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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file2-07 야습 끝에는 똥줄타는 혈전이지! (47/66)



〈 47화 〉file2-07 야습 끝에는 똥줄타는 혈전이지!

“너같이 용감한 녀석들은 꽤 좋아하니까 존경을 담아서 정성 들여 죽여줄게.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게!”

그리고 그 병사가 봉이라도 되는 것처럼, 스트립 댄스 같은 움직임으로 그 병사의 주변을 빠르게 몇 바퀴 돌았다.

그녀가 병사의 주변을 때마다, 벽과 바닥에 피가 흩뿌려졌다.

그녀는 허리 아래까지 가는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면서, 코코넛 열매처럼  가슴이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베이비 백립이 어지럽게 움직일수록, 그의 몸뚱이는 공기를 가르는 것처럼가볍게 그어지며 붉은 선이 새겨졌다.

그 와중에도 동료 병사들이 회장을 향해 사격했지만,  소용 없었다. 워낙 빠르게 움직이는 터라 맞추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이따금 그녀에게 날아 들어오는 총알마저 베이비 백립으로 베어 떨어트렸다.

그녀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병사의 몸을 베어나갈 때마다, 두 자루의 나이프가 붉게 물들었다. 마치 거미가 먹잇감에 실을 감듯 그의 몸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몸뚱이에 붉은 줄이 얼기설기 드리워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강하게 스탭을 밟으며 앞으로 한 발 나가자, 그의 몸뚱이가 마치 일정한 크기로 토막 낸 냉동육처럼 산산조각 난 채 바닥에 흩어졌다. 게다가 필사의 각오로 뽑아서 입에 물었던 수류탄마저 잘게 썰려 나가, 지금은 단순한 화약 뭉치로 변해버렸다.

“우, 우웈!”

“웩!”

“이런 빌어먹을…. 저게 사람이 할 짓이냐!”

어지간한 참상 따위는 벌레 죽는 걸 보는 것처럼 봐왔을 병사들이지만, 아까처럼 삽시간에 전우가 고기토막이 되는꼴은 견디기 힘든 모양인 것 같았다.

게다가 시체의 손과 발이 아직 감각이 남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썰려 나간 고깃덩어리 사이에서 심장이 아직도 간헐적으로 피를 뿜으면서 움직이는 모습은. 그들에게도 충격이 심했던 모양이었다.

그녀가 병사 한 명을 잘게 토막 친 무기는, 대 보병 장갑용 전동 나이프 ‘베이비 백립’이다.

티 스테이크가 애초에 대 시리즈 H와 대전차용 근접무기라면, 이건 처음부터 특수 방탄복이나 중장갑 강화복을 착용한 보병.

혹은 전투용 사이보그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병용 무기다. 군용 지프의 장갑판까지는 충분히 썰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무기지만, 전체 중량이 3.5kg다.

들고 다니는 무게부터 만만치 않았고, 거기에 진동이 너무 세서 육체를 개조하지 않는 이상은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다.

그런 무기를 한 손에 한 자루씩 들고 깃털처럼 휘두르며, 춤을 추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총알까지 막아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묘기가 아니었다.

인간같지 않은 움직임에 흉측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회장의 모습에, 질릴 대로 질린 병사들은 동료의 시체를 버리고 호텔 밖으로 달아나려 했다.

“젠장. 동지가 했던 말이 맞았어. 저년은 보통 인간이 아냐. 모두 창밖으로 뛰어내린다. 그리고 그걸로 밟아버려!”

회장은 동료가 죽은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달아나는 병사들의 등을 보며 피식 웃었다.

“뭐야? 저 녀석이 최대한 시간을 벌 생각으로 덤벼줘서 그 녀석의 뜻대로 최대한 ‘공들여서’죽였는데. 아직도 도망가지 않은 거냐? 좋아. 이건 서비스라고. 느긋하게 쫓아가 줄 테니까, 이 중에  명이나 더 살아남나 보자.”

