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Pirate - - - - -
긴 검은 머리의 소유자 카시아. 그리고 순백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류지아. 서로 대조되는 색상에서 묘한 동질감 또한 느껴져 정말 친 자매사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외모를 보아 카시아가 언니의 역할을 맡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마법은 당연해야할 풍경조차 뒤집어 놓는 법인가 보다.
"냠냠... 우와... 맛있네요?“
난 비록 귀족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을 향한 격식과 기품을 상당히 중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해적들 마냥 음식을 맨손으로 집는다거나 상대방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상대방이 배를 채우기 전에 내 배만 채우려는 이기적인 행동 따위도 결코 하지 않는다.
“후훗. 이런 카시아의 요리 실력도 나에게 배운 거란다. 나는 이것보다 더 요리를 잘 할 수 있어.”
“어머 그럼 언니가 하지 그랬어요!”
“내가 요리하면 네 랑스가 내 음식 솜씨에 반할게 틀림없는데. 그래도 괜찮아?”
백발의 마법사 류지아는 태연한 얼굴로 상당히 듣기 거북한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들의 이야기의 주제가 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부터 잘못됐다. 그나저나 이 정체모를 식물로 만든 음식들... 상당히 맛있다. 항상 묵혀 둔 생선이나 육류를 씹었는데 이 아삭한 식물의 맛은 너무도 신선했다. 류지아가 먹기보다 음식을 살피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건 아마도 만드라고라의 잎과, 열매 블랙펄, 상추와, 아기 솔잎에 참새 알의 흰자로 걸쭉하게 만든 소스, 그리고 우유와 토마토를 응고시켜 만든 젤리를 으깨서 뿌렸지.”
나로선 결코 알지 못할 엄청난 요리비법에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아가 박수를 짝 쳤다.
“역시 언니네요. 하나도 빼먹지 않고 정확히 맞추셨어요.”
“내가 가르쳐준 건데 모를 리가 있겠니.”
잠시 평온한 식사 시간이 흘렀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너무도 화목한 분위기 속에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기 미안했다. 이윽고 식사시간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기... 섬은 이제 안전한가요?”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류지아의 대답이 들려왔다.
“내 마법의 환영은 절대 속임수 따위가 아니야.”
“그럼 전 어서 마을로 돌아갈래요.”
“왜 그렇게 서두르지?”
류지아의 물음은 분명 나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묻고 있는 말투였다. 확실하진 않았다. 하지만 난 그런 기분을 분명히 느꼈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
“후후... 눈치 빠른 꼬마로구나? 역시 카시아가 남자보는 눈은 있군. 그래... 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웠지. 이곳에 수백 년 봉인되어 있다 보니 그런 능력이 자연히 생기더군.”
류지아의 말을 듣던 카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시아도 아마 마음을 읽는 류지아의 사실을 처음 전해 듣는 것임이 분명하다.
“어쩐지... 언니! 랑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에게도 말해줘요.”
류지아가 나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커다랗고 연녹색 아름다운 눈동자가 내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었다.
“말해도 괜찮겠니?”
“안될 건 없어요. 단지 막지 말아주세요.”
류지아가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카시아 또한 그리 머리 나쁜 여자는 아니었다. 이미 나의 마지막 말에 모든 내 마음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랑스! 너...! 설마 훅스턴을...”
“맞아요. 그를 찾아 이섬을 떠나겠어요.”
“......”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훅스턴... 그는 나의 아버지였으며 어머니였고, 동시에 친구였다. 하늘과도 같은 나의 캡틴이었다. 그런 그자가 나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검을 들이 밀었다. 섬을 배신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카시아까지 죽이려들었다. 오디세이아인들과 모략을 짰다. 용서할 수 없었다. 그 배신의 대가는 내가 진심으로 지녔던 모든 마음을 포함한 분노였다.
예의가 아닌 것을 알지만 난 식사 중에 몸을 일으켰다. 마을로 가서 선원을 모집하고. 마침 돌아온 세 명의 해적 왕에게 도움을 청해 훅스턴을 찾아 나서겠다. 카시아에게 부탁을 해도 되지만 그녀는 일단 여자이다. 혹시라도 포로가 되어 버리면 남자와는 달릴 치명적인 결과를, 일을 당해버린다.
“기다려.”
“죄송해요.”
