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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화 〉file2-21 파란 나라를 보았니? 피와 폭력이 가득한 (61/66)



〈 61화 〉file2-21 파란 나라를 보았니? 피와 폭력이 가득한

그중 멀쩡한 몇 개를 찾아내 주워들었다. 최근에 혼닛츠 사와 싸웠던 흔적이 전부 다 정리되지도 않아, 주워갈 수 있는 파츠라고 해 봤자 시노비의 팔과 다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로날드는 아쉬운 대로 그거라도 주워, 사이드와인더 등 뒤에 매달아 놓은 소형 컨테이너에 내던지듯 담았다.

그 와중에 포크레인과 불도저에서 뜯어낸 금속판으로 장갑판을 맞춘 워커-B 타입 한 대가, 조용히 사이드와인더의 뒤를 밟았다.

“저 개새끼! 대체 어디서 뭐하다 굴러 처먹은 새끼인데 저런 난쟁이 같은 시리즈 H로 우리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고 있어?!”

그는  4미터 남짓한 조그만 시리즈 H가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며, 스무 대가 넘는 정크제 워커-B 타입을 신나게 두들겨 부수던 모습을 떠올렸다.

잠시만 눈을 떼면 발로 밟아 부술 정도의 시리즈 H가 조종석까지 기어올라, 장갑판을 잡아 찢어 조종사만 기관총 개머리판으로 짓이겨 죽이는 것은 물론.

15mm밖에 되는 기관총으로 관절 연결 부위와 카메라만 작살 내, 아군끼리 오폭이나 엉뚱한 곳을 공격하게 만들어 죽이는 등.

최대한 상대방을 농락하고 피를 말려가며 죽인 탓에, 스무대  열 대 이상이 동료의 기체에 들러붙은 사이드와인더를 박살 내려다가. 몇  정도 한솥밥 먹은 친구들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유일하게 남은 한 대만이, 사이드와인더의 전투를 지켜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동안 여러 사설 경찰들한테 쫓겨 다니고, 죽여 본 사설 경찰 수가  자리인데 저딴 새끼는 어떤 기업에서도 보지 못한 새끼라고!”

원래대로라면 절대 승산이 없다는 생각을 굳힌 뒤, 다음에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라며 재빨리 달아나려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죽은 동료들과 잃어버린 기체 때문에라도 악착같이 뒤를 밟았다.

게다가 저 시리즈 H가 얇은 장갑과 작은 크기. 부실한 화력 외에도,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더 있는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저 새끼가 모는 시리즈 H. 분명히 카메라나 레이더 같은 탐지 장비가 아주 부실했었지. 그렇다면 바로 뒤에서….”

자동차 차체를 덮어씌운 워커-B 타입은, 곧바로 로날드의 사이드와인더를 향해 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하지만 로날드는 그때 조종석을 열고, 막 불을 붙인 담배를 입에 문 채. 작은 권총을 든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로날드는 담배 모금을 빨면서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권총에서는 특이하게도 총알 대신 번득이는 빛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로날드는 가죽조끼 주머니에 들어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굵은 담배를 더욱 깊게 빨아들였다.

잠시 후  덩어리가 미세한 폭음을 내면서 터져, 워커-B 타입의 메인 카메라를 강한 빛으로 가려버렸다.

로날드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사이드와인더의 조종석 안으로 들어가. 대형 나이프 칼날로 워커-B 타입의 발밑을 깊게 찌른 뒤, 지렛대처럼 번쩍 들어 정크제 워커-B 타입을 통나무 잘라 넘기듯 뒤로 넘어트려 버렸다.

“어이쿠! 이게 레이더가 없다는 건 용케 알았네. 하지만 그런다고 그따위로 몸집이 뚱뚱한 봉제 인형이 걸어 다니는 걸 눈치  채면 애초에 여기를 오지도 않았어!”

로날드가 모는 사이드와인더는, 맨손으로 조종석 헤치를 잡아 뜯었다.

뒤이어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실직자를 내려다봤다. 로날드는 코웃음을 치며 기관단총을 겨눴다.

그리고 그에게 말 한마디 던지기 전에, MG-15의 방아쇠를 냅다 당겼다. 타이프라이터를 두들기는 것 같은 총성과 함께, 조종석 안에 들어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붉은색 딸기 스무디로 변해버렸다.

