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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화 〉file-27 악마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1부 fin (38/66)



〈 38화 〉file-27 악마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1부 fin

혼닛츠의 난동 이후. 사우스 스네이크 사의 직원들은, 모두 새 본사 건물로 쓸 다이다라봇치를 개조하던 중이었다.

기업 연합 법에 의해, 이동 기능은 삭제. 가변형 기능까지는 어떻게 넘어간다고 해도, 이동 기능이 있다면 다른 기업 도시를 침략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 연합 법 조항 중. ‘감찰관이 기업을 토벌할 시. 기업의 자산 일부를 기업 연합에 기부할 것.’이라는 항목 때문에, 시리즈 H 생산시설과 클론 생산시설.

그리고 클론 생산에 대한 데이터까지 전부  기업 연합에 내놓아야 한다. 결국 그들에게 남는 건 이동 요새로도  수 없는 다이다라봇치 한 대가 고작이었다.

“기업 연합 법이라고는 해도 고생은 우리가 다 했는데, 제 1차 노동자 사태부터 자신들이 계획했다는 이유 하나로 처먹는 건 자기들이  해 먹으니 정말 짜증 나요. 게다가 뒷정리도 우리가 해야 하다니.”

사라는 평소처럼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어쩔 수 없잖아. 이 건물이라도 하나 건진 게 어디겠어. 물론 회장님한테는 클론생산시설을 뜯긴   많이 아프지만 말이야.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H 격납고랑 생산설비가 훨씬  아쉽지만.”

로날드는 시리즈 잔해더미를 걷어내면서 큰 소리로 웃어댔다. 뒤에서 잭슨이 무선 중장비를 조작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 부분도 괜찮습니다만 시간이 다소 걸릴 겁니다. 그동안 회장님은 가급적 근신하시면서 헤비 메탈의 복용 횟수를 서서히 줄이셔야만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비키니만 입은  일광욕을 즐기던 회장은, 잭슨의 지시에 혀를 내밀면서 쓴 약을 집어삼킨 표정을 지었다.

“에에? 그건 싫은데.”

“클론 생산시설을 복구할 때까지  달 정도걸립니다.    반 정도만 참으면 됩니다. 회장님도 그 정도는 참으실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잭슨은 평소보다 더 무겁고 딱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사라 역시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회장을 쳐다봤다. 회장은 더 할 말이 없다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잠시동안 이들 사이에서 묘한 침묵이 흘렀고, 사라는 지금 상황을 견딜 수 없어 다른 곳으로 가면서 괜히 잔해더미만 마구 헤집었다.

“날씨도 덥고 할 일은 많고 목마르네. 그런데 마실 것도 없…. 어라 이런  멀쩡히 남아 있었네. 어디 보자.”

사라는 잔해더미에서 멀쩡히 살아 있는 음료수 캔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그녀가 박스를 뜯어 막 한 캔 꺼내려는 순간. 회장이 손을 들어 사라가 음료수를 꺼내는 걸 막았다.

“아 잠깐, 그 음료수는 마시지 말고 폐기하는  좋아. 다들. 특히 그 꼬마애가 마셨는지 잘 확인하고, 만약  모금이라도 마셨다면 빨리 처분해버려. 알았어?”

“예? 이게 대체 뭐길래?”

사라와 잭슨이 회장을 빤히 쳐다보며 물어보자, 회장은 캔을 따서 내용물을 단숨에 마셔버린 뒤, 맥주  잔을 쭉 들이켠 아저씨 마냥 탄성을 내질렀다.

“캬! 뭐긴 뭐야 고농축 헤비 메탈이지. 아직 어린 너희 둘에겐 이르다고!”

이에 잭슨은 두통이 생겼는지 이마를 짚으며 신음을 흘렸다. 사라는 음료수 캔을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으려다가, 회장이 했던 말을 다시 되새기며 크게 놀랐다.

“잠깐,  음료수 분명 혼닛츠 본사 진압 작전 때. 혼닛츠 사에 나눠줬던 구호 식량  하나 아니었어요?”

사라는 그 음료수 캔이 마치 벌레나 오물이라도  것처럼, 내동댕이치듯 박스 위로 던졌다. 회장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을 내 저으며 대답했다.

“아 그러게 말이야. 그때 이걸 지원해줬었지. 완전 ‘의도치 않은 실수’였지. 아마 도조 회장도 그 시기에 살아남았던 노동자들하고 숙식을 같이 했으니 꽤 많이 마셨겠지.”

“회장님 설마?”

잭슨이 음료수 박스를 한참 동안 쳐다보며 뭔가 한마디 하려 했지만, 로날드는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오른쪽 눈을 찡긋했다.

