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여 이후로 시르케와의 격렬한 정사가 밤마다 지속되었다. 시르케의 투옥 기간은 모두 끝이 난지라 그녀는 지금 내가 거하는 방에 함께 머물러 있다. 벌써 이런지 사흘째구나. 둘 다 그곳이 완전히 헐어버릴 것 같아.
내 몸 위에서 스스로 격렬하게 삽입하던 시르케가 절정에 달았는지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하으윽! 하으윽! 좋아! 랑스! 너무 좋아! 흐아아아아항!
“나! 나온다 시르케! 하으으윽!”
내방에 있는 거울에서 우리의 결합된 성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르케는 어찌나 흥분하여 애액을 많이 분출했는지 내 것에 흘러내린 우유빛 액체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속살을 마찰시키며 뽑아내자 뽕하는 높은 음이 악기처럼 울렸다.
- 주루루루룩-
“하아... 하아... 하아...”
이미 노란 달이 뜬 늦은 시간이다. 그대로 뻗어버려서 잠이 들어버리는 시르케였다.
얀스는 사흘째 잠잠하고, 선원들은 지하 2층에 투옥된 여인들과 도시의 집창촌을 거닐며 마음껏 즐기기 시작했다. 로리안과 에랄다도 간만에 찾아온 도시인지라 지극히 고급스런 옷을 사 입어서 누가 봐도 귀족이다라는 면모를 과시했다. 다행히도 서리하는 떠나지 않고 성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았고, 키리우스의 서재에서 무언가를 마구 뒤졌는데 무엇을 하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다름 아닌 내가 찾는 훅스턴의 행방을 그녀도 찾는 것이었다. 좀 더 진지하게 그녀와 마주 앉아 대화를 해보았는데 오래전 오디세이아의 왕가에서 반역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로인하여 서리하의 모든 가족들은 몰살당하고, 그녀는 왕궁의 보물 창고에서 한설이라는 마법검만을 훔쳐 이곳까지 달아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건에 키리우스 호프만과 인큐니아라는 악마를 소환한 세이버스라는 여자가 짙은 관련이 있다고 말하였고, 또 그와 연줄을 맺는 훅스턴이라는 사람이 배후 인물일지도 모른다며 나의 항해에 동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난 미칠 듯 기뻐하며 남몰래 침대 위를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토록 아름답고 신비로운, 또 지금은 몰락했지만 왕녀라는 직분을 가진 서리하가 나와 함께 항해를 하게 될 해적이 되었다.
시르케의 음부를 닦아주는 지금도 그녀와 동행할 것을 생각하면 미칠 듯 벅차오른다. 잠이 오질 않아 옷을 챙겨 입고 방문을 나섰다. 문을 나서는 데 누군가와 살짝 부딪혔다.
“어? 랑스...”
“앗. 서리하.”
다름 아닌 왕녀님이다. 그리고 이제부턴 왕녀라는 호칭은 비밀이다. 그녀는 방긋 웃으며 인사를 했고 나 또한 격조 있는 절을 했다.
“잠이 안와서요... 당신은요?”
“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놈의 서재에서 뭘 발견한건 없나요?”
“있어요.”
“네에!?”
“뭐 별다른 건 아니고... 지도 같은 건데 자물쇠가 달린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이에요. 범상치 않은 것 같더군요. 마치 보물지도 처럼...”
“어디 한번 제가 봐도 될까요?”
“여기요.”
“앗...! 정말 그렇네요. 보물지도가 맞는 것 같아요!”
세상엔 보물이 참 많다. 나는 잘 모르지만 국가 간의 잦은 전쟁으로 인하여 혼란을 틈타 자신의 금은보화를 대항해 깊은 곳에다 숨겨놓고, 그 지역을 잊어버리지 아니하려고 지도를 만들어 놓는 놈들이 참 많다고 들었다. 이건 아마도... 보물지도라기 보다 키리우스가 재산을 몰래 은닉해 놓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매우 잘 됐다. 그렇지 않아도 출항할 때 비축해둔 자금이 상당히 줄어든 판이다. 해적 놈들... 어지간히 과소비를 해야지.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27&WTV1471013=102074544&WTV1392781=25519120&WTV1357910=273489&WTV1357911=2319876&WTV246810=44&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6. 분쟁&WTV9172643=최근 시르케와 행위를 끝내곤 항상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이 도시의 가장 큰 선술집. 황금나비라는 이름의 선술집이다. 이곳에서 부족한 선원들을 한명씩 고용했고, 이미 선원은 충분할 만큼 채워졌다. 물이나 적재 품목도 배가 언제든 출항 가능 할 수 있도록 동굴 안에 비치해 두었다. 육로를 통할 경우를 대비하여 마구간은 통째로 매입해놓은 상태다. 이러한 과소비는 물론 키리우스의 금고를 털어서 가능한 것이다. 이제 얀스에게 연락만 오면 된다. 바다든 육로든 어디로든 갈수 있다.
선술집에 들어서자마자 시간을 맞춰왔는지 무희가 나올 차례가 되었다. 요염하고 섹시한 무희는 이 황금나비 선술집을 가장 돋보이게 만들었으며, 가장 큰 선술집으로 거듭나게 만든 이유이다. 가냘프고 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이 나오며 이어 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었고, 술집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이러한 무희들의 몸짓에 환호했다. 물론 환호하는 놈들 중 대다수는 우리 선원들이다.
“나온다! 드디어 나온다!”
단체로 나왔던 무희들이 들어가자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나 또한 다음에 이어질 스테이지를 보기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앞에 놓여진 고급 양주한잔을 쭉 들이켰다. 자... 어서 나와라.
“오옷!”
“나왔다!“
긴 연녹색 머릿결, 잘록한 허리가 두드러져 보였고, 가냘픈 몸매에 무거울 것 같은 거대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조명에 의하여 가늘 실로 짠 실크의 옷감 안쪽으로 속옷을 입지 않은 몸매가 미칠 정도로 야릇하게 비쳤다.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열광하며 불렀다.
“우오오오!”
“예니! 예니! 예니!”
처음 만났을 당시 복장이 너무 야릇하다 싶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곳을 찾아보니 역시 그녀는 술집에서 춤을 추는 무희였다. 물론 평상시 복장을 속옷을 입고 대략 수수한 차림으로 활보하지만, 무대에 선 그녀의 모습은 마치 딴 사람을 보는 것처럼 여자의 매력이 줄줄 흘렀다. 싸구려 창녀들과는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놈들도 보는 눈이 있는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서리하에게 받아 가슴속에 숨겨놓은 보물지도를 어루 만져보았다. 서리하는 이미 나의 함선에 동행하기로 하였다. 왕녀라는 여자가 해적들의 배를 타게 되었다. 기쁘다. 모든 일이 잘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오늘 찾아온 분명한 이유는 예니의 동행을 얻기 위해서이다.
예니가 뽐내는 고혹적인 몸놀림을 지그시 바라보며 고민에 쌓였다. 허락할까? 허락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우리 선원들에게 굉장한 사기를 심어줄 것이다. 당신의 말 한마디에 모두 열심히 충실한 근성을 부릴 것이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예니가 생긋 웃었다. 이제는 슬퍼 보이지 않는구나.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무대의 의상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 랑스...”
“예. 보고 싶어서 왔어요.”
“아... 보고 싶었다고요?”
젠장. 작업멘트가 아니다. 생각보다 빨리 그녀가 의상실로 들어와 버려서 어찌해야 모를 당혹감에 휩싸여 얼굴이 붉어진 채로 얼떨결에 입을 열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어색하지 않았다. 그녀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녀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잠시 생각하는 눈치가 되더니 이내 얼굴이 붉어져 내 시선을 피했다. 어어... 이거 생각보다 일이 쉽게 돌아가고 있다.
“아픈곳은 괜찮으신가요?”
“예. 펄펄 날아다니겠습니다. 이게 모두 예니씨 덕분이에요.”
“그런가요... 다행이군요.”
“저... 전 곧 있으면 떠난답니다.”
“그래요... 반드시 키리우스를 죽여주세요. 아버지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당연히 그래야죠. 예, 그놈의 목을 당신에게 바치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나가주실래요? 옷 좀 갈아입어야 해서...”
