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 (11/28)

- 진지하게 폭참달립니다. -

- 비축분 따윈 없습니다. -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0&WTV1471013=134886134&WTV1392781=25582491&WTV1357910=273489&WTV1357911=2325623&WTV246810=58&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7. 정령왕&WTV9172643=- 쿵! 쿵 -

“무슨 소리지?”

우리가 달리는 앞쪽에서 거대한 울림이 들렸다. 잠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 까마귀 크라샤가 입을 열었다.

“넷은 되는 것 같은데... 레이하이딘 형님만큼 거대한 놈들 같아. 한둘도 아니고...”

삼백 살 먹은 녀석이 레이하이딘 보고는 형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크라샤가 미덥지 못해 미심적인 눈초리로 놈을 쳐다보았지만 레이하이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의 말이니 믿을 만하지. 일반 사람보다 스무 배는 시청각이 뛰어나. 저놈 눈을 감고도 화살을 쏴도 표정을 정확히 맞출걸.”

레이의 설명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든 걸 알 것 같은 카시아와 서리하 조차 지금 들려온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원래 지금쯤이라면 자기 자랑을 해야 마땅할 크라샤였지만 그의 얼굴엔 사뭇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그가 이어 입을 열었다.

“제기랄... 트롤이다!”

“뭐... 뭐라고?”

통로를 가로지르는 내 앞으로 무언가 반짝이며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위협이 느껴져 재빨리 발검하며 그것을 강하게 쳐 냈는데 역시 앞에서 다가오는 놈들이 창을 던진 것이다! 창을 막아낸 오른손이 쩌르릉 울린다.

“모두 조심해!”

-크아아아아아아앙! -

“까악!”

로리안이 눈을 크게 뜨며 소스라쳤다. 쿵쿵 달려온 거대한 형상이 로리안을 짓뭉개 버릴 듯 발을 들어 올렸고, 그 앞을 카시아가 막아서며 트롤의 발목을 베었다. 이어 카시아는 후려치는 주먹을 피하려 로리안의 허리를 잡고 뒤로 날아올랐다. - 쾅! -

슈슈슈슈슉! 파파팍!

크라샤의 네 개의 화살이 트롤의 목에 일직선을 이루며 통렬하게 박혔다. 서리하는 잠시 경직된 트롤의 등을 제비처럼 밝고 올라 놈의 목에 검을 찔렀다.

“잡았다!”

빠득빠득... 쨍그랑! 트롤의 목이 얼어붙으며 이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이미 레이하이딘은 무기를 꺼내들 시간도 없이 트롤의 손을 맞잡으며 힘을 겨루고 있었고, 또 레이하이딘의 등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주먹을 휘둘렀다. 아차 싶어 달려 나갔지만 레이하이딘의 몸 주변에서 투명한 막이 형성되며 트롤의 주먹을 튕겨냈다. 또 다시 트롤의 주먹이 휘둘러졌는데 이번엔 아쉽게도 레이하이딘의 허리가 꺽이며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안 그래도 달려들고 있는 중이라 트롤의 공격은 이어지지 못했다. 레이의 등을 노리는 놈의 팔을 잡았다.

- 끄르르르릉! -

“으아...!”

닭 벼슬처럼 나 있는 붉은 갈기털, 아니 머리카락인가 보다. 그리고 키는 나보다 두 배는 큰 것 같다. 놈의 팔을 잡은 건 당연히 내가 왼팔을 높게 뻗어서 잡은 것이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주둥이와 그런 입 끝에 늘어진 송곳니는 더 없이 끔찍하다. 나를 내려 보는 눈동자는 그야말로 핏대가 서서 피가 뚝뚝 흘러내릴 것처럼 충혈 되었는데 그 중심에 동공이라고 해야 할 그것이 초점 없이 흔들렸다.

젠장! 진짜 몬스터군. 훅스턴과 보물을 찾으러 다닐 때 간간히 마주치긴 했지만 기껏해야 오크라는 돼지 같은 놈들과 고블린이라는 녹색 괴물이었는데 이건 뭐... 그야 말로 괴수 급이잖아! 이것도 훅스턴이 부리는 부하인가? 하하... 훅스턴.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왼손으로 움켜잡은 놈의 팔, 어찌나 힘이 강한지 OPG를 낀 상태로도 심각한 압박이 느껴졌다. 힘을 더욱 줘 놈을 넘어트리려 했지만 그럴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놈의 오른 주먹이 날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초의 냄새를 풍기는 원시적인 트롤 녀석! 멋진 해적의 검술을 보여주지. 

“하앗!”

