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_22 (22/41)

마왕성의 지휘부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심지어는 마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경도에 전할 책임자조차 불명확한 우왕좌왕하는 상황 속에서, 배 한척이 부두에서 사라지는 일 정도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번서의 배는 소백강을 따라 하류로 향했다. 마왕성이 위치한 상주(上州)에서 경도가 있는 중주(中州)까지는 물길로도 보름은 넘게 걸리는 먼 길이다. 아직 경도로 직접 쳐들어 갈 생각은 없었지만, 가는 동안 생각해 보기로 하고 성을 벗어난 것이다.

그동안, 막 노예가 된 당여월을 위한 제복이나 여분의 장신구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노예가 되기 전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게 되었다. 그 상태가 약간은 불안했던지 그녀는 자주 응석을 부렸지만, 번서의 의향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면 여지없이 물러나 노예다운 처신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번서는 그녀를 계속 조교해 가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자로 만들어 갔다.

배를 타고 하류로 향하는 닷새 동안, 포로로 잡은 예하랑을 조교하는 등 다른 일을 할수도 있었겠지만, 불행하게도 최우선적으로 경운경을 돌봐야 하는 바람에 다른 짬을 낼 수가 없었다.

경운경은 닷새동안 자리보전을 했는데, 그 원인은 여러가지였다. 오랫동안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아 온 그녀는 신체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무공을 익혀서 펼쳤고, 그 결과 근골에 많은 무리가 있었다. 도망자였던 탓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도 없어서 항상 대충 끼니를 때웠기 내장도 상한데다, 그나마도 만족스럽게 먹은 적이 드물어서 약간의 영양실조 끼도 있었다. 그런 저런 원인으로 몸이 아플 준비는 충분했는데, 최종적으로 복수를 달성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동안 품었던 독기가 사라지고, 번서의 보호 하에 있게 되면서 빈약한 내장에 기름진 음식이 들어온 덕분에 소화불량에 걸리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겹쳐져서 그녀는 거의 사경을 헤멜 정도로 심하게 앓았다.

다행했던 일은, 그렇게 약해져 있었음에도 배멀미까지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동행하는 번서는 황국 제일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만한 의원이다. 그는 진찰한 결과를 통해 그녀에게 알맞은 치료법을 결정했다. 기를 보하는 약과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고, 상했던 근골을 회복하는 재활치료도 해 가면서 조금씩 회복을 도모한 것이다.

나흘에 걸친 여행 끝에 상주의 출구에 해당하는 합포(蛤浦) 나루에서 배를 멈춘 번서는 포구의 시진에서 당예령이 가지고 있던 장신구와 예하랑에게서 빼앗을 패물류를 처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여월이 그렇게도 갈망하는 코뚜레와 젖마개를 만들 재료를 구해서 제작을 의뢰하는 동안, 포구에서 묵기로 했다. 그리고 도착한 다음날 당여월 용의 코뚜레와 젖마개를 받으러 가는 길에서, 번서는 한 노인을 만났다.

그는 그저 평범한 노인일 뿐이었지만, 안색이 몹시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번서는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청했다.

" 실례지만 어르신, 지금 어딜 가시는 길이신지요? "

" 금탑삼상(金塔三廂)의 전장에 가는 길이야. 이 전표를 바꿔야 이번 겨우내 먹을 곡식과 다가오는 봄에 파종할 종자를 사거든. "

먼저 물어보길 잘한 일이었다. 엉뚱한 오해를 초래하는 일을 막기 위해, 번서는 노인의 지금 상태를 되도록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고, 전장에서 돈을 바꾼 즉시 집으로 돌아가서 이러저러한 약초를 구해다 달여 마시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아니 심지어 달여먹어야 할 약초 목록과 양을 종이에 써서 노인의 주름진 손에 쥐어 주었다. 별 이상한 사람도 다 있다는 눈으로 쳐다보기는 했지만, 번서가 워낙 간곡하게 부탁한지라 노인은 그러마 하고 처방전을 들고 총총히 자기 볼일을 보러 갔다.

