약은 그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향과 신경의 재생을 돕는 탕제를 정기적으로 복용시키는 정도였다.

" 미안하다 주인. "

약이 먹여진 후 번서의 곁에서 옹알거리며 졸기 시작하는 진소아를 보던 악산라는, 문득 생각났는지 사과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녀를 망가뜨리는데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사이좋게 번서의 노예가 되긴 했지만, 그녀가 쓸모있지 못한것은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악산라는 진소아를 볼 때 마다 가슴아파했다.

" 대신 그녀 몫까지 열심히 하고 있지 않느냐. 언젠가는 그녀도 회복 될 것이다. "

번서는 침울해진 악산라릉 위로(?)해 주기 위해, 그녀를 침대 위에 엎드리게 했다.

" 아앙!... 아아아아!!... "

보지로든 항문으로든 삽입되면 어떤 노예라도 다 기뻐하지만, 악산라는 미안함이 양념 역할을 하는지 보통보다 훨씬 더 민감했다. 붙잡힌 허리를 중심으로 전신을 벌벌 경련하며 번서의 자지를 받아들이고, 군침과과 감루를 흘리며 그의 움직임에 응한다. 자지를 조이는 솜씨도 점차 강하고 교묘해지는 중으로, 번서가 기분 좋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예로써의 자세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주자영도 곧 이렇게 바뀔 것이다. 금속성 광택을 띄는 갈색을 가진, 풍성하기 그지없는 악산라의 곱슬어리를 손으로 붙잡아 끌어당기며, 번서는 허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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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으응... "

진소아가 쾌감에 겨운 신음성을 흘리며 번서의 품에서 잠들었을 때, 번서는 비로소 진소아의 항문에서 자지를 뽑아낼 수 있었다. 악산라를 범하는 그를 본 진소아가 자기도 범해 달라고 덤벼들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번서로써도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진소아는 아름답다. 색국인의 혈통을 강하게 증명하는 금발은 물론이고, 눈동자의 색도 악산라의 그것보다 파랗고 진했다. 머리 색과 같은 색을 가진 눈썹도 굵고 진했고 콧날도 황국 미인들과는 달리 높고 오똑하고 곧았지만, 입술연지를 바르지 않고도 붉은색이 두드러지는 입술 만큼은 황국의 미인들처럼 작고 예뻤다. 또한 처음 봤을 때는 머리를 뒤로 모아 한데 묶어두고 있었기 때문에 발랄한 모습이었지만, 그것을 풀어서 늘어뜨린 지금은 왕족 출신의 성숙한 여인에 어울리는 우아한 분위기조차 풍기고 있었다.

이런 진소아가 황국인과 색국인의 혼혈인 것은 서봉과 마찬가지이지만, 그녀는 1/4쯤만 황국인이다. 모친이 색국인인것은 확실하고, 부친의 혈통에도 이미 색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가 번서에게 말해 준 것이 아니라, 번서가 진소아에 대해 알아본 결과다. 그녀의 부친인 진천권은 선대 대왕과의 인연을 통해 황국의 관부에 사관하기 전에는 무림의 4대 고수로 알려진 존재였고, 다른 영웅호걸들이 다 그렇듯이 호색하는 경향이 있었다. 첩을 두지는 않았으나 부인이 모두 세명이었고, 그중에 진소아의 부인은 두번째다. 그녀의 위로 한명, 아래로 한명 모친이 각각 다른 여형제들이 있고 남자 형제는 없었다.

