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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file2-12 이번에도 또 빨갱이냐?! (52/66)



〈 52화 〉file2-12 이번에도 또 빨갱이냐?!

이디 아민이 눈을 감는 것과 동시에, 그의 눈앞에는 백인들이 사창가에서 흑인 여성들과 난교 파티를 벌이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자신은 그걸 창밖에서 몰래 쳐다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그가 평소 몰래 좋아해 오던 여자가 다른 백인들과 몸을 섞는 것을 저주했다.

그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 모두 흑인 격리구역에 마련된 불법 사창가에서 일하다가, 지독한 변태 취향의 백인들에게 걸려 죽거나 불구가 되었던 기억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백인들의 발밑에 엎드려, 그들이 뱉은 침과 오줌을 핥았던 자신의 모습까지떠올렸다.

‘그동안 우리가 당한 게 있는데, 갚아 주지 않으면 그 피부 하얀 놈들은  우리를 우습게 본다. 이번 기회에 아프리카  안에 있는 테러리스트 놈들부터 해치운다. 그리고 결국 백인들을 전부 다 우리들의 발밑에 놓고 능욕해야 한단 말이다.’

다시 눈을 뜬 이디 아민은 말콤 목사의 사진을 홀로그램 모니터에 띄운 뒤, 다시 불을 붙인 담배로 그의 머리를 지지는 시늉을 하며 화를 냈다.

“그런 놈이 여기를 바퀴벌레처럼 돌아다니면서, 우리 흑인 사회를 분열시키려고 열을 올리고 있단 말이야. 이 반동분자 놈.”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흑인 임원들은 일제히 이디 아민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듯. 테이블을 내리치거나 온갖 욕설을 토해냈다. 이디 아민은 말콤 목사의 사진을 치우며, 임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쨌건 우리는 그 인권 운동가 놈이 아프리카 주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하등한 백인 놈들을 선동하는 빨갱이들을 청소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 아프리카 주. 아니 더 나아가서는 파사리 사의 미래가 열린다! 그러니 너희들은 골 빈 백인 테러리스트 놈들에게 꾸준히 정보도 뿌리고 내분 조장하는  최대한 머리를 굴리라고 알겠냐!”

그걸로 회의를 마쳤는데, 그때 마침 이디 아민의 무지막지한 체중을 가느다란 허리로 지탱하던 백인 여성이 지쳐 쓰러졌다.

결국 이디 아민도 엉덩방아를 찧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원들에게 테이블 밖으로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임원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명령대로 테이블에서 멀찍이 떨어졌고. 뒤이어 테이블이 갈라지면서 바로  밑에 악어가 가득 들어있는 수족관이 나타났다.

악어들은 수족관이 열리자마자, 먹이를 기다렸다는 듯 서로 머리를 밟아가며 기어 올라가려 했다. 이디 아민은 그런 악어 무리를 향해 백인 여성의 머리채를 붙잡고 던져버렸다.

그녀는 비명  번 지르지도 못한 채 악어 수조에 떨어졌고, 수많은 악어들이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찢어발긴 채  개의 덩어리로 나뉜 그녀의 몸뚱이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임원들은  참혹한 모습과 피 냄새에 토악질을 했지만, 이디 아민 한 사람만큼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오래 묵은 원한을 되새겼다.

‘백인 놈들에게 당해본 적도 없는 인간이 인종차별 철페를 외치고 다녀?! 앞잡이 자식! 나는 그딴 백인들 따까리하고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겠어.’

그는 백인 여성을  먹어 치운 악어들이 다음 먹이를 달라고 머리를 앞으로 내밀자, 곧바로 귀찮다는 듯 수족관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임원들에게 다른 의자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남기고, 곧장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벙커 밖으로 나온 잭슨은 마지막으로 회장의 모습을   더 보면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거  번을 같이 다녀도 속이 불편해지게 만드는 누님이라니까. 하하. 그래도 가끔 보여주는 이런 모습은 정말 아름답단 말이야.”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면 다른 데 눈길도 주지 않던 잭슨이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회장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워커-B의 종합 전투 제어장치를 작동시키면서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T-117 무리를 확인했다.

“이번에도 빨갱이 사냥인가.”

잭슨은 우선 몰려들어오는 T-117소대를 향해 기체를 돌린 뒤, 양쪽 어깨의 크레모어 트리거를 꽉 쥐었다. 워커-B 타입의 어깨 장갑판에서 천둥이 지면을 내리찍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은색의 텅스텐 폭우가 사방으로 빗발쳤다.

잭슨은 낡아빠진 워커-B 타입의 모니터를 통해, 건물 사이를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는 T-117 분대를 노려봤다.

아까하고는 다르게, 이번에는 돌격소총과 대 시리즈 H  중기관총. 무반동포와 휴대용 다련장 로켓런처 등의 중화기를 들고 있는 건 물론. 흉부와 복부. 두 팔과 무릎에 보병용 방탄패널 같은 추가 장갑을 덧붙인 중장비 개량형이다.

