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file2-15 동무는 전차 위에 장갑을 더 얹을 생각인가? (55/66)



〈 55화 〉file2-15 동무는 전차 위에 장갑을 더 얹을 생각인가?

단 아까처럼 T-REX가 아무렇게나 쏴 갈긴 포의 후폭풍에만 휘말려도, 기체가 흔들거리고  부위의관절에서 처절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이 내구성의 차이만큼은 시리즈 H가 유리하다고 해도 뒤엎을 수 없는 약점이 되었다.

모니터에도 기체 각부에 심각한 대미지가 쌓였다는보고가 끊임없이 흘러들어왔지만, 잭슨은 대미지 보고 시스템을 완전히 꺼버린 다음. 더욱 속도를 높여 전차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이쯤 되자, 전차포의 최소 사정거리와 유폭 때문에, 초중전차는 포격을 멈춰버리고 뒤로 물러나려 했다.

“킹이 아니라 룩을 잡은 거니까 체크메이트는 생략해주지.”

하지만 잭슨은 고층건물 크기의 T-REX 앞에서 드라그노프의 탄환을 전부  쏟아부었다.

동시에 장갑판이 깎여나가는 부분마다 박격포 사격을 틈틈이 섞어 장갑에 큼직한 구멍을 뚫었다.

잭슨은 씩 웃으면서 왼쪽 어깨에 붙어있던 크래모어를 장갑판의 구멍 안에 처박은 다음, 드라그노프의 개머리판으로 크래모어를 내리찍어 더욱 깊게 박아버렸다.

뒤이어 롤러를 사용해 뒤로 살짝 빠지면서, 어깨의 레일건으로 정확히 크래모어가 들어간 곳에  방 먹였다.

주변 일대를죄다 뒤집어놓는 폭음과 함께, 수만 발의 텅스텐 말뚝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동시에 워커-B의 관절과 동력부에도 적지 않은 말뚝이 박혔다.

하지만 상대편의 T-REX는 장갑판 곳곳에 말뚝이 고슴도치처럼 박혀, 조금만 타격을 입혀도 장갑판이 죄다 떨어져 나갈 판이었다.

아마 잭슨의 워커-B 타입이 가볍게 주먹으로 쳐도, 저 두꺼운 장갑판이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 팝콘은 저승길 식량 대신 가져가라고.”

잭슨이 뒤로 물러나서 다시 한번 레일건을 발사하려는 순간, 장갑판 곳곳에 금이 간 초중전차의 이음매가 갑작스럽게 갈라지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워커-B의 두 배 정도 되는 크기의 거인으로 변해, 잭슨의 워커-B 타입 흉부를 발로 힘껏 걷어차 날렸다.

“이건?!”

잭슨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크게 놀라, 워커-B를 재빨리 일으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모니터에 비춰진 거인을 노려봤다.


“이건  아팠다고. 자본주의 깜둥이! 하지만 내가 평범한 전차를 끌고 다닐 거라고 생각한 자체가 실수였어.”

초중전차 T-REX는 사실 같은 전차의 껍데기만 뒤집어쓴 시리즈 X였다.

그것도 다른 평범한 시리즈 H 한 대 반 정도의 큼직한 덩치와, 그에 맞는 두꺼운 장갑으로 악명이 높은 시리즈 X 라이노 비틀이다.

같은 시리즈 X라고 해도, 회장이 사용하는 결함 덩어리 쓰레기 블랙 맨티스하고는 차원이 다른 고성능 시리즈 X다.

라이노 비틀은 넝마조각이 된 추가 장갑판을 손으로 털어낸 뒤, 마치 무술가처럼 자세를 잡으며 검지를 뻗어 잭슨을 도발했다.

“뭐?! 이것도 시리즈 X였다고? 감찰관 마크도 없는 시리즈 X가 있을 리가….”

잭슨은 이제 넝마짝이 되고 무기까지 전부  써버린 워커-B타입을 일으켜 세웠다. 그다음 저 괴물 같은 시리즈 X에게 상대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른 무기를 찾기 위해 T-117의 잔해더미까지 달려갔다.

