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시아 떡실신. -
- 히로인이라 꽤 심하게 건드렸습니다. -
카시아... 미안... ㅠㅠ;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7&WTV1471013=350379337&WTV1392781=31853998&WTV1357910=273489&WTV1357911=2895697&WTV246810=121&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아... 음.”
“카시아 일어났어요?”
“아앗! 보, 보지마!”
카시아가 얼굴이 붉어지며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몸은 괜찮아요...?”
“싫어... 변태 같은 놈 보지 마... 앞으로 아는 척... 까아!”
나는 이불을 확 걷어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 부드러운 키스를 했다. 쪽... 쪼옥.
“하아...”
“왜 빨개 졌어요? 또 하고 싶어요?”
“으...! 저리가!”
내게 베개를 퉁 집어던졌다. 몸을 이불로 가리며 자신의 몸을 살피는 듯 했다. 몰래 이불을 들춰서 그녀의 행동을 살폈다.
자신의 음부와 항문을 어루만졌다. 그녀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하아... 넓어진 것 같아...”
“어디 봐요!”
“까아! 저리 가라니까!”
쿠당탕! 결국 침대위에서 둘다 떨어져 버렸다. 카시아의 커다란 가슴이 내 얼굴을 뒤덮었고, 나는 그녀를 꼬옥 안으며 말했다.
“어차피 같이 살건데요 뭐...”
“...그래...”
결국 카시아도 나의 품에 안기며 힘을 뺐다. 하하하하! 행복하다. 카시아... 그녀는 내 것이 돼버렸다. 카시아가 몸을 일으키며 손수건을 찾았다. 아직도 그녀가 머금은 애액이 주루룩 흘러내린 탓이다.
“으... 뜨거워...”
손수건으로 그곳을 닦아내며 옷을 입었다. 그녀의 매끈하고 하얀 피부가 가려졌지만 원래의 청순한 매력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옷을 다 입은 그녀가 탁상위에 놓여진 목걸이를 보며 궁금해 했다.
“이건 목걸이네? 예뻐... 흑진주야?”
“아앗! 건들면 안돼요!”
페르시아스가 만든 기억의 돌을 엮은 것이었다. 저걸 건들고 눈을 감으면 이제까지 했던 여자들의 기억이 모조리 펼쳐지게 된다. 그리고 그중엔 어젯밤 일을 치룬 카시아의 이름까지 새겨져 있었다. 나는 황급히 그것을 잡아채며 목에 걸었다.
“에이! 치사하게 안뺐어간다. 흥!”
새침한 카시아를 달래주듯 얼른 핑계를 대었다.
“이거... 정령술하고 관련 있는 거라서 일반인이 만지면 부작용 일어나거든요!”
“그래? 신기한 거네?”
“나중에 섬에 가면 제 보물 상자에 있는 눈알만한 흑진주 선물해 줄게요!”
그럴듯한 핑계와 여인의 허영심을 잡아끌만한 약속으로 그녀의 관심을 겨우 돌렸다. 그녀가 헝클어진 머리를 빗으로 예쁘게 정돈하며 말했다.
“이제 섬으로 돌아가야지.”
“그래야죠.”
다른 사람들은 아마 굉장히 놀랐겠지. 하지만 괜찮아. 오던 길에 란제이 린이 우리들의 모습을 봤으니까. 거울 앞에서 치장을 하는 카시아를 홀로 남겨두고 선상으로 걸어나갔다. 한밤중에 나온 탓에 선원들이 해가 떴음에도 피곤에 지쳐 갑판에 쓰러져 쿨쿨 잠들어있었고, 바람을 받아 배를 이끌어야할 닻은 접혀져 있었다. 장루 위에서 고개를 배꼼 내미는 시르케가 빗자루를 타고 내게 내려왔다.
“랑스? 어제 밤새도록 시끄럽던데? 히히힛.”
“들렸어?”
“아니, 몰래 훔쳐봤지. 그 청순하고 이슬만 먹고살던 카시아 난리가 아니던데. 보는 내가 더 흥분돼서 죽는 줄 알았어.”
나는 피식 웃었을 뿐이다. 그런데 시르케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왜 저러지?
“그냥 훔쳐보고 싶어서 훔쳐본 건 아니야. 혹시나 해서...”
“무슨 소리야?”
“사실 의심했었거든.”
의심했다는 소리에 이번엔 소리 내서 잠시 웃었다. 아하하하. 이봐, 시르케 그럴 리가 없잖아. 진부한 내 설득에 시르케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카시아가 류지아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고대 장로들의 혈흔을 몸 안에 새겨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그녀만의 비밀 임무였던 것이다.
마침 카시아가 선상으로 올라왔다.
“어머 둘이서 오붓하게 뭐하... 어?”
우리를 반기려던 카시아가 시선을 가늘게 뜨며 핏빛 섬쪽을 가르켰다.
“저거... 혹시 랑스...?”
“으음?”
나와 시르케 또한 카시아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떠 보았다.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서, 설마! 시르케가 소리쳤다.
“큰일이다!”
“시르케!?”
차마 말을 못하던 시르케의 입술에서 기다리던 말이 터져 나왔다.
“훅스턴! 섬에 쳐들어왔어!”
맙소사! 열흘 뒤에 쳐들어온다던 그였다.
“젠장!”
“랑스!”
“알았어요!”
눈을 감고 주저앉았다. 실프와 운디네를 급격히 불러 모았다. 갑작스레 일어난 돌풍과 급류에 돛이 활짝 펴지며 전속을 넘어선 속도로 섬을 향해 물살을 갈랐다. 시르케가 잠자는 선원들을 깨우려 마법적인 울림을 크게 터트렸다.
“다들 일 - 어 - 나 - 세 - 요”
*
망할! 완전히 속아 넘어갔어! 놈의 말대로라면 팔일 뒤에 왔어야 한다. 아니, 그 전에 쳐들어 올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라니! 카시아가 동맹을 제안한 포트가 함대가 지금쯤 오고 있을 것이다. 또한 쿡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란제이 린은 함정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핏빛 섬 주변에는 배가 한척도 떠있지 않았다. 오디세이아의 함선도 없었고, 지파르그나 베이카논의 함선도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옥토퍼스의 괴성도 들려오지 않았다. 단지 섬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을 뿐이다. 완벽히 허를 찌르는 기습이었다. 입술을 꽉 깨물며 섬에 발을 디뎠다.
레이하이딘의 함성이 크게 들려왔다.
“랑스! 카시아! 도대체 어딜 갔다 오는 거야! 으랏차!”
레이하이딘의 거대 망치에 찌부러지는 적들. 허공에는 역시나 인큐니아가 떠서 크라샤를 놀리고 있었고, 크라샤는 인큐니아를 향해 빠르게 활을 쏘아댔다.
“하앗!”
쾅! 쿠과광! 짧게 흔들리는 로리안의 금발머리. 폭염의 룬을 터트리며 다가오는 적에게는 레이피어를 짧게 찔렀다. 푹 - 으아악! 어젯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데미안이 빠른 쾌검으로 적들을 베어내며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세이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데미안의 롱소드가 정확히 세이버스의 미간을 향해 휘둘러졌다. 쩡! 아쉽게도 튕겨져 나오는 데미안의 검. 마법으로 보호한 방어막에 막힌 모양이다. 데미안이 이를 갈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마녀따위가! 랑스선장, 시르케는!”
“데리고... 어!?”
이런!? 시르케! 방금 옆에 있더니 이런 상황에 또 어딜 간 거지? 또 카시아는!? 나를 발견한 적들이 외쳤다.
“해적왕이다!”
“큭... 잡몹들이.”
역시 숫자가 굉장히 많았다. 가까이 있는 적들은 OPG의 힘으로 검을 휘둘러 뿌리쳤고, 운디네의 힘으로 주루룩 뒤로 미끄러지며 검 끝에 힘을 모았다.
“타핫!”
화르르륵! 살라맨더가 뭉친 내 검이 뿌려졌다. 엄청난 화염이 적들을 뒤덮었다.
“으아아아악!”
정신없이 싸우는 일행들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럴 겨늘이 없었다. 적들과 함께 주변을 꽁꽁 얼려버린 서리하를 확인하고 외쳤다.
“서리하! 란제이는요!”
“훅스턴이! 읏!”
서리하는 내 말에 대답하며 등뒤에서 화살을 쏘는 적을 향해 차가운 검기를 뿌렸고, 적은 어김없이 바득바득 얼어가며 쓰러졌다. 잠시 여유가 온 탓에 서리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서쪽으로 데리고 갔어요!”
비러먹을! 늦을지도 모른다! 주머니에 있던 페르시아스를 양손으로 꺼내들었다.
"페르시아스! 힘좀 써야겠어!"
'흥, 필요할 때만 꺼내주고... 존재감이 없잖아요!'
"말 장난 할 때가 아니라고!"
투털거리던 페르시아스가 내 어깨에 앉았다. 어느 정도까진 그녀의 도움없이 되지만 한계에 다다르면 그녀의 순수한 힘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벌써 내 마나력이라는 것은 바닥을 드러냈으니까.
몸이 가벼워 질때 쯤 땅을 힘껏 박찼다. 쓔우웅 - 요란을 떠는 적들의 머리카락을 붕뛰우며 서쪽을 향해 날아올랐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7&WTV1471013=353288088&WTV1392781=31855186&WTV1357910=273489&WTV1357911=2895804&WTV246810=122&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하얀 백사장. 격렬히 움직이는 두 육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점차 커지는 그들의 형상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훅스터어어언!"
늦었다. 포박당한 란제이가 훅스턴 앞에서 다리를 벌린 채 온몸이 짓뭉개지고 있었다.
"하하하! 이정도 해줬으면 봉인을 풀어주시지! 하하하하하핫!"
"하앗! 안돼! 안돼! 흐아아아윽!"
웃음소리와 함께 훅스턴의 하반신이 부르르 떨렸다. 쭈욱 늘어지며 빠져나오는 훅스턴의 성기가 흠뻑 젖어있었고, 란제이의 음부에서는 흑스턴이 방출한 짙은 체액과 함께 금빛 금속이 고개를 내밀었다. 훅스턴은 란제이의 음부를 벌려서 금빛을 끄집어 냈다.
마지막 봉인이 풀렸다는 증거. 귀신선을 불러내는 열쇠였다.
"훅스터어어어언!"
나를 가로막는 훅스턴의 졸개들이 있었다. 분노하며 검끝에 끌어모은 살레멘더를 휘둘렀고, 그들은 모두 화르륵 타오르며 재가되어 버렸다.
"후후후. 랑스. 그래, 저번에 제시한 내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훅스터어언!"
"아아...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훅스턴은 검을 뽑아들지 않았다. 다시 한발짝 앞으로 내딛는 순간 섬득한 살기가 땅아래서 솟구쳐 왔다.
"크읏!"
백사장 아래서 새하얀 검날이 솟구쳐 나온것이다. 기다란 카타나.
"노움!"
노움을 부려 단숨에 모래를 파헤쳤다. 그러자 그곳에 숨어있던 키리우스 호프만이 모래를 털며 비아냥 거렸다.
"칫, 암살 실패군."
훅스턴이 의아한 눈빛으로 키리우스를 보았다.
"키리우스. 네가 정말 녀석을 죽이려던 것이었나!?"
"아, 아닙니다. 전 단순히 겁만주려고..."
얼른 고개숙이며 뒤로 물러나는 키리우스. 서리하 왕녀가 함께 왔다면 뼈도 못추릴 녀석이. 나는 쓰러진 란제이를 보다 훅스턴 손에 잡혀있는 금빛 열쇠를 확인하며 크게 외쳤다.
