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향을 조교할때도 그러했지만, 번서는 말을 할 필요성을, 아니 대화를 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대화를 나누게 되면 실망하게 되고, 실망하면 화가 나게 된다. 그리고 종종 분노는 이성이 생각하는 경계를 넘어 필요없는 정도까지 잔인함을 표출하게 만든다. 국무향을 말못하는 짐승의 경지까지 떨어뜨린 것은 그의 실험이었다기보다는 그의 잔학함의 폭발이었기에, 이번에는 좀 더 이성적으로 상황을 통제할 생각이었다.
" 흐우우!... 하우후읏!... "
약과 침술의 조합으로 전신에 불이 붙은 것 같은 욕정에 시달리면서도, 번서를 보는 서봉의 시선에는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무리도 아니다. 생판 처음 보는 남자에 의해 납치되어 제압된 상태로, 발가벗겨진 몸에 다양한 수치를 당해 오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녀의 몸을 다루는 그의 손길은 여전히 침착하고 냉정했다.
" 자... 처음이니까 오늘은 이정도로 해 두기로 하지. "
" 후윽!... "
머리에 금침이 하나 박히면서, 서봉의 눈이 갑자기 몽롱해졌다. 번서가 암시를 넣기 위해 침으로 그녀의 뇌를 제압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그는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귓전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 이제부터 너는 내 질문에 대답을 한다. 긍정이면 고개를 끄덕이고, 부정이면 고개를 좌우로 저어 보이면 된다. 알겠나? "
번서의 말을 들은 서봉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 일이 있나? "
잠시 멈칫 했지만, 이내 서봉의 고개가 다시 끄덕여졌다.
몆가지 더 물어본 다음, 번서는 서봉의 쾌감을 조절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상대한 남자는 모두 세명. 그중에서 단 한명도 만족스러운 절정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만족스러운]절정을 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번서에게는 몹시 쉬웠다. 머리에 침 한방을 더 꽂아 쾌감신경을 증폭시킨 다음, 음순 사이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고 발기해 있던 그녀의 음핵을 잠깐 희롱해 주는 것 만으로도 간단하게 그녀를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최고의 쾌락과, 그 쾌락이 이끄는 절정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었다.
" 흐우우!!... 후흐흐흐흐흐!!!... "
푸슛!... 푸슈슛!...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서봉의 보지였다. 보지로부터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렬한 애액의 분사가 있은후, 눈을 까뒤집고 고개를 도리질 치며 허리를 벌벌 경련시키던 그녀는, 마침내 몽롱하게 표정을 흐트러뜨리며 축 늘어졌다.
" 좋았나? "
" 으... "
몹시 간신히, 서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번서는 서봉을 몆번 더 자연스럽게(?) 절정으로 유도하는 일을 통해 방금의 절정으로 얻은 쾌감을 그녀에게 각인시키고, 그녀의 마음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수 있었다. 머리의 혈에 박힌 침에 의해 구체적인 사고가 제한되어버린 그녀는 재갈을 풀어주었을 때도 괜히 언성을 높이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번서의 침술이 강력하다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사고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일은 침술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깊이 생각기 어렵고 기분이 구름에 뜬 것 마냥 몽롱하긴 해도, 아직 서봉은 자신의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렬한 절정으로 인한 만족감은 자연스럽게 그로 하여금 그의 말과 손길에 따르도록 만들고 있었다.
" 아으으... 우우... "
음핵을 포함한 보지 전체을 진득하게 희롱하던 번서의 손길이 배를 따라 천천히 타고 올라 자랑거리인 완벽하기 그지없는 유방에 이르자, 그 움직임에 따라 서봉은 배가 벌벌 경련하며 반응해 왔다. 유방 역시 그녀의 약점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절정에 절여져 민감해진 상태에서 만져지니 견딜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마침내 유두에 이르른 그의 손이 유방을 아래에서 위로 어루만지듯이 주무르자, 그녀는 진저리를 치며 이를 악물었다.
" 아흐으!... "
헛바람을 흘리는 서봉. 그녀의 악문 이빨 사이로 침이 튀겨 나왔다. 유방에서도 특정한 약한 지점을 포착한 번서는 위치를 바꾸어 그녀의 뒤로 돌아간 후, 두 손을 써서 본격적으로 그녀의 유방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 자자 좀더, 좀더 솔직하게 쾌감을... 받아들이는 거다. "
" 아아... 아으... 이, 이야윽!... "
도리질치는 서봉, 그러나 그녀의 거부의 몸짓은 허약할 뿐이었다.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상반신을 자신의 상반신에 바짝 밀착시켜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를 취한 후, 번서는 좀 더 진득하니 그녀의 유방을 주무르며 본격적으로 그녀의 상반신의 약점을 공략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서봉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인 진탕이 되어 있었다.