아마 이번엔 류지아가 어떤 마법을 써도 내 발걸음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내 발목은 또 멈추고 말았다.
“랑스, 훅스턴이 배신한 지금 해적왕은 네 명 밖에 되지 않는다.”
연이어 들려온 소리에 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카시아를 통해서 너를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도 이유가 있어서 그랬지. 섬에서 해적 왕을 제외하곤 네 녀석이 검술이 가장 뛰어나더구나. 더군다나 측량과 항해술까지 능숙하게 다룰 줄 알고,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서... 설마...?”
순간 머릿속이 멍해져버렸다. 설마, 설마.
그리고 류지아는 품에서 작은 단검를 꺼내들어 휙하고 나에게 던졌다. 난 그것을 받아들며 천천히 외관을 살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 단검. 아름다운 붉은 보석이 손잡이 중심에 일렬을 이루고 있어 매우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 이건.”
“여덟 장로들이 나에게서 원하는 물건이야.”
잠시 내 눈을 마주친 류지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걸 가지고 카시아와 함께 여덟 장로에게 찾아가. 그리고 임명받아라. 훅스턴이 누렸던 다섯 번째 해적왕, 골든 스페로우의 칭호를 수여받아.”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6&WTV1471013=32131834&WTV1392781=25246595&WTV1357910=273489&WTV1357911=2295131&WTV246810=14&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3. 출항&WTV9172643=나와 카시아는 여덟 장로를 만나기 위해 길을 서둘렀다. 류지아와 작별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 때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떠올랐다.
‘마을로 가면 서쪽 늪지대에 움막을 짓고 사는 여자를 찾아가. 너희들이 마녀라고 멀리하는 여자이지만 결국 그녀도 마법사니까. 다름 아닌 흑마법사 말이야. 항해에 도움이 될 거야.’
“처음 듣는 이야기 였는데...“
류지아의 말을 떠올리며 카시아에게 입을 열었다.
“정말 마법사가 현제에도 남아있네요. 모두 전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맞아.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 언제부턴가 잊힌 그것을 보려고 안했기 때문에 사라진 거라고 믿어왔는지 몰라. 봐, 실제론 우리 마을의 서쪽 늪지대에도 마녀가 살고 있었어.”
“그래도 일단 여덟 장로를 찾아가는 게 먼저겠죠?”
“그렇지.”
다시 지겹도록 긴 숲을 걷고, 또 바다의 모든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을 넘었다. 이윽고 마을의 채취가 풍겨오는 지역에 들어섰고, 마을을 들어서는 방향에서 서쪽에 떨어진 작은 동굴로 향하였다.
“다 왔네요.”
“긴장되니?”
“음... 당연하죠.”
긴장되냐니, 당연하다. 평생 꿈꿔왔던 선장, 우리 마을의 실제 통치자라고 할 수 있는 해적 왕으로서 임명 받는 것이다. 허리에 찬 작은 단검을 꼭 쥐었다. 류지아가 준 단검. 이검이 있다면 해적왕으로 임명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덟 장로들도 류지아처럼 마법사들이에요? 그러니까... 어린 모습일까요? 소문으론 모두 늙은이라던데...”
“맞아. 현재 남아있는 그들은 모두 늙은 남자들이야.”
카시아의 말을 들으며 동굴 안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동굴을 한참 걸어 들어가자 오망성이 그려진 검은 문이 보였는데 그것을 밀고 들어갔다.
“거기... 누구냐? 카시아...?”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어둡지 않았다. 아니, 동굴이라기보다 워낙 깔끔한 벽돌로 칙칙한 동굴 벽을 마감하였는지 어느 건물보다 깔끔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이곳이다. 아니... 뭐랄까. 오히려 호화스럽군.
눈앞을 바라보니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구부정한 노인이 있었다. 여덟장로 중 한명이군. 카시아가 입을 열었다.
“장로, 마을에서 일어난 일은 모두 전해 들었나요?”
“들을 필요도 없지.”
눈앞에 늙은이는 품안에서 사람 머리통만한 구슬을 꺼내 들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현재 마을이라 짐작되는 정경이 그대로 펼쳐졌다. 마치 류지아가 부렸던 것과 같은 마법의 힘과 비슷했다. 호기심이 일어 카시아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저들도 마법을 부리네요?’
‘마법이 아니야. 환영의 구슬이라는 보물이지. 내것이었던 칠흑의 잔영보다 값어치 없는 물건이야.’