"둘 다 한꺼번에 덤벼!"
훅스턴은 아직도 깨닫지 못했냐며 고개를 저었다.
“랑스... 이제 됐다. 소용돌이는 이제 더 이상 불지 않아. 오르네우스와 지파르그의 함대는 이제 그곳을 넘나들 수 있겠지.”
“너... 이 자리에서 죽여주겠어.”
사실 간단하다. 훅스턴과 무리들을 죽인 후, 서리하를 오르네우스의 왕녀로 복직시키면 말끔히 정리된다. 그런데 베이카논은...?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페르시아스를 허공에 띄었다. 키리우스처럼 매복하고 있을 놈들을 찾아보라는 의도다.
“랑스. 내가 준 병은 어쨌느냐? 그것을 살펴보았는가?”
그 빈병?
“염색약 따위로 뭘 어쩌라고!”
칼을 뽑아들어 훅스턴에게 달려들었다. 쨍! 녀석의 검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내 검이 허공에서 막혔다.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검. 또 한 차례 거세게 부딪히자 불똥이 튀기며 마법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키리우스 녀석이 내 옆구리를 찌르며 들어왔고 나는 다시 뒤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란제이는 여전히 알몸으로 방치된 채 넋을 잃고 있었다. 훅스턴이 또 다시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소용돌이가 그쳤다 랑스.”
“널 죽이고 말테닷!”
“아니. 내가 죽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까 말이지. 소용돌이가 사라졌다는 말은 섬에 끼치던 모든 방어가 허물어졌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겠는가!?”
“내가 알바 아니야! 네가 섬을 침공할 발판이 열린 거겠지!”
“이런! 이렇게 모르고 있을 줄이야! 내가 너를 잘못키웠다! 전혀 눈치를 못챘군!”
“뭘 몰라! 배신자 새끼야!”
훅스턴이 흠칫 놀라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어떤 새로운 사실을 알아차린 것처럼 눈을 부릅뜨며 떨리는 입술을 겨우 열었다. 처음 본다. 훅스턴의 저런 모습.
“네놈! 네놈 설마... 설마 카시아와...?”
“그래! 어쩔래?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카시아랑 떡쳤다! 약오르냐?”
“그랬군... 역시 그랬어. 그래서 아무런 눈치도 챌수 없었군. 바보자식...”
“뭐...? 바보자식?”
"그녀가 끝까지 널 물고 있었어. 그래서 네게 접근을 못했던 것이었구나."
녀석의 반응이 예상과는 달랐다. 내가 카시아와 잔것에 대한 일말의 미련도 없어보였고, 오히려 내게 가엽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공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랑스으으!”
시르케! 어디 갔던 거야!? 그녀가 다급한 듯 소리쳤다.
“랑스으으으! 속고있어어어어!”
키리우스가 검을 움켜잡으며 대쉬하려 했지만 훅스턴을 그에게 눈치를 주었다. 지켜보라는 투였다. 덕분에 나는 시르케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뭐어어어? 속아?”
“이거 받아! 랑스으으!”
빗자루를 타고 빠른속도로 날아왔기 때문에 물건을 건네준 그녀의 손길은 가벼웠다.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물건을 잡아챘다.
“시르케 이거 뭐야!”
훅스턴이 경직된 표정을 풀며 턱을 쓸어만졌다.
“후후... 깜찍한 마녀를 두었었군. 살펴봐라 랑스.”
시르케가 건네준 물건. 이거...!? 손을 폄과 동시에 시르케가 내 옆에 착지했다. 시르케는 훅스턴과 나를 번갈아 살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시르케 이거...”
찰랑이는 액체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훅스턴이 며칠 전 건네주었던 진실의 병이었다. 머리를 물들이는 염색약. 채워져 있잖아?
“시르케 이게 도대체...”
“속고 있었어 랑스!”
“이게 뭔데!”
“염색약!”
“그러니까 염색약이 뭐냐고!”
“카시아의 방에서 발견한 거라고! 얀스! 그래! 얀스라는 여자가 다 말해줬어! 카시아는...”
얀스!? 얀스라면 이미 죽었잖아! 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카시아라니?
훅스턴이 내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랑스. 이제 모든 진실을 말해주마. 어서 내 손을 잡아라. 시간이 없어!”
훅스턴은 내가 기억하는, 언제나 유쾌하고 자상한 그런 표정으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검을 무르지 않은 채 훅스턴을 경계하며 말했다.
“이 상태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겠다! 모든 사실을 말해!”
“소용돌이가 풀리면 섬에 잠든 마녀의 봉인도 함께 부서진다!”
뭐? 그럼 어쨌든 좋은 거 아니야?
“그러면 우리는 결코 찾을 수 없었던 그녀의 존재를 찾을 수 있겠지. 봉인된 상태로 절대로 건들지 못했던 그녀를 죽일 수 있겠지!”
“알아! 봉인이 깨어진다고 쳐! 류지아. 도대체 그녀를 왜 죽인다는 소리야! 그리고 시르케! 카시아! 카시아! 그녀가 도대체 뭘 어쨌다는 거냐!”
훅스턴은 나의 다그침에 잠시 입을 다물며 여유를 두었고, 시르케는 주눅이 들며 뒤로 물러섰다. 키리우스는 주변을 살피며 무언가를 계속 감시하고 있었고, 쓰러진 란제이는 여전히 기절해 있었다. 페르시아스가 내 머리 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지극히 당연하게 흘러가는 정상적인 세상 속에서 혼자만 빙빙 돌던 나의 세상이 뜨거워지며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크으... 윽...”
고통스런 신음소리. 얼굴에 묻은 빨간 액체를 닦아 내렸다. 피? 너무 빨개서 세상이 안 보인다. 새빨간 세상 속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듯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누구의 목소리 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시 눈을 비비다 떴을 때 훅스턴의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그 안에서 어린 시절 내가 웃고 있었다. 훅스턴의 목을 얼싸 않으며 웃기도 했고, 그의 턱 수염을 잡아당기며 조르기도 했다. 어느 순간 검을 맞대고 있었고, 함께 배를 타고 멀리 항해를 하며 내가 어른이 됐을 땐 그는 결국 없었다.
다시 눈을 떠 현재로 돌아왔을 때 훅스턴의 가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붉은 가슴에 은빛 검 날이 솟아나와 있었다.
나는 훅스턴의 가슴을 꿰뚫은 그녀를 확인하며 울부짖었다.
“카시아아아악!!”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8&WTV1471013=356437641&WTV1392781=31877890&WTV1357910=273489&WTV1357911=2897867&WTV246810=123&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크윽..."
훅스턴의 가슴을 뚫어버린 잔혹한 칼날이 스르르 뽑혀 나왔다. 검을 뽑아낸 카시아가 시원한 다는 듯이 생긋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랑스! 까하하! 이것봐! 훅스턴을 드디어 죽였어! 하하하하!"
"후. 후. 훅스. 훅..."
훅스턴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의 가슴을 짓눌렀지만 피가 멈추지 않고 손가락 사이를 꿰뚫고 나왔다. 뜨거웠다. 심장이 뛸때마다 피가 솟구쳐서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
훅스턴이 눈을 뜨고 날 바라보았다.
"훅스턴... 클란츠... 내 이름..."
랑스 클란츠. 족보가 없는 해적 섬에서 태어난 내 이름.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훅스턴의 풀 네임도 훅스턴 클란츠라는 걸. 해적에서는 누구도 아버지란 이름을 쓰지 않는다. 가족이란 허용범위는 없었다.
그래서 이제껏 모른 척 하였다.
쿡럭... 피가 입에서 팍 튀겨 나왔다. 그러면서 허허허 미소짓는다. 훅스턴이 말했다.
"말해봐, 봐라. 큭. 아들."
"후, 훅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쾌괄하게 들려오는 카시아의 웃음소리. 나는 주먹을 꽉 쥐었고, 손에 잡힌 진실의 병이 와자작 박살이 나며 액체가 손에 흘렀다. 무심코 손을 펴보니 까만 액체가 흥건하게 물들어있었다.
카시아가 까만 염색약을? 그녀는 원래 흑발이다. 아니, 흑발로 머리를 염색하고 다녔다고? 왜?
"큭, 라, 랑스."
다시 훅스턴을 보았다. 심장이 뛸 때마다 그의 구멍난 가슴에서 피가 솟구치며 내얼굴이 피로 물들며 흘러내렸다.
아니, 흘러내리는 건 피 뿐만 아니었다. 멈추지 않고 줄줄 흘러내려온다. 아? 내 눈물...
"아... 아... 훅스..."
훅스턴은 대답이 없었다. 그는 오른쪽 장갑을 벗어 검게 물든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마법검을 뒤로 잡아 내게 내밀었다.
"아들아. 마지막 선물이다..."
무심코 받아들였다. 그리고 훅스턴은 란제이의 몸에서 채취한 금빛 열쇠를 바다로 집어던지려 했다.
카시아가 그것을 보며 또 다시 검을 휘둘렀다. 세상이 멈춘 것처럼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다. 오직 멈춘 세상속에서 나 혼자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받아든 검을 앞으로 뻗었다. 챙!
"읏!"
훅스턴을 노린 카시아의 검이 멍하니 뻗은 내 공격에 막혔다. 훅스턴이 집어던진 금빛 열쇠가 바다에 풍덩 빠졌다. 다시 훅스턴을 뒤돌아 봤을 때, 카시아가 내 목을 향하여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뒤로 돌아온 키리우스도 그녀와 함께 검을 뻗어왔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대로 죽어도 괜찮겠지라는 심정이 들어 내 목을 찔러오는 그들의 궤도를 구경했다.
하지만, 카시아와 키리우스의 검은 허공에서 문득 멎었다. 그들의 표정이 매우 놀라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어!?"
눈을 감은 훅스턴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고, 그들을 가로막은 투명한 장막이 내 앞에서 벗겨졌다. 찰랑이는 검은 단발머리. 내가 기억하는 것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그녀가 내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야, 얀스......?"
"오랜만이야! 선장."
아무래도 방금 전 공격을 받아 난 죽었나 보다. 그러니 죽은 얀스가 보이는 것이지. 얀스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흑... 흑... 훅스턴 선장...
카시아가 얀스가 벗은 망토를 보며 경악했다.
"너! 내 카멜레온을!"
"이제 내꺼야!"
뒤에서 작게 중얼거리던 시르케가 크게 외쳤다. 파이어 - 볼!
콰아아앙! 키리우스와 카시아가 뒤로 훌쩍 물러났다. 폭발속에 휩쓸리는 가운데 카시아는 얀스에게 보랏빛 독침을 던졌다. 채재쟁! 얀스는 침착하게 받아치며 날렵하고 작은 몸으로 내 앞을 가로막아 주었다.
폭팔에 일어난 뿌연 연기가 걷힐 때 쯤, 먼 곳에서 무리들이 우르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랑스!"
"카시아아!"
레이하이딘과 에랄다. 또, 로리안이었다. 그들이 내 곁으로 다가오려 했지만 얀스와 시르케는 철저히 그들을 경계했다.
"아무도 다가오지 마!"
시르케가 거대한 레이하이딘 앞을 막아섰고, 얀스는 로리안 앞을 막아섰다. 에랄다는 뒤쪽으로 물러서며 두리번 거렸다. 뭐가 뭔지 모르는 표정인 것처럼 입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있었지만 날카롭게 빛나는 시선은 카시아를 보고 있었다.
