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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file2-04 공과 사는 구분하라고 잭슨 (44/66)



〈 44화 〉file2-04 공과 사는 구분하라고 잭슨

말콤 목사와 잭슨. 그리고 회장 세 사람이 서로 마주하고 있을 그때. 셋이 서 있는 곳 뒤편에 멀찍이 떨어진 잔해더미가 들썩이더니, 한 남자가 얼굴을 밖으로 드러냈다. 붉은 머플러와 붕대. 쇠사슬을 온몸에 감고 다니는 공산주의자. 블라디미르였다.

“기업 연합 녀석들. 결국 ‘저런 물건’까지 사용하겠다는 건가. 이건 이퀼리브리엄이나 멋진 신세계보다 더 심한 짓거리잖아.”

그는 우측 안구에 내장된 줌 카메라를 통해, 잭슨과 대화를 하고있는 말콤을 뚫어질 정도로 쳐다봤다. 마치 저격 소총의 스코프로 목표물을 언제 쏠지 노려보는 것처럼 보였다.

뒤이어 X-38에서 내린 회장이 말콤에게 상황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며, 오른쪽 관자놀이를 가볍게 때려  카메라를 껐다.

블라디미르는 회장이 몰고  X-38을 보며 눈살을 확 찌푸렸다.

“에이 저년은 또 끼어들었어. 딱 보아하니 웨슬레 녀석이 몇 가지를 일부러 빼먹고  가르쳐준 모양인데. 차라리 전부 다 알려줘 버릴까.”

블라디미르가 몸을 숨긴 채 회장과 말콤에게 다가가려고 했으나, 회장은 재빨리 말콤을 헬기에 태운 뒤, 잭슨을 와이어에 매단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하필 그녀가 날아간 곳은, 블라디미르가 전투를 벌이기에 좋지도 않은 하급 노동자 거주 지역이었다. 블라디미르는 꼭 자신을  올리면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장의 X-38에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어 보였다.

“회장이라면 남의 지역 따윈 알 바 아니라면서 바로 약 빨고 싸움을 벌이겠지? 그만두자. 기왕 싸울 거면 가진 것 많은 놈들이 눌러앉은 아메리카 주의 뉴욕 시티에서나 해야지.”

블라디미르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재빨리 추격을 포기하고 철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동지들에게 음성 통신을 시도했다.

“다들 뭐하고 있나?”

그러자 곧바로 동지들의 화상 통신으로 대답이 도착했다. 그들은 여러 대의 대공 미사일과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공화기 포대를 보여주며, 그게 일제히 회장의 X-38을 겨누고 있다는 것까지 블라디미르에게확인시켰다.

“인사 겸해서 암퇘지 년에게  방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는 혀를 차면서 동지들에게 질책하는 투로지시를 내렸다.

“지금은 신경 쓰지 말고 곱게 보내줘. 괜히 이런 곳에서 전투만 벌이면, 우리랑 상관없는 동지들만 휘말린다.

녀석들은  호텔이 있는 도시 지역에 머물게  테니까. 겸사겸사 부르주아 놈들 밟을  회장하고 그 물건을 박살 낸다.”

블라디미르는 다른 동지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음성 통신에 반응한 걸 확인한 뒤, 레이더 모니터를 켜서 동지들이 전부 이탈한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그들의 퇴로까지 일일이 확인해가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 되었지만, 이미 그 물건이 되어버린 이상은 별  없다고.”

블라디미르는 침울한 투로 한마디 흘리며, 회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는 말콤 루터 킹을 다시 한번 눈에 장착된 카메라로 확대해서 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동료들과 함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한편. 회장 일행은 X-38을 기업 연합에 소속된 사설경찰 격납고에서 재보급을 시킨 뒤, 말콤을 모시고 기업 연합 소속의 업체 테트라발 사가 세운 폰테시티 타워 호텔로 이동했다. 회장은 호텔 복도 앞에서 방금 전 일에대해 혼자 불만을 터트리는 중이었다.

“정말이지 내가 호위 대상만 보면 잡아먹으려 드는 사마귀인  아나 쩝.”

말콤은 암살 위협도 있는데다가, 아프리카 주의 백인들이 예상하기 힘든 돌발행동을 벌일 우려가 있어 회장이 자신과 같은 방을 쓰게 하려 했다.

하지만 말콤 본인이 VIP룸을 끝끝내 거부하고. 회장 역시 호위 대상에게 성적으로 접근한 적이 있다는  잭슨이 몇 번이나 예를 들었다.

결국 말콤 목사는 잭슨과 같은 일반 방을 쓰게 했다. 대신 잭슨은 일정 시간마다 본인과 말콤 목사의 동향을 보고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회장은 별도로 잡은 VIP룸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전부 다 벗고 침대에 드러누워, 발뒤꿈치로 거칠게 콜 버튼을 눌러댔다.