윽... 가까이서 보니까 봉긋 솟은 가슴과 끝에 맺힌 봉우리가 두드러지게 눈에 뛰었다. 어두운 선술집 내에서 볼 땐 몰랐지만 의상실의 밝은 조명 때문에 넓은 허벅지와 그 안쪽으로 드러나는 거무튀튀한 삼각꼴의 형상까지 짐작이 될 정도로 훤히 비췄고, 예니는 그런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부끄럽게 몸을 감추며 고개를 숙였다. 하아... 오늘도 결국 분위기만 좋은 상태에서 떠나는구나. 예니와 함께 하고 싶은데... 하아... 하아...
“어떡카지!”
짐짓 심각한 얼굴이 되어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오늘이 지나면 바빠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내일이 되어도 얀스에게 연락이 없을 경우 인원들을 시켜 나머지 해적왕들의 동태를 살펴볼 생각이다. 또한 지도 제작소에 가서 보물사냥꾼을 몇몇 소개받을 생각이다. 예니의 의상실 앞을 떠나가지 못하고 서성거리자 의상실을 관리하던 보초들이 이만 시간이 되었다며 눈짓했다. 이미 그들에겐 금화 1닢씩 주어 입을 다물게 했는데 또 한 닢을 더 튕기며 좀 더 시간을 벌었다.
“어머? 아직도 안 돌아가시고 있었네요?”
“아... 집에 데려다 주려고요.”
“그래요? 고마워요.”
무대에서 춤추던 고혹적인 자태는 어느덧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역시 큰 가슴 굴곡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자연스레 내게 팔짱을 끼며 걸음을 옮겼다. 큰 가슴이 팔꿈치를 모조리 감쌀 정도였지만 그녀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한지라 이상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참을 걸었다. 그녀의 집을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자꾸 길을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분도 냉혹한 시간의 흐름에 어쩔 수 없나보다. 그녀의 집 앞에 다다랐다.
“다 왔네요? 랑스... 돌아갈게요.”
아... 마주보며 서로는 멀어지지 않았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이게... 참, 마치 사랑고백을 할 때 느껴진다는 그러한 마음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 동행합시다. ’ 라고 말한다면 난 바다 괴수인 옥토퍼스의 저주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말하기로 했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먼 바다를 함께 항해하진 않으시겠습니까. 그런데 쉽게 나와야 될 멘트가 도저히 나오질 않는다. 그 말을 입에 담으려 할 때 마다 카시아의 사늘한 눈초리가 날 지켜보는 것 같아서... 하지만 이번엔 마지막이니 정말 이를 악 물고 입을 열었다.
“저기 예니... 저기 그러니까...”
“네?”
“전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예니씨를 전...”
그때.
“음하하하하하하하. 분위기 좋은데?”
잠시 고개를 숙였다. 빌어먹을 자식, 누군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방해한 녀석은... 반드시 물고기 밥으로 던져드리겠다. 한숨을 크게 몰아쉬며 어둠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째려보았다.
“음하하하하! 오호... 무희계의 가장 유명한 댄서인 예니 리올린양이 아니오? 영광이오!”
“누구냐... 넌!”
“나? 오호... 나처럼 유명한 사람을 모르다니 이거 큰 실망인데? 분명 촌구석에서 올라온 꼬마 놈이렷다.”
점차 밝아지는 목소리의 실체가 눈앞에 훤히 드러났다. 뭐야... 내 또래인 것 같은데... 머리가 흐린 날의 하늘처럼 짙은 잿빛이다. 얼굴은 꽤나 날카로운 인상이었고, 귀에는 멋들어진 펜을 끼고 있었는데 귀가 기형인지 상당히 뾰족하고 길다. 패션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운데... 얼굴에 걸친 저 동그란 유리 또 뭘까? 아... 언젠간 들어본 적이있다. 안경이라는 것이구나. 무기는 화살을 쓰는 것 같은데... 화살 따위야 빠른 발검이면 충분하지.
불량배 패션하고는.
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예니 물러나세요.”
“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27&WTV1471013=104394735&WTV1392781=25519208&WTV1357910=273489&WTV1357911=2319883&WTV246810=45&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6. 분쟁&WTV9172643=내 뒤로 후다닥 피하는 예니를 살펴본 기형 귀를 가진 이상한 녀석은 가슴을 움켜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아! 리올린 양! 제가 그토록 당신을 쫓아 다녔는데 절 불량배 취급하십니까! 거기 있는 해적 꼬마 놈이 저보다 더 호감이 간단 말이오! 어흑...!”
“뭐... 뭐야? 너...”
나는 당연히 취해야할 당혹감에 휩싸여 버렸다. 왜 내가 이런 기분이 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깊이 생각해 본 결과, 역시 충분한 위화감을 느껴야 마땅했다. 놈은 내가 해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 챙! -
노리고 있었던 만큼 빠르게 발검하며 놈의 목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놈은 놀랍게도 펄쩍 뒤로 뛰며 활을 꺼내들어 번개처럼 날렸다. - 채채챙! -
“큭!”
뭐지? 분명 막아냈는데 어깨를 스쳤어! 다시 잡아당긴다! - 탱! 채챙! - 그랬구나! 시위에 당겨지는 화살이 자그마치 네 개 이상이었다. 그리고 부채질을 하는 마냥 빠른 손놀림을 과시했다. 뭐 이런 괴물이! - 채채채채챙! -
한차례 공격을 막아내며 나무 뒤로 숨었다. 예니가 길거리에 홀로 방치되어 있지만 역시 놈은 나에게 목적을 두고 있었다.
“키리우스 백작을 굴복시켰던 꼬마 해적이라길래 얼마나 대단한지 구경이나 하려고 찾아왔는데... 실망스럽군. 하하하. 역시 내가 짱이다!”
“내가 짱이다? 그게 어느 나라 유행어냐!”
쾅! 말을 하는 동시에 등을 맞댄 거목을 왼손으로 후려쳤다. 그리고 빠르게 그놈을 중심으로 우회하며 등 뒤로 다가섰다. 검을 내리며 무방비로 꼿꼿이 몸을 세웠다.
“어디 그 잘난 활솜씨로 날 맞춰봐라!”
“훗... 뭐야. 재미없잖아. 그럼...”
놈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빨리! 조금 더 빨리 쓰러져라 고목아! - 쿵 -
“으아악!”
하아... 하아... 죽는 줄 알았다. 뭐 이런 사기 케릭이 다 있담?
“너 뭘 하던 녀석이야.”
“...크윽... 나... 엘프...”
“엘프? 네 이름이야?”
대연하게 대구했지만 고목에 깔린 놈은 날 보며 멍청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예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엘프요? 정말 엘프에요?”
“네. 제 귀를 보십시오. 나이도 삼백이 넘은 성인 엘프랍니다. 하아... 젠장. 무슨 인간이 그렇게 힘이 쎄냐? 고목을 주먹질로 꺾어버리다니... 이건 반칙이다!”
나는 내 물음에 자신의 이름만 말하는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으려 주먹을 꽉 쥐었지만 삼백살이 넘어다는 말에 예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삼백살? 네 놈의 나이가 삼백살이라고?”
“그래! 멍청아. 넌 드로우 엘프도 모르냐!”
“드로우 엘프? 드로우가 이름이고 엘프가 성이냐?”
“멍청한 자식!”
다시 예니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내가 멍청해 진 것 같은데 설명 좀 해보라고요 예니씨. 그런데 예니는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꼭 막고 있을 뿐이다. 놈은 거대한 고목에 깔렸는데도 멍쩡하게 입만 살아있다. 뭐 타격을 입었으니 이쯤 하는 게 좋으려나?
왼손을 뻗어 쓰러진 고목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놈의 목의 검을 겨누며 다시 물었다.
“설명해라. 전부. 아니면 네 목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줄 알어.”
“젠장... O.P.G를 가졌었군. 훌륭한 아티팩트야.”
“말해.”
“그래 말하지. 너에게 정보를 제공하려 왔다.”