곧 이어 여덟 명의 검은 후드의 늙은이들이 이어진 방문을 통해 이곳에 모였다. 그들 중 한명이 카시아에게 입을 열었다.
“마을문제 때문인가? 카시아... 네년이 뭣 때문에 우리 늙은이를 찾아온 것이더냐?”
“해적왕의 칭호를 얻기 위해서죠.”
“이미 얻지 않았느냐!”
“전 당연히 얻었죠. 제가 얻을려고 찾아온 게 아니랍니다.”
“그럼?”
“제 옆에 있는 랑스라는 소년이요.”
몸은 여덟 개인데 마치 할 사람처럼 말을 주고받는 장로들이었다. 그들의 모든 시선이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대뜸 소리를 질러버려 뒤로 쿵하고 엉덩방아를 찧을뻔 했다.
“건방진 어린놈! 이곳이 감히 어디라고 찾아온 게냐!”
“마을을 비밀리에 다스리는 여덟 장로님들의 거처입니다.”
“허...”
그들은 나의 담담한 말투에 어이없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카시아의 얼굴을 살짝 바라보니 역시 생긋 웃으며 눈짓을 한다. 그래서 난 당당히 허리에 찬 류지아의 단검을 꺼내들었다.
“건방진 어린놈이 아닙니다. 제 이름은 랑스 클란츠, 모반을 일으킨 훅스턴 선장의 친애하던 부선장이었으며 일등 항해사입니다. 이 단검을 드릴 테니 그가 누렸던 골든 스페로우의 인장을 이어받게 해주십시오.”
“허! 허! 이건! 이건!”
용기 있게 말한 나의 언변에 놀란 감탄사 따위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눈에는 내가 꺼내든 류지아의 단검만 보이는 모양이다. 나는 앞으로 내보였던 단검을 다시 회수하며 입을 열었다.
“모반을 일으킨 훅스턴의 뒤를 이어 다섯 번째 해적 왕이 되고 싶습니다. 전 다름 아닌 그를 잡기위해 그와 동등한 해적왕이 되려고 합니다.”
“허허! 저것 보시오. 저 보선, 저 곡선은 분명 마녀의 단검이 확실하오.”
빌어먹을, 이봐 늙은이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나는 화가 치밀어 단검을 꽉 쥐었다. 그리고 천정을 향해 휙하고 던졌다. 역시 단검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높이 박혀버렸다.
“어어어! 뭣 하는 것이냐!”
“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요 장로님들, 해적왕이 되어야 한다고요. 대가는 바로 저기 천정에 꽂힌 단검을 바치는 것이고.”
잠시 멍한 눈초리로 단검을 바라보던 그들이 약간 진중한 태도를 갖추며 입을 열었다. 모두 검은 후드를 깊게 뒤집어 쓰고 있어 누가 누군지 당최 모르겠다.
“그래. 그래... 그래야지. 마녀의 단검을 손에 넣었다면 틀림없이 봉인된 마녀를 만났겠구나.”
카시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와 만났습니다. 그녀가 단검을 이 소년에게 주었지요.”
“그렇군... 그래... 그럼 우리라고해서 거부할 이유는 없다. 잠시 기다려 보거라.”
그들 중 한명이 문이 열린 다른 방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장로들은 목석처럼 서서 허공에 있는 단검만을 바라보았다. 무슨 단검이기에 저토록 눈이 빠져라 원하는 것일까. 어디론가 사라졌던 장로 한명이 손에 둘둘 말린 양피지를 가져와 그것을 나에게 내밀었다.
“먼저 이것을 받거라. 그리고 펴 보아라...”
뭘까? 당연히 난 받아든 양피지를 펴 보았다.
“앗... 이건!?”
“봐도 모를 테지. 마을로 가서 조선소에 맡겨야만한 것이니라. 완성만 하면 바다에선 제왕이 될 수 있겠지.”
다름 아닌 배의 제작 도안 이였다. 나로선 이것을 어떻게 보는지 몰라서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단, 위에 금색으로 큰 글씨가 써져 있었는데 골든 스페로우라고 써져 있었다. 그들이 이어 입을 열었다.
“해적 왕이 될 랑스 클란츠. 따라들어 오너라.”