왼손으론 놈의 팔을 꽉 잡고 있었고, 날 향해 휘둘러지는 주먹에는 롱소드로 대응했다. 놈의 잘려나간 팔이 허공을 날아올랐다.

- 끼아악! -

생각보다 엄살이 심하군. 내가 붙잡은 왼팔을 벗어나려 요동쳤다. 하지만 내 왼팔이 보통 팔인가? 바로 오우거의 팔이나 다름없단다. 

“이얏!”

왼손으로 잡은 팔을 또 다시 잘라버렸다. 양팔이 잘려나간 그놈은 펄쩍 뛰어 달아나려 뒤돌아섰고, 나는 당장 놈의 등 뒤로 검을 뻗었다.

“죽어라 원시인아!”

“랑스 조심해!”

“어엇!?”

퍽 - 

크윽... 아파라...! 젠장 뭐야! 분명 양팔을 잘라냈는데? 뒤로 돌아섰던 트롤 놈이 내 검을 슬쩍 피하고 기습적인 일격을 날렸다. 다름 아닌 한차례 잘라낸 오른팔이 멀쩡히 붙어있었다.

“뭐... 뭐야 이거...!?”

트롤을 크르르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왼팔을 들어올렸다. 놈의 잘려나간 상처부위에는 놀랍게도 거품이 보그르르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곳에 잘려진 팔을 끼워 넣자 무슨 부품을 조립 하는 것 마냥 팔이 붙어버렸다.

“뭐 이런 황당한! 불사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이하이딘은 여전히 처음에 붙었던 한 놈과 아직 겨루고 있고, 나머지 일행은 또 다시 추가된 트롤과 맞서고 있었다. 로리안만 전의를 상실하고 뒤로 물러나 있었다. 분명 처음 목이 잘려나간 트롤은 움직임이 없었다. 내 상황을 눈치 챈 카시아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랑스! 목! 트롤은 재생능력이 있어! 목을 잘라야 돼!”

“아! 역... 우앗!”

고개를 끄덕일 틈도 없이 몸을 옆으로 날렸다. 트롤의 주먹이 벽을 후려쳤다. - 쾅! -

잠시 거리를 벌렸다. 머리를 쳐야한다고? 미친... 내 키가 좀 컸다면 쉬웠을 텐데... 뭐 어쨌든 놈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까처럼 양팔만 잘라버리면 수월하겠지.

“하앗!”

- 쨍! -

큭! 놈! 놀랍게도 트롤은 내가 검을 고쳐들자 바닥에 떨어진 창을 집어 들어서 내게 던졌다.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휘리릭 휘둘러 쳐내고, 바로 달려들려고 했으나 놈은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와 발로 나의 복부를 강타했다. 

“큭...!”

뒤로 주루룩 밀려나는 찰라 왼손가락을 땅속으로 찔러 넣으며 밀려나는 것을 멈췄다. 역시 놈의 발이 또 다시 뻗어온다. 풋, 노리고 있었어 트롤!

“죽엇!”

- 펑! -

“어?”

- 퍼퍼펑! 쾅! 퍼퍼펑! -

갑자기 우리들과 싸우는 트롤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걸 뭐라고 말해야하나... 이건 마치...

“얀스!?”

얀스가 아니었다. 

“로... 로리안...!”

로리안의 손에 조그마한 조약돌이 들려있었다. 그것을 가지고 우리와 싸우고 있는 트롤들을 향해 집어 던지고 있는 것이다. 얀스... 그녀가 언젠가 나와 싸울 때 다루었던 연금술사들의 폭약!

- 끼에에에에에엑! -

“빨리 죽여요!”

“고마워 로리안!”

몸부림치는 트롤의 목을 치려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트롤의 몸은 불에 매우 약한 것인지 온몸에 기름이라도 뿌린 것처럼 불이 번져 나가며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털썩 쓰러져 버린 것이다. 검을 거두며 다가온 카시아가 입을 열었다.

“트롤은 불에 태워죽이거나 목을 잘라야 재생이 안 돼. 불에 매우 약한 몬스터인데... 고마워요 로리안.”

“뭐, 뭘요... 저는 무서워서...”

수줍게 말하는 로리안이었다. 로리안의 곁에서 브이자를 만들어 보이는 크라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만들어 줬지. 흐흐흣. 로리안의 잡혀간 스승이 사용했던 거라며 내게 폭염의 룬 한 개를 가져오길래 몇 개 만들어 주었어. 전에도 말했다 시피 난 연금술에 상당한 조예가 있거든. 하하핫.”

“그랬군.”

“근데 전부 다 던져버렸어요...”

“괜찮아요. 덕분에 쉽게 이길 수 있었으니까.”