레이하이딘이 피식 웃으며 망치를 후려쳤다. 시르케는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마법 장벽을 만들었다.
- 쿠쾅!
주루룩 밀려나는 시르케. 그래도 쓰러지지 않았다. 검은 단발의 얀스와 금빛 단발의 로리안도 가느다란 레이피어를 서로에게 부딪히며 폭염의 룬을 뿌렸다.
- 퍼퍼퍼펑!
"하악... 하악... 랑스. 나는... 클란츠... 나는..."
"마, 말하지 마요!"
훅스턴은 자꾸 무언가 말하려 한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도통 쉽게 꺼내지를 않는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며 카시아와 키리우스를 휩쓴 자욱한 연기가 말끔히 걷어졌다. 그곳에 멀쩡히 서있는 카시아와 키리우스. 그런데, 카시아의 머릿결은 더이상 흑발이 아니었다.
"물빛..."
카시아가 자신의 물빛 머릿결을 쓸어 만지며 말했다.
"랑스. 이 머리는 처음 보는 게 아닐텐데. 그지? 꼬마야."
어지러운 과거 속에서 펼쳐지는 광경. 열 살 되던 어느날 밤, 훅스턴에게 다리를 벌리며 처참하게 강간당하던 물빛머리 귀족 소녀. 어린시절 보았던 처참한 그녀의 얼굴이 카시아의 얼굴과 겹쳐졌다.
"카시아... 설마... 그때..."
"그래. 기억 잘 하는구나? 육년 전 그때. 넌 날..."
어린 시절 훅스턴의 거대한 성기아래 짓이겨지던 어린 그녀가 애원했다.
- 하앙! 흐이익! 제발! 도와주세요! -
- 랑스, 흐윽! 너도 큭. 같이 하려냐? 이여자 이제까지 흐크윽! 먹어본 년 중에서 최고다. 크하핫. -
그 광경을 목격 한 난, 최면에 걸린 듯 뒤돌아섰다. 처음보는 경악한 장면 앞에서 난 울부짖으며 달려나가려 했다. 그리고 이제껏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토록 어린 난, 충격에 빠져서 옷을 벗고 있었다. 들락 날락하는 훅스턴의 성기를 보며 어른을 배웠다. 물빛머리 귀족소녀의 음부가 잔혹하게 늘어나며 실룩였다.
- 크악! 흐어어어.. 흐어억! 나온다! 흐아아... -
주루루루룩.
옷을 다 벗은 나는 그녀앞에 다가섰다. 훅스턴은 그녀의 머릴 짓누르며 내 성기에 그녀의 입을 맞췄다.
- 어린 녀석것도 빨아봐. -
- 웁! 흑... 읍! 읍! 흑... 읍! -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이름 모를 그녀를 대상으로 훅스턴에게 성교육받고 있었다.
- 랑스, 원래는 해적들이란 말이지. 열 다섯때 성행위를 벌이지. 앞으로 오년 후겠지만 넌 좀 더 강하게 커야해. 해적이란게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거든. -
팽창했지만 아직은 작은 내 성기가 그녀의 음부에 찔러져 들어갔다. 그녀는 이미 의식을 잃고 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해가 떠올랐고 일을 마친 나는 훅스턴에게 말했다.
- 아빠, 이 여잔 이름이 뭔데요? -
- 하하 랑스, 아빠라고 부르면 안된다. 그리고 이 년은 어차피 내일이면 팔아 버릴텐데 이름을 외워서 뭘 하려는거냐? -
- 응... 나 이 여자랑 결혼하고 싶으니까. -
- 뭣!? -
- 원래 귀족들은 그런다면서. 여자랑 섹스라는 걸 하면 결혼하는 거라고. 나도 원래는 귀족이었다면서? 글고 우리 왜 여기서 살아? 나 여기 싫어... -
훅스턴은 멍청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내 충격적인 기억을 말끔하게 날려버렸다.
어린 나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내 방으로 달려왔다.
수 일이 지난 후, 검은 흑발머리의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 랑스! 나 머리 예쁘지? 어때? -
- 원래 검은색이었어요? 예전 물빛이 예뻣던 것 같은데. -
- 에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네가 참 좋은데! 머리 색은 이래도 나 같은 미인이면 족하지? -
- 읏... 전 싫어요! -
- 나랑 결혼해 줄꺼지? 후훗. -
- 당신에게 훅스턴이 있잖아요! -
- 니가 먼저 나랑 하고 싶다고 했잖아! -
- 언제요! 그런 말 한 기억 없어요. 저리가요. -
- 아아... 우리 사이에 그러기야? 너무해... -
- 전 카시아랑 결혼 하기 싫다고요! -
기억의 소용돌이 속에서 겨우 현실을 되돌렸다. 뇌가 소용돌이 치듯 머리가 아파왔다.
"아아아아아악!"
카시아가 잔혹하게 말했다.
"이제 네 이용가치는 끝났어 랑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8&WTV1471013=359546060&WTV1392781=31896579&WTV1357910=273489&WTV1357911=2899565&WTV246810=124&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주변이 새하얗게 차가워지며 하얀 빛이 눈앞을 뒤덮었다. 그리고 이건 착각이 아니었다.
"랑스! 정신 차려요!"
붉은 빛 서리하. 그녀가 멀리서 힘을 짜낸 듯 지친 표정을 지었다. 나를 향해 달려들던 카시아는 엄청나게 솟아오른 얼음장벽에 가로 막혀버렸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축했다.
"랑스, 어서!"
에이미였다. 어느 순간 나타난 칼리오페는 훅스턴의 상처에 신성마법을 끌어모아 찔러넣고 있었다. 카시아와 키리우스의 일갈이 들려왔다.
"쓰레기들이!"
시르케를 후려치던 레이하이딘의 몸에 거센 충돌이 부딪혔다. 팡! 파파팡! 레이하이딘의 거구가 비틀거렸다.
"뭐, 누가 감히 나를!"
"형님 접니다요. 아하하하.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배신을 먼저 때린 건 형님이라서요."
여러 발의 활을 시위에 걸어 당기는 크라샤 크로우였다. 비록 레이하이딘의 마법갑주에 튕겨나갔지만 그 위력은 장대한 거구도 흔들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얀스와 로리안이 거센 폭발 속에서 번뜩이는 검격을 주고받았다. 츠캉! 츠츠캉!
"하앗!"
카시아의 기합소리와 함께 눈앞의 얼음이 반으로 갈라졌다. 다시 나를 노려보며 눈을 빛내는 카시아. 그런데 그녀의 시선이 바다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 있었다.
"네 구차한 동료들이 발악하는구나. 하지만 이미 끝났어. 저길 봐."
키리우스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끝났군. 크하하하하핫!"
싸우던 일행도 둘로 나누어지며 서로의 대열을 갖췄다. 잠시 여유로운 틈에 모두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칼리오페가 쓸쓸히 중얼거렸다.
"랑스... 저와 섹스한 사람은 모두 죽었어요... 그런데 이젠... 둘 다 죽겠네요..."
크라샤도 투덜거렸다.
"널 만나고 부터 정말 운이 없다니까."
모두가 바라보는 지평선엔 수십 척의 함선이 물살을 가르며 몰려들고 있었다. 쿡을 부축하고 뒤늦게 걸어온 데미안이 이를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포트가..."
카시아가 동맹을 맺었다는 포트가 함대가 이제는 우리들의 목숨을 끊으려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정신을 잃은 줄만 알았던 훅스턴이 쿨럭 기침을 토해내며 손을 위로 뻗었다. 그가 가르친 하늘에 무언가 떠 있었다. 피 흘리는 그의 입술은 웃고 있었다.
"나 대신 아들을 도와라... 귀신선... "
하늘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크헷헷헷헷헷! 천년 만에 내려지는 명령이라! 기분 좋군! 크하하. 그래. 내 주인이 누구인지 낯짝이나 보자! 크헷헷헷헷헷!"
귀신선이 바다에 내려앉았다. 그런데 그런 귀신선 앞에 거대한 촉수가 뻗어 나왔다.
“아아... 옥토퍼스...!”
일행들이 절망했다. 그런데 훅스턴은 미소지었다. 그렇다. 이렇게 되면 옥토퍼스는 우리편이다.
쿡이 비틀거리는 몸으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에이미가 무리하지 말라며 부축하려 했지만 데미안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말렸다.
“괜찮아요. 에이미, 얀스라는 여자한테 해독제를 받았거든요.”
물살이 갈라지며 크라켄도 등장했다. 옥토퍼스와 크라켄, 새로 등장한 귀신선까지 우리들에게 향해 오고 있었다.
"남쪽을 봐!“
로리안의 웃음소리. 그곳엔 오디세이아의 병력을 이끄는 프란시스호가 포트가 함선들을 향해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포트가에 비하면 약간 적은 병력이라 생각됐지만 북쪽을 바라보던 키리우스가 이를 갈았다.
“지파르그까지! 젠장! 괴멸됐다고 생각했는데!”
모조리 쓸어버리려고 했던 지파르그의 병력들이 우리 편에 서서 포투가 함선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크라켄과 옥토퍼스를 양옆에 낀 귀신선이 해변에 닿았다. 레이하이딘이 망치를 붕붕붕 돌렸다.
“벼룩들을 다 쓸어버리자 카시아!”
카시아는 여전히 나를 보며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아니, 이미 훅스턴은 죽었어. 녀석들끼리 아무런 발버둥을 쳐봤자 우리 계획은 막지 못하겠지.”
계획... 계획...
그들의 뒤돌아섰다. 뒤돌아사는 자들...카시아, 레이하이딘, 에랄다, 로리안 마저도... 그리고 키리우스가 쓰러진 훅스턴을 노려보았다.
“그간 즐거웠다. 훅스턴, 카시아가 오디세이아를 내게 준다고 약속해서 말이지. 크크큭...”
서리하 왕녀가 툭 쏘았다.
“우리나라를 가지고 물건취급하지 마십시오.”
“크크크큭...”
키리우스의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그들. 일렁이는 공간으로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시르케가 중얼거렸다.
“차원의 문... 카시아도 마법을 부릴 줄 알고 있었어.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한...”
거친 포격소리와 함께 포트가 함대들이 물러나고 있었다. 승리를 거둔 오디세이아와 지파르그의 함대들이 우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모두의 시선이 모두 지평선을 바라보다 피 섞인 기침소리가 들려오자 훅스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라, 랑스... 나, 난... 널...”
그를 치료하던 칼리오페 마저 손을 떼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크라샤는 힐링포션까지 쏟아 부었지만 심장이 꿰뚫린 상태로는 어찌해도 살아날 방도가 없었다. 해적들에게 죽음이란 당연한 것이었다.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요소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웠지만 훅스턴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훅스턴이란 존재, 너무도 위대했기 때문에 심장이 꿰뚫려고도 죽지 않을 것이라 일말의 믿음을 갖고 있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누구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가 아직 하지 못한 말을 들어야 한다. 뭔가 내게 말하려고 했다고!
나는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단어를 크게 외쳤다. 이렇게 외치면 그가 눈을 뜨고 대답할 것 같아서.
“아빠!!”
*
침묵, 고요. 내 삶의 존재를 느끼기가 싫었다. 그래야만 삶의 틀 속에 함께 없는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데 소용없었다. 아무리 내 존재가치를 부정 해봐도 죽은 사람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죽음의 틀에서 건네 온 얀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랑스 선장.”
양쪽 opg를 끼었고, 마법 검을 가졌으면 뭐하나 그걸 움직이는 건 난데. 겨우 고개만 돌리자 그녀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속여서 미안해...”