" 아흐아!... 아힉!... "
번서의 손길은 무척 교묘하여 그녀의 가장 민감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그러나 은근하게 공략하고 있었다. 이미 서봉은 그 쾌감에 반항할 마음이 요만큼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작은 절정에도 몆번이나 올랐는지 기억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보지로 느꼈던 절정 - 눈앞이 하얗게 비워지고, 머릿속을 온통 벼락으로 지져지는 듯한 느낌을 동반한 - 화끈하고 확실한 그것을 결코 맛보지 못한 채로, 풀어내지 못한 쾌감은 쌓여만 갈 뿐이었다.
이... 이대로는 미쳐버린다. 쾌감으로 미쳐버려...
이미 보지는 홍수가 나 있었다. 줄줄 흘러내린 음액은 허벅지과 엉덩이를 적시고 흘러내려 마룻바닥에 흥건한 흔적을 만들고 있었고, 빠져나간 수분만큼의 갈증과 채워지지 못한 쾌감에의 갈망으로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시한 기갈에 허덕이는 중이었다. 심해져만 가는 이 갈증 앞에서, 그나마도 반항적이던 서봉의 표정도 허물어져, 치켜 올라갔던 눈매도 누그러지고 악다물었던 입 역시 바보같이 헤벌어져 공기와 수분을 구하듯이 허덕이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쯤이면 되겠지...
번서는 다시 품안의 서봉의 귓전에 살포시 숨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전신이 벌벌 경련하는 것을 확인하며, 그는 그녀의 귓전에 속삭였다.
" 창천교의 대사막 분타는 휘하 방파들과 함께 전멸했다. 이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지... "
비로소 몽롱하던 서봉의 눈동자에 약간의 이성의 빛이 되돌아왔다. 분타와 휘하 방파들을 지휘해 싸움으로 이끈 것은 서봉 자신이었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전임 분타주가 [해임]당하는 원인이 되었던 무능과는 까마득한 격차가 있는 엄청난 실책이다. 이대로 번서의 손에서 벗어난다 해도, 창천교의 눈은 천하 어디에든 있다. 그리고 창천교 내당 형리들의 손속의 잔인함은 그것을 아는 자들에게는 빠르고 꺠끗한 죽음을 바라게까지 만드는 것이었다. 책임 추궁을 당할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마자, 그녀의 표정은 명백하게 공포에 질렸다.
" 으... 으아아... 주...지금 죽여줘... 차라리.. 아아... "
" 쉬쉬...괜찮아. 그들은 네가 여기 있는것을 결코 알아낼 수 없어. "
" 안돼...하...하아... 그들이... 으으... 찾아낼꺼야... "
서봉이 지나치게 겁에 질리자, 번서는 손을 들어 그녀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머리에 금침 하나를 더 박았다. 이번에는 기혈의 흐름을 편하게 하고 기분을 진정시키는 혈이다. 그 효과는 즉시적이어서, 금새 불안해 하며 울 것 같았던 목소리의 떨림이 멈추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베풀어졌는지 알 수 없는 그녀는 그 변화가 남자의 손길에 눈을 가려짐으로써 일어난 변화라고 여기며, 번서의 손길의 [신묘한 효과]에 기대는 마음이 일어나게 만들었다.
" 아... "
" 자자, 심호홉을 하고... 그래, 기분좋게... 그렇지. 너는 내 손 안에 있다면 안전하다. "
" 손 안에... 안전... "
방금전까지의 애타는 기갈조차 잊고, 서봉은 번서의 손에 몸을 내맏긴채 편안하게 심호홉을 시작했다. 계속 눈을 가린 상태에서, 번서는 그녀의 귀에 대고 이런저런 일들을 속삭여 주었다. 요약하자면 창천교를 배신한것과 다름없는 너는 내 손 안에 있을때만 안전할 수 있다는 등등의 이야기다. 이미 머릿속이 뒤죽박죽인데다 깊이 생각할 수도 없는 어린아이 같은 상태가 되어 있는 그녀는 그저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념 뿐이었고, 번서의 말은 그녀의 그 약점을 파고들었다.
" 나... 무섭습니다.... 무서우니까... "
" 쉬쉬...괜찮아. 나에게 모든것을 맏기고 복종하면 편안해 질 뿐 아니라 평생가도 맛볼 수 없는 열락을 맛볼 수 있다. "
" 아아 그...그러면... "
" 내 노예가 되겠느냐? "
" 아... "
머뭇거리면서도, 서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불가사의할 정도로 편안함을 느낀 그녀의 마음에, 비로소 방금 전까지 잊고 있었던 기갈이 닥쳐 왔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번서의 손가락이 서봉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
" 응음!... 음? "
" 꿀이다. "
번서의 손가락 끝에 붇혀져 있는 것은 꿀이었다. 한쪽 손으로는 서봉의 눈을 가리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꿀단지를 끌어다 옆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 꿀단지에서 손가락을 집어넣어 꿀을 듬뿍 찍어서 입 안에 집어넣었으니, 그녀가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 달콤한 맛과 향기에 온통 도취된 그녀는 정신없이 입 안의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이제는 더이상 빨아먹을 꿀도 없는 손가락을 열심히 빨아대는 서봉의 입에서 손을 빼낸 번서는,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도 치웠다.