그는 담배 연기로 총구에서 새어 나오는 화약 냄새와, 조종석에서 확 피어오르는 피비린내를 가리면서 한마디 했다.

“뭐 조종석 안이 고기 분쇄기처럼 되어버렸지만,  정도는 사라가 적당히 잘 고쳐 주겠지. 어차피 내가 탈 것도 아닌데.”

로날드가 웃어대면서 조종사의 잔해가 잔뜩 들러붙은 시트를 떼어내려는 순간. 시리즈 H 특유의 모터와 롤러 마찰음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젠장! 아직 안 끝났어?!”

로날드가 재빨리 조종석 헤치를 잠그며, 숨을만한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정크제 워커-B 무리가 그의 주변을 둘러싸는 게 훨씬 빨랐다. 그런데 그때.

‘로날드 씨? 위로 높이 뛰어오르시면   있습니다.’

누군가가 갑작스럽게사이드와인더의 중앙 제어 시스템에 통신 해킹을 걸어, 노이즈가 잔뜩 낀 음성만으로 한마디 전달하는 걸 들었다.

“미친 새끼!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로날드는 갑작스러운 통신 해킹에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곧장 음성 통신이 지시한 대로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고층건물 두세 채를 한데 엮은 크기의 굴착 드릴이 튀어나왔다.

 기세에 밀려 두세 대의 워커-B 타입이 넘어졌고,나머지 워커-B 타입과 T-117타입이 무기를 놓치거나 뒤로 물러나려다가 건물에 막혀버렸다.

뒤이어 몇 대의 시리즈 H가 갈라진 땅 틈으로 떨어지다가 굴착 드릴 전차에 잘게 다져지거나, 무너지는 건물과 함께 깔려 납작하게 찌그러졌다.

“다, 다들 피해! 저건 우리가 몇 대나 몰려와도 못 이길 물건이야! 도망쳐!”

실직자 패거리들은, 워커의 카메라에도 전체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대괴수를 보자. 죄다 꽁지 빠지게 달아나기 바빴다.

그중 적지 않은 동료들이 갈라진 틈새에 빠지거나, 건물 잔해에 걸려 넘어져서 바닥에 내던진 도자기 꼴이 났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박살 난 녀석들이야 자기 알아서 살아남겠거니 생각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런 건 회장님도 생각하지 못할 물건인데. 어떤 또라이지? 이런 걸 몰고 다닐 놈은.”

로날드가 조금  멀리 떨어져서 기계 괴수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확인했다.

고깔모자와 비슷하게 생긴 드릴은, 커다란 원뿔 주변에 수많은 워터제트 사출 구멍이 뚫려 있었고. 원뿔형 드릴 밑에는 잘게 부순 암석을 빨아들여, 더욱 곱게 갈아버리기 위한 거대한 입 모양의 흡입장치도 있었다.

그리고 보조적으로 땅을 더 깊게 파기 위해, 포크레인의 삽과 비슷한 모양의 앞발과 뒷발이 붙어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전차에 비대한 드릴과 짧은 다리를 붙인 무쇠 두더지 같았다.

한편 드릴이 튀어나온 것에 반응한 로날드의 사이드와인더가, 건물 잔해 틈 사이를 여러  뛰어 올라 옆 건물로 재빨리 넘어가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무수한 사출구에서 고압의 워터 제트를 뿜어냈다.

최근 웨슬레 사에서, 소방서 같은 비전투 사설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지하침투 작전용 장갑차 TOPO-1이었다.

실직자들은 재빨리 로날드의 사이드와인더에서,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튀어나온 두더지 모양의 T0P0-1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TOPO-1은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워커-B 타입과 T-117 무리를 향해, 100미터 아래의 바다에서도 1미터 두께의 콘크리트를 잘라내는 위력의 워터 제트를 내뿜었다.

분수처럼 뿜어내는 워터 제트에, 워커-B 타입 여러 대가 알루미늄 깡통처럼 쉽고 허무할 정도로 썰려 나갔고. 건물들도 두부처럼 잘려나가  밑에서 얼쩡거리던 워커-B 타입과 T-117을 짓밟힌 음료수 캔처럼 만들어버렸다.

뒤이어 드릴 전차는 쑥대밭이 된 주변의 잔해들을 흡입장치로 집어삼키면서 잘게 갈아 부쉈다. 로날드는 재빨리 대 시리즈 H용 나이프를 지면에 꽂은 채. 무지막지하게 날아 들어오는 쓰레기와 세차게 빨아들이는 바람을 견뎌냈다.

