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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화 〉file2-16 초특급 인형놀이다 병신아!! (56/66)



〈 56화 〉file2-16 초특급 인형놀이다 병신아!!

“그렇군.”

사라는 잭슨의 얼굴표정을 읽고 영상 통신 종료를 준비했다.

방공호 뒤쪽에도 한   갖다 놨으니까, 회장님한테 안심하고 신나게굴려도 된다고 전해줘. 추가 선물도 하나 있으니까 그건 알아서  쓰시겠지.”

“알았다.”

“그리고 잭슨? 모든 흑인이 다 폭도가 된 것도 아니고,  책임도 아냐. 오히려  할아버지만 해도, 이런 미친 짓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그때 일은 전부 다 잊어버려. 알았지?”

그걸 끝으로 사라의 얼굴이 화면상에서 사라졌다. 대신 모니터가 사라지기 전에 한 문장이 화면에 잠깐 남았다.

‘회장님에게 백업 요청해둬, 곧 메모리에 한계가 찾아올 테니까.’

“백업? 메모리? 대체 뭘 말하는 거지?”

잭슨은 그 문장이  뜻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회장에게 전달하기 위해문장을 복사해서 손목의 통신장치에 저장해뒀다.

회장은 곧바로 블랙 맨티스의 흉부에 위치한 조종석 안으로 들어간 뒤, 재빨리 해치를 닫고 컨테이너 옆에 굴러다니는 거대한 개틀링을 집어 들었다.

개틀링의 크기는 워커-B 타입 두 대를 이어붙인 정도로 크고, 기관부 굵기는 라이노 비틀 본체의 흉부 장갑판과 거의 맞먹을 정도였다.

그 앞에 대륙간 탄도미사일급의 말뚝 여섯 개가  다발인 것처럼 묶여 있어, 얄팍하고 가느다란 블랙 맨티스가 들고 다니기에 지나치게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보였다.

“탭댄스 좋아하나 블라디미르?”

회장은 일부러 확성기를 켜고 라이노 비틀의 청각 센서에 잡힐 정도로 큰 소리를 내질렀다.

다음은 곧바로 개틀링을 땅바닥에 처박은 뒤 트리거를 있는힘껏  눌렀다.

그러자 주변 도시 전체가 갈아엎어질 정도의 지진이 세차게 땅바닥을 뒤흔들었다. 블랙 맨티스 근처에 있던 건물들이 진동을 버티지 못하고 웨하스처럼 산산 조각나면서 무너졌다.

그리고 블랙 맨티스를 중심으로 마치 벼락이 치듯 땅바닥에 금이 가면서 확 갈라져 버렸다.

블랙 맨티스가 땅바닥에 박아 넣은 건, 진형붕괴용 오버 웨폰. ‘개틀링 벙커’다.

원래는 산악지형 개척용 장비 연쇄 굴착기지만, 레이저나 폭발물을 이용한 개간사업이 유행하면서 박물관에서 먼지만 뒤집어쓰던 물건이었다.

그걸 회장이 눈독을 들여서 싸게 매입한 뒤, 크기를 더 늘리고 모터를 새것으로 교체해. 일대 다수 전투에서 주변 지형을 박살 내서 적의 진열을 흩어버리는 용도로 사용해왔다.

오버 웨폰이 전부 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블랙 맨티스가 들고 땅바닥에 박아 넣는 순간. 블랙 맨티스의 모니터에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관절과 장갑판. 어깨와 팔. 허벅지와 정강이의 인공 근육 부위가 붉은색으로 표시되었다.

회장은 대미지 경고를 보내는 모니터 영사장치를 주먹으로 때려 부순 뒤, 개틀링을  깊숙이 땅 안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라이노 비틀 주변의 지면이 확 갈라지면서, 10층 건물 크기의 라이노 비틀은 땅의 갈라진 틈새에 발이 빠져버렸다.

두꺼운 장갑과 막대한 양의 추진제. 고성능의 엔진과 추가 장착된 인공 근육이라는 장점이, 순식간에 무겁다는 단점으로 전환되고 말았다.

라이노 비틀은 순식간에 늪에 빠진 것처럼 무릎 근처까지 지면에 처박혔다.

블랙 맨티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여전히 심하게 요동치는 개틀링을 뽑아 들어 몽둥이처럼 크게 휘둘렀다.

“이런 미친년. 전장에 공구리 치러 왔냐!”

블라디미르는 오른편 발로 지면을 박차면서, 뒤로 뛰쳐나와 블랙 맨티스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개틀링이 워낙 크고 길어, 심하게 요동치는 개틀링 앞부분의 말뚝에 왼팔이 완전히 뜯겨 나가버렸다.