" 아... "
" 너는 빠는 것을 참 좋아하는구나. 봐라, 내 손가락은 네 침으로 질척거린다. "
자신의 입술과 남자의 끝을 잇는 긴 침의 실을 본 서봉. 잊고 있었던 수치심이 그녀의 머릿속을 직격했다. 번서는 자유로워진 손을 써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의 풍만하기 그지없는 유방을 아래에서 받쳐 올리듯이 하여 그녀를 다시한번 자신의 품 안으로 다잡아 끌어당겼다. 그 예상치 못한 기습에 그녀의 입술에서는 다시 여지없이 부끄러운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아으앙!... "
" 자, 다음은 이것이다. "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번서의 앞에 걸터앉은 형국이 된 서봉의 엉덩이에, 뜨거운 무언가가 닿았다. 남자를 모를리 없는 그녀는 이미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강간이나 다름없으니 극렬하게 저항했을 것이지만, 잠깐 사이에 몆번이나 지옥과 천국을 오르락 내리락한 그녀는 다시는 지옥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공포를 잊는 바람에 되살아난 욕정을 해소시켜줄 유일한 수단을 잃고 싶지 않은 일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바짝 밀착시키며 비벼오기 시작했다.
" 계집, 천박하구나. "
" 아...천...천박해도 하는수가... 아아!... 천박합니다, 천박합니다!... 저는 천박합니다!! "
변명을 하려다가 번서가 허리를 빼는 바람에 당황해버린 서봉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거듭 자신의 추태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의 발기한 자지가 보지 위를 스치자, 그녀는 감격한 얼굴로 전신을 벌벌 진동시키는 것으로 열렬한 환영의 의사를 표시했다. 곧이어 번서의 손이 다시 눈을 가렸고, 어둠 속에서 불안함과 평온함을 동시에 느끼던 그녀의 보지 안으로 번서의 자지가 압입되었다.
" 아아!... 하아!!!... 하으아아앙!!!... 히... 히아아아아아!!!!... "
번서의 자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져 있는데다가, 방금의 시야의 차단으로 전신의 신경이 보지에 집중된 상황이다. 단숨에 억눌리고 쌓여 왔던 쾌감이, 숨이 막힐듯한 장렬한 충족감과 함께 그녀의 전신으로 퍼져 흩어지고 난 다음,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최고의 작렬하는 절정으로 되돌아왔다.
" 으... 아아아아!... 아오오오오오!!!... 아오오오오오!!!... 아히!... 히이이이이이!!!... "
비명을 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치 않았다. 눈이 가려져 있었음에도 그녀의 시야는 총 천연색의 불꽃으로 가득 찼고, 뇌를 포함한 전신의 신경이 작렬하는 절정의 감각에 벼락을 맞은 것 마냥 폭주했다. 거의 일다경에 걸쳐 비명을 지르며 전신을 벌벌 경련하던 서봉은, 결국 작렬하던 쾌감에 견디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었다.
" 으...어...으윽... "
서봉은 입술 사이로 거품을 흘러내고 나서, 곧바로 전신을 축 늘어뜨렸다.
주르륵!... 줄줄줄줄...
보지로부터 진한 음액을 대량으로 쏟아낸 다음, 성대하게 실금하기 시작하는 서봉. 번서가 맥을 짚었을 때는 이미 맥이 끊어져 있었다. 지나친 절정에 견디지 못하고 심맥이 멎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번서는 시체라도 살려낼 수 있는 경지의 의원이다. 그가 침착하게 그녀의 머리에 꽃았던 금침 하나를 회수해 척추에 꽂아넣은 다음 유방의 혈을 통해 가슴으로 내공을 불어넣자, 그녀의 사지가 한번 퍼득한 후 파랗게 질려 가던 입술이 열리며 가쁜 한숨이 토해졌다.
" 허윽!... 하아아... "
서봉의 입술에 혈색이 되돌아오는 것을 지켜보며 번서는 가쁘게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혀를 손가락으로 희롱했다. 손가락이 혀에 닿자 그녀는 기쁜듯이 그것을 혀 끝으로 핥아올렸다. 잠시 그녀가 절정의 여운에 잠겨 있는 동안 그렇게 그녀를 얼르며 완전히 보지 안으로 삽입 마친 번서는, 그녀가 심장마비의 타격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고 나자 자신의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응!... 아아!... 아앙!... 아아앙!... "
단 내음을 토하며 번서의 움직임에 호응하는 서봉. 이제 그녀의 입에서 토해지는 교태 섞인 비명 속에는 거부의 색이라고는 요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 년도...결국 여기까지군.
" 후후후후... "
서봉의 마음을 꺾는데 성공한 번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를 탐하며 그 몸을 즐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