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file2-10 좆까! 난 다 죽이고 싶다고! 폭력! 더 많은 폭력!!
그녀는 워커-B 타입의 해치를 닫기도 전에 기체를 조작해. 병사들이 달아나는 방향으로 로켓런처와 개틀링 탄을 폭우처럼 쏟을 준비를 했다.
“전부 다 죽어버려라! 한 새끼라도 살아남게 놔둘 줄 아냐!”
그녀가 레버의 엄지손가락 닿는 부분의 버튼을 눌러, 도망자들에게 대구경 기관포탄을 선물하려 할 때. 말콤 목사가 그녀를 돌아보면서 큰 소리로 물어봤다.
“대체 뭐 하는 건가?”
회장은 원래 시위 진압용으로 개발된 워커-B 타입의 확성장치를 사용해, 몇 배로 커진 목소리로 말콤 목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자유 합중국 교전수칙 제1조 1항. 도망가는 상대라도 확인사살을 해야 한다. 제가 자유 합중국에서 살면서 배운 대로 행동하는 것뿐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말콤 목사는 이미 멀리 도망가서 거의 보이지도 않는 병사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기 도망가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두 번 다시 총을 들고 싸울 일은 없을 걸세. 그런사람에게 굳이 총을 겨눠야 하겠나?”
그녀는 뭔가 토하려는 걸 억지로 눌러 참은 뒤, 워커-B 타입의 주먹으로 말콤 목사의 바로 옆을 세게 내리찍었다.
말콤 목사는 그 모습에 눈썹 하나도 꿈쩍하지 않았지만, 회장 역시 말콤 목사에게 밀리지 않고 끝까지 그의 대답에 대꾸하면서 토를 달았다.
“저 녀석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놈들한테 본보기를 보여주려면 단 한 마리라도 살려둬선 안됩니다. 그게 자유 합중국의 법이라는 걸 모르십니까?”
“그래서 단 한 명도 안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면서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을 전부 다 황무지로 만들어버릴 생각인가?”
“아니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런 식으로 싸울 생각을 전부 날려 먹고 도망가는 건 자유 합중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
회장은 거기까지 말한 뒤, 피를 한움큼 토해냈다. 잭슨이 크게 놀라 워커-B타입의 조종석까지 뛰어들었다. 무사히 조종석 안으로 들어간 잭슨은, 그녀를 억지로 등에 업고 다시 조종석 밖으로 뛰어내렸다.
“어쨌건 그만두게, 지금도 꽤 무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구석에 몰린 사람처럼 행동하는 거지?”
말콤 목사가 회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어보자, 회장은 나지막하게 ‘내가 구석에 몰린 사람?’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잭슨 역시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콤 목사와 회장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말콤 목사의 모습이 평안해 보이는 데 비해, 회장은 당장에라도 호위 대상이고 뭐고 상관없이 민스 미트를 뽑아 들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회장님?! 임무에 방해된다면 자기 자신이라도 제거한다고 했던 적이 있었죠?”
잭슨이 한마디 던지면서 품 안에 숨겨둔 기관단총을 꺼내 회장에게 겨눴다.
“그 약속 지키셔야 할것 같습니다.”
그러자 회장은 코트 안에서 마리화나 다섯 개비를 동시에 꺼냈다. 그리고 다섯 개비의 마리화나를 한꺼번에 물고 불을 붙였다.
“헛 참.”
그녀는 순식간에 마리화나 다섯 개비를 쭉 빨아들여 태워버린 뒤, 바닥에 뱉으면서 워커-B 타입의 조종석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잭슨의 멱살을 틀어쥐면서 초식동물을 뼈째 씹어 먹는 사자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잭슨? 넌 뭔가 알고 있지?”
회장이 당장에라도 잭슨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처럼 이를 드러냈지만, 잭슨은 아무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회장의 살기 서린 질문에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제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말콤 목사에게 직접 듣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답에 회장이 곧바로 민스 미트를 겨누자, 말콤 목사가 그의 팔을 조용히 내리면서 한마디 했다.
“아 그렇군. 자네하고 약속했던 게 있었지. 내 비밀을 말하겠네.”
회장이 말콤 목사의 대답을 기다리려고 했지만, 그때 회장의 귀걸이에서 알람 신호가 울렸다. 그러자 회장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면서 민스 미트를 코트 안에 쑤셔 넣었다.
“아니요 지금 당신 입으로 듣지 않을 겁니다. 나중에 다시 한번 물어볼 테니 그때 대답해주시면 되겠군요.”
잭슨은 회장이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재빨리 눈치채고, 베스파를 조작해 다른 곳으로 전부 옮겨뒀다. 회장은 큼직한 고기를 눈앞에 둔 맹수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그쪽으로 가지. 말콤 목사는 네게 맡길 테니까, 잘 보호하고 있어.”
잭슨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회장은 거의 다 파손된X-38을 잭슨이 몰고 온 워커-B 타입의 어깨 위에 올린 뒤, 말콤 목사를 X-38의 조종석에 앉혔다.
그다음 마지막으로 잭슨에게 미리 잡아둔 다음 거점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 잭슨은 워커-B 타입의 조종석 해치를 닫은 뒤, 혹시라도 회장이 몰래 듣기라도 할까봐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더럽게 운이 없는 녀석이군. 죽지도 못한 채 굶주린 사자 우리에 처박히다니.”
잭슨은 워커-B타입의 모니터를 통해, 환호성을 지르며 건물들 사이를 닌자처럼 뛰어다니는 회장을 봤다.