폭염의 룬이라... 역시 그랬군. 레이하이딘이 가슴을 쿵쿵 치며 기쁘게 소리쳤다.

“하하핫! 오스만 놈의 갑옷은 정말 좋군! 연속방어가 안 된다는 것이 문제지만 맞아도 별로 타격이 없어. 와하핫! 해머를 꺼내려다가 재미있게 보여서 일부러 힘 대결을 했지! 하하하하핫!”

나만 힘겨웠나보다.

“긴장하지 마 랑스.”

“카시아...”

“네 몸이 너무 경직돼 보여. 이놈들 그리 강한 놈들이 아니었어.”

“그런가요...”

잠시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던 카시아가 뒤돌아 발을 뻗었다. 그리고 그 발에 맞춰 모두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헥헥... 젠장. 미치도록 긴 통로구나. 뒤따라오는 시르케와는 점점 거리가 벌어지겠군. 이윽고 연병장처럼 넓은 공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천정이 까마득히 높은 공간이라 도중에 짙은 어둠이 가로 막고 있었다. 벽면에는 횃불들이 밝게 타오르고 있었고 중심에는...

“훅스턴이야...”

“세이버스...”

“키리우스도 있군요.”

“오오옷 저 섹시한 누님은 누구인가요?”

“인큐니아라는 악마에요.”

나만 빼고 모두가 나름대로 중얼거렸다. 놈들은 뒤돌아 서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엔 일렁이는 거울 같은 것이 있었는데 언 듯 보면 거울처럼 생겼지만 반사율이 업었고, 물결처럼 일렁이는 것으로 봐선 범상치 않은 것임에 틀림없다. 조용히 놈을 불렀다.

“훅스턴...”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0&WTV1471013=137211875&WTV1392781=25582524&WTV1357910=273489&WTV1357911=2325625&WTV246810=59&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7. 정령왕&WTV9172643=커다란 커세어를 뒤집어쓰고 짙은 빛깔의 긴 가죽코트가 종아리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동안 개성이 많이 발전했는지 긴흑발을 카시아처럼 늘어트리고 있었다. 요즘 출세해서 무언가 굉장히 좋은 비누를 쓰고있나보다. 빌어먹을 자식! 대답하라고!

“훅스터어언!”

내 목소리가 넓은 홀을 쩌렁쩌렁 울렸다. 메아리가 그치자 피식...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이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오오오호! 랑스구나! 안본사이 왜 그렇게 많이 컷냐? 와하하하핫!”

녀석이 출세했다고 없던 눈알이 생긴 건 아니었다. 복장은 매우 산듯해 졌지만 한쪽 눈을 상실한, 내가 기억하는 얼굴 그대로였다. 무언보다 빌어먹을 것은 말투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 하루가 지난 것처럼 반갑고 평범한 그런 것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눈물이 핑 돌아버릴 것 같다. 이제야 놈을 죽일 수 있으니까! - 빠드드드득 -

“랑스, 침착해.”

“알아요. 카시아도 조심해요.”

“풋... 당연하지.”

모든 건 침착한데 내 심장만 미쳐있다. 훅스턴 놈이 천천히 우리일행을 둘러보았다.

“오호오오오오. 그토록 찾던 왕가의 후손 아닙니까! 이름이 뭐였더라... 서리하 폰 에수메랄다? 맞지요? 멀리서 보고 있지만 상당히 예쁘군요. 흐흐흣! 그리고 카시아... 너도 상당히 예뻐졌구나.”

“닥쳐. 널 보라고 꾸민 외모가 아니니까.”

“오호? 떡대 레이? 너까지 왔어? 쿡하고 베이카논만 있더라면 반창회라도 열어도 되겠군... 하하하하!”

“훅스턴, 하하핫! 그래, 내 망치찜질이 그리웠느냐! 이번엔 대갈통을 찜질해줄테니 각오해 하하하핫!”

넓은 홀, 그들과 우린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워낙 조용하고 작은 소리에도 공간이 메아리쳤기 때문에 적들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세이버스가 훅스턴을 재촉하는 것 같다.

“훅스턴! 시간이 없어요. 어서 들어가죠?”

“아니, 시간은 충분하다. 간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좀 놀아주고 싶은데?”

“그런...”

키리우스가 하얀이를 머금으며 서리하를 노려보았다.

“크크크크... 왕녀... 내 성을 아주 아작을 냈더군.”

“멀리 도망가라고 했을 텐데요?”

“도망가고 있는데 쫓아온 것 아니오? 그토록 내가 보고 싶었소? 크크큭...”

“이번엔 더욱 멀리 보내드리려고 왔어요. 몸과 머리를 양분해서 각각 다른 곳으로 보내드리죠.”