" 노인은 그리 고마워하지 않는 눈치로 보였습니다만... "

동행하던 국무령의 말에 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감사를 받자고 한 일이 아니야. 그냥 부모님 생각이 났어... 살아 계셨다면 지금쯤 저정도 연세셨겠지. "

" 죄송합니다. "

" 아니야. 잘 말해 주었어. 그만 가지. "

하루종일 국무령과 함게 시진을 돌며 여자다운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해 주면서 당여월 뿐 아니라 예하랑 몫의 조교 도구(특히나 금삭류)와 코뚜레 등 미리 주문했던 장신구들을 확보한 번서가 느즈막히 배로 돌아가기 위해 포구가 보이는 시진 어귀쯤에 도착했을 때, 그는 항구 앞에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며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무슨일이 생긴거요? "

" 저 영감님이 갑자기 쓰러지셔서... "

돌아보니 관인이 거적을 덮고 있는 시신이 한구 보였다. 그 시신의 손에 꼭 쥐여쥔 종잇조각은, 아까 낮에 번서가 신신당부하며 집에서 달여 먹으라고 부탁한 약초 목록을 적은 처방전이었다.

" 물러서시오. "

" 나으리, 제 이름은 심강이라 하고 의원 나부랭이올시다. 아까 낮에 고인을 뵌 적이 있어서 남일처럼 느껴지질 않는군요. 보아하니 시체를 검안할 관의원이 도착하지 않은 듯 한데, 괜찮으시다면 제가 검안을 해 드릴수도 있습니다. "

관의원이란 관에 속한 의원을 말한다. 평소에는 관아의 약당부(빈민적에 올라 있는 병자에게 공짜로 약을 지어주는)에 근무하지만, 누군가 급사를 하거나 살인사건이 나면 시체를 검안해 관인들에게 사건이 단서를 알려 주는 일을 담당하는 직업이다. 물론 의원이라는 직업이 흔치 않기 떄문에 작은 고을의 관아에는 관의원이 없는 곳도 많았다. 번서는 그점을 알고 있었기에 관인을 돕겠다고 자청한 것이었다.

" 흠, 우리 관아엔 관의원이 없네. 그러니 자네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군. 그렇게 하게. "

관인의 허락을 받은 번서는 병사들을 지나서 쓰러져 있는 노인에게 다가가 사인을 살폈다. 낮에 본 대로 무언가 강력한, 그러나 당장은 발작하지 않는 지효성의 독에 중독된 것이었다. 어떤 원인인지는 모르나 종자를 사서 돌아가던 길에 독이 갑자기 발작한 모양이었다.

" 나으리, 제 소견이 주제넘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어르신의 사인은 독살입니다. "

" 뭐라, 확실한가? "

" 네, 제 목을 걸고서라도 확신할 수 있습니다. "

그때 병사 하나가 다가왔다.

" 나으리, 호패로 보아 이 노인이 사는 곳은 재너머 약수골입니다. "

" 약수골?... "

"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요? "

보통이라면 번서의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없지만, 워낙 자연스러운 질문이라 관인은 고개를 겨웃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대답해 주고 있었다.

" 약수골 사는 사람들 중에 이번달만 세명이 급사를 했어. "

좀 더 캐물어 보자 이 약수골이라는 곳은 인근의 작은 산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촌락에서 급사한 사람들의 연령과 성별대는 제각각이었다. 개천에서 놀다가 죽은 소년, 그리고 빨래를 마치고 와서 방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젊은 아낙, 읍내에 종자를 사러 나왔다가 죽은 노인까지.

