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file2-19 재난과 재앙 안에서도 돈을 버는 마귀가 있다. (59/66)



〈 59화 〉file2-19 재난과 재앙 안에서도 돈을 버는 마귀가 있다.

“우리는 이제 정보를 얻고 딱   습격했을 뿐이라고. 게다가 처음부터 말콤 목사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 직접 돌격했지. 아예 작정하고 죽일 생각으로 몰래 쳐들어간 적은 없다. 작전 계획서라도 읽어 볼 거야?”

회장이 권총을 내려놓으며 의문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짓자, 블라디미르는 엄지손톱 크기의 칩을 회장에게 던져줬다. 회장은 곧바로 그 칩을 블라디미르에게 되돌려주면서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아니. 이미 그걸 내줄 정도면 의심하고 자시고도 없잖아. 둘 중 하나밖에 없으니까, 나한테 속임수를 쓰거나 아니면 진짜 말콤 목사에게서 관심을 끊었거나.”

회장은 블라디미르가 말콤 목사에게 관심을 끊을 이유는 딱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블라디미르는 코웃음을 치면서 돌려받은 칩을 벌레 죽이듯 손가락으로 눌러 부숴버렸다.

“즉 우리만 말콤 목사를 노리는  아니라는 얘기지. 백인이나 흑인이나 과격파 녀석들이라면 말콤 목사 같은 사람이 살아있는 자체를 용납할  없으니까.”

잭슨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 저었다. 하지만 입에서는 ‘확실히 그렇군.’이라는 말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블라디미르는 그런 잭슨의 태도를 보고 코웃음을 치며 열기에 들뜬 투로 말을 마구 쏟아냈다.

“결국. 서로 내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죽여대지만, 결론은 그냥 단순한 화풀이에 자기가 쓰레기니까 남들도 다 똑같은 쓰레기가 되길 바라는 것뿐이야. 그래도 그런 녀석들을 위해서 살아갈 건가 말콤 목사?”

말콤 목사는 블라디미르가 말한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인지, 은은한 미소를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흑인부터, 그를 백인 편에 붙은 ‘명예 백인’이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렸다.

백인과 공존할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인들의 피부를 새까맣게 태워버리는 것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세워. 말콤 목사에게 거의 일 년에 다섯  이상 크고 작은 테러를 저질렀다.

백인 과격파는 백인 과격파대로, 말콤 목사가 자신들의 정당한 복수를 의미 없는 폭력 행위로 몰아붙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말콤 목사가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 편에 선다는 이유로 말콤 목사가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말콤 목사는 여전히 이죽거리면서 그를 깔보듯 내려다보는 블라디미르에게, 오히려 아무 걱정 없다는 투로 조용히 대답했다.

“당신 말대로  주변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적이 많지, 하지만 이 세상에는 적이 아닌 사람이 훨씬 많다네. 그리고 아무리 지금 당장의 적이라도  세상에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네. 그렇지 않나?”

블라디미르는 더 이상  말이 없어졌는지, 말콤 목사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래침을 뱉는 것처럼 얼굴을 확 구기면서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는 잭슨과 회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분명 강적 하나가 알아서 물러나 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큰 재앙이 들이닥칠 것을 기다리는 불안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면 나도 이제 쉬러 가보겠네. 자네들에게는 미안하게 되었어. 이런 폭탄보다 위험한 사람을 아메리카 주까지 데리고 가는 일이 쉽지 않을 테니 말이야.”

블라디미르가 나가버린 뒤, 말콤 목사 역시  이상  일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문밖으로 나갔다. 말콤 목사까지 방을 비우자, 회장은 곧바로 눈을 날카롭게 뜨면서 잭슨에게 무거운 투로 질문을 던졌다.

“잭슨.  처음에 폰테시티를 습격했던 놈들의 흔적은 아직 다 안 치웠지?”

“예. 다른 건 몰라도 시리즈 H를 사용한 전투는 정리가 쉽지 않으니까 조금이나마 흔적이 남게 될 겁니다.”

잭슨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회장은 검지 한마디 크기의 단말기를 그의 손에 넘겼다.

“그러면 폰테시티 호텔 쪽으로 베스파를 보낼 테니까, 영상 잘 확인해둬. 나는 말콤 목사와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까.”

“어째서 할아버지하고?”

