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file2-00 KKK Take my baby (40/66)



〈 40화 〉file2-00 KKK Take my baby

“사, 살려줘! 살려달라고!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겠지? 난 기업 연합의 옐로 페이퍼 뉴스 사의 회장 조셉 시먼스란 말이야!”

비쩍 말라비틀어진 탓에 다소 신경질적인 인상의 늙은 백인이, 피와 기름. 냉각수를 잔뜩 뒤집어 쓴 잭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잭슨은 차분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조셉 시먼스는 잭슨이 끼고 있는 큰 선글라스 때문에,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으로는 충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잭슨은 언제라도 조셉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위해, 안전장치를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살기 가득한 잭슨의 등 뒤에는, 회장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머리를 향해 민스 미트를 겨눴다.

“이봐 잭슨? 그 녀석이 누군지는 잘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이번 흑인 대규모 시위 사태 주범에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의 대갈통. 엘라바마 시티 출신의 또라이 조셉 시먼스. 저 같은 사람들이 당장 죽여야 할 적입니다.”

회장은 평온해 보이는 잭슨의 얼굴에서, 멈출  없는 분노와 광기를 읽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알고 있으면 그 총 당장 내려놔.  손으로 네 녀석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비극 따위는 만들고 싶지 않거든. 처리하더라도 기업 연합의 규정대로 처리하라고 놔두란 말이야. 어차피 저 녀석은 기업 연합에 가도 처형당하는 결말밖에  나오니까!”

그러나 잭슨은 일부러 조셉의 대갈통을 권총 손잡이로 힘껏 내리찍었다. 조셉의 머리에서 깨진 수박처럼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회장을 보며 코웃음 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회장님도 결국 그들하고 똑같은 존재입니까? 지금 회장님의 행동이 자기보다 더 위에 있으면 입 다물고, 더 약해빠진 놈들만 골라서 죽이고 다니는 우월주의자나 극우 파쇼들이랑 뭐가 다르죠?”

하나하나 전부  회장이 화를 낼 만한 단어만 골라 내뱉었다. 그러자 회장은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입을  다물다가, 고통에 신음하듯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녀석하고 로날드. 사라. 그리고 우리 도시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살릴 수 있다면,  녀석들하고 똑같은 짓 따윈 얼마든지 해 줄 거야. 겨우 저딴 놈 하나 때문에 널 버릴 수는 없단 말이야!”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제 목숨이랑 감찰관 자리 따윈 던지겠습니다. 그러니 피부 하얀새 후임자를 뽑으시죠.”

잭슨이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네놈! 그럴 줄 알았다. 잘 가라 잭슨!”

그리고 회장 역시 아무 망설임 없이 민스 미트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게 좁은 방 안에서 몇 발의 총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총성이 멎은 뒤, 잭슨이 썼던 권총이 아직도 연기를 피운 채 바닥을 뒹굴고 있는 게 회장의 눈에 들어왔다.

총신과 손잡이가 피투성이가 된 권총을 본 회장은, 바닥에 구르는 탄피를 화풀이 삼아 걷어차면서 화를 냈다.

“망할! 대체어쩌자고 이딴 짓을 하는 거냐고!”

그녀는 민스 미트를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벽을 주먹으로 힘껏 쳤다.

그렇게 아메리카 주의 엘라바마 시티에 위치한 옐로우 페이퍼 뉴스 사의 회장 집무실 안. 그곳에서 사우스 스네이크로는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아직 복구중인 세리울 시 중앙에 위치한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 건물 뒤편.

지금은 세리울 시의 모든 인원이, 전 다이다라봇치 요새를 기반으로 한  본사 건물에 몰린 상황이다.

혼닛츠의 대규모 침공으로 인해, 사우스 스네이크 측은 다른 건물을 세울 여력조차 없었다.

결국 회장과 잭슨. 로날드 등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아웃사이드 지역에서나 쓸법한 컨테이너 하우스로 본사 건물을 대신하고 있었다.

다만 내부에는 홀로그램 단말기와, 음성인식 사무실 시스템은 완벽하게 갖춰뒀다. 조잡한 무기들과 무기 제작용 공작기계들만 들어있는 도시  실직자 소굴과의 차이점이었다.

