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_29 (29/41)

  

" 의외로 패산이라는 놈이 좋은 구석도 있었군. "

악산라의 처녀성을 확인하고 난 번서는 코를 킁킁거리며 그녀의 애액에 젖은 손가락의 냄새를 맏아 보았다. 여자들의 체향은 다들 독특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남자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이다. 악산라의 체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번서는 등불을 들어 악산라의 멍해진 얼굴 가까이에 비추었다. 그녀의 미모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대단한데... "

악산라의 미모는 수준급이었다. 번서의 노예 중에서는 이미 서봉이 색국인 적인 미모로 두각을 보이고 있었지만, 악산라의 경우는 그것이 더욱 철저했다. 순혈의 색국인이었으니 당연한 이야야기기는 하다. 확실히 튀는 미모라는 점에서 그녀는 번서의 수집욕을 자극하는데가 있었다. 또한 그녀는 서봉보다는 작았지만 키도 체구도 크고, 팔다리가 길고 근골도 우수해 무공을 배우기에도 적합한 체질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피부는 우윳빛이 나고, 체모의 색은 진한 갈색에, 눈동자는 호수의 수면을 연상시키는 푸른 색이었다. 눈썹도 남자처럼 진하고, 색국인 특유의 높은 코와 진한 장미색의 입술은 그의 다른 노예들보다 두드러졌다. 유두는 연보라색이었고 보지는 예하랑과 비슷한 깨끗한 진주색이었다. 그 사이에서 찾아낸 음핵은 정말로 좁쌀만큼 작았지만, 적당히 자극해 주자 붉게 발기하면서 완두콩만한 크기로 커졌다. 천천히 배어나오기 시작하는 음액에 젖은 그녀의 성기의 모양은 지극히 색정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이미 손으로 확인한 다음이지만, 뻐끔거리는 음순 사이로 드러난 보지구멍 안으로 진주색의 처녀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줍은 연갈색을 띄고 있던 항문까지 검사를 마친 번서는 본격적으로 조교에 착수했다.

악산라의 경우 황국 말에 서툴다는 점 때문에 말로 괴롭히는것은 딱히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대신에 처녀다 보니 쾌감으로 이끄는 방법은 효과 만점일 것이었다. 국무령을 조교할 당시처럼 번서는 그녀가 잠들어 있을 때는 음란한 꿈을 꾸며, 깨어 있을 때는  채울 수 없는 욕정에 시달리도록 만들었다. 약과 침술과 환술의 조합은 참으로 잔혹한 것이라, 악산라는 자신이 결코 알 수 없었던 것을 갈구하는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 없게 되어 갔다.

게다가 [배변 교육]도 있었다. 인간인 이상 먹고 자고 싸야하기 마련인데, 이중에서도 싸는 행위, 즉 배설욕구는 성욕과도 직결된다. 번서는 이미 악산라를 악몽에 빠트리는 것으로 그녀의 수면을 지배하고 있는 참이고, 환술과 침술과 약물을 통해 성욕을 주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다시 배변을 통제하는 것으로 그녀에 대한 통제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다.

악산라에 대한 조교의 기본 방침을 정한 다음, 번서는 진소아를 찾았다. 그녀의 구체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치료를 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고독이라는 것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지독한 것이었다. 그의 내공과 해독제에 의해 그녀의 전신의 신경망 안에 파고들었던 고들은 모두 제거되었지만, 그 고들이 파먹어버린 그녀의 신경을 재생하는 것은 번서의 의술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게다가 전마방의 무리들에게 당한 폭행과 윤간 때문에 근골도 상하고 성병에까지 걸려 있었다. 번서의 손에 구출될 때 까지 숨이 붙어있었던 것이 기적이라 할만한 일이었다.

번서는 할 수 있는 일 부터 우선순위를 세워 차근차근히 풀어 가기로 했다. 우선은 상한 근골을 회복시키고 병을 치료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적당한 약과 좋은 음식, 그리고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 다음 순서는 정신적인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었는데, 이것은 무너진 신경계와 함게 그녀를 폐인화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지만(물론 번서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범주에 속한다), 보통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어하게 된다. 그것이 설령 가해자라도 말이다. 진소아 역시 그랬다. 그녀가 주로 [의지]한 대상은 가해자 까지는 아니고, 그 딸인 악산라였다.