“사방이 적이고 아군은 우리 둘밖에 없어. 그 와중에도 말콤 목사는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을 거야. 이게 결코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너도 잘 알겠지? 헤비 메탈에 원한 가진 녀석은 우리 회사에만 있는  아니라고.”

방금 전. 말콤 목사가 블라디미르 앞에서 그렇게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립이나 온건주의자들이 말콤 목사의 편에 선 것도 아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관심도 없거나, 그저 이익을 위해 ‘온건’ 흉내를 내는 게 전부였고. 지금같이 혼란만 가득한 상황이라면,  중립이나 온건주의자들마저 적으로 돌아서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말콤 목사는 흑인과 백인. 아니 그저 서로를 향한 무차별적인 증오 사이에 껴서, 이미 다 멸종해버린 거나 다름없는 인권운동을 한다는 건. 몸 안에 폭탄이 들어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었다.

잭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다시 한번 그걸 상기시키자 회장의 눈앞에서조차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회장은 생각 없는 것처럼 지시를 내리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알겠습니다.”

잭슨 역시 더 이상 그녀에게 바라는 게 없는 모양인지, 조용히 대답하면서 물러나려 했다.

다만 그는 물러나기 전, 사라에게 어떤 메시지를 받았다는 걸 떠올리고 그녀에게 질문을 하나 건넸다.

“아 그러고 보니 사라에게 데이터 백업을 해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바로 회장님에게 전달해두라는 얘기만 하더군요. 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까?”

“아 그래. 벌써 그렇게 되었네. 그건 네가  때 내가 해 둘 테니까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빨리 녀석들의 흔적을 찾아 보낸 뒤에 푹 쉴 생각이나 하라고.”

잭슨은 회장의 대답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짐작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연속으로 시리즈 H를 사용했잖아. 그것도 제대로 된  아니라 낡아빠진 정크 한 대로 말이야. 그 상태면 내일 작전에  문제가 생기니까 정찰만 끝내고 푹 쉬어.”

“알겠습니다.”

잭슨은 가볍게 웃으면서 약간 고개를 숙여 작별인사를 했다. 이걸로 잭슨까지 완전히 물러났다. 잭슨이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회장은 엄지손톱 크기의 칩을 꺼내 만지작거리면서 한마디 흘렸다.

“정말 여러 가지로 신경 쓰게 만드는 녀석이라니까. 이건 부하를 둔  아니라 완전히 애 하나 키우는 거네.”

그렇게 말한 뒤, 칩을 코트 주머니 안에 집어넣고. 그녀는 곧바로 말콤 목사에게 화상 통신을 보냈다.


회장과 말콤 목사. 그리고 블라디미르. 이 세 사람이 삼자대면을 하고 있는  시각.

웨슬레 본사의 회장 집무실에는, 한 쌍의 젊은 남녀가 벽면의 홀로그램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둘은 수십 개의 홀로그램 모니터를 동시에 보면서, 영상을 하나하나 끌어오거나. 또는 밀어내면서 각 영상마다 사소한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젊은 남성과 여성 둘 다 오른쪽  밑에  쌍의 눈물점이 찍혀 있는 것은 물론.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눈매. 뾰족한 코끝과 턱.

그리고 비단 같은 검은 머리카락이 사우스 스네이크의 회장과 아주 비슷한 모습이었다.

아마 회장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눈을  더 가늘게 뜬다면 저 남자와 똑같은 얼굴이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정도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여성은 사우스 스네이크 회장을 실리콘 틀에 넣고 찍어서 복사한 것처럼 회장과 아주 똑같은 외모였다.

단 사우스 스네이크의 회장과 딱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그녀의 눈매만큼 끝이 뾰족한 안경을 끼고 있는 것.

그리고 회장과 다르게 가슴이 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흉부 앞부분이 밋밋하고. 근육과 살이 탄탄하게 잡혀 있는 회장과 다르게, 몸이 더 가늘고 호리호리하게 보이는 정도였다.

아마 사우스 스네이크 사 회장이  사람을 직접 봤다면, 큰 소리로 호쾌하게 웃으며 티 본 스테이크로  사람을 다진 고기처럼 만들어버릴 게 분명했다.

회장과 닮은 두 사람이 보는 영상 중에는, 시노비의 팔 다리를 붙인 블랙 맨티스와 라이노 비틀이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싸우는 장면이 있었다.