“회장님. 본사 건물 복구 지원은 대체 언제쯤에나 들어온대요? 벌써 이 주가 넘었잖아요. 평상시라면 기업 연합 본사에서 본사 건물 정도는 뚝딱 하고 다 지었을 시간이에요.”

세리울 시는 지금 훼이첸 주의 다른 실직자 거주 지역과 별다를 게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시리즈 H의 생산시설부터 시작해, 기본적인 의식주 하나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정도로 시설이 파괴된 것은 물론.

남아 있던 물자의 소모 역시 극심했다. 원래 도시였던 지역이 이렇게 황폐화되면, 쓰레기장 안에서도 살아남던 실직자 지역처럼 끈질기게 이어갈 수 없다.

며칠 안에 도시가 있었던 지역이 실직자 거주구로 변하는 게, 파괴된 도시의 피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다만 세리울 시는 기업 연합의 감찰관이 사는 구역인 탓인지, 비상사태를 대비해 공급시설과 잔여 물자가 풍성한 편이었다.

“혼닛츠 이 독한 좆대가리 눈깔 같은 놈들. 본사만 엎은  아니라, 어지간한 시설은 그냥 전부 다 밟아버리고 지하에 있는 것까지 전부 다 부숴놓고 가다니. 작정하고 기업 연합 법을 깔끔하게 무시하네요.”

물론 그마저도 며칠 전 얘기다. 혼닛츠 사의 대규모 기습으로 인해 그마저도 거의 다 잿더미가   오래되고. 기술진들도 니콜라우스 영감의 부재에, 장비와 물자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렇게 쥐꼬리만큼 남은 물자나 공급시설마저,사우스 스네이크 사에전부 몰아넣어. 어떻게 보면 세리울 시 전체가, 가장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덕분에 세리울 시의 주민들은 전부  사우스 스네이크 임시 본사 앞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로날드가 그들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각자 일을 맡기면서,  일을 해낼 때마다 배급을 주는 것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물론 이것도 기업 연합에서 배급제 역시 공산주의 체제의 공급제도라고 하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순간. 그대로 끊겨버릴 정도로 위태로운 ‘썩은 동아줄’이었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그게 궁금하던 참이라서 말이야.”

회장은  터무니없는 사태에 대해 가볍게 대답하는 것 같았지만, 계속 뭔가가 끓어오르는 모양인지 주먹을  쥔  총 피해 상황 문서를 빠르게 넘기고 있었다.

“뭐 그래도 이번  덕분에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니에미 기업 연합  살만 뒤룩뒤룩한 돼지 새끼들.  봐도 자기네들끼리 혼닛츠 시체를 나눠 먹느라고 이쪽을 돌아볼 여유도 없을 겁니다. 계획은 자기들이 꾸미고 손은 우리가 더럽히니 내.”

로날드는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글자가인쇄된 녹색 크래커를 억지로 씹어 넘겼다.

그리고 비상식량 특유의  같은 맛에, 주름진 와이셔츠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 와중에도 기업 연합 측. 특히 사우스 스네이크의 스폰서인 ‘웨슬레 사’에서는 ‘이쪽도 지금은 별로 여유가 없다’라는 대답만 보내왔다.

현재 이 주가 넘어가는 지금 상황에서도 복구 지원이 들어오지 않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매일같이 회장과비슷하게 먹고 지내던 정직원마저. 사설 경찰이나 실직자 구난용 싸구려 전투식량을 씹기 시작했다.

그때.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사우스 스네이크 여러분에게 기업 연합의 소식을 전해드리는 제리 스프링거입니다.”

모니터가 켜지는 것과 동시에, 사라는 씹던 껌을 뱉었다. 그리고 모니터 안의 제리 스프링거라는 남자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잭슨은 얌전한 표정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세웠다. 그리고 로날드는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억지로 씹던 녹색 크래커를 모니터에 뱉어버렸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알면서 묻냐!”

사라는 끓는 물이라도 부어버릴  같은 태도로 소리를 질러댔다. 뒤이어 잭슨은 손목에 있는 홀로그램 단말기로 손해 액수랑 복구 기간. 그 동안 추가로 더 발생할 손실 등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리의 앞에 0이 가득 찬 모니터를 보여주면서 코웃음을 쳤다.

“지금 사우스 스네이크 사를 굶겨 죽일 작정입니까? 저희가 없으면 훼이첸 주의 10억 인구가 죄다 실직자에 약탈자가  게 분명한데, 기업 연합은 그걸 방치할 정도로 배짱이 좋은 모양이군요.”