다른 주검도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 아니 그건 불가능 하다네... 이미 화장했거든. "

" 모두 화장했다는 말씀이십니까? "

" 그래. 뭐 우리가 봐서는 완벽하게 자연사로 보였고, 시신을 어떻게 장사지내건 방식은 유족들 소관이니 말일세. "

곧 노인의 가족이 찾아와서 시신을 수습해 갔다. 번서의 의견은 공인된 의견이 아닌지라 가족들이 시신을 가져가겠다는것을 막을 이유나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담당 관인도 왠지 귀찮아 하는 눈치가 강하게 풍기는지라, 번서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은 해가 떨어지는 중이었고, 당여월에게 코뚜레를 씌우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번서는 일단 그날은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 아으윽!... "

달군 쇠바늘로 코를 뚫은 다음, 상처가 덧나지 않게 약물에 적신 실을 관통시키고 난 다음이 코뚜레의 차례였다. 금으로 만든 그 무자비한 기구는 상식적인 여자라면 절대 그 착용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굴종의 표시가 되어, 이제 앞으로 영원히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고통인지 감격인지, 아니면 그 둘이 뒤섞인 것인지, 서봉이 비춰 주는 거울을 보고 자신의 코에 꿰어진 코뚜레를 확인한 당여월은 울고 있었다.

" 이제 너는 내 노예이며, 애완동물이다. 줄여서 말하자면 애완노예라 부를 수 있겠군. "

" 아아...드디어...감사, 감사드립니다 주인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

울면서, 번서의 앞에서 공손히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는 당여월. 충성의 맹세를 받는 번서의 발에 입맞춤을 퍼부은 다음, 그녀는 발 끝으로 턱을 일으켜진 다음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 아아아... "

강아지처럼 다뤄지는 것에 환희하는 당여월. 발가벗은 몸을 떨고 있는 그녀의 양쪽으로 선배 노예인 서봉과 국무령이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 축하해요. "

" 감사해요. "

인사를 나눈 다음, 노예들 끼리 서로 입을 맞추었다. 그것은 번서가 생각해 낸 일종의 [의식]이었는데, 동성을 탐한다는 배덕적인 상황을 줌으로써 노예 상태의 여자들에게 보다 더 쾌감 의존적이 되게끔 하는 효과가 있었다. 풀어 말하자면 쾌감을 얻기 위해서 동성에게 애무를 하거나 받는, 정상적인 여자라면 절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제공하고 그로인해 유발되는 쾌락을 허용해 줌으로써 [나를 섬기면 이런 쾌락 까지도 허락된다]라는 강력한 동기와 보상을 부여하는 것이다.

고삐 풀린 쾌감에 대한 동기와 보상. 그리고 적당한 수치와 고통은 이미 망가진 여자들을 다시는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였다.

아직 코가 욱씬거리는 아픔을 느끼는 당여월은 서봉과 국무령에게 입맞춤을 하는 것도 몹시 고통스러워 했지만,  그것도 거쳐 가는 과정이다. 번서에게 진통제 겸 마비약을 받아 단숨에 삼킨 다음, 수혈을 짚힌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꿀같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 악몽없는 잠이네요. "

" 왜, 그 시절이 그리운가? "

" 천만에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아직도 주인님이 곁에 안계시면 무서워서 잠을 못잔다구요... "

국무령이 손사레를 쳤다. 함께 당여월을 침실로 옮겨주고 돌아온 노예들은 주인님인 번서에게 교태를 부리며 밤의 나머지를 즐겁게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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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하랑은 약했다. 

물론 예하랑의 무공은 전설적이라 할만 했고, 그녀의 공력은 번서와 그의 노예 전원(최근에 노예가 된 당여월까지 포함된)의 공력을 합친 것의 두배가 넘었다. 하지만 평생을 남자를 모르고 살아온 반동일까, 예하랑이 정신은 쾌감에 너무나 취약했다.

" 아흐아!.. 아히이!..."

푸슉!... 푸슈슉!...

절정에 달해 몸부림을 치면서 보지로는 성대하게 애액을 분사하는 모습은 여느 노예들과 다르지 않았다. 절정 후에 허리를 중심으로 전신은 와들거리며 쾌감의 여운에 취하는 반응은 오히려 풋풋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주어지는 쾌감에 이를 악물고 견뎌던 다른 노예들(특히나 당여월)과 달리, 예하랑은 쾌감을 제공하자 마자 곧바로 쾌감에 함락되어 버렸다.