의심이 들어 카시아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도 장로들을 따라가라며 눈짓했다. 그들을 따라 이어진 방으로 몸을 옮겼다.
“제단 위로 올라가라.”
“제단...?”
바닥에 붉은 오망성이 그려진 높은 제단이었는데 얼떨떨한 기분으로 제단에 몸을 옮기자 그들은 나와 함께 다섯 가지 물건을 올려놓았다. 검과, 목걸이, 장갑과, 부츠, 갑옷이였다. 다섯 개 모두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 보물인 마냥 화사하며, 풍겨져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어라. 이중 갖고 싶은 물건에 마음을 전하며 갈급해 해라.”
그들의 요구를 따랐다. 그러자 내 몸이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검과, 목걸이, 장갑과 부츠... 또 갑옷이라니.
“이제 눈을 떠라.”
서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내 앞엔 놀랍게도 검은 장갑이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뭐야! 이 장갑... 왜 허공에 떠 있죠?”
“오우거의 힘을 선택했군...”
"오우거의 힘이라니요?“
“그것은 현재 남아있는 다섯 개의 아티팩트. 마법 검과, 신속의 목걸이, 괴수의 장갑과, 부양의 부츠, 체인 메일이다. 그중 하나만 있더라도 충분히 해적 왕이라 불릴만한 힘을 가질 수 있지. 참고로 네 선장인 훅스턴은 말하는 마법검인 에고(EGO) 소드를 선택했었다. 카시아는 물론 칡흑의 잔영을 선택했지. 넌 이 순간부터 괴수의 힘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이제 나가거라.”
“괴수의 힘...”
오우거가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른다. 허나 그것이 어느 괴수의 일종이라는 것은 알겠다. 뭐야? 그러면 내가 이 장갑을 끼면... 괴수로 변한다는 말이야? 아니, 괴수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 괴수의 장갑이라...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7&WTV1471013=34427280&WTV1392781=25246837&WTV1357910=273489&WTV1357911=2295152&WTV246810=15&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3. 출항&WTV9172643=내가 해적왕이 된다고 하기에 엄청난 의식이라도 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조용히 일을 마쳤다. 그들에게서 받은 배를 만드는 도안 한 장과 검은 장갑 한 짝, 장갑이라면 한쌍이어야 하는데 왜 허전하게 왼쪽밖에 없을까.
마을을 향하는 날 보며 카시아가 입을 열었다.
“이제 해적왕이 됐구나?”
“네. 대단한 건줄 알았는데 별것 아닌데요?”
“마을은 이미 난리가 났을걸.”
“네? 왜요?”
“방금 전 황금 참새가 날아올랐거든.”
“화, 황금 참새요?”
“그래. 골든 스페로우 말이야. 누군가 해적왕으로 임명 되면 해당 상징물이 하늘위로 날아올라. 그러니까... 우리 섬에 남아있는 신수라고 할 수 있지.”
“카시아의 상징물이 뭔데요?”
“나? 나야 뭐 조용했지. 마을 주변에 플로렌스라는 꽃이 피어났으니까.”
정말 카시아의 말이 맞았다. 우리가 마을로 들어선 순간 나를 환영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야야! 랑스다!”
“까! 랑스씨! 전 당신이 언젠간 선장이 될 줄 알았어요!”
“우오오오! 랑스 선장!”
으아아... 길거리엔 나를 보려는 엄청난 인파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런... 카시아가 시끄러운 소음에 귀를 막으며 내 귓가에 말을 전했다.
“조선소로 향하자!”
“네!”
“뛰어!”
이럴 때 카시아의 카멜레온이 있다면 더 없이 좋았을 걸. 반드시 되찾아 주겠어. 훅스턴을 찾아 나서며 오르네우스의 모든 군함들을 부숴놓겠어. 그놈 이름이 키리우스 호프만이라고 했었지?
“오오! 다섯 번째 해적왕이 되신 랑스님이 오셨군요. 호오, 카시아님도 동행인가요?”
카시아가 친절한 미소를 띄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길드만, 오랜만이네요.”
“허허허, 이번에도 전 뼈 빠지게 고생하겠군요. 도안은 가져 오셨습니까?”
“랑스.”
나는 품에서 여덟 장로에게 받은 도안을 내밀었다.
“랑스... 아니 랑스 선장님, 드디어 선장이 되셨군요. 허허허. 뭐 배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당신 선장이었던... 그 나쁜 놈과 똑같은 배니까요.”