난 속았다. 그리고 또 속았다. 배신에 배신을 거듭했다. 그런데 결국 내게 큰 상처를 주고 가장 큰 배신을 때린 것은 훅스턴이었다. 가장 멍청했던 건 나였었다.
얀스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훅스턴 선장이 날 사로잡았을 때 꼼짝없이 죽은 줄 알았거든... 칠흑의 장막이라는 이 망토를 뒤집어 썼는데도 그는 마법검을 지녔고, 곁에 세이버스라는 마녀도 있었으니...”
마침 문이 열리며 세이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 이를 갈던 적을 평온한 얼굴로 마주보고 있자니 검을 뽑아 내 심장을 도려내 버릴 것 같은 심정이 들었다. 세이버스가 대신 말을 이었다.
“얀스가 잡히고 그녀에게 모든 비밀을 설명했어. 훅스턴은 네 아버지라고, 넌 훅스턴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먼저 주입시켰지.”
그렇다. 사실 난 훅스턴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섬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무작정 그를 쫓은 것이다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그가 한 짓은 무조건 증오스럽다고 생각만 해왔다. 하지만 결국, 증오할 수 없었다.
“응... 날 당장 죽이지 않고 극진히 대우해 준 것 만으로도 믿음이 가더라고. 그리고... 선장이 머물렀던 카린소 섬의 비밀에 대해서 알려줬어. 봉인된 류지아라는 여자...”
“아니, 잘못 말했어 얀스. 봉인된 것이 아니고 스스로 봉인한 거야.”
뭐? 기운 없던 난 몸을 부스스 일으켰다. 얀스가 반갑게 눈을 떳지만 난 찌푸린 미간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류지아가... 자기 스스로를 봉인했다고...?”
“훅스턴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사정에 의하면 확실하지. 잠시만, 뭐든 아는 종족을 불러낼 테니까.”
세이버스는 가부좌를 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칼을 뽑아 그를 제지하려 했겟지만 이제 그는 내 편에 섰다. 그녀 주위에서 검은 안개가 뭉개뭉개 펼쳐지며 요염한 악마의 모습이 드러났다. 인큐니아.
“호호호호호. 이 답답한 꼬마 바보야. 드디어 알게 된 거야?”
“아니. 인큐, 답답한 꼬마 바보는 아직도 모르고 있어. 너보고 설명하라고 불러낸 거야. 넌 악마니까 뭐든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 나도 다 알지만, 네가 설명하는 게 더 설득력 있겠지.”
세이버스의 말에 인큐니아는 다른 차원을 들여다 보듯, 그녀의 붉은 동공에서 수만 가지의 배경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동공을 들여다 보는 것은 마치 내 기억 속 악몽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그 눈동자 안에 모든 진실이 담겨져 있었다. 인큐니아가 요염하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훅스턴 GG -
- 카시아부터 시작해서 여럿 미안하게 만드네요. ㅎㅎㅎ -
- 오늘 이어서 2편 더 올라옵니다. -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8&WTV1471013=362460875&WTV1392781=31897932&WTV1357910=273489&WTV1357911=2899687&WTV246810=125&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아, 꼬마, 머릿속이 드려다 보여. 알겠다. 류지아라는 늙은 노파가 왜 스스로 자신을 봉인했는지 궁금해 하는구나? 그건 말이지. 아주 간단해! 봉인만 되면 아무도 그녀를 찾을 수 없으니까, 그녀를 왜 찾으면 안 되냐고? 과거에도 그녀의 비밀을 알아챈 녀석들이 많았거든. 위협이 됐겠지. 그래서 영영 자신을 숨겨버렸어. 물론 자기 피를 사용해서 봉인을 펼쳤으니 스스로 걸어 나오면 되고. 너희 섬에 있는 여덞장로들은 결국 봉인된 류지아의 명령을 따르는 자들이었어. 여덞장로가 가진 신비로운 아티펙트들이 어디서 흘러온 거라고 생각해? 그게 다 류지아가 만들어낸 것이었지.”
그렇다. 내가 해적왕으로 임명 된 것은 따지고 보면 류지아에 의해서 였다. 류지아가 이상한 단검을 내게 건네주었고, 그걸 가지고 장로들에게 가니 난 결국 골든스페로우를 얻게 된 것이다. 모든 배후의 중심에는 그녀가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카시아는.”
“그 검은머리 해적여왕? 호호호호. 마찬가지 류지아의 명령을 따르는 여자.”
“왜.”
“원한이 많았겠지.”
“무슨 원한.”
“해적들에게 겁탈... 아니, 해적이었던 너와 훅스턴에게 겁탈 당했던 악몽. 해적들 손에 죽임을 당한 그녀의 가족.”
카시아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카시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류지아였다.
“류지아는 카시아를 이용하기로 한 거지. 그녀가 가진 감정과 비슷했거든. 해적 자체에게 경멸감을 느낀 류지아나, 훅스턴을 증오하기 시작한 카시아라는 여자나. 카시아의 증오대상인 훅스턴, 그의 아들은 카시아를 사랑하는 너였으니 카시아는 류지아의 종복으로 안성맞춤이었겠지.”
잊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해적질. 카시아 또한 원래 귀족이었고, 그의 가족들은 모두가 우리 손에 죽임을 당했다. 홀로 고아가 된 카시아는 훅스턴이 데려가 처절하게 강간했다. 아들이었던 어린 내 앞에서.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의 일을 스스로 잊고 있었다. 남들과 다른 해적이 되어보고자 노력한 것이었다.
결국 로리안과 에랄다도 그런 맥락에서 나를 뒤돌아 선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내가 잘해주었다 해도 자신과 동질감이 느끼는 자가 원한을 고백했을 때, 묵혀두었던 원한은 또 다시 동조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된 마당이라서 그런지 그것을 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에랄다는 레이하이딘에게...
내가 말이 없자 얀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류지아의 목적은요...?”
얀스도 아직 류지아의 근본적인 목적은 모르는 가 보다. 악마가 호호호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짐작하지 않아? 류지아와 카시아의 감정은 비슷해. 그 말은 무슨 뜻일까? 마녀였던 류지아는 일개 원주민들이었던 해적을 만들었지? 물론 641살이나 먹은 노파지만 미모는 지금도 굉장하잖아. 나처럼 하늘을 날고, 죽은 사람도 좀비로 일으켜내고. 경이롭지? 그런데 말이지 비정상적인 자아가 나름대로 투철한 해적들이 그 꼴을 가만 놔뒀을까? 뭐든 제 멋대로 할 수 있는 해적들이, 결혼이라는 억압 때문에 여자를 함부로 욕보이고 참견을 때려 부수려는 해적들이 인간의 경계를 초월한 존재이며 미녀 앞에서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말이지.”
나도 알고 있다. 해적왕을 둘러싼 분쟁은 한상 일어난다. 선박 내에서도 주로 일어나는 모반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적왕은 절대적으로 강해야 한다.
“류지아가 그런 해적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자체가 잘못된 거겠지. 지금은 퇴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과거에서부터 명맥이 이어온 여덞 장로들 말이야. 오백년 전 그들에 의해서 카시아와 똑같은 일을 당해버린 게 그녀야. 처참하게 수년 동안 성적인 노리개가 되었지. 네 눈에는 안보이겠지만 그 장면을 상상하는 악마인 나는 지금 지나치게 흥분했다고... 하아... 엄청난 쾌락이야... 하으응... 하지만... 인간 입장.. 으흥... 그래. 인간 입장에서는... 흐응... 이 좋은 게 절망, 좌절, 증오... 으읏... 이런 게 되는 거지. 하아아앙... 세이버스 당신이 설명해.”
인큐니아는 다시 연기로 흩어져버렸다. 세이버스가 가부좌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류지아라는 년이 계획한 건 그거야. 해적섬을 바다의 지옥 속으로 가라앉혀 버리려는 것.”
“지옥...?”
“그래. 카린소 섬을 통째로 바다에 가라앉혀버리는 거야. 그러한 마법은 장기적인 준비를 요해. 아마 지금쯤 준비가 끝났으리라고 생각되지만...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마법이 준비 되기 이전에 한명의 해적이 그 사실을 눈치 채 버렸지.”
“훅스턴...”
“그래. 훅스턴이 그녀의 계획을 눈치 채고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애썼어. 오디세이아를 끌어들었지. 오디세이아의 왕이 되어 카린소 섬의 소용돌이를 없애고 해적섬의 주민들을 이주시키려고. 소용돌이는 애초에 다른 나라의 공격에 대비해서 만들어 진 게 아니야. 류지아가 봉인을 펼칠 때 만들어 낸 것이지. 물론 봉인은 동서북 쪽의 해적섬을 연결시켜서 만들었고, 옥토퍼스, 페르시아스, 귀신선이 바로 그 봉인의 매개지. 그리고 훅스턴은 그것을 모두 풀었어. 네가 겪은 과정은 모두 그러한 훅스턴을 뒤쫓는 과정일 뿐이었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렇다면 애초에... 애초에... 아니, 애초부터 카시아는 내 곁에 함께 있었다. 카시아와 함께 없을 때마저, 훅스턴이 내게 진실을 전하려 해도 내 행방에 대해서 그가 파악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맞아 떨어졌다. 얀스가 끼어들었다.
“훅스턴이 동쪽 섬에 쳐들어갔던 이유는... 카시아의 빈 염색약을 건네주려던 것보다 나를 섬에 침투시키기 위해서 였어. 몰래 숨어들어갔긴 했는데... 카시아라는 여자가 항상 곁에서 맴돌더라고, 선장이 예니라는 여자와 호숫가에서 섹스할 때 조차... 그녀는 선장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어.”
“그렇다면 쿡도...”
“응... 항상 선장만 지켜보던 카시아가 갑자기 사라졌기에 깜짝 놀랐거든. 사실 나도 선장이 예니란 여자와 섹스를 나누는 모습에 넋을 놓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어느새 쿡이란 여자와 데미안을 만나고 있더라고. 재빨리 달려갔지만 그들은 카시아에게 독침을 맞고 쓰러졌어. 아마 크라켄이 거슬렸으리라고 봐. 그 뒤 선장을 만나서 누구도 믿지 말라고 충고해주는 서리하라는 여자의 말에 신용을 갖고 그녀를 중심으로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서리하도, 나도, 누가 배신자들인지 짐작할 수 없었지.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특히 레이하이딘과 정사를 나눴던 에랄다와 로리안에 한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역시나...”
“카시아는... 왜 나를 그때 죽이지 않았던 것이지...”
나를 죽일 기회는 많았다.
“훅스턴은 말했어. 자신이 죽기 전 까지는 절대로 랑스가 죽지 않을 거라고...”
“무슨 말이야 그게!”
“...이용가치가 있었던 거야. 훅스턴은 굉장히 강했으니까 카시아라는 여자도 함부로 상대할 수 없었나봐. 그래서 유일하게 훅스턴의 빈틈을 만들 수 있는 네가 필요했던 거야.”
멍청한 나는 질문을 거듭 할수록 더욱 멍청해져만 갔다. 내가 조금만 더 훅스턴을 믿었더라면... 카시아에 대한 집착이 조금만 더 작았더라면 훅스턴을 죽이지 않았을 기회는 언제든지 있었던 것이다. 세이버스가 말했다.
