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 (16/28)

갑자기 솟구쳐 나온 운디네의 힘 때문에 전신에 물벼락을 맞은 에이미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나는 황급히 실프를 불러 따스한 바람으로 그녀를 녹여 주었다. 이번엔 최대한의 힘을 부렸기 때문에 누가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느닷없는 물벼락을 맞아버린 에이미. 그녀는 현재 사제복을 벗어버렸기 때문에 물에 젖은 얇은 잠옷이 고스란히 속살에 달라붙어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베이카논은 말할 것도 없고, 데미안조차 말없이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보다 못한 쿡이 벗어던진 사제복을 도로 주워와 에이미의 몸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날 바라보며 물었다.

“엄청난 힘이네... 그게 정령술이야?”

“이... 이게 원래 이렇게 강하지 않은데...”

“정령 술이라... 정말 대단한 힘이군...”

새끼 손가락에서 푸른빛으로 밝게 빛나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정령의 반지, 이것으로 하여금 정령술을 부리는데 부족했던 모든 힘이 채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에 강한 기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려서 약간은 힘겨운 기분이 든다. 남발해선 안 되겠다. 어쨌든 뜻밖에 엄청난 보물을 얻어버렸어. 훅스턴, 마법검과 OPG를 낀 그놈을 만나도 이젠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와아아아! 우리 세계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이정도 힘이면 충분하겠어요! 랄라라라!’

나로선 갑작스레 엄청난 힘을 얻어버려서 약간 멍한 느낌이지만 페르시아스는 들뜨며 기뿐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반대로 에이미는 원망스런 눈길로 나를 째려보았다.

“에이... 보물지도라고 하기에 금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에이취!”

하긴, 아무리 천사 같은 사제라지만 느닷없이 물벼락을 얻어맞고 기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거친 수풀과 끔찍한 오우거, 거기다가 물벼락까지. 더불어 동굴에 갇혀서 죽을 판인지도 모른다. 역시 그녀의 얼굴은 괜히 쫓아왔다는 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아직 아래층이 남아있어.”

“그러지. 에이미양 말마따나 아래층엔 진짜 금으로 만들어진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지. 허허허.”

물론 베이카논의 말은 축져진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선박의 구조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몇몇은 그리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선실의 아래층이라고 해봐야 적재 물을 쌓아놓는 창고. 그리고 포로를 가두어 놓는 감옥이 다일 테니까.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빛나가 버렸다. 모두가 잠시 멈춘 채로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가장 먼저 쿡이 입을 열었다.

“몽땅 금색이다.”

“그러게. 모두 금화 같네.”

“그냥 돌에다 색칠해 놓은 거 아냐?”

‘예뻐...’

에이미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앞에 쌓여진 금화를 한 개 들었다. 그리고 입을 벌려 어금니로 살짝 깨물었다. 그것을 우리에게 내밀었고 모두는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틀림없었다. 에이미의 앙증맞은 이빨자국이 고스란히 새겨져있다. 멍청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잠깐 바라보던 에이미.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나 할 것 없이 환호를 질렀다.

“우와아아아앗! 보물이다!”

“훗. 우리 부자네.”

“와허허허허허허허 와허허허허허허!”

들뜬 베이카논의 웃음소리가 정말 웃겨 죽을 판이다. 그토록 감정 없이 보이던 쿡마저 입을 가리고 풋 웃었고, 에이미는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데미안과 나는 정신없이 주머니에 금화를 가득 담고 있었다. 오직 금에 대한 값어치를 잘 모르는 페르시아스만 허공을 날아오르며 별다른 감회가 없다. 

‘이 많은 금을 어디다 써? 난 이런 금보다 정령옥이 더 좋은데’

물론 우리 해적들은 약탈품만 하더라도 평생 먹고 살 만큼의 재력이 쌓여있다. 그래서 보물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하고 관심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금의 정경은 그야말로 가관이라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이정도의 양이라면 카린소 해적단의 모든 재정에 비해도 3할 정도에 근접할 것이라 짐작된다. 무엇보다 이정도양의 황금을 찾았다면 분명 마을의 여덟 장로들도 우리의 수훈을 인정하고 엄청난 포상을 수여할 것이다. 이번엔 무슨 아티펙트를 달라고 할까? OPG 말고도 네 개나 남아있었지? 부양의 부츠? 신속의 목걸이? 아! 그중엔 흑스턴이 들고 다녔던 마법검과 비슷한 것도 있었지?

한참 금의 향연에 빠져 미친 듯이 웃음을 머금던 환상적인 시간도 서서히 지나가고 우린 좀 더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 궁리하기 시작했다.

“흐음... 어쨌든 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유일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야.”

“너무 높은데.”

모두 턱을 쳐들고 천정에 뚫린 유일한 구멍을 바라보며 좌절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 말없이 천정을 바라보던 쿡이 별것 아닌 것처럼 입을 열었다.

“랑스가 바람을 불어주면 돼지 뭐. 바람을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으잉? 바람이라뇨?”

“네가 실프인가 하는 걸로 우리 몸을 뛰어주면 되잖아.”

모두가 멍하니 쿡을 바라보았다. 내가 먼저 소리쳤다.

“우와! 쿡! 바로 그거야! 천재에요!”

이렇게 해서 나는 눈을 감고 실프를 부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가장 무게가 무거운 베이카논이었다.

“어이 이보게 랑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허어어엇!”

침착한 지성인 베이카논, 큰소리치며 몬스터를 잡겠다더니 결국 오우거에게 미친 듯 쫓기는가 하면 이젠 그 준엄한 체통은 어디다 집어던졌는지 떠오른 몸을 허우적거리며 남자답게 비명을 지른다. 

이곳에서 발견한 정령의 반지, 이것을 이용하여 증폭된 정령술로 하여금 실프를 불러 사람의 몸을 떠오르게 한다. 허공에 빙글빙글 돌며 떠오른 베이카논. 나는 그가 구멍 난 천정에 이르기까지 숨을 꼭 참으며 얼굴이 새빨개 질 정도로 전신에 힘을 주며 바람을 일으켰다. 내 힘이 잠시라도 멈추면 바람이 멎어버릴 테고 그렇게 된다면 베이카논은 그대로 갑판에 곤두박질치며 추락사하고 말 것이다.

“허억... 으허억... 아이고 힘들어...”

“허허허허! 도착했다!”

마침내 베이카논을 무사히 꼭대기까지 안착시켰다.

“헥... 헥... 도저히 더 이상 못해. 아이고, 베이카논! 선원들 좀 불러와요!”

모두 다 들어 올릴 수 있을 줄 알고 가장 무거운 베이카논을 먼저 들어 올렸는데, 막상 그를 밖으로 안착시키고 나니 도저히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쨌든 살아남았다. 베이카논이 선원들을 부르러 갔으니까. 

“우와앙! 금화다아!”

몇몇의 선원들이 왔고, 놈들은 내가 포대에 묶어 올려준 금화를 몇 포대 끌어올린 후, 우린 신경도 쓰지 않고 금화만 살피고 있었다.

“야이 자식들아! 사람들 먼저 끌어 올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8&WTV1471013=203270976&WTV1392781=25701885&WTV1357910=273489&WTV1357911=2336448&WTV246810=87&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먼저 올라선 베이카논이 선원들을 통솔했다. 곧 이어 동굴 안으로 긴 밧줄이 내려왔다. 페르시아스를 감싸 쥔 에이미가 가장 먼저 올라갔고, 그다음 쿡, 나, 데미안 순서로 밖을 나갔는데. 그렇게 순서를 정한 이유는 앞서 올라가는 여인들의 치마 속을 감상할 수 있었가 때문이다.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던 데미안이 짧게 말했다.

“좋군.”

“그래. 아주 아주 좋아.”

“노리지마 데미안.”

“걱정 마. 흥미 없어.”

“그럼 도와줘.”

“......”

볼 건 다 보면서 무관심 한척하는 데미안. 이어 우리들마저 지긋지긋한 동굴에서 빠져나왔고, 우리를 끌어 올렸던 몇몇 선원들을 동굴 안으로 내려 보내 금을 끌어 올렸다. 내가 밧줄을 끌어당기는 데는 전혀 무리가 따르지 않았다. 어쨌든 내겐 OPG가 있으니까. 금화가 꽉 들어차있는 엄청난 무게의 포대를 자그마치 다섯 포대씩 단번에 끌어 올렸다. 최대한 빨리, 조용히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 이유는 어딘가에서 배회하고 있을 오우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됐습니다요.”

작업이 다 끝났다. 우리 주변엔 벌써 마흔 포대 정도의 금화가 쌓여 있었다. 베이카논이 데리고 온 녀석들은 대략 열다섯 정도. 그놈들을 마저 끌어올리고, 잠든 선원들을 사십 명 정도 데려오게 만들어 그것들을 배로 실어 날랐다. 작업이 거의 다 끝나가자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오늘 따라 달빛이 매우 밝아 모든 형상이 잘 드러났다. 낯익은 배경이다.

“랑스. 아까 우리가 왔던 동산이야. 그치?”

에이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빠져나온 출입구는 가고일의 형상을 닮은 동상이 있었던 곳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았어도 오우거를 마주치지 않은 상대로 보물을 발견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찌 보면 평범함 속에 숨어 있던 보물, 그것을 해적왕 세 명까지 모여 가며 우여곡절 끝에 찾아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호오... 저거 가고일하고 똑같이 생겼는걸.”

선원들을 통솔하던 베이카논이 내 옆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는 호기심이 일었는지 더욱 가고일을 닮은 바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쿡과 데미안은 황금을 실어 나르는 선원들을 통솔하며 해변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고, 페르시아스는 내 옆에 서있는 에이미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

“허허허. 그냥 돌이군. 꼭 가고일이 날개를 접고 움츠려 있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랑스, 이거... 장식물로 좋겠는데 가져갈까?”