“쉿. 너무 많이 알면 명줄 짧아져.”

잭슨은 한숨을 내 쉬면서, 어쩔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당신이 무슨 일로 그런 옳은 말을 다 합니까. 하하하하.”

잭슨이 어울리지 않게 큰 소리로 웃어대자 로날드 역시 피식 웃으며 잭슨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러자 사라가 그 둘을 노려보면서 주먹을꽉 쥐는데, 회장이 고개를 돌려, 환한 미소와 함께 한마디 던졌다.

“뭐 다들 잡담은 끝났어? 그러면 바로 버리고 와. 누구도 손댈 수 없고 누구도 이런 게 있다는 사실도 모르게 말이야. 알았지?”

회장이 눈을 찡긋하며 지시를 내리자마자, 로날드가 곧바로 한 상자 짊어지면서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들었지 잭슨? 같이 가서 버리고 오자고.”

“그렇게 하도록 하죠. 자 그러면 사라는 그 여자아이의 검사 결과를 회장님한테 알려달라고. 빨리 다녀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자 회장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의 옆에 앉았다. 사라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자 그러면 이제 검사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줘야지 사라?”

“음 우선 이해하기 힘든 게 몇 가지 있네요.”

사라가 머뭇거리며 검사 결과를 보고하자, 회장은 특유의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사라를 빤히 쳐다봤다.

“뭔가 특이한 조작이라도 들어가 있나?”

“아니요. 그쪽은 아닙니다. 저 소녀의 몸에는 발라드나 헤비 메탈에 노출된 흔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떤 쪽인데?”

사라는 다시 한번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우선 저 소녀가 말이 없던 이유는 혀가 잘려있어서 그렇게 된 거네요.”

회장은 그동안 소녀가 말도 안 하고 비명조차 지르지 않던 걸 떠올린 뒤, 이제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래? 아마 노동자들이 화풀이하려고 혀를 잘라냈겠지. 그런  흔한 일이잖아.”

회장이 가볍게 한마디 흘리자, 사라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계속 이어갔다.

“혀는 노동자들에게 붙잡히기 전부터 잘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얽혀서 한 가지 사실은 그녀의 생식기에 성인 남성의 성기가 여러 번 삽입되고 체액을 그대로 받아들인 흔적이 많은데….”

여기까지는 회장도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그녀의  안에 들어간 체액의 유전자 중 가장 많이 남아 있던 게, 도조 회장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에?”

하지만 사라의 이어지는 말에, 회장은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트리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두어 번 후빈 뒤, 다시 사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지금 그 아이는 옆에 없죠?”

사라의 질문에 회장은 헛기침을 해대며 손을 내 저었다.

“아 그거야 무슨 얘기가 나올지 몰라서 일단 멀리 떨어트릴 생각으로 내 방에 보냈지. 게임기며 장난감. 위성 방송도 다 갖춰져 있으니까 한동안 나오지 않을 거야.”

사라는 목을 가다듬은 뒤, 다시 회장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보고를 계속했다.

“그러면 다시 한번 말하죠.  소녀는 도조 회장의 잠자리 상대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혀는 처음으로 그녀의 생식기에 도조 회장의 그것이 들어갔던 날에 잘린 겁니다.”

그 사실에 회장마저도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사라가 던진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도조의 잔해에서 나온 유전자를 바탕으로 친자확인까지 해 본 결과. 소녀는 도조 회장의 친딸도 아닙니다.”

회장은 도조 회장의 목에 걸려 있던 로켓 목걸이를 떠올렸다. 사진에는 분명 도조 회장과 소녀랑 똑같은 그의 아내만 나란히 서 있었던  머릿속에 그려졌다.

“가만 그렇다면 설마 그 아이한테도  가지 가공이 되어 있던 게 맞지?”

사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장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어봤다. 사라는 한숨을 내 쉬며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잔뜩 굳어진 얼굴을 본, 회장은 두 손으로 테이블을 쾅쾅 치고 두 발로 바닥을 마구 굴러가며 큰 소리로 웃어댔다.

“푸하하하! 뭐야 그거 엄청 재미있잖아! 그냥 애완견 하나 주워온 줄 알았는데, 잘만 키우면 훌륭한 사냥개가 되겠어!!”

회장이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웃어댄 끝에, 한창 익은 사과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사라는 그런 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다시 집중하게 만든 뒤 그녀에게 질문을 건넸다.

“어쨌건 이렇게 몇 가지 흠집은  있지만, 지금 저희가 구할 수 있는 육체로는 유일하게 발라드와 헤비 메탈의 영향은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신체 능력이 회장님의 지금 육체와 비슷한 효율을 낼 것입니다. 어떻게 처분하실 겁니까?”

