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file2-18 개새끼를 개새끼가 물게 해줄까?! (58/66)



〈 58화 〉file2-18 개새끼를 개새끼가 물게 해줄까?!

방공호의 지하 응접실. 말이 응접실이지 사실은 암호문 해독이나 기밀사항 전달 등을 주고받는 밀실에 가까웠다.

이곳에서도 핏자국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건 물론, 바닥에 뿌리째 뽑은 손톱과 이빨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어. 걸음을 뗄 때마다 손톱과 이빨이 걸리적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 곳이다.

회장과 블라디미르. 잭슨과 말콤 목사 이  사람은, 고문 흔적이 잔뜩 남아있는 응접실을 먼지 한  치우지 않은 채. 각자 대충 자기 자리 잡아서 앉은 뒤, 잠깐 서로의 눈치를 살펴봤다.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침묵을   의외로 회장이나 블라디미르가 아니라, 말콤목사였다.

“자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국적 없이 떠도는 과격 공산 혁명가 블라디미르 아닌가?”

“오우 그렇습니까? 영광입니다만. 같은 화석끼리 인사도 제대로  했군요.”

블라디미르가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말콤 목사에게 손을 뻗자, 말콤 목사는 테이블을 세게내리치면서 회장을 가리켰다.

“내가 보기에는  녀석이나 저기 저 여자나 둘 다 똑같은 사람으로밖에  보이네! 과격 혁명? 그건 그저 화풀이고 광기를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한 것밖에 되지 않는 미친 짓이라고! 단순히 자기 광기를 드러내는 미친 짓이라고!”

그러자 블라디미르는 겁먹은 척하며 손을 뒤로  다음. 이죽거리는 투로 입을 열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저라도 당신 같은 능력이 있다면 평화로운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겠죠. 하지만 제게 주어진 재능이 사람 죽이고 부수고 다 갈아엎는 것밖에 없는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블라디미르가 비아냥거리면서 질문을 던지자, 말콤 목사가 한마디 꺼내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회장과 잭슨이 손을 들어 말콤 목사를 말렸고, 블라디미르는 코웃음을 치며 끝끝내 한마디 더 내던졌다.

“사실 당신도 손에 피와 화약만 묻히지 않을 뿐이지 잔인하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경호원에게 아무 정보도 주지 않고 날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라! 라는 건 돌려 말하면 소모품이 되어달라는 말 밖에  되잖습니까?”

블라디미르의 비아냥거림에, 회장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가득 담았다.

“아 그러게 말이야. 생각해보니 내가 아무리 개라고 해도 누가 이유도 없이 된장을 바르려고 들면 물 수밖에 없겠네.”

회장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개같이 싸우면서도 저럴 때만큼은 마음이 통하는군. 역시 같은 과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잭슨이 기분 나쁘다는 듯 한마디 던지자, 회장과 블라디미르는 입가만 환한 미소를 띤 채 나란히 그에게 권총을 겨눴다.

말콤 목사는 한숨을 내 쉬면서 회장과 블라디미르를 번갈아 쳐다봤고, 둘은 동시에 권총을 내리면서 말콤 목사를 한참 동안 노려봤다. 그 와중에 블라디미르가 침묵을 깨고 다시 한번 말콤 목사에게 한마디 던졌다.

“이제 슬슬 당신을 호위하는 사람에게 사실을 털어놓으시죠?”

블라디미르의 계속되는 비아냥거림에 회장은 뭔가 알고 있냐는 투로 그를 노려봤고, 블라디미르는 말콤 목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그 모습에 말콤 목사는 블라디미르를  번 쳐다본 다음, 다시 회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그렇군. 네 녀석이라면 몰라도, 그녀에게는 진실을 알려줄 의무가 있지.”

말콤 목사가 대답을 마치자, 잭슨은 바로 권총을 채워둔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회장과 블라디미르 둘은 잭슨의 불온한 움직임 따위는 애초에 전부 다 파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 경계도 하지 않았다.

말콤 목사는 세 사람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쳐다보는지 전부 다 읽어냈다.

다음은 서로 머리를 맞댈 정도로 좁아터진  안에서, 가득 흘러넘치는 차갑고 날카로운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웨슬레 사의 헤비 메탈 프로젝트의 부산물 중 하나일세. ‘MK-울트라’라고 하는 세뇌 작전을 응용한 인간 프로파간다 시설이지.”