“네가 카시아와 바다로 나서던 날, 훅스턴은 죽기로 결심했지. 카시아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기면 결국 방도가 없을 거라고. 머리 좋은 카시아가 널 손아귀에 두고 지내며 첩자가 있다는 걸 눈치 채게 된다면 그때는 극단적으로 널 죽이려고 할 테니까. 네가 카시아와 배를 타고 나갔으니 열흘 후에 나타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어. 네가 카시아의 선실에서 염색약 정도만 발견했더라도 넌 죽었을 테니까. 뒤늦게 얀스의 말을 전해들은 시르케가 염색약을 발견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지...”
그렇다면 얀스는... 훅스턴이 이미 죽을 걸 방치했었단 말인가. 단번에 발검을 해서 목을 떨어트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당시 나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나 때문에... 나는 스스로 검을 뽑아 내 목젖에 가져다 대었다. 그때 세이버스가 침착히 말했다.
“죽고 싶음 죽어라 멍청한 꼬마 놈아.”
나는 잠시 검을 멈칫하며 세이버스를 보았다.
“네 애비가 목숨을 버리며 기껏 살려 논 목숨을 그렇게 쉽게 버리려 한다면 나도 말릴 생각 없단다 애야.”
검끝이 부르르르 떨린다. 해적이 되어서 이렇게 자존심 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목숨을 구걸한 느낌이었다. 나를 살려달라고 한적 없어!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정말 죽어버릴 테다.
그런데 더 이상 검은 움직이지 않았다.
“우낄낄낄낄. 날 불러낸 주인 놈은 바로 죽어 나자빠지더니 아들 놈은 또 죽으려고 용을 쓰고 자빠졌군. 낄낄낄낄.”
검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건 목소리의 주인이 틀림없었다. 내 주의를 맴돌던 정령의 속삭임마저 달아나 버렸으니까.
“귀신...”
뜬금없이 유령처럼 등장한 자. 란제이 린의 봉인이 꺠어지며 나타난 귀신선의 주인이었다.
말 그대로 귀신같은 자였다. 그래서 이름도 없음에도 다들 귀신이라 부른다. 내가 머문 이 방도 귀신선의 선실이다. 그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말했다.
“내 허락 없인 못 죽지. 날 종으로 부리기로 약속된 자의 혈통은 네가 마지막이니까. 네가 죽으면 난 또 지옥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입술사이로 썩어빠진 이빨이 보인다. 요동치는 혀는 끈적이며 오물 같은 체액을 내 얼굴에 튀겼다. 악취는 나지 않는다. 바닷 속에 천년이나 봉인되어 있어서 짠물이 베어있는 탓이다. 머리는 반쯤 빠져 있었고, 옷은 너털너털하다. 갈아입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한다. 피부는 인큐니아 보다 더 창백하다. 선이 예쁜 인큐니아는 요염하기라도 하지.
하아... 해적에, 악마에, 귀신에, 마녀에. 죽지도 못하는 내 삶은 호러물 총집합이다. 내 목젖에 갖다 댄 마법 검을 결국 바닥에 떨어트렸다.
“멍청한 자식. 거 봐 죽기 싫었잖아. 낄낄...”
세이버스도 피식 웃었다.
“죽고 싶어.”
“내가 검을 못 움직이게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하나? 딩동댕! 낄낄... 맞아. 그런데 난 선택할 수 있는 마법을 부렸을 뿐이지. 셀렉트 매직! 우어어어! 죽고 살고는 네 선택이었단 말이야. 크크... 낄낄... 네가 죽기 싫다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검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단 말이지. 낄낄...”
겉은 저렇게 보여도 우리 해적들보다 기원이 오래된 녀석이다. 천 년전 100대 가량의 지파르그의 함선을 귀신선 하나만으로 괴멸시켜버린 위대한 전설... 그가 다시 말했다.
“셀렉트 매직! 자자! 주인 나으리. 어디로 향할지 어서 결정하시지. 이대로 멀리 멀리 도망갈 것인가. 지금쯤 침수하고 있는 카린소 해적 섬으로 들어가서 류지아를 막을 것인가? 크하하하!”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9&WTV1471013=365678082&WTV1392781=31925663&WTV1357910=273489&WTV1357911=2902207&WTV246810=126&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귀신, 선택을 하기 전에 묻겠습니다."
"뭔데?"
"카린소 섬이 지금 정말 가라앉고 있습니까?"
류지아는 과연 준비를 끝냈을까? 아니, 이대로 맞서 싸우긴 나 스스로가 너무나 나약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먼저 나의 한계를 극복할 시험을 풀고 싶다.
"크힛힛. 그렇다. 준비는 끝났군. 하지만 아직 수저의 노래를 발동시키진 않았다."
"수저의 노래...?"
"류지아 년은 섬을 가라앉게 하는 의도 자체를 수저의 노래라고 이름 붙였지. 끌끌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분노한 마녀의 광시곡 정도가 어울리는데. 크크큭. 왜? 무언가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가? 카시아라는 여자가 너와 얽혀있듯이 우리를 맞서싸워 괴멸시킨 후에나 일을 진행시킬 것 같은데... 낄낄낄. 무엇이든 보이는 악마의 눈에는 그녀는 지금 봉인에서 풀려나와 섬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군. 랑스와 베이카논, 쿡까지. 너희 해적왕들이 고인이 된 훅스턴과 손을 잡고 섬을 공격해 들어오고 있다면서 말이지. 우리가 먼저 부딪히지 않으면 약간의 시간은 있으리라고 생각되는데."
듣고있던 얀스가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50척 가량의 오디세이아의 함대, 마찬가지로 백합기사단이 이끄는 지파르그의 함대도 50척 가량이 된다. 그리고 지금 창공에는 위대한 귀신선이 떠 있다. 그뿐인가? 골든 스페로우호와 프란시스호, 쿡의 나빌렐라 호까지. 바다 악마라고 불리는 크라켄과 옥토퍼스 까지도 있다.
"그들이 이길 가능성이 있어요?"
얀스의 말에 세이버스가 대답했다.
"진짜 마법사와의 싸움을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지. 불덩어리를 쏘거나 전류를 방출한다거나... 이제까지 너희들이 보았건 모조리 삼류에 지나지 않아. 류지아는 나나 시르케와는 다른, 진짜 마녀라고."
귀신이 말을 덧붙였다.
"낄낄낄... 우리 꼬마 해적왕은 동감하겠지. 직접 당해보지 않았나? 이 복잡한 모든 일들이 류지아라는 백발 마녀에 의해서 이루어 졌다는 걸 말이지. 네놈들이 그토록 믿었던 카시아까지 결국 그녀의 노예다. 이만하면 진짜 마녀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귀신이 말했다.
"어딜 가는가?"
"베이카논."
갑판위로 올라갔다. 출렁여야할 바다의 유동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곳, 창공에 떠 있는 귀신선이다. 아래로 보이는 바다에는 수 많은 함선들이 대열을 갖춰 줄을 잇고 있다.
선두에 쿡의 나비렐라와, 프란시스호, 데미안이 운행하고 있는 골든 스페로우호가 보였다. 백척 가까이에 이르는 겔리온들, 가장 후방에는 촉수를 꿈틀거리는 옥토퍼스와 크라켄이 사이좋게 보인다.
나는 뛰어내렸다.
*
하늘에서 뛰어내린 날보며 베이카논이 파이프를 입에서 때며 연기를 후 불었다.
"허허허. 천사처럼 내려오는 군."
"오랜만이에요."
"그래. 내가 배신자인 줄 알았다면서. 허허허. 물론 배신자들을 골탕먹이려고 그러길 바랬지만... 최음독도 원래 내가 중독시킨 게 아니야. 음식을 하는 에랄다라는 여자인 것 같더군. 기껏 카시아를 속여서 잡는가 싶더니 자네가 나타나서 지파르그 함대를 숙대밭으로 만들어 놓더군. 그때는 보다 못해서 내가 끼어들고 말았지."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
"훅스턴이 배신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어. 원래 쿡과 나는 이번일이 미심 적어서 참견을 안하려고 했지. 그러다 문득... 카시아가 내게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된 부분에서 의심을 하고 있었지. 왜? 훅스턴도 비밀로 하고 있는 사실인데 그녀는 섬의 봉인들에 대해서 내게 설명을 해주었어. 섬의 봉인이 풀리면 소용돌이도 사라진다는 사실 말이야. 여덞장로와 정보를 주고 받았다는 핑계거리? 쿡과 나도 여덞 장로와 연락을 주고 받았거든. 이상하지 않은가? 누구에게는 그런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나에게는 제공하지 않는다니? 다섯 해적왕인 우리들은 공평해야하지 않겠는가. 결국 여덞장로도 금시초문이란 답장을 보내왔고, 카시아 혼자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네. 그래서 난 결국 훅스턴을 직접 찾아갔지. 물론 내 입장에서는 쿡도 믿을 수 없었고... 그후로... 자네가 본 대로라네."
".......그럼 레이 하이딘은 왜..."
"류지아의 계획을 들었다면 짐작할텐데? 남쪽은 가라앉을 계획이고 동서북의 해적섬은 이미 망가졌어. 해적왕이란 이름의 존재는 이미 가치가 사라졌지. 모조리 배신자들이니까. 레이하이딘은 새로 태어날 해적들을 통치하는 유일한 왕이 되겠지."
"카시아는요...?"
"우리가 죽이고 오디세이아의 왕이 되는 목적. 원래 귀족이었고 그녀의 국가였으니까. 키리우스는 언제나 처럼 그녀의 종복이 되는 거겠고... 류지아는 섬과 함께 가라앉을 작정인가 보더군. 그랬기 때문에 애초부터 스스로를 섬에 봉인한 상태에서 일을 진행한 것이었겠고."
"스스로를...?"
"그래. 세이버스에게 들어보니 그녀는 자신이 키워 온 원주민, 카린소 해적들에게 지나친 일을 당했어. 누구를 원망할 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지.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와 함께 영원히 소멸시키려는 의도라네. 순수하지만 서글프군... 자신이 낳은 아이가 잘못됐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자살한다라... 결국 마녀의 생각이란 이런 것이지..."
"지금도 그녀는 이용당하는 군요..."
뜬금없는 얼굴로 날 보던 베이카논이 고개를 살짝 비틀다 이내 동조하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지. 비록 원한이 있더라도 그런 순수한 마녀의 생각을 기회삼아 달라 붙은 자들, 카시아와 레이하이딘, 키리우스, 에랄다와 로리안, 그들은 어쩌면 이러한 마녀를 이용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품은 욕망의 소용돌이에 빨려든 것처럼 말일세."
골든 스페로우 호를 보았다. 데미안이 키를 잡고 선원들은 검을 닦았다. 예니와 서리하도 보였다. 장루에서 고개만 내민 시르케.
그녀들과 눈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팔을 들어올려서 관심을 끌고 싶은 기분은 아니다. 그래서 그녀들에게 훌쩍 넘어갔다.
란제이 린이 보였다. 그리고 평상시와 같은 쿡도 나를 보고 있었다.
"랑스!"
칼리오페와 에이미가 나를 환하게 반겼다.
"죽어버린 줄 알았잖아! 바보같은 녀석!"
씁쓸하게 웃음지으며 란제이를 보았다.
"괜찮아요?"
"당신도... 괜찮아 보이는 군요."
서리하가 자신의 가슴을 살짝 열어 내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뜬금없이 무슨짓일까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예쁜 가슴골 사이에 페르시아스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피식 웃었다. 너도 잘 있구나 페르시아스.
모두에게 인사를 나눌 수 없었다. 시르케가 소리쳤다.
"앞에!"
