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세이버스인가 하는 파랑 곱슬머리 여자가 정말 도망가는 도시 주민들을 그냥 보내줬다고? 너희들을 한명도 죽이지 않고?”
“예예.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우리가 살아있겠습니까? 물론 그 많은 도시 사람들이 모두 지파르그 나라로 망명해 온 건 아니지만 틀림없이 다른 어딘가로 정착해서 살아가겠지요.”
“하아... 그럼 그때 죽어있던 사람들은?”
“우릴 안내하던 해적들이 다짜고짜 칼을 뽑아들고 먼저 덤볐습니다. 그제서야 그들끼리 싸움이 일어났죠. 인원수에서 상대도 안되는 무모한 싸움이던디... 아무튼 그 와중에도 도주하는 도시 사람들은 건들지 않았습니다. 시체들이 쓰러져 있던 건 그들에게 먼저 덤벼들었던 해적들이 틀림없어요.”
난 지금 어느 선원을 붙잡아 놓고 궁금했던 점을 모조리 캐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정말 나의 예상을 정반대로 빗나가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당시 먼저 공격을 가했던 쪽은 우리 해적들이었고, 세이버스는 당연한 정당방위를 저질렀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세이버스는 도주로에 숨어있던 것일까. 역시 주민들은 필요 없었고, 오직 나와 서리하 왕녀를 잡기 위해서 였던가?
“젠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 세이버스 녀석? 원래 사람을 죽이는 것을 싫어하는, 심성이 착한 마녀였던 것인가? 말이 안 된다. 심성이 착한 여자가 인큐니아라는 악마를 불러내고 또 죽은 사람을 일으켜 세우냐?
"사흘 정도면 도착하겠는데..."
선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동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우린 핏빛 해적섬으로 가고 있다. 페르시아스가 높이 날아올라 선박의 주변을 아름답게 춤추며 돌아다녔다. 벌써 출항한지 하루가 지났고 그사이 선원들 대부분이 내 어깨위에 앉은 요정을 확인하며 놀라운 신비에 적응한 듯싶었지만 역시 아직도 호들갑이다. 선박의 키는 데미안이 잡고 있었다. 미망 섬의 장로의 아들이라더니 정말 어린 나이에 못하는 게 없었다. 통솔력도 꽤 있고, 측량도 잘한다. 물론 나보단 약간씩 떨어지지만 상당히 믿음직한 놈이다. 불쌍한 녀석, 양성애자인 빈센트에게 매일밤 불려갔었다니... 뭐 자기 손으로 복수는 확실하게 해준 셈이라 여한은 없을 것이다.
선실로 내려왔다. 내 방안에 페르시아스를 침대위에 놔두고 복도를 걸었다. 페르시아스와는 단 한 번의 격렬한 정사만 치렀지만 잡아놓은 물고기라는 생각에 매일 밤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 머릿속엔 다른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칼리오페 뭐해요?”
“으잉? 랑스구나?”
“들어가도 돼요?”
“아... 그게 좀...”
“왜요?”
“하아품! 졸려서! 호호호호.”
뭔가 이상하다. 벌컥 문을 열어보았다. 잿빛머릿결, 몸을 꼭 조이는 사제복은 어느새 헐렁한 차림새로 변해있었다. 크게 부푼 하얀 가슴이 역시 두드러져 보인다. 큭... 에이미까지 있다. 뭐 짐작하고 있었던 거라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엑... 술 마시고 있었어요?”
“냐음. 응. 너도 마실래?”
“그, 그래요.”
잠시 시간이 지났다.
“원샷!”
우리 선원들조차 어지간히 마시면 취하는 술, 데킬라를 단번에 원샷...? 하. 하하하.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5&WTV1471013=181932348&WTV1392781=25657984&WTV1357910=273489&WTV1357911=2332466&WTV246810=78&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그러니까 데미안이라는 꼬마도 해적이라는 거야? 미망의 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해적?”
“네. 그래서 그 애가 일부러 제게 져준 거예요. 만약 발악했다면 저도 힘이 많이 빠졌겠죠.”
“어쩐지!”
“호호호. 그래서 데미안이 빙신트를 죽여준 거구나? 아이고 고소해라! 호호호호.”
그녀들과 지낸 건 며칠 되지 않았지만 사건이 참 많았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며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에이미가 술을 잘 안 마시는 것이다. 내가 들어올 당시에 원샷을 멋지게 들이키던 그녀였지만 내가 들어온 후부턴 눈치만 보며 가끔 한 모금씩만 마셨다. 얼굴도 아직 붉어지지 않았고, 무언가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에이미 왜 술 안 마셔?”
“아... 난... 그게...”
이미 취해보이는 칼리오페가 호호 웃었다.
“에이미 너 설마 아직도 네가 수행사제라고 생각하는 거니?”
조용히 에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내가 앞에 있어서 과거 신성했던 자신의 모습을 무너트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복장부터 그러했다. 이미 칼리오페는 전체적으로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는 반면 그녀는 원래 입었던 사제복과 검은 스타킹까지고 신고 있었다. 칼리오페가 고개를 저었다.
“에이미 이제는 그럴 필요 없어. 이젠 내가 거느리는 수행사제도 아닐뿐더러 이미 우린 해적선장과 함께하고 있잖니.”
“하지만...”
“푸훗... 봐, 에이미 우리 해적선을 타고 있어. 눈앞에 랑스는 카린소 해적들을 다스리는 꼬마 해적왕이고, 네가 그렇게 동경하던 해적이야. 우리도 이젠 사제가 아니고 해적이라고. 랑스가 아닌 다른 해적들은 사제를 경멸할 걸?”
잠시 멍하니 칼리오페를 바라보는 에이미였다. 칼리오페... 처음엔 해적과 함께하길 거부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조차 아직 적응하기 힘든 사실을 바탕으로 에이미를 설득시키고 있었다. 연시 연륜이란 이런 거라고 보여주고 있었다. 어디서든 흔들리지 않고 현실을 냉정히 받아드리며 빠르게 적응하는 투철한 동화력. 어른이란 역시 강하다.
“그렇구나... 나도 해적이구나...”
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턴 좋은 해적 친구들도 소개시켜줄게. 내 동료중에는 오디세우스의 왕녀도 있고, 오우거란 괴물하고 똑같이 생겼다는 레디하이딘도 있어. 그리고... 또... 아! 카시아라고 엄청 예쁜 해적왕도 있고, 가슴이 엄청 큰... 아니아니, 어쨌든 춤도 잘 추는 예니라는 여자랑 음식 잘하는 귀족자매들도 있는데... ...... 또 쿡이란 말없는 해적왕이랑 되게 똑똑한 베이카논... 또... 또...”
이거 간단하게 친구들을 떠올리며 소개하려고 했는데 엄청 많은 동료들의 이름이 떠올라서 당최 말을 맺을 수가 없었다. 그녀들도 다섯 해적왕에 대해선 소문을 들어본 건지 지극한 관심을 보였고, 드로우 엘프라는 크라샤의 소개가 나올 때는 페르시아스를 처음 본 것 마냥 경악을 머금었다. 드로우 엘프라는 종족이 역시 귀하긴 귀한 종족인가보다. 이어서 우리가 지금 향하는 핏빛 해적단에 대해서도 아는 걸 모두 말해주었고, 훅스턴에 대해서 또 우리 섬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흥미롭게 경청하던 두 여인은 어느새 흠뻑 빠져들어 정말 해적이란 사실을 서서히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험, 아니 훅스턴을 잡기위한 여행의 주인공 대열에 자신들이 끼어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역시 그녀들은 사제직을 포기하길 잘한 것 같다.
다음으론 키리우스의 서재에서 훔쳐온 지도를 꺼내 들었다.
“봐, 이건 보물 지도야. 이걸 열면 아마 이런 배 정도야 무한대로 살수 있을껄?”
“우와아아아앙”
역시 이 지도를 데미안에게 주며 물어보았지만 그 또한 잘 모르겠다는 투였다. 다만 지하에 위치한 좌표라면 우리가 향하는 동쪽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하였다. 역시 베이카논을 만나면 들어보는 게 좋겠다. 에이미가 기지개를 폈다.
“하아... 피곤해. 난 이제 잘래!”
“난 술 좀 깨러 선상 좀 놀러갔다 와야지. 술 깨면... 선원들 모아서 도박이나 할까? 호호호.”
밖으로 나간다는 칼리오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나도 내방으로 돌아갈래요.”
에이미는 역시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그대로 침대위에 골아 떨어졌고, 방으로 돌아간다고 말한 나는 갑판위로 향하는 칼리오페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에잉? 랑스, 잠 안자니?”
“저도 잠이 안와서...”
“호호. 나랑 같이 있고 싶었구나?”
“하, 하하하. 아닌데. 나도 술에 취해서 정신 좀 차리려고요.”
“딱 보니까 얼굴에 써져있는걸? 지금은 나도 나이 들었지만 어릴 땐 남자들이 수도 없이 귀찮게 굴었단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너를 포함해서 말이지 호호호.”
물론 칼리오페는 장난삼아 한 말이지만 나로썬 엄청 찔리는 말이다. 사실 그렇다. 요즘엔 그 신비롭고 아름답던 페르시아스 조차 눈에 안 들어오고 오로지 칼리오페 뿐이다.
그녀와 자고 싶다.
“자고 싶니...?”
“예? 아니요.”
칼리오페의 물음에 화들짝 놀랐지만 역시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는 다른 것이란 걸 깨닫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붉어져 있었다. 그녀가 크게 한숨을 내쉴 때 마다 큰 가슴이 부풀어 올랐기 때문에 내 심장이 오히려 터질 것 같았다. 크다, 예니의 것과 비교를 한다면 작지만 그건 예니가 지나치게 컸던 탓이다. 헐렁한 상의에 은밀하게 가려진 가슴이 드러날 듯 말듯, 하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섹시함으로 날 미친 듯 유혹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녀가 입술을 내밀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아쉽네...”
“뭐가요?”
“자고 싶은 줄 알았거든.”
“안 졸려요.”
“그게 아니고 나랑 자도 싶냐고 물은건데.”
뭐? 뭐? 탁! - 아, 너무 입을 크게 벌려서 턱이 빠져버렸다. 뭐라고?
“뭐, 뭐라고 했어요?”
“안자고 싶다면서? 그럼 됐어.”
뒤돌아서는 칼리오페의 손목을 황급히 잡아끌었다.
“...솔직히 자고 싶어요.”
“호호호호. 거봐. 그럼 들어가서 잠자렴.”
“에엑...?”
“미안... 말장난이었어. 풋... 역시 어린애구나? 얼굴이 빨개졌네? 호호호호.”
“칼리오페... 피휴...”
“어머? 애 좀 봐. 정말 자고 싶었나봐? 나 전직 사제야! 호호호호.”
칼리오페는 기쁜 듯 웃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제길,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뭔 망신이야.
잠시 고개를 돌리며 토라진 척 한참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에이미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아직도 죄책감이 들어.”