“네에에? 그걸 저보고 들라고요?”

“허허허. 이걸 자네가 아니면 누가 들고 가겠나. 수석으로 굉장한 값어치를 할 것 같은데 내 배까지 옮겨주지 않겠나? OPG를 꼈으니 수월하잖은가! 허허허허.”

“에휴... 그럴게요.”

기괴한 바위덩어리에 묘한 집착을 보이는 베이카논, 참 취향도 독특하시지. 금화를 끌어올리느라, 정령술을 부리느라 탈진 직전이라서 선원들을 부려먹으려 했지만, 데미안과 쿡이 보물을 챙긴 선원들을 모두 데리고 내려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들고 내려가야겠다. 마지막으로 힘쓰고 드러누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돌에 손을 뻗었다. 

“어어...!?”

“왜 그러나?”

“이게... 그러니까 돌이...”

“돌이 왜?”

옆에서 지켜보던 에이미가 꺄악 소리 질렀다.

“꺄아아악! 돌이 움직여!”

“으읏!”

펄럭!

가고일의 형상을 닮았던 돌이 정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개가 접힌 형상의 돌이었는데 그 형상이 실제로 움직이며 활짝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에 감추어진, 악마의 몸체를 닮은 가고일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새처럼 뾰족한 부리가 쩌억 벌어지며 끔찍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 후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크아아악!”

모두가 귀를 막았다.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은 엄청난 울림이다. 이어 가고일이 높이 날아올랐다.

“으아앗! 하강한다! 조심해!”

타앙! 타앙!

베이카논이 재빨리 권총을 꺼내 총격을 가했지만 돌로 만들어진 가고일의 몸뚱이에 통할 리 없었다. 검을 빼들고 하강하는 놈을 후려쳤지만 손에 거센 진동만 울릴 뿐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퍽럭 펄럭.

빌어먹을. 돌로 만들어 졌다면서 날개가 뭐 저렇게 자연스럽게 펄럭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뭐지? 보물을 훔쳐갔다고 발광하는 걸까? 어쩐지 쉽다고 했어!

“꺄아아악!”

에이미를 향해 하강하는 가고일. 저놈의 공격 방식은 몸통이 딱딱한 돌로 만들어진 터라. 그저 들이 박는 식이다.

“노움! 단단히 뭉쳐!”

손바닥에 흙더미가 단단히 뭉치기 시작했다. 돌을 검으로 벨 수는 없으니까. 

“에이미 숙여!”

쾅! 와드드득.

적중! OPG를 낀 왼손으로 집어던진 단단한 흙더미가 정통으로 가고일의 몸통에 적중하며 놈을 허물어트렸다.

“괜찮니 에이미?” 

“응...”

약간 안타까웠던 듯 부서진 가고일의 흔적을 살피던 베이카논이 입을 열었다.

“허어... 멸종한 줄 알았던 가고일 까지 움직이다니 이 섬... 정말 몬스터 세상이군.”

“아까 낮에는 괜찮았었는데...”

“아마 자네가 훔친 정령의 반지나 우리들이 가져간 보물 때문에 움직인 게 아닐 까 싶네. 보통 가고일은 무언가를 지키는 임무를 부여 받고, 그게 도난당하거나 피해를 입을 때 비로소 움직이니까.”

“후움... 그렇군요. 어서 내려가죠. 이렇게 되면 아까 도망친 오우거가 쫓아올지도 모르겠네요.”

“허어... 모두 어서 가게나!”

모두 등을 돌릴 때였다. 어딘가에서 거칠게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펄럭, 펄럭, 펄럭.

“또 가고일... 같은데요.”

하늘을 지그시 올려다본 베이카논이 입을 열었다.

“가고일이 맞군.”

에이미가 실성한 듯 웃으며 말했다.

“한두 마리가 아닌데요.”

달려!라고 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진 엄청난 괴성에 전율하느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크롸롸뢀롸로라뢀롸롸롸롹!” 

잠시 침을 꿀꺽 삼킨 후 크게 소리쳤다. 모두가 짜기라도 했는지 한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오우거다! 튀어!”

쿵쾅 쿵쾅 쿵쾅! 펄럭 펄럭 펄럭!

“미친! 오우거도 한 마리가 아니에요!”

“무조건 튀어야하네!”

“꺄아아아아악! 사람 살려!”

오늘 내 정력이 남아나질 않는다. 오우거 앞에서 살아남으려고 미친 듯 발광했고, 베이카논을 동굴 밖으로 들어 올린다고 엄청난 정령술을 부렸다. 금화를 다섯 묶음씩 끌어올리는가 하면, 가고일과의 한차례 접전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바로 전날 칼리오페와 정사를 치르느라 별로 잠도 자지 못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일념하나만은 뚜렷하게 남아서 나의 다리를 재촉한다. 놀랍게도 에이미의 달리기가 나와 맘먹을 줄이야. 굉장한 속력이군. 결국 나이는 못 속이는 지 가장 뒤처지는 건 베이카논이었다.

해변이 가까워져 간다. 태양이 수줍게도 지평선을 붉게 물들며 조용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지만 전날 파티를 벌인 놈들은 일어날 생각조차 안하고 텐트 안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쿡과 데미안, 그리고 보물을 날랐던 선원들은 갑판위에 금화를 쏟아 부으며 평화로이 감탄사나 흘리고 있었다.

항상 나긋한 신사처럼 입을 열던 베이카논이 크게 소리 질렀다.

“야야! 모두 싸울 준비해! 멍청이들아!”

몇몇 선원들이 텐트 밖으로 뛰쳐나왔고, 금화를 살피며 웃음을 머금던 녀석들도 화들짝 놀라며 커틀라스를 뽑아 들었다. 하늘을 뒤덮은 가고일 무리를 바라보았다. 대략 백여 마리... 오우거는 두 마리. 나 참... 우린 뒤졌다.

다가오는 무리들을 바라보며 재빨리 허리에 찬 주머니 안에서 힐링 포션을 꺼내 들어 꿀꺽 마셨다. 독한 술을 마신것처럼 식도를 거치는 포션의 감촉이 느껴졌고 이내 숨 가쁘던 호흡과 기력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래! 해보자.

“훗. 베이카논 제가 잠시 막아 볼게요.”

“뭐? 너 혼자? 어쩌려고.”

“그동안 대열 좀 정비해요. 이대로 붙으면 다 죽어요. 에이미? 페르시아스 좀...!”

에이미는 품안에 잠든 잠꾸러기 요정을 서둘러 깨웠다. 눈을 뜨자마자 하늘을 뒤덮은 가고일 무리들과 산처럼 거대한 오우거 두 마리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그녀였다.

‘냐음... 냐음... 히익! 모, 몬스터 군대잖아요!’

“페르시아스! 긴장해! 힘 좀 쓸테니까!” 

‘아. 알았어요!’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8&WTV1471013=205617720&WTV1392781=25703183&WTV1357910=273489&WTV1357911=2336565&WTV246810=88&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에이미와 베이카논은 나를 제쳐두고 캠프장을 향해 빠르게 달렸고, 나는 마주 오는 적들을 향해 당당히 한걸음을 뻗었다. 페르시아스를 주머니에 넣은 후, 허리를 굽혀 양손으로 땅을 짚었고, 부리를 앞세우며 하강하는 가고일을 노려보았다. 눈을 감고 내가 원하는 상황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려운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굳건의 노움이여. 당신의 완고함을 무너트리려하는 가여운 무리들에게 위용을 앞세워 찬양하는 이들을 도와주시오!”

바득 바득 바드드드득! 우르르르릉!

포션으로 인하여 충족했던 힘이 소진되는 동시에 대지가 우르르릉 울렸다. 나의 등 뒤에서 우와아! 하는 탄성이 들려왔다. 눈을 떠보니 내 앞에 거대한 돌들이 솟아나 바리케이드를 형성했다. 나를 향해 하강하던 가고일들이 솟아난 석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이것으로 인해 가고일이 많은 수가 부서졌고, 오우거의 진입은 느려지게 될 것이다.

“됐다! 뛰어!”

힘차게 뛰었다. 내가 시간을 벌어준 사이 베이카논과 쿡, 그리고 데미안은 모든 진형을 완벽하게 이루며 몬스터들과 격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베이카논이 이끄는 선원은 대략 백오십 명. 많지도 적지도 않은 거대한 해적선박을 운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원수이다. 역시 커틀라스 보단 어디서 났는지 대부분 망치를 들고 있었다. 나란히 배치된 쿡의 선원들도 그러했고, 내가 몰고 온 선원들과 데미안은 모두 함선에 탑승한 채 포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시 날쌘 가고일은 망치로 때려잡고 오우거는 함선의 포격으로 날려버릴 계획을 세운 것이다.

레이하이딘이 있었다면 잘 잡았을 텐데... 풋.

“끼아아아아악!” 

“검 날로 후려치지 말아라! 되도록 망치를 이용해!”

아직도 많이 살아남은 가고일들이 하강했고, 선원들과 멋지게 격돌했다. 비록 우리 인원들이 가고일 보다 턱없이 많았지만, 돌로 만들어진 희기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치명적일 정도로 사기를 떨어트렸다. 많은 선원들이 두려움에 떨다 가고일의 몸체와 부딪혀 쓰러졌다. 하지만 우르르 달려들어 망치질을 해대니 돌로 만든 가고일의 몸으로선 남아날 리가 없다. 문제는 오우거!

“크롸롸롸롸롹!”