서리하가 한설을 뽑아들며 키리우스를 겨냥했다. 그러자 요염한 여인의 신음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 아항... 항! 아항...... 항... -

제기랄 인큐니아...!

“귀를 막아!”

여인들은 내가 소리지르자 멀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고, 나와 레디하이딘은 남자의 본능이 미친 듯 솟아오르는지 눈동자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인큐니아를 향해 한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끼아아!”

“악마라... 섹시한 여자인줄 알았더니 나보다 더한 종족이 여기 있었군.”

놀랍게도 남자인 크라샤가 당긴 화살이었다. 놀랍게도 화살이 박힌 인큐니아의 몸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어느 때와 달리 인큐니아는 도망가질 않았다. 어쩌면 놈의 본체일지도 모른다!

경악한 인큐니아가 크라샤를 노려보았다.

“너... 너... 뭐냐? 엘프?”

“그래. 난 대지에 홀로 남은 위대한 엘프족 전사다!”

“아무리 엘프라지만 어떻게... 어떻게 내 현혹에 통하지 않는 거냐!”

크라샤는 허연이를 드러내며 비열하게 웃을 뿐이었다. 한참 크라샤를 노려보던 인큐니아는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큰 날개를 펼치며 잠시 경계하는 것 같더니 이내 뭔가 알았다는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

“알았다! 너 너! 네 정체는! 평범한 남자 엘프가 아니었다!”

“그래. 난 드로우...”

“넌 남자처럼 생긴 여자 엘프였어!”

푸하하하핫! 무거운 분위기에서 키득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납작하고 어깨가 넓었으며 수염 깍은 흔적까지 나있는 비운의 여자엘프, 크라샤 크로우. 벗겨보면 남성의 생식기까지 달려있을 비운의 드로우 엘프의 표정은 그야말로 말라 삐틀어진 오징어와 다를 바 없다.

“닥쳐라 요녀야! 난 너와 성향이 같은 드로우 엘프라서 현혹에 안 걸리는 거지 미친! 이 박쥐같은 년아!”

“그러면 그런 거지 어디다 박쥐 취급하는 거냐! 너 정액을 모조리 빨아먹어버려서 고자로 만들어 버릴 테다!”

“내가 고자가 되기 전에 네 생식기를 말의 그거... $%25^@$%26%25^%[email protected]$#%25$”

“뭐? 이 개x끼 씨@# !@#%$$%@#$%^%^^%26%$@#$! 썅!"

- 스르르릉 -

요란한 분위기를 잠재우는 서늘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훅스턴이 검을 뽑아든 것이다. 나 또한 그에 맞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 나섰다. 검을 뽑아 들었다. 

“후후후... 모두 닥치고 끼어들지 말아라. 난 내가 한때 총애했던 부하 놈과 즐겁게 놀아줘야겠으니까."

“모두 들었지? 내가 훅스턴 놈을 끌고 갈게. 모두 돌아가서 포상 받을 준비나 해.” 

그래. 훅스턴... 드디어 만났구나.

“날 쫓아오느라 고생이 많았겠군. 랑스.”

“......얀스는 어디다 가뒀어?”

“얀스? 아! 그 단발머리 귀여운 여자애 말이군?”

“그래.”

“크크크... 꽤 괜찮은 여자를 보내줘서 고맙다 랑스... 선원들끼리 돌아가면서 맛 좀 봤지. 단체로도 즐겼고 말이야. 크크크... 네 이름을 부르면서 시끄럽게도 앙앙대더군. 지금쯤 물고기들의 뱃속에서 소화되어 가고 있겠지. 크크크큭!”

“죽어!”

- 까아아아아앙! -

발검술 다음으로 빠른 동작은 팔꿈치를 튕기는 찌르기다. 검끝이 서로 맞닿았다. 똑같은 동작으로 놈이 대응하는 것이다. 

- 까앙! 까앙! 까앙! 까아아앙! -

검을 잡은 손바닥이 쩌르릉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압도적인 차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간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오오! 랑스 잘한다! 이겨라!”

“닥쳐! 훅스턴이 분명 이긴다!”

“웃기시네. 랑스는 요즘 해산물 몬스터가 되었다고!”

“뭐? 그게 뭐냐! 해산물 몬스터라면 우리가 소환한 옥토퍼스가 있다!”

“큭... 그거 너희들이 소환한거냐?”

큭! 녀석들의 말에 귀 기울이다 훅스턴의 검 끝이 따끔하게 코끝을 스쳤다. 잡생각은 하지 말자! 

“하앗!”

채채채채챙! 채채챙!