“정보라니”
“네가 보낸 얀스라는 여자. 잡혀갔어. 조심해라 훅스턴이란 자는 이미 여러 귀족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지금쯤 엄청난 대군이 이 도시를 향해 다가오고 있어. 이 도시는 해적 도시로 간주하여 몰살당할 것이다. 누구든 빨리 떠나지 않으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겠지... 훗...”
경악하며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어떻게 얀스가 잡혔단 말인가!
“나는 드로우 엘프다. 조화를 이루는 전설의 엘프보다는 조금 혼란을 좋아하며 밤과 어둠을 추구하는 종족이지. 인근 숲속에서 홀로 삼백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인간들의 밤 문화를 즐겼다. 그런데... 네 놈 덕분에 이 도시가 사라지게 되었어. 내 낙원이 사라진 것이다! 어떻게 변상할래!”
드로우라는 놈의 말에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런데 드로우가 이름이 맞나?
이름이 궁금했지만 이름이나 한가로이 묻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뭘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예니조차 눈만 크게 뜬 채 충격에 사로잡혀 있었다.
“멍청한 녀석! 겁에 사로잡혔군. 해적인간, 나이가 몇이냐.”
“랑스 클란츠, 열여섯. 카린소 해적단의 골든 스페로우호를 이끄는 해적왕이다.”
“호오.. 그런가. 명함은 화려한데 역시 어린 녀석이라 이거군. 내 이름은 크라샤 크로우. 드로우 엘프란, 너희들이 전설로 생각하는 종족의 이름이라고 생각해라. 그리고 난 정말 전설적인 종족이 맞다.”
제법 멋진 말을 하는 놈이지만 이렇게 엎드려서 대짜로 뻗어 있는 상태론 전혀 멋이 나오질 않았다. 그나저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마을이 적에게 침공을 당한다고! 그것도 오늘밤? 이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죽인다고!?
“제법 혼란스런 모양이군. 이봐 랑스, 내가 도와줄게. 이 약병을 내 몸에 뿌려줘.”
크라샤라는 놈이 건네주는 붉은 약병을 받았다. 그리고 놈의 말대로 이것을 뿌려주었는데 예니의 눈이 신비에 차올라 광경을 뚫어지게 관찰했다. 그녀가 웅얼거리는 걸 크라샤와 나는 귀담아 들었다.
“회복포션... 연금술사...?”
“오호? 포션을 아는군요. 맞습니다. 저는 화살과 연금술에 통달했지요.”
이어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거목에 깔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일어나지 못했던 크라샤는 원기를 충전한 마냥 번쩍 일어났다. 그리고 나와 예니의 손을 잡아끌며 입을 열었다. 어쩌다 불량배 녀석에게 제대로 걸린건 아닌지 걱정스러웠지만 지금 일어난 일은 놀라운 일이며, 거짓말을 잘하는 해적의 직감으로 판단하건데, 이 녀석은 거짓말을 할 녀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닌가! 얀스가 잡혔고, 이 나라의 수많은 귀족들은 이 마을을 전멸 시키려 쳐들어오고 있다. 이녀석이 전설적인 종족이며 삼백살이나 처먹은 사실은 그리 중요치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단 하나. 너와 동행하고 있는 서리하 왕녀를 적에게 내줘. 그럼 적들은 모두 물러갈 것이다. 적들이 이 도시를 향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살아있는 과거 왕가의 핏줄 때문이지.”
단호하게 소리쳤다.
“그렇겐 할 수 없어!”
“그럼 두 째를 제안하겠다. 마을을 버려.”
“싫다!”
“뭐야 너? 해적 맞냐? 이 마을 사람이랑 너희들이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 이 마을을 버리고 나를 동행시켜줘. 예니씨도 함께 동행하시죠? 흐흐...”
“......”
예니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놈의 방정맞은 웃음을 싸그리 무시하며 쏘아보았다.
“이봐, 드로우, 아니... 이름이...”
“크라샤 크로우!”
“아, 그래 까마귀, 이봐. 넌 이 마을이 낙이었다고 말하지 않았어? 네가 말한 질서의 엘프나 혼란의 드로우 엘프라는 복잡한 설명 따윈 내 알바 아니야. 하지만 난 네가 소중히 여겼던 마을이 나 때문에 망해먹는 다는 사실이 괴롭다고, 무엇보다 예니씨... 이곳은 당신의 아버지가 살아 숨 쉬던 마을이었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도망가야 해요. 당신이라도 살아서... 꼭 복수해줘요. 전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남겠어요.”
더 이상 말은 오가지 않았다. 우리 셋은 심장이 터져라 백작의 성안으로 달렸다.
잠시 후 성벽에는 무기고에서 석궁을 꺼내든 백 여명의 선원들이 자리를 배치 받아 긴장상태에 접어들었다. 그중에 해적 녀석들이 시내를 활보하며 사귄 친구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병력은 이백 여명에 달했다.
집무실에 서리하 폰 에스메랄다, 예니 리올린, 까마귀(크라샤 크로우란 이름을 무시하고 별명을 붙여버린 것이다.),시르케, 에랄다와 로리안이 모두 모였다. 일행들은 크라샤의 정체가 드로우 엘프라는 것과 나이가 삼백이나 먹었다는 걸을 전해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놀랄 마음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크라샤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하늘의 제왕들에게 물어본 결과 이곳을 향하는 적의 병력은 5천이 되지. 병력을 이끄는 자는 오스란 비하리트라는 자로,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로 명성이 자자해. 수는 그리 많은 게 아니지만 이 성엔 아시다시피 정식 통솔권자가 없으며 불법으로, 또 임시로 머물고 있는 것이라 성의 병력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없는 상태야. 그래서 당신들이 다룰 수 있는 병력은 애초에 함선을 이끌고 왔던 해적들과, 또 이 마을에서 모집한 질 나쁜 용병들이 전부이지. 기껏해야 이백 명인데... 버텨선 결코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란 말이야.” 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27&WTV1471013=106714756&WTV1392781=25519252&WTV1357910=273489&WTV1357911=2319886&WTV246810=46&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6. 분쟁&WTV9172643=크라샤는 하늘의 제왕이란 게 독수란 걸 후에 덧붙였다. 로리안은 에랄다의 품에 꼬옥 안겼고, 시르케는 재밌는 상황이라며 이를 씩 드러내며 웃었다. 마녀의 성격이 원래 그런지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미소였다. 예니 또한 고향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로 작정했는지 덤덤한 표정이었고, 서리하도 사건의 절박함과는 다르게 침착하였다. 이거... 나만 흥분해 있는 것 같아. 아니, 내가 정상이겠지. 모두 천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크라샤 앞에선 고집을 부렸지만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결정해야할 선택 사항은 딱 두 가지가 있지. 이 도시를 버리고 도망가느냐, 또는 맡서 싸우느냐.”
크라샤는 내 눈치를 힐끔 보며 안경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서리하를 힐끔 쳐다보았다. 녀석...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매력있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서는 서리하를 팔아 넘겨야 한다고 그토록 압박하더니 막상 그녀 앞에서는 눈치만 볼뿐 그 이야기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 대신 서리하가 입을 열어 나를 당혹케 만들었다.
“제가 희생하면 손쉽게 일을 마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모두 무사할 수 있죠.”
“왕녀님...”
모두가 서리하를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겨 고개를 잠시 숙이던 크라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방법입니다.”
“젠장!”
나는 크라샤의 멱살을 붙잡았다. O.P.G를 긴 왼손으로 낮짝을 후려패주고 싶었지만 서리하가 내 어깨를 붙잡으며 제지했기 때문에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크게 한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그건 죽어도 할 수 없어. 내가 죽어도 못해.”
서리하는 그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고, 또 이곳에 모인 모두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방법이 없었다. 마을, 그리고 우리들, 둘 다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때 내 머리를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
침울해 있던 일행들은 내 탄성에 눈을 크게 떳다.
“마을이란... 그런거지? 건물이 아니고... 사람들이 모인 곳이야. 그렇지 않아?”
시르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야? 당연하잖아!”
“그래. 그렇지?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고 다 불에 타도 사람들만 살아 있다면 언젠간 도시는 다시 살아날 거야. 그렇지?”