어릴 적부터 어린아이처럼 날 불러주었던 길드만. 내가 정식 선장이 되자 공손한 모습으로 나를 대한다. 뭐... 좋은 기분이 들진 않는데... 그나저나 기분이 묘하다. 훅스턴의 함선과 내배가 같은 거라고? 그렇구나... 골든 스페로우... 인장이라기에 도장인 줄 알았더니 다름 아닌 배이름이었구나. 참!
“아! 카시아. 물어볼게 있어요.”
“응? 뭘?”
“소용돌이 말이에요! 장로들에게서 듣지 못 했는데요? 이 섬 주위의 소용돌이를 빠져나가는 방법이요.”
참, 그렇지. 그것은 비밀이었지.
카시아는 길드만의 눈치를 살짝 살핀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배가 완성되면 선상을 달아야지? 네 선상은 곧 있으면 여덟 장로들이 알아서 조선소에 전해줘. 그 선상에 폭풍을 조용히 지날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어.’
‘에? 그럼 오디세이아의 그 배는요? 훅스턴과 같이 침략했던 그 배요.’
‘훅스턴이 모는 배를 바짝 뒤쫓아 왔겠지. 우리들이 배를 나포해서 끌고 올 때랑 비슷한 방법을 쓰는 거야. 해적왕들이 항해하는 인근 지점에는 폭풍이 잔잔해 지니까.’
카시아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정말 해적왕이 됐구나.
“이제 뭘 하죠? 배가 완성되려면 일주일가량 걸릴 텐데.”
“그동안 할게 많지.”
“무슨...?”
“선술집에 가서 선원을 모집해야지. 그리고... 항해사나 부선장, 등등... 네 인재를 모집해. 배안에선 언제 누군가가 돌발행위를 할지 몰라.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선 믿을 통솔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야.”
“돌발 행위요?”
“널 죽이고 네 머리와 배를 다른 나라에 팔아넘기는 거지. 명심해. 우린 해적이야. 그리고 지킬게 많은 선장이야.”
아... 그런가. 하긴, 그런 일이 아주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었지. 물론 훅스턴과 나의 검술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큰일이 일어났다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조선소의 문을 열고 나오자 모여 들었던 인파들이 절반가량 줄어들어 있었다. 그들 중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와우! 랑스 선장이 선술집에서 한탕 쏘신단다! 모두 그리로 향하자! 와하하하하!”
휴... 저 남자 어찌나 귀가 밝은지 나와 카시아의 대화를 용케도 듣고 우리의 행로를 파악하며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못 당하겠군. 고개를 설레 흔들며 선술집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카시아가 아까의 말을 이어 덧붙였다.
“랑스, 또 한 가지. 서쪽 늪지대에 가야하지 않겠니? 류지아가 소개해준 마법사라면 네 든든한 동지가 될지 모르겠어.”
“마녀를... 배에 태워도 별일 없을까요?”
“어머... 너 여자라고 차별하는 거 아니겠지? 나도 여잔데 선장이야. 별일 없이 아직까지 잘 살아 있잖아?”
“음... 그래요. 그래도 당신은 선장으로서 인정이 되지만, 다른 남자 선원들은 평범한 여자를 태우면 운이 없다고...”
해적들 사이에는 그런 소문이 있었다. 여자를 배에 태우면 재앙이 온다고.
“랑스... 그 마녀가 아니더라도 태워야할 여자가 늘었는걸.”
“네?”
나는 카시아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줄 몰라 잠시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카시아의 시선은 정확히 앞을 향해있었다. 앞에는 몰려든 마을 사람들 밖에... 아니!?
“너! 너!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을 했어!”
금발머리, 처음엔 깨끗한 하얀 드레스를 입었었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진흙이 묻어 있었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바로 나와 관계를 맺었던 에렐다의 딸이 분명했다.
그녀 뒤엔 에랄다가 서있었는데 엄청난 사실을 말하려던 자신의 딸을 말리며 나에게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 딸이 뭘 잘 모르고... 근데 선장이 되셨네요.”
“아... 네...”
“부탁 한 가지만 해도 될까요?”
“무슨 부탁이요?”