전율하는 오우거 두 마리의 괴성 때문에 모든 선원들이 공포에 사로잡히며 넘어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고일들이 선원들을 짓밟았다. 노움으로 인해 높게 솟아 올린 단단한 바리케이드도 오우거의 돌 망치질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바리케이트가 어느 정도 부서지며 충분히 넘어올 수 있는 지경이었지만 흉포한 오우거는 자신을 가로막은 것에 분노한 것인지 흔적도 없이 깨 부신 후 나를 쳐다보았다. 으으... 한 마리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두 마리라... 젠장, 무시무시하군. 

“랑스! 어떻게든 시간 좀 끌어봐!”

베이카논의 총알은 관통력보다 폭발력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돌로 만들어진 가고일에겐 큰 피해를 주지 못했었는데, 그가 이번에 다시 바꿔든 석궁은 가고일을 깨끗이 관통시키며 무너트렸다. 베이카논의 등 뒤로 가부좌를 틀고 있는 쿡이 있었는데 마치 예전에 죽은 오스만을 일으켜 세운 세이버스를 보는 듯하다. 둘 다 머리색도 푸른색이라 비슷하고... 뭐 쿡의 머리색이 더운 연푸른색이 나서 예쁘긴 하다.

“크롸롸롸롹! 피 냄새! 너! 너!”

“피식... 그래, 나다. 또 만났군. 오우거.”

나를 확인하듯 잠시 멈춰서 살피는 두 놈의 오우거. 한 놈은 아까 동굴입구에서 마주친 놈이 틀림없다. 새로 등장한 다른 쪽 놈은 머리에 뿔이 달렸고 그보다 더욱 덩치가 컸다. 아무래도... 먼젓번 상대한 놈은 암놈이고 이번 것은 수놈인가보다. 좌절스럽게도 두 놈다 나의 OPG에 시야게 고정되 있었다. 아아... 올려다보기도 목 아플 정도로 장대한 크기. 그야말로 괴물이로다.

“발사!”

퍼버버벙!

역시! 데미안의 외침소리에 맞춰 쏘아진 포격이 정확히 암놈에게 적중하기 시작했다.

“우어어어어!”

지독한! 포격을 받은 오우거는 양팔을 펼치며 포격하는 함선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포격을 맞을 때마다 피가 튀기며 주춤 주춤 멈추었지만 어찌나 거대하고 흉포한지 선박을 통째로 부숴버릴 기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놈은 대충 처리 가능하겠고... 그럼.

“크르륵! 죽어. 인간!”

쾅!

역시 암놈의 희생에 의하여 포격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수놈이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몸을 굴려 피할 때 마다 해변의 모래가 움푹 파이며 내 얼굴에 튀겼다. 눈에 모래가 몇 알 뒤겼는지 매우 따갑다. 쾅! 콰쾅! 쾅!

피부가 질겨서 검으로 베어봤자 통하지 않는다. 총도 총하지 않고, 마음먹고 콱 찌른다면 박히겠지만 그렇게 힘을 집중시킨 검격을 이루기까지의 빈틈은 너무 크다. 놈의 피부는 가고일처럼 단단하고, 고무줄처럼 탄력 있다. 키가 나의 네 배에 달했기 때문에 실프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아무리 힘껏 도약한 다해도 놈의 머리에 이를 수 없고. 큰 덩치에도 놈의 속도는 일류검사의 빠르기를 지녔다. 그러나, 따가운 눈을 비비며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려 냈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박이다!

왼손으로 모래를 한 움큼 움켜쥐고, 빠르게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가지 마라 인간! 크와앙!”

“미친!”

뒤돌아 도망쳤지만 역시 놈의 걸음 거리는 나를 손쉽게 따라잡을 태세였다. 전투를 위해 태어난 완벽한 종족. 그게 오우거다. 땅을 박차며 소리쳤다.

“실프! 내 몸을 띄어!”  

쾅!

아슬아슬하게 오우거의 몽둥이가 내 어깨를 스치며 땅을 후려 갈겼다. 어깨에 찰과상을 입은 것 같지만 아무려면 어떠냐. 죽지 않으면 다행이지. 내 몸이 실프에 의하여 계속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크왕! 인간! 비겁하다! 크와앙!”

참 말 많은 오우거네. 왼손에 움켜쥐고 온 모래를 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살라맨더를 불러보는 건 처음이구나. 

“폭염의 살라맨더! 모래에 맺혀 타올라라.”

으읏! 순식간에 움켜쥔 모래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OPG가 타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다행히 마법적인 기운이 담긴 아티펙트라 열기에 타지 않는 것 같았다. 아래서 허공에 떠오른 날 잡으려 뛰어오르는 오우거의 몸둥이를 살짝 피한 후, 왼손에 쥔 모래를 쫘악 뿌렸다. 

“이거나 먹어라! 살덩어리야!”

놈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내가 던지는 모래를 고스란히 뒤집어썼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비명소리가 해변을 쩌렁 쩌렁 울렸다. 놈은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가 들어간 자신의 눈을 황급히 비비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역시 내 예상이 적중했다. 눈은 어떤 동물이든, 몬스터든 민감한 부위인게 틀림 없었다.

“실프! 내려줘!” 

실프에 힘입어 검을 앞으로 곧추세우며 하강하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굳게 붙잡고 놈의 미간을 노렸다. 

“하앗!”

뿌직, 찌지직 -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

쨍! 

피부와 뼈를 가르며 깊게 밀려들어가던 검 날이 부러졌다. 그러나 내 검 날은 놈의 미간을 뚫고 깊게 박혀 있었다. 놈의 머리위에 작은 곤충처럼 매달려 있는 나. 오우거의 장대한 몸이 천천히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하아... 하아... 이겼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환호성이 들려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란스럽다. 뒤돌아 상황을 살펴보았다.

“으아아악!”

“흐아악! 사, 살려줘어!”

“젠장!”

다른 한 마리의 오우거. 데미안이 지휘하는 포격을 맞아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말까지 하는 오우거의 지능을 우리는 너무 얕봤는지도 모른다. 놈은 포격하는 선박으로 달려든 게 아니라 가고일과 뒤엉켜 싸우는 선원들의 무리 속을 헤집고 있는 것이었다. 포격에 의하여 오우거의 왼쪽 팔이 날아가 버렸고, 산처럼 부풀어 오른 배에선 엄청난 양의 피가 줄줄 흘러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우거의 괴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오우거의 몽둥이가 한차례 휘둘러 질 때마다 십여 명의 선원들과 뒤엉켜서 싸우는 가고일마저도 처참하게 짓뭉개졌다. 

어디선가 관통력 좋은 볼트(BOLT)가 날아와 오우거의 상처에 틀어박혔다. 베이카논!? 오우거가 석궁을 쏘아대는 베이카논을 확인했다. 그 뒤엔 무슨 일을 벌이는지 가부좌를 튼 쿡이 보였다. 

“크와아아아악! 죽어라 인간!”

“위험해요 베이카논!”

황급히 달려가며 소리쳤다. 으읏... 그런데 정령술을 심하게 부린 탓에 다리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젠장! 저러다가 둘 다 죽겠다! 아니나 다를까 오우거가 거대한 몽둥이를 베이카논을 향해서 집어던졌다. 베이카논은 좌절한 눈빛으로 쿡을 바라보았고, 쿡은 그제서야 눈을 부릅떴다. 

아주 순간적인 찰라. 모든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내 목소리가 허공을 크게 메아리쳤다.

“안돼에에에에에!”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9&WTV1471013=208001277&WTV1392781=25709002&WTV1357910=273489&WTV1357911=2337093&WTV246810=89&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0. 동쪽으로&WTV9172643=시간이 영원히 멈춘 것인지 날아가던 돌 몽둥이가 허공에서 멈췄다. 어느 선원들도, 오우거 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정지된 시간의 흐름을 유일하게 깨부순 것은 피식 미소 짓는 쿡이었다. 

“어... 어?”

입을 열어 보니 입이 움직였고 목소리가 나왔다. 쿡이 움직이는 것처럼 시간이 정지된 건 아니었다. 허공에 떠있는 오우거의 돌 몽둥이를 가만히 살펴보자 무언가 징그러운 것이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뭐 뭐... 촉수!? 설마 옥토퍼스!?

쿡이 생긋 웃으며 조신하게 입을 열었다.

“적들을 먹어치워. 크라켄.”

푸아아아아악! 

갑판위에 여유롭게 서 있는 쿡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쿡의 등 뒤로 물살을 가르며 전율스러운 형체가 솟아올랐다. 마치 배를 통째로 집어 삼켜도 이상하지 않을 거대한 형체였다. 그것의 주변으론 엄청난 촉수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촉수중 하나가 오우거의 몽둥이를 감싸며 멈춰세운 것이다. 

베이카논이 자신의 코앞에 멈춰선 몽둥이를 쓸어 만지며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나로선 그와 상반된 표정, 매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옥토퍼스!?”

아니다. 조금 달랐다. 옥토퍼스는 둥근 머리를 가졌지만 저것의 몸통은 고깔처럼 약간 뾰족한 형상이었다. 다르다! 옥토퍼스가 끔찍한 문어괴물이라면 저것은 거대 오징어다! 쿡이 왜 옥토퍼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유롭게 웃음 지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갈듯하다. 쿡은 거대 오징어를 불러냈다. 옥토퍼스와 싸울 수 있는 크라켄이라는 엄청난 괴수를 다루는 것이다!

“우아아아아?”

선원들 또한 뒤로 주춤 주춤 물러났지만, 크라켄의 촉수는 선원들을 미끄러트리며 허공에 날아오른 가고일만 낚아채기 시작했다. 오우거 조차도 크라켄의 위용에 놀란 것이지 미동도 하지 못했다. 크라켄의 촉수가 오우거의 몸을 감싸며 찌부러트렸다. 공포에 질린 오우거의 괴성이 처절하게 울려 퍼졌고, 크라켄의 크게 벌린 둥근 입속으로 처참하게 씹혀 들어갔다. 