“해적이 된 것 말이에요?”
“그것뿐만이 아니고 신전의 아이들도 걱정되고 다른 사제님들도 걱정되고... 왠지 날 존중했던 많은 사람들이 날 욕할까봐 두려워 죽겠어.”
“그럴 리 없을 거예요. 만약 당신을 욕할 거였다면 시합장에 있던 군중들도 우릴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겠죠. 그들도 당신이 잡히지 않아서, 또 해적이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 할 거예요. 무엇보다 전 해적을 변화시킬 혁명가거든요. 언젠간 모든 사람들이 해적을 정당하다 인정하게 될 거고 우리도 그렇게 변하게 될 거예요.”
“그래... 이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오가는 해적은 그리 나쁜 이미지가 아니야. 오히려 요즘 해적을 강압적으로 토벌하는 오디세우스란 나라가 욕을 먹고 있는 신세지. 네가 말한 백작 키리우스나... 그 나라에서 해군제독으로 알려진 훅스턴이나...”
역시 훅스턴은 해군 제독으로 이름이 알려지고 있는 모양이다. 놈이 국왕이 된다면 엄청난 진급이겠군. 나도 예전처럼 놈의 밑으로나 취직해 볼까? 총애하던 부선장이니 공작이나 후작정도는 시켜 줄지도 모르지. 이름도 개명해 볼까? 라이스 폰 클라란츠 후작님 하... 하하하.
“그래서... 차라리 자고 싶었어.”
“......?”
“너랑 자고 싶었다고. 정말 숭고하던 시절 같은 건 다 집어 던지고 새로운 마음으로 죄책감 없이 시작하고 싶어서. 스스로 충격을 주고 싶었지... 날... 경멸하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사실을 알까? 나도 당신과 자고 싶다. 지금도 미치도록 안고 싶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미안해 이만 들어가자.”
“저도 자고 싶어요.”
“뭐?”
“솔직히 말해서 당신과 자고 싶어요. 칼리오페.”
“나... 너랑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사제의 몸이었고... 그런데도 정말 자고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망설이는 칼리오페.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손을 잡고 함께 내가 묶는 선실로 들어왔다.
나는 침대에 잠들어 있는 페르시아스가 깨지 않도록 들어 올려 서랍장에 넣어두고 옷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정말 할 거니? 후회 안 해? 너라면 차라리 에이미랑... 에이미도 이젠 사제가 아니니까... 아...”
칼리오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속옷까지 모조리 벗어던진 채 미친 듯이 발기된 내 하의를 그녀에게 보여주었으니까.
“하아... 잠깐! 랑스! 잠깐...! 하...!”
쪽... 쪽... 쪽... 칼리오페는 내 행동에 약간 충격을 받은 듯 경직돼 있었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벽을 등진 채 내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키스를 하고 있지만 나의 일방적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저항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 입 맞추던 행위를 멈추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칼리오페, 해봤어요?”
“아? 응? 뭘...?”
“섹스요.”
“하아... 몰라... 정말 이러면... 하아... 읍...”
이제야 부끄러운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그녀였다. 다시 입술이 포개어졌다.
쪽... 쪽...
아직도 가만히 서있는 그녀, 이런 상황에서 거절하지 않는다. 아까 말하던 일말의 죄책감인가? 그렇다면 더욱 완고하게 나가야겠다.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헐렁하게 어깨에 걸쳐져있는 웃옷을 뒤로 밀었다. 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5&WTV1471013=184267421&WTV1392781=25658358&WTV1357910=273489&WTV1357911=2332499&WTV246810=79&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뒤로 밀려난 상위가 스르르 내려가 골반에 걸쳐졌다. 아슬아슬하게 가려졌던 둥근 유방이 모두 드러났다. 출렁.
“아하... 이러면 안 되는데...”
완벽한 크기의 원형이 요염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큰 크기였고 나이가 많았음에도 전혀 쳐지지 않았으며 탄력 있는 윤기를 머금고 있었다. 핑크빛으로 맺힌 정당한 크기의 유두가 봉긋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만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단단해진 것 같다. 아니면 원래의 크기가 좀 큰 것일까?
나의 시선이 칼리오페의 가슴에 멈추자 그녀는 황급히 양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그만하자 랑스... 우리 이러면 아무래도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나이 차이도 너무 많이 나고...”
칼리오페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그렇다 우린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인정하였다.
“맞아요. 그러니까 더 흥분돼지 않아요?”
“하아... 뭐어...?”
그녀의 상체를 가렸던 웃옷은 모두 골반으로 흘러내려있었다. 그녀의 옷은 예니를 벗겼을 때와 비슷한, 일체형 원피스였는데 역시 골반에 어떠한 천으로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그녀의 벗은 상체를 양팔로 껴 않았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피부. 거친 숨결이 내 목깃에 와닿는다.
“하아...”
칼리오페의 등을 야릇하게 쓰다듬으며 골반을 향해 내려갔다. 손을 더듬어 묶여진 매듭을 찾았고, 그것을 잡아 당겼다. 스르르르륵 풀려지는 매듭과 동시에 허리에서 멈춰있던 옷가지들은 여성의 나신을 드러내며 발아래로 흘러내려버렸다. 허벅지를 스치는 뜨거운 감촉, 내 단단한 귀두 끝이 그녀의 몸을 찔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아무래도 몸을 보여주기 부끄러웠나보다.
“잠깐 물러나 봐요. 보고 싶으니까...”
“하아... 나이 먹은 몸 봐서 뭐하려고...”
나이가 먹다니? 칼리오페의 외모는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젊은 여자들보다 매혹적이고 성숙미가 더불어 엄청난 중독성을 일으킨다. 피부 또한 이제가지 접해왔던 어느 여자처럼 탱탱한 탄력과 부드러움을 유지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아래위를 향해 천천히 훑어보았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 오르락내리락하는 하얀 가슴. 왜 그녀의 사제복과 다른 옷차림이 그렇게 섹시하게 보였는지 이제야 알겠다. 원래 가슴이 이토록 예쁘니까 옷에 부분적으로 가려졌다 하여도 그 매력은 은근한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이다. 잿빛 머릿결이 흩어지며 가슴위에 내려앉았다. 잿빛 머릿결 사이로 반짝이는 분홍빛이 더 없이 요염하다. 이제 난 저러한 가슴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다. 성숙한 칼리오페도 내 것이 된다.
시선을 아래로 뻗었다. 골반에 비해 사정없이 가는 허리. OPG를 낀 상태로 쥐었다간 정말 꺾어져 버릴 것 같다. 깡마른 건 아니었지만 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보기 좋을 정도로 도톰하게 살 오른 허벅지가 강하게 모여들어 자신의 음부를 필사적으로 가렸다. 음모는 거의 없거니 싶을 정도로 적어서 어린 아이 같은 음부를 감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려다 다시 똑바로 날 바라보았다. 가냘프게 벌려진 입안에서 나온 숨소리가 나의 이성을 마비시킬 것 같다. 거친 숨이 팽창한 내 것까지 거슬러 내려가 꿈틀거리게 만들어 버렸다.
“너... 그게... 움직였어...”
“아...”
칼리오페의 시선이 내 아래에 닿았다. 막상 그녀가 내 성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가리진 않았다. 오히려 또 한 차례 껄떡여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 버렸다.
“칼리오페...? 뭐해요?”
“이런 걸 바라는 거였지...?”
칼리오페가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걷으며 내 앞에 무릎 끓었다. 그리고 요염하게 입을 벌리고 서서히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쪼옥...
“으읏!”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 상황, 그녀의 입안에 내 것이 천천히 삼켜져 갔다. 단단히 맺힌 혀끝이 내 요도에 닿으며 간질였다. 쪼옥... 쫍...
“흐아... 칼리오페... 흐읏!”
예전 시르케가 나에게 했던 행동. 그녀의 경우는 마녀라 생각하며 적당히 넘길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내 성기를 물고 있는 눈앞의 그녀는 칼리오페! 이틀 전만 해도 모든 사람이 우러러 보았던 숭고한 사제였던 여자다! 그녀가 나의 대담함에 충격을 먹었다면 지금 나로선 그녀보다 수십 배의 치명타를 입었다.
금기를 넘어선 것 같은 쾌락, 한없이 빠져드는 감각에 내 것이 녹아버릴 지경이다. 그녀의 머리가 서서히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흡... 쪽! 흡... 읍! 흡...”
“하아... 흐하! 흐아아...”
요정이었던 페르시아스의 육체조차 물 건너 가버리게 한 성숙한 그녀. 그토록 갈급했지만 어떻게 닿아야 할지 몰랐던 여자가 내 성기를 입으로 물며 고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휘어잡았다. 귀두 끝에 맺히는 감각이 터져 나올 것 같았기에 입을 악 물었다. 칼리오페의 흡입이 더욱 격렬해 지기 시작했다.
“흡! 흡! 쪽! 흡! 흡!”
칼리오페는 이어서 내 하반신을 양팔로 감싸않았다. 그녀의 고개가 약간 비스듬해지며 좀 더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가하기 시작했다.
“흡읍! 컥! 흡! 파하...! 흡! 컥! 울럭! 흡!”
칼리오페의 입이 팽창한 내 것을 물고 늘어지며 엄청나게 야한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그녀의 목젖 끝에 닿는 느낌이 규칙적으로 반복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행위를 이를 악 물며 잠시 견뎌내었지만, 귀두 끝에 아찔하게 맺히는 무언가가 터져 나올 것 같아 황급히 내 것을 떼어 내었다.
“흐아... 그만... 흐아... 그만요 칼리오페... 하아...”
“풋... 하... 잘 참네... 하아...”
그녀의 입술이 흥건히 젖어있었고 내 성기로부터 이어지는 진득한 액체가 실처럼 길게 늘어났다. 그녀의 턱 부분에도 거친 행위로 인하여 흘러내린 액체가 맺혀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싱긋 웃었다.
“하아...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 푸훗...”
웃는 모습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조차 일말의 망설였던 감정이 깡그리 흩어지기 시작하고 용기가 나서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껴안고 등을 비롯하여 온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녀 또한 나의 움직임에 맞춰 요염하게 내 전신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봉긋한 가슴이 내 가슴에 짓눌러 왔다. 아직 만지지도 않았는데 팽팽해진 유두가 나를 간질였다. 그녀의 가슴을 거칠게 움켜쥐며 입으로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젖은 먹는 것처럼 한없이 빨며 혀로 핥았다.
“흐아... 간지러워... 하...”
놀랍게도 팽창한 그녀의 유두가 더욱 단단하게 맺히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손이 작은 편이었지만 대략 내 검지의 손톱크기 만한 유두 크기다. 부풀어 오른 만큼 민감한 것인지 그녀의 고개가 높게 들려 오르며 내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다리사이에 내 다리를 밀어 넣었다. 뜨겁게 스치는 피부를 지나 그녀의 음부에 허벅지가 닿자 약간 질펀한 느낌이 들었다.
젖어있었다.
“하아... 이쪽으로...”