여자들은 동성에게, 특히나 질투날 정도로 아름다운 동성에게는 뜻밖에 잔인한 법이다. 진소아에 대한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 알아낸 일이었지만, 악산라는 그녀를 돌봐주는 [척]하는 대신, 그녀를 갖가지 독의 실험용 동물로 써먹었다. 그것이 그녀의 근골이 심하게 상한 원인 중 하나였다. 이 과정은 정신에도 이상을 끼쳐서, 그녀는 더이상 예전의 용감한 여걸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번서는 악산라에 대한 진소아의 의존을 끓고 그것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진소아를 제정신으로 돌리지 못한다면, 적어도 좀 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상태로 바꾸는 것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서는 일단 노예가 된 여자들에게는 관대했으니까 그녀에게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이미 학대로 인해 망가진 여자였으니 새로 학대를 해서 망가뜨릴 필요도 없었고, 이미 아는 사이이기도 하니 새 [주인]을 인식시키고 길을 들이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조교의 기본 방침을 정한 후에는 시간을 들이는 일만 남았다. 물론 그동안 내내 여자들을 범하고만 있을 수 있다면 번서로서도 더 바랄 것이 없었겠지만, 그는 아직 할일이 많았다.

[뜸]을 들이기 위해 악산라를 방치해 두고, 번서는 미리 생각해 둔 일을 수행하기 위해 육로로 경도의 북문까지 갔다. 서봉이 동행한 이 짧은 여행 끝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미리 지시해둔 대로 일이 끝나 있었다. 화려한 금색 전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꺼비 같은 인상을 가진 작달막한 키의 중년인이 꽁꽁 묶인 채 무릎이 꿇려져 있었고, 그의 좌우에 선 당여월과 예하랑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금추춘인가? "

" 네. "

색두에 대해서는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그에게는 더이상 이용가치가 없었고, 진소아에게 저지른 짓을 보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것보다는 비료로써의 가치가 더 높은 부류니 만큼 출발하기 전에 당여월에게 미리 언질을 넣어 두었던 것이다. 냉혹한 일이지만, 이용가치가 다한 미끼의 말로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색두를 처리했다는 보고를 전음으로 받으면서, 번서는 금추춘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 보았다.

" 지금 재갈을 풀어 줄거야. 여긴 원래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니까, 그 조용함을 깨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내가 몹시 실망하게 되겠지. 날 실망시키지는 않으리라고 믿겠네. "

아마 이미 예하랑이나 당여월의 무시무시한 무공을 보았을 것이니만큼, 그 [주인]인 번서를 거스르는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다. 금추춘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푸하... 누...누구요 당신들은?... "

" 내가 누군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내가 자네를 유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

번서의 손가락 끝에서 건너간 고가 금추춘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동안, 그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름 아닌 고독술사를 고용해 진소아를 쫒게 했던 만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고를 심은 다음, 번서는 턱짓으로 당여월을 부려 금추춘의 결박을 풀었다.

" 일주일에 한번, 이 약을 먹으면 고가 발작할 일은 없을 거야. 자, 이제 우리가 조용하고 협력적인 대화의 장으로 나설 준비가 된 것 같군. "

" 무얼 원하는 거요?... "

" 먼저, 내 [물건]인 진소아를 상하게 만든 보상을 해 줘야 겟어. 본격적인 거래는 그 다음에 하기로 하지. "

" 진소아가 당신의 물건이라고? "

" 그래, 그것도 꽤 돈이 되는 상품이었지. 헌데 네가 망가뜨렸으니까, 나는 손해를 본 셈이고, 나는 손해를 달가워하는 성격이 아니거든. "

말을 마치자 마자, 번서는 손가락을 가볍게 퉁겨서 금추춘의 몸 안에 파고든 고를 발작시켰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엄습한 금추춘이 땅바닥에 쓰러져 뒹구는 것을 잠시 지켜봐준 후, 그는 다시 손가락을 퉁겨 고를 진정시켰다.

" 하아...하아...하아...그 그만!... 뭐든지 당신 원하는 대로 하겠소. "

" 그렇게 나와야지. 그럼 우리가 합의를 본 것 같군. "

다시 당여월을 부려서 금추춘을 일으켜 세운 다음, 번서는 붙임성 있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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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서는 금추춘을 경도의 대왕궁에 숨겨둔 첩자로 쓸 생각이었다. 물론 머리 회전이 빠르고 사악한 자인 만큼 고삐를 조심해서 쥐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나마도 오래 사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이제 그는 황국 왕실 내부에 정보원을 가지게 되었으니, 복수에 한발짝 더 다가간 셈이었다. 연락과 해독제의 공급에 대한 여러가지 세부사항을 정하고 나서 배로 돌아왔을 때는 악산라는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 아...안된다... 싸버린다... "

주르르륵!... 쵸로로로로...