잠시 벌이는 징그러운 촉수의 향연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게 끝났다. 크라켄과 수많은 몬스터들은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고 선원들만 텅하니 남았다. 간간히 들려오는 부상자들의 신음소리에도 멍한 상태를 유지하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투이다. 쿡이 기지개를 펴며 입을 열었다.

“끝났다... 해적들, 좋아해야지.” 

그때에야 비로소 모두가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 - - - - 해적 - - - - -

  

몬스터들과 목숨을 걸고 엄청난 접전을 벌였다. 죽은 사람도 꽤 됐으며 피해도 많았지만 결국 얻은 게 많았다. 죽은 선원들은 모두 합해 오십면 정도. 나머지 팔십 명 가량의 선원들을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수확물로 따지자면 정령술을 강화시켜주는 정령옥이 박힌 정령의 반지와 우리 카린소 섬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어줄 엄청난 금화들이다. 물론 선원들의 목숨과 얻을 것을 비교해선 안 될 일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들로선 죽은 사람들의 가여움보다 냉정하게 마음 먹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오우거에게 짓뭉개진 선원들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가고일과 부딪혀 부상 입은 자들은 대부분 타박상을 입은지라 칼리오페와 에이미의 간호로 인하여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역시 사제들... 칼리오페는 거의 기적을 일으키는 수준이다. 걸어 다니는 힐링포션이라 말할 수 있겠다. 선박도 거의 부서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리하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보물을 발견한 섬에서 치료와 정비를 하느라 하루가 더 지난 오늘에서야 출항이 가능했다. 흔들리는 베이카논의 선박에서 나, 쿡이 같이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허허허. 그러니까 쿡은 태어날 때부터 크라켄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거든. 그러니까 무구 따위야 필요 없지. 크라켄만 불러내면 뭐든 다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대, 대단하네요...”

쿡은 여전히 약간 엉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저 표정은 배아래서 헤엄치고 있는 크라켄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란다. 베이카논는 쿡이 평소 크라켄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사람과의 대화에서 말수가 급격히 적어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믿어지지 않지만 뭐, 직접 봤으니 그렇다고 해두자.

크라켄을 미리 불러 왔으면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냐는 내 질문에는 쿡이 직접 대답했는데 훅스턴이 다가갈 동쪽 섬을 크라켄이 감시하느라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고일과 두 마리의 오우거가 습격할 때야 비로소 크라켄을 황급히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토록 순진한 얼굴을 가졌던 쿡이 두려워 보이기 시작한다. 다섯 명의 해적 왕 중 가장 강자는 쿡이었어!

“참 베이카논? 오우거의 시체 말이에요. 가져오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요? OPG를 하나 더 만들었으면...”

내말에 베이카논은 두꺼운 책을 꺼내어 활짝 펼쳤다. ‘몬스터의 살과 피. 그것으로 창조되는 전설의 아티펙트’라는 긴 제목의 책이었다.

“허허허... OPG만들기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네.”

“네?”

“물론 오우거의 힘줄을 얻어야 하지. 나도 어제서야 책을 읽어보아서 알아냈는데... 그게 다름 아닌 어린 오우거의 힘줄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리고 마법사들이 일급 로브를 만들 때 사용하는 ‘마력 깃든 룬 매듭 옷감’도 필요하고, 성인 오우거의 ‘가죽’도 필요하다네. 오우거의 가죽이야 내가 잘 벗겨서 참고에 실어두었지. 귀족 시장에 팔아도 엄청난 시세로 거래된다고 적혀져 있으니까. 그리고 또 보자... 허어... 이책의 저자도 확실히는 잘 모르는 모양이네... 어쨌든 이 재료 이외에도 마스터급 연금술사가 일 년을 정성껏 공들여 갖가지 비약들을 섞어 만들어야 대충 틀이 잡히고... 또 있군. 무엇보다 어린 오우거의 힘줄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성인 오우거처럼 자랄 때까지의 시간. 즉 오십년 가량... 숙성시켜... 컥. 못해먹겠군. 랑스군, OPG는 왼쪽으로 만족해야 겠네. 허허허허.”

“포기해야겠네요."

역시 양쪽을 얻으려면 훅스턴을 잡아야겠군. 씁쓸히 미소지은 후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카시아나 레이하이딘하고는 연락 되요?”

“허허허. 마침 어제 호울러에게서 연락이 왔다네.”

“호울러...?”

“하얀 독수리 말일세.”

“아아!”

“아무튼 어제 막 카시아와 레이하이딘은 자네의 선박까지 가지고 동쪽 섬에 도착한 모양이야. 의외로 훅스턴 놈이 아직 잠잠한 모양이야. 그 섬의 해적들도 무사하고. 심심할 정도로 평화롭다고 하더군. 이제 나와 자네가 만났다고 답장을 전할 차례지.”

다행이다. 모두 무사한가 보다. 나도 하얀 독수리를 이용하여 직접 서신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는데.

“제가 호울러라는 독수리... 사용할 순 없을까요?”

“흐음... 그게... 자네 여덟 장로들에게 전수 못 받았나?”

“네. 말안해 주던데요?”

“하긴... 그땐 훅스턴이 모반을 일으켜서 경황이 없었던 모양이지. 그러니까 이건 좀 특별한데 호울러가 맞을 수 있는 향수를 뿌려야하네. 호울러가 맡을 수 있는 그 향수는 여덟 장로들만 가지고 있어. 주기적으로 찾아가서 한번 씩 몸에 뿌려줘야 냄새가 유지되지. 뭐 어려운 의식이 아니니까 섬에 도착하면 바로 향수를 몸에 뿌려달라고 말하게.”

“그래도 그렇지 정말 신기한 독수리인데요? 그렇게 훈련이 잘 돼 있다니...”

“전설에 의하면 우리 해적 섬들을 세운 어느 대단한 마법사의 패밀리어라고 전해지고 있지.”

패밀리어에 대해선 잘 알고있다. 마법사들이 다루는 애완동물? 뭐, 그런 비슷한 거라 들었다. 정신이 공유된다고도 하던데... 쿡을 마법사라고 치면 패밀리어는 크라켄이 되는 셈인가? 흐아악.

“에에...? 대단한 마법사의 패밀리어라고요?”

“그래. 백발의 마녀라고도 불리는 엄청난 마법사지. 지금은 어떤 이유 때문인지 섬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소문만 전해지고 있어.”

순간 카시아와 만났던 641살 먹은 마녀, 류지아가 떠오른 건 당연하다. 류지아... 전설의 마법사가 그녀가 맞는다면 그녀는 자신이 길러온 섬에서 추방당한 것이다. 믿었던 장로들에게 배신당하여... 그런데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든다. 왜 카시아는 류지아와 그렇게 친한데 다른 사람들은 류지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일까? 하긴... 그토록 상처받고 전설로만 남아있는 존재가 남들과 쉽게 친해질리는 없었겠지. 카시아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라 생각하면 되고... 뭐 그런 의미에서 나도 특별한가?

어느새 쿡은 고개를 숙인 채 앉은 자리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베이카논도 점잖게 하품을 해서 나도 몸을 일으켰다. 밖을 나와 보니 어느덧 밤이다. 내가 위치한 곳은 베이카논의 선박이기 때문에 실프를 불러 높은 도약력으로 내 배로 가볍게 넘어간 뒤, 휴식을 취하러 선실로 향했다. 선실로 향하는 복도가 까랑 까랑 울릴 정도의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꺌꺌꺌! 그래서 어쨌는데?”

푸... 아무래도 칼리오페와 에이미가 또 술잔치를 벌이나보다. 빙긋 웃으며 문들 두드렸다. 

- 똑똑똑 -

“어머? 랑스 왔네? 랑스야! 오늘도 같이 술 먹자. 호호호호.”

나를 반기는 칼리오페. 이미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다. 에이미도 어지간히 마셨는지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아무래도 에이미는 보물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칼리오페에게 들려주고 있었나보다. 뒤늦게 알았지만 칼리오페는 가고일 무리와 오우거와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을 때도 선실에서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모든 게 남의 일처럼 재밌을 수밖에. 칼리오페의 복장은 날이 가면 갈수록 대담해진다. 이제 상의가 어깨까지 흘러 내려와서 거의 안쪽이 훤히 보일 지경이다. 역시 재주 좋게 유두부분만 안보이게 가리고 있다. 길게 내려온 치마는 또 어떤가? 아예 위로 접어서 살 오른 허벅지까지 드러내며 나의 부풀어 오른 성기를 삽입해 달라는 마냥 매력을 뽐냈다. 

또 에이미의 복장도 사뭇 심각하다. 물론 칼리오페 보단 훨씬 나았지만, 사제복을 모두 벗어 던졌고, 몸매가 고혹적으로 드러나는 원피스형 실크빛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치마 부분이 매우 짧아서 하얗게 뻗은 다리가 모조리 드러났다. 역시 상위에는 속옷조차 안 입었는지 도두라진 유두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론 옷 아래 비치는 가슴의 형태를 보아 칼리오페보다 작은 가슴이었지만 의외로 컷고, 그녀의 깔끔한 외모와 맞게 완벽한 원형을 이루었다.

“호호호호. 운 좋게 살았네!? 그래서? 그래서? 우와!  우아아아아! 크라켄!? 그럼 랑스는 정령술이 더 쎄진거야? 정말 오우거를 혼자서 잡았니?”

"네, 죽을 뻔 했죠. 하하하하."

페르시아스는 이미 베이카논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부터 내 방의 서랍장에 넣어둔 상태다. 그녀도 엄청났던 오우거와 가고일의 접전 때문인지 매우 지쳐있었던 탓이다. 작은 몸으로 엄청난 정령들을 부리기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잠을 자는 양도 많은 것이다.