그러자 호출 모니터가 떠오르면서,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고 이목구비가 가지런한 백인 종업원의 얼굴이 드러났다.

“예 아프리카 주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폰테 타워 호텔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종업원은 회장의 알몸이 보이는지, 그녀의 얼굴 쪽으로 잠시 시선을 옮기긴 했다.

하지만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손님을 많이 봐온 것인지, 아니면 업무 중 사고를 막기 위해 뇌의 일부를 절제한 것일지는 몰라도. 회장의 몸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음 보니까 전두엽을 제거한 모양이네. 이러면 중성화 수술까지 해서 아침 한 발은 못 즐기겠어. 아깝네.”

회장은 종업원의 뒤통수에 안전 인증 문신이 새겨진 보고, 그가 어디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그녀는 입맛을 다시다가도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직원의 얼굴에 자기 속옷을 던지듯 질문을 건넸다.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룸서비스 가능하지? 저녁을 먹지도 않고 도착해서 말이야.”

직원은 아무 감정 없는 기계 같은 말투로 대답했다.

“예 지금 시간이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자 회장은 메뉴판을 직원에게 펼쳐 보이면서 한마디 했다.

“전부 다 가져와. 각자  인분씩.”

직원은 여전히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말투와 목소리에서 적잖아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

“예? 잘 못 들었습니다.”

회장은 직원의 얼굴에 자신의 가슴을 갖다 대고 문지르면서, 장난기 섞인 투로 크게 웃었다. 그리고 이미 잘려나간 아랫도리로 손을 뻗어 간지럽히다가, 다시 한번 주문을 했다.

“다시 한번 말해줄까? 전부 다 가져와.  인분씩 말이야.”

“예. 아, 알겠습니다.”

직원이 그제야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주문을 받자, 회장은 침대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큰 소리로 웃어댔다.

방금 회장의 주문을 받은 직원은 손님과의 마찰이나, 서비스상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제작된 전두엽 없는 ‘생체 안드로이드’으로.

중범죄자나 노숙자들을 포획한 다음, 향정신성 약품 ‘발라드’를 이용해 안전하게 전두엽의 기능 일부만 마비시킨 다음. 호텔이나 기타 서비스업 현장. 혹은 재개발구역의 철거민 퇴거 등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들은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마비된 탓에, 몸뚱이는 피와 살로 이뤄져 있으면서도 화를 내지 않고 성욕도 느끼지 않는 ‘서비스용 안드로이드.’로 구분하고 있다.

물론 한편으로는 ‘진심이 담긴 미소’나 ‘상냥한 친절’이 없다고 불평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호텔 직원 중에는 위장한 노숙자나, 벌이가 영 시원치 않은 하급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고. 높은 분들의 아내 또는 세컨드 중에는, 잘 생긴 하급 직원과의 교배행위를 즐기는 사고가 벌어지는 게 일과처럼 되었다.

그 덕에 좀 딱딱하더라도 사고 없이 안전한 게 훨씬 낫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지금 회장에게는 저 직원이 범죄자라도 좋으니 ‘성욕’이 왕성하길 바랬지만, 서비스용 안드로이드라는 걸 알고 나서 김빠진 한숨을  쉬었다.

“음. 저래서는 다른 직원들도 제대로 설  같지도 않고, 말콤이라는 이번 호위 대상도 괜찮아 보이지만 호위대상한테 손대는 건 영 찝찝하지. 게다가 잭슨 그 로리콘 녀석은 나랑 하룻밤 하자고 하면 당연히 토하면서 기절할 테니까….”

회장은 침대에 엎드린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불만에 가득  목소리로 한마디 흘렸다.

“오늘은 말짱 거미줄 치면서 자야겠네.”

그때.  앞에서 나지막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 보통 직원들이라면 벨을 울리거나 화상 통신을 보내지, 일일이 손까지 사용해가며 노크를 일이 없다고 생각한 회장은 적당히 옷을 걸치고 코트 안에 들어있는 민스 미트를 점검했다.

“실례합니다. 회장님.”

뒤이어 잭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은 민스 미트의 안전장치를 채운 뒤, 큰 소리로 잭슨을 불렀다.

“잭슨이지? 마침  왔어. 너도 저녁은 안 먹었으니까 같이 먹을래?”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들어오겠습니다.”

잭슨은 회장의 부름에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회장에게 공손히 인사한 뒤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수많은 직원이 회장의  앞에 몰려들었고, 그들은 제각기 음식이 가득 차 있는 손수레를 밀고 있었다.

“이정도로는 부족하겠군요.”

잭슨은 50여명 규모의 연회를 치를 법한 양의 음식을 보며,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이정도는 차려놓고 늘어놓아야 폰테시티 호텔답잖아. 굴러온 돌이 박힌  빼낸 뒤에, 번지르르하게 마천루를 세워놓다가 망한 자리라고.”