" 사...상공...상고옹... 제발 좀더...아히이!... "

서봉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예하랑의 유방, 그 첨단에서 잔뜩 성을 낸채 발딱 서 있는 연보라색의 유두를 붙잡아 비틀어 주면, 그것만으로도 가벼운 절정에 올라 몸을 뒤틀고 애액을 싸 냈다.

" 아아... 아아아... 제발... 제발 좀더... "

" 엉덩이의 구멍을 쑤셔져도 절정, 유두를 꼬집어 비틀어도 절정. 이런 이런 지조없는 치녀가 황국에서 가장 고명하다는 전대고수중 한명이라니, 실망이 이루 말할수가 없군. "

" 아 제발... 저는 치녀입니다...  무엇이든 할테니 제발 좀 더...좀 더 절 괴롭혀 주세요. "

" 네 80년 공력을 달라면 줄텐가? "

" 물론, 물론입니다!... 드리겠습니다!... "

" 필요 없어, 괘감에 걸신들린 노망난 할망구 같으니. 네 나이를 생각해라. 손자뻘도 안돼는 날 상공이라 부를만큼 좋은건가, 백무련 후배들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아? "

" 네...네에에 상공!... 백...백무련은 이미 저랑은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은둔했어요. 히아윽!... "

번서의 손아귀에 들어간 채 비틀린 유두가 그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아래위로 무자비하게 일그러지는 데도, 예하랑의 비명소리는 고통보다 쾌락쪽에 훨씬 더 가까웠다. 이대로라면 코뚜레를 궨다고 해도 곧바로 응할지도 몰랐다.

이미 처녀라는 사실은 확인이 끝난 참이었다.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검사하는 동안에도 연신 가벼운 절정에 올라 애액을 뿌렸고, 쾌감을 견디기 위해서인지 벌려진 입술 사이로 악다문 이빨이 보였다. 그 사이로 다시 군침이 배어나와 입술 밖으로 흘러내려 턱을 적시는 것을 보면서, 이런 여자가 어떻게 70년이나 남자를 모르고 살 수 있었는가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거야 원, 발정한 암퇘지도 아니고... 

예하랑의 젊음과 미모는 당여월을 포함한 다른 노예들 중 누구와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건강한 혈색을 가진 매끄러운 피부는 땀 투성이가 되어 상기된 지금에도 아름답다고 여겨질 정도로 빛을 내고 있었다. 신체의 골격은 전형적인 색목인의 그것이었지만 얼굴의 선은 어쩐지 우아하고 얇은 것이 전형적인 황국 미인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그 단정한 미모를 장식하는 보석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인 두 눈동자는 꿈꾸는 듯 몽롱한 느낌을 주는 은회색이라 그 미모에 독특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한때 단정하게 땋아 늘어뜨리고 있었던, 허리까지 닿는 회색으로 보이는 짙은 백발조차도 윤기가 넘쳐 흘러서, 그녀의 연령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 미모가 상기된 채 땀에 젖어 경련하고 있었고, 까뒤집은 눈으로 폭포수같은 눈물을, 코로는 칠칠치 못한 맑은 콧물을, 반쯤 벌린 입으로는 군침을 연신 흘려 내는 중이었다. 아직 처녀라는 사실을 강변하기라고 할 기세인 연보라색의 유두는 번서의 손에서 마구잡이로 형태를 바꾸며 괴롭혀지는 중이었고, 아직 어떤 남성도 침입하지 않은 것이 확실한, 번서가 감탄할 만큼 깨끗한 진주빛을 띈 보지는 그 안으로 들어오는게 손가락이든 자지든 열렬히 환영할 기세를 증명하고 싶다는 듯이 오줌을 싸는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대량의 애액을 줄줄 쏟아내는 중이었다. 전체적으로는, 마치 번서의 침과 약이 지난 70년동안 억눌려 있던 음란성이라는 거대한 화약더미에 불을 붙인 듯한 모양새었다.

" 여...열세살에...무림에 출도한 이래...처음...상공...행복... "

프슈슉!...