그나저나 내 앞에 있는 사제님들, 둘 다 심각하게 과음하고 있다. 역시 그녀들이 마시는 술은 잘나가는 해적들도 한 병을 채 못 마시는 데킬라였다. 나는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둘이서 벌써 세병째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9&WTV1471013=210407490&WTV1392781=25717461&WTV1357910=273489&WTV1357911=2337861&WTV246810=90&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0. 동쪽으로&WTV9172643=“하아아앙... 오우거보다아아 내가 더 힘쎄닷! 이얏!”

콰당. 

아이고... 신성한 여신과 동급으로 추앙받던 칼리오페여. 더 이상 못 봐주겠다. 그녀를 침대에 눕히려하자 에이미가 벌떡 일어나며 칼리오페를 부축했다.

“사제니이이임, 제가 누펴드리께요호오오오.”

“뭐시? 넌! 죽어라 개노무 빙시터어언 자작! 하앗!”

이번엔 둘 다 넘어졌다. 콰다당.

“히잉... 사제니이임 아파아아앙.”

대짜로 뻗어버린 칼리오페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뭣이!? 사제니이이임? 에이미이잉 니가 사제야? 난 너같은 사제 둔적 없어!”

“히잉! 사제니이임...”

“그깟 사제! 랑스나 줘 버렸! 나도 랑스 줬어. 호호호호호. 랑스으으으으...”

“히이이이이잉.”

으윽... 칼리오페가 내 가슴에 안기며 아랫 도리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으윽!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이를 어째. 칼리오페가 나의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이번엔 놀랍게도 정확한 발음을 구사했다. 

“랑스야...”

“네?”

“나 오늘은 네 방에서 잘게... 네가 여기서 자...”

“네에? 그럼 에이미는...?”

“나도 몰라. 네 맘대로 하던가...”

"으아아앗!"

나는 눈을 크게 뜬채 더 이상 묻질 못했다. 칼리오페는 에이미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않고 내 아랫도리의 기둥을 잡으며 부드럽게 피스톤을 하였다. 황급히 에이미의 시선을 살폈으나 그녀는 못봤는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보고 여기서 자라니? 그러면 에이미와 한방을 쓰게된다. 취해서 그러는 걸까? 장난이겠지. 하지만 칼리오페는 내 허리 주머니에서 내 선실의 열쇠를 낚아챈 후 곧장 방문을 나섰다. 

“에이미이, 난 간다아아!”

“어어. 사제님 어디가요오?”

“나? 오늘은 랑스방에서 잘꺼야!”

“같이가요오.”

찰칵, 에이미가 황급히 그녀를 쫓아가려 했지만, 어느새 문을 꼭 닫아버리는 칼리오페였다. 순식간에 난감하고, 또 야릇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저, 정말 가버렸네.”

“히이잉... 그러게...”

에이미는 예상 밖으로 아무 일도 아닌 듯 침대에 철퍽 몸을 눕혔다. 나로선 어찌해야 할 판인지 종잡을 수 없어 멍하니 서있자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에고... 요즘 사제님이 매일 너랑 자는 게 어떠냐고 묻던데. 이젠 나도 사제가 아니라면서 구시대적 유물처럼 살아가지 말라면서... 푸후... 기껏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켜봤자 그 남자 죽고 나면 허무한 일 아니냐면서...”

침대위에서 무방비 상태로 한숨을 몰아쉬는 에이미. 미치도록 나를 자극하곤 있지만 아무래도 같이 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걸음을 옮겨 문고리를 잡으려 할 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술 취한 정신을 애써 바로 잡은 듯 목소리가 또렷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응? 뭘...?”

“왜 모른 척 해? 칼리오페 사제님은 지금 너랑 나랑 한 방에 가뒀어. 뭘 강요한 거라고 생각해?”

글세.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전직 수행사제였다는, 가식적인 도덕성을 날려버리라는 행사를 치루라는 뜻이겠지. 이제 우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던 가식적이고 선량한 사제가 아니라 동경하던 모험을 떠나고 무엇이든 제멋대로 해도 되는 해적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무엇이든 제멋대로 해도 되진 않아. 지금 우리 해적들처럼 살아가려면 도덕이라는 단어도 잊어버려도 상관 없지... 대신 지금 종속된 우리들 세계에도 분명한 규칙이 있어. 그 도덕이란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정확한 무언의 규칙.”

“그게 뭔데?”

“정확히 딱 부러지게는 모두 말 할 수 없어. 나도 잘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서로 지켜나가는 것들이라서. 뭐 몇 가지 큰 것을 말하자면 해적들끼린 공격하지 않는다.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다. 가족관계에 대해선 절대 알려고도 해서도 안 된다. 선장은 왕이다. 해적들끼리의 물건은 절대로 탐내어선 안 된다. 이중 한 가지라도 어길 경우에는 목숨을 담보로 내놔야 하는 법이야. 내가 쫓는 훅스턴의 경우는 앞의 두 경우를 어겼지. 그리고 내가 이끄는 해적들은 앞으로 많은 변화를 추구할거야. 네가 지금 버리려는 도덕이란 것도 내가 바라는 때에 필요할 것 같으니까 모두 다 버리지는 마. 내가 변화시킬 해적들의 무대는 도덕이 존재해야 할 것 같으니까.”

“뭐? 해적들이 변화한다고? 도덕적인 해적...?”

“그래. 여러 국가와도 교류하고 도덕성도 기르게 할 것이고... 옷도 깨끗한 것도 입힐 것이며... 격식이나 뭐 그런 거. 기품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가르치고 또 귀족들처럼 춤도 가르칠 거고... 잘 씻길 거고 가정도 만들게 하고... 해적들이 대부분 잃어버린 이름 앞에 성을 붙여줄 거야. 그래. 마을도 부락 수준이 아닌 다른 나라의 도시처럼 장대하게 꾸미는 게 좋겠군. 담도 성처럼 높이 쌓고! 그러려면 땅도 넓은 것을 약탈해야하고... 할 게 많구나.”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평소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세부사항을 읽으려니 깔끔히 정리되지 않고 무언가 혼잡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에이미은 이런 나의 복잡한 심정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건 나라를 세우겠다는 말 아니야?”

“뭐?”

흐뭇한 분위기가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전환되었고, 이제는 난 다시 약간 황당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나라... 나라라고? 순간 오르네우스를 꿀꺽 삼키고 황제가 되겠다는 훅스턴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게... 그러니까 어쩌면 나는 결국 훅스턴처럼 되어보겠다는 소리를 한 것일까? 제길... 혼란스럽군. 하지만 분명히 그와 다른 가치관이 있다. 나는 적어도 우리 해적들에게 칼을 들이대진 않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우리 해적들 모두가 다 같이 변해가자는 꿈을 품는 것이인데... 그런데 놈은? 놈은 동서남북에 있는 모든 해적들을 침략하며 자신의 입장만 왕으로 높이려 들지 않는가! 그렇다. 그와 나는 분명 다른 것이다. 놈의 목적은 자신의 사리사욕이며, 나의 목적은 모든 해적들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대로 말없이 잠시 시간이 지났고, 빤히 내 모습을 훑어보던 에이미는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랑스, 여기서 쉬게 해 줄게. 너 돌아가 봤자 네 방문 잠겨있을 걸. 대신 아무 짓도 하지 말아야 돼?”

“그래...”

칼리오페와 함께 사용했던 침대라 그런지 매우 넓었다. 에이미는 등을 휙 돌린 채 내가 누울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녀의 살결에 보드랍게 달라붙은 실크 잠옷을 보자. 다시 팽창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나도 애써 등을 돌린 채 몸을 눕혔다. 

새액... 새액... 새액... 

한 이불을 덮었기 때문에 흥분한 거친 호흡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그녀가 불편한지 몸을 약간 뒤척였는데 오히려 내 몸에 닿는 그녀의 감촉이 매우 민감하게 느껴진다. 불현듯 칼리오페와 벌이던 뜨거운 순간이 떠올라 목이 타올랐지만 애써 꾹 참으며 눈을 감았다. 이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일초가 일분 같고 십 분이 일분처럼 느껴졌다. 시간의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린 느낌이 든다. 그것을 깨우는 짧은 목소리. 

“자니?”

“아... 아니.”

“남자는 이럴 때 흥분돼지? 나도 다 알아. 내가 얄미워?”

“어, 아니야.”

“피식...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뭘?”

“너랑 나랑 자는 거말이야.”

“지, 지금 자고 있잖아... 하.”

“그게 아니라. 그... 그거. 꼭 숙녀 입으로 말해야 알겠니?”

“......”

“어쨌든 사제님은 내 고지식한 면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만들어 준 것 같아. 너와 잠이라도 자서 좀 더 개방적이고 세상과 해적, 또 남자들에 대해서 알아가라는 점을 명시해 주고 싶었나봐. 그래서 나도 지금 고민중이야.”

“하아...”

“에... 왜 그렇게 숨을 몰아 숴?”

나는 서서히 몸을 돌렸다. 

“솔직히 흥분되어 미치겠어. 그런 말 자꾸 하면 덮쳐버린다?”

“정말 하고 싶니? 아! 움직이지 마? 대답만 해봐.”

이거 엄청난 고문이다. 겨우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으, 응.”

“그래... 결정했어. 까짓것 한번 해보자...”

단호하게 결정을 내린다. 알게 모르게 화끈한 칼리오페의 성격이 물들었나 보다. 고개를 끄덕이던 에이미는 눈을 꼭 감으며 몸을 양팔로 감추었다. 그 모습에 나의 하반신이 미친 듯 광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자 잠깐! 내, 내가 벗을래.”

벗을래라는 마지막 단어가 내 귓전에 메아리처럼 맴돈다. 그녀가 몸을 일으켜 어깨끈을 잡고 흘러내렸다. 눈부시게 하얀 등이 펼쳐졌지만 그녀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으며 이불 안에서 옷을 마저 벗었다. 하... 하... 결국 내가 에이미와도 하는구나.