말콤 목사의 대답에 블라디미르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코웃음을 쳤고, 잭슨은바로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회장은 헤비 메탈을 복용하지도 않았는데 눈이 붉게 물들이면서, 곧바로 말콤 목사를 향해 민스 미트 두 자루를 빼 들어. 왼손에 들고 있는 총을 잭슨의 이마를 향해, 오른쪽에 쥔 총은 말콤 목사의 턱에 총구를 바짝 갖다 붙였다.

“그게 숨겨둔 진실이라는 거냐!”

잭슨은 이마에 총구가 겨눠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큰 소리가 나게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회장의 머리를 향해 겨눴다.

아메리카주의 근본이 되는 미국에서, 이전에 ‘MK-울트라’라는 약물 세뇌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중간에 효율성 문제로 중단.

그 이후 일반에 공개되면서 큰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거의 100여년이 지난 뒤에, ‘발라드’라 불리는 노동자용 기력 회복제를 만들어냈다.

그것을 시작으로 의식 수준이 낮은 동남아 국가에서부터 동북아까지 발라드를 뿌려, 노동자들의 저항의식을 없애버리고. 이에 항의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지식층을 거의 다 회유하거나 제거.

그 이후 자유 합중국 전쟁을 일으켜, 세계를 하나로 뭉쳐버렸다. 그 도중에도 살아남은 지식인들일부는 말콤 목사처럼 인권운동을 펴긴 했지만, 대부분 변질해서 기업의 앞잡이가 되거나 흉포해진 빈민들. 또는 돈에 눈이 먼 사설 경찰들에게 살해당했다.

즉 말콤은 자유 합중국의 시스템에 반대하고, 항의하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자유 합중국을 만든 데 가장  공을 세운 프로젝트의 부산물이나 다름없는 몸이 된 것이다.

“이래서 숨겨둘 생각이었습니다. 임무에 방해되면 누구라도 제거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회장님? 그 얘기에는 당신도 포함됩니다.”

회장은 당장에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처럼 천천히 손에 힘을 주면서 물어봤다.

“그래서 블라디미르 네놈이  목사를 죽이려고 한 거였지?그렇지?!”

“맞아. 그런데 생각이 좀 변했어.”

블라디미르는 그렇게 말하며 큼직한 나이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말콤 목사를 겨누고 있는 회장의 오른팔에 나이프를 갖다 댔다.

블라디미르가 나이프의 그립을 꽉 쥐자, 나이프에서 톱날이 튀어나왔고 톱날은회장의 오른손 손목의 피부를 야금야금 긁어대기 시작했다.

“네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웨슬레 사의 앞잡이를 감쌀 생각이지? 방금까지만 해도 죽이려고 했잖아?”

회장은 질문을 던진 뒤 블라디미르와 잭슨의 표정을 죽 훑어봤다.

블라디미르는 그녀의 손목에 짙은 붉은색의 칼자국이 남을 정도로 더 깊게 갖다 댔고, 잭슨은 아예 총구로 회장의 관자놀이를 누를 정도로 세게 들이밀었다.

결국 회장은 두 사람을 동시에 제압해도 자신에게 피해가 온다는 판단이 서자, 민스 미트를 재빨리 코트 안에 넣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잭슨과 블라디미르가 동시에 권총이랑 나이프를 내 던졌고, 뒤이어 블라디미르가 회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지. 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빡친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풀렸거든. 그래서 살려둬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

블라디미르는 회장을 보면서 정말 기쁘다는 듯 이죽거리다가, 다시 말콤 목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언제 실실 웃었냐는 것처럼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

“다만….”

“인권운동가 말콤이 아메리카 주로 가서 뭘 할 것인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목사님?”

그 한마디를 끝으로, 블라디미르는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식으로 두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화장은 블라디미르의 목덜미에 큼직한 베이비 백립을 바짝 겨누면서 씩 웃었다. 물론 그립을 꽉  상태라서, 그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뭐하는 거냐?”

“집에 가려고. 숙청도 다 끝났겠다. 네가 궁금해 하던 것도 전부 다 알아냈으니까, 내가 굳이 여기에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없잖아?  자본주의의 암퇘지야!”

블라디미르는 마지막까지 비웃음 섞인 말을 내뱉으며, 아무 미련 없다는 식으로 뒤돌아서 출입문 앞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회장이 베이비 백립을 치운 대신, 큼직한 민스 미트의 총구를 그의 뒤통수에 바짝 들이밀었다.

“자꾸 돼지라고 하지 말라고? 공산주의의 비쩍 말라비틀어진 허수아비!”