이길 수 있다. 아직 난 왼손을 쓰지 않았어! 놈의 하단을 노렸다. 숙여지는 놈의 상체. 검이 맞물리며 교차됐다. 조금 더 깊숙이 상체를 밀어 넣으며 실수한 것처럼 앞으로 헛걸음질 쳤다. 조금 위험하지만 가슴을 무방비 상태로 내밀었다. 역시 놈의 검은 지체하지 않고 가슴을 노려왔다. 놈이 잡은 거의 손잡이가 내 손에 닿을 거리. 도박이다!

결국 나의 왼손은 검을 움켜쥔 놈의 손을 콱 잡았다. 

“으읏! 큭! 뭐...!”

“하... 훅스턴 제가 이겼어요.”

“뭐...!”

- 핑그르르르르르 - 

됐다! 이겼다. 뒤에서 소란스럽게 떠들던 일행들조차 일순간 침묵을 지켰다. 핑그르르 허공위로 날아오른 검이 바닥에 쨍그랑 떨어졌다.

“하아... 하아... 이겼다...”

“후후후후... 잼있는 아티팩트를 얻었구나 랑스...”

검을 떨어트린 놈은 놀랍게도 침착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뒷주머니에서 검은 장갑을 꺼내 들었다. 뭐... 뭐!?

“공교롭게도 다른 한 짝은 네 녀석이 갖고 있었구나... 하하... 정말 네 놈은 나를 닮았어.”

오른손에 끼는 훅스턴의 장갑을 나의 뇌가 접수하며 정체성을 확인하기 전에 뒤쪽에 서 있던 일행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OPG!"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1&WTV1471013=139537620&WTV1392781=25582557&WTV1357910=273489&WTV1357911=2325627&WTV246810=60&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7. 정령왕&WTV9172643=평소 왼손에 낀 OPG를 바라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만약 이 OPG의 다른 짝이 있고, 그 오른쪽 OPG를 낀 상대가 있다면 그는 천하 제일이라고, 오른쪽 OPG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며 평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 나의 바램은 지금 산산히 흩어졌다. 없어야할 물건이라 생각한 그것을 지닌 상대는 바로 훅스턴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놈에겐 지금 검이 없다. 침착하자 랑스! 네가 이겼어... 침착해!

“미안하지만 내 검은 두 개란다.”

“뭐어...!?”

놈의 허리엔 검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놈이 허리에 손을 뻗자 화사하게 빛나는 검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 검은 에고소드라는 마법검이다. 스스로 자아가 있어 주인의 요구에 맞춰 마법을 부릴 수 있지. 평상시에는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인비저빌리티라는 마법을 걸어두고 있었다.”

놀라운 광경을 보던 일행들이 소리쳤다.

“젠장 훅스턴 녀석! 별것을 다 가지고 있군!”

“조심해! 마법검이야 랑스!”

오른쪽 OPG와 마법검, 놈이 한차례 발검을 했다. 절대 오른손만으론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며 막았다. 막았다. 그런데... - 챙! 핑핑핑... 쨍그랑! -

내 검이 부러졌다.

“랑스 조심해!”

-까까까강! -

멍청하게 서있는 내 앞을 막아서는 서리하. 그녀의 한설검이 놈의 마법검과 격렬하게 마주쳤다. 훅스턴이 휘두르는 잔영이 남아 검의 궤도를 어지럽혔다. 서리하가 신기에 가까운 검술로 물결치는 놈의 마법검을 또 다시 막아냈지만 OPG의 위력에 뒤로 멀리 튕겨져나갔다.

“랑스 일단 뒤로!”

슈슈슉! 이번엔 카시아의 독침이 날아들었고, 훅스턴은 매번 겪어서 다 알고 있다는 투로 휙휙 쳐냈다. 이어 레이하이딘이 쿵쿵거리며 달려들었고, 크라샤가 내 등 뒤를 잡아끌었다.

“야! 멍청하게 뭐해! 이길 수 없으면 일단 피하고 봐! 시르케와 병력들이 곧 온다고!”

“아... 얀스가... 얀스가... 죽었데...”

“멍청아! 그게 문제야? 일단 살라고! 모두 덤비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뭐야 너 가슴이 언제... 그렇게...”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레이하이딘과 엄청난 거구가 뒤엉겨 바닥을 뒹굴었다. 모두가 경악하며 소리 질렀다.

“오스만!”

오스만의 뒤편엔 세이버스가 가부좌를 틀어 앉고 있었다. 시르케가 말하길 세이버스는 죽은 자를 살려내는 네크로맨서라고 말했다. 틀림없었다. 저년이 이미 죽어버린 오스만의 시체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하아아아앙! 하앙! 하아앙!”