나도 몸을 일으켜 옷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알몸이 되었고 내 하반신에 팽창한 남성이 곧은 일직선을 이루는 몸의 균형을 깨고 앞으로 불끈 솟아 있었다. 등 뒤에 에이미의 숨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박자에 맞춰 팽창한 그것이 껄떡대며 움직였다. 

“하아... 하아...”

나는 잠시 가슴을 쓰다듬으며 하반신에 솟아오른 내 것을 바라보았다. 오늘 따라 매우 두껍고 길어 보인다. 아니, 실제로 한 달 사이 내 몸은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변호가 나타나기 시작한건 역시 에랄다와 처음 관계 맺은 그 시점이다. 남성 호르몬이 매우 많이 분비되는지 키도 상당히 커졌고, 성기 주변에 돋아난 치모들도 더욱 양이 많아 졌다. 물론 그와 동시에 귀두의 크기도 상당히 부풀었고, 길이도 둘레도 크게 향상되었다. 이제 곧 있으면 발기된 이것이 에이미의 몸속을 휘저을 것이다. 처녀의 비밀스런 그곳이 나를 격렬하게 요동칠 것이다.

“하아... 우리 하지말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올린 에이미가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답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덮은 이불을 재빨리 걷어버렸다.

“꺄아!”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9&WTV1471013=213143658&WTV1392781=25765619&WTV1357910=273489&WTV1357911=2342238&WTV246810=91&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0. 동쪽으로&WTV9172643=작은 비명소리와 함께 오렌지 빛깔의 머릿결이 허공에 춤췄다. 그와 함께 짙은 오렌지 향도 섞여서 다가오는 것 같다. 걷어낸 이불 아래서 순결하고 새하얀 육체가 놀란 듯 춤췄다. 에이미...

“보지 마...”

“손 치워.”

약간 볼 살이 있는 그녀였는데 역시 그와 비례하는 몸매였다. 살이 쪘다는 말이 아니다. 분명 다른 여인들처럼 한없이 가냘프고 말랐는데 약간 부드러운 솜이 한차례 몸을 더 보송보송 감싼 것처럼 보기 좋게 살이 올라 있었다. 순결한 성녀의 속살이라... 이미지와는 전 반대로 살이 오르면 오를수록 요염해지는 둔부와 엉덩이, 그에 이어지는 커다란 골반과 한없이 가는 허리는 황금 비율을 이루었다. 

가슴은? 그녀의 팔이 감싸고 있어서 전부 보이진 않는다.

“손 치워보래도.”

“하아... 싫어... 난 칼리오페님 보다...”

아마 칼리오페보다 작은 자신의 가슴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칼리오페가 더욱 큰 가슴을 가졌고, 또 요염한 매력을 따지듯 비교해 하자면 에이미가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에이미에게선 칼리오페가 매력으로 가질 수 없었던 순결과 순수함이 더욱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칼리오페 보다 에이미의 벗은 몸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더욱 닿을 수 없는 신성을 더럽히는 것 같아서 흥분이 고조된다.

에이미의 양팔을 펼치며 잡고 가슴을 드러냈다. 눈을 꼭 감고 바르르 떨고 있었으며 목소리 또한 매우 겁을 집어 먹을 듯 반항적이었지만 의외로 몸에 힘이 없었다. 하긴, 지금의 상황은 그녀가 스스로 원했던 일이니까. 출렁.

“안 돼...!”

아... 생각보다 훨씬 커다란 가슴사이즈구나... 요염한 마녀 시르케도 작은 체구에 비해 가슴이 두드러졌었는데 그런 시르케와 비교해 보아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크기다. 유혹적인 몸매와는 거리가 먼 수행사제 에이미인줄 알았는데 신성에 감춰진 요염함은 마녀인 시르케 못지않았다. 더군다나 봉긋하게 몽우리 진 유두는 그동안 보아왔던 어느 여인들보다 작고, 순결한 옅은 색을 머금었다.

사제구나... 정말 내가 신성한 신전에서 우러러보는 칼리오페, 그리고 에이미의 몸까지도 취하는구나.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순결한 신성을 미칠 정도로 엉망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치솟아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닫힌 무릎을 열려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금 가까지 에이미의 옆으로 다가섰다. 자신의 음부를 감추며 위로 세운 무릎을 아래쪽으로 내리며 에이미의 하얀 몸 위로 내 몸을 포개었다. 

“으아아... 이러면 정말 안 될 것 같아... 하아...”

“으...”

부끄러운 듯 에이미의 양 팔이 내 가슴을 감싸온다. 봉긋 솟은 유방이 내 가슴에 닿으며 녹여버릴 것 같은 체온이 온몸을 휘감았다. 하반신의 팽창한 내 것이 옆으로 꺾이며 그녀의 아랫배에 닿았다. 에이미가 두려운 듯 약간 손을 내려 팽창한 내 것을 더듬었다.

“꺄! 커...! 아...!”

경악하는 에이미의 얼굴을 보며 너무 귀여워 키스를 시작했다. 몸을 움찔하며 저항하려 했지만 이내 내 품을 안아왔다. 

“쪽... 쪼옥... 쪽.”

에이미는 키스조차 처음 하는지 매우 서툴렀다. 그러나 내 혀에 맞춰서 움직이려하는 의도 때문인지 어설프지 않게 감겨왔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읍...! 안 돼... 하! 쪽...”

잠시 놀란 듯 멈칫 했지만 이내 침착을 가다듬으며 키스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내 손이 움켜쥔 그녀의 유방은 그대로 손안에 꼭 들이 맞았고, 매우 탱탱한 감촉이다.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쪽... 쪼옥...”

처음인 것 같은데 굉장히 빨리 배운다. 점점 혀의 놀림이 익숙해졌고, 나를 안은 그녀의 손이 내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손바닥을 간질이는 유두는 어느새 단단하게 뭉쳐져 손가락에 쉽게 잡힐 만큼 딱딱해졌다.

이렇게 한참 에이미의 혀와 가슴을 뭉개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 서서히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움츠렸던 다리가 서서히 벌려지기 시작했다. 잠시 엉켜진 혀를 떼어내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후... 괜찮지?”

“하아...”

거친 숨만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미였다. 나는 서서히 몸을 아래쪽으로 미끄러트렸다.

“어... 뭐? 뭐해!?”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어.”

그리고 난 재빨리 그녀의 살 오른 둔부를 잡았다.

“아! 그렇게 하지 마!”

아직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음부 쪽으로 내 얼굴이 내려가자 그녀는 황급히 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난 이미 붙잡은 허벅지를 양쪽으로 넓게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내 몸은 쉽게 미끄러져 코끝이 에이미의 치모에 닿게 되었다.

“으으... 뭐하려고... 하...”

많지도 적지도 않은 치모였으며 깔끔하게 정돈되어 이곳마저도 정숙한 느낌이 물씬 베어져 나온다. 그리고 정숙한 이곳의 아랫부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아찔한 선홍빛이 숨어있다. 에이미의 양쪽 다리를 넓게 펼쳤다.

“으... 하아...”

역시 사제의 것이라 해도 남과 특별한 모양은 아니었다. 단지 심각할 정도로 순결한 옅은 선홍색이 남과 다른 확실한 차별을 과시했다. 또 입구를 막아줄 음순이 매우 작아 굳이 손가락을 잡고 펼치지 않아도 모든 기관이 한눈에 드러났다. 크리토리스는 개발이 덜 되어 흥분한 상태가 분명한데도 드러나지 않았고, 내가 삽입되어야 할 입구 또한 풍성한 분홍빛에 덥혀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하아... 랑스... 거기 보지 마...”

양 다리를 펼치고 있는 에이미. 그녀의 드러난 몸매를 거슬러 얼굴을 마주보았다. 내 눈과 마주쳤다. 얼굴을 살짝 가리고 있는 가슴굴곡과, 아래로 펼쳐진 하얀 속살, 그리고 벌려진 양다리. 그 중심에 드러난 음부의 내음은 나의 이성을 마비시켜며 자연적인 행동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쪽... 흡... 낼름.”

“하아...! 안 돼! 싫어...!”

굳게 힘준 혀끝이 에이미의 크리토리스에 맞닿았다. 비릿한 향이 짙게 날줄 알았는데 의외로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옅었고, 아직 크리토리스가 뭉치지 않은 탓에 부드러운 속살을 핥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에이미의 몸은 민감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흐읏...! 앗! 거긴 지저분... 흐읏...!”

누구도 손 뻗지 못할 신관, 사제. 그녀의 은밀한 육체가 내 혀에 처참할 정도로 농락당하며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생각에 내 것은 팽창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번에 삽입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며 자극하는 혀의 놀림을 더욱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앙...! 하... 기분이... 하읏! 이상해...!”  

과연 혀끝이 닿는 진주가 조금씩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토록 신성한 사제의 길을 걷고자 했던 에이미도 결국 나의 행위에 의해서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펼쳐진 에이미의 다리에 연약한 근육들이 도드라지며 낮선 쾌락을 저항하려 하고 있었다. 손을 뻗어 삽입해야 할 입구를 쓰다듬자 침과 석인 여성의 윤활유가 듬뿍 묻어나왔다.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어 보았다.

“싫어! 하! 으으으... 아파...!”

역시 첫 경험이라 그런지 손가락 끝을 약간 삽입했음에도 통증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난 행동을 무르지 않고 계속 진행하였다. 중지의 첫마디 부분이 삽입되어 있던 걸 두 마디까지 조금더 밀어 넣었다.

“아아앙...! 넣지 마!”