크라샤가 풋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마을 사람들이 탈출만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우리 마을에서 머물게 할 수 있다. 드로우 엘프들의 마을은 버려졌지만 엘프들이 사용했던 곳이라 인간들이 다시 거점을 마련하기에도 아주 좋아. 그들이 탈출할 수 있다면 내가 그곳을 안내하지. 그런데... 어떻게 이 많은 주민들을 탈출시키느냔 말이다.”
“있어.”
“뭐?”
“분명히 손쉽게... 아주 쉽게 탈출 시킬 수 있어.”
바로 그때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적들이 벌써 쳐들어오기 시작했나보다. 빠르게 입을 열었다.
“이 성의 지하에 비밀통로가 있다고!”
- - - - - 해적 - - - - -
“우와! 엄청 많은데? 화이어볼 한방이면 화끈하게 죽어나가겠어! 히힛!”
허공에 높게 날아오른 시르케의 소리가 고요한 도시에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 마을의 주민들은 에랄다와 로리안, 그리고 예니의 안내를 받으며 드로우 엘프들의 마을로 피신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곳의 약도는 크라샤가 상세히 그려준 탓에 별 무리가 없는 듯 했다.
나와 서리하 왕녀는 백마를 타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치한 병력을 노려보고 있었으며 내 바로 오른쪽 성루위에는 크라샤가 활촉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적들은 약간 당혹하고 있었다. 비록 작은 수였지만 서리하 왕녀의 지시에 따라 자리 잡은 병력들이 쉽게 보이지 않는가보다. 서리하가 병력들에게 지시를 내릴 때 크라샤는 그걸 보며 학익진이다 뭐라며 중얼거렸지만 나로선 잘 모르는 병법이었다. 또 성벽이 생각보다 견고했으며, 굳게 닫힌 성문은 내가 보아도 쉽게 열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이로서 마을 사람들이 도주할 시간은 충분히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버티면 되니까. 크라샤가 크게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쉽겠는 걸?”
“그러게.”
“마녀가 있다는 게 엄청난 이득일거야.”
안경을 들어 올리며 허공에 떠있는 시르케의 드러난 속옷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하아... 랑스, 넌 여자들을 정말 많이 아는군. 혹시 했냐?”
“뭘?”
“벗겨봤냐고.”
옆에선 서리하가 다 듣고 있었다.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질렀다.
“몰라!”
“오옷... 해봤나보네?”
“닥쳐!”
시르케가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리는 서리하의 얼굴이 잠깐 스쳤다.
빌어먹을 까마귀 녀석, 나이가 삼백 살이나 처먹었다면서 음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모처럼 만난 남자 녀석이라 그런지 꽤나 호감이 가는 편이다. 단 얼굴이 잘생겼다는 건 상당히 불만이다. 동행이라니... 뭐 도움은 많이 될 것 같은데.
“그나저나 저쪽도 대단한데? 과연 오스만이야. 저렇게 노려보다 빈틈이 보이면 그쪽을 향해 단숨에 달려들겠지.”
“너 저 사람 잘 알어?”
“그래.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활발한 나라지. 지파르그나 포트가 같은 나라들... 어쨌든 저 녀석... 전쟁에는 숙련된 베터랑이야. 이정도 도시하나 삼키는 건 문제도 아니지. 충분할 것 같지만 어쨌든 어려운 싸움이야.”
녀석의 말에 소름이 끼쳐온다. 죽는다. 지면 틀림없이 죽는다. 혼자 죽는 건 상관없지만 모든 사람의 목숨이 나의 어깨에 달려있었다. 더럽게 무겁군... 다른 사람의 무게란.
내가... 언제부터 다른 사람의 무게까지 알게 되었지? 주머니에 든 딱딱한 조약돌을 만지작거렸다. 롱소드를 허리에 여러개 꽃아 넣고 왼손에는 기다란 창을 들었다. 차라리 오른손 잡이였다면 확률은 더욱 높아 졌겠지. 못내 아쉬워 하며 말을 박찼다.
“간다!”
성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리고 말을 탄 나와 서리하가 단신으로 전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미친 듯 소리 지르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나와 나란히 달리는 서리하는 조용히 적장을 노려볼 뿐이다. 멀리 보이는 적장은 한순간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베터랑인지 병력들을 향해 소리쳤다.
“누구도 움직이지 마라! 함정으로 우릴 유인하려는 수작이다!”
똑똑한 척 말하고 있지만 역시... 큰 덩치와 멍청한 머리는 비례하는가 보다. 나는 왼손에 꽉 쥔 창을 들어 올리며 멀리 떨어져 있는 오스만이란 놈을 향해 집어 던졌다.
- 쐐애애애애액 -
“으읏!?”
놈은 자신을 노리고 달려온 것인지는 미처 몰랐는지 놀라며 뒤로 주춤하였다. 그러나 OPG를 끼고 던진 내 창은 네 놈의 반응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크아악!”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놈은 두 손을 뻗더니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을 콱 잡아버린 것이다.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내가 던진 창날의 끝은 놈의 뺨에만 살짝 닿아 피부가 찢어지는 성과밖에 올리지 못했다.
“와와! 잘한다 선장! 적장은 우리 선장하고 맞짱떠라!”
“와와와!”
하아... 역시 우리 선원들 날 실망시키지 아니하는구나.
나도 너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마. 나는 다음 수단으로 조약돌을 한 움큼 집어 들었다. 적들도 약간 열이 받았는지 석궁을 잡아 당겼다.
- 피잉! 핑! 피이잉! -
“조심!”
내 곁에 머문 서리하가 한설검을 뽑아들어 쾌속의 검으로 볼트(BOLT)를 모조리 받아쳐냈다. 언제보아도 신기에 가까운 검술이다. 그녀의 호위에 보답하듯 조약돌을 왼손으로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 이히이이이이이잉! -
쫘악 뿌려지는 조약돌, 예전 미망의 섬에서 좀비들의 몸을 뚫어버리는 호쾌한 성과를 올렸던 수단 이었다. 이번에 내가 노린건 병력들이 아닌 그들이 타고 있는 말들이었다. 요동치는 말들이 기수를 낙마시켰고, 진형을 흐트러트리며 상대의 병력들을 혼란시키기 시작했다. 적장은 우리가 자신들을 함정으로 유인하려는 꿍꿍이를 가진 것으로 착각했지만, 그것은 심각한 오류다. 우린 소위말해 5천대 2로 맞짱을 뜨러나온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작전은 서리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28&WTV1471013=109045123&WTV1392781=25521716&WTV1357910=273489&WTV1357911=2320109&WTV246810=47&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6. 분쟁&WTV9172643=“해적 놈! 저 새파랗게 어린놈과 왕녀를 잡아라! 돌격!”
우르르르르르 - 히아악. 이쯤이면 됐다. 도망가자.
검을 빼들고 코앞에 들이닥치는 병력들, 멋지게도 오스만이라는 적 장은 제일 후방에 서있었다. 명성과는 달리 상당히 몸을 사리는 녀석인가 보다.
“서리하?”
그런데 다급한 이 시점에 서리하는 눈을 감고 마녀처럼 입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뭐해요 서리하!”
“하앗!”
서리하의 손을 잡아 끄려는 그 순간이었다. 서리하는 자신의 검으로 넓게 호선을 그리며 적들을 향해 휘둘렀다. 뭐 저렇게 멋진 동작을 펼쳤다고 해서 서리하의 검 날이 적들의 몸에 닿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으아악! 으악!”
“커윽! 컥!”
앞에선 수많은 병력들이 우르르 낙마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은 새하얀 서리가 끼며 얼어붙고 있었다.
“그, 그것은... 그 검이...!?”
“하아... 하아... 뛰어요 랑스!”
그녀답지 않게 몹시 지친 표정을 지으며, 반대로 내 손을 잡아끌며 재촉하는 서리하였다. 아아! 빨리 성안으로 도망가자!
“이랴!”
- - - - - 해적 - - - - -
“쫓아라! 해적 놈들을 남김없이 몰살시켜라!“
바로 등 뒤로 화촉들이 죽일 듯 날아왔지만 그것보다 더욱 빠른 의지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죽을힘을 다한 우리 둘이 성문 안으로 안착하자 성문이 쾅하고 닫혔다. 빗발치는 화살이 타다다닥 튕겨나가는 소리가 이어졌고, 약 오른 듯 분통에 찬 적장의 소리가 길게 메아리쳐졌다.