요강으로 쏟아지는 오줌 줄기를 멍하게 바라보는 악산라의 눈에는 체념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사흘 동안 국무령에 의해 배설을 통제당했던 데다, 이제는 숨만 거칠게 몰아 쉬어도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몰아치는 상태다. 그런데도 절정할 수는 없었다. 절정은 고사하고 보지에 손을 대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 악산라는 처녀였지만, 성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는 않는 여자였다. 쾌감을 어떻게 푸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수단을 강탈당하고, 사흘간이나 밤낮없이 배변을 통제당하고 절정을 금지당하며 애욕에 몸부림치게 되면 머리가 이상해질 지경이 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번서가 도착했을 당시 악산라의 상태가 딱 그랬다.

" 미안하다...미안하다... "

번서가 보이자 마자 악산라는 번서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질 기세로 울면서사과해 왔다. 진소아를 해코지 한 것에 대한 사과일 것이다. 아직도 그녀는 자리보전을 한 채로 약에 의존해 숨을 붙여 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걸 생각하면 보다 더 가혹하게 괴롭혀도 좋겠지만, 일단 그녀는 패산의 친딸도 아니고 황국 말을 잘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므로(말로 괴롭히기가 어렵다) 더 괴롭힐만한 여지가 적었다. 게다가 금추춘을 끄나풀로 삼는 작업 등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있던 번서는 그쯤 해 두기로 했다. 

" 아아아... "

번서가 창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악산라는 기대로 눈을 반짝이며 그의 자리를 만들기라도 하듯이 뒷걸음질 쳐서 주저앉았다.

" 앞으로는 나를 주인님이라 불러라. "

" 주인님?... 아, 아아... 알겠다, 주인님. "

이름인 것으로 착각한 것인가, 악산라는 선선히 수긍했다. 그리고 번서가 옷을 벗고 자지를 드러내자 마자, 마치 며칠 굶주린 짐승같은 소리를 내며 창살에 매달렸다.

" 아아...그, 그것, 그것을!... "

" 이건 자지라고 하는 거야. "

" 자지, 자지!... "

곧이어 짧은 황국어 강좌가 이어진 끝에 원하는 바를 완전히 황국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악산라는 서슴없이 번서의 앞에 엎드려 외쳤다.

" 주인님, 나, 보지에 자지를... 보지에 자지를 넣어... "

" 주세요. "

" 넣어 주세요!... "

그렇지, 잘 했다. "

악산라를 바닥에 눕히고 한 손으로 가슴 언저리를 내리 누르면서 제압한 다음, 번서는 나머지 손을 서서 그녀의 두 다리를 활짝 벌리도록 시켰다. 악산라는 매우 협조적이었다. 처녀라는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깨끗한 진주색의 보지는 이미 배어 나온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벌름거리며 벌려진 보지의 입구에 귀주가 닿았을 때, 악산라의 절정을 억누르고 있던 금제가 비로소 풀렸다.

" 하아아아아!... 히아아으으응!!... 하아앙!... 히윽!... "

긴 비명이 이어지는 동안 천천히 보지 안으로 파고 들어 간 번서의 자지가 마침내 처녀먹에 닿았을 때, 악산라는 두 다리를 써서 번서의 허리를 휘감았다.

" 어서, 어서어어어어!... 주인니이이임!... "

조임도 서툴고 고통 때문에 허리의 움직임도 어색했지만, 악산라는 적극적이었다. 마침내 처녀막이 찢어지며 번서의 자지가 자궁구까지 닿았을 때, 고통과 쾌감이 뒤죽박죽이 되어 머릿속에서 불꽃을 터트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악산라는 눈을 까뒤집었다. 하지만 번서가 목의 혈도를 친 다음 땀에 젖은 그녀의 유방을 한번 강하게 움켜쥐어주자, 다시 그녀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으며 풍만한 몸이 작살에 찔린 물고기마냥 강하게 퍼덕거리였다. 그리고 유방을 뒨 덕에 땀에 젖어버린 손을 써서 그때까지 건드리지 않았던 항문 안으로 밀어넣었을 때, 보지와 항문으로부터 벼락같은 감각이 악산라의 척추를 타고 올라가 정수리를 강타했다.

" 갸... 갸으윽!... 그... 엉덩... 히윽!... 아힉!... "

푸슛, 푸슈슛!...

삽입된 보지로부터 애액이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자지를 강하게 압착한 탓이다. 번서는 아찔한 쾌감을 받았고, 악산라는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몆번이나 연속해서 절정했다.

