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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file2-05 이번 한 번만 봐주겠어. 다음은 없다고 (45/66)



〈 45화 〉file2-05 이번 한 번만 봐주겠어. 다음은 없다고

잭슨은 아무리 봐도 겉보기에는 그녀의 지시를 받아들인 척했지만, 회장은 아직 그가 자신의 명령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바로 기름기와 소스가 잔뜩 묻은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빨아낸 뒤, 그 손가락으로 잭슨을 불러들였다.

“이쪽으로  볼래?”

잭슨이 머뭇거리면서도 천천히 걸어오자, 회장은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팔로 그의 머리를 휘감아 잭슨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어버렸다.

“자 벌이라고. 네가 예전에 유명 뮤지션일때 이것 때문에 곤욕 치른 적이 있었지? 원하지도 않는데 같잖은 서비스랍시고 이런 짓 하던 그루피 기억나지?”

회장이 크고 탄력 있는 새하얀 가슴으로 잭슨의 두 뺨을 비벼대자, 잭슨의 얼굴이 순식간에 락스에 담가 탈색된 것처럼 하얗게 질렸다. 회장은 당장에라도 잠이 쏟아질  같은 나른한 목소리로 잭슨의 과거를 매섭게 후벼 팠다.

“그다음에 기자들의 카메라하고 도청장치. 네가 사용하던 소셜 네트워크 메신저 계정까지 다 털어버리던 언론사들. 뒤이어서 따라온 소송 레일에 손해배상이랑 이혼.  이 가슴 때문에 시작된 거잖아. 못 버틸 거면 그만두겠다고 말해.”

잭슨은 그녀가 자신의 얼굴에 가슴을 문지를 때마다, 목이 졸린 것처럼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뒤이어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지만, 신물이 쏟아지려는 걸 억지로 눌러 참으면서 차분한 투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도 없을 테니 로날드  친구를 조금 더 쉬게 해도 될 겁니다.”

그러자 회장은 잭슨의 얼굴을 코코넛 열매처럼 큰 가슴으로 더 심하게 비벼대면서, 장난기 섞인 웃음소리까지 흘렸다.

“미친 놈. 너  번 정신 나가면 나도 통제 못할 정도로 막 나가는데 그걸 어떻게 믿냐? 또 지난번처럼 세리울 시에 불벼락 떨어지게 할래?”

잭슨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다시 한번 회장의 가시를 세운 질문에 굽히지 않고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오자 회장은 잭슨을 밀치면서 화를 냈다.

“이 자식이! 고집도 더럽게 세 가지고는! 이렇게까지 하는데 끝까지 말 안 들을 거야! 지난번 혼닛츠 때 벌어진 일 전부 다 잊어버렸어?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고?”

회장은 테이블까지 죄다 엎어버린 뒤, 잭슨을 벽에 처박아버렸다. 그리고 테이블을 엎자마자 미리 손에 잡은 민스 미트 한 자루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민스 미트 특유의 큼직한 총구를 잭슨의 턱에 겨누면서 거의 협박하다시피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잭슨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회장에게 되물었다.

“예. 회장님도 제가 이렇게 고집부릴  알고 들여온 게 아닙니까?”

그리고 잭슨과 회장은 서로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봤다. 회장의 발에 유리 조각이 몇 개 박혀 있었지만, 그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잭슨의 턱에 들이민 민스 미트를 더욱 바짝 갖다 붙였다.

잭슨 역시 발뒤꿈치가 포크에 찔리고 발바닥이 고기 써는 나이프에 베였는데도 신음 한  흘리지 않고 회장을 담담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잠시 후. 회장은 민스 미트의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가 방아쇠를 여러  당기는 것과 동시에, 널찍한 방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의 폭음이 터져 나오면서 한밤중의 정적을 깨 버렸다.

회장은 콧노래와 함께, 화약 연기로 뜨겁게 달궈진 민스 미트의 총구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서 연기와 열기를 걷어냈다.

한편. 회장이 잭슨에게 총을 겨누면서 협박할 무렵. 백인들로만 이뤄진 한 무리의 사설 군인들이 폰테타워 호텔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얼굴을 감춘 누군가와 음성 통화로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파괴 목표는 호위 중인 감찰관 둘과 함께 이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확실해? 제대로 봤지?”

홀로그램 모니터. 아니 정확히는  안에 설치한 홀로그램 모니터와 연동되는 마이크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예 확실합니다.”

지휘관은 아직 불이 켜져 있고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도시 한복판을 보면서 다음 지시사항을 물어봤다.

“민간인 피해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조용히 목표만 빼먹고 돌아갈까요?”

“그 동네 부자 동네냐?”

상관의 어이없는 질문에 지휘관은 그에게 무슨 질문을 했는지 되물었다.

“예?”

“부자 동네냐고 물어봤잖아.”

그의 변함없는 질문에 지휘관은 아무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예 아무래도 감찰관이 호위 대상을 싸구려 숙소에 머물게 하지 않겠죠.아프리카 주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폰테시티 호텔입니다.”