에이미의 한쪽 손이 자신의 크리토리스와 입구가 농락당하는 행위를 막고자 내 머리를 거칠게 밀었고, 또 다른 한손으로는 입구를 넓히는 내 손가락을 잡았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작정하고 행하는 남성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여성의 저항은 남자에게 은밀한 기쁨만 안겨주는 것이다.

삽입한 마디를 스르르 빼내며 다시 부드럽게 밀어 넣길 반복하였고, 혀끝에 닿는 돌기는 더욱 단단해질 때까지 애무를 지속하였다. 

“흐앗...! 이상해... 하아! 하앙! 으하아!”

점차 에이미의 저항하던 음성이 절제 없이 내 뱉어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좁혀오던 양 다리는 축 펼친 채 허리만 간혹 들썩이며 들어 올렸고, 내 머리를 밀어내던 손의 몸부림도 이제는 내 머리카락을 휘어잡으며 요염하게 엉켜들었다. 손가락을 좁혀들던 음부도 일순간 꿈틀거리는 미동과 함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던 클리토리스는 이제 한없이 팽창해 있어 고개를 내밀고 핑크빛 진주처럼 윤기를 머금었다.

“무, 무서워...”

이미 팽팽하다 못해 잡으면 뚝 끊어질 정도로 단단해진 내 것을 감싸 쥐었다. 당장이라고 파고들 것처럼 꿈틀거리며 에이미의 음부를 향해 다가갔다. 에이미가 처음인지라 삽입해야 할 입구가 너무 좁았기에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음부를 활짝 펼쳤다. 손가락을 삽입했기 때문에 약간은 넓어졌지만 여전히 바늘구멍처럼 좁게 보인다. 과연 남성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신기할 지경이다.

“시작한다?”

“흐아... 으잇!?”

귀두 끝이 에이미의 음부에 닿았다. 부드럽게 밀어 넣으려 했으나 입구에 뭉쳐진 핑크빛이 조금 퍼지며 밀려났을 뿐 쉽사리 들어가질 않는다. 다시 힘을 주며 허리를 밀어보았다. 미끌!

“흐아아앙!”

애액 때문에 위로 죽 미끄러지며 그녀의 클리토리스만 기둥에 마찰되었다. 쉽싸리 들어가질 않는데... 이번엔 양손으로 그녀의 음부를 펼쳤다.

“하아... 안 들어가잖아... 으읏... 하지 말까봐...”

“조용해봐... 하아... 꼭 해야 돼...”

다시 서로의 성기가 닿았다. 이번엔 조금 더 작정하며 밀어 넣었다. 그녀의 핑크빛 속살이 귀두의 끝부분은 감쌌지만 본격적은 삽입은 이루어지지 않고 좁은 입구를 파고들지 못해 오히려 단단한 내 기둥이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기 시작했다. 휘어진 내 성기가 부들부들 떨린다.

“으아아... 아파...! 안 들어가.... 흐아으윽!”

미끌! 결국 좁은 입구를 파고들지 못하고 휘어지다 또 다시 위로 거칠게 튕겨졌다. 심각할 정도로 좁구나. 아니, 에이미가 너무 긴장한 탓에 그곳에 힘을 잔득 주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좀 더 심한 굴욕과 저항을 굴복시켜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0&WTV1471013=215594732&WTV1392781=25778643&WTV1357910=273489&WTV1357911=2343421&WTV246810=92&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0. 동쪽으로&WTV9172643=“에이미. 잠깐만 몸에 힘 좀 빼봐...”

“하아... 왜...? 힘 빼면 넣으려고 그러는 거지...? 아플 거 같아서 하기 싫어...”

“아니야. 자세 좀 바꿔보려고 그래... 이 자세는 아무래도 네가 아플 것 같아서.”  

“자세 바꾸면... 하... 잘 들어가? 안 아파...?”

“아마도...”

확신은 없다. 그러나 좀 더 굴복적인 자세가 삽입하기 쉬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손은 뻗어 그녀를 뒤로 뒤집었다. 티끌 없는 하얀 등과 포동포동하고 귀여운 엉덩이가 펼쳐졌다. 엉덩이를 양손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엉덩이 좀 들어봐.”

“아... 싫어... 다보인단 말이야...!”

“괜찮아. 눈 감을게.”

“시... 싫어... 챙피해...”

창피하다고 말하면서도 내 말에 따르는 에이미. 양 무릎은 다소곳이 모은 상태로 엉덩이를 높게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팔로 상체까지 들어 올린 탓에 음부가 약간 아랫부분을 향해서 훤히 보이지가 않는다.

“으흥...! 하아... 이렇게 하면 돼...?”

“아니. 팔 좀 치워봐. 상체를 숙여...”

“싫어... 꺄!"

당연히 싫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래서 난 강제로 그녀의 머리를 깊숙이 아래로 밀었다.

“으으으... 다 보이잖아... 싫어!”

에이미의 손이 내 코앞에 드러난 음부를 황급히 가렸다. 역시 정상위 자세와는 다른 굴욕적인 기분을 느끼는 것 같다. 또 남자 앞에서의 이러한 자세는 한편으로 굴복적인 기분이 들 것이다. 남자인 나로서는 역시 대단한 정복감만이 휩싸였다.

황급히 음부를 가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억지로 둔부를 잡게 만들어 주었다.

“에이미. 여기 좀 펼쳐봐.”

“싫어...!”

혀를 뻗어 다시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좁은 입구 안으로 중지를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녹아 버릴 것 처럼 뜨겁다.

“하앗! 으이잉... 항! 하앙...!”

팽창한 클리토리스를 사정없이 자극했다. 역시 좁은 입구도 조금 더 넓혀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왕복을 거세게 했다. 흥건한 애액이 손가락에 엉겨드는 요란한 느낌이 든다. 질퍽, 질퍽.

에이미의 손은 음부에 삽입된 내 손을 밀어내려 강렬하게 저항했지만, 강제로 계속되는 반복에 의하여 서서히 힘이 빠졌고, 내 손을 잡았던 양손은 이제 시트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언제나 단아하게 정돈되었던 오렌지 빛 머릿결은 에이미의 얼굴을 온통 뒤덮어 크게 벌려진 입술만이 뚜렷하게 눈에 띄었다. 

“크... 항! 으앙! 하앙! 하아아앙!”

혀에 닿는 클리토리스는 이제 조금만 강하게 힘을 줘도 터져버릴 것처럼 여물어 있었고, 손가락의 왕복도 처음보단 한없이 느슨해졌다. 손가락을 깊게 삽입했음에도 처녀의 음부에선 피가 나진 않았는데 역시 처녀라고 해도 모두 처녀막을 갖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쉬운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난 이런 상황에선 차라리 피를 보지 않는 편을 좋게 생각한다.

두 번째 시도, 그녀의 클리토리스도 눈에 선하게 부풀어 올라있었고, 내 것 또한 모든 걸 뚫어버릴 것처럼 꿈틀거렸다. 에이미는 더 이상 저항을 하지 않았고, 이제는 음부를 펼쳐보라는 엄청난 요구에도 선선히 응했다.

“이제 시작한다. 에이미...?”

“하아... 하아...”

에이미는 대답 없이 고개만 베개 깊숙이 파묻었다. 빳빳한 내 것을 움켜잡고, 그녀의 높게 솟아오른 엉덩이를 붙잡았다. 활짝 펼쳐진 음부의 입구에 귀두를 마주 대었다. 또 미끄러질지 몰랐기 때문에 손가락이 파고 들 정도로 엉덩이를 꽉 잡았다. 서로의 성기가 서로 맞물리기 시작했고, 좁혀졌던 핑크빛 속살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서서히 내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귀두가 삼켜졌다. 미칠 듯 좁혀오는 핑크빛 돌기들이 나를 어지럽혔지만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대로 허리를 깊게, 더욱 깊게 밀어 넣었다. 쑤우욱.

“으읏!”

“으하아아아아아앙!”

에이미의 몸이 한차례 부르르르 떨렸다. 음부를 펼치던 양손으론 시트를 움켜잡았고, 삽입된 내 것을 벗어나려 앞으로 주춤주춤 나가기 시작했지만, 나는 이미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꽈악 잡고 있었기 때문에 에이미의 의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숙여 삽입된 부분을 바라보았다. 둥근 엉덩이 사이로 검은 소용돌이가 있었고 그 아래 내 것이 깊게 비집고 들어가 있었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신성한 사제의 그곳, 칼리오페, 또 에이미... 그녀들 둘 다 이처럼 내 것이 되었다. 흐뭇하게 성기의 접촉지점을 내려다보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하앙! 흐으으... 아파... 핫!”

에이미는 아픔과 또 동시에 자신의 몸 안을 파고드는 낮선 남성의 이질감 때문에 정숙하게 모은 무릎을 더욱 좁히며 나를 저항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관계를 맺었던 어느 여자들보다 좁았지만 그럼에도 애액의 양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움직임에 큰 지장은 없었다. 단지 미끄러질 때마다 나의 팽창한 성기의 피부를 섬세하게 자극하는 핑크빛 돌기들의 향연 때문에 두 차례의 반복을 행한 후에 잠시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으하... 하아...! 너무 좁아... 큭!”

“하앙... 으하앙! 커...! 너무 커...!"

너무 격렬하게 좁혀 들어오는 음부의 요염함 때문에 여차하면 분사해버릴 지경이다. 잠시 행위를 멈추며 다리를 M자형으로 만들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삽입된 음부의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왕복을 시작했다. 찌걱... 찌걱...

“흐읏... 으... 으...! 하앗!”

엉덩이 사이로 늘어지는 핑크빛, 팽창한 내 기둥에 늘어져 나오는 연한 핑크빛이 팽창한 내 것에 마찰되며 개척되고 있었다. 왕복할 때마다 찌걱찌걱 요염한 소리가 박자를 맞췄고, 저항어린 에이미의 신음소리는 점차 요염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핑크빛 음부에 삽입되는 내 것에 점차 여성의 애액이 흥건히 맺혀 나오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빨라짐에 따라 애액은 점점 속살과 함께 엉켜들며 나의 치모에까지 맺히기 시작했다.