이처럼 계속 결혼한 이유도 재미있다. 당대 무림의 최강자이자 황국 제일의 무장으로써 모든것을 다 가진 것 처럼 보이던 진천권도 자식농사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아서, 아들을 보기를 원했으나 결국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태어나게 된 진소아의 다른 여형제들의 상황은 그도 알지 못했다. 그가 무림을 주요하던 시절 태어났다는 맏딸인 진서연은 원래부터 행방이 묘연하고, 막내이던 진미령은 부친이던 진천권이 죽었을 당시에 동행하고 있었지만 그의 부하 장수인 이정기(李正氣)가 단기로 중앙군 수천의 포위망을 뚫고 그녀를 구출해서 사라졌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아들을 보기를 갈망했던 진천권 자신이 이미 진씨 가문의 말예에 해당했으니, 진소아는 어쩌면 황국에 남은 유일한 진씨의 혈통일지도 모른다. 이제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는 그녀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준 후, 번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술시가 되기 전이다. 자기전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자신의 선실에서 죽은듯이 자고 있던 국무령을 깨워서 동행시킨 후, 번서는 다시 하갑판의 감금실을 찾았다. 주자영은 아직 의식이 없었으나, 체력은 어느정도 돌아와 있었다. 국무령에게 관장용의 탕제를 달이도록 지시한 후, 번서는 향을 써서 그녀를 깨웠다.

" 으으음... "

정신을 차린 주자영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당연하게도 번서의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누군지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곧 기절하기 전에 겪었던 일을 떠올리게 된 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게 변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은 간절했지만, 아직 몸을 움직이는 신경이 제압되어 있었기에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못했다.

" 잠시 쉬었으니 다시 계속 해야지? "

" 아... 제발... 그러지 마... "

돼지 방광을 무두질한 얇은 피막으로 만들어진 장갑을 끼는 번서를 보며, 주자영은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울든 말든 번서는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했다. 장갑 위로 향유를 바른 다음, 손가락으로 그녀의 항문을 쓰다듬다가 삽입하는 것이다.

" 아... 아으윽!... "

항문 안으로 손가락이 들어오는 감각에, 주자영은 반쯤 눈을 까뒤집고 개처럼 입 밖으로 혀를 내밀고 허덕이기 시작했다. 비록 감각이 증폭되지는 않았지만, 아직 기절하기 전의 끔찍한 연속 절정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자니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증폭되지 않은 감각 만으로도 이성 따위는 간단하게 날아가버리기에 족했던 것이다. 이번에 번서는 꽤나 깊은 곳까지 거칠게 찔러넣었고, 앞선 절정이나 어떤 감각의 변화가 전혀 없었기에 꽤나 고통스러워 해야 정상이지만, 그녀는 마비되어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허리부터 벌벌 경련하기 시작했고, 번서의 눈앞에 펼쳐진 깨끗한 연분홍색의 보지는 어느새 흥건하게 음액으로 젖기 시작하고 있었다. 분명하게 고통이 아닌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녀의 뇌가 이미 고통과 쾌감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 좋냐? "

번서가 머리에 다시 한번 침을 찔러넣어 감각을 [고정]시키자, 주자영의 눈은 완전하게 뒤집어졌다. 멈추지 않는 절정이 다시 시작되면서, 오줌을 싸듯이 애액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헛소리 같은 억눌린 신음성만이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반응이었다. 쾌감과 고통이 뒤섞인 채, 그녀는 자신의 인격과 자아가 한데 뭉뚱그려쟈 주물러지는 느낌을 맛보며 서서히 제정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 상태로 일다경 정도 지내자, 그녀의 몸에 다시 한계가 찾아왔다. 거품과 코피를 흘려내며 경련하던 몸이 강한 진저리와 함께 멎어버렸던 것이다. 급격한 탈수와 충격으로 인해 심맥이 멎은 것이다. 감각을 고정하기 위해 박아 둔 금침을 뽑아낸 번서는 주자영의 항문에 금 마개를 채우고 그즈음 완성된 탕제를 그녀의 항문에 관장하면서, 장침을 하나 꺼내어 그녀의 척추에 찔러넣는 것으로 심맥을 되살렸다. 한번 강렬한 진저리를 힌 후 다시 [되살아 난]주자영은 한동안 제정신을 되찾지 못하고 다만 벌벌 경련할 뿐이었다.

항문으로 투여된 관장액은 식사를 대신하고 그녀의 손상된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흡수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번서는 다시 서서히 제정신을 찾기 시작한 주자영의 귀에 대고 자신의 앞으로의 계획을 속삭이는 것으로 그녀의 머릿속을 다시한번 공포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 제...제발,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이제 그만... "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어느새 주자영의 어투는 공손해져 있었다.