그와 동시에 시르케의 큰 외침이 이어졌다.
“파이어 윌!”
“으아아아악!”
경악한 적의 목소리가 메아리 쳤다. 성벽위로 올라가보니 엄청난 불바다가 형성돼 있었고, 그 안에서 수백 명의 적들이 불에 타오르며 장작이 되어가고 있었다. 적들은 이어 모래를 가져와 불타오르는 마법지대에 뿌려댔고, 이어 끝이 뾰족한 충차를 가져와 성문을 가격했다. - 콰앙! 쾅! -
“어딜! 이봐 해적들, 모두 충차를 노려!”
- 피슛! 피슛! - 크라샤의 날카로운 화살촉이 충차를 이끄는 놈들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어찌나 적이 많은지 놈들은 시르케의 불길을 잠재우고, 사다리를 가져와 성벽에 걸쳤다.
“서리하. 이쯤이면 된 것 같은데. 도망칠까요?”
“네! 서둘러요!”
성벽을 기어오르려 걸친 갈고리를 쳐내는 서리아가 매우 지쳐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그 엄청난 검기를 뿜어냈기 때문인가 보다.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며 화살을 퍼붓는 녀석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모두 성안으로 도망쳐라!”
- - - - - 해적 - - - - -
“입구는 무너트리는 게 좋겠지?”
“당연하지.”
모든 인원이 비밀 통로 안으로 들어서는 걸 확인한 후 크라샤와 나, 그리고 서리하 만이 후방에 남아 통로를 무너트렸다. 통로를 무너트리는 건 역시 나의 O.P.G의 역할이 크게 한몫했다. - 쾅! 우르르르릉 -
“달려!”
시르케는 먼저 선원들을 데리고 빠져나간 후였다. 시간을 잘 맞췄다면 로리안과 에랄다, 또 그녀들이 설득에 성공했다면 예니까지도 시르케의 대열에 합류하여 있을 것이다. 가자! 일단 배를 타고 도망을 가고 난 다음에 뒷일을 생각하자. 마침내 비밀 통로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우릴 반기는 인물들이 있었다.
“호호호호... 저번에 보았던 그 잘생긴 꼬마구나?”
“아...! 너!”
홀가분한 마음으로 밖으로 빠져나온 우리 모두의 발걸음은 모두 우뚝 멈추고야 말았다. 코 끝으로 붉은 핏빛 내음이 아찔할 정도로 찔러왔고, 귓가엔 처절한 심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이... 이건...!”
바닥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시신이 처참하게 쓰러져있었다. 결국 로리안과 에랄다, 예니와 시르케까지도 밧줄에 포박되어 있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창을 꼬나들고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으며 그들의 중심엔 두 명의 여자가 서있었다. 한명은 처음 보는 여자였는데 굵은 파마를 한 파랑 머리스타일이 참 독특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 옆에 서있는 푸른 피부색의 발가벗은 여자.
“인큐니아...!”
인큐니아는 혀를 낼름거리며 요염하게 몸을 꼬았고, 그 옆의 여자가 서리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오랜만이군요. 왕녀, 저희들이 비밀통로를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바보 같군요.”
서리아가 참혹한 광경에 몸을 떨며 입을 열었다.
“너... 세이버스...!”
“인큐니아...”
모두 끝나버렸다. 그토록 살리려던 마을 사람들은 병사들의 창에 꿰뚫려 모두 바닥에 시신이 되어버렸다. 우리 해적 놈들도 대다수 죽임을 당하였고, 서른 명 남짓하여 포로가 된 녀석들조차 여기저기 심한 상처를 입고 포박되어 의욕이 없어보였다. 로리안과 에랄다, 예니와 시르케까지 제압당하여 무릎 꿇고 침통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방금 만나게 되어 짧은 우정을 다지던 크라샤는 조용히 활에 시위를 먹였다. 서리하 또한 특유의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모든 게 끝났다. 눈을 서서히 감으며 롱소드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세이버스라는 여자에게 조용히 말했다.
“...훅스턴은 어디 있지?”
“어...? 호오? 당돌한 꼬마로구나. 그래, 네가 바로 랑스 클란츠라는 꼬마 놈이지?”
“그렇다.”
“후후... 앞으로 그분의 이름을 그런 건방진 입으로 놀리지 말거라. 그분은 우러러 봐야 될 분이니까.”
나의 오른 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서리하가 입을 열었다.
“우러러 본다고!?”
“그래, 후후... 서리하. 이제 죽을 것이니 다 털어놓죠. 당신의 아버지께서 나라의 기반을 잡는 게 두려웠기 때문에 반역을 유도했지요. 지금 이 나라의 왕은 꼭두각시랍니다. 언제든 그분께 왕위를 넘겨줄 수 있는 그런 멍청한 꼭두각시... 후후후후. 지금은 나라의 내정을 안정시키려 왕을 조정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중 하나가 바로 요즘 유행하는 마녀사냥이랍니다. 호호호호.”
“그래서 그놈이 어디 있냐고!”
세이버스는 내 외침에 놀란 듯 싱긋 웃음을 머금었다. 예쁜 얼굴이지만, 어지간히 재수 없는 표정이다.
“북부, 악령 해적단을 모조리 말살시키러 갔지. 앞으로의 거사에 가장 거슬리는 놈들이 바로 해적들이니까. 돈이나 여자만 주면 어떤 나라의 요구에도 목숨까지 내거는 어리석은 녀석들... 거사를 이루는 길목에 잠복한 귀찮은 용병들이야.”
이가 와드득 갈리는 소리가 났다. 이소리가 서리하의 입에서 나는 소리라 나는 짐짓 놀라고야 말았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신호하면 언제든 화살을 내쏠 준비를 하고 있는 크라샤가 보였다. 난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허탈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카린소 해적단 모두 들어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녀석들까지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우린 싸우다 죽는다! 모두 일어서서 싸워라!”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28&WTV1471013=111385728&WTV1392781=25526424&WTV1357910=273489&WTV1357911=2320536&WTV246810=48&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6. 분쟁&WTV9172643=“우아아아아아아아아앗!“
내 구호에 맞춰 묶여있는 모두가 큰 함성을 내 질렀다. 비록 둘러싼 놈들이 묶여있는 자들에게 발길질과 창대로 후려치기까지 했지만, 녀석들을 개의치 않고 격한 몸부림을 쳤다. 우리 해적들에게 내세울 한 가지가 있다면 역시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훌륭한 단결력이겠지.
“하앗!”
기합을 넣으며 앞으로 도약해 나갔다. 롱소드를 두 손으로 뽑아들며 나를 위협하는 창들을 올려쳐냈고, 왼손으로 한 놈의 창을 잡아 채찍을 휘두르듯 후웅! 하고 휘둘렀다.
“크악! 으아!”
“으아! 추워! 으아아...!”
내가 마련한 틈을 파고들며 혼란한 적들에게 작은 상해를 입히는 서리하. 역시 그녀의 검은 차가운 마법이 깃든 빙검, 빙검에 상처 입은 작은 찰과상 부분에서 바득바득 번져가며 곧이어 단단한 얼음 동상이 되며 쨍그랑 부서져 나갔다.
- 피슛! 피슛 -
“으아아악!”
뒤에선 백업해주는 크라샤가 우리들의 빈틈을 메워주었다. 갑작스럽고, 저돌적인 우리들의 공격에 많은 병력들이 혼란스러운 소리를 내질렀고, 뒤에서 있는 인큐니아와 세이버스는 비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도망가요!”
“도망가 랑스!”
밧줄에 포박되어 있는 시르케와 예니, 에랄다와 로리안이 크게 소리쳤다. 살아남은 선원들은 어찌나 격한 몸부림으로 병사들에게 부딪히며 또 그들끼리 나름 재주를 부려 두 손이 자유로워졌는지 어느새 적들의 창을 빼앗아 맞서고 있었다. 창에 처절하게 몸이 관통당해 죽어가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목숨을 각오했는지 죽어가면서도 적의 목을 함께 찌르는 장렬한 녀석들도 있었다.