로날드는 바지를 반쯤 벗은 뒤, 털이 수북한엉덩이를 제리에게 내보이면서 비아냥거렸다.

“매일같이 총알 비를 피해 다니는 것도  같은데 이딴 똥을 씹어가면서 싸워야 하겠냐!”

그러자 회장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치며 큰소리로 외쳤다.

“다들 그만둬! 저 녀석은 엄밀히 말하면 기업 연합 소속도 아니잖아. 그래도 제대로 우리 편 들어주는 친구인데 왜 그러는 거야?”

회장의 일갈에 로날드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잭슨은 한숨을 내쉬며 계산기 화면을 조용히 꺼버렸다. 하지만 사라만큼은 여전히 기분 나쁜 기색을 훤히 드러내며, 바닥에 떨어진 껌을 일부러 비벼 밟았다.

“사라! 애꿎은 사람한테 화풀이해봤자 배만  고파진다고. 쓸데없이 기력 빼지마 알았지?!”

회장이 다시 한번 사라에게 주의를 줬고, 사라는 두 뺨을 복어처럼 확 부풀리며 자리에 앉았다. 회장은 곧바로 제리에게 피식 웃으면서, 불편한 표정으로 제리를 노려보는 간부들을 가리켰다.

“자. 자 불만이 가득한 건 잘 알겠지? 그러니까 중간에 빼먹거나 맘대로 편집하지 말고 똑바로 전달해. 알았지?!”

제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상의 앞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이마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기른 머리카락이, 이마에 잔뜩 달라붙어 버렸고. 안경까지 비뚤어져 있어, 평상시의 반듯하고 가지런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제리가 이마의 땀을 전부  닦으면서 대답하자, 회장과 임원급 간부  명은 전부 제리를 사납게 노려보며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기다렸다.

물론 각자 한마디씩 하거나, 뭔가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어, 제리는 미리 각오했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그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큰 컵으로  들이킨  같은 표정으로, 기업 연합의 입장을 전달했다.

“우선 웨슬레 본사 쪽에서는 지금 거의 모든 주가 테러와 시위 때문에, 지원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달했습니다. 그런고로 세리울 시의 재건 및 복구는 본인들이 스스로 할 것을 권한다. 라는 말도 같이 곁들였군요.”

제리의 보고 내용을 들은 사라는, 코를파서 제리의 얼굴에 비벼대는 것 같은 투로 비웃음 섞인 농담을 던졌다.

“거짓말도 성의 있게 해야 고맙게 생각하지. 이건  종합격투기 세계 챔피언이 유치원생 여자아이한테 떡이 되도록 얻어맞았다고 하는 게  말이 되겠는데.”

여기에 회장까지 비아냥거림이 잔뜩 섞인 코웃음을 치자, 사라는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모양인지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잭슨은 웃는 표정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사라하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로날드는 사라를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사라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로날드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에 변두리에 있어서 정보 입수가 힘든 여러분에겐 거짓말로밖에 안 들릴 겁니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사실입니다. 요즘 자유 합중국 중앙도 큰 위기가 들이닥치고 있어서  소식도 제대로 보내드릴  없었던 겁니다.”

변두리라는 말에 회장을 포함한 전원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제리의 모습이 평소하고는 다르게 꽤 조급해 보이는지라, 다들 표정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이것만 전달하고 나면, 또 다른  때문에 바로 자리를 비워야 하거든요. 결국 저도 전투 임무에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제리는 뭔가 각오했다는 듯, 창자를 끊어내는  같은 투로 다시 한마디 남기고 입을 꽉 다물었다. 장난기 없는 그의 모습에, 회장은 잠시나마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기업 연합의 지령 내용을 물어봤다.

“그래서 기업 연합의 다음 지령은? 기업 연합의 꼰대들이니만큼 어려운 일을 하나 던져 줘 놓고, 그걸 다 해결해야 지원해준다는 얘기로밖에  들리니까.”

“에 그건….”

회장이 제리 뒤편에 있는 사람들의 속내를 찌르는 한마디를 던지자. 제리는 갑자기 입을 테이프로 봉한 것처럼 침묵했고, 모두 모니터 안의 제리만 빤히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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