“흐아앙! 으앗! 빨리 움직이지 마... 핫!”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를 헤집고 들어갈 때마다 나의 살결에 부딪히는 하얀 엉덩이가 격렬하게 진동을 울리며 찰싹거렸다. 활처럼 휘어진 허리가 더욱 굽혀지며 에이미의 좁혀진 다리가 점점 양쪽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에이미의 신음소리도 적나라해지기지 시작했다. 

“흐아... 흐앙! 아... 항! 으읏! 하... 하!”

내 것을 조여 오는 마찰도 슬슬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간혹 온몸을 요동치 때마다 그녀의 음부도 기습적으로 좁혀들며 엄청난 쾌감을 선사했지만, 처음 보다는 훨씬 삽입되는 통로는 넓어졌으며 그녀의 호응과 신음도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찰싹! 퍼퍽! 퍽! 퍼퍽!

이대로 점점 왕복속도를 빠르게 시작하며 셀 수 없이 반복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점점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으며 삽입하는 엉덩이까지 나의 행위에 맞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그녀의 아랫배 밑으로 내려 치모를 한차례 쓰다듬은 후, 중지를 깊게 뻗으며 크리토리스를 위아래로 쓸어내렸다. 이미 이곳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으며 이처럼 에이미도 경악하며 몸서리 쳤다. 

“히이이익!”

에이미의 등위로 상체를 숙이며 남은 한손으론 가슴을 휘어잡았다. 아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뭉쳐진 유두가 손끝에 잡혔다. 양손에 뭉쳐진 민감한 돌기들이 사정없이 나의 손에 의하여 농락당하기 시작했으며, 그녀 안을 헤집는 거대한 내 것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왕복을 지속하였다.

“으하앙! 흐잇! 흐이이익! 하으윽!”

퍼퍽! 푹! 푸푹! 찰싹! 폭! 포폭!

크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손끝에 진한 애액들이 흘러내렸다. 음란한 마찰소리가 배경음처럼 방안을 울렸고, 박자를 맞춘 에이미의 신음소리가 상황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어 정말 내 아래 깔려진 그녀가 에이미였으며 신성했던 사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충격적이다. 한참 행위를 지속하던 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악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앙!”

한차례 절정에 치달았나보다. 나는 움직임을 서서히 늦추며 삽입한 내 것을 뽑아내었다. 마개를 따듯 뽕하고 소리를 내며 뽑혀 나오는 내 것. 진득한 애액이 기둥의 뿌리 끝에 흰 거품을 머금고 맺혀 있었다.

“에이미 편히 누워봐.”

“하아... 하아...”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40&WTV1471013=217995348&WTV1392781=25785419&WTV1357910=273489&WTV1357911=2344036&WTV246810=93&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10. 동쪽으로&WTV9172643=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던 에이미는 힘없이 대짜로 뻗으며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한차례 깊게 삽입했던 신성하고 은밀한 그곳은 눈에 보일정도로 검은 터널을 드러내며 뚫려 있었다. 손가락으로 크리토리스를 살짝 마찰시켰더니 핑크빛 돌기들이 꿈틀거리며 황급히 수축했고, 이내 다시 넓어지기를 반복했다.  

“하아... 하아...”

너무 지쳐버린 것 같아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정면으로 돌아눕도록 고쳐주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듯 축 늘어트린 채 내 마음대로 하라며 자신의 몸을 방치했다. 이러한 자세를 취한 에이미를 잠시 지켜보았다. 엄청난 성취감. 이제 일말의 저항도 찾아볼 수 없는 남자를 알아버린 사제의 몸. 심각하게 여성을 범한 내 것이 꿈틀거리며 어서 채우고 싶다는 의사를 내 비쳤다.

주저 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종아리를 잡고 높게 들어올렸다. 에이미의 양 무릎이 어깨에 닿으며 남김없이 자신의 음부를 펼쳤다. 

“다리 좀 잡아봐.”

에이미의 손이 무릎아래를 받치며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 손은 그녀의 엉덩이를 끌어 올리며 팽창한 내 물건은 그녀의 입구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단번에 밀어 넣었다.

“흐아앙!”

높이 들어 올린 에이미의 하체를 위에서 짓누르는 자세가 되어 온몸을 튕기기 시작했다. 어깨위로 벋은 곧은 종아리가 보인다. 정숙한 에이미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젠 정숙했던 그녀의 얼굴은 너무도 망가져서 정숙함이란 알아볼 수 없다. 초점은 흐트러졌고, 단정한 머릿결은 흐트러져서 얼굴에 휘감겼다. 한없이 벌어진 입술에서 침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그토록 정숙했던 음부가 또 다시 격렬하게 범해지기 시작했다. 찌걱찌걱찌걱 , 퍽! 퍼퍼퍽! 퍽 퍽!

고개를 숙여 행위가 벌어지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너무 좁았던 그곳에서 내 것이 왕복될 때마다 요염한 분홍빛이 함께 흘러나왔다. 내 것에 맺히는 여자의 흥건한 체액이 왕복되는 반복에 의하여 진한 거품을 머금고 팽창한 둘레에 뚜렷하게 맺혔다. 더욱 현실성을 느껴보기 위해서 삽입한 것을 완전히 빼어낸 후 다시 깊게 밀어 넣기를 수없이 반복하였다. 한차례 빼 낼 때마다 여성의 음부에선 충격적인 소리가 울려나왔다. 퐁! 퐁!

“으흐으으으으! 흐아아앙!”

에이미가 스스로 끌어 올리고 있던 양다리는 이제 양쪽으로 쫘악 펼쳐졌고, 아무런 저항 없이 남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양손이 내 엉덩이를 콰악 짓뭉개며 삽입행위를 더욱 재촉했다. 점점 애액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부딪힐 때마다 내 것을 더욱 깊게 받아들이려는 듯 허리를 들썩거렸다. 

퍼퍽! 퍽! 퍼퍽! 퍽! 퍽!

“하앙! 흐아아아앙! 흐아앗! 흐잇! 으으으...!”

에이미의 턱이 높게 들어 올려졌다. 벌려진 입술이 꽉 닫히며 밀려드는 쾌락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머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사정없이 음부를 헤집는 내 행위에 의하여 봉긋 솟은 가슴이 빠르게 물결치며 출렁였다. 출렁이는 양 가슴을 거칠게 뭉개며 거센 마찰을 울리기 시작했다.

“히익! 그만 움직여! 흐아아아.....! 으하아아앙...!”

“으하...! 흐아! 참아! 나도 이제 곧 나올 것...! 흐악!”

퍼퍼퍽! 찌꺽! 찌걱! 폭! 포포폭! 찰싹! 퍼퍽!

“크으... 크으응... 아아아윽!”

에이미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나를 머금은 핑크빛 터널이 갑작스레 좁혀들었다. 덕분에 삽입되는 귀두의 근육이 양쪽으로 벌려지며 민감한 요도가 짜릿하게 자극되었다. 

“으아악! 나온다! 에이미! 나와! 흐악!”

“흐이잇! 으잇! 흐이이이이잇!”

에이미가 스스로 손을 뻗어 자신의 음부를 넓게 펼쳤다. 이를 콱 깨물고 내 것이 삽입되는 음부의 광경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허리가 격렬하게 꺾이며 후들후들 떨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것도 꿈틀거리며 분사를 시작했다. - 찌익 - 찍 - 울럭.

“흐으으... 흐아아...”

삽입되는 광경을 바라보며, 손으로는 크리토리스를 거세게 문질렀다. 그녀의 다리가 꿈틀거리며 바들바들 떨렸다. 마지막인 만큼 최대한 격렬하게 밀어 넣으며 분사를 시작했다. 

포폭! 찌익,울럭 울럭,찌걱! 퍽! 퍼퍽!, 찌익 

“윽크으으... 큭! 흐으... 흐으응... 학!”

“흐아! 흐아! 에이미! 흐아! 나오고 있어!”

“흐으으... 하아...!”

바들바들바들 

찍 - 찌익 울컥! 찌익 찍 찍 찍 찌이이이이이익 -

“흐으... 하아... 흣! 흐... 하...”

“하아... 하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신음을 참으려 애쓰는 에이미. 이젠 완전히 대짜로 쳐졌다. 나 또한 삽입한 채로 잠시 그녀의 품에 누워 지친 숨을 몰아쉬었다. 에이미는 이대로 잠드는가 싶더니 삽입된 그곳을 일순간 꿈틀거리며, 단발마의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아아앙! 하아... 하아...!”

다시 축쳐지는 여성의 몸.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것인지 거친 호흡만 내 뱉었다. 칼리오페보다도 더 신성해 보였던 그녀가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 증명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보았다. 덕분에 삽입된 내 성기가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으응... 흣...!”

주루루루룩...

힘 빠진 내 것과 함께 흘러나오는 짙은 정액. 아직도 팽창한 클리토리스를 살짝 문지르자 넓어진 입구의 근육들이 꿈틀거리더니 일순간 수축하며 다시 넓어졌다. 그와 함께 남아있었던 정액이 또 다시 흘러나왔다. 울럭 울럭... 쿨럭! 푸푸득...

“하아... 하아... 보... 보지마...”

아직도 말은 저렇게 하지만 이미 몸을 대짜로 뻗은 채 모든 걸 드러내고 있었다. 흘러나온 정액이 굴곡을 따라 흘러 시트를 지저분하게 적셨다.

바닥에 떨어진 순결했던 그녀의 옷가지를 바라보았다. 구겨져 있다. 마치 신성한 순결이 더럽혀진 지금처럼. 

- - - - - 해적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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