폰테시티 호텔은 원래 아프리카 주로 흘러들어온 백인 칼뱅주의 개신교도 선교사. 그리고 네오나치 전쟁 범죄자. 골수 매카시즘을 주장하면서 권력을 독식하다 퇴출당한 정치인. 등의외면 받던  기득권이, 강제이주 당한 뒤. 원주민들을 찍어누르고, 다시 권력을 얻은 약탈의 상징이었다.

다수의 원주민들 위에앉기 위한 인종차별 정권, 아르파트헤이츠 시절에 세워진 아르파트헤이츠의 본질 자체였다. 근본주의 개신교와 네오나치. 메카시즘의 삼위일체 합작의 결과는 오로지 개신교와 매카시즘을 떠받드는 백인들만의 지상낙원이었다.

“이런 곳에서 테이블이 무너질 정도로 욕심을 부리는 건 기본 예의 아냐?”

물론 지금은 정작 그들이예수와 야훼보다 더 신주 모시듯 모셔오던,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강제로 인종차별이 사라져버리고, 거의 십 년 이상 동안 쓰레기장  실직자 소굴이 되었다.

최근에서야 흑인 사업가의 손에 거둬지고,  백인들에게 굴욕을 준다는 명목으로. 다시 기득권을 탈환한 흑인들에게 모금까지 걷어, 백인들을 납치해서 개조한 뒤 직원으로 쓰는 사치스러운 초호화 호텔이 된 것이다.

잭슨은  모습을 보면서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쓰레기장에서 평소처럼 드시다니, 쓰레기더미에서 뒹구는 돼지 같습니다.”

잭슨이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 던지자, 회장은 코트를 벗으며 풍성한 육체를 그의 눈앞에 드러냈다. 그리고 혀를 길게 내밀어 입술을 죽 핥으면서 받아쳤다.

“잭슨? 나랑 오늘 밤에  판 뜰래?”

잭슨은 헛구역질을 하며 돌아서자, 회장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직원들에게 빨리 음식을 갖다 놓으라는 식으로 화풀이를 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VIP룸 안에 거대한 테이블을 설치하고,  위에 음식들을 하나둘씩 올려놓았다.

기름지고 향긋하며 달착지근한 음식 냄새가 한꺼번에 코를 찌르는 탓에, 잭슨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네다섯 명의 직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회장의 VIP룸 절반을 채우는 큼직한 식탁에 이쑤시개 하나 들어갈 여유도 없을 만큼 접시와 술병.

기름진 음식이 담긴 큼직한 그릇과 바구니가 잔뜩 올라와 있었다. 회장은 우선 가장 앞에 놓인 큼직한 칠면조 통구이부터 통째로 집어 들고 뼈째 씹어 먹기 시작했다.

잭슨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뱃속이 더부룩해지는 걸 느꼈다. 잭슨은 테이블 구석에 있는 빵 한 조각을 집어 들다가, 조용히 내려놓고 커피만 따로 주문했다.

“어라? 저녁도 안 먹었는데 왜 이렇게 입맛이 없어 보여. 괜찮은 거야 잭슨?”

회장은 어느 사이에 칠면조 한 마리를 전부 다 해치워버린 뒤, 고개를 갸웃하며 잭슨의 안부를 물었다. 잭슨은 슬며시 웃으며 회장의 질문에 적당히 둘러대듯 대답했다.

“아닙니다. 어차피 그 양도 모자랄 테니 괜히 손대지 않겠습니다.”

“어라 그래? 어차피 더 주문하면 되긴 하지만. 말이야. 음 이거 부드럽네. 나중에 조리법이라도 물어봐서 사라한테 만들어 달라고 할까.”

회장은  혀 구이를 통째로 씹어 삼킨 뒤에 입맛을 다시며 잭슨을 쳐다봤다. 잭슨은 마치 자기가 잡아먹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회장의 눈을 피했다.

“그래 잭슨. 내가 필요해서 부르긴 했는데, 지금  표정 할 말이 가득하다는 게 훤히 드러나 보이네. 나한테 따로 할 말이라도 있어?”

잭슨은 ‘이미 다 알고 있구나.’라고 중얼거린 뒤, 회장의 눈을 곧바로 쳐다보며 질문했다.

“이번 임무에서 저를 제외할 생각입니까?”

회장은 어떻게 알았냐는 듯, 큰 소리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눈치  번 기가 막히게 빠르네. 네 말대로야 잭슨. 우리 회사 규정상 호위 대상과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은 임무에서 제외한다고 했지?”

잭슨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은 세 번째로 워커-B타입의 흉부 장갑판처럼 두꺼운 스테이크를 짐승처럼 물어뜯은 뒤, 스테이크가 아직 입안에 들어있는 채로 말을 꺼냈다.

“게다가 넌 이미 알고 있으면서  사실을 숨겼다고. 원래대로라면 즉결처분당해도 이상할 게 없어. 그냥 임무에서 빼 버리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알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회장은 잭슨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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