다시 깨끗한 진주색의 보지로부터 화려한 애액의 분출과 과 약간의 실금이 있은 후, 예하랑의 고개가 푹 꺾여졌다. 머리채를 잡고 일으켜 보니 하얗게 눈을 까뒤집은 채 입가로 거품을 줄줄 흘려내는 꼴이 완전히 졸도한 모양새였다. 그녀의 머리에 금침을 고쳐 박고 항문 안으로는 마비약을 듬뿍 발라 넣어준 다음, 천정에서 그녀를 풀어 내린 번서는 감금실의 바닥 한켠에 있는 허술한 담요 위에 그녀를 누이고 다시 같은 담요로 그녀를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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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옹의서에서부터 언급된 바가 있지만, 진인(眞人)은 인간과 다르다. 진인이라 알려진 인물은 모두 여성이며, 보통의 인간보다 아름답고 나이를 먹지 않는다. 허나 번서는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진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희를 넘어서까지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예하랑도 특이한 체질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채혈해 온 그녀의 피를 증류해본 결과는 그를 경악시키기에 족한 것이었다.

" 정말로 진인의 피는 인간과는 다르군. "

영원한 젊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원하는 목표일 것이다. 삼화옹은 진인의 존재를 알고 그 진인과 같아 지기 위해 불로불사의 비법을 연구했었다. 하지만 그는 실패했다. 진인의 표본을 구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번서는 삼화옹이 그렇게나 원하던 살아있는 진인의 [표본]을 입수했다.

복수를 생각하며 사막에서 살았을 때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어릴적부터 번서는 시간이 남을 때 소일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독서다. 한때 그의 서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손때로 부렇게 변한 책장이나 모퉁이가 닳아버린 두루말이는 그가 단순히 책을 한두번 읽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암기하는 부류의 독서가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삼화옹의서 역시 마르고 닳도록 읽었기 때문에 비단의 가장자리가 색이 바랠 정도였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는 삼화옹의서의 가장 구석진 구절에 쓰인 마지막 글자 하나까지 완벽하게 암기하고 있었다.

평생 단 한번도 진인을 만나본적이 없었음에도, 삼화옹의서에는 진인의 피의 성질이 이러할 것이고 그 정신적인 능력은 이러저러할 것이다라는 점을 예측해서 기록해 두고 있었다. 그것은 번서가 실험한 바와 거의 일치했기에, 그는 삼화옹의 천재성을 다시한번 절감했다. 그리고 삼화옹과 번서에게 필요한  것은 국무령의 피에서 향을 추출해 내었듯이 진인의 피로부터 그 불멸성을 보장하는 요소를 파악해서 실제로 분리해 내는 것이었다.

그 작업은 쉽지 않았다.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다. 하루를 꼬박 무엇이 인간의 피와 다른지 차근차근 분석해 내는 작업을 한 다음 잠깐 노예들을 데리고 놀았을 뿐인데, 어느새 선창 밖으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아야 하는 만큼 노예들에게도 식사를 주고 자신도 밥을 먹었다. 그 다음은 졸음이 쏟아져서 노예들에게 각자 할일을 지정해 준 다음 아침시간 내내 잠에 들었다. 깨어나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노예들도 그러했지만, 번서는 점심은 거의 챙겨먹지 않았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해가 질 무렵까지는 간간히 생각나는대로 간식꺼리를 먹을 뿐이다. 보통 격렬한 일을 하는 직업이라면 그리할 수 없지만, 번서는 그런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

딱딱하게 말린 육포를 불에 구워서 점심 삼아 뜯어먹으며 선창을 나서 보니, 갑판 위에서 서봉의 부축을 받은 경운경이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 경 소저, 아직은 그런 무리한 일을 해서는 안되오. "

" 하지만 상공, 선실에만 누워 있자니 너무 답답해요. "

확실히 좁은 선실은 답답하기도 할것이고, 산책 정도라면 괜찮겠다 싶어서 번서는 그녀가 하고싶은대로 하도록 했다. 서봉이 옆에 붙어 있으니 여차직하면 다시 데리고 들어가면 된다. 서봉의 수고를 치하해 주면서, 번서는 어제의 사건을 조사해 볼 겸 다시 포구로 나갔다. 국무령은 잠들어 있었고, 당여월이 오늘의 수행노예로 따라 붙었다.