회장은 병사들이 이제야 도망가는 걸 확인한 뒤,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면서 그들의 뒤를 밟았다. 하지만 사정 보지 않고 도망가는 병사들에게는, 그녀가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거침없이 들이닥치는 모습으로 보였다.

“빨리 달아나! 언제 마음이 변해서 빠르게 쫓아올지 모르니까! 이 뒤는 내가 막아낼 테니까 서둘러서 그곳으로 가라고!”

모두 창밖을 향해 달아났지만, 그 와중에도 몇 명이 시간을 벌기 위해 뒤로 돌아 회장에게 기관단총을 쏴 재꼈다.
회장은 사방에서 날아 들어오는 총알을 베이비 백립으로 갈아버린 뒤,  세 명의 병사가 탄환을 다 쓰고 재장전을 하는 동안. 그녀는 베이비 백립을 바닥에 던지고 코트 안으로 손을 뻗어, 재빨리 두 자루의 민스 미트를 뽑아 들었다.

그 상태에서 높이 뛰어오르며 공중제비를 돌아, 발을 천장에 붙였다. 그 상태로 아래쪽에서 달려 들어오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민스 미트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민스 미트는 초당 30발의 총알을 토해내며, 2초 만에  격철 때리는 소리를 냈다.

회장이 천장 위에서 탄창  개를 싹 비우자,  세 명의 ‘동지’들이 순식간에 다진 고기가 되어버렸다. 그 사이에 남은  명이 장전을 끝마쳤지만, 이미 회장은 바닥에 떨어진 베이비 백립을 다시 주워 마지막 남은 병사의 몸을 가랑이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올려 베어버렸다.

“아쉽네. 0.1초만 빨랐어도 내 이마빡에 구멍이 났을 텐데 말이야.”

그 사이에 다른 병사들은 이미 창밖으로 뛰어내렸고, 모두 살충제를 맞은 개미 떼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회장은 주변을 둘러본 뒤, 그들이 도망간 방향들을 전부 다 확인했다. 하나같이 거대한 폐건물. 혹은 컨테이너 박스 더미나 폐기물 처리장처럼 주변이 어지럽고 어수선해서 뭔가 숨겨놓기 좋은 위치였다.

“훌륭해! 정말 훌륭하다고! 자기 목숨까지 던져가면서 전우를 생각하는  마음가짐! 기업 연합의 사설 경찰들한테는 절대 볼 수 없는 미덕이라니까!”

회장은 피가 잔뜩 묻은 귀걸이를 가볍게 건드려 음성 통신 회선을 열었다. 귀걸이에서 뿌연 모니터 화면이 떠오르면서 자동으로 사우스 스네이크  직원의 전파를 검색했다. 그리고 잭슨에게 가는 회선을 찾아낸 뒤 곧바로 통신을 보냈다.

“잭슨?! 지금 보호 대상은  데리고 있나? 너한테도 기습이 들어왔을 테니까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지? 말콤 목사님하고 같이 당장 호텔 밖으로 나오라고.”

잭슨은 이미 바깥으로 달아나 있는지, 총성과 폭발음. 그리고 온갖 방해전파로 뒤범벅이 된 답신이 회장의 귀로 들어왔다.

“예. 말콤 루터 킹 목사는 이미 X-38 안에 탑승시켰습니다. 헬기는 아마 지금쯤이면 회장님의 머리 위에 있을 겁니다. 저는 지금 근처에 버려져 있는 워커-B 타입을 탈취하는 중입니다. 우선은 X-38을 회장님 쪽으로 보내겠습니다.”

회장은 상황이 이해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으로 냅다 뛰어내렸다. 그리고 호텔 외벽 쪽을 향해 팔꿈치를 뻗자, 베이비 백립의 날이 뒤로 움직이면서 호텔 벽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X-38의 로터 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지며, 호텔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로프가 하나 드리워졌다.

