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_10 (10/41)

번서가 돌아왔을 때도 서봉은 정신없이 곯아 떨어져 있었다. 두 팔에 체중을 지탱하고 있는 불편한 자세로도 이렇게까지나 깊고 긴 잠에 빠진 것이다. 수혈을 짚어 준 것만으로는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는다, 연이어 가해진 신체적, 정신적 타격으로 그녀의 체력과 정신력이 몹시 소진되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녀의 꿀같은 잠도 이제 그가 돌아왔으므로 끝내야 할 시간이었다. 수면조차 그의 마음대로 조절해야만, 비로소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 불리울 만한 것이기에.

" 아... 으으... "

번서가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고 혈도를 짚어준 후 내공을 살짝 불어넣자, 서봉의 의식은 곧바로 돌아왔다. 하지만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고,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 상태였다.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 안도하는 반응을 이끌어 낸 후, 번서는 아까처럼 그녀의 턱 아래를 얼르듯이 쓰다듬어 주었다. 마치 고양이와 같은 취급이었음에도, 그녀는 그 손길을 거부하기는 커녕 기분 좋다는 듯한 한숨을 내쉬는 반응을 보여 그의 조교에 길들어 가는 중이라는 모양새를 확실하게 보였다.

" 아... "

번서가 눈을 가린 천을 풀어 주자, 몆번 눈을 깜박인 후에 서봉의 시야가 비로소 분명해졌다. 그리고 분명해진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바닥의 참담한 광경-번서는 일부러 그녀가 대변을 본 현장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은 그녀에게 잠들기 전에 정신줄을 놓은 채 연출했던 치태를 기억해내게 만들기에 족했다.

" 저것은... 이... 이제 나는... "

서봉은 잠깐이나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번서의 손길이 목 아래를 스치며 다시 감미로운 안도감이 몰려왔다.

" 이것이 너다. 너의 본모습이지... "

" 아아...나의 본...모습... "

이제 저항할 기력도, 거부할 기력도 없이, 서봉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자신의 치태를 선선히 수긍했다. 번서라는 남자, 아니 [주인님]앞에서, 여자로써가 아니라 인간으로써 보이지 말아야 할 배설하는 장면까지 보여버린 것이다. 절망을 넘어 자아붕괴 상태인 서봉의 뒤로 다가간 번서는 뒤에서 그녀의 목과 가슴을 쓰다듬어 주었다.

" 괜찮다. 너는 내 노예이자 애완동물이다. 내가 다 받아들여 준다. "

" 아... 아아... "

짜릿한 쾌감과 함께 귓전으로 주어지는 용서의 선언. 서봉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쓸데없는 자의식 따위는 벗어던지고 그의 노예이자 애완동물이 된다면, 그가 모두 다 용서해 주는 것이다.

" 주...주인님... "

서봉의 아름다운 입술로부터 몹시 자연스럽게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과 배를 어루만져 주면서, 번서는 비단 수건으로 그녀의 보지와 항문을 닦아 주었다. 그가 항문 근처에 말라붙은 똥을 떨궈내는 동안 그녀는 새삼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지만, 그 부끄러움은 인간으로써의 그것이 아니라 애완동물로써의 부끄러움이었다. 수치를 보이는 것을 기뻐하는 부끄러움이라고 할까. 항문으로 비단에 싸인 그의 손가락이 살짝 삽입되었을 때는 비명 대신 감격에 겨운 신음성을 흘렸을 정도였다.