박살 난 왼팔은 순식간에 말뚝에 짓이겨져, 짐승에게 물어뜯긴것처럼 변했다. 절단면 역시 플라스틱제 인공근육과, 신경계 역할을 하는 광섬유 다발이 노출되며. 윤활유와 전해질 용액이 섞인 액체와 함께 흘러내렸다.

“역시 미친년은 뭘 들어도 위험하다니까. 같은 물을 마셔도 소는 우유가 되고 뱀은 독만 만들어낸다더니 딱 들어맞는군.”

블라디미르가 비아냥거리며 삐걱거리는 관절을 뽑아 버리자, 회장이 코웃음 치는 투로 간단하게 받아쳤다.

“그러는 네놈도 독만 만들어내는  똑같겠군. 피차 독사나 전갈 같은 건 마찬가지잖아? 이뤄질 수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미친놈이 아니라면 생각도 못 할 짓이라고.”

블라디미르는  타격도 없다는 투로 대꾸했다.

“물론 너에 비하면 아직 덜 미치긴 했지만, 너같이 미친년을 짓밟으려면 이쪽도 똑같이 미쳐주는 수밖에 없지!”

블라디미르가 코트 안에서 붉은 액체가 든 주사기를 꺼냈다. 그리고 관자놀이에 바늘을 꽂은 뒤 피스톤을  누르자, 블라디미르의 눈이 붉게 번득이며 어깨와 목덜미 척추 부위 등에 증기 배출용 파이프가 튀어나왔다.

“이런 자본주의의 액기스 같은 물건은 마음에 안 들지만, 돼지년 멱을 따려면 똥물이라도 마셔야지 크하하하!”

블라디미르의 파이프에서 증기기관차 굴뚝처럼 세찬 증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그의 얼굴과 손등의 피부가 갈라졌다. 그리고 인간의 움직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움직임으로동시에 몇 가지 조작계통을 처리했다.

동시에 팔 하나를 내주고 뒤로 물러선 라이노 비틀은, 어깨 장갑판 해치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연막탄을 블랙 맨티스의 발밑에 죄다 날려버렸다.

블랙 맨티스는 시야가 가려지는 걸 피할 생각으로, 닌자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공중제비를 돌면서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그때 라이노 비틀은 순식간에 장갑차로 변형한 다음, 건물 몇 개를 부숴가면서 질주해 그대로 블랙 맨티스를 몸으로 밀어붙였다.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개틀링 벙커 탓에, 자세를 추스르지 못한 블랙 맨티스는 그대로 라이노 비틀의 전면장갑판에 얻어맞고 멀리 나뒹굴다가 처박혔다.

건물 세  채를 박살 내고 다섯 번째 건물 외벽에 처박힌 블랙 맨티스는, 일단 개틀링 벙커를 내려놓고 등에 채워둔 기관단총 두 자루를 뽑아 들었다.

회장은 심한 충격 때문에 뇌가 흔들리는 것 같은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헤비 메탈을 하나  꽂아 넣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와오 독사라는 말은 취소. 이건 그냥 미친 소 새끼가 따로 없잖아. 햄버그 패티로 만들어줄 테니까 갈리기 전에 깨끗이 씻어두라고!”

하지만 라이노 비틀은 다시 시리즈 H로 변형하면서 높이 뛰어올라, 블랙 맨티스가 쓰러졌던 곳까지 단번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대한 파쇄추 같은 주먹으로 블랙 맨티스를 후려쳤다. 블랙 맨티스는 기관단총을 버린 뒤, 재빨리 개틀링 벙커를 들어 포신 부위로 간신히 라이노 비틀의 주먹을 막아냈다.

하지만 개틀링 벙커가 철퇴 같은 라이노 비틀의 주먹에 얻어맞아 심하게 찌그러져, 말뚝 일부분을 사용할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내가 미친 소 새끼라면  기업연합의 똥을 받아먹고 살찐 돼지다! 컨트리 소시지로 만들어주마 자본주의의 암퇘지!”

 와중에도 라이노 비틀이 텅 비어있는 블랙 맨티스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차 날린 다음. 다시 한번 라이노 비틀을 변형시켜서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벗겨낸 장갑판 무더기에서 포탑 하나를 집어 들고, 팔이 뜯겨져 나간 부위에 억지로 끼워 맞췄다.

하지만 이미 그는 대미지 리포트 영사장치를 꺼 버려, 아무런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블라디미르는 그 상태에서 시험 삼아, 회장의 블랙 맨티스가 드러누워 있는 지역을 향해 몇 발 쏴 날렸다.