“응...”
칼리오페의 몸을 밀며 침대 쪽으로 유도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뒤로 빙글 돌린 후 손을 앞으로 뻗어 가슴을 애무하다 어깨를 살며시 밀었다. 그녀의 손이 자연스레 침대의 모서리에 닿으며 풍만한 엉덩이가 내 앞에 펼쳐졌다.
“하아... 이,이런 건 어디서 배웠니...? 하...”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여는 그녀, 눈이 잠깐 마주쳤지만 싱긋 웃고는 그녀가 했던 것을 되갚아주기 위해 낮게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다리가 부끄러운 듯 부르르 떨리며 살짝 오므려 들었지만 양손으로 허벅지를 매만지며 다시 펼쳤다. 길게 뻗은 매혹적인 종아리. 도톰하게 살오른, 미치도록 요염한 허벅지.
벌려지는 다리사이로 축쳐진 가슴이 보였다. 침대 모서리에 파묻혀 뭉개진 얼굴이 보였다. 다시 시선을 다리 쪽으로 뻗어 위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몸매에 비해 굉장히 큰 엉덩이다. 그리고 그런 요염한 살결들에 파묻혀 음부가 짙은 굴곡만 보인 채 가려져 있었다.
양손으로 그곳을 펼쳤다. 쫘아악...
“하앙... 그러지마...!”
손을 뒤로 뻗어왔지만 내 손목을 살짝 잡았을 뿐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촉촉이 젖은 핑크빛 그곳을 바라보았다. 미치도록 요염한 검붉은 날개. 날개의 접점에는 반짝이는 진주가 부풀어 있었다. 그것의 아래쪽으로 삽입되어야할 좁은 입구가 훤히 드러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새끼 손가락의 굻기만큼, 이제껏 거쳐 왔던 처녀들의 그곳보다는 약간 넓은 크기의 구멍이었다.
“랑스...”
“예?”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하... 정말 할 거니? 나 같은 여자 말고 다른 여자들도 많아... 나 때문에 순결을 더럽히지 마...”
피식, 저런 말은 보통 멋진 남자가 하는 말인데. 아무래도 칼리오페는 내가 아직 순결하고 고귀한 소년인줄 아나보다. 그래서 죄책감이 더욱 심하게 다가오는 가 보다.
“걱정마요. 순결하지 않으니까요.”
“으... 읏!?”
나는 곧바로 말에 대한 증명을 시작했다. 나의 중지를 길게 뻗어 그녀의 펼쳐진 입구 안에 깊숙이 찔러넣은 것이다. 그녀의 몸이 움찔하며 질퍽한 핑크빛 속살들이 요동쳤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6&WTV1471013=186601760&WTV1392781=25658622&WTV1357910=273489&WTV1357911=2332522&WTV246810=80&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하으으...”
칼리오페의 음부 속에 깊숙이 파고든 내 중지 손가락. 그녀의 신음이 침대에 파묻혀 뭉개졌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뒤로 빼보았다. 쭈우욱...
핑크빛 살결들이 손가락에 엉기며 고무처럼 늘어져 나왔다. 다시 깊게 밀어 넣었다.
“흐아응...!”
서서히 왕복하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흣... 흣... 하... 하아...”
이번엔 그녀의 양손이 뻗어와 왕복을 가하는 손목을 움켜잡았다. 약간 힘이 들어가며 내 움직임을 막으려 했는데, 나는 그 손들을 떼어내며 오히려 더욱 야한 행위를 강요했다.
“엉덩이 좀 양쪽으로 잡아 당겨 봐요.”
“흐으응... 싫어...”
“괜찮아요. 해봐요.”
“......싫어...”
아프지 않을 정도로 큰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
“하앗...! 변태!”
“말 안 들으면 더 세게 때릴지도 몰라요.”
“하아... 너... 정말... 하아...”
역시 내말에 따라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스로 엉덩이를 잡고 양쪽으로 음부가 드러나게 쫙 펼쳤다. 삽입된 내 손이 더욱 탄력을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읏... 핫! 어디서... 어, 어디서 배운 거야! 흐아...”
그녀의 다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잿빛 머릿결이 파도쳤다. 적나라한 그녀, 분명히 내가 아는 성숙하고 신성했던 사제, 칼리오페가 맞는 지 의문이 갈 정도이다. 그런데 그녀가 맞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었다. 포근했던, 따뜻한 미소와 친절로 맞이해준 그녀. 가족, 처음으로 잊혔던 기억하지 않았던 이름을 되살려준 칼리오페. 그래서 더욱 망가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내 것이라는 낙인이라도 찍어주고 싶었다.
중지를 계속 왕복하는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뻗어 혀를 뻗었다. 약간 힘든 자세였지만 어떻게든 그녀의 성감대를 더욱 자극하고 싶어졌다. 힘준 혀끝이 그녀의 충혈된 진주에 닿았다. 그것을 아래위로 격렬히 쓸어 올렸다. 할짝 할짝.
“흐읏? 으...! 거긴 안 돼... 흐앗... 흣!”
더욱 빠르게, 빠르게 지속하였다. 그녀의 숙여진 몸의 안쪽으로 보이는 가슴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흔들렸다. 흔들리는 가슴 사이로 비쳐지는 그녀의 입술은 한없이 크게 펼쳐지며 신음을 흘렸다. 사제의 자존심, 나이 많은 연장자의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흐아아... 흣! 흐으으... 그만... 하읏...!”
점점 부풀어 오르는 크리토리스, 중지에 엉켜 나오는 흥건한 애액의 양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침대 모서리에 상체를 파묻었던 그녀가 침대위로 도망치듯 올라가기 시작했다. 겁먹은 짐승처럼 네발로 엉금엉금 도망가던 그녀가 손을 헛디뎌 상체가 넘어지고 말았다.
“꺄!"
덕분에 엉덩이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 눈앞에 높이 들어 올려졌다. 그러나 그녀는 자세를 고쳐 잡지 않았다. 놀랍게도 양손을 뒤로 뻗어 음부를 넓게 펼쳤다. 눈에 들어오는 짙은 핑크빛. 검게 뚫린 그곳이 수축을 반복하며 날 미치게 만들었다. 꿈틀거리는 입구에 내 의식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칼리오페가 말했다.
“그만 괴롭혀... 죽을 것 같아... 하아... 알겠으니까 이제 넣어도 괜찮아...”
도발, 엄청나게 요염한 도발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팽창한 내 것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리를 높게 늘어세우며 귀두 끝을 갖다 대었다. 뜨겁고 미끌거리는 요염한 감각. 넓게 펼쳐진 검은 날개가 귀두를 감싸며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들어 올린 다리가 굽혀지며 조준되어진 내 것이 깊게 들어갔다. 쭈우욱.
“아아아아앙!”
“으읏!”
그녀도 나도 강한 쾌감에 일순간 몸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여자들처럼 좁은 근육의 수축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 것을 녹여버릴 듯 휘감겨 오는 요염한 감촉은 그동안 거쳐 왔던 어느 경험보다 뜨거운 것이라 쉽사리 허리를 튕길 수가 없었다.
“하앙... 하... 좋니...?”
“흐으으... 미치겠어요.”
“하아... 나도 미치겠어... 으잇!”
한차례 허리를 왕복 시켰다. 그녀의 애액이 튀기며 내 허벅지에 닿았다. 그녀의 등 뒤로 흩어진 머릿결이 숙여진 상체 때문에 밀려 내려가며 복잡하게 엉켰다. 크게 소리를 지르며 왕복을 반복했다.
“으아아아악!”
- 찰싹! 찰싹! -
풍만한 엉덩이가 나의 하체에 부딪힐 때마다 요염하게 출렁거렸다. 엉덩이의 갈라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는 나의 그것. 그것에 하얗게 엉겨든 애액이 엄청나게 묻어나왔다. 칼리오페는 전직 사제... 비록 술을 마시고 가끔 사람들을 놀래키는 욕설도 내뱉지만 내가 격은 바에 의하면 지켜야 할 한도를 분명히 지키는 그녀였다. 그렇기 때문이 지금 이루어지는 남성간의 행위는 틀림없이 금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사제가 아니었고, 나와 같이 해적선에 승선한 동료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해적이다. 해적이란 이름에 무너져 내린 금욕. 그리고 결국 받아들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듯, 엄청난 애액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또 동시에 격렬한 신음을 절제하지 않았다.
“흐읏... 흐아아앙! 빨리! 흐앙! 더 빨리!”
일단 나와 몸을 섞으며 들어선 쾌락의 길. 이미 받아들인 쾌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더욱 갈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잘록한 허리에서 갑자기 넓어지는 엉덩이. 마치 호리병을 닮았다. 그 호리병을 닮은 그 엉덩이가 나의 하반신에 의하여 찌그러졌고, 다시 탄력 있게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 부딪히는 하체의 중심을 잇는 남성의 굶은 기둥이 있었다.
착싹! 퍽! 찰싹! 퍽!
“흐히...잇! 하앙! 으아아...!”
몸이 부르르 떨리며 음부를 펼쳤던 양손은 침대의 시트를 강하게 끌어 잡았고, 허리는 더욱 깊게 구부러지며 엉덩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간혹 도리 치는 얼굴은 입술을 크게 벌린 채 신음과 더불어 침이 흘러나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찰싹! 퍽! 찌걱 찌걱! 찌걱! 찰싹!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얼마나 경험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간만에 다가온 격렬한 쾌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두려운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손을 뻗어 그녀의 아랫배를 지나쳤다. 간질이는 음모를 지나 음부의 아랫부분을 더듬었고, 결국 손 끝에 애액을 물씬 머금은 동그란 진주가 잡혔다. 그것을 격렬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흐이잇! 아... 안돼! 흐아아아앙! 손! 손 치워... 흐잇!”
엎드린 여자. 그리고 그 위에서 하체를 중심으로 짓누르는 남자. 둘 다 엄청난 쾌락의 끄트머릴 붙잡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난 다시 이를 콱 깨물었다. 상체를 숙이며 한손은 크리토리스를 격렬히 문질렀고, 다른 한손으론 가슴과 유두를 사정없이 꼬집었다. 우린 마치 본능에 충실한 짐승이 되어가는 것 같다.
“흑! 앗! 흣! 흐으읏! 흐앗!”
크게 왕복될 때마다. 손가락이 한차례씩 진주를 튕길 때 마다 그녀의 몸이 쾌락에 움찔거렸다. 초점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고, 머리가 도리질 치는 것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트를 움켜잡은 손은 어찌나 힘이 들어갔는지 부득 부득 소리가 나는 걸로 보아 조금 찢어져 가고 있는 모양이다.
“하아... 하아...”
힘이 들것 같아 자세를 바꿨다. 그녀를 눕히고 내가 위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나를 짓 눌러 버리고 스스로 삽입을 시작했다.
“하아... 이번엔 내가 가르쳐 줄게...”
이렇게 말한 그녀는 그동안 당한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 허리를 튕겨지기 시작했다.