" 그러나 아직 너는 내 애완동물이 되기엔 충분치 않다. 보다 더 연습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지. "

" 네 주인님...저는...따르겠습니다. 아아... "

손이 풀려지고 몸의 자유를 되찾은 서봉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닥에 어질러져 있는 자신의 오물을 감금실 한켠에 마련되어 있던 요강 안으로 치워내는 것이었다. 그 작업이 끝난 다음 그녀는 주인님인 번서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그의 앞에 공손한 자세로 엎으려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 일어서라, 내가 가르치는 대로 자세를 취해라. "

" 네 주인님. "

서봉은 번서의 인도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서 [준비]자세를 취했다. 그 자세란 어께 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선 후 아랫배를 앞으로 내 밀고 그대로 무릎을 굽혀 변형된 기마자세를 취한 다음, 상반신은 두 손을 머리 뒤에 겹쳐 얹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여자라면 옷을 입고 있어도 절대 취할 리 없는, 여자의 모든 부끄러운 부분을 강조하면서 전면으로 노출하는 지독한 자세였지만, 이미 번서에게 보일것 못보일것 할 것 없이 모두 속속들이 보여주고 나서 사실상 정신이 붕괴한 다음, 새로이 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기 시작하는 서봉의 마음 속에서는 그런 수치심은 떠올리기조차 희미한 기억 너머의 무언가일 뿐이었다.

" 좋아, 훌륭하군. "

스스럼 없이 지독한 자세를 취하는 서봉의 모습을 감상하며, 득의로운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번서였다.

.

.

.

이튿날부터, 서봉의 삶은 바뀌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니 심지어는 잠들어 있는 동안을 포함한 모든 시간 동안의 생활 일체가, 번서의 손에 의해 조작되고 규정되어졌다.

가장 먼저 바뀐 점은 식사와 배설, 그리고 잠이었다.

식사는 하루 두번, 번서의 앞에서 그의 허락을 받아서 했다. 먼저 식전에는 보지와 항문을 천회씩 개폐하는 수치스러운 [단련]을 해야만 식사의 허락이 내려졌다, 그 식사의 내용도 대부분의 경우 남은 밥과 찬을 아무렇게나 비빈 것을 대접에 담아 바닥에 놓고 입으로만 먹도록 가르쳐지는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경우엔 번서의 정액이 양념 삼아 뿌려졌고 심할 경우엔 그의 오줌을 받아 마시게 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번서는 대변을 먹이는 일은 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의 취향 덕분이었다.

더더욱 가혹한 일은 배설의 훈련이었다. 좋은 노예가 되기 위해서는 칠칠치 못하게 아무데서나 소변을 흘리고 다녀서는 안된다는 명목 하에 서봉의 배설은 통제되었는데, 별다른 용무가 없는 한 전술한 바가 있는 갈대 대롱이 그녀의 요도에 밀어넣어졌고, 항문에도 예의 흉악하기 짝이 없는 각경이 삽입되었다. 대롱의 끝도 번서의 임의대로 봉할 수 있어서 사실상 배설이 불가능해진 것이었다. 그 상태로 다시 그 위에 [정조대]가 채워졌는데, 철심을 넣어 단단하기 그지없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그 수치스러운 도구 역시 번서만이 손을 댈 수 있도록 금제가 베풀어져 있었다. 이 상태로 소변은 하루 세번, 대변은 하루 한번, 번서의 허락을 받고서 그의 앞에서 배설하는 광경을 확인 당하는 과정을 통해야만 가능했다.