“부대 마크 같은 건 없지만, 확실히 이전에 왔던 놈들과 같은 녀석들이겠군. 최소한 전투 데이터 정도는 전송되었을 테니까….”

잭슨은 크레모어를 한 번 터트린 뒤, 워커-B 타입의 머리에 붙은 렌즈 세 개를 이어 붙인 모양의 시각 센서를 회전시켰다.

원래는 저격용 시리즈 H에 장착하는 터렛 렌즈인데, 잭슨이 이게 마음에 든다고 방독면 보안경 같은 시각 센서를 떼버리고 새로 붙여뒀다.

터렛 렌즈로 주변을 확대해보니, T-117 분대는 크레모어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호버 주행이 흔들린다거나, 로켓런처와 유탄발사기를 쏠 때마다 쇠구슬이 박힌 관절이 삐걱거리는  잭슨이 눈에 전부 다 들어와 버렸다.

“한 번 더 받아두라고. 섭섭지 않게 처박아줄 테니까.”

워커-B 타입의 양쪽 어깨 장갑판에 올려둔 크레모어가 다시 한번 불을 뿜었다. 그리고 수천 발의 텅스텐 말뚝이 워커-B 타입 주변으로 흩뿌려지며, 방공호 건물을 향해 날아오는 로켓탄과 유탄을 맞춰 폭발을 일으켰다.

그 탓에 집중적으로 탄환을 쏟아내면서 방공호 쪽으로 가까이 접근하려던 T-117 분대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두 번이나 연속으로 크레모어를 쏴 갈긴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조작했다.

그리고 그 때! 대인용 개틀링 탄환이 가장 선두에  있던 T-117의 메인 카메라와 보조 카메라를 드럼처럼 두들겨댔다.

굵은 우박이 양철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가 T-117의 조종석 안으로 끊임없이 파고들었고, 모니터는 일시적인 고장 때문에 노이즈가 낀 TV 화면처럼 지직거렸다.

T-117의 메인 카메라 렌즈는 방탄 성능이 매우 뛰어나, 대인용 개틀링 따위에 깨질 일은 없었지만 내부의 전자기기가 일시적으로 고장날 정도의 충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연기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탄환에, 가장 앞에 서 있던 T-117의 조종사는 크게 당황하며 기체의 호버 노즐을 앞으로 틀어 기체를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두 덩어리의 빛이 번득이더니, 전위에 서 있는 T-117의 복부와 조종석을 꿰뚫어버렸다. 당연히 그 안에 들어있는 조종사와 동력원이 흔적도 없이 으깨져 버리고, 중요한 것을두 개나 잃어버린 T-117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잠시 후. 연기가 걷히면서 잭슨이 탑승한 워커-B 타입의 시리즈 H가 아홉 대 남은 T-117 분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대인용 개틀링 탄과 박격포 포탄이 뒤에 서 있던 네 대의 T-117을 향해 날아왔다. 우선 박격포 탄환 중  발이 일정 간격으로 질주하던 T-117 분대 사이의 빈틈에 정확히 떨어졌다.

폭발과 함께 열 대나 되는 T-117분대가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각자 거리를 더 길게 벌리려는 참에, 뒤따라 날아온 세 발이 맨 뒤에 서 있던 T-117의 머리와 흉부  중앙. 조종석이 있는 고간부를 약간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맞췄다.

박격포의 폭발에 휩쓸린 후방의 T-117  대는 흉부의 내연기관 유폭으로 더  폭발을 일으켜 옆에 서 있던  대의 T-117까지 집어 삼켜버렸다.

그리고 전방에 있던  대의 T-117은 무차별로 쏴댄 개틀링 탄에 얻어맞고 장갑이 깎여 나간 끝에, 조종석 부분이 스펀지처럼 뚫리면서 밑둥 잘린 나무처럼 뒤로 쓰러졌다.

전위로 세워뒀던  대의 T-117은 뒤로 넘어가면서도 로켓런처의 방아쇠를 놓지 않은 탓에, 또 두 대의 T-117이 로켓에 얻어맞고 상반신이 절반 이상 날아가 버렸다.

회장이 스피리터스 보드카 한 병 정도 비울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총 열 대 중 일곱 대의 T-117이 조종사와 함께 완파되거나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제 전투를 지속할  있는 기체가 딱 세 대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그 세 대 역시 상반신 일부가 날아가고 머리의 메인 카메라가 박살 나, 조종사만 살아있을 뿐인 무쇠 관짝이 되어버렸다.

“닥치고 돌격하다가 순식간에 몰살당하는 아웃사이드 양아치들보다는 잘 싸우긴 하지만 역시  녀석들도 별 것 없군. 간단한 퇴로 막기에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잭슨은 느긋하게 남은  대의 T-117 중. 메인 카메라가 박살난 한 대를 향해 대인용 기관총 탄환을 실컷 퍼부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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