적들이 너무 많다...!
“도망가라니까요!”
다시 예니와 에랄다가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들의 목소리는 깡그리 무시해주었다. 물론 서리하와 크라샤의 도움이라면 이 포위를 충분히 뚫을 수 있겠다. 그러나 당신들은? 죽어가는 내 선원들은. 나의 멍청한 계획에 죽어버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죽을 때 까지 싸운다! 하앗!”
핏방울들이 여기저기 튀겼다. 미망의 섬에서 겪었던 악몽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나, 그러나 나같은 해적에게 더 큰 경악과 최악으로 공포를 심어준 그놈. 훅스턴!
세이버스라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내게 창을 뻗어오는 놈의 옆쪽으로 파고들어 양 팔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손이 달린 채 허공을 빙그르 돌며 떨어지는 창대를 움켜잡았다.
“크아악! 죽어!”
처음 성 앞에서 맞닥트렸던 오스만에게 집어던진 자세 그대로 세이버스를 향해 창을 집어 던졌다. 그보다 더 큰 분노와 심념을 동시에 손에 꽉 쥐며. 쐐애액- 바람 가르는 소리가 이어지며 정확하게 여인의 몸이 뚫렸다.
“호호호... 날 두 번이나 죽이다니...”
“젠장!”
어느새 세이버스의 앞을 가로막는 인큐니아였다. 저 날개달린 악마의 수법은 이미 한번 겪어보아서 알고 있다. 저렇게 죽여 보았자 실체는 안전한 곳에 있는 것이다. 역시 인큐니아의 육체는 어느 젊은 여인의 육체로 변하기 시작했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후후후... 아쉽구나 꼬마.”
비웃는 세이버스의 미소가 정말 치가 떨리게 보기 싫다. 큭...! 어느 병사의 창끝이 내 어깨를 스쳤다.
“랑스 조심해요!”
“크윽... 예. 서리하도...”
“하아... 하아... 끝이 없군.”
어느새 우리는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검을 붙잡지도 못할 지경이다. 서리하 또한 거친 숨을 몰아쉬고 검은 복장이 몸에 딱 달라붙을 정도로 젖어있었다. 크라샤 또한 화살이 다떨어 졌는지 단검 두 개를 뽑아들며 우리 둘과 등을 맞대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이봐, 너 어지간히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내가 합세하자 마자 이게 뭔 꼴이람. 괜히 한패가 됐어.”
“그러게 드로우인가 엘프라더니 삼백년 인생이 나 땜에 홀랑 까지게 생겼군.”
“빌어먹을 해적놈, 네놈을 만나는 게 아니었다.”
어느새 주변엔 둥글게 애워 싼 창병들이 우리들을 중심을 좁혀 들어오고 있었다. 몸부림 치던 우리 해적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하였고 겨우 열댓명 남은 녀석들은 밧줄에 다시 포박 당하고 있는 중이다. 예니를 포함해 잡혀있는 여인들의 무리들은 그녀들을 둘러싼 병사들에게 성적인 조롱을 당하고 있었다. 시르케가 참지 못하고 주문을 외우자 세이버스라는 여자는 황급히 안색이 변하며 시르케의 뺨을 후려 갈겼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서리하가 입을 열었다.
“제가 퇴로를 확보할게요. 두 분이라도 살아남으세요.”
“예”
물론 예라고 대답한건 당연히 크라샤 놈이다. 참 염치없게도 대답하는구나. 화가 치밀어 놈을 때려주고 싶지만 일단은 서리하의 말을 가로막는 게 우선이다.
“제가 퇴로를 확보할게요. 왕녀님만이라도 도망가세요.”
주변을 둘러싼 적들은 참 감동적인 순간을 본다며 히히덕거렸고, 세이버스 또한 멀리서 크게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화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좌절감이 밀려들자 오히려 침착한 기분만이 맴돌았다. 서리하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모두 함께 죽어야겠네요.”
“그래요.”
크라샤는 낙담한 표정으로 한숨을 크게 몰아쉬었지만 이내 수긍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간다! 하앗!”
검을 빼들며 앞으로 달리는 그 순간이었다. 앞을 좁혀오던 적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뭐... 이게 무슨...!”
세이버스가 경악하며 어두운 숲의 한 부분을 노려보았다. 이어 또 다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엔 세이버스가 재빨리 주문을 외우며 황급히 외쳤다.
“블링크!”
세이버스의 몸이 순식간에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점멸하였다. 세이버스가 있던 자리에는 무언가 콕하고 박히는 소리가 났다. 보라색 바늘? 저것은...
아질할 정도의 반가운 목소리가 메아리 쳤다.
“랑스, 이래서 널 혼자보내기 불안했었다니까.”
“카, 카시아......!”
이어지는 호쾌한 목소리.
“와하하하하! 랑스! 네가 이렇게 잼있는 놈이었다면 너와 함께 할 걸 그랬다. 와하하하하하!”
“레이... 레이하이딘!”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28&WTV1471013=113741103&WTV1392781=25534256&WTV1357910=273489&WTV1357911=2321247&WTV246810=49&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6. 분쟁&WTV9172643=어스름한 레이하이딘의 거구. 두 손으로 움켜잡은 해머로 마치 망치질을 하듯 적의 머리를 뭉개버리고 있었다. 그 뒤로 레이하이딘을 흉내내듯 작은 망치를 든 해적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많은 병력들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바람을 연약하게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빛에 반짝 스치는 그것은 보랏빛을 머금은 바늘이 분명하다. 카시아가 즐겨 상용하는 청자고둥의 침! 역시 그것에 닿은 놈들이 찍소리도 못내며 무너져 내렸고, 연이어 예니와 시르케를 포함한 주변으로 검붉은 복장의 해적들이 가느다란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나타났다.
“모두 침착해라! 포로는 내버려두고 대열을 갖춰! 으읏? 블링크!”
잠시 어리둥절한 상태의 세이버스가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워 뒤쪽으로 점멸하며 외쳤다. 그를 중심으로 그나마 정신 차린 병력들이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풀렸다! 저 마녀 따위는...! - 궁시렁 궁시렁 - 파이어 보오올!”
시르케가 밧줄에서 풀려나자마자 바닥에 나뒹구는 지팡이를 낚아채며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지팡이 끝으로 엄청난 불덩이를 소환하여 대열을 갖추는 적들을 향해 쏘아냈다. - 콰아아아앙! -
“우아아아아아악!“
폭발하는 파장에 의하여 많은 병력들이 죽었고, 이번엔 카시아의 몇몇 병력들이 빠르게 세이버스의 뒤를 노렸지만 세이버스 또한 빠르게 중얼거리자 그녀의 앞과 뒤쪽으론 엄청난 얼음 장벽이 솟아올랐다.
“아이스 윌!”
“오호... 적장도 마녀인가? 하하하. 꽤 미인인데 내가 잡아서 벗겨 먹어야 겠군! 와하하하핫!”
카시아가 방긋 웃었다. 날리던 바늘은 다 썼는지 레이피어를 천천히 꺼내들었다.
“푸훗...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죽여 버릴텐데?”
긴장이 풀리자 눈물이 찔끔 날것처럼 다리가 풀렸다. ...어쨌든 살았다!
잠시 휴전처럼 여유가 흐르고 대열은 세 개의 부대로 정돈돼 있었다. 나와 서리하, 크라샤가 카시아의 병력들의 호의를 받으며 한 무리를 이루었고, 예니와 로리안, 에랄다는 음흉하게 미소 짓는 레이하이딘의 부대의 부축을 받았다. 시르케는 지팡이를 타고 우리 병력위로 올라가 적의 병사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아군과 얼음 장벽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적군. 세이버스, 이상한 신음으로 부대를 혼란하게 만들 인큐니아를 먼저 보내버린 것이 참으로 잘 된 일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아군의 병력을 둘러보았다. 어디서 긁어 모아왔는지 어림잡아 칠백 명 가까이에 되는 병력들이었다. 적들은 이제 겨우 이백 명이 조금 넘게 남아있었고 승기는 확실히 기울었다. 하지만 적의 또 한부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땅이 진동할 정도로 많은 수였다. 서리하가 입을 열었다.