" 아아아... 머...멈추지... 멈추지 않아!... 아으아아아아!!...히아아아아!...  "

사흘 동안 교묘하게 억눌러 놓았던 쾌감이 항문을 찔린 것으로 터져 나오며, 악산라는 멈추지 않는 절정감에 괴로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질과 자궁은 절정으로 경련하며 남자를 기쁘게 하는 구불거리는 조임을 보였다. 하지만 번서의 장점 중 하나는 쾌감에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번서가 만족할 때 까지 그녀의 절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어 있었다.

악산라가 마침내 코피를 흘리며 기절한 것은 반시진도 지나기 전이었다. 그동안 잠시 심맥이 멎어버리기도 했던(번사가 침을 찔러 되살렸다) 그녀의 의식은 애저녁에 달아나 있었다. 입도, 보지도, 항문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철저하게 범해졌다. 색국인 특유의 아름다운 몸을 온통 눈물과 침과 땀과 애액, 그리고 파과의 피로 더럽혀진 채, 단지 다죽어가는 신음성을 흘릴 수 있을 뿐이었다. 남자에게 처음 범해졌는데도 그만큼 압도적인 쾌감을 겪어버린 그녀는 쾌감에 정신이 삼켜져 버렸다. 다른 금제가 없더라도, 그녀는 이제 번서의 자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이었다.

" 으으음!... 좋군, 좋아.... "

" 아!... 아아아!... 아아아아앙!... 아응!... 윽... "

마침내 보지에 사정을 받은 악산라가 진저리를 치며 눈을 까뒤집은 후, 그녀의 목에 손가락을 대어 진맥을 한 후, 번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아... 주인님의 성수가... 아깝습니다. "

국무령은 일어선 번서의 자지를 입으로 청소했다. 그리고 번서의 자지에 대한 청소 봉사를 끝낸 후, 악산라의 보지와 항문에서 꾸역거리며 흘러나오는 번서의 정액에도 달라붙었다.

" 으윽... "

보지 속으로 국무령의 혀가 들어왔을 때 악산라는 괴로운 신음성을 흘려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대로 뒤처리를 국무령에게 맏긴 번서는 감금실을 나와 침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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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서에게 단 한번 범해졋을 뿐인데, 이후로 악산라는 완전히 얌전해졌다. 그가 죽으라면 정말로 죽으려 들었을 정도로 너무나 복종이 철저했기 때문에, 본래하면 진소아의 몸이 대충이라도 치료된 후에나 노예로 삼으려던 계획을 앞당겨야 했을 정도였다. 진소아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차츰 황국말도 유창해지면서 패산에게 물려받은 지식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주로 고독술에 대한 것이었지만, 고독이라는 것이 원래 의술로 출발한 것이니만큼 번서의 의술 증진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악산라가 제공한 지식 중 번서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지(祗)라고 불리는 고의 일종이었다. 좁쌀보다 훨씬 작은 이 금색 고는 평소에는 혈관을 떠돌며 숙주의 양분을 나눠받는 대신, 출혈이 발생하는 부분이 생기면 거미줄 비슷한 끈기가 있는 물질을 토해 내서 상처를 순식간에 메꿔 버렸다. 이 물질은 상처를 곧바로 봉합하는 효과와 더불어 상처 주변에서 새 살이 돋는 작용도 극도로 증진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사실상 상처로 인해 죽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악산라는 자신의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 보임으로써 이 고의 효능을 증명했고(그가 패산을 불태워 죽인 것은 정말로 선견지명에 가까운 처리였다), 부작용이 없음을 확인하자 마자 번서는 노예 전원에게(진소아를 포함해서) 이 고를 적용시켰다.

" 주인님에게는 듣지 않는다... 이상하다. "

악산라의 말대로,번서는 이 고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그의 피에 노출되자 마자 지들이 새카맣게 타들어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태양빛에 민감한 특이체질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일단 자신의 병증을 완전히 치료하기 전까지는 이 지를 자신의 혈관에 집어넣는 것을 단념했다. 그동안 진인인 예하랑의 체액을 복용하는 것을 통해 잊고 있었던 병증의 존재감을 다시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악산라는 체술에는 서툴렀기 때문에 몸을 지키게 하기 위해 예하랑에게서 무공을 배우도록 했다. 아직 약관 전이고 무공을 배우기에 알맞은 체질과 근골을 가지고 있었기에, 약간 늦은 감은 있었지만 그녀는 본격적인 무공에 입문하게 되었다. 재능이 있는 만큼 배우는 것도 빨라서, 단기간에 번서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 아, 불공평하군 이런건... "

" 재능의 차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대신에 주인님께서는 저와 악산라를 지배하고 계시잖아요? "

" 그렇긴 하지. "

자기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암영각(과 다른 무공들)을 펼쳐 보이는 악산라를 보며 번서는 입밧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예하랑이 때맞게 애교를 떤 덕분에 그 아쉬움이 약간은 가셨지만. 번서는 새삼 무공이라는 것이 얼마나 재능에 의존하는 기예인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진소아의 치료는 더뎠다. 하지만 [지]의 등장으로 그녀의 망가진 신경을 회복하는데도 비로소 서광이 비치게 되었다. 몆번의 실패 끝에 번서는 적당한 약과 내공을 사용한 유도를 통해 지들이 진소아의 손상된 신경계를 [상처]로 인식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폐인에 가까웠던 그녀의 상태는 급격히 호전되어 갔다.