하지만 거대한 시리즈 X 라이노 비틀은 자세를 낮추고 롤러를 작동시켜, 덩치에 맞지 않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잭슨의 앞을 가로막아버렸다. 뒤이어 신속하게 기체를 조작해, 워커-B 타입의 흉부를 발로 걷어차서 날려버렸다.

“이런 덩치가  기체로 블랙 맨티스보다 더 민첩한 동작을?! 빨갱이 자식. 실력이 거의 회장하고 비슷하잖아.”

게다가 라이노 비틀은 아직 멀리 날아가고 있는 워커-B 타입을 롤러 주행으로 뒤쫓아, 닭 모가지 잡듯 워커-B 타입의 다리를 가볍게 붙잡고 바닥에 패대기쳤다.

다음은 큼직한 발로 밟은 뒤 금속 롤러로 워커-B 타입의 상반신을 갈아버렸다.

“게다가 이 전투 감각. 회장의 방식까지 그대로 복사해놓았어!”

워커-B 타입은 흉부의 동력장치까지 전부  갈려 나갔고, 잭슨은 그 상황에서도 기체를 조작해, 오른팔을 억지로 라이노 비틀의 롤러 틈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잭슨은 전방 카메라를 제외한 모든 상황 모니터를 전부 다 꺼버렸다. 그와 동시에 워커-B 타입의 오른팔이 순식간에 으깨졌지만, 덕분에 잠깐이나마 분쇄기처럼 세차게 움직이던 롤러가 멈췄다.

워커-B 타입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 발로 라이노 비틀의 발바닥을 밀어 차,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하하 이거 회장네 식구들이 싸울 방법이 아니잖아! 회장 녀석이 직원들한테 모두 몸을 사리게 교육하지 않았나?”

블라디미르는 라이노 비틀의 다리를 조작해, 롤러를 역방향으로 회전시켜서 발에 걸려버린 워커-B 타입의 잔해를 털어냈다.

그동안 잭슨은 이제 더 이상 제대로 쓸  없을 것 같은 워커-B 타입을, 마지막으로힘겹게 일으켜 세웠다.

뒤이어 레버를 힘껏 밟아 억지로 롤러를 작동시켰다. 그 탓에 몇 발짝 움직이기도 전에 왼쪽 다리가 떨어져 나가, 워커-B는 반쯤 내려앉은 상태로 간신히 라이노 비틀의 다리를 붙잡았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무래도 명령은 못 지킬 것 같습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라이노 비틀의 다리에 워커-B 타입이 그대로 달라붙은 걸, 떼어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남의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잭슨이 워커-B 타입을 자폭시키려는 것을 크게 웃으면서 구경했다.

“좋아! 이걸로 자본주의의 돼지새끼 하나통구이다!이거 회장 그 돼지 썅년이 알면 얼마나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줄까?!”

블라디미르가 일부러 워커-B 타입의 음성수신 장치에 전송되도록 크게 소리쳤지만, 잭슨은 묵묵히 워커-B 타입의 모든 동력계와 신경 전달계를 예약 조작했다.

잠시 후면 예약 조작이 끝나고, 3초 후에 워커-B 타입의 예비 동력이 폭주함과 동시에. 동력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게 되는데….

“얌마! 또 명령위반이냐!”

그  워커-B의 메인 모니터에 해킹 신호가 들어오면서 예약 조작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워커-B와 라이노 비틀의 음성 수신장치에 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잭슨과 블라디미르는 동시에 메인 카메라를 위로 올려,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카메라가 비춘 곳에는, 거대한 수송 헬기 빅 팻  한 대가 와이어에 고정된 컨테이너를 매달고 워커-B 뒤편까지 날아오는 중이다.

컨테이너 위에는 회장이씩 웃으면서 확성기로 잭슨에게 기세 좋게 호통을 쳤다.

“다음에는 내 손에 죽기 전에는 절대 죽지 말라고 말해줄까 앙?!”

블라디미르는 순간 김이 팍 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라이노 비틀을 뒤로 물리면서 주변을 살펴봤다. 라이노 비틀의 주변에는 집어 던지기 좋은 건물 잔해나 거대한 구조물이 상당히 빽빽하게 깔려있었다.  도시에 진입해서 전투를 벌인지 얼마   탓에, 불이 완전히  꺼진 건물이 하나도 없고. 건물 밖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 대부분이다.