블랙 맨티스는 헬기의 엔진 부분을 이용해서 살짝 몸을 띄운 뒤, 서커스단의 재주꾼 같은 동작으로 지면을 박차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이에 라이노 비틀은, 아직 불이 켜져 있고 창밖으로 사람들이 황급히 달아나는 모습이 보이는 건물 하나를 잡아 뽑았다.

건물이 높이 들어 올려지자, 사람중 몇몇이 창밖으로 떨어져 버린 건 물론. 미처 다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 일부가 문 앞에서 떨어져 나가 바닥에 새똥 자국 같은 흔적을 남기며 납작하게 박살 나버렸다.

“옛날이 인형 놀이할 때 이런 짓 안 해봤어? 멋진 인형의 집을 친구 얼굴에 내 던지는 놀이 말이야!”

블라디미르가 악우에게 장난을 치는 투로 한마디 하자, 회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역시 장난기가 가득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아니 나는 인형 놀이 같은 건 해본 역사가 없거든. 대신 너같이 깐죽대는 친구 얼굴에 폭죽이나 장난감 수류탄을 터트려본 적은 많지.”

라이노 비틀은 오른쪽 관절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고, 전해질 용액이 새어 나오는 것도 아랑곳하지않고 공중에 떠 있는 블랙 맨티스를 향해 힘껏 건물을 내 던졌다.

블랙 맨티스는 다시 한번 개틀링 벙커로 날아오는 건물을 막아냈다.

건물이 산산 조각나면서 아직 안에 있던 사람들 역시,건물 잔해에 섞인 채 분쇄기에 갈려나간 쓰레기처럼 바닥에 흩뿌려졌다.

이걸로 개틀링 벙커의 포신 부분이 완전히 휘어져, 수리를 받지 않는 이상 다시 쓸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라이노 비틀은 또 한 번 순식간에 장갑차로 변형한 뒤,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를 올라 타면서 엄청난 속도로 높이 치솟아 올랐다.  상태에서 라이노 비틀로 변형해, 블랙 맨티스의 흉부를 무릎으로 올려 찍으려 했다.

“모든 시리즈 X의 조종석은 흉부 중앙! 찌그러진 통조림으로 만들어 주마 암퇘지!”

하지만 블랙 맨티스는 그 상황에서도 재빨리 반응해, 개틀링 벙커의 말뚝 부분을 잡아 뜯어서 라이노 비틀을 향해 내던졌다.

라이노 비틀은 날아 들어오는 거대한 말뚝을 피하면서 지상으로 내려앉았고, 블랙 맨티스는 피난민들로 꽉 차버린 다리 한복판에 처박혀버렸다.

당연히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다리위를 달리고 있던 자동차들 역시 다리가 무너지면서 바닥에 내리꽂히거나 블랙 맨티스에 깔려서 짓이겨졌다.

“아 이런 개미들을 좀 깔고 뭉개버렸잖아. 쏘리. 작전 수행 중이니까 조금 양해해달라고.”

회장은 일부러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사죄하는 흉내를 낸 다음, 블랙 맨티스를 조작해 다리 기둥을 하나 뽑아내 버렸다.

다시 한번 다리 일부가 무너지고, 수많은 자동차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블랙 맨티스는 콘크리트 기둥을 바닥에 내리쳐 부순 뒤, 안에 들어있는 철골들만 개틀링 벙커의 기관부에 꽂아 넣었다.

“씨발   있지도 않은 비싼 물건인데 이걸로 완전히 내다 버리는구나!”

철골 다발을 끼워 넣은 개틀링 벙커의 그립을 다시 힘껏 누르자, 어린아이가 낙서한 것처럼 휘어진 철골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앞뒤로 세차게 움직였다.

“오오 잘 돌아가는데 역시 처음부터 사람 죽이려고 만든 녀석들은 너무 섬세해서 이런 튼튼함은 없단 말이지 하하하! 공구 쪽이 훨씬 튼튼해서 사람 죽이기에도 좋단 말이야!”

블랙 맨티스는 철골 다발이 말미잘 촉수처럼 요동치는 개틀링 벙커를 곡괭이처럼 휘두르며, 블라디미르의 라이노 비틀을 향해 우스꽝스러운 손짓을 했다.

“미친년. 아주별의 별 쇼를 다 하는군.”

블라디미르 역시 이에 밀리지 않고, 다리에서 기둥 하나를 뽑아 개틀링 벙커를 랜스처럼 앞세우고 달려드는 블랙 맨티스의 머리통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동시에 기둥이 두 개나 뽑혀 나가고 진동에 흔들렸던 다리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먹구름 같은 흙먼지가 블랙 맨티스와 라이노 비틀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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