물론 신경이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진소아의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에는 어쩔 수 없었고, 게다가 남자를 무서워하게 된 덕분에 번서는 그녀의 정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여러가지로 고생해야 했다.

가장 먼저 행한 작업은 번서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 물론 보통이라면 번서를 두려워하면서 경애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진소아는 [모든 남자]에 대한 강렬한 공포심을 가진 덕분에 기력을 되찾자 마자 번서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배에서 물로 뛰어내렸을 정도였다. 어린아이에게 처음 보는 음식을 권하듯이 차근차근 좋은 점을 인식해서 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는 일부터 해야 했다.

그 다음은 성적인 접촉에 대한 경계심을 푸는 것이었다. 번서가 노예를 들이는 제일의 목적은 여자의 아름다운 몸을 성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다. 진소아도 거기에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번서에세서 더이상 도망가지 않게 되었을 무렵의 진소아에게 다시 그의 벗은 몸을 보여주었을 때, 그녀는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기엄(?)을 토했다. 약과 침을 통해 쾌감을 유도하고, 묶어 둔 채로 몆번 부드럽게 안아 준 다음에야, 그녀의 공포증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남자나 다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번서와, 그에게 범해지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누그러들었을 뿐이다. 실제로 진소아는 선창 밖으로 부두에 있던 남자들을 보자 마자 오줌을 지렸을 정도다. 일단 그래도 번서에 대한 거부감은 누그러들었고, 마침내는 그의 옆에서는 안심하고 따르게 되었기 때문에 번서는 마침내 그녀를 정식으로 노예로 삼게 되었다.

진소아가 원래의 용모를 회복하기까지는 두달이 걸렸고, 노예로써의 정신의 안정을 찾기 까지도 꼭 그만큼이 걸렸다. 

" 아으음... "

번서의 노예로써의 장비들(코뚜레를 포함한 음구 일체)만을 착용한 채로 침대에 상반신을 걸치고 엎드린 느슨한 자세로, 그녀는 번서에게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지고 있었다. 행복한 콧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개]취급을 받고 있는 국무향에 비하면, 진소아의 상태는 그나마 나았다. 짧은 문장 밖에 생각해 내지 못하는데다 더듬거리기까지 하지만 적어도 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의 강인함이나 반사신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 전투용 노예는 아니다. 아직은 번서에게 길러지는 애완동물이라고 보면 딱 맞은 상황이었다. 번서는 이 상태가 차츰 호전되리라 기대했다.

사실 진소아의 기억은 거의 온전했다. 사고가 바뀐 것일 뿐. 원래부터 번서에게 신세를 지고 있었던데다 구출되어진 후로는 쭉 길러지는 입장이라, 그녀는 번서의 노예가 되는데 전혀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아니 몸을 내미는 것에 의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인지 노예가 된 다음부터는 꽤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그녀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뭐든 스스로 의욕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징조였다.

" 주인...나... 응아... "

번서는 화장실이 급하다는 의사를 전달해 온 진소아의 손을 잡고 방 구석에 있는 은제의 요강으로 이끌었다. 아직은 애완동물용 변기까지 인도해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곧 이것도 훈련이 끝날 것이다. 그녀가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엉덩이를 털고 나서 뒤처리를 하고 엉덩이를 닦아 주는 것도 아직은 조교 중인 주인인 그의 일이다. 

진소아는 엉덩이를 닦아 주는 동안에도 쾌감을 느끼며 무겁게 엉덩이를 흔들어 번서에게 범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므로, 번서는 그녀를 인내시키고자 했다. 침대 위로 그녀를 이끌고 온 번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수혈을 짚었다. 진짜의 애완견인 국무향도 이미 그 옆에서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신경이 망가진 후유증으로, 진소아의 잠은 깊었다. 가사상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번서에게 이런 상태를 초래할 의도나 시술이 없었기 때문에 불안한 가사상태였다. 그녀가 고른 숨을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침대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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