 외에 말콤 목사가  한마디로 T-117부대를 전부 몰아내는 영상도 있고, 회장이 호텔 안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짓이기는 영상도 재생중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 각자 다른 주에서 흑인이 백인을 또는 백인이 흑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거나, 유대인이 아랍인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까지 쇠말뚝에 꿰어 죽이는 모습.

아랍인들이 유대인과 기독교인. 백인들을 불에 태워 죽이는 장면까지 아무 편집 없이 그대로 재생되는 것도 있었다.

젊은 남자는 그 영상 중에서 블랙 맨티스와 라이노 비틀이 처절하게 싸우는 영상을 끌어오며 농담을 던졌다.

“음 언제 봐도 이 친구는 정말 즐겁게 싸우는군. 저 영상만 따로 모아서 영화로 만들어 팔면 꽤 수익이 높지 않을까?”

젊은 남자가 술안주라도 씹는  같은 투로 이죽거리자, 젊은 여성 쪽은 안경을 고쳐 쓰며 아주 간단하게 그의 농담을 눌러 버렸다.

“시리즈 X에 대한 모든 사항은 아직 일반 노동자들과 사설 경찰들에게는 아직 공개 불가 사항입니다. 딱 작년 이맘때쯤에 회장님께서 직접 정해놓지 않았습니까?”

“뭐라고? 어째서?!”

“저 둘이니까 이런 전투가 나올 수 있지, 일반 사설 경찰들은 제대로 조작도 할 수 없는 데다가 둘 다 생산가를 생각하면 성능이 지나치게 저조합니다. 저런 게 나돌면 기업 이미지만 실추될 텐데 그래도 영상을 만들 겁니까?”

젊은 남자는 그제야 기억났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알맹이 빠진 꽈리 같은 표정을 지었다.

“시리즈 X를 저딴 컨셉으로 만들라고  건 대체 어디 사는 누구야?”

“회장님이십니다.”

회장과 비슷하게 생긴 젊은 여성이, 회장의 불만에 초를 친 다음. 먼저 모니터 하나를 앞으로 끌어와. 두 개의 그래프를 남자의 눈앞에 보여주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은 이쪽부터 보시죠.”

그래프에는 자유 합중국의 물자 소비라는 글자와 함께 항상  높게 올라가던 선이 갑작스럽게 아래로 뚝 떨어져 있는  표시되어 있었다.

“자유 합중국의 모든 주가 인종 폭동으로 인해 산발적으로 난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어 물류 자체가 거의 마비된 상태입니다.”

“게다가 전력이 끊긴 관계로 식량 수급과 조리에도 문제가 생겨서, 장기간의 폭동에도 오래 남을 식량은 기껏해야 더러운 물에도 타 먹을  있는 분유하고 조리가 필요 없는 비스킷. 초콜릿과 초콜릿 드링크. 사탕과 견과류. 커피 정도가 고작입니다.”

전기가 끊겼다는 것은 자유 합중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대의 재난이다.

냉장고나 지금은 가스나 석탄 연료를 완전히 대체해버린 전열 조리기구. 물자를 유통할  있는 차량과 비행기.

또 그것의 연료를 운반하는 지하 자기부상 열차나, 레일건 식 터널 역시 전기를 통해 움직인다. 워낙에 소비가 크고 빠른 자유 합중국에서는 라면이나 통조림. 레토르트 식품조차도, 며칠 지난 음식은 먹을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태된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직접 불을 피우거나 수렵을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었다.

시가지랑 노동자 거주구를 한참 벗어나야만 나무와 풀. 그리고 야생동물을 ‘구경’이나 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기업에서 별도로 지정한 생태계 보존 구역에 들어가야만 있는데, 완전 무인화 경비 시스템을 작동시킨 탓에 실직자들마저 얼씬도 하지 않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굶어 죽는 건 물론. 시리즈 H를 몰고 들어간다 해도, 자동 경비 시스템에 갈려 나갈 뿐이었다.

결국 모유를 완전히 대체해버린 분유와 기호품에 가까운 비스킷. 견과류. 초콜릿과 커피. 등의 기호식품 정도만이 오래 두고 먹을 음식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처음부터 오래 두고 먹으려고 만들어둔 게 아니고 단순히 당분이 많고 수분이 적기 때문에, 이것조차도 다른 식품에 비하면 그나마 오래 보존될 뿐이다.

이것조차 이전 시대의 분유나 견과류. 초콜릿과 커피. 육포와 크래커 같은 식품과 비교해도 유통기한이 확 줄어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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