“으앗! 흣! 으앗! 크흣!”
가슴이 격렬하게 출렁거렸다. 놀라운 것은 스스로 가슴을 움켜잡고 또 다른 한손으론 자신의 진주를 격렬하게 문질러댔다. 또 허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왕복을 가했다. 내 시야게 맺히는 칼리오페의 행위도, 내 하반신에 느껴지는 엄청난 감각도 빨리 쾌락을 분사하라며 재촉하고 있었다.
“으읏! 느껴! 느껴져! 흐읏! 하아아아아아아앙!”
칼리오페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힘이 빠진 듯 반동이 줄어들며 내 가슴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역시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하체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격렬히 튕기기 시작했다. - 퍽! 퍽! 질퍽! 퍼퍼퍽! 퍽! -
“흐앙! 그만! 흐이잉! 또 또! 흐아앙! 흐아아아앙!
또 다시 절정을 느끼고 싶은 것인지 내 움직임에 맞춰 하체를 부딪쳤다. 그녀의 움직임 덕분에 왕복되는 마찰이 더욱 탄력을 받자 이제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으아! 으아! 나와요! 칼리오페!”
“흐앙! 나도! 학! 싸! 흐악! 느껴! 흐이이이잇!”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6&WTV1471013=188968788&WTV1392781=25663319&WTV1357910=273489&WTV1357911=2332948&WTV246810=81&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흐이이이잇!”
내 기둥을 짙게 흘러내리는 음란한 감촉이 느껴졌다. 골반이 아플 정도로 부딪혀오다 결국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멈추며 부르르 떨었지만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쥔 난 한시도 멈추지 않고 그녀의 하체를 움직여 깊게 쑤셔 넣었다. 폭, 찌벅, 퍽! 포포폭
“안 돼! 닿아! 흐힉! 흐아아아아아아아앙!”
바들바들바들바들
포포폭! 찌퍼억! 꿈틀, 찌익 -
“으읏! 나와 진짜 나온다!”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칼리오페의 성숙한 육체 안에 최대한 깊이 사정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에도 열정을 다했다.
들어갈 땐 있는 힘을 다해 깊게 밀어 넣었고, 빠져나올 땐 터져 나오는 욕망을 참아낸 후 다시 밀어 넣으며 폭발시켰다.
퍼퍼퍽! , 울럭 - 찍 , 퍽! 퍼퍽! , 찌익 -
“으읏! 칼리오페! 나 싸고 있어!”
“흐힛... 흐이잉! 싸줘! 흐익! 계속! 학! 흐크...! ”
포폭! 찌익 찌익! 폭! 찍- 울컥 찍 찍! 찌이익 -
“흐악... 학... 크윽... 흘러내려... 하아...”
마지막 분사다.
찌익! 찍 찌이익 - 울럭 울럭 울럭!
“하앙... 하앙... 으... 배안이 뜨거워...”
내 위에 안겨있던 칼리오페의 몸이 완전히 늘어지며 동시에 쏟아낸 정액이 주루룩하고 넘쳐 내렸다. 힘이 모조리 소진된 건 나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둘 다 이대로 멍하니 있었다.
“하아... 하아... 어디서 배웠어...? 처음이 아니었구나... 하아...”
“우리 해적들은 열다섯에 모두 해요. 전 열 여섯에 처음 해봤지만.”
“...하... 이제까지 몇 명이랑 했는데?”
“칼리오페까지 다섯이요.”
“도둑놈...”
“피식. 좋았잖아요?”
“오랜만에 해서 그래.”
역시 칼리오페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처음은 아니었고, 나도 그건 예상했었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
“우리... 당분간 매일해요.”
“그래...... 근데 나... 말하지 않은 게 하나있어.”
“뭔데요?”
“나 처녀 아니잖니.”
“예. 처녀라고 우길 생각이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제까지 나랑 섹스했던 남자들... 모두 죽었어. 한명도 빠짐없이.”
내 가슴위에 얼굴을 파묻고 말을 하니 어지간히 간지럽다. 아직 서로의 성기도 빠지지 않은 채 삽입되어있다.
“...왜요?”
“모르겠어. 운이 없었나보지. 그렇게 한명 두 명 죽다보니까 정말 허탈해져서 사제직에 귀의한 거야. 너도 죽지 않게 조심하렴.”
“이런...”
칼리오페의 말은 가끔 진실인지 꾸며낸 이야긴지 궁금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정말 그녀의 말이 맞는다면 난 죽기 전까지 그녀를 상대로 억울하지 않을 만큼 충족시켜야겠다.
“칼리오페, 그럼 제가 죽기 전에 많이 해요. 또 한 번 더...”
이미 내 것은 그녀 안에 파묻힌 채로 원기를 충전해 있었다. 다시 깊게 밀어 넣었다.
“하아앙...!? 또! 하... 안돼!”
한 번의 사정으로 정액이 범벅이 되서 헐거운 느낌이 그대로 이어졌다.
이렇게 우리는 밤이 새도록 격렬한 행위를 저질렀다.
"흐하앗... 흐읏! 하으으으으으응!“
도대체 오늘하루 몇 번을 치루는 것인지 모르겠다. 부르르 떨더니 대짜로 뻗어있는 칼리오페, 기절해 버린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다리사이로 드러난 음부에 손을 뻗어 날개를 펼쳤다. 움츠렸던 날개가 펼쳐지며 그 안에 담고 있던 하얀 정액이 쏟아져 내렸다. 주루룩 주루루룩.
뻥 뚫려버린 검붉은 구멍. 한차례 수축하며 펼쳐지더니 깊게 남아있던 정액이 마저 쏟아져 나왔다. 왈칵.
“하아... 하아...”
깊은 숨을 들여 마시는 그녀, 나도 피곤하여 그녀와 엉겨들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 똑똑똑 -
“으음... 누구?”
“데미안.”
나신으로 뻗어있는 칼리오페를 보았다. 뭐 데미안도 해적이니 상관없겠지.
“아... 들어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데미안은 나신으로 늘어져 잠든 칼리오페를 힐끗 쳐다보았다.
“칼리오페 아냐? 사제 아닌가... 너 천벌 받는다.”
“괜찮아. 이제 그녀도 해적인데 뭘.”
데미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음부를 빤히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이 든 줄 알았는데 피부도 괜찮고 가슴도 크고... 밤새도록 엄청 했나보네. 나도 해도 돼?”
뻔뻔한 녀석, 무표정한 얼굴로 할 말 다한다. 너도 역시 남자고 해적이구나. 하지만 난 그런 막장까진 아니다.
나신으로 펼쳐진 칼리오페의 몸을 남에게 계속 보여주는 것도 그래서 이불을 어깨까지 덮어주며 입을 열었다.
“안 돼. 이 여잔 내거야. 다른 남잔 절대 허락해주고 싶지 않아.”
“그래? 너 해적치곤 의외구나. 여자를 보호하다니... 나도 그냥 던져본 말이야.”
“그나저나 왜?”
“선원들이 난리야.”
“난리라니?”
“저 선원들... 원래 평범한 민간인이었잖아.”
“그렇지.”
“토하고 난리야. 제발 쉬었다가자고 애원하는 수준이라서 아무래도 계속된 항해는 불가능 하겠어.”
“윽... 시간이 없는데.”
우리 둘은 재빨리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요정세계에 있을 땐 우리들 세계와 시간이 어긋나서 정지된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니까 전이의 문을 통해 지파르그에 도착한 건 훅스턴을 놓친 그 당일이었다. 그렇다면 지파르그에서 내가 있었던 날은 모두 삼일. 항해를 떠난 것까지 모두 합치면 오늘은 정확히 오일 째 되는 날이다. 그리 긴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하게 거리를 재어보면 북쪽 끝에 위치한 악령의 섬에서 피빛섬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동쪽에 위치한 켄베라에서 이동하는 거리보다 훨씬 더 먼 거리였다. 그 당시 훅스턴의 선박이 악령의 섬에 있었던 게 틀림없었으니까 그곳에서 아무리 빨리 출발했다고 해도 내가 먼저 핏빛 섬에 도착할 수있다. 조급해 할 필요 없겠다.
“정박해도 충분하겠어. 그래도 이틀이상 지체해선 안 될 것 같아. 먼저 핏빛해적단에게 소식을 알리고 훅스턴의 공격에 대비도 해야 하니까.”
“그렇군. 마침 작은 섬이 발견됐으니까 그곳에서 식수랑 식량도 채울 겸 정박하자.”
“그래.”
- - - - - 해적 - - - - -
우리가 정박한 이름 모를 섬, 해가 뜨는 동쪽과 가까운 곳인지 모든 게 풍요로웠다. 바나나와 사냥감, 깨끗한 계곡에선 사람들이 식수를 채우고 민물 가제를 잡고 놀았다. 이미 부선장으로 임명된 데미안의 지시로 선원들은 텐트를 쳤고, 몇몇은 도끼를 들고 장작을 만들러 갔다. 나와 칼리오페, 그리고 에이미는 숲에 자라난 풍경을 즐기며 산책하고 있었다.
“와아.. 처음 봐. 저게 코코넛 나무인가 봐?”
길게 뻗은 나무위로 페르시아스가 호호호 웃으며 날아올랐다. 작은 그녀의 힘으로 열심히 야자열매를 잡아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약간 피곤해 보이는 칼리오페. 그러나 만족한 웃음을 지긋이 머금고 있었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요염한 미소다. 오늘 밤도 역시 그녀와 지내야겠다.
“칼리오페, 저거 먹을래요?”
“후훗, 그래.”
“나도 따줘!”
칼리오페는 여전히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에이미하고도 가까워진 탓에 서슴없이 나를 졸랐다.
오늘 아침이었다. 우리가 몸을 일으키자 에이미가 내방에 들이 닥쳐 화들짝 놀랐지만, 다행히 옷을 어느 정도 걸치고 있었고,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난다며 얼버무렸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은 남녀가 한방에 있었다는 걸 목격했다면 분명 음란한 상상을 연관 지었을 테지만 에이미는 정말 순수한 수행사제였는지 우리가 정사를 벌였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며 ‘적당히 좀 마시지’하고 몸을 돌렸다. 아까의 생각을 떠올리며 피식 웃어버린 난, 야자열매를 힘겹게 두드리는 페르시아스를 불러 내렸다.
“응! 잠시만. 페르시아스! 내가 따 줄 테니까 이쪽으로 내려와봐!”
‘응 응 응응!’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6&WTV1471013=191365614&WTV1392781=25671899&WTV1357910=273489&WTV1357911=2333727&WTV246810=82&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물론 야자나무는 하늘을 뚫고 올라간 것처럼 높았다. 어느 열대 나무가 대부분 그러하듯 굻은 가지가 뻗어있는 것도 아니었고, 맨 윗부분에만 머리털 마냥 잎사귀가 조금 붙어있을 뿐이다. 당연히 내가 날쌔다고 해도 여인들 앞에서 개구리처럼 기둥에 달라붙어서 기어오르기에는 모양이 상당히 망가진다. 하늘 꼭대기에 달려있다니 건방진 야자열매 녀석, 그 높은 자존심을 굴복시켜 주겠다.