합포 포구의 뒤를 병풍처럼 가리고 있는 산은 자산(紫山)이라고 불리웠는데, 약수골은 그 산을 넘는 골짜기의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다. 큰 집은 없고, 그럭저럭 잘 지어진 기와집 두채와 열두채의 허름한 초가집이 마을 구성의 전부였다.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산촌이니 지나다니는 이가 없을 수 밖에 없고, 지나다니는 이가 없으니 객잔 같은 것이 있을 리도 없다. 머물려 조살르 하기에는 부적절한 환경이었다.

마을어귀의 돌무지에 둘러져 있는 붉은 천을 본 번서는 그것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이것은... "

" 뭔가 아는 것이 있느냐? "

" 네 주인님... 이건 환희성교(歡喜姓敎)의 표시입니다. 창천교 휘하의 작은 사이비 종교 집단인데, 쾌락당에는 이 교 출신이 제법 많았지요. 모두 환각제에 취하기를 좋아하는 질나쁜 자들이었습니다. "

" 환각제? "

" 네, 자세한 과정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 오순(烏筍)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향이 나는 풀뿌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특별한 방법으로 정제한 것을 굳혀서 향을 만들고, 그것을 태운 연기를 흡입하면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 쾌락을 얻을 수 있다더군요. 환희성교에서는 그 연기를 마시고 교인들끼리 교접을 가진다고 들었습니다. "

" 쾌락당에서는 그런건 쓰지 않았나? "

" 약의 과용은 무공을 약하게 할 뿐이니까요. "

확실히 맞는 말이다. 어떤 약이라도 장기간 사용하거나 한번에 과용하면 종독될 가능성이 있다. 하물며 사람의 신경에 쾌감을 증폭시키는 종류의 약이라면, 과용하면 감각의 상실을 가져올 것이다.

무공을 펼치는데 있어 감각은 굉장히 중요하다. 펼치는 초식에 실을 힘과 균형, 내공의 정도을 조절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감각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구역까지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나 살기에 의존해서 방어해야 할 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각이 무디어져 있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때문에 생각이 있는 무림인들은 환각제 같은 약을 절대 쓰지 않는다. 번서가 노예들에게 투여했던 마비약도 그런 환각제와 마찬가지로 신경에 작용하는 것이라 용량에 주의해서 쓰고 있었고, 노예화가 완료되면 다시는 쓰지 않았다.

" 대놓고 이런 표식이 있다는 것은 꽤나 대담한 일이 아닌가? "

" 그렇습니다. 게다가 분명히 제 기억이 맞다면 환희성교는 쾌락당이 생겨나기 전에 이미 와해상태였습니다. 교주인 음양마(陰陽魔) 계죽희(界竹熙)가 무림초출의 백무련 여협 하나를 강간하려다 죽임을 당했거든요. "

" 무림초출에 사이비 종교 하나를 박살낸건가. 누군지 대단하군 그래. "

" 아무리 대단해봐야 주인님에 비하면 태양앞의 반딧불이죠. 그 여협이 바로 국무령입니다. "

번서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낮은 휘파람을 불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당여월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걸렸다.

" 그녀의 무공이 그정도로 강한가? "

" 그녀의 탄검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그녀보다 무공수위가 아주 높지 않는 이상 험한 꼴을 보기 쉽죠. "

" 너에 비하면 어떤가? "

번서의 질문에, 당여월은 잠깐 생각한 후에 대답했다.