회장은 베이비 백립이 벽에 박힌 충격을 이용해, 멀리 뛰올ㄹ X-38이 내린 로프를 붙잡았다. 그리고 X-38에서 내려온 로프가 순식간에 되감기며, 그녀는 이미 열려 있는 X-38의 조종석에 앉을 수 있었다.

세컨드 시트에는말콤 목사가 앉아 있었지만, 그는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묵묵히 회장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게, 지금 회장의 검은 코트와 망사 슈트에는 방금  살육의 흔적인적 병사들의 피와 살점이 잔뜩 들러붙어 있었다.

하지만 회장은그런  따윈 신경쓰지 않고, 아직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민스 미트를 다시 코트 안에 쑤셔 넣었다.

“좋아. 나는 일단 X-38을 갖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지. 녀석들 보나 마나 시리즈 H도 갖고 있을 테니까, 쫓아오지 못하게 작살 내 주고 오라고.”

“알겠습니다.”

잭슨의 대답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쓰레기장과 폐건물에서 여러 대의 시리즈 H가 X-38을 향해 달려왔다.

그것들은 언덕에서 스키를 타는 것처럼 자세를 낮추고 주행하는데, 다른 시리즈 H하고 다르게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휠이 지면을 긁는 마찰음을 내지 않았다.

그것보다 훨씬크고 시끄러운 공기가 지면을 밀어내는 호버크래프트 특유의 소음으로, 수륙양용이나 수상전에서 사용하는 시리즈 H가 아니면 가격 문제로 인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 기체들이 지나가는 곳의 가로수나 간판 승용차가 바람에 날려가는 걸 보면, 확실히 호버크래프트 주행이라는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등과 허리 뒤쪽에서 제트 기류를 분사해 와이어 없이도 낮은 빌딩을 뛰어넘는 모습은, 워커-B 타입 기체가 보여줄  없는 어려운 묘기다.

잠시 후 시리즈 H 소대가 엄청난 기세로 달려오면서 급격히 거리를 좁히자, 기체의 모습이 모니터에 크게 확대되어 비쳤고 회장은 저 시리즈 H가 어떤 녀석인지 제대로 확인했다.

펑퍼짐한 치마를 입은 것 같은 허리와, 나팔바지 같은 정강이 아랫부분. 침낭과 개인 텐트가 포함된 군장을 짊어진 것 같은 등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고, 비대하게 부푼 어깨 아래 부분에도 제트 노즐이 붙어 있어 상 하체의 점프 균형이 맞는 외형이다.

 전체적으로 몸집이 비대한 탓에, 팔과 머리는 지나칠 정도로 가늘어 보이는 모습이다.

훼이첸. 소리아 주 같은  공산권 국가에서 자주 생산하던 시리즈 H T-117이다.

거의 열 대는 될 법한 짙은 회색의 T-117 무리 중에, 맨 앞에서  자루의 기관단총을 들고 등에 거대한 중화기를 짊어진 한 대. 흉부와  팔에 추가 장갑판과 방패를 붙인 한 대는 공산권 시대의 유물을 그대로 가져온 모양인지, 전체적으로 붉은 도장이 되어 있었다.

 덩치  시리즈 H는 워커 타입의 휠 주행식보다 훨씬 빠르고, 기동성이 높은 호버크래프트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덕분에 순식간에 전위와 중간 대열의 틈을 뚫고 들어가, 후방에 위치한 원거리 포격형 시리즈 H를 순식간에 잡아내는 걸로 유명한 기종이다.

회장은 잭슨이 사용하는 시리즈 H가 주로 원거리 저격이나 포격 사양이라는 걸 떠올렸고, 그가 정크 더미에서 워커-B 타입을 건졌다는  다시 기억해냈다.

“잭슨 녀석. 그 느려 터진 걸 분명 원거리 저격용 무기를 주렁주렁 달거나, 일대 다수를 조지려고 여러 가지 포격 무기를 붙여서 개조하겠지?”

회장은 잭슨의 평소 취향을 생각하며 남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후열에 서 있는 T-117의 등에 짊어진 다련장 로켓런처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X-38을 향해 큼직한 로켓 여러 발이 날아들었다.