그리고 곧 희생될 먹잇감을 위해 짤막하게 한숨을 내 쉬면서, 조종석 바닥 중앙의 페달을 힘껏 밟았다.
정밀하게 가공된 루비와 사파이어. 진주 등을 붙여서 장식한 벽면. 재즈 바를 떠올리게 하는 은은한 조명.
오래된 티가 나는 데 비해, 먼지도 별로 쌓이지 않은 값비싼 술병. 세공된 보석처럼 매끄러운 검은색 나무 테이블.
이곳은 금주법 시대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악기와 축음기. 지난 아르파트헤이츠 정권에서 흑인들의 대규모 무력시위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인 전용 지하 방공호 ‘위그노의 풍차’안이었다.
벙커 내부 풍경은,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의 흔적이 배어든 다른 방공호와는 딴판이었다. 아니 오히려 자유 합중국의 중심지마다 몇 개씩 갖춰둔 VIP 클럽 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아르파트헤이츠 시절에는 같은 백인이라고 할지라도, 무지막지한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그대로 쫓겨나거나 심할 경우 총알 배식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 탓에 정권이 무너지자마자, 부유층을 제외한 모두의 항의로 해체될 위기에 처했으나. 새로 정권을 잡은 흑인들이 자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꽤 긴 시간 동안 전리품으로 남겨둔 곳이다.
“꼭 박물관 같네. 돼지 새끼들 구경하는 박물관 말이야.”
회장은 방공호의 바에서 스피리터스 보드카 한 병을 꺼내 그대로 입을 대고 고개를 확 젖혔다. 원래대로라면 잔뜩 희석한 뒤 다른 음료에 섞어 마시지 않으면, 취하는 건 둘째 치고 그 자리에서 내장이 상하지만. 그녀는 애초에 그런 거 없다는 식으로 물처럼 확 들이켰다.
“좋아 그러면 보는 사람도 없겠다. 은밀한 시간을 즐겨볼까.”
그리고 지금은 흑인 사업가들의 손에 넘어가, 자유 합중국 감찰관들의 휴게실 겸 임시 대피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즉 지금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자유 합중국 감찰관인 회장과 그 부하직원 잭슨. 임무 대상인 말콤 목사 셋뿐이다.
그리고 하나 더해서 몇몇 장소는 보안을 위해 감찰관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지정되어 있어, 단 두 종류의 사람들만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회장은 지휘자 석에 꽁꽁 묶인 채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 남자는 닌자를 떠올리게 하는 검은색 전투복에, 시리즈 H의 통신장비가 일부 내장된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몸 위에 올라탄 채 애무를 하듯 몸 이곳저곳을 더듬다가, 무겁고 차가운헬멧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자 우선 헬멧부터 벗겨봐야지 우후후.”
하나는 감찰관 본인.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감찰관이 심문할 대상.
그 탓인지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테이블과 의자. 가죽 카펫과 악기 등에 핏자국이 듬성듬성 묻어 있고, 뿌리째 뽑은 손톱과 이빨 등이 담겨 있는 술잔은 물론. 귀나 코 눈알 등이 들어간 술병도 간간히 보였다.
게다가 회장이 다 마시고 내려놓은 술병에도, 누구에게서 잘랐을지 모를 손가락과 눈알이 들어있었다.
회장은 곧바로 그의 헬멧을 벗긴 뒤 바닥에 내던졌고, 반듯하게 생긴 백인 젊은이의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훤히 드러났다.
아마 이런 일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어딘가의 도시에서 얼굴로 뜯어먹는 연예인으로 제법 날렸을지도 모를 모습이지만. 공포와 피로감 탓에 그 말끔한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음 생각보다 잘 생겼네. 이 정도라면 하룻밤 즐겨도 좋겠지만, 아쉽게도 너한테 물어볼 게 꽤 많거든. 순순히 털어놓으면 여러 가지로 기분 좋은 일을 하게 해 줄게. 물론 우리 회사 직원으로 편입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거야.”
회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의 콧등을 혀로 핥았다. 남자가 회장에게 침을 뱉으면서 사납게 노려보자, 그녀는 음침한 웃음소리와 함께 면도날처럼 예리한 나이프 하나를 뽑아 들었다.
“대신그렇게 꽉 입 다물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
그녀는 그의 입 끝에 나이프를 대고 편지봉투를 열 때처럼 죽 그어버렸다. 그의 입 끝이 광대처럼 옆으로길게 찢어지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회장의 입가에도 피가 제법 많이 튀었고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입을 벌리면 더 찢어질 것 같아 이를악물고 고통에 겨운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회장이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그의 하반신에 올라탄 채 쾌락에 찌든 것 같은 야릇한 신음을 내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격렬한 섹스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로 그녀와 그의 몸이 맞닿은 곳에서 질척질척한 소리가 새어 나오고, 회장이 허리를 뱀이 또아리를 트는 것처럼 흔들면서 쾌락에 젖은 신음을 가끔 흘리고 있었다.
반면 그는 아래는 본능 때문에 뻣뻣하게 서 있을 뿐이지, 심한 굴욕감에 고통조차 잊은 채 기괴할정도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회장은 그의 상처 자국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꽉 누르듯 문질러댔다.
“그 단단하게 굳은 입을 조개처럼 확 벌려주는 수가 있다고!”
회장은 자신의 입가에 튄 남자의 피를 혀로 핥으면서 씩 웃었다. 그 회장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남자의 표정은 눈앞에 악귀라도 튀어나오는 걸 본 것처럼, 이마와 미간을 일그러트린 채 딱딱하게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