인큐니아가 하늘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손에서 기묘한 보라색 연기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크라샤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독구름이야! 저것에 닿지 않게 모두 조심해! 로리안! 랑스 좀!”

크라샤가 인큐니아를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로리안의 다급히 뛰어와 내 가슴을 콱 눌렀다. 뭐야 로리안이 다치기라도 했나? 로리안의 양손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로리안은 자신의 옷을 찢어 내 가슴을 자꾸 압박했다. 아... 그러고 보니 가슴이 좀 아픈 것 같기도 하네... 

“크크크... 아가씨 죽여주겠소!”

키리우스가 비겁하게 로리안의 등 뒤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카시아가 이를 악물며 놈의 검을 후려쳤다. 서리하는 훅스턴과 엄청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근처의 바닥에 하얀 서리가 낄 정도로 차가운 한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제길... 검이 부러졌다. 훅스턴이 눈앞에 있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잖아! 

“움직이지 마요 랑스! 일단 상처 좀...!”

아! 그랬군, 내가 상처를 입었었구나.

“으아아악!”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엄청난 통증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가슴을 내려다보니 흉측할 정도로 상처가 벌어져 있었지만 다행히 뼈나 심장은 다치지 않은 것 같다. 으으윽...

“로리안 이것을 랑스에게 뿌려줘!”

“네!”

인큐니아와 겨루던 크라샤가 붉은 약병을 로리안에게 집어 던졌고, 로리안은 그것을 열어 내 상처부위에 쏟아 부었다. 

-치이이익 -

“으아악! 크으으으으!”

“참아요. 랑스!”

가슴에 난 상처가 트롤이 상처를 재생시켰던 것처럼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통증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고마워 로리안! 크윽...”

놀랍게도 피가 멎고 상처가 상당히 아물었지만 완치가 된 건 아니었다. 겨우 일어섰지만 검을 들어올리기 힘들다. 아니 검조차 부러져서 반 토막이 나버린 상태론 싸울 수 없다. 훅스턴을 분하도록 노려볼 뿐이다. 놈은 난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서리하의 검에만 시선을 고정시켰다.

“왕녀, 굉장한 검이군요. 그 검이 오디세우스 왕가의 보검이라는 것입니까? 이럴 줄 알았다면 먼저 그것을 탈취하는 것이었는데... 하하하하.”

“물어볼게요. 그때 복면 쓴 사람... 당신이 맞나요?”

“호오? 아직도 눈치 못 챘군요. 키리우스와 세이버스를 시켜 당신의 왕국을 침략한 것, 왕궁의 뒷길에서 도주하던 당신의 가족들을 몰살시킨 것은 내가 한 일이 맞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필사적으로 보호하고 살려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귀찮아 졌군요. 무리해서라도 당신을 죽였어야 했는데...”

“역시 당신의 계획은...”

“눈치채지 않았소? 모든 나라를 지배하는 대륙의 황제가 될 것이오. 하하하하하...”

채재재재쟁! 서리하의 검이 더욱 광포한 눈보라처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막아내는 훅스턴은 인간의 검술을 초월한 정도였다. 아니, 역시 OPG의 힘과 마법검이 있었다.

“로리안 검을 빌려줘...”

“랑스... 하지만...”

“직접 놈과 부딪혀 싸우려는 게 아니야. 난 해적이니까...”

로리안의 허리에 찬 레이피어를 집어 들었다. 끝이 뾰족해서 집어 던지기 안성맞춤이다. 이봐 훅스턴... 나를 무시했다 이거지? 레이피어 검날의 중심을 왼손으로 콱 잡고 창을 던지듯 자세를 잡았다. 왼팔을 뒤로 길게 잡아당긴 탓에 아물었던 상처가 갈라지며 다시 피가 튀겼지만 아드득 이를 깨물며 훅스턴에게 조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쳤다.

“서리하! 피해요!”

서리하는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상태로 맞닿은 훅스턴의 검의 반동을 이용하여 뒤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난 그 틈을 노리며 필사적으로 검을 집어 던졌다. 오스만에게도 통하지 않았던 공격, 애초에 오우거의 힘을 가진 훅스턴에게도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놈의 목숨을 노리기보다 작은 보복을 결심했다.

- 까아아앙! -

막았구나! 이어서 던졌다.

“크윽!”

놈의 옆구리에 피가 젖기 시작했다. 놈이 옆구리를 스치고 날아간 부러진 검 날이 벽에 튕겨 쨍그랑 떨어졌다.

“야이 망할 랑스 놈아! 애비같은 나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냐!”