" 냉정하게 평가하라고 하신다면, 제가 반초 정도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녀에게 탄검술이 있다면 저에게도 비검술이 있고, 그녀의 스승이던 항마검(抗魔劍) 유승지(柳承池)와 맞서서 이긴 적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탄검술을 쓸 수 없는 거리로 들어가게 된다면 제쪽의 초식의 변화가 좀 더 많으니 거기서 다시 반초 정도... 하지만 실제로 검을 맞대어 본 적은 없으므로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

아마 지금은 국무령이 반초 정도 앞설 것이다. 국무령은 노예가 되기 전에는 탄검을 여덟번 정도 연속으로 날릴 수 있었지만, 번서의 노예가 되어 채화공으로 내공을 단련당한 지금에 와서는 열두번까지 연속으로 펼칠 수 있게 되었으니... 당여월도 어제부터 채화공으로 내공수련을 시작하긴 했지만, 국무령만큼 인상적인 이득을 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잠시 더 그 돌무지를 쳐다보던 번서는 그냥 공개적으로 걸어들어가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을어귀에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노예 세명을 모두 선실로 불러들였다.

" 너희중에서 가장 은신 능력이 뛰어난 것은 누구냐? "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좌우를 한번 둘러본 국무령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창천교 출신들이 법망을 피해 다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은닉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은 의외였지만, 그건 번서가 노예로 삼은 서봉이나 당여월 개인이 창천교 내에서는 몹시 드문 정통파 무인에 속했기 때문이었을 뿐이다. 반면에 국무령은 어릴적부터 백무련의 외당 순검직을 역임하면서 갖가지 상황을 경험하고 극복해 왔기에, 일반적인 백무련 고수들과는 달리 이쪽 계열의 일에 익숙했다.

" 그럼 이 일은 전적으로 네게 맏기겠다. "

국무령을 품 안으로 끌어당겨 가슴을 한번 주물러 준 다음, 번서는 몽롱해진 그녀의 귓전에 대고 해야할 일들의 목록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서봉과 당여월이 몹시 부럽다는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국무령을 임무에 보낸 다음, 서봉에게 경운경을 보고 오도록 명령해 두고 번서는 선창으로 내려갔다. 아직 저녁때는 아니었지만, 예하랑의 조교를 하기 위해서였다.

마비약과 금침 때문에 완전히 혼절해 있는 예하랑을 깨우기 전에, 번서는 그녀를 확실하게 결박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감옥 내부에 설치한 철창은 이 작업에 매우 편리했다. 노예 후보의 사지를 결박할 때는 확실한 지지대 역할을 해주는 데다, 상하로 움직이게 해야 할 경우에도 그저 밀어올리고 밀어내리기만 하면 되니까 많은 힘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예하랑은 무서운 고수라는 점을 이미 이빨 몆개를 희생시켜가며 확인한 바가 있어서(그의 의술로도 부러진 이빨을 고치는 데는 실패했다), 번서는 그녀의 결박을 확실하게 하는데 당여월 때 보다 훨씬 더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사지를 활짝 펼친 자세로 철창에 고정하고, 다시 눈가리개와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당여월 때 와는 달리 금삭이나 항문 마개는 자극이 너무 강해서 조교를 완료하기 전까지 쓰기에는 부적합했다. 그리고 당여월은 그 점을 자신이 그녀보다 노예로써 훨씬 더 적합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 우우우... "

머리에 꽂아 두었던 금침을 제거하자, 아직 마비약의 효과가 남아있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나무 재갈 사이로 억눌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 이르긴 했지만 국무령 때 와는 달리 번서는 침착했다. 그는 이미 예하랑의 신체를 정밀하게 검사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특이한 체질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게다가 여자를 제압하는 기술에 있어서도 그때보다 훨씬 더 정교해진 참이다. 아무리 예하랑이 절정고수라 하지만, 번서의 제압술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약효가 사라져 가는 동안, 번서는 예하랑의 조교를 위한 도구들을 꺼내어 당여월이 들고 있는 쟁반 위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지난번과 달라진 점은 조교 도구 중에 번서가 새로 개발한 마비침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그는 마비약을 먹이거나 항문 안에 바르거나 해 왔는데, 물론 그렇게 하는 것도 충분히 효과적이기는 했지만 일단 즉효성도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점막을 통해 투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다 사용하는 대상의 체중이나 체질에 따라 약의 강약을 조절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에 새로 개발한 마비침은 혈관에 직접 마비독을 투여하는 것이라 즉효성인데다 침에 들어간 마비약의 양도 일정하기 때문에 쉽게 계량이 가능하다. 피부가 드러난 부분을 노린다면 암기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조교 준비를 시키는 과정의 일환으로 예하랑의 피부에 향유를 바르는 동안, 마침내 예하랑이 완전히 깨어났다. 그녀는 신체를 경직시키며 번서의 손에서 멀어지려고 했지만, 철창에 단단히 붙들어 매어 진 상태라 여의치 않았다. 대신 한심한 소리가 나는 콧바람만 잔뜩 흘려냈을 뿐이다. 그녀의 허약한 저항을 무시하며 목에서부터 발 끝까지 향유를 바른 작업을 끝낸 번서는 그녀의 재갈을 풀었다.