관장 자체도 수치를 주기는 마찬가지다. 약액을 통한 첫 관장이 끝난 후 다시 물로 관장을 시작했을 때, 주자영의 마음은 이미 갈기갈기 찢겨져 너덜거리는 상태였다.

" 우우우... "

이제 거부의 말도 하지 못하고 다만 울 수 있을 뿐. 그것마저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번서에게 농락당한 항문에는 힘이 없었던데다, 항문 마개가 삽입되어 있어서 그녀의 의지로는 배설을 통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번서 앞에서 항문으로부터 오물이 섞인 물을 줄줄 쏟아내는 수치를 두번이나 더 당한 후, 주자영의 눈에서는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아니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 마치 시체처럼 축 늘어져 버린 것이다. 그런 그녀의 턱을 붙잡아 얼굴을 들어올린 후, 아직도 장갑을 끼고 있던 오른손을 그 입술 앞에 들이민 번서는 조용히 명령했다.

" 핥아. "

주자영의 생기를 찾아볼 수 없던 검은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지만, 곧이어 순순히 입술을 열고 혀를 내밀었다. 떨리는 그 끝이 아직도 항문 안에 드나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손가락 끝에 닿았을 때, 번서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날 해시까지 철저하게 주자영을 괴롭혀 준 번서는, 이튿날부터 그녀의 [심문]하기 시작했다. 솔직한 대답을 했을 때 마다 조금씩 성적인 쾌감을 주면서 쾌감으로 길들이는 동시에, 이름이나 신세 내력 등을 캐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그녀가 금추춘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중요한 인물임이 판명되어, 측근의 노예로 삼고자 했던 계획을 다시 변경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보지를 범하지 않고 처녀를 유지시켜 주는 방향으로 선회했던 것이다.

이후 일주일간, 주자영은 항문을 철저하게 조교당했다. 그동안 구음의 기법도 가르쳐져서 입으로 번서의 자지를 빨면서 절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치욕으로 정신이 나가버리기 직전까지 밀어붙인 가혹한 조교의 끝에서는 마침내 고에 중독시키기까지 했다. 그것은 진소아를 폐인지경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던 [지갈(枳渴)]이라는 이름의 고였는데, 이것은 악산라 만이 유일하게 다룰 수 있었다. 이 고는 번서의 조교용 환술과 비슷하게 일단 발동하면 그지없이 강렬한 성적인 쾌감을 유발하면서도 절정을 금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두시진 이상 발동하면 제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여자라도 미칠 지경이 된다. 진소아도 하루에 두 시진씩 사흘을 버티지 못했었다. 이미 정신 붕괴 상태인 그녀에게는 한번 발동시켜준 것 만으로 충분했다.

그런 상태로 다시 강력한 암시와 침술, 약의 도움을 받아 주자영의 상태를 정상인에 가깝게 안정시킨 번서는, 이제 완전히 그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게 만들어 진 그녀를 궁으로 돌려보냈다.

" 그녀가 배신하면 어떻게 하죠? 그 뚱댕이(금추춘을 말한다)도 결국 배신했지 않습니까? "

서봉이 의문을 표시했지만, 번서는 웃으며 옷 위로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파묻힌 항문 마개의 끝을 지그시 누르며 흔들어 주었다.

" 으, 으하앙!... "

" 너는 날 배신할 것이냐? "

"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그런 천벌 받을 역심을 품느니 죽어버리는게 낫습니다!... "

번서는 귀여운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서봉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목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다시 앓는 소리 비슷한 신음성을 흘리며 몸을 벌벌 떠는 그녀의 귓전으로, 그의 목소리가 파고 들었다.

" 그녀역시 마찬가지다. 코뚜레를 꿰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상태는 너 못지 않아. "

" 아아아.. 네, 네에에... 과연...주인님이십니다. "

쾌감으로 표정을 흐트러뜨린 채 입가로 한줄기 군침을 흘려내면서, 서봉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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