“하하... 맞췄다... 빌어먹을 훅스턴... 메롱이다. 하... 하...”

“훅스턴!”

나를 털석 쓰러져 버렸고, 인큐니아와 키리우스는 상처 입은 훅스턴에게 황급히 달려와 보호하듯 애워 쌌다. 쿵쾅거리며 격렬히 바닥에 뒹구는 오스만와 레이하이딘은 아직도 짐승처럼 엉겨 붙어 격렬히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어찌됐든 움직이는 시체를 대상으로 마법갑주를 입고 또 사고할 수 있는 레이하이딘이 우세한 것 같았다.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던 세이버스도 씨익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헉헉...”

나를 부축하는 카시아와 로리안, 레이하이딘을 제외한모든 일행들이 앞에서 있는 적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우리들의 뒤편에서 엄청난 인원들이 우르르르 몰려들었다.

“우와 훅스턴이다!”

“저 날개달린 섹시한 여자는 누구지?”

“헥헥... 저년 잡았으면 좋겠다. 흐흐"

뒤늦게 도착한, 적을 마주한 칠백 명의 선원들이 소란스럽다. 힘껏 뛰어 왔는지 거친 숨을 몰아쉰 시르케가 소리쳤다.

“어엇!? 인큐니아다! 뭐야... 저 한쪽 눈 없는... 저, 저게 훅스턴!? 뭐야! 오른쪽 OPG잖아! 거기다 마법검이야... 히야...”

세이버스가 훅스턴에게 속삭였다.

“이만 가요 훅스턴... 당신도 다쳤고...”

“그렇군.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니 어쩔 수 없겠는데... 아야 옆구리야... 빌어먹을 랑스놈!”

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31&WTV1471013=141867090&WTV1392781=25583261&WTV1357910=273489&WTV1357911=2325690&WTV246810=61&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7. 정령왕&WTV9172643=훅스턴은 내가 상처를 입힌 옆구리를 움켜쥐며 남아있는 한쪽 눈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저 눈동자를 볼 때마다 표한 기분이 든다. 왜 나와 눈동자 색이 같은 것일까. 또 내 이름은 왜 랑스 클란츠인가. 클란츠란 성은 누구의 것인가? 나는 원래 성을 가진 부모가 있었던 것인가...

이 순간 그의 눈빛이 서글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가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크라샤가 멈춰! 라고 소리치며 화살을 당겼지만 인큐니아가 날개를 펼쳐 화살을 튕겨내었다.

“드로우 엘프, 나중엔 반드시 네 정액을 뽑아 먹겠어... 하아앙...”

“[email protected]#%25$$$#@#$”

크라샤의 욕설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 놈들은 일렁이는 거울 속으로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가 소리쳤다.

“모두 쫓아가!”

서리하가 조용히 내 어깨를 잡았다.

“일단 네 상처부터 치료하고. 시체도 처리하고...”

오스만과 엉겨 붙은 레이하이딘을 보았다. 그가 처한 상황도 마무리 되었다. 오스만을 바닥에 짓누른 채 거대한 망치로 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고 아직 썩지 않아 붉은 피와 징그러운 뇌수가 흘러나왔다. 그 광경을 보며 로리안은 비명을, 모두는 고개를 돌렸다.

- - - - - 해적 - - - - -

미모의 여인들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으며 상처에 붕대가 감아졌다. 그 심각한 상처가 이토록 나아질 수 있는 것은 역시 크라샤가 주었던 붉은액체의 효과가 가장 컸는데. 그것은 신전에서만 만들 수 있는 회복포션 이라는 거란다. 신전에서도 한 달 주기로 생산이 가능할뿐더러 보통 집한 채 값은 족히 한다고 하니 엄청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녀석은 그러한 회복포션을 두어 병 더 가지고 있는 걸로 밝혀졌는데 놀라운 건 놈은 그것을 모조리 훔쳤다는 점에 있다. 

칠백여명의 선원들이 모두 둘러앉아 카드놀이며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고, 우리들은 훅스턴이 달아난 일렁이는 거울 앞에서 자뭇 심각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거울같이 울렁이는 공간이 다른 곳이랑 이어지는 전이의 문이라는 말이지?”

내 말에 시르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틀림없어. 훅스턴은 이곳을 통해 어디론가 달아난 것 같은데... 우리가 이곳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녀석과 똑같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해. 나도 마녀지만 이 지역은 정말 독특해... 나도 처음 보는 마법들 투성이라서...”

“그래도 어쩔 수 없겠어요. 밖으로 나가려면 이만 저만 고생도 아닐뿐더러... 옥토퍼스가...”

서리하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새하게 질렸다. 