“히야야앗!”
쾅! 우찌근! 도대체 오우거란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무줄처럼 탄력 있는 나무 기둥이 우지근 우지근 잘도 부러진다. 떨어진 야자의 껍질이 너무 두꺼웠기 때문에 롱소드로 윗부분을 도려낸 뒤 각자 하나씩 쥐어주었다.
“으잇... 맛없어...”
“으잉 정말? 새콤할 줄 알았는데 흙 맛하고 비슷한 것 같아.”
사람들은 처음 열대과일을 보면 굉장히 맛있을 줄 알고 기대감에 부풀어 삼킨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위치한 동쪽 섬에만 주로 나는 희소성 높은 과일이기 때문에 그럴 테지.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품지 않는 게 좋다. 나도 처음 먹었을 당시 정말 역겨운 맛에 눈물을 머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으로선 훅스턴과 해적질을 하며 열대과일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이런 맛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걸 처음 먹어보는 그녀들로선 어지간히 고역스러운 맛일 거다. 무엇보다 흙 맛과 비슷하다는 에이미의 비유. 나로선 흙을 안 퍼먹어 봐서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 페르시아스는 먹기는커녕 껍질을 깐 야자열매 안에 욕조처럼 몸을 담그고 첨벙이며 즐겼다.
‘히히히히. 야자열매 좋아. 헤헤헤헤“
바보처럼 첨벙이는 페르시아스, 에이미가 만들어준 옷이 다 젖어버렸다. 뭐 금방 정령술로 깨끗이 만들어버리니까 상관없지만, 에이미와 칼리오페는 욕조(?)에 담긴 페르시아스를 번갈아가면서 품에 안고 길을 걸었다. 우리는 바다가 탁 트여 보이는 언덕 끝에 매달려 앉았다. 제법 높은 곳이라 해안에서 야영을 준비하는 선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밥을 준비하는 지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와... 저건 무슨 동물처럼 생겼네?”
나와 칼리오페는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에이미는 바로 코앞에 있는 바위를 손가락으로 가르쳤다.
“그러게... 무슨 박쥐같은걸?”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무언가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감싼 듯 보였는데... 어쨌든 시야에 맺히는 질감은 틀림없이 돌이 맞다.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손으로 툭툭 쳐봤지만 역시 돌이다. 에이미도 빤히 둘러보며 칼리오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사제님 가고일이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생기지 않았어요?”
“에이... 무슨 가고일이... 그건 고대 신전 앞에나 세워놓는 몬스터였지... 지금 같은 세상에 그런 게 있으려고?”
“가고일...?”
내 물음에 에이미가 설명을 덧붙였다.
“응. 악마처럼 긴 꼬리랑 펄럭이는 날개를 가졌는데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다가 침입자가 나타나면 공격한데. 기록에서 찾아보면 고대 신전 앞에만 침입자를 경계하려고 세워두었다고 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더라... 마법이 사라졌으니까.”
“그러게... 지금 세상은 고전서에서 읽어왔던 세상보다 재미가 많이 없어진 것 같아. 엘프도 다 떠나갔고, 드래곤도 없어... 마녀라고 하지만 진짜 마법을 부리는 마녀들도 소문만 맴돌고, 크라켄이나 보물들도 모두 사라졌고.”
크라켄이라... 그녀가 옥토퍼스를 보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과연 재미있다고 웃으며 달려들까? 빌어먹을... 그 환상을 모두 겪어본 나로썬 재미없는 세상이 훨씬 좋다. 칼리오페가 날 힐끗 보더니 목소리가 이어졌다.
“후훗, 우리 랑스 선장의 세계는 좀 다르지만... 그리고 이젠 나도 랑스와 함께 있지! 우리도 남모르게 동경하던 해적이 됐으니까. 호호호호...”
역시 그녀들은 모험이나 환상에 대한 갈급이 크다. 어떻게 마법과 환상들을 부정하는 숭고한 신의 종노릇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에이미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칼리오페는 실제로 신의 권능까지 행하여 중독된 내 몸을 회복시키지 않았던가. 아니, 어쩌면 닿을 수 없었던 환상을 평소 꿈꿀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권능 또한 쉽게 부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라를 가진 놈들을 잡아서 해적으로 귀의시킨 후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른이 돼서 아이를 낳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모험이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고 잊혀 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되도록 성인이 되기 전에 이쳐질 모험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모험을 떠난 놈들은 쉽게 죽기도 하지만 결국 커서도 마법과 꿈을 보며 나아가고, 시기를 놓쳐 사회에 동화되어버린 녀석들은 오래도록 살지만 결국 성공해 보았자 귀족나부랭이 밖에 되지 않는다 말하였다.
모험과 마법의 세계는 어쩌면 환상을 품은 동심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 마주쳤던 류지아의 육백년 된 외모가 어려 보였고 시르케도 실제론 나보다 한 살이 어리다. 그들은 동심어린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법을 손에 얻었는지 모르고, 역시 칼리오페와 에이미의 경우에도 그녀들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들은 그런 동심이 삐뚤어져서 해적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덕분에 이쳐진 세계를 마주하며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또 그러한 세계는 나를 변화시키고 나는 해적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누가 듣는다면 모순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려 할지 모르겠지만 나로선 상당히 이로운 모순이라고 본다.
“에이미, 이제 날 부를 때 사제님이라는 호칭은 생략해도 돼. 평범한 사이도 아니니까 그냥 칼리오페라고 불러도 되고.”
“아니... 그래도 사제님이 부르기 편해요.”
“그러면 그렇게 부르던가... 풋. 아무튼 해적사제님이라고 부르진 마렴. 사람들이 무슨 눈으로 보겠니? 호호호... 어쨌든 이제부턴 우리도 해적이니까 하는 행동 하나하나 조신할 것 없어. 무작정 다해도 되는 거야. 술을 마셔도 되고, 강도짓을 해도 되고, 심지어는 사람을 죽여... 아니 그건 너무 험악하고... 아! 남자들하고 데이트해도 상관없단다. 나처럼 랑스랑 섹스... 읍?”
황급히 칼리오페의 입술을 막았다. 에이미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역시 그녀가 들은 말이 맞은 거다.
“어? 저기... 배다!”
정말 배다. 검은 깃발. 두 척의 배인데 그냥 섬을 지나쳐가는 함선들이겠지. 예전 같았으면 경계했겠지만 우리 선박에 해적다운 표시는 그려 넣지 않았다. 오히려 돛은 지파르그의 국기만 펄럭이고 있는 중이다.
“어... 저 배들도 이 섬에 정박하려나본데...”
뭐 우리처럼 정박할 수도 있지. 우리의 복장이 수수해서 해적인 줄도 모를 텐데 연합해서 축제나 벌일까? 그런데 다가오는 배의 모습이 점점 이상했다. 눈을 지그시 뜨고 두 척의 배를 유심히 살폈다.
“해적선이다!”
“우와아아!”
‘냐음. 해적이 뭐에요?’
해적이 뭐냐 라는 페르시아스의 물음에 누구도 대구 해주진 않았다. 그녀들은 처음 보는 해적선의 위용에 놀라워 입을 막았고, 나는 그야말로 화들짝 뛰며 소리 질렀다.
틀림없었다. 저배는 우리 해적왕의 것이다.
“베이카논! 쿡!”
마음이 벅차올랐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이 들어 발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베이카논!”
“오오, 랑스군. 허허허.”
“랑스 안녕.”
역시 변한 게 없었다. 허허허하고 사람 좋게 웃는 베이카논, 반갑지도 않은지 무표정한 얼굴로 랑스 안녕?하고 대답하는 무표정한 여자 선장왕 쿡의 모습도. 여전히 베이카논의 등 뒤에는 크로우 보우, 허리에는 권총이라는 무시무시한 보물을 가지고 있다. 쿡은 여전히 아무런 무기도 가지지 않은채 귀족 소녀처럼 핑크빛 드래스를 입고 짙은 파란색 머리를 흩날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랑스 네 배는?”
“아... 그게 사정이...”
내 등 뒤로 데미안이 다가왔다.
“이 사람들 누구야? 또 훅스턴?”
아무래도 데미안은 훅스턴의 얼굴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다짜고짜 경계하며 검에 손을 갖다 대어서 황급히 말려야만 했다. 할 말이 굉장히 길었다. 베이카논과 쿡의 선박에서 해적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며 우리 선원들과 어울렸고, 진짜 해적을 접하는 그들로선 처음엔 어색한 듯 말수를 줄였지만 이내 호탕한 웃음소리가 해변을 진동했다. 에이미와 칼리오페, 그리고 페르시아스는 그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게 놔두고 우리는 베이카논의 선박에 자리 잡은 후 진지한 이야기를 오갔다. 이야기는 보통 베이카논과 나만 입을 열고 데미안과 쿡은 가만히 앉아 경청하는 식이었다.
“아... 그래서 조용하셨구나...”
“그렇지. 난 애초부터 너와 훅스턴 사이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쿡도 내 생각과 같아서 우린 도박이나 즐기며 하루하루 지냈지. 물론 소홀했던 건 아니야. 카시아와 전갈을 주고받으며 소식을 주고받았단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7&WTV1471013=193725735&WTV1392781=25675408&WTV1357910=273489&WTV1357911=2334045&WTV246810=83&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역시 배려 깊은 베이카논이었다. 원래라면 훅스턴과 나의 관계를 배려하여 이곳에도 오지도 않을 생각이었지만, 훅스턴의 모든 계획을 알게 된 후부터,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뒤쫓아 왔다고 설명하였다.
“그나저나 훅스턴 놈이 옥토퍼스를 불러냈다고? 그게 정말이냐?”
“네. 물론 그때에는 페르시아스가 만들어낸 공간 안으로 들어가서 살았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겠던데요.”
“걱정마. 랑스.”
“네?”
쿡은 원래 저러지만 느닷없이 걱정 말라고 말하니 약간 뜬금이 없는 생각이 들어 베이카논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베이카논도 걱정 말라며 허허허 웃는 게 아닌가? 자세히 물어봐도 걱정 말라는 말 밖에 하질 않는다. 설마 이들은 옥토퍼스의 약점이라도 알고 있는 것일까?
이후 마녀사냥을 자행하던 키리우스의 이야기, 마법검을 들고 도망쳐 나온 서리하 공주님부터 드로우 엘프, 요정 페르시아스와 훅스턴과 한차례 격돌한 것까지, 또 검술대회의 사건까지 조차 그동안 겪은 모든 걸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다 들은 베이카논은 이곳에서 마주친 우리들의 우연이 참으로 신기한 거라며 허허허 웃었다.
“허허허... 여기서 마주치길 잘했군. 정말 다행이야.”
이야기를 모두 마친 난 품안에 잘 간직해둔 지도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을 베이카논에게 내밀었다.
“호오...? 이것은...”