지난번 조교에서 보지를 검사했지만 범하지는 않아서, 그녀는 아직 처녀였다. 성격으로 보아도 자살을 할 여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혀를 깨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당여월이 몸으로 시연해 보여준 덕분에, 번서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 하아...하아... 으읏... "

" 날뛰지는 않는군. 좋은 징조야. "

번서의 목소리를 들은 예하랑은 잠깐 이를 악물었다.

" 저항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부끄러움을 주다니, 수치스러운줄 알라!... "

" 어디 부끄러러움 뿐이겠는가. 게다가, 그 부끄러움을 즐기며 상공이라 부르며 히익거리던건 어디의 누구지?... "

" 그...그건 네가 이상한 약으로... 아히익!!... "

웃으며, 번서는 예하랑의 크고, 모양이 좋고, 탄력이 넘치는 3박자를 갖춘 유방의 끝에 달려 있는 연보라색의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고 비틀었다.

" 약이나 침만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아. 여기있는 당여월만 해도 감창(甘唱)을 부르게 만들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지. 그전까지는 오줌을 싸건 똥을 싸건 절정을 맞건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고. 그런데 너는 그저 내가 건드리기만 해도 좋아서 애액을 줄줄 싸내더군. "

" 흐아아... 아흑!... 아...안돼...몸이 너무나... 날 배신... 히아윽!... "

" 네 음란한 몸뚱이 탓이라면 참 안됐군. 그러나 나한테는 좋은 일이야. 이런 몸뚱이는 오직 남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말이지. "

" 으으윽...언젠가...언젠가 복... 히아앙!... "

다시 가벼운 절정을 맞았는지 턱을 벌벌 떠는 예하랑의 귀로 숨을 불어넣어 그녀를 한층 더 몽롱한 지경에 빠트린 다음, 번서는 그대로 그녀에게 속삭여 주었다.

" 복수는 내가 해야지. 너의 당조카의 탐욕에 희생된 자들의 복수, 그리고 너의 손에 부러진 내 이빨들의 복수도... "

" 아흐아!... 비겁자!... "

" 일초지적도 안되는 자들을 상대로 함정을 깔고 기다린 네년이 입 밖으로 뱉을 만한 대사는 아닌거 같다. "

그렇게 말하며 번서는 그녀의 유방을 손바닥으로 철썩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상쾌한 타격음과 함께 유방에 손자국이 찍히며 사정없이 좌우로 출렁이는 모습도 절경이다. 그리고 이미 달아오른 참이라, 예하랑에게 그 타격은 고통만큼이나 강렬한 피학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되었다.

" 바보같은 유방이야. 너같은 수치를 모르는 계집에게 어울리는 장식이지. "

" 흐으으으... 하으으... 으윽!... "

푸슉!...

예하랑의 다리가 와들거리며 떨린다 싶더니 보지로부터 진한 애액을 뿜어냈다. 고통 뿐 아니라 매도에도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지독하게도 쾌감에 약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동정심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무공 실력만은 황국에서도 몆손가락 안에 드는 전대고인이다. 속여서 함정에 빠트리지 않았다면 번서는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적의를 되새기며, 번서는 그녀의 유두를 비틀던 손가락에 힘을 넣었다.

" 흐아아아!... "

다시 억누른듯한 비명. 점차 강해지는 쾌감에, 여체는 땀과 눈물과 애액에 젖어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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