아직 섬에 도달할려면 멀었을텐데. 그럼에도 남쪽 지평선은 다가오는 배들로 그늘이졌다. 포트가의 함대들... 우리는 그들의 해역을 지나고 있는 중이닌 당연히 거슬릴 것을 예상했었다. 그들의 중심에 레이하이딘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핫! 너희들이 남쪽에 가기전에 한번 놀아보자고! 크하하하핫!"
아무리 그들의 해역이라도 우리로서 부족함은 없었다. 우리쪽 많은 함선들에서도 사기가 충만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 와아아아! 포트가 녀석들이다! -
안그래도 오디세이아와 지파르그는 포트가와 사이가 안좋다. 모든 사람들이 분주히 전투 태세를 갖추는 와중에 나는 선상에서 만원경을 꺼내든 데미안의 어깨를 잡았다.
"선장?"
"그래 데미안. 배는 네게 맡겨도 돼겠지?"
"선장은?"
"난... 할 일이 좀 있어서."
"무슨 할일?"
"포트가를 작살내러 간다. 내 시험으로 안성맞춤이야."
데미안은 납득이 안간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앞에 포트가 함대가 있잖아. 저들을 작살내려면 이 배를 이용하면 돼고. 전력으로도 충분히 우리가 앞서고 있고."
"그말이 아니라..."
난 나의 시험과제는 녀석에게 소근거렸다. 녀석이 말도 안된다며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나는 피식 웃으며 뒤돌아섰다. 하늘 위로 날아오르려 할 때 서리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랑스 저도 같이 가요."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9&WTV1471013=369117499&WTV1392781=31972204&WTV1357910=273489&WTV1357911=2906437&WTV246810=127&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어찌해서 생명들이 살아가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가 간다. 여름보다 뜨거운 사막이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식물은 거센 가시를 가지고 있었다. 물통처럼 둥근 줄기 안에는 꿀처럼 진물이 흘러 내렸다. 선인장이란 식물이군. 살지 못할 곳에서 살아가는 자들은 이토록 억센 껍질에 내면을 감추고 있었다.
터번과 붕대로 태양을 가린 복장이었다. 낙타를 타고 돌격해오는 그들이 자욱한 먼지를 일으켰다.
"서리하 죽을지도 몰라요."
와아아아! 함성소리와 함께 먼 바다에서는 격렬한 포격소리가 울려왔다. 레이하이딘이 이끄는 포트가 함대와, 우리편 연합군이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들을 힐끔 보던 서리하가 한설검을 뽑아들며 사늘하게 웃었다.
"전 사막에서도 녹지않는 차가운 얼음입니다."
피식 웃으며 한걸음 내 뻗었다. 아곳을 올때 쯤, 선박에서 우리의 의도를 눈치챈 데미안은 미친 짓이라며 필사적으로 말렸다. 하지만 이건 내가 선택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서리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나와 동행했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은 비슷했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포투가를 작살내는 것. 그냥 작살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정면 돌파를 시도해서 이곳의 왕을 사로 잡으려는 것이다.
국가 대 2인이 벌이는 체스놀이. 낙타를 탄 수많은 병력들이 우리와 가까워져 갔다.
손에 낀 OPG를 추켜 올렸다. 움켜잡은 마법검이 웅우웅 소리를 내며 진동한다.
"훅스턴..."
사실 마법검을 쥐었던 순간 모든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기억, 그의 검법, 그의 마음까지도. 알고 있었다. 훅스턴의 검술이었다면 마주쳤던 단숨에 꿰뚫어 버릴수도 있었다. 아버지는 결코 나를 죽이지 않았다.
다가오는 적을 향해 검을 휙 뿌렸다.
"꺼억..."
정면에 달려오던 적이 낙타와 함께 반토막이 되었다. 서리하에게 던져진 적의 차크람은 허공에서 얼어붙어 쩡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차가운 잔여물들이 모래에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적을 반토막 내버린 난, 그대로 몸을 휭 돌며 검을 낮췄다. 머리 위로 적의 삼쉐르가 칼바람을 일으켰고, 검은 적의 낙타 다리를 모조리 잘라버렸다. 드르르르륵. 불쌍하게 모래에 처박히는 포트가 녀석. 일어나려고 발버퉁 치는 녀석의 다리를 잡았다. 가볍게 휭휭 돌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사, 사람살려!"
뒤이어 몰려오던 적들이 내 손에 잡혀 휘둘러지는 모습에 경악하며 낙타의 고삐를 잡아 당겼다. 허공에서 돌리던 놈을 그들에게 집어 던졌다. 와르르르르르, 커어억!
"괴, 괴물이다!"
서리하도 몇몇 놈들을 얼어붙게 만들더니 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적의 병력은 까마득 했지만 오히려 앞으로 당당히 걸어가는 쪽은 내쪽이었다.
"겁먹지 마라! 적은 단 둘이다!"
진부한 통솔이지만 이끄는 병력들을 충분히 납득 시킬만한 외침이다. 적은 한나라의 군대 규모이고 우리는 단 둘밖에 없으니까. 두명의 해적을 잡으려고 달려나온 병력치고는 꽤 많은 편에 속한다.
수많은 쇠뇌와 화살들이 쏱아져 나왔다. 나는 마법검을 하늘위로 들어올렸다. 서리하가 내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프로젝트 프롬 노멀 미사일"
내 주변으로 투명한 막이 단단히 형성되며 쇠뇌와 화살들이 모조리 튕겨 나갔다. 마법검이 부리는 위력이었다. 적의 통솔자가 경악했다.
"뭐... 뭣이!"
"화살이 튕겨나갔습니다!"
"마, 마녀다!"
"악마다!"
아직 악마라느니, 마녀라니느 소리를 듣기는 좀 그런데. 진짜 악마와 마녀를 데려올 걸 그랬나? 군대를 통솔하는 녀석, 깡마르고 까만 붕대로 온몸을 치장한 녀석이다. 일단 녀석부터.
가볍게 실프를 부르며 발을 튕겼다. - 휙 -
"어..."
실프를 두른 내 몸이 전광석화 처럼 적을 향해 스쳐지나갔고, 통솔자의 머리는 허공을 날았다.
나는 멍청하게 입을 벌린 적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의 왕만 잡으면 돌아갈게. 별로 죽이고 싶지 않아."
"와... 왕! 폐하를 보호하라!"
이런, 아무래도 내가 이들의 자존심을 건들였나 보다. 왕을 잡는다는 소리에 통솔자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대열이 흩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명예. 그래 귀족들이 갖고 있다는 명예란이런 비슷한 것일까? 꽤 맘에 드는 데, 정말 이들의 목숨을 함부로 여기고 싶지 않아진다.
그러나... 확실한 경고는 줘야겠지. 하늘을 보았다. 잔득낀 먹구름. 페르시아스가 먹구름 사이에서 나에게 내려왔다. 이로서 준비가 다 끝났다.
"서리하!"
"예!'
서리하가 하늘을 향해 검을 뻗었다. 잔뜩낀 구름. 그녀는 지금 하늘을 꽁꽁 얼리고 있었다. 후드드드득 이윽고 마른 사막에 비가 쏱아지기 시작했다. 사막 민족들이 손을 하늘위로 뻗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비, 비?"
이것은 바로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악마들이 귀뜸해준 방법이다. 벼락을 만들어내는 방법. 마녀였던 류지아가 주로 사용하던 방법이기도 한단다.
마법검을 하늘 위로 뻗어다. 번쩍.
"우..."
달려들던 적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몇 발작 뒷걸음질쳤다. 엄청난 방전이 검안에 머물렀다. 바찌지지직. 훅스턴이 들고다니는 마법검은 원래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오는 하늘에서 번개를 불러오는 검. 정말이다! 정말 된다!
페르시아스의 운디네와 서리하의 빙검으로 하늘을 습하게 하고, 또 다시 얼려서 비를 내리게 만든다. 구름은 본래 이슬이고, 어느 정도의 무게가 되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먹구름낀 하늘을 얼린것은 이러한 입자들의 무게를 무겁게 만든 것이며, 또 얼음이 아닌 비가 내리는 것은 사막에 떨어져 내리며 녹았기 때문이다. 포트가로 오기 전 귀신은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장면을 환영으로 보여주었다.
"어어어... 저 저, 저건!"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바득바득 방전이 소용돌이 치는 마법검. 달려들던 적들이 모두 뒷걸음 쳤다. 서리하가 내 뒤로 물러났고, 나는 검을 앞으로 뻗었다.
- 와르르르릉! -
대지가 울부짖었다. 방전을 머금은 폭풍이 가녀린 모래를 휩쓸어 갔다. 서리하가 힘을 더 하는지 폭풍에 섞인 얼음조각들이 번뜩이는 방전을 머금고 다시 토해냈다. 콰릉! 콰릉! 콰아아아아아아앙!
사막의 이들에게는 분노한 신의 재앙을 맞이 한 느낌이 들 것이다. 멍청하게 번개폭풍을 바라보던 녀석들이 휩쓸리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사막을 뒤덮는 병력들이었다. 셀수 없는 포트가 녀석들이 땅에 흐르는 전류에 휘말려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휘몰아치는 폭풍에 쉽쓸려 허공을 날아오르는 녀석들도 있었다. 날카로운 얼음조각에 휩싸여 꽁꽁 얼어붙다가 와자작 깨어져 나가는 놈들도 보였다.
"더 이상 날 가로막지 마!"
내 목소리가 실프에 힘입어, 사막에 강림한 폭풍의 신이 노호하는 것처럼 뻗어나갔다.
적들의 대부분이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앞에서 모든 행동을 멈췄다.
파찍 빠직 바지지직. 전류를 머금은 대지가 울부짖었고 울부짖는 대지의 상흔에는 새까맣게 타버리고, 깨어진 사람의 시신만 널부러져 있었다.
빽빽하게 앞을 가로막았던 대열의 중심이 뻥 뚫린채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헉... 헉..."
나와 서리하, 어깨에 내려앉은 페르시아스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만한 힘을 썼으니 당연하지. 하지만 우리의 한계는 이정도가 아니었다. 이정도가 끝이라면 애초에 이곳에 발을 내밀지 않았다.
우리는 뻥뚫린 길의 한가운데를 보았다. 모두가 감히 막아서지 않는 가운데 단 한명의 거한만이 우뚝 서서 우리를 가로 막았다.
"크억... 크! 크! 크!"
"어... 랑스. 저 사람..."
"훅... 훅... 제가 할께요."
숨을 가다듬으며 앞서나갔다. 역시 이 많은 사람들 중 인재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 엄청난 번개폭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가 있는 것이다. 그가 홀로 쓸쓸히 우리 앞을 가로 막았다.
"건방진 악마! 가려면 날 뚫고 가라!"
그 말고 감히 우리앞을 막아서는 자는 없었다. 서리하가 페르시아스를 건네 받았고, 나는 대적자 앞에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름은?"
"이루갈!"
"랑스 클란츠. 훅스턴 클란츠의 아들이다."
온몸이 번개에 그을려 어느 한군데 성한데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몸을 펼쳤다. 레이하이딘 보다도 작은 덩치였다. 그를 지탱하는 것은 오로지 신념일 것이 분명하다.
이루갈. 상처입은 늑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을 원해왔다. 너희들의 신념을 넘어서 나 자신의 한계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훅스턴이 건네준 마법검 눈앞에 세웠다. 블레이드에 반짝이는 글자. 스탐블링거.
"간다!"
이루갈이 먼저 달려들었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9&WTV1471013=372030848&WTV1392781=31972809&WTV1357910=273489&WTV1357911=2906491&WTV246810=128&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이루갈의 무기는 양손에 착용한 클로crow였다. 날카로운 맹수의 발톱이 유연하게 틀어지며 내 목을 노려왔다.