“보아하니 그냥은 이 섬을 나갈 수 없고, 무슨 이유에선지 더 이상 포로취급도 하지 않네요. 그래서 당신이 출항할 때 우리 나라로 데려다 주세요. 나라로 돌아가더라도 당신들의 행적에 대해선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을게요.”
카시아를 바라보았다. 마을 사람들이 그녀들을 포로취급하지 않은 이유는 틀림없는 카시아의 입김이 작용한 터였다. 카시아는 내 생각이 맞는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봐, 랑스. 이래저래 여자들은 배에 태우게 됐잖아. 네 배는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거야.”
그러자 카시아의 말을 들은 주민들이 환호했다.
“우와아! 랑스 선장은 배에 여자도 태운단다! 하하하하!”
“우와! 난 여자를 태워도 소문 따윈 무섭지 않아! 나도 데려가요 랑스선장!”
카시아가 중얼거렸다.
“랑스, 선원 걱정은 필요 없겠어.”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7&WTV1471013=36725328&WTV1392781=25248839&WTV1357910=273489&WTV1357911=2295333&WTV246810=16&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3. 출항&WTV9172643=요란한 길거리, 많은 인파속에서 환영을 받으며 거리를 걸었다. 뭐 오늘 하루로 끝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 섬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드디어,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해적왕이데 그런데... 훅스턴이라는 나의 친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닌지 찝찝한 기분은 감출 수 없다.
지금은 류지아가 말한 마녀를 찾으러 가는 중이다. 선원을 모집하는 건 아까도 보았듯 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일단은 항해서와 부선장, 검술이나 포술에 뛰어난 인재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런데 마녀라니... 마법사인 류지아와 여덟 장로들의 요상한 기운, 그리고 내가 해적 왕이 되자 마을엔 황금참새라는 신수가 날아올랐다고 한다. 마치 내가 모르는 세상에 들어선 것 같아 기분이 매우 묘하다. 앞으로는 어떤 세계가 펼져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감에 벅차오르기도 한다.
“그 장갑이 여덟 장로들에게서 받은 장갑이지? 무슨 효과가 있어?”
“괴수의 장갑이라던데요?”
“괴수의 장갑?”
나는 내 왼손에 낀 장갑을 바라보며 설명을 덧붙였다.
“오우거라는 괴물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데 아직까진 그냥 평범해요. 카시아는 카멜레온을 선택했다면서요? 저도 그것처럼 효과적인 아티펙트였으면 좋을 텐데...”
“내 예상이 맞는다면 네 선택은 더 없이 훌륭해.”
“네?”
카시아는 바닥에 떨어진 자갈을 하나 주워 내게로 내밀었다.
“이것을 왼손으로 부숴봐.”
“네에?”
“부숴보라고.”
“돌인데요?”
“내 생각이 맞는다면 틀림없이 이 돌은 가루가 되어버릴 거야.”
“에이... 말도 안돼요!”
“해봐.”
카시아가 던진 자갈을 가볍게 받았다. 나야 평범한 오른손잡이기 때문에 왼손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는데, 왼손으로 이것을 부숴보라니 다시 자갈을 왼손으로 옮겨 잡았다. 그리고 카시아가 주문한데로 살짝 움켜쥐어 봤는데...
- 와드드득 -
“으악?”
“봐. 가루가 됐지?”
“히아아아아악.”
“훗! 뭘 그리 놀래? 내가 말했잖아.”
“흐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단단한 자갈이, 돌이... 내 힘에 의해서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되어 버렸다. 이거... 사기아니야? 나는 방금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 않아 다시 바닥에 돌을 집어 들었다. 이번엔 좀 더 크고, 단단해 보이는 주먹만 한 돌이었는데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부서트릴 수 없는 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디 다시 한 번...
- 와드드드득 -
“헉... 카... 카시아...”
“장갑을 낀 왼손만 그렇지. 그 장갑의 이름은 괴수의 장갑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오우거 파워 건틀렛이라고도 불러. O.P.G라고들 하지.”
나는 멍하니 왼손을 바라보다. 발을 박차 눈앞에 보이는 거목을 향해 달려갔다. 카시아는 놀라 ‘앗? 뭐해?‘ 하고 소리질렀지만 나는 왼손에 잔득 힘을 줘 눈에 보이는 거목을 후려쳤다. - 쾅! , 우찌근... -
카시아가 중얼거렸다.
“랑스! 괴물 흉내 좀 내지마!”
- - - - - 해적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