“그렇다면 시원하게 밟아버려. 우리 같은 동지들은 그곳에 단 한 명도 없으니까. 게다가 저 안에 있는 감찰관은 괴물이니까 조용히 몰래 하다가는 너희들이 전부 다 털릴 거야. 사정 봐주지 말고 죄다 쓸어!”

상관의 지시사항에, 그는 어이없어하면서도 겉으로는 별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음성 통신이 종료되었고, 병사들은음성 통신을 받던 지휘관에게 작전 지시 내용을 물어봤다.

“뭐라고 합니까?”

“시원하게 박살 내라고 했다. 리더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군. 이렇게  거 총력전으로 가는  맞겠지만….”

“리더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꽤나 힘든 상대군요.”

“언제는 안 힘든  있었냐? 일단 민간인들이 괜히 죽는 것도 찜찜하니까 일단 호텔에 병력 일부를 투입해서 타깃만 처리하고, 그게  되면 그때 미리 숨겨둔 시리즈 H를 투입해서 시가전을 벌인다.”

지휘관의 작전 내용에 병사들은 불만이 담긴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어떻게 생각해도 호텔에 투입되는 병력은 ‘죽으러 가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호텔에는 나도 들어간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앞장서서갈 거다. 그러니까 잔말 말고 점호 후에 마지막으로 시리즈 H까지 다 점검시켜.”

지휘관 역시 그런 병사들의분위기를 읽은 모양인지, 병사들과 똑같은 소총을 들고 눈에 잘 띄는 붉은 색 천을 머리에 동여맸다. 병사들은 그걸 죽어도 자기가 먼저 죽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병사들 중 일부는 스스로 지휘관을 따라, 야간 투시 장비와 소총. 예비 탄약과 수류탄. 섬광탄과 연막탄 등을 챙겨 그의 뒤에 섰다.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홀로그램 모니터로 지도를 펼쳐, 주변에 미리 숨겨둔 시리즈 H의 위치를 파악한 뒤 그쪽으로 각자 달려갔다.

“자 그러면 기업 연합의 배때지 불러 터진 꼭두각시들에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힘을 보여주자고!”

지휘관은 병사들에게 기세 좋게 외친 뒤, 가장 앞에 서서 폰테시티 호텔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병사들 역시 지휘관의 크게 오른 기분에 감염되었는지, 상당히 무거운 중무장을 한  그의 뒤를 따라 일제히 발맞춰 폰테시티 호텔 쪽으로 달려갔다.


총성이 울린 직후. 방 천장에 손가락으로 뚫은 것 같은 구멍이 네다섯 개 정도 생겼다.

다만 호텔 자체가 워낙에 방음이 잘 갖춰진 탓인지, 아니면 이런 일은 워낙 흔하게 벌어져서인지는 모르지만. 직원들이 달려온다거나 다른 투숙객이 노크를 하는 일은 없었다.

아직도 뜨거운 탄피 다섯 개가 바닥을 굴러다니는데, 핏자국이나 살점. 뼈조각 같은 건 단 한 점도 없었다.

잭슨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민스 미트의 총구를 쳐다봤다.

회장은 질렸다는 듯 민스 미트를 바닥에 내다 버리며, 흥이  식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녀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침대로 뛰어들면서 한마디 던졌다.

“그래. 너 같은 직원을 들인 내가 바보 멍청이지.”

그녀는 오른손 검지를 튕겨, 손바닥 크기의 홀로그램 모니터 하나를 띄웠다.

모니터는 위아래로 나뉘어, 위쪽은 로날드 아래쪽은 사라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로날드와 사라가 갑작스러운 통신에 놀란 표정을 짓자, 회장은 음성 통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조용히 불렀다.

“로날드? 그리고 사라?”

“예 무슨 일이시죠 회장님?”

“회장 나으리.  갑자기 무슨 문제가 생겼습니까?”

로날드와 사라는 회장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긴장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회장은 그 모습을 보며 소리죽여 웃은 뒤, 잭슨을 팔로 걸어 잡아끌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한마디 던졌다.

“아아 다들 축하해줘라. 잭슨이 또 사고 쳤다. 가끔 보면 잭슨 이 녀석 사라보다 더 막 나가는 애라니까.”

잭슨은 순간 자신이 어린애 같은 취급을 받은 것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기가 방금 저지른 일이 있기 때문인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사라와 로날드는 우선 회장의 난데없이 날아 들어온 보고에 크게 놀라, 두 사람  눈을 구슬처럼 크게 뜬 채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입을 쩍 벌렸다.

“에에?!”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일이 다 끝나면 알려줄 테니까,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실컷 상상해보라고.”

회장은 그 상황에서도 장난기 가득한 투로 두 사람에게 한마디 던졌다.