"같이 죽자! 악마 녀석아!"
이런. 이 녀석 정말 나와 함께 죽으려는 의도인가? 목을 노리려던 한손은 함정이었다. 바로 내 옆구리를 클로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꿰어차고 잡아당겼다.
양손으로 녀석의 가슴을 퉁치며 밀어냈다.
OPG의 힘에 못이켜 좌르르륵 밀려나는 이루갈. 짐승의 탄력처럼 허리를 튕기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어느새 살아남은 적들이 주변을 애워쌌다. 서리하가 경계하며 검을 치켜들었지만 그들은 섣불리 덤벼들지 않았다. 국가를 가진 녀석들 답게 명예를 건 이루갈과의 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큭... 큭..."
붉게 충혈된 눈, 뜨겁게 그을린 피부, 화상입은 그의 몸에 빗방울이 튕기며 희뿌연 수증기가 함께 섞였다.
그가 품안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치는 약병을 하나 꺼내들었다. 적어도 힐링 포션은 아닌 것 같은데...
"무엇...?"
"큭... 큭... 악마에게 영혼을 판 녀석... 훅... 큭..."
이루갈이 검은 액체를 마시기 시작했다. 놈의 목젖히 파도쳤다. 꿀꺽 꿀꺽.
"크릉! 크... 크... 달빛의 약이다. 네 놈... 네 놈... 기사가 된 이후로 단 한번도 쳐다 보지 않았던 보름달의 힘... 큭... 악마. 네 놈 앞에서 만큼은..."
앞뒤 분간없이 중얼거리는 녀석, 뭐라하든 나의 의지는 한결 같다. 어서 네놈에게서 이긴 후, 네놈들의 왕을 사로 잡아야 한다. 횡설수설 중얼거리는 녀석 앞에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포트가. 네놈들은 더 이상 우리 해적들의 일에 끼어들지 말아라. 난 그것을 네놈들에게 경고하기 주기 위해서 왔다."
또한 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이곳에 오길 자청했다.
"그릉... 크르르릉... 죽여, 죽여주겠.... 크어어어어엉!"
주룩주룩 내려오는 빗소리. 천둥이 쿵하며 내리쳤고, 주변을 둘러싼 포트가 녀석들이 발아래 넙쭉 엎드렸다. 그러나 난 떨어지는 낙뢰를 마다했다. 이녀석과는 정령이나 마법의 힘이 아닌, 순수한 나의 의지로서 싸우고 싶다.
"크엉! 크어어어엉!"
녀석의 몸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을린 피부에서 이질적인 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루갈의 입술이 앞으로 툭 튀어나오며 짐승처럼 짖어대기 시작했고, 벌어진 입술사이에선 뾰족 한 이빨이 솟아나왔다. 옷이 찢겨져 나가며 등이 휘었고, 손에 낀 클로가 툭 떨어지며 잔혹한 손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덩치도 굉장히 큰데?
은빛. 괴수. 언젠가 그런 전설을 들은 적이 있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은빛 늑대로 변하는 전설. 라이칸스로프 병. 지켜보던 포트가의 병사들이 경악했다.
"느... 늑대인간!"
"조심해요 랑스!"
크어어어어어엉! 쨍! 째재재쟁!
대단한 몸놀림이다. 앞을 향해 검을 뻗으면 어느새 내 뒤로 돌아갔고, 다시 놈을 노리려 뒤로 휭하고 휘두를때면 놈은 새처럼 허공을 날며 내 머리위로 긴 손톱을 휘둘렀다.
째째재재쟁! 컹컹컹! 커커커컹!
좌자자자자자작. 서로 거리가 벌어졌다. 꽤 괜찮은 녀석인 걸.
"이루갈이라고 했나?"
"컹! 커커커커커커컹!"
지켜보던 자들이 이루갈의 잔혹성에 어깨를 움추렸다. 지독하게 으르렁 거리는 군.
"페르시아스. 녀석하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어요. 알아듣고 있거든요! 어어! 조심!'
크르르르르릉!
역시 굉장히 변칙적인 공격이다. 예전 같았으면 굉장히 고전했을 녀석이 틀림없지만...
몸을 비틀자 녀석을 허공을 할퀴며 나와 자리를 바꿨다. 나는 녀석에게 전했다.
"이루갈, 목숨을 살려주겠다. 그 저주받은 몸둥이 내게 헌신해라."
"크르르르르릉! 크릉! 크르르르르르릉!"
페르시아스가 말했다.
'소요없데요! 오직 자신의 왕만이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아아...! 조심!"
나는 조소를 머금었다. 그래, 왕이 허락한다면 나를 따르겠단 말인가 이루갈? 좋아!
검을 집어넣으며 소리쳤다.
"간다!"
"크르르르르르릉!"
먼곳에서 들려오는 함대의 포격소리. 이루갈의 일갈과 나의 외침. 번개가 떨어지며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는 동시에 검이 쏱아져 나갔다.
"이루갈, 이게 해적들의 발검술이라는 거다."
챙!
폭발적으로 뻗어난간 검날에 놈의 손톱이 잘려져 나갔다. 놈의 목을 향하던 칼날은 유연하게 우회하며 스탐블링거의 폼멜이 녀석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깽!"
나와 허공을 교차한 이루갈이 허무하게 바닥에 처 박혔다. 그의 은빛 몸둥이가 다시 일어나려고 몸부림 쳤지만 나는 노움에게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놈을 잡아라. 노움"
스르르륵 움직여 녀석의 몸을 포박해 버리는 노움. 사막의 모래가 액체처럼 흐느적 거리며 이루갈의 몸뚱이를 통채로 삼켰다. 한마리의 늑대인간이 머리만 대지위로 내민채 서글프게 울부짖었다. - 아오오오오오 -
지켜보던 포트가 병사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가요. 서리하."
"예."
*
이루갈을 물리치고 드디어 포트가의 왕성이 눈앞에 드러났다. 수많은 화살들이 쏱아져 내렸지만 마법검 스탐블링거가 잘 차단해 주었다.
실프의 도움으로 외성을 날아 놈들의 수도 안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내가 소리쳤다.
"체크메이트!"
우르르르르르르! 내 목소리에 반응한 병사들이 대열을 맞추며 빽빽히 우리를 애워쌌다. 서리하가 앞섰다.
"이번엔 제가 할게요."
"아니요. 여기까진 제 일입니다."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내며 검을 뽑아들었다. 이번엔 꽤 정예 병력들인지 눈빛부터가 달랐다. 특히 그들 중 끝이 달팽이처럼 말린 지팡이를 든 늙은 노인이 한명 있었는데 역시 그가 병력을 이끄는 통솔자로 보였다. 그가 내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허허허허. 정령술과, 번개를 부르는 마법검, OPG까지 갖고 있다니... 대단한 꼬마로군. 물론 우리 포트가가 함대를 충동시킨 탓에 병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내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것이 우리 나라의 왕을 잡는 것이란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허허허허허..."
웃던 그가 지팡이를 쿵 찍으며 자리에 앉았다. 저 늙은이도 마법사? 아니, 이제까지 내가 접해왔던 마법사들과는 매우 달랐다.
"마법사...?"
"아니,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네. 제사장이라고 들어봤는 가?"
"제사장...?"
"신의 말을 대신 전하는 직업이지."
신의 말이라. 신? 그런게 존재하나?
"자네들 이름이 뭔가."
"랑스 클란츠."
"뒤에 계신 여인은?"
"서리하 폰 에스메랄다."
서리하...? 라고 중얼거리는 제사장이었다. 서리하의 이름을 홀로 중얼거리다 이내 뭔가 깨달은듯 경악한 눈동자를 지어보였다.
"서리하! 서리하! 아... 기억나는 군! 과거 오디세이아 왕녀의 이름이 서리하 폰 오디세이아였으니까! 무슨 관계인가!?"
서리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시는 군요. 제사랑 프로테미르. 당신이 과거에 보았던 어린 소녀가 이렇게 자랐답니다."
서리하가 왕가의 예법인 마냥 허리를 살짝 굽히며 인사를 나눴다.
"훅스턴이란 남자에 의해서 왕가의 일족들은 모두 죽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노인의 말을 잘랐다.
"제가 바로 그. 훅스턴이란 남자의 아들입니다."
뭣이! 경악하는 프로테미르였다. 그러고 보니 참 경악스럽다. 과거 오디세우스를 욕보인 것은 훅스턴인데 그의 아들은 지금 오디세우스의 왕녀와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프로테미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지만, 난 지금 이런 실속없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다. 어서 이나라의 왕을 사로잡고 카린소 섬으로 가야한다.
"시간이 없습니다. 노인, 물러나 주십시오."
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9&WTV1471013=375007773&WTV1392781=31978826&WTV1357910=273489&WTV1357911=2907037&WTV246810=129&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2. 검은 장막이 열리다&WTV9172643= 사람의 권유라는 건 보통 이기심이 없을때나 받아들여 진다. 물러나 달라는 내 요구는 그만 입을 닫아달라는 요구와도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벽에서 크로스보우로 우리를 조준하는 병사들, 창대를 꼬나든 이들이 앞뒤로 우리를 애워싸고 있었다.
"쏴라!"
쓩쓩쓩. 탱탱! 애초에 투척무기나, 화살은 통하지 않는다. 화살을 튕겨내자 대열을 갖춘 적들이 차근차근 앞으로 걸어나오며 창대를 내밀었다. 길을 빼곡히 메운 사병들의 랜스가 좁혀져 왔다.
"휴..."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였다. 그러다 그냥 검을 짧게 휘둘러 앞서오는 적들의 무기를 반토막 내 버렸다.
"헉!"
절대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던 사병들이 당혹하며 걸음을 멈춰섰고, 그러자 뒤이어 대열을 맞추며 걸어오던 사병들조차 움찔하며 대열이 흐트러졌다. 쯔...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프로테미르가 눈을 번뜩 뜨며 지팡이를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모두 물러나거라 신의 권능으로 적에게 벌을 내리겠노라!"
신의 권능이라... 구경이나 해볼까? 서리하는 여전히 무 표정한 얼굴로 아무말 없이 서있었다.
곧이어 위이이잉 하는 바람소리, 아니 풀벌레 소리와 비슷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후두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공기를 울리는 이 소리는 역겹기 그지 없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병들이 황급히 물러나며 두려움에 떠는 소리를 내었다.
"우어어어! 신의 분노다!"
비내리는 하늘이 더욱 진한 암흑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자잘한 사막의 알갱이들이 하늘위로 날아올랐다. 위이이이이잉 -
그 조그만 까만 점들이 나와 서리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랑스! 메뚜기떼예요!"
보통 메뚜기가 아니었다. 날개가 굉장히 억세고 털이 날카로운, 식인 메뚜기라 불러야 할것 같다. 페르시아스를 불렀다.
"페르시아스!"
'예.'
마법검을 지면에다 꽃아넣으며 노움과 살라멘더의 힘을 동시에 불러내기 시작했다.
메뚜기 떼들이 내 몸에 달라붙어 옷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서리하가 검을 위로 들어 한기를 뿜어내자 메뚜기들은 그녀곁에 접근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제사장이 다시 힘을 주었다. 그러자 하늘 위에서 뱀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킹코브라닷!"
역시 프로테미르가 내가 무슨 짓을 꾸민다는 것을 눈치챘나보다. 이번에는 뱀이라...