잠깐 라이노 비틀이 한  물러난 틈을 타, 잭슨은 음성 통신으로 회장에게 한마디 던졌다.

“죄송합니다.”

이에 회장은 느긋하게 홀로그램 모니터로 환하게 웃는 표정을 잭슨에게 보여줬다. 그녀는 오른쪽 입꼬리를 죽 찢어 올리면서 손바닥을 들어 올려 보였다.

“뭐 이제 그딴 고물 따윈 버리고 터치하라고 잭슨! 내가 올 때까지 잘 버텨줬으니까 링 밖으로 나가서 쉬고 있어.”

잭슨 역시 손바닥을 들어, 회장의 움직임에 맞춰준 뒤. 워커-B 타입의 조종석 해치를 열고 쓰레기통에 처박힌 깡통 꼴이 난 기체 밖으로 나갔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렇게 놔둘 줄 알고! 죽어  돼지 같은 년!”

블라디미르가 라이노 비틀의 무지막지한 힘으로,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는 건물을 뿌리째 잡아 뽑았다.

라이노 비틀은 사람들이 미처 빠져나오지도 못한 고층건물을, 수송 헬기   캣을 향해 내던졌다. 그는 ‘일부러’ 대기업 임원들과 자본가들이 모여 있는 빌딩을 뽑아, 던졌고 몇몇 사람이 창문 밖으로 튀어나가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 전에 수송 헬기는 컨테이너를 아래로 떨어트리면서 방향을 살짝 비틀었다. 하지만 아무리 급선회를 한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7층 높이의 건물을 피할 틈은 없어.  팻 캣은 그대로 건물 꼭대기에 얻어맞고 나가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컨테이너는 일찌감치 와이어가 풀려 있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것처럼 수직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라이노 비틀은 본체를 우측 위쪽으로 살짝 비틀어, 흉부와 하복부에 내장된 20mm기관포로 컨테이너를 쏴 맞췄다.

하지만 컨테이너 역시 두꺼운 복합장갑 재질로 만들어진 탓인지, 불똥을 튀기며 찌그러지긴 했지만 쉽게 구멍이 뚫리지 않고 무사히 지면에 내려앉았다.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이다! 아 물론 성탄절도 한참 남았고 산타 할아버지도 없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면  크리스마스 선물 맞지?”

회장은 베스파를 확성기 대신 사용해, 잭슨과 블라디미르 둘에게 농담을 던졌다. 블라디미르는 화를 내면서 조종석 벽을 주먹으로 후려쳤고, 잭슨은 먼 곳으로 달아나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에 화상 통신을 시도했다.

그동안 회장은 컨테이너 위에 달려있는 문을 열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컨테이너가 지상에 닿는 것과 동시에 벽면이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블랙 맨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블랙 맨티스의 팔과 다리가 평상시와 약간 다른 모습이다. 잭슨은 전에 이 팔과 다리 파츠를 본 적이 있던 걸 기억해냈다.

원숭이와 새의 골격을 그대로 갖다 쓴 것 같은 얄팍한 외형 탓에, 잭슨은 그게 어디에서 가져온 건지더 빨리 알아차릴  있었다.

“혹시 저 팔이랑 다리 시노비에서 뜯어온 건가?!”

그때 잭슨의 손목에 채워진 통신장치에서, 사라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정답. 로날드 녀석. 근처에 널브러져 있는  죄다 시노비의 파츠밖에 없어서 대충 붙여줬다고 말하더군.”

“사라인가? 로날드가 아니라. 지금 사우스 스네이크 본진 쪽은 어떻게 되었지?”

사라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김이  빠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무 문제 없어. 대신 본사 구역 밖은 오셀로나 바둑처럼 치열하게 싸움질 중이야. 게다가 싸움이  커지고 있어서 사우스 스네이크 쪽까지 슬슬 기어들어 오느라고 로날드가  틈도 없이 막아내고 있지.”

잭슨은 손을 들어 자신의 피부색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게 저주라도 되는 것처럼 불편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천천히 손을 내리면서 간단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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