잠 역시 번서의 손에 의해 조절되었다. 번서가 조제한 일종의 [보약]이 정기적으로 먹여져 일종의 중독 상태(해로운 것은 아니었지만)가 된 서봉의 신경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언제나 약한 흥분 상태로 유지되어, 결코 잠들 수가 없었다. 때문에 수면은 오직 번서의 손길에 의해서 수혈을 짚일 때만 가능했고, 그렇게 빠져든 잠에서 깨는 일 역시 번서가 혈도를 풀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그리고 번서의 거듭된 연구의 결과가 적용되어 인공적으로 신진대사가 조절되는 지경에 이르른 그녀의 잠은 잠들었다기 보다는 가사상태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을 정도까지 신체 활동이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러, 그가 원한다면 잠든 상태 그대로 며칠이든 몆개월이든, 심지어는 몆년이나 몆십년 까지(이론적으로는)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식사나 배설이나 잠 이외의 생활도 종잡을 데가 없는 혼돈 그 자체였다. 평소에는 번서의 기분에 따라 평범하게(?) 다양한 수치스러운 일들을 하도록 강제되거나(예를 들자면, 각경으로 하는 항문 자위), 굴욕적인 처사를 강요당하거나(혀로 번서의 자지와 발가락을 깨끗히 하도록 강요당하는 등의), 심지어는 번서에 의해 짜여진 진법 안으로 몰아넣어져 벌거벗겨진 채 저잣거리에서 한복판에서 수치를 당하는 등의 음악하기 그지없는 백일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런 유흥이 없을 경우에는 어김없이 범해졌다. 입, 보지 항문을 포함한 그녀의 신체의 모든 기관은 그저 번서의 즐거움을 위한 도구가 되었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식사시간에 앞선 보지와 항문 조이기 훈련 등 집요할 정도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보다 더 뛰어나게 강하고 교묘한 질과 항문의 조임이나, 입술과 혀의 놀림, 그리고 더 강렬한 목구멍으로의 흡입 등의 난잡하기 그지없는 성 기술을 습득하기를 강요당했다. 그리고 그 반대 급부로 쾌감도 주어졌는데, 이것 역시 조교의 일환인 만큼 절대로 범상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구음도 평범한 여자라면 절대 상상하지조차 못할 행위인데다, 무엇으로든 항문을 범해지는 것으로 말하자면 이미 최하의 창기들 조차도 상상하기 어려운, 정상적인 범주 따위는 아득하게 벗어나는 변태적인 행위였고, 요도에 삽입된 대롱을 통해 희롱 당하거나 반복하여 관장을 당하며 절정하는 지경에 이르면 이미 인간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가축이나 애완동물의 그것보다 오히려 못한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쾌감을 얻고 절정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강제로 반추하도록 시킴으로써, 서봉의 마음 속에는 점차 이 쾌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과 적응이 쌓여 가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던져진 서봉이 다시 재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루 하루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는 몸도 마음도 점점 예전의 모습에서 멀어져 번서의 취향에 맞는 [애완 동물]로 개조되어 갔다.

먼저 육체적인 변화가 두드러졌다. 원래부터 번서의 취향이었던 그녀의 가슴은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크기도 커졌고, 약간의 움직임에도 눈에 뜨일 정도로 분명하게 출렁일 정도로 [부드러워]지기도 했다. 또한 그 유두에서는 모유까지 분비되었는데, 국무향의 인공적으로 키워진 유방에서 분비해 내는 [유즙]이 아니라 정말로 진득한 맛을 가진 [모유] 그 자체를 분비해 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물론 임신 따위는 하지도 않은 상태다. 분비되는 모유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것은 그녀의 가축으로써의 변화의 제일보를 나타내는 훌륭한 지표였다.

그리고 거듭해서 정액이 먹여지고 정액을 뒤집어 쓴 그녀의 피부 역시 국무향의 경우처럼 둔한 젖색으로 바뀌었다. 차이점은 원래부터 건강미인인 그녀답게 국무향보다 훨씬 더 그 피부에 화색이 돈다는 정도. 번서의 조교가 시작되면, 그녀의 아름다운 피부는 어렴풋이 상기된 연분홍색으로 바뀌어 보다 더 확실하게 남자를 유혹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었다. 피부의 변화에 발맞추어 그녀의 체형도 엉덩이가 보다 더 강조되도록 농염하게 살이 올랐고, 본래도 약간 곱슬이던 음모 역시 흐트러진 농염함이 가득한 곡선을 그리며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다만 국무향의 경우처럼 격렬한 외모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부터가 최고급의 미인이었던데다, 국무향이 그랬던 것 처럼 한계까지 살을 뺐다가 다시 붙였다가 하는 격렬한 변화의 과정을 겪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번서 앞에서 짓는 그 표정의 양순함을 통해 예전의 그녀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의 변화를 이루고 있었고, 약간은 흐리멍텅한듯, 혹은 꿈꾸는 듯 몽롱한 눈동자 역시 총기가 넘치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노예 상태로의 정신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또한 서봉은 국무향 때 처럼 언어 구사 능력을 상실할 정도의 극단적인 지능의 저하 역시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 까지는 번서가 의도했던 그대로였다. 국무향의 상태도 그의 입장에서 봐서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보다 손이 덜 가는-즉 스스로의 관리를 알아서 할 수 있고, 때로는 번서의 귀찮은 일 까지도 대신 도맏아 줄 수 있는-노예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일부러 그녀의 정신을 완전하게 퇴행시킬 정도로 강력한 약이나 신경 억압술(그는 자신이 배운 의술을 집대성하여 개량한 침술을 이렇게 불렀다)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정말로 파멸적인 상태(오직 자지밖에 생각해 내지 못하는 짐승과 같은)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어디까지나 첫 시험품격인 국무향에 비해서일 뿐이고, 그녀가 번서가 좋은 대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성인형 겸 노예, 혹은 애완동물의 지경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 서봉. "