서리하가 다급해져 간다는 걸 눈치챘는지 서둘러 내 곁으로 달려들어 뱀들의 머리를 정신없이 베기 시작했다. 땅속에 검을 박아넣고 움직이지 않는 날 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랑스! 뭐하세요!"
"이제 다 끝났으니까요!"
우르르르르릉. 마법검을 박아넣은 곳에서 부터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쩌적 갈라진 대지의 상흔 안으로 뒷걸음치던 병사들이 떨어져 내렸다. 뱀과 메뚜기들을 부리던 프로테미스가 경악한 눈으로 벌떡 일어나자 메뚜기와 뱀이 무차별적으로 병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아아악! 우아아아!"
갈라진 대지의 상흔안에서 피처럼 붉은 액체가 고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열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용암이다! 으악!"
뿌각뿌각 뿌각. 파스스스. 터져나오는 대지의 핏방울. 그 많던 병력들이 정처없이 소란을 떨며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도망치다 용암에 뒤긴 병사들이 고통스럽게 자기들끼리 엉켜 나뒹굴었다. 그러나 지나가던 뱀에 물려 거품을 뱉는 놈들도 있었다.
용암의 열기에 메뚜기떼가 후두두둑 떨어져 내렸고, 뱀들은 집을 사이사이로 숨어버렸다.
어느새 서리하가 프로테미르 목에 차가운 검을 갖다대고 있었다.
"...악마...!"
"악마라니요. 신의 분노가 어떤 거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것 뿐입니다."
*
성안으로 진입했으나, 적들을 뚫어 가기에는 점점 더 쉬워져 갔다. 성안에는 어설픈 제사장도 없었고, 늑대인간처럼 흉칙한 녀석들도 없었다.
"막아라!"
막아라와 동시에 크윽... 하는 신음성을 내며 쓰러져 갔다. 대부분 무기가 잘라져 나가 두손을 높이 들고 달아났고, 완고한 적들은 움직이지 않는 얼음 석상이 되어버렸다.
그때 위엄있는 목소리가 우리들의 걸음을 멈춰세웠다.
"멈춰라."
마치 해적왕의 억양과도 같았다. 누구도 멈춰세울 수 있는 그러한 목소리였다. 얼굴에 묻은 땀과 피를 닦고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묻기 전에 쓰러진 사병들이 분통한 신음을 토했다.
"폐하...!"
왕!? 재빠르게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만 제압하면 끝이다.
"끝이다..."
왕의 목에 내 검이 닿았다. 죽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왕은 피식 웃었다.
"자. 네 목적이 그러한가. 허면 이제 어쩌려는 것인가?"
"저와 함께 가 주셔야 겠습니다."
"가서 뭘 하면 되는가?"
"포트가 선박들을 물러주십시오. 다시는 우리 해적들 사이에 끼어들지 마십시오."
"하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왕은 호탕하게 웃었다. 검을 목에 대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밖에 없을 것이다.
"싫다면?"
"당신의 목숨을 담보로 잡겠습니다."
사실 나의 한계를 넘어보겠다는 목적은 이 나라의 왕을 잡음으로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왕이면 이득을 취하는 게 좋을 것이란 생각에 이런 협박을 하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틀림없이 지파르그와 오디세이아, 해적 연합군이 포트가 함대에게서 승리를 거두었을 것이다.
쓰러진 병사들이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죽어가던 녀석들인 줄 알았는데 왕을 지키려는 의지 하나는 높게 평가해 줄만하다.
"폐... 폐하... 어떻게 해서든 지켜드리겠습니다!"
왕은 날 보며 아직도 피식 피식 웃고 있었다. 중엄한 얼굴에 개구장이 같은 웃음이라니, 그래도 제법 어울리는 표정이다.
"내가 인질이라... 크하하하핫! 아주 웃기는 꼬마로구나. 그러면 우리 민족들이 물러날 것으로 생각하는가? 우리나라가 왜 호전적인 민족이라고 불리는지 정말 모르는가. 내가 죽어도, 내가 인질이 되어도, 결코 그 정도에 굽히지 않는다. 우리 나라는 내 명령이 아니라 철저한 자신의 정의대로 움직인다!"
내가 말을 하려 하자 서리하가 내 어깨를 잡고 앞으로 나섰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고귀한 태양의 아들이시여."
"차가운 얼음 숙녀. 서리하인가..."
"예.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빼앗긴 오디세이아를 조건으로 협력하고 있는것인가? 오디세이아가 해적들에게 인질로 잡힌 것인가?"
"아닙니다. 전 지금 오디세이아의 왕녀, 서리하 폰 오디세이아 입니다."
"훅스턴이 왕이 아닌가?"
"죽었습니다."
"뭣...?"
"그리고 이 옆에 아이는 훅스턴의 자식입니다. 훅스턴은 스스로 목숨을 버렸고, 죽기전에는 왕녀의 자리를 제게 다시 돌려주었답니다. 또 저희 가족을 죽인 건, 훅스턴이 아니었고, 그의 명령을 제 멋대로 이행한 키리우스라는 자였습니다. 이것은 그의 측근이었던 세이버스라는 마녀가 제게 전해준 내용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왕녀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내가 무력하게 침대에 누워있을 동안 그녀에게도 많은 이야기가 흘러갔었나 보다. 그래서 오디세이아의 함대가 훅스턴이 죽었어도 협력하는 것이었구나.
왕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내가 모르는 이면이 있는 것인가..."
나는 왕의 목을 위협하는 검을 내렸다. 그럼에도 누구도 나를 향해 공격해오지 않았다.
"예. 무엇보다 당신은 속고 있습니다."
"......?"
"카시아라는 여자는 대항하는 우리를 제거하고 나면, 포투가 또한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해적들에게 원한이 깊은 류지아라는 마녀를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대륙 전체를 지배할 계획 말이지요."
"해적...? 류지아...?"
서리하는 지금의 사태를 왕에게 짤막하게 설명해주었다. 류지아는 지금 카린소 섬을 가라앉히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계획이 실행됨과 동시에 카시아는 잔여 해적들을 이끌고 오디세이아의 왕좌를 배앗으려는 의도라고. 그런 후, 분쟁으로 전력이 약해진 나라들을 하나씩 삼켜갈 것이다. 키리우스와 레이하이딘과 함께.
정말 무서운 건 류지아가 아니다. 나를 이용하고 또 훅스턴을 죽이고, 결국 그 무시무시한 마녀까지 이용하고 있는 카시아였다. 빌어먹게도 나는... 그녀를 사랑했었다.
"대륙 전체...?"
"네. 섬을 바다아래로 침몰시킨 후, 당신들과 함께 대항하는 오디세이아와 지파르그를 깨 부쉴 작정입니다. 서리하는 저를 죽여서 오디세이아 왕좌에 앉고, 지파르그를 먼저 침략하겠죠. 다음은 당신, 포트가 입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소연을 하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네. 삼발이의 균형처럼 결코 무너지지 않는 세개의 나라. 오디세이아, 포트가, 지파르그 였지. 사막이 싫어서 어떻게든 침략을 하려고 해도 한놈을 치면 한놈이 견제를 하니 당최 사막을 벗어날 수가 있나. 그래서 카시아라는 여자가 제시하는 조건을 승락했지. 그런데... 그런 숨겨진 일화가 있었군..."
"그래서 굳이 제가 찾아왔습니다."
왕은 날 힐끔 바라보며 비아냥 거렸다.
"날 인질로 삼으려고?"
서리하가 나를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동맹을 맺으려고요."
왕이 눈을 크게떳다. 서리하가 검을 집어넣고 손을 내밀었다.
"우리 세 나라가 최초로 손을 잡아야 할 때 입니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50&WTV1471013=378033240&WTV1392781=31988858&WTV1357910=273489&WTV1357911=2907948&WTV246810=130&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3. 최종 결전&WTV9172643= "왜 굳이 해적들을 구하려고 하는가?"
포트가 왕이 물어보는 마지막 질문에 나와 서리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한 한심한 질문은 자기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드디어 내가 살던 카린소 섬을 향해서 남해하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전설적인 귀신선이 태양과 함께 내려다 보고 있었고, 선두에는 내가 탄 골든 스페로우 호, 그리고 데미안과 세이버스가 움직이는 훅스턴의 스페로우 호가 앞장서고 있었다.
그 양 옆으로 베이카논의 프란시스 호가 나란히 달렸고, 오디세이아의 함대, 지파르그의 함대, 또 왕녀의 설득으로 교전을 멈추고 우리 쪽에 합세한 함대가 있었다. 바로 포트가의 함선들이다. 최후방에는 쿡의 나빌렐라 호와 크라켄, 옥토퍼스의 그림자가 흐느적 거렸다.
이로서 대륙과 해적들이 연합한 채로 카린소 섬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포트가를 움직이던 레이하이딘은 포트가의 왕과 제사장이 나타나 우리와의 동맹을 선포하자 그대로 꽁무니를 빼며 달아났다.
모든 결전 준비가 끝났다. 덤벼봐라 류지아! 그리고 카시아!
"정말이야... 소용돌이가 사라졌어."
이제는 신의 재앙이라 불리어질 만큼이나 대단해진 나의 정령술을 가지고도 예전 그 엄청났던 카린소의 소용돌이를 구현시키진 못한다. 그러한 소용돌이가 오백년이나 휘몰아치고 있었으니 류지아의 마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짐작할 수 있다.
내 옆에서 섬을 노려보던 서리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정말인데요. 이쯤에서 분명 엄청난 소용돌이가 휘몰아 치고 있었는데... 덕분에 분하게도 당신들을 함부로 침략할 수 없었어요."
말하던 왕녀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래도 오디세이아의 왕녀는 숙적같던 해적들과 동맹을 맺으라리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배의 속력을 낮추라고 명령을 내린 후, 허공에서 날개를 퍼득이는 인큐니아를 불러내렸다.
"인큐니아!"
'시, 싫어.'
악마를 싫어하는 페르시아스가 왕녀의 가슴속으로 더욱 깊게 파고 들며 모습을 감췄다. 인큐니아가 요염한 웃음을 지은 채 내 앞으로 다가왔다.
"왜에? 성욕을 방출 시키고 싶니?"
"아니, 지금 그럴때가 아니야. 상황을 물어보려고 불렀다."
"후후... 지독하리 만큼 조용한데? 바다에 나와있는 배는 한척도 없어. 악마의 눈으로 들여다 볼려고 해도 류지아가 마법장벽을 쳐놔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배가 한척도 뜨지 않았다고?"
"그래. 아무래도 우리쪽 선박이 많으니 바다위에선 불리하다고 생각한 모양인 걸?"
"역시... 섬안으로 끌여들일 속셈인가..."
장루안에 머리만 내밀던 시르케도 날아왔다.
"섬으로 들어가면 위험해. 선장!"
모두가 시르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동쪽 섬과 비슷한 기운이야! 그 있지? 물에 독을 타고, 좀비를 일으켜 세우던 그때!"
인큐니아가 하아앙 신음을 토했다.
"애석하지만 그건 훅스턴 주인님이 명령한 것이었단다. 좀비를 일으켜 세운 건 내가 한 일이고..."
나는 주먹을 콱 쥐었다.
"그렇다면 설마! 카린소 주민들을 모두 죽였다는 소린가! 죽은자들을 좀비로 일으켜 세우려고!?"
시르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생명력이 다수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섬 주민들은 틀림없이 살아있어. 다만 그때와 느낌이 비슷하다는 소리지. 분명 무언가 엄청난 마법 함정을 만들어 놨다는 거야! 그러니 지금 섬에 들어가면 불리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 그럼 간단하네.
"섬을 둘러싸고 이상태로 포격을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