“젠장! 남 걱정할 때가 아니잖아!  발등에 전갈이 달라붙었는데!”

X-38은 먼저 날아든 로켓탄 세 발을 피하고, 그 다음 헬기 머리에 붙은 개틀링으로 뒤이어 날아오는  번째 로켓탄을 요격했다. 하지만 개틀링 탄에 맞은 로켓이 터지면서, 쇠구슬 모양의 파편을 사방에 뿌렸다.

로켓탄 안에 들어있던 쇠구슬 파편은, 가뜩이나 변형구조 때문에 장갑이 얄팍한 X-38의 아래쪽에도 상당히 많이 처박혔다.

그중 몇 발은 조종석 안까지 뚫고 들어와, 회장의 발밑에 굴러다니거나. 그녀의 허벅지 아래쪽이나 팔에 박혔다.

“이런. 요격방지용 클라스터 로켓인가? 녀석들 보면 볼수록 그냥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잘 훈련받은 사설 경찰도 아니잖아.”

회장이 카메라를 아래로 내리자, 쇠구슬이 건물 윗부분을 무너트리고 유리창을 깨고 안에 들어가 사람들을 짓뭉개버린 모습이 들어왔다.

도로 역시 별다를  없어, 사설 경찰들이 애초에 실직자 거주구도 아니고, 인적 자원이 가득한 대도시에서 이런 무기를 사용할  없었다.

“아 젠장. 이것도 우리한테 배상하라고 난리 부리겠지. 배상 문제까지 얽히면 골치 아픈데.”

회장이 아래쪽의 참상을 확인하고 촬영까지 마친 뒤, 로켓런처가 날아온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그러자 빌딩 위에 올라  붉은 색 T-117  대가 X-38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어 보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회장은 눈앞에 있는 T-117에게 화풀이 삼아 개틀링 탄환을 신나게 퍼부어댔다. 하지만 빌딩 위에 올라서 있는 T-117은 물론, 그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기체들 역시 메뚜기처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뿔뿔이 흩어졌다.

“하하하! 저 녀석들 내가 손수 잡아 죽이고 싶지만….”

회장은 잔뜩 화를 내며, 시리즈 X 변형 버튼에 손을 가져가려 했지만, 자기 뒤쪽 시트에 말콤 목사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분명 변형해서 싸우게 되면, 헤비 메탈을 복용하겠지. 그렇게 되면 뒷좌석의 안전 따위는  건너가는 거니까….’

결국 회장은 개틀링과 연막탄으로 멀리 흩어져 있는 T-117의 시야를 가리고, 고층건물 뒤로 숨어버렸다.  번째 붉은 T-117이 방패를 앞세워 탄막을 막아내고, 연막탄 역시 방패 뒤에 숨겨진 대형 환기 팬이 강한 바람을 일으켜 오히려 X-38의 시야가 가려질 뻔했다.

“아오 진짜! 빌어먹을 날벌레 새끼들! 하나라도 잡히기만 해봐라! 전부 바삭하게 튀겨서 잘근잘근 씹어 먹어버릴 거니까!”

회장은 마치 일부러 도발이라도 하듯 주변을 얼쩡거리는 T-117 무리를 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높이 세웠다.

게다가 그 사이에도 넓게 흩어진 T-117은 회장의 주변을  둘러싸며 기관단총과 돌격소총으로 45mm 기업 연합 표준 텅스텐 탄을 퍼부어댔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집중포화에, X-38의 얄팍한 장갑이 사정없이 뚫려 나갔고 모니터에는 변형 시스템 에러와 출력저하 경고 메시지가 몇 번이고 떠올랐다. 모니터 우측면에 블랙 맨티스의 투시도가 떠올랐고, 기체의 각 관절과 동력 전달부. 출력 제어 부분에 붉은 불빛이 점멸했다. 회장은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옆구리를 꽉 부여잡으면서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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