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3화 〉file2-13 업보는 잊지 않고 찾아온다. (53/66)



〈 53화 〉file2-13 업보는 잊지 않고 찾아온다.

잭슨이 T-117 부대를 고철쪼가리로 만드는 동안에, 회장은 방공호 밖으로 나와 로날드와 사라가 보내줄 예정인 추가 보급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보급은 멀었어? 지금 상황이라면 그 녀석이 복병을 움직일 때란 말이야!”

회장은 만에 하나라도 잭슨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다급해졌는지, 전에 없던 불안감을 잔뜩 드러내며 로날드와 사라를 재촉했다.

“이제 거의  도착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잭슨 녀석만 너무 챙기는 거 아닙니까. 회장님? 저도 황무지가  된 도시를 뛰어다니느라고 다섯 번이나 죽을 뻔했습니다.”

로날드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한마디 하자, 회장은 피식 웃으면서 눈살을 확 찌푸리고 있는 로날드에게 한마디 했다.

“그렇군. 돌아오면 네가 가장 좋아하는 포상을 주지. 그리고 나한테는 너희들 모두 아주 중요한 부하 직원이니까 걱정하는  똑같아. 그렇지 않고서는 무인조종 헬기로 보급을 부탁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아 감사합니다. 그러면 돌아오는 즉시 진한 거 한 발 뽑게…. 야! 사라 너  하는 거야?!”

그  중간에 사라가 끼어들면서 로날드와의 통신을 끊어버렸다.

“하여튼  저질. 여자라면 어린애 빼고  건드릴 녀석이라니까.”

회장은 사라의 비아냥거림에 속으로 한가지 생각을 했다.
‘어린애만 건드리는 녀석은 저질이 아닌가? 아니면 알면서도 저러는 건가 사라?’

아무튼 회장은 재빨리 용건으로 돌아왔다.

“아 사라인가? 어떻게  거지? 평소라면 내가 요구하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보급을 보내왔잖아. 이번에는 꽤 아슬아슬했단 말이야.”

회장이 미간에 주름을 잔뜩 잡으면서 불만을 드러내자, 사라는 한숨을 내 쉬면서 칭얼대는 어린애 달래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 무인조작 때문에 보급이 느려지긴 합니다만, 그래도 회장님의 요구사항에 가장 맞는 건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아참 그리고 개인적으로 말콤 목사에 대해서 조사도 해뒀어요.”

사라가 어린아이 같은 외모에 걸맞게 눈을 빛내면서,  주인이 던진 공을 물어온 강아지 같은 모습으로 회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역시 우리 회사에서 제일 눈치가 좋은 녀석이란 말이야. 하핫. 그래서 뭔가 특이한 점이라도 발견했어?”

“에, 그게 말콤 목사 반년 전에 거의 죽지 않을 정도로 크게 다쳤다고 하는데요? 정확한 부상 내용은 오른팔과 왼쪽 다리 절단. 췌장 손상. 간 파열. 대장 30% 손실. 안구 상실과 턱 골절 등입니다.”

“뭐라고?”

“그리고 다친 이후. 딱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다니는 모습이 베스파 위성 사진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이은 사라의 보고에, 회장은 눈썹을 위로 꼬아 올리면서 혀를 내둘렀다. 보통 인간이  정도로 부상을 입으면 사이보그가 되지 않는 이상 확실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게다가 평소 자기 재산을 남기지 않기로 유명했던 말콤 목사가, 즉석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사이보그 수술까지 완료할 정도로 돈을 갖고 있을 리도 없었다.

게다가 그 정도의 중상을 입고 일주일 만에 다시 평상시처럼 활동한다는 건, 고립당한 아프리카 주의 재활 치료 현황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회장은 바로 뭔가 짚이는 게 있다는 듯 사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수술은 어디에서 했지?”

“터스키기 병원이라고 하네요. 그 병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리 썩 좋은 소문이 들리지 않는 곳이에요.”

터스키기 병원. 그곳은 자유합중국 기업연합 3대 기업  하나인 웨슬레 사에서, 실직자 거주구나 소외된 주에 뿌리를 내린 시설이다.

표면적인 목적은 빈민구제와 아동복지. 실업자 재활. 등을 내세우고 의료행위  급식. 숙박시설 제공을 해주는 ‘종합보호시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병원 주변에서 실종자나 사망자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마냥 소문이 좋지 않은 편이었고.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사설 경찰 막사와 시리즈 H 격납고가 딱 붙어있어, 병원이라기보다는 대기업의 확장기지에 더 가까웠다.

“웨슬레 사에서 빈민구제  아동복지용으로 세웠다는 그 병원 말이야? 그딴 회사에서 세운 병원이니 소문이 좋을 리가 없지.”

회장의 입에서 ‘웨슬레’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분명 말은 차분한 투로 내뱉었음에도, 분노를 그대로 훤히 드러냈다.