“아이구 이건  무슨 일이신가? 서로 조용히 물러가는 거 아니었어? 아무리 자유합중국이 개 막장이라고 해도, 서로 용건 다 끝나서 조용히 물러나는 사람의 뒤통수에 총을 겨누는 예의 따위는 본 적 없었던  같은데?”

“아직 용건은 안 끝났으니까 총을 겨누는 거다. 방금 일과 별개로 나도 물어볼  하나 있었거든.”

회장은 일부러 큰 소리가 나게 민스 미트의 슬라이드를 한  뒤로 젖히면서, 당장  발 쏠 것처럼 방아쇠 스프링이 눌리는 소리가  정도로 천천히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면 빨리 말하라고. 자유 합중국에서 시간은 돈이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내 시간 그만 갉아 처먹고 용건만 빨리 던지시지?”

“나한테 돼지라고  수 없을 정도로 네 녀석도 구린 내가 풀풀 나잖아. 입막음을 시키려고 부하들에게 폭약을 먹여서 터트리는 녀석이한 번 물러난다고 해서 그걸로 끝낸다는 보장 있어?   잠입해서 기습한 놈이 두 번 기습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건 네가 잘 알지?”

블라디미르는 천천히 돌아서면서 흉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지은 채,  태면 쏴 보라는 식으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뭐?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말 안 듣는 녀석들은 전장으로 보내서 숙청시키는 게 전부다. 다만 살아 돌아온다면 다시 받아줄 수밖에 없는 조직이지.”

회장은 예전에 블라디미르의 부하 몇몇을 붙잡아서 심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분명히 헤비 메탈까지 사용한 고문 끝에, 정보를 다 털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는 그 부하들을 처형시키거나 질책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단신으로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에 쳐들어가, 본사 내부를 한 번 뒤집어 엎어 가며 그들을 ‘무사히’ 탈환해낸 적이 있었다.

그런 블라디미르가 부하들의 몸에 폭탄을 심어 넣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잭슨 역시 예전에 블라디미르 밑에 있던 공산 혁명가들과 전투를 벌였을 때. 블라디미르가 재빨리 부하들을 대피시켜가며 끼어들어,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났다.

확실히 그 모습을 보면, 저곳 역시 사람 하나하나가 제법 아쉬운 곳이라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입막음용으로 폭약을 마시게 하지 않아. 우리가 그렇게까지 사람이 남아 돌아서 인간 폭탄을 수류탄처럼 뿌려대는 조직인 줄 알아?”

“그걸 뭘로 증명해 보일 건데?”

회장이 다시 한 번 질문을 건네자, 블라디미르는 옷을 찢어 딱딱한 갑옷처럼 잘 단련된 근육이 돋보이는 상반신을 드러냈다.

“이거면 충분한가?”

블라디미르가 손을 내린 뒤, 가슴팍을 뜯어내 인공 피부 안에 숨겨진 흉부 장갑판을 드러냈다. 장갑판 안쪽에는 레이저 가공으로 음각된 개목걸이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회장은 목 뒷덜미를 만져보면서 조용히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감찰관. 역시 나하고 비슷한 처지라는 건가?”

“그래! 너도 나도 자유 합중국의 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자유를 얻은 딩고다! 하지만 동료들이 귀한 너도 나도 다를 게 없지. 같은 개가 아니면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으니까. 너도 감찰관이라면 모르지 않겠지?”

그의 대답에 회장은 블라디미르의 말이 맞는 모양인지, 잠시 권총을 든 채로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미간에 주름을 확 집으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가만…. 그래도 분명히!”

회장은 그의 너무도 당당한 대답에, 잠깐 납득  뻔했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꼈다. 그리고 곧바로 블라디미르에게 되물었다.

“뭐라고?! 그러면 그 T-117이랑 빌딩버스터 같은 무기들은….”

회장은 중간에 뭔가를 깨닫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T-117이나 빌딩 버스터 같은 구공산권 국가 기반의 주에서 생산되는 병기들.

그리고 워커-B 타입 같은 자유 합중국 초기 병기들은, 애초에 특정 세력의 물건이라고 잡을  없을 정도로 너무 넓게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또 버리고 버려도 남아돌 정도로 많이 뿌려져 있는 상태였다. 블라디미르는똑똑히 들으라는 투로, 다시 한번 회장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했는지 밝혔다.

“넌 대갈통이 미친 듯이 잘 굴러가면서, 왜 가끔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드문드문  처먹고 사냐? 미친년. 헤비 메탈 좀 적당히 빨라고!”

블라디미르의 비아냥거림에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