“크. 이 카카오 99%짜리 초콜릿 같은 새끼. 또 일 저지를 줄 알았다. 하하하! 대체 얼마나 일을 저질러야 그 저기압이 한방에 풀리는 건데? 네 덕분에 회장 콧구멍하고 입에서 연기 나오겠다. 하하!”

사라는 크게 놀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잭슨을 쳐다봤지만, 로날드는 마치 바로 앞에서 그의 어깨라도 두들기듯 비아냥거림이 섞인 농담을 던졌다.

이에 잭슨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내뱉으려 하자, 우선 사라가 로날드의 배를 팔꿈치로 힘껏 찍어 로날드의 입을 다물게 했다.

 다음 회장이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고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그만 웃으라고 로날드. 그러면 너희 둘에게 새로운 일을 줄게. 로날드 너는 세리울 시 주민들이 숨어 지낼만한 장소를 찾아둬. 그리고 여차할 때 사용할 비상식량이나 물자는 아웃사이드 지역에서 약탈할 수 있는지 기업 연합 측에 허가 받아두고.”

아마 자기네들도 쉽게 눈코 뜰 수 없는 상황이고, 기업 연합도 감찰관이 하나 없어지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지라 쉽게 허가를 내줄 분명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자원도 없고, 제대로 움직여줄 인력도 별로 없는 ‘일명’개털  사우스 스네이크. 그리고 그런 사우스 스네이크를 떠맡은 지금 상황의 세리울 시에서는, 실직자 거주구 하나 털어먹기 힘들  분명했다.

기껏해야 로날드가 단독으로 몰래 실직자구역으로 들어가, 목숨 걸고 도둑질한 다음 도망가는 게 전부다. 그런 결말밖에 나오지 않는 탓에, 로날드는 당연히 회장 앞에서 크게 불만을 터트렸다.

“으아! 이거 뭡니까 마음 편히  쉴 거라고 맘먹고 휴가 계획까지 다 세웠는데 또 일거리를 안겨주는 겁니까? 이딴블랙 기업에 들어간 내가 죽일 놈이지.”

로날드답게 불평불만마저도 장난기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회장은 로날드에게화를 내지 않고 가볍게 웃으면서 받아넘겼다.

“에이 로날드 네 실력이면 금방 해치우고   수 있잖아. 믿으니까 과로할 정도로 맡기는 거야.  믿었으면 평생 놀고먹게 했다?”

하지만 로날드는 목소리를 더 높이면서짜증까지 섞인 투로 대꾸하면서 바닥에 누웠다.

“지금 멀쩡히 굴러가는 시리즈 H도 워커-B타입 다섯 대가 전부입니다. 이걸로 실직자 거주 지역을 털어먹으라니, 저한테 터미네이터처럼 엄지손가락 올린 채 용광로 안으로 뛰어내리라는 겁니까?!”

로날드가 두 번 연속으로 회장에게 불만을 터트리자, 회장은 목긋는 시늉을 하면서   마디 던져 로날드의 입을 닫아버렸다.

“꼬우면 회사 뜨고 실업자나 되시지? 앞으로  안 하고 펑펑 놀고 싶으면 나가.”

“아닙니다. 아니에요! 회장님의 자비에 그저 엎드려서 싹싹 빌어도 모자랄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더 이상 긴말 안 하고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로날드는 크게 놀라면서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그리고 회장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지자 도망치듯 통신을 끄고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사라 역시 뱀과 마주친 개구리처럼 잔뜩 얼어붙은 표정을 지으며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회장은 로날드에게 언제 그런 식으로 쪼아댔냐는 듯, 부드러운 표정과 함께 엄마가 출근하기 전 어린 자녀에게 주의사항 당부하듯 말했다.

“사라는 그 꼬마 잃어버리지 않게 잘 돌봐주고, 복구 중인 본사 건물 잘 숨겨둬. 알았지?  녀석은 절대 외부에 노출되게 하지 말라고. 그다음에는위성 통신망 확인한 다음에 특이사항 있을 때마다 보고해두라고.”

“예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이걸로 사라와의 통신도 끝났다. 회장은 통신을 끝내자마자, 코트 안에서 굵은시가 하나를 꺼내  다음, 잭슨에게 비아냥거리듯 코웃음 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자 잭슨? 네 덕분에 세리울 시가    엉망진창으로 뒤집히게 되었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잭슨은 끝까지 굽히지 않고 그녀의 눈을 정면에서 쳐다보며, 한마디 대답을 마친 다음 입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장은 단번에 굵은 시가를  빨아들여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꽁초로 만들었다. 그리고 시가를 창밖으로 내던지면서 잭슨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훅 뿜었다.

“내가 네 고집을 꺾느니 포기하고 말지. 완전히 졌어! 임무에서 빼지 않을 거니까, 이번만큼은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호위해! 알았지?!”

회장이 완전히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내 저으며 침대에 앉았다. 잭슨은 곧바로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혼닛츠 사에서 자주 하는 ‘도게자’라는 사과 방식을 따라  이마를 바닥에 가볍게 찧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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