“오스만이 합류하는군요.”
카시아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왕녀님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서리하가 먼저 내 입을 막으며 입을 열었다.
“서리하 에스메랄다.”
“전 카시아 플로렌스. 만나서 반가워요. 랑스... 친한 여자 친구를 만들었나보네?”
카시아는 약간 매서운 눈초리로 나와 서리하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확 돌려버렸다. 아아... 오해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카시아! 잠시 무안한 침묵이 흘렀지만 카시아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적들의 규모가 생각보다 많다는 투였다.
“랑스, 적의 규모는?”
“지금 합류한 군대만 치더라도 사천가량 될 거에요. 세이버스의 병력이 더해졌으니 사천 이백정도 되겠군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니? 그냥 도망갔으면 쉬웠을 텐데... 역시 너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어! 여자들만 잔득 달고 다니고...! 흥.”
곱지 않은 말투였지만 어쩐지 그녀가 질투하는 것 같아서 사뭇 기분이 좋았다.
크라샤가 카시아의 외모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오호... 안녕하십니까. 전 드로우 엘프인 크라샤 크로우입니다. 랑스하고는 절친한 친구이며...”
“네, 반가워요. 전투중이니 인사는 나중에 하죠.”
푸핫...! 카시아에게 수작을 걸려던 까마귀 녀석의 표정은 그야말로 맥주병이 깨지듯 처참한 표정이었다. 와하하핫! 방긋 웃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서리하가 붉은 머릿결을 휘날리며 세이버스가 만들어낸 얼음 장벽 앞으로 다가섰다. 한설검을 뽑아들며 크게 입을 열었다.
“시작해도 될까요?”
무엇을 시작하려는지 사람들은 잠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지만 카시아와 레이하이딘은 검의 내력을 눈치 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서리하는 아름다운 검무를 추며 바닥에 검을 꽃아 넣었고, 그러자 높게 솟아오른 얼음 장벽이 우지지직 갈라지며 팡하고 깨어져 나갔다. 아름답게 흩어지는 얼음조각들이 땅에 닿기도 전에 모든 이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우아아아아아아!”
모두가 대지를 박차며 달려나가려하는 그 순간이었다.
“모두 멈춰라!”
모두 정지. 무너진 얼음 장벽너머에는 거대한 거구가 서있었는데 그가 소리 지른 것이다. 거대한 투핸드 스워드를 들고 뺨에는 내가 던진 창에 긁힌 듯 붉은 흔적이 갈라져 있었다. 세이버스가 병력들의 중심에 서서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는데 우리 진형의 상공에 떠 있는 시르케 또한 눈을 감고 빠르게 중얼거리는 걸로 보아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대결이라도 펼치는 것 같다.
어쨌든 눈앞엔 거구의 오스만이 서 있었다.
“해적 놈들아! 너희들이 일말의 명예를 안다면 희생을 이끌지 말고 일대 일로 결투를 벌이자!”
오스만의 목소리가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형형히 빛나는 눈빛이 그야말로 맹수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카시아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잘됐다. 어쨌든 적의 숫자는 우리보다 많으니까. 우리 쪽에도 거구와 힘, 일대일로 겨루는 무식한 대결에선 결코 빠지지 않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해 주겠다!”
“이름이 뭐냐!”
“해적왕 레이하이딘!”
“하이레이딘?”
“레이하이딘!”
거대한 망치를 든 레이하이딘이 앞으로 달려 나가자 그가 통솔하는 병력들이 그들의 무기를 들며 큰 함성을 질렀다. 보기가 좀 그런데...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어찌 보면 앙증맞아 보이는 망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레이하이딘의 망치가 귀여워 보이는 건 아니다. 사물은 크기에 따라 분위기와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다. 귀여운 망치에서 적의 머리를 작살내는 흉기의 이름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레이하이딘의 거구가 더욱 거대해 보인다. 마찬가지로 그와 맞선 상대 또한 비슷한 키와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 쾅! -
쿵쿵거리며 달려간 레이하이딘의 망치가 그의 투핸드소드와 불똥을 튀기며 충돌했다. 레이하이딘의 망치가 더욱 거대했으며 무게가 나갔기 때문에 오스만은 검의 평평한 몸으로 방패삼아 망치를 막아내었다. 이어 미끄러지는 오스만의 검이 레이하이딘의 목을 노렸고, 레이하이딘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몸을 숙이며 망치를 위로 쳐올렸다. - 터엉! -
“으악!”
오스만은 이를 악 물며 뒤로 몸을 튕겼다. 레이하이딘은 오스만의 목숨과도 같은 검의 손잡이를 노린 것이다. 일반 사람 같으면 당연히 검을 놓칠게 뻔 한 상황이었지만 오스만은 이를 악물며 거리를 멀리 두었을 뿐이다. OPG를 낀 것도 아닌데 어쩜 저렇게 손의 악력이 대단하단 말인가! 둘 다 오우거란 괴수와 버금가는 괴물인 게 틀림없다.
다시 격돌!
이번엔 놀랍게도 오스만 쪽에서 먼저 달려들었는데 두 손으로 검을 꽉 붙잡고 상체를 크게 뒤로 젖힌 포즈가 일격 필살을 발휘하려는 의도 같았다. 그런데 저러한 공격의 단점은 치명적이다. 물론 적중할 때에는 다른 상대가 완전히 회생 불가능 할 정도로 타격을 입히지만, 그전에 큰 허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비슷한 투사와의 전투에서는 결코 사용하지 말아야할 금단의 기술이나 다름없다. 설마! 자폭하려는 것일까? 대체 왜?
카시아가 크게 외쳤다.
“조심해! 레이!”
당연히 그도 조심하고 있으리라. 역시 달려오는 상대에게 빠르게 접근하며 망치를 휘두르는 레이하이딘 이었다. 그런데... - 텅! -
“걸려들었군! 으아아악!”
“뭐뭐!”
오스만에게 후려친 망치는 분명 적중하였다. 가슴뼈가 으스러지며 뒤로 뻗어버려야 할 텐데 놈의 주변엔 놀랍게도 투명한 방어막이 순식간에 생성되며 레이하이딘의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였다. 그리고 오스만의 날카로운 검 날은 레이하이딘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28&WTV1471013=116062600&WTV1392781=25534322&WTV1357910=273489&WTV1357911=2321252&WTV246810=50&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6. 분쟁&WTV9172643=- 까아아아아아앙! -
고막이 찢어질듯 울리는 금속이 마찰소리. 모든 이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가가스로 목숨을 건진 레이하이딘의 표정은 그야말로 고맙다 랑스였다.
“이런 비겁한 해적!”
“하아... 이런...”
“랑스!”
나도 모르게 레이하이딘의 목이 달아나려는 순간, 왼손으로 바꿔든 롱소드를 던져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행인지 오우거의 힘으로 집어던진 나의 롱소드는 정확히 오스만의 투핸드소드를 강타하며 바닥에 떨어졌고, 덕분에 레이하이딘의 목은 검 날에 피부가 약간 벗겨지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대결을 숨죽이고 지켜보던 적들이 소리쳤다.
“이런 비겁한 미친 해적놈아!”
“비겁한 놈들!”
“그러고도 해적이냐!”
우리쪽 선원들도 그들에게 완고히 맞대응했다.
“야이 미친 귀족 따까리들아! 니들이 먼저 이상한 속임수를 썼잖아!”
“우린 해적이라서 반칙 상관 안한다!”
“억울하면 맞짱뜨자!”
그나저나 정말 이상하다. 적의 마녀, 그러니까 세이버스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시르케와 보이지 않는 마법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 같은데... 마법을 시전하는 영창을 외치지 않았는데 레이하이딘의 공격을 튕겨낸 투명한 보호막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그런데 지금 그러한 생각을 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게 아니었다. 일대일의 전투에서 직접적으로 검을 던진 내게 엄청난 시선이 내리 꽂힌 것이다. 우리 해적들까지 나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와와! 랑스 선장이 대신 싸워준단다!”
“와와와와!”