이제껏 물어봤던 사람들 마다 모두 고개를 저었다. 베이카논도 한눈에 봐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쿡도 그것을 보았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심각하게 무표정하다.
“지하같은데... 어? 뭐? 설마! 아!”
“에에...”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꼼꼼히 살펴보는 베이카논, 그는 잠시 나갔다 온다하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쿡이 알까싶어 그녀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도 내 얼굴을 멀뚱히 마주보는 통에 풋하고 웃어버렸다. 정말 엉뚱한 여자 해적왕이다.
“이거다! 랑스! 이걸 봐!”
베이카논이 흥분하며 가져온 건 또 다른 지도 조각이었다.
“봐봐! 랑스, 너희들이 이것 한 장만으로 알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누구도 한 장으로는 읽을 수 없었지! 이 지도는 두 장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니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등을 스쳐갔다. 드디어 내 손으로 보물을 찾는구나! 나누어진 두 개의 지도가 위아래로 나누어진 경계를 합쳤다. 두 개의 표식. 한 개는 해상에 표시된 좌표였다. 틀림없이 그것은 지하로 향하는 어느 통로를 표시한 것이니라. 그리고 내 지도에 그려진 표시는 보물이 있는 게 틀림없다! 쿡과 데미안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 섬이네.”
나와 베이카논도 절체하지 않고 크게 외쳤다.
“이 섬이닷!”
“우와! 진짜다!”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보물이라면 역시 환장하는 해적, 흥분에 들떠 좌표를 읽으며 입을 열었다. 열의로 보아하니 모두들 지금 당장이라도 출발해도 여한이 없는 눈빛이었다.
이제 이곳에 있는 누구나 정확한 좌표를 읽을 수 있었다. 데미안과 쿡이 손을 짚으며 더욱 자세히 좌표를 확인했고 난 베이카논에게 입을 열었다.
“이거, 어디서 난 지돈데요? 전 키리우스 놈의 서재에서 발견한 건데...”
“허허허! 쿡과 내가 도박을 하나를 거덜 낸 적이 있지. 나와 붙은 놈이 더 이상 재산이 없다며 보물지도 한 장을 내 놓겠다고 하는 거야. 뭐 안 받으면 돈도 못 받을 놈처럼 보여서 얼떨결에 받아두고 처박아 놨건만... 이것이 네 것과 짝이었을 지는...”
“됐다! 대충은 알았어!”
황급히 채비를 갖추고 보물찾기에 나섰다. 이미 밤이 깊었지만 우리 해적들에겐 밤이 낮인 경우도 종종있다. 지금의 경우가 그러하다. 축제에 정신이 팔린 에이미에게 조용히 속삭였더니 보물이란 소리에 당연히 따라나섰고, 칼리오페도 찾았지만 불행하게도 이미 선실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전날 나와 치뤘던 모종의 행사가 심각한 차질을 빗었나 보다.
출발을 하자 에이미의 품에 안겨있던 페르시아스가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역시 요정을 실제로 맞이한 쿡과 베이카논은 잠시 경악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선원들은 일부러 한명도 데려오지 않았다. 뭐 보물을 지키는 몬스터가 무리지어 나올 확률도 있지만 우린 현재 일당 백 역할을 하는 해적왕만 셋이고, 뛰어난 부선장과 전직 수행사제, 또 정령왕이라 불리는 페어리 퀸 한 마리가 함께하고 있으니까.
달밤은 밝았지만 역시 숲은 어두웠다. 그러나 페르시아스가 밝은 불빛을 불러내 일행들의 주변을 춤추게 만들어서 애써 들고 온 등불은 필요가 없었다.
“흐음... 북쪽으로 쭉 가야하겠군.”
지도를 보며 위도와 경위를 측정하는 읽는 건 베이카논이 하기로 했고, 롱소드를 뽑아든 나와 데미안이 가장 앞에서서 검으로 수풀들을 쳐냈고, 페르시아스를 안아든 에이미와 쿡은 가장 후방에서 걸었다. 베이카논이 신호하기 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며 걸었다.
“아얏!”
거친 산행에 익숙하지 못한 에이미가 넘어진 모양이다. 아까당시 산책할 때는 오솔길로 다녀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숲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나조차 버거운 산행이었다. 그러니 넘어지는 것 정도야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울상을 짓는 에이미의 손을 쿡이 잡고 일으켜 주었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는지 에이미의 단정한 사제복이 어둠속에서도 단아함을 잃지 않았다. 넘어진 덕분에 그 아래 드러난 검은 스타킹이 나뭇가지에 긁혀 찢어져 있었는데 남자들의 시선은 자연히 그런 에이미의 다리에 고정되어 잠시 움직이질 못했다.
- 쿠르르르릉...... 쿠르르릉...... -
“무슨 소리지?”
“그러게...”
아까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다. 물론 올빼미 소리나 귀뚜라미 소리, 각종 맹수라고 짐작되는 동물들의 소리가 들려오긴 했다. 물론 그런 소리들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 희미하게 섞여 들려오는 불쾌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면에서 박식한 지식을 가진 베이카논을 보며 말했다.
“몬스터 아닐까요?”
“흐음... 그러게. 이런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걸? 코고는 소리 같은데 조심해야겠어. 모두 경계하게나.”
그렇게 말하면서 총알을 까딱까딱 장전시키는 베이카논이었다. 쿡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해적왕이라면 수여받은 보물이 있을텐데 과연 어떤 것일까?
쿠르르르릉 들려오는 진동소리에 긴장하며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지상좌표에 달했는지 베이카논은 자신의 지도를 접고 내가 얻은 지도를 꺼내 들었다.
“휴... 숙녀분들 고생 많았소. 이제 지하로 내려가서 더욱 모진 길을 걸을 것 같으니 단단히 각오하시오. 허허허.”
에이미의 얼굴에 괜히 따라왔다는 표정이 드러났고, 쿡이 손가락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동굴이다.”
“그래... 그런데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는 걸?”
역시 그렇다 아까부터 크르렁 거리는 소리는 분명 동굴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틀림없었다. 내가 말했다.
“베이카논이 조용히 들어가서 권총으로 날려버려요.”
“허허. 좋은 생각이야. 모두 잠깐 기다리게. 몬스터 놈의 머리에 바람구멍 좀 만들어 놓고 올 테니.”
쿡과 나를 제외한 일행들은 베이카논이 들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감을 못 잡는 얼굴이었다. 동굴 안쪽이 어두웠기 때문에 빛무리를 다루는 페르시아스가 베이카논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우리는 수풀 속에 숨어 동굴속으로 사라지는 베이카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숨죽인 에이미가 입을 열었다.
“랑스, 정말 세상에 몬스터도 있어?”
“당연하지.”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 겁먹은 눈초리로 숨을 몰아쉬는 에이미, 다리를 굽히고 있었는데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훤한 살결이 드러나 나의 가슴이 약간 당황하고 말았다.
베이카논이 들어간지 약간 지났다. 몬스터의 코고는 소리도 끊겼고 침묵만 이어졌다. 데미안이 갸웃하며 물었다.
“소리로 짐작하건데 엄청나게 큰 몬스터 같아. 죽은 거 아냐?”
“피식, 걱정 하지마. 베이카논의 권총은 어떤 몬스터의 몸도 쉽게 관통해버리는 엄청난 무기야. 물론 검날로 막을 순 있지만...”
아무래도 녀석은 권총의 위력에 대해서 모르나보다. 처음엔 나도 몰랐으니... 그런데 그걸 한번이라도 본 적 있다면 절대적인 위력 앞에서 머릿털이 쭈뼛 서는 공포를 금치 못할 것이다. 타앙! 하며 귀가 떨어져 나갈 만큼의 무지막지한 굉음을 내며 목표물을 한순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은 그야말로 우리 해적들에겐 충격이었으니까. 선박에서 쏘아져 나가는 캐논의 축소형이라고 말해면 이해할 것 같다.
그런데 베이카논... 너무 늦는 걸?
“어...? 페르시아스?”
페르시아스가 동굴밖으로 빠르게 빠져나왔다. 그리고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 괴물이야아아앙!’
“페르시아스!”
‘주인님 도망 도망!’
당혹한 순간 동굴에서 쩌렁 쩌렁 울려오는 총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 타앙 타앙 타앙 - 검을 뽑아들며 크게 외쳤다.
“베이카논!”
“으어어어어억! 모두 도망가게나!”
“으익?”
베이카논도 황급히 동굴 밖으로 달려 나왔다. 항시 침착하던 그가 저렇게 호들갑을 떨며 도망 나오다니? 이거 뭔가... 역시 데미안과 내가 한발 앞서며 검을 곧추세웠고, 에이미는 페르시아스를 껴안으며 가장 뒤쪽으로 물러나 공포에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쿡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소리치며 달려오는 베이카논만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가! 도망가게 모두들!”
쿡이 고개를 갸웃하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베이카논? 왜 그래. 몬스터 정도야...”
바닥이 엄청나게 울리기 시작한다. 동굴 안쪽에서 희끄스름한 거대한 물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뭔가 굉장히 거대하고 뚱뚱해 보이는데... 의외로 담담하던 데미안이 경악하며 소리질렀다.
“미, 미친! 저건 오,오우거잖아!”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7&WTV1471013=196141596&WTV1392781=25686133&WTV1357910=273489&WTV1357911=2335019&WTV246810=84&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에이미의 소스라친 비명소리가 숲을 메아리쳤다.
“끼야아아아아악!”
데미안이 소리쳤다.
“튀, 튀어!”
“크르르르르르르...”
이제까지 본 생물체중 가장 엄청난 위용이다. 아니, 옥토퍼스에 버금가는 전율이었다. 거대한 동굴의 입구를 뒤덮으며 나온 오우거, 언뜻 보면 엄청난 비만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지만 장대하게 뻗은 키를 보아선 전혀 인간처럼 보이질 않았다. 예전에도 한번 마주친 적이 있었던 트롤, 트롤의 키도 내 두 배만큼 컸기 때문에 처음 보았을 당시 당황하고 말았는데 지금 다가오는 오우거란 놈은 트롤의 키보다 두 배가 넘는다. 고로 나의 키보다 네 배가 큰 정도였다. 이건 뭐 생명체라기보다도 작은 건물이 통째로 움직인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트롤의 경우엔 대체적으로 잘빠진 몸매에 해당했기 때문에 덩치가 커도 말라 보이는 듯싶었지만, 이 오우거란 놈은 성장 판이 배에도 달려있는지 산처럼 튀어나온 엄청난 똥배를 자랑했다. 머리의 크기도 바위의 크기만큼 컸지만, 몸체가 워낙 거대하고 뚱뚱한 탓에 머리가 작아 보인다. 짧은 팔엔 거대한 돌 몽둥이가 들려있었고, 날 바라보는 눈동자는 시뻘겋게 충혈 되어 초점조차 맞지 않았다. 침이 가슴에 질질 흘러내려 역겨움을 더했으며 페르시아스가 불러낸 불빛에 반사되는 피부는 사람의 피부와 비슷했지만 너무 큰 땀구멍 때문에 파충류보다 역겹고 징그러웠다.