그녀는 지금 주먹을 너무 세게 쥐어 손톱이 손바닥에 깊숙이 박혀 있는 건 물론. 이를 너무 꽉 다물어 잇몸에서까지 피가 배어 나올 정도였다.

“흐흐 흐흐흐 하하하하!”

회장이 폭소를 터트리며 피가 묻어나온 손톱으로 얼굴을 거칠게 문질러댔다.  모습을 보고 겁을 먹은 사라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음 보고사항을 올렸다.

“예. 말콤 목사의 치료 및 재활훈련을 전부 그곳에서 했다는데요.”

회장은 먹잇감을 발견한 사자처럼  꼬리를 올리며, 맹수의 송곳니가 번득이는 것과 비슷한 눈빛으로 사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하필 거기지?”

사라는 순간 회장의 흉측한 모습에 깜짝 놀라면서, 하마타면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하고 통신을 끊어버릴 뻔 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어 번 정도 목을 가다듬은 뒤,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회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웨슬레 사가 아프리카 주를 포함해서 아웃사이드가 절반 이상 차지하는  전체에, 음료와 분유. 비상식량 등을 무료배포하면서 이미지 마케팅을 벌이는 것과 관계가 있는 모양입니다.”

확실히 최근 웨슬레 사가 아프리카 아웃사이드 지역을 중심으로, 실직자들과 빈민 구제사업을 벌여. 아프리카 주의 상당 부분을 ‘기업화’시키는데 성공한 전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백인 기업인 웨슬레가 백인 차별이 가장 심한 아프리카 주에서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 한편으로 전두엽 절제 안드로이드나, 흑인들의 잔류 백인 대학살 사태.매일같이 벌어지는 넥 레이싱 공개처형과 무차별 테러 수가 급증했다.

덕분에 기업 연합과 자유 합중국 전체적으로, 아프리카 주에 대한 인식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중이다.

게다가 마침 아프리카 주를 제외한 자유 합중국의 전 지역에, 아프리카 주와 마찬가지로 인종차별 테러와 인종별 분쟁이 극심해졌다.

사태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흑인들이 기득권으로 굳어져 있고. 인종차별을 고수하고 있는 아프리카 주에 대한 평가는 더욱 바닥을 칠 게 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이건….”

회장은 사라가 벌벌 떨면서 통신을 이어가는  보자, 헛기침을 하며 마리화나 세 개비를 한꺼번에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인 마리화나를 힘껏 빨아들였다가 연기를 토해내, 얼굴을가려버렸다. 잠시 후 연기가 걷히자마자 회장은 평상시의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사라는 그 와중에도 회장의 눈치를 몇 번이나 살피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도 너무 크게 신경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말콤 목사 같은 사람이, 온갖 악덕을 치덕치덕 뭉쳐놓은 웨슬레 사랑 손잡을 사람은 아니잖아요.”

회장은 마리화나 꽁초를 스무 개비 정도 바닥에 버린 뒤에야,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간신히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렇네. 어쨌건 조사 고마워. 사라. 이번 임무가 끝나면 로날드하고 같이 보너스 듬뿍 얹어줄게.”

사라는 회장이 마리화나 연기 내뿜듯,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면서 웃음기 섞인 대답으로 회장의 인사치례를 받았다.

“보너스는 필요 없으니까 잭슨하고 나란히 갈 수 있는 휴가나 주세요.”

회장은 서류에 도장 찍는 시늉을 하면서 가볍게 대답했다.

“좋아 생각해보지.”

그것을 끝으로 사라는 거의 달아나듯 재빨리 통신을 꺼 버렸다. 회장은 화를 참지 못하고, 옥상의 물탱크를 주먹으로 힘껏 쳐 올렸다.

그러자 물탱크가 잡아 뜯어낸 것처럼 뿌리부터 뽑혀 나가, 건물 아래쪽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녀는 다시   입가에 피가 흐를 정도로 이를 악물고 목이 터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씨발. 웨슬레 새끼들. 대체 언제까지 내 인생에 끼어 들 거냐?  새끼들은 내가 반드시 박살내버리고 만다 개새끼들.”

그때 마침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회장의 귀에 들어왔다.

그녀가 고개를 젖혀 위를 확인해보니, 살찐 거위처럼 뚱뚱하고 둔해 보이는 수송 헬기 한 대가 머리 위에 떠 있었다.

 헬기는 배면에 큼직한 컨테이너 박스 하나를 매달고 천천히 내려오는 중이다. 회장은 재빨리 손목에 찬 와이어 앵커를 뽑아, 컨테이너 윗부분에 걸어버렸다.

헬기는 회장의 움직임 따위는 상관없이, 그대로 회장을 매단 채 잭슨이 전장의 폭발과 불길에 휘말리고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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