적들도 마찬가지다.
“거기 꼬마 놈이 대신 싸울 거냐? 저기 떡대는 너무 약하다!”
“네 놈이 나와라!”
“우리 오스만 형님에게 누가 덤벼도 결과는 똑같다! 둘 다 덤벼라!”
레이하이딘은 잠시 멈칫하고 날 바라보았다. 그는 고민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자신이 계속 싸울까? 아니면 관중들의 상쇠에 휘말려 내게 싸움을 넘길까. 그의 성격으로 짐작해보면 계속 싸우자니 한번 내 손에 구원받은 터라 자신이 더욱 굴욕적으로 느껴질 거라 생각하는 것이고, 또 물러나자니 그 조차 남자답지 않다는 생각에 내가 결정하기만을 기다리는 것일 테지.
의기양양한 오스만이 크게 소리쳤다.
“누가 싸울 것이냐! 둘 다 받아 주겠다. 비겁한 해적 놈들아 둘 다 덤벼라!”
오스만이라는 자식, 말은 저렇게 하고 있지만 나에게 시선이 맺혀있었다. 허연 이를 끔찍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뺨에 난 상처를 쓸어내렸다. 내가 입힌 상처가 그토록 억울했단 말이냐? 푸훗... 그래, 내가 나서주마.
“랑스, 제 검을 사용해요.”
“서리하...”
“아마도 오스만은 마법을 가진 무구를 지닌 것 같군요. 레이하이딘이라는 사람의 망치를 튕겨낸 것도 그것이 힘을 부린 탓이겠죠. 이 검도 마법 검이니 충분히 그 힘을 상쇄시킬 수 있을 거예요.”
이제 보니 내 애검은 집어던져버렸구나, 검도 없이 싸울 뻔 했다.
“고마워요. 잘 쓰고 돌려드릴게요.”
“꼭 이기세요.”
우리 둘을 유심히 살피던 카시아가 입을 열었다.
“랑스, 조심해.”
“네 카시아...”
한설검이라 그랬나? 이검 정말 대단하다. 손잡이를 건네받는 순간 내 온몸에 차가운 한기가 맴돌았다. 마치 내 생명력을 갉아먹는 것처럼 서늘한 기분이었다.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이 빠진다. 서리하는 이런 검을 들고 싸웠단 말인가?
거구의 레이하이딘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물러났고, 나와 오스만의 팽배한 대치가 벌어졌다.
“이 상처에 대한 보상은 깔끔하게 값아 주지. 흐흐흐.”
“조심해. 이번엔 네 목을 노릴 테니까.”
- - - - - 해적 - - - - -
거대한 거구 앞에 노여 진 가련한 16세 소년, 적들이 보기에는 내가 끔찍하게도 불쌍해 보였나 보다. 레이하이딘과 비슷할 정도로 거대한 체구와 내 키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엄청난 투핸드소드를 들고 있었다. 미치겠군... 멀리서 봤을땐 몰랐는데 정말 가까이서 대면하자니 오금을 저릴 것 같다.
“오스만 형님 봐줘요!“
“와하하하하하! 저 꼬마 정말 나오다니 죽으려고 환장했군!”
우리 쪽 녀석들도 지지 않았다.
“랑스 선장!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우린 그동안 도망가겠습니다!”
“하하하하하! 선장! 배는 저한테 넘겨주시죠?”
저렇게 태연하게 웃으며 말하지만 실제로 도망가거나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녀석들은 없을 것이다. 난 우리 해적들을 잘 안다. 비록 내가 이렇게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자신들이 선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향한 신뢰는 어떤 기사의 것보다도 숭고하다. 이러한 우리가 해적이며 또한 간혹 선장의 명령에 진저리치며 모반을 일으키는 귀여운 녀석들 또한 해적이다. 훅스턴의 경우는 좀 충격적이지만 말이다.
“죽어라 꼬마!”
먼저 달려든 쪽은 역시 놈이었다. 놈보다 나의 체구가 두 배는 작은 덕분에 검의 정자세로 나의 정수리를 노렸다. 나를 반 토막 내어버리겠다고? 두 손으로 콱 움켜쥔 한설을 위로 쳐올렸다. - 째재재쟁! -
“오오오...!”
육중한 투핸드 소드가 연약한 한설검에 턱하고 막혔다. 오스만의 팔이 후들후들 떨렸다.
“너... 너! 이게 무슨...!”
“풋... 오우거의 힘이란 것이다! 하앗!”
힘을 콱주며 밀어 붙이자 놈의 자세가 약간 뒤로 밀려났다. 놈은 심각하게 당혹한 얼굴이었는데 난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놈의 명치를 향해 검을 찔렀다. - 쩡! -
“우웃! 뭐... 뭐야!”
“후후후...”
이번엔 내가 약간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검 한설이 튕겨 나오다니! 놈의 옷 속에 무언가 있다! 갑옷인가?
다시 거센 검격이 이어졌다.
- 채채채채챙! -
“와우! 랑스 선장 잘한다!”
“오스만 형님 이겨라!”
형님이라... 정말 생긴 게 잘나가는 산적 두목처럼 생겼는데... 피식, 역시 그런 걸까?
어쨌든 한손으로 즐겨 잡는 롱소드에 익숙한 편이라 지금의 싸움은 쉽사리 자세가 안 나왔다. 물론 한설검 또한 한손으로 휘두르기 매우 가벼운 마법검이었지만, 그렇다고 정말 오른손에만 의지하여 휘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격을 주고받아서 예상하건데 내가 오른손에만 한설을 붙잡고 있다간 분명 오스만의 무지막지한 힘에 밀려 놓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두 손으로 짧은 손잡이를 움켜쥔 채로 검을 휘두르고 있다. 어색한 왼손만으로는 절대 놈의 검격을 쫓아갈 수 없으니까 오른손이 궤도를 도와주는 것이고, 왼손은 부족한 힘을 돕기 위한 것이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29&WTV1471013=118386810&WTV1392781=25534971&WTV1357910=273489&WTV1357911=2321310&WTV246810=51&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6. 분쟁&WTV9172643=- 까가가가강 -
모조리 놈의 검을 받아쳐냈다. 놈의 빠른 검을 쫓아가기가 벅차올랐지만 한 번도 흘리지 않고 일부러 계속 받아쳐냈다.
제길! OPG가 오른쪽에 있다면 껌 같은 놈인데! 하앗!
- 까가가강! 까가강! -
“헉헉...“
“하아... 하아...”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오피지를 낀 왼손은 상관없는데 오른팔이 문제다. 그것은 놈도 마찬가지 일 테지. 놈이 팔꿈치를 뒤로 살짝 빼며 앞발로 땅을 빠르게 짚었다. 가로로 기울인 검을 그대로 내게 찔러 들어왔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놈은 길게 검을 찌르며 팔을 뻗었고, 나는 그것을 받아치지 않고 슬쩍 피해 거대한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이제까지 놈의 검을 애써 받아친 이유는 바로 이런 놈의 동작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무의식 적으로 내가 받아칠 것이라 생각하기를 유도하기 위해서, 이러한 폭이 큰 동작을 그대로 흘리며 놈의 품안으로 파고들 빈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끝장이다!
“하아아아앗!”
젖 먹던 힘까지 모조리 끌어내며 놈의 배를 두 동강 내버릴 듯 일자로 베어냈다. 단단한 갑주를 입었는지 강한 금속의 마찰이 느껴졌지만 역시 그것을 감안하고 휘두른 검격이라 휘두른 검 끝에서 와장창 깨어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와...”
침묵이 흘렀다. 놈의 배를 가르며 등 뒤에 서있는 그대로 잠시 여유를 가졌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물렀다. - 쿵 -
거구가 쓰러지는 소리. 동시에 모든 해적들이 환호했다.
“이겼다!”
“만세!”
적들은 장수가 쓰러지자 어느새 모두 도망가고 없었다. 서리하에게 검을 돌려주고 바닥에 떨어진 나의 롱소드를 집어 들었다. 하아... 이겼구나.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늘씬한 여인이 방긋 웃었다.
“랑스, 수고했어.”
“고마워요. 카시아...”
- - - - - 해적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