“젠장... 훅스턴 놈!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 길래 그런 괴수를 부리는 거야?”

레이하이딘이 자신의 거대한 망치를 쓰다듬으며 투덜거렸다. 이제야 알고 보니 그의 망치는 해적왕으로 임명될 때에 얻어진 것이라 한다. 특별한 기능이 없는 것 같아서 물어봤는데 레이하이딘은 망치를 나의 오른손에 쥐어주는 것이다. 엄청 무거울 줄 알고 왼손으로 바꿔 들었지만 놀랍게도 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아 왼손만 엉거주춤 들어 올려졌다. 무게가 없으면서도 물리적인 마찰이 이루어질 땐 원래 갖고 있던 무게가 고스란히 발휘된다. 그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평소 무거운 둔기로 적을 휘둘렀을 때 무거운 무게 때문에 가속이 생겨 방향을 틀기가 상당히 애매해진다. 그러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단점을 줄일 수 있으며, 더군다나 대단한 힘을 가진 레이하이딘이기 때문에 무게가 없는 장점은 더욱 부각이 된다.

“놈은 왜 이곳을 찾아 왔을까? 보아하니 우리가 이곳까지 쫓아올 거란 것도 모르고 있던 것 같던데...”

“그러게요. 만약 우리가 이곳을 찾아올 거란 걸 알았다면 병력을 데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겠죠. 물론 밖에는 옥토퍼스가 있긴 하지만...”

카시아의 말에 서리하가 호응했고, 우리들 모두 그 점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많은 말이 오갔고 결국 눈앞에 일렁이는 전이의 문을 통해서 어디론가 가고자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우린 당연히 저 안으로 들어간다는 합의를 보았지만 시르케의 말대로라면 모두 엉뚱한 곳으로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도 앞섰다.

“놈들이 왜 병력들을 일부러 끌고 오지 않았는지 알겠어. 많은 수를 데려와도 뿔뿔히 흩어질 테니까... 그들은 적은 숫자니 세이버스라는 년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 그들은 모두 한 지점을 향해 이동했을 거야.”

“시르케 넌 그렇게 못하는 거야?”

“할 수야 있지! 그런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마법이란 것도 대상을 확인하고 참고해서 연구를 하는 거야. 세이버스라는 년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을 찾아다니며 전이의 문에 휘둘리지 않는 보호 주문을 만들었겠지.”

“방법이 없네. 모두 들어가자. 놈을 만나면 죽거나 죽이면 되는 거고, 못 만나면 랑스 말대로 동쪽 섬으로 향하면 그만이니까. 선원들에게도 알려.”

“그래. 만약 이상한 곳으로 전이된다면 모두 핏빛 해적단에게로 가있으면 되니까.”

“그래.”

“가자.”

모두가 천천히 전이의 문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레이하이딘이 가장 먼저 앞장섰고, 다음은 크라샤와 시르케, 다음으론 수많은 선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전이의 문안으로 들어간 이후로 그가 어디로 갔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알 수 없을 고요한 침묵만 이어졌다. 마침내 대열의 끝이 다가왔다. 로리안과 서리하가 들어갔고 남은 건 나와 카시아였다. 그가 걸음을 옮기려 할 때 그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

“랑스... 안 들어가?”

“아... 잠시만요...”

“왜?”

“그러니까... 카시아.”

“응?”

“보고 싶었어요.”

“풋... 애가 새삼스럽게 왜 이래? 내 장난이 그리웠구나? 호호호. 그럼 아무도 없는데 덮쳐줄까?”

“그게 아니고 정말 보고 싶었다고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붙잡은 카시아의 손목에 약간 힘을 주자 그녀도 더 이상 내 말이 장난이 아닌 줄 눈치 챘고 웃음을 거뒀다. 그러나 그녀는 무심하게도 뒤돌아섰다.

“가자...”

“카시아...”

그녀의 이름을 또 다시 부르자 뒤돌아서는 걸음이 잠시 멈춰졌다. 그리고 그녀도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랑스...”

“네?”

“너 며칠사이에 굉장히 많이 변했구나?”

“어떻게요?”

“이젠 더 이상 순수해보이지 않아... 너무 많이 변했어...”

더 이상 물어보려 해도 긍정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아니, 이봐요 카시아...! 그 말은...

“이젠 네가 예전처럼 좋지 않아.”

번개처럼 내 머리를 강타하는 그녀의 목소리 땜에 현기증이 핑하고 돌았다. 아... 어질어질해. 

다시 눈을 들었을 때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까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어지러운 머리를 애써 손으로 받힌 후 전이의 문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파앗 -

- - - - - 해적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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