“랑스 뭐해! 도망가!”
“크르릉? 너... 피... 피 냄새...”
“뭐? 피 냄새?”
베이카논을 뒤쫓던 놈은 문득 날 확인하고는 지체 없이 나에게 몽둥이를 집어 던졌다. 콰앙!
“으읏!“
쿵쾅쿵쾅 - 크윽! 놈의 발자국 소리에 내장까지 울리는 것 같아! 놈은 어어서 주먹을 휘둘러졌고, 난 반사적으로 왼손을 뻗어 그것을 받아쳤다. OPG를 낀 내 주먹과 순수한 오우거의 괴력이 충돌하였다. - 콰직!
“으아악!”
젠장! 내 몸이 뒤로 주루룩 날아가면서 나무에 머리를 쾅! 부딪히고 말았다. 이런! 어깨뼈가 빠져버렸어! 손가락이 뭉개지는 것 같다.
“랑스 도망가!”
베이카논이 오우거의 등 뒤에서 총을 쏘았다. 타앙 타앙 타앙! 쿡은 에이미를 데리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우거를 노려보았고, 데미안도 검을 빼들었을 뿐 쉽사리 달려들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오우거 놈, 베이카논의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고? 오우거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우지근!
“하악... 젠장.”
몸을 굴려 피했지만 오우거가 걷어찬 고목나무는 가볍게 부러져 버렸다. 총을 쏘아대는 베이카논은 신경도 안 쓰고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나에게만 달려든다.
“피 냄새! 너 우리 동족 죽였다. 피! 피 냄새!”
“미친 뚱땡아! 내가 언제 니네 동족을...! 헉!?”
일순간 어린 시절 나에게 몬스터들의 성향을 설명하는 훅스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상황은 오크라는 녹색 돼지 같은 몬스터들을 유인하여 포격으로 날려버린 때였다. 그냥 맞붙어도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었는데 훅스턴은 힘겹게 그들을 해변으로 유도하여 포격한 것이다.
‘랑스, 몬스터를 만나면 무턱대고 죽이면 안 돼. 되도록 이면 오늘처럼 피를 묻히지 않는 편이 좋지.’
‘왜에에?’
‘왜냐면 몬스터들은 머리가 멍청한 대신... 동족에 대한 복수심이 투철하지. 지금 잡은 오크들만 하더라도 대륙 끝까지 따라올 정도로 강한 집착을 보이고, 하물며 늑대인간과에 속하는 라이칸쓰롭프들의 경우에는 늑대들을 죽인 사냥꾼의 냄새를 반드시 기억해. 왜 있지 않냐? 개들이 길거리에 오줌을 지리는 이유는 냄새로 자기 영역표시를 하는 이유에서 이지 않느냐?’
‘응 응‘
‘그것과 비슷하다. 늑대의 이빨을 뽑아내서 목걸이를 차고 다니는 모험가들은 라이칸 쓰롭프들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매우 크고 하물며 오우거나 트롤의 피를 이용해서 만드는 위력적인 아티펙트들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며 모험을 떠나다가... 놈들을 마주칠 경우에는...’
훅스턴의 목소리와 함께 칼리오페가 말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와 정사를 벌였던 남자들은 모두 다 죽었어. 어쩌면 내 몸이 정말 신에게 선택받은 사제의 몸이라거나 더럽게 운이 없는 몸인 거겠지. 너도 조심해 랑스.’
...미치겠군. 더 이상 머릿속을 울리는 환청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렇구나! OPG! 이것에서 오우거의 피 냄새가 배어 나오는 것이구나! 눈앞에 거대한 돌 몽둥이가 날아오고 있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발아래로 노움의 힘을 부려서 스스로 몸을 미끄러트렸다. 노움! 쾅! 다행히 날아온 돌몽둥이는 머리 위를 살짝 스쳤다.
“헥... 헥... 빌어먹을...! 이 괴물을 어떻게 잡아!”
“죽어랏 괴물!”
데미안이 용기 있게도 오우거의 등 뒤를 노리며 검을 찔렀다. 오우거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마치 파리를 쫓듯 데미안의 작은 체구를 후려 갈겼다.
“데미안!”
“읏!”
다행히 데미안은 검집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오우거의 공격을 막았고, 반동에 의하여 쭈욱 날아가 바닥에 데굴데굴 나뒹굴었다. 이런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양손으로 검을 뽑아들며 오우거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베었다.
“크르르르르르릉!”
젠장... 그렇구나. 베이카논의 총이 먹히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제기랄! 피부가 너무 두꺼워!”
데미안의 외침소리, 고개를 돌려 내가 베어낸 옆구리를 보아하니 정말 나의 필살의 일격이 찰과상을 입힌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사람에 비하면 피부가 약간 벗겨진 정도랄까? 베이카논이 분통한 듯 소리쳤다.
“니미럴!”
압도적이다. 소문으로 대단하다는 걸 짐작했지만 이렇게 압도적일 수 없다. 여유를 가지며 흐흐흐 웃으며 바라보는 오우거. 나와 베이카논, 데미안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리를 떨었다. 한편에 피해있던 쿡과 에이미도 우리들 뒤편으로 이동해 왔다. 여유를 부리는 오우거를 보며 쿡이 말했다.
“도망가자 랑스.”
제길... 등 뒤로 깊은 동굴이 보였다. 역시 안으로 뛸까?
“어쨌든 살아야지. 안으로 뛰자!”
“그러는 편이 좋겠군. 보물도 찾아야 하니...”
먼저 쿡과 에이미가 뒷걸음 쳤다. 약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우릴 여유롭게 지켜보던 오우거는 이제 때가 됐다 싶었는지 서서히 움직일 태세를 갖췄다. 하나... 둘... 셋!
“모두 뛰어!”
쿵쾅쿵쾅!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동굴 안으로 달려갔다. 동굴 안이라서 그런지 엄청난 오우거의 발소리가 스산한 공기를 거칠게 울리며 뒤쫓아 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틀림없이 따라잡히고 만다! 난 황급히 물의 정령을 불렀다.
“운디네! 바닥에 깔려서 오우거를 넘어트려!”
머리 위를 앞서 날아가는 페르시아스의 몸이 일순간 반짝였고, 내 힘이 쭉 빠져나간 느낌이 든다. 대신 뒤쫓아 오던 오우거의 거대한 몸이 허공에 부웅 뜨며 바닥에 콰콰쾅! 하며 넘어지고 말았다. 뒤돌아보니 오우거가 넘어진 바닥은 정령인 운디네의 힘에 의하여 질퍽하게 젖어있었다.
“크와라라라라라라락!”
우릴 쫓다가 창피하게 넘어진 오우거의 괴성이 동굴을 우르르릉 울렸다. 역시 내 예상대로 동굴을 이루는 지반이 약한지 후두둑하며 흙먼지가 떨어졌다. 에라이 모르겠다! 자세를 잡는 날 보며 데미안이 소리쳤다.
“랑스 뭐해!”
콰아아아아앙! 있는 힘을 다해 벽을 후려갈겼다. 오우거와 주먹을 부딪쳐 이미 한차례 빠질 지경이었던 어깨뼈가 아작 난 건지 끔찍한 통증을 동반했다. 하지만 효과는 톡톡했다.
- 우르르르릉... 와르르르르르륵. -
“도, 동굴이 무... 무너진다! 더 빨리 달려!”
높은 천정에 매달려 있던 뾰족한 석순들이 우리 머리 위를 뚫어버릴 듯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도 위험했지만, 몸을 일으켜 쫓아오려던 거대한 오우거는 떨어지는 석순들을 고스란히 얻어맞으며 분통한 듯 괴성만 지를 뿐이었다. 곧 이어 와르르륵 하며 동굴이 무너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하아... 하아...”
일단 모두 무사하다. 대신 우리가 들어왔던 출입구는 완전히 막혀버렸다. 에이미의 울먹이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히잉... 어떻게...”
“이런 이런... 그깟 보물 하나 찾다가 위대한 해적왕 세 명이 묻혀죽겠군... 허허허허,.. 소문으로 들어왔지만 정말 엄청난 놈이었어.”
그런 석순들의 소나기 속에서 살아남았는지 오우거의 울음소리가 무너진 통로 밖에서 메아리 쳤다. 모두의 표정은 저놈과 마주하자니 차라리 무너진 동굴 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게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좌절스러울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 해적들은 웃는다.
“일단 뭐 죽은 것도 아니니 보물이나 찾아보게나. 허허허.”
베이카논의 말에 쿡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찾다보면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가 나타날 수도 있는 법이지. 보물찾기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오우거가 지키고 있을 정도의 보물이면 평생 먹고 놀아도 남을만한 보물이겠지. 뭐 약탈만 해도 먹고살기 편하지만...”
해적들의 어이없는 긍정적인 생각 때문인지 침울했던 페르시아스와 에이미조차 표정이 나아졌다. 이어 치료가 시작됐다. 예전 칼리오페가 주었던 힐링 포션이 두 개나 되었기 때문에 군데군데 나 있는 찰과상을 치료하는 건 순식간 이었다. 에이미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이었지만 베이카논과 데미안, 쿡조차 힐링 포션의 성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문제는 빠져버린 내 왼쪽 어깨였는데 이것에 관해서는 에이미가 전문이었다. 그녀는 수행 사제였기 때문에 나처럼 다친 환자들이 신전을 자주 찾는다며 잠시 과거의 회상에 젖고는 이어 내 웃옷을 아무렇지 않게 벗긴 후 어깨뼈를 쿡 눌렀다. 와드드득
“으아아악!”
어긋난 뼈가 제자리를 찾으며 엄청난 통증이 밀려들었지만, 이내 시원한 느낌이 들며 원래의 유연한 움직임을 갖췄다. 물론 통증은 심각하게 남아있었지만 포션을 어느 정도 마시고나니 완벽할 정도로 나아버렸다. 역시 단아한 사제복을 걸친 에이미. 어찌 보면 칼리오페보다 더욱 사제같다. 더 요염하게 찢어진 스타킹만 어찌하면 좋겠는데 말이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7&WTV1471013=198588900&WTV1392781=25700675&WTV1357910=273489&WTV1357911=2336340&WTV246810=85&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다 됐다! 출발하자.”
동굴은 꽤 깊었다. 폭도 넓었고 오우거가 살았던 거주지였던 만큼 천정도 높았다. 간혹 오우거가 잡아먹은 걸로 보이는 동물의 뼈대들이 널브러져 눈살을 찌푸렸지만 별달리 특이한 건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 약간 긴장하며 역시 남자가 앞서는 대열을 갖췄다. 에이미와 나란히 서있는 쿡을 바라보았다. 해적 왕인데 여태껏 아무런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항상 베일에 감춰진 이미지라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었지만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베이카논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베이카논, 쿡은 장로들에게 수여받은 아티펙트 없어요? 베이카논이 가진 권총이라던가 제 OPG처럼?”