" 네 주인님. "

" 내가 죽으라고 한다면 어찌 하겠느냐? "

서봉은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

" 주...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죽습니다. 죽어 보입니다. "

" 무릎을 꿇고 손을 등 뒤로 돌려 팔꿈치를 맞잡아라. "

" 네 주인님. "

시키는 대로 무릎을 꿇고 앉은 서봉의 뒤로 돌아간 번서는 비단 끈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같은 비단 끈을 또 하나 더 꺼내어 그녀의 목에 걸었다.

" 무서운가? "

" 아...그... 그렇습니다. "

" 네 손발은 이미 자유롭다. 반항해 볼 생각은 하지 않느냐? "

서봉은 고개를 저었다.

" 반항을 해서... 주인님께 버려진다면... 주, 죽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

서서히 목이 졸려옴을 느끼면서도, 서봉은 성실하게 대답했다. 이미 그녀는 모든 것을 그에게 의존한다, 식사, 잠, 배설, 그리고 이제와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여자로써의 즐거움까지, 그의 허락이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에게 생명은 물론 영혼까지 의탁한 상태인 셈이다. 모든것을 지배당하는 상태인 그녀에게 있어, 그는 신이다. 목숨을 잃더라도 그의 의향에는 털끝 만치도 반항해서는 안된다. 그의 눈밖에 나느니 죽는것이 차라리 낫다.

비단 끈이 점차 목을 파고들면서 숨이 막히는 것 보다 먼저 뇌로 가는 피가 차단되어 의식이 까맣게 꺼져 가기 시작했다. 휘청이면서도, 그녀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얼마나 그렇게 버텼을까,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목에 걸려 있던 비단 끈이 풀렸다.

" 허억... 하아...하아... "

겨우 숨통이 트여 숨을 허덕이면서도, 결코 등 뒤로 돌린 손을 풀지 않는 서봉. 그녀의 귓전으로 번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제법 훌륭하구나. "

" 감사합니다. "

번서의 손길이 다시 턱 아래에 와 닿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애완동물로써의 안도감을 맛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다른 무멋과도 바꾸기 힘든 지복인 것이다.

" 이제 너는 죽었다. 창천교의 일원으로 불망희라 불리우는 여걸 서봉의 목숨은 이 비단 끈에 거두어진 것이다. "

" 네... 창천교의 서봉은 죽었습니다. "

" 그리고 너는 새로이 태어났다. "

다시 서봉의 목에 비단 끈이 감겨왔다. 하지만 방금와는 달리 목이 졸릴 정도는 아니었고, 목의 옆에서 매듭지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이것이 내 노예이자 애완동물로 다시 태어난 증표이다. 너는 이제 완전히 나의 것이다. "

죽고 나서 다시 태어나, 이제 완전히 [주인님]의 것이 되었다는 감격에, 서봉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녀는 서서히 상체를 숙여 땅바닥에 이마를 완전히 붙이는 것을 통해 자신의 절대신인 번서에게 최상의 복종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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