“뭐야 씨발. 이런 정신 나간 기계는?”

로날드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지중 장갑차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블랙홀처럼 뭐든  집어삼키는 흡입장치 쪽을 노려봤다.

그리고  손으로 MG-15를 들어, 흡입장치 옆에 붙어있는 배기가스 파이프를 쏴 맞췄다.

동시에 TOPO-1의 흡입장치가 멈췄고, TOPO-1은 앞발과 뒷발을 빠르게 움직여. 큼직한 포탄 박스 같이 생긴 전신을 다 드러낸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뒤이어 전차 위쪽에 안전모 비슷하게 생긴 해치가 열리면서, 사라보다 반 뼘 정도 작아 보이는 어린 남매 한 쌍이 튀어나왔다.

“뭐야?  니들이 여길 돌아다니는데.”

그 남매의 모습은 둘 다 같은 틀에 넣고 찍어낸 것처럼, 어느 쪽이 남자 형제인지 모를 정도로 이목구비가 똑같았다.

어린아이 치고는 살짝 날카로운 눈매와 콧날. 북유럽계 특유의 뽀얀 피부와 선명한 금발 등만 보면 대도시의 아동복 모델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각자 남자아이가 왼쪽 눈. 여자아이가 오른쪽 눈에 세로로  그어진 상처가 나 있는 게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게다가 남자아이는 오른쪽 머리카락. 여자아이는 왼쪽 머리카락을 땋아 내렸으며, 여자아이 쪽은 남자들이 입을 법한 와이셔츠에 멜빵 반바지. 남자아이 쪽은 여자아이들이 입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대충 보기에는 어느 쪽이 여자아이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조금만 눈썰미가 좋아도 남자 옷을 입은 쪽이 허리가 잘록하고 미세하게나마 가슴이 봉곳하게 솟은 점.

엉덩이가 조금 더 크고 허벅지가 좀  유선형으로 쭉 빠져 있고 어깨가 좁은 점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여자 옷을 입은 쪽은 생각보다 어깨가 다부져 보이고, 팔과 정강이에 약간의 잔 근육이 잡혀 있는 것. 목에 미세하게나 목젖이 나온 걸로 구분할 수 있었다.

“파랑새가 이런 쓰레기장에 돌아다니는 거 보니 많이 배가 고팠냐?! 그때 남긴 흉터는 안 아프냐 새끼들아?!”

로날드는 그 두 남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비아냥이 가득 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그러자 남매는 각자 눈에 새겨진 흉터를 만지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웃어 보였다. 로날드는 반쯤 기계로 채워진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전차 위에  있는 남매는 로날드에게 시선 한  보내지 않았다.

이 둘은 자유 합중국 안에서도 악명 높은 2인조 사설 경찰. 속칭 ‘파랑새’ 치르치르와 미치르로, 돈만 주면 어떤 구린내 나는 일도 앞장서서 떠맡는  물론.

임무 중에도 별의별 이유를 들어 내팽개쳐 의뢰인을 죽게 내버려 두거나. 반대로 자기들 손으로 의뢰인을 잡아 죽이고 그들의 기반을 먹어 치우는 배신자.

그리고 임무 외 구역까지 들어와 아무 이유 없이 민간인들과 비전투원들을 죽이고, 의뢰를 파탄  일도 몇십 번이 넘을 정도로 제멋대로였다.

일이 없을 땐 다른 실직자 무리와 힘을 합쳐 멀쩡히 돌아가는 도시 사람들을 학살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약탈자나 다름없었다.

자유 합중국에 흔히 돌아다니는 실직자들과 딱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저들은 결코 쓰레기를 주워 먹고 살지 않는다는 정도 뿐이다.

물론 정상적인 머리를 갖고 있는 기업주라면, 기업들끼리 힘을 합쳐 저런 무뢰배들을 토벌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증거고 나발이고도 남기지 않는 파괴 활동 하나만큼은, 어지간한 사설 경찰보다 기가 막히게 하는지라. 일부러 경쟁기업을 자기 손 하나도 안 쓰고 박살 내기 위해, 상대 기업인 척하면서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게 중간에 들통 나는 순간. 반대로 자기네 회사가 박살 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하나같이 ‘나는  걸릴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덕분에. 그들은 여전히 자유 합중국 안을 맘껏뛰어놀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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