“허허허... 설마 왜 없겠는가?”
“그런데 쿡이 싸우는 건 한 번도 본적 없어서요.”
“후후후... 그래. 쿡이 해적왕인게 의심스럽기도 하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자네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네.”
“무슨 굉장한 무기라도 있는 거예요?”
“흐음... 무기 같은 건 없네. 그저... 흠. 아냐, 나중에 직접 보면서 감탄하는 게 좋을 거야. 어쨌든 평상시 쿡은 일반 소녀들과 다를 게 없어. 그래서 그녀는 다른 해적왕과 항상 짝을 지어 다니지. 단지... ...허허허. 아무튼 기대하게. 그녀가 가진 해적왕이란 이름은 거저 생긴 게 아니니까.”
꽤 많이 걸은 듯싶다. 모두 말은 안하지만 나조차 다리가 아파왔고, 여자인 에이미는 그야말로 네발로 걷기 직전이다. 페르시아스가 가끔 바람을 일으켜 일행을 식혀주었지만, 이젠 나도 기운이 없자 내게서 비롯되는 마나력을 더 이상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잠시 멈춰서 지도를 내다보는 베이카논에게 물었다.
“근데 아직 멀었어요?”
“아니, 곧 다와 가요. 이제 곧 있으면... 흐음... 더 이상 몬스터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설마 더 있으려고요.”
“아냐... 보통 저런 강력한 몬스터가 지키는 곳엔 한 마리만 있으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흐음. 보물 상자를 열었을 때 허탕일 경우도 간간히 있다네.”
크윽... 최악의 경우다. 그나마 다행이랄 건 ‘이 동굴은 반대편이 막혀있다. 우린 갇혀서 꼼짝없이 죽었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정도? 그러나 역시 그러한 말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러한 긍정적인 상황이 연출되려 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에이미가 화들짝 외쳤다.
“바람이 불어와요!”
‘어어? 정말이다!‘
페르시아스가 무작정 앞서 날아가려는 통에 황급히 불러 내리며 경계를 갖췄다. 바람이 불어오니 반대편에도 틀림없이 밖으로 뚫린 통로가 있다는 말이지만, 베이카논의 말대로 오우거가 한 마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행히 아까처럼 오우거가 코고는 소리는 울려오지 않는다. 앞으로 오우거의 코고는 소리가 꿈에서도 자주 들려올 것 같다. 무너진 돌무더기 건너편에서 요란을 부리던 오우거도 이제는 거리가 멀어졌는지 조용한 침묵만 감돌았다.
“저기다.”
쿡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통로 쪽은 꼭 막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균열이 생긴 것처럼 빛이 새어나왔다. 처음엔 벽에 균열이 생긴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양쪽 벽이 둥글게 솟아나 서로 교차되었기 때문에 그 교차된 틈사이로 건너편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동굴에 빛이 새어 나오다니? 모두 걸음을 옮겼다.
“어엇...?”
“우와...!”
“호오...?”
꽤 멋진 광경이다. 작고 검은 호수위에 거대한 함선이 정박해 있었다. 돛대는 낡아서 부러져 있고, 깃발에 그려진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칙칙하게 빛이 바란 지저분한 잿빛이다. 호수의 테두리로 선박과 이어지는 넓은 나루가 펼쳐졌고, 간간히 바람이 불어오며 선박의 썩은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어디서 흘러들어오는지 스산한 달빛이 낡은 분위기를 더욱 멋들어지게 자아내고 있었다.
이 광경에 표정 변화가 없는 것은 역시 데미안과 쿡뿐이다. 놀라지 않은 사람 중 입을 여는 건 역시 데미안뿐이다.
“완전 유령선이군.”
유령선이고 지랄이고, 일단 확인해야 할 게 있으니... 그것은, 지금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다. 아무리 호수가 펼쳐졌지만 이것은 고여 있는 물일 뿐. 나루를 길게 돌아가서 벽들을 두들겨 보아도 어지간히 두꺼운 울림만 전해져 부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페르시아스가 황급히 소리 질렀다.
‘하늘이야!’
“오호... 출구구나.”
달빛이 을씨년스럽게 새어 들어오는 천정. 구멍이 뚫려 있었다. 고로 출구가 발견됐다. 그러나 까마득히 높았고 너무 좁았다. 그래도 저정도면 됐다! 페르시아스가 나가서 선원들을 불러와 밧줄을 내려달라고 하면 해결될 일이다. 허나 페르시아스는 위로 쭉 날아오르다 힘이 빠져서 도저히 못 오르겠다며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페르시아스의 날개가 하늘을 날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높게 날아봐야 오미터 정도였다. 하아...
“제길... 페르시아스가 나가지 못하면 선원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을 텐데...”
“꼼짝없이 죽었군.”
“일단 저 유령선이라도 둘러봐요. 혹시 또 알아요?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새겨진 보물지도라도 찾을지...”
샐쭉하게 입을 내미는 에이미의 의견을 받아들여 걸음을 옮겼다. 매우 낡아서 거의 다 썩어가는 모습이었지만 일단 보물지도에 표시된 위치에 노여 진 선박이다. 삐걱... 삐거억... 우지근!
“꺄악!”
갑판위로 오르는 판자를 걷다 판자가 부서지며 에이미의 한쪽 발이 빠져버렸다. 데미안이 황급히 뒤돌아 에이미의 손을 잡아주어 다리가 깊게 빠지진 않았지만 그녀도 자꾸 짐이 되어가는 자신이 못마땅한지 그동안 아껴 입던 사제복 단추를 풀며 확 벗어버렸다.
모든 남성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지만, 다행히 그녀의 사제복 안에는 속에 받쳐 입는 아이보리색 원피스형 잠옷을 입고 있었다. 찢어진 검은 스타킹도 홧김에 다 벗어버리는 그녀. 하얗고 매끈한 종아리 살에 침착하기만 하던 베이카논의 눈이 못 박혔다.
“흐음. 큼! 크으음!”
나와 데미안이 베이카논을 무안하게 바라보자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오래된 선박치곤 굉장히 큰 선박이었다. 이건 거의 우리 해적왕들의 배와 맞먹는 규모인데... 천천히 둘러보며 선박의 내부로 내려가며 선실로 사용했던 방안을 조사했다. 가장 앞서서 방안을 빤히 둘러보던 쿡이 입을 열었다.
“해골이다.”
“읍...!”
자신의 입을 황급히 틀어막는 에이미를 보며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쿡이었다.
“모두 죽었는데...”
“그러게요.”
이어서 열어보는 다른 선실마다 모두 칙칙한 뼈다귀들만 나뒹굴었고, 보물이라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가 선장실 인가봐.”
“그러게...”
역시 선장실이라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넓은 침대와 집무를 보던 책상, 책상에 해골이 바른 자세로 굳어 있었는데 선장의 것이라 짐작된다. 더군다나 해골은 훅스턴처럼 왼쪽 눈에 안대를 끼고 있었다. 훅스턴이 떠올라 여간 불쾌한 게 아니다.
‘아앗! 우와아아아!‘
별게 없는 것 같아서 뒤돌아서는데 페르시아스가 화들짝 놀라며 해골 앞으로 날아갔다.
“왜 그래 페르시아스?”
‘주인님! 주인님! 이 안대! 이 안대 좀 걷어 봐요!’
“으흠?”
모두 의외의 상황에서 침묵을 지키는 와중에 걸음을 옮겨 해골의 안대를 조심스레 걷었다. 으윽... 썩어버린 해골을 만지다니... 역시 오늘은 사제였던 칼리오페를 탐한 죗값을 톡톡히 치루는 모양이다. 그런데 안대를 걷자 안쪽에서 둥근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푸르스름한 진주. 반지에 끼면 적당할 작은 크기였는데 카린소 섬에 두고 온 보석들에 비하면 값어치 없어 보였다. 관심을 보이는 건 여자인 에이미 뿐이다.
“예쁜 진주네요?”
에이미를 줘 버려야겠다. 그러나.
‘우와아아아아! 정령옥이다!’
“뭐어?”
‘주인님! 주인님! 이거 이거! 어서 빼 봐요!’
“으으...”
경쟁자가 한명 더 생겨 버렸다. 뭐 어쨌든 페르시아스 덕분에 발견했으니 페르시아스에게 줘야하나? 난 미간을 찌푸리며, 손이 뼈대에 닿지 않도록 유의하며 그것을 빼내었다. 데미안이 힐끔 보며 중얼거렸다.
“싸구려 반지네.”
‘껴 봐요! 껴 봐요. 주인님!’
“뭐?”
‘껴보라고요!’
아까부터 자꾸 페르시아스가 재촉하는 통에 한번 껴주기로 했다. 에이. 약지에는 잘 안 들어가는데... 그럼 새끼 손가락에...
“으아아아악!”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8&WTV1471013=200925498&WTV1392781=25700719&WTV1357910=273489&WTV1357911=2336343&WTV246810=86&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9. 재회&WTV9172643=내 비명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랑스?”
“장난. 푸하하하핫!”
“늬미! 죽어!”
데미안이 발검하려 했고, 베이카논이 권총을 꺼내들려 했으나 흉내만 내고 피식 웃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페르시아스만 표정이 밝아졌고 미칠 듯 기뻐하는 분위기가 되며 허공을 춤추었다. 내 눈의 착각인가? 페르시아스의 몸이 예전보다 반짝이는 것 같다. 반지를 도로 빼려고 하자 페르시아스가 내 행동을 저지하며 입을 열었다.
‘주인님! 그 반지 빼지 말고 정령 좀 부려봐요!“
“정령은? 여기서? 뭐로 부를까?”
‘아무 거나요.’
거의 녹초가 되어버린 에이미를 바라보았다.
“에이미? 물 마실래?”
“응? 아... 저번처럼? 그래.”
컵이 없었기 때문에 에이미는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난 조용히 운디네를 부르기 시작했다. 베이카논과 쿡은 내가 부리는 정령술을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신기한 눈빛을 머금고 침묵을 지켰다.
“청명의 운디네. 마른 땅에 생명을 줘. 에이미가 목말라 죽겠데.”
이거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힘이 무진장 많이 들어간다. 에이미의 모은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힘을 집중시켰다. 이렇게 하면 에이미의 모은 손안에 마실 수 있을 만큼의 맑은 물이 쪼르륵 생겨난다. 참고로 말하지만 아까 오우거를 넘어트릴 때 바닥을 젖게 만들었던 물의 양은 목숨을 담보로 모든 힘을 짜내었다는 걸 밝혀두겠다. 어쨌든 페르시아스가 반짝였고, 내가 불러낸 운디네가 호응했다.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도 색이 좀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이 만들어 졌다.
촤아아아아아악!
“으에으에! 아푸! 아푸! 으아!”
“헥?”
“흐어어?”
에이미의 머리 위를 뒤 덮으며 엄청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페르시아스의 목소리가 밝게 울렸다.
‘호호호호호 진짜야! 정령의 반지를 찾았어! 호호호호!’
- - - - - 해적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