사라는 회장의 눈치를 보면서 나지막하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더욱 작은 소리로 ‘빨리 처분해버렸으면 좋겠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아 그거? 강한 흥미가 생겼어. 그 전에 니콜라우스한테도 투표한다는 얘기랑 투표 결과도 다 전달되었지?”

“아 그거야 니콜라우스 영감님이 본사 건물 전체의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으니까 회의 내용이 그 자리에서 다 전달될 겁니다.”

“그렇지? 그럼 니콜라우스 영감의 표도 까 봐.”

“예? 그걸 대체 무슨 수로?”

사라는 니콜라우스 영감의 표까지 확인한다는 말에, 마치 높은 낭떠러지 위에서 까치발을 들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본사 지하실까지  부숴 먹은  아니잖아. 지금 막 시설도 다이다라봇치 쪽으로 옮기는 중이고. 작업용 안드로이드에 카메라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모니터만 띄워 봐.”

“예?!”

회장이 지시를 내리자, 사라는 평소하고 다르게 머뭇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회장은 한숨을 내 쉬며 자신이 직접 왼손 검지손톱안에 붙여둔 단말기로, 사우스 스네이크의 지하 격납고를 카메라 영상으로 확인했다.

격납고의 중앙 컴퓨터는 누군가 거칠게 뜯어낸 흔적이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용접기와 절단기로 큼지막하게 O사인이 그려진 게 모니터에 훤히 비춰졌다.

다만 안드로이드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바닥의 사인을 지워버리려고 하는 모습까지 회장의 눈에 들어와 버렸다.

“역시 그렇게 되었구나. 사라?”

회장이 일부러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만 슬쩍 올리자, 사라는 하마타면  자리에서 실금할 뻔했다. 그녀는 다리를 잔뜩 오므린 채 두 손으로 가랑이 쪽을 붙잡으며, 뒤로 한 두 발자국씩 물러났다.

“예…. 회장님?”

이내 회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에게 가장 효율적인 징계를 내렸다.

“부정 투표 시도는 네가 아니라 잭슨에게 책임을 물겠어. 잘 알아듣겠지?”

“예.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잭슨한테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회장이 간단하게 잘라 말하자, 사라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면서슬그머니 질문을 건넸다.

“저, 저기 그 여자애 처분해버릴 건가요?”

“절대 그 꼬마 해체하거나 소체 재료로사용하지 마. 당분간은 예비품으로 버티자고. 그건 꽤 많이 남아 있잖아.”

“예?”

“진짜로 내가 키울 거야. 알았지? 그러니까  경쟁자가 생겼다고 몰래 해체하거나 죽이지 말라고. 잘 알아들었지 사라? 그런  하면 잭슨도 싫어할 테니까.”

“예…. 알았어요. 가 아니잖아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회장님! 대체 그 아이가 무슨 가치가 있다고!”

“아 저기 잭슨? 잭슨?”

“무슨 일입니까 회장님?”

사라가 자기 잘못도 잊어버리고 화를 내자, 회장은 아주 간단하게 잭슨에게 교신을 보내 사라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아니 슬슬 식사시간도 되었으니까, 기왕 나간 김에 알아서 잘 조달해달라고. 피가 뚝  흐르는 스테이크면 좋겠는데. 신선한 부위로 10kg정도 가져오라고.”

“겨우 그 정도입니까? 온갖 난리란 난리는 다 부려서 30kg정도는 먹을 줄 알았는데?”

잭슨이 의아한 표정과 함께 걱정이 가득한 투로 질문을 건네자, 회장은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으면서 헛구역질하는 흉내를 냈다.

“아 도조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입맛이 뚝 떨어졌어. 오늘 점심은 그 정도만 먹을 거니까 쓸데없이 남을 정도로 많이 가져오지 말라고.”

회장은 마치  한 그릇 먹겠다는 투로 대답했고, 이에 잭슨은 여전히 걱정된다는 투로 회장의 지시에 답했다.

알겠습니다.”

“용건은 다 끝났지? 그러면 어서   사라. 그 꼬마애 돌봐줄 일이 산더미잖아?”

회장이 손짓으로 사라를 내보내자, 사라는 잔뜩 얼어붙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도망치듯 아래로 내려갔다. 회장은 그 뒷모습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하하 하하하하 역시 젊은 애들은 부럽네. 난 폭삭 늙어서 저런 달콤한 로맨스를 즐길맛도 나고.”

그녀는 맹수처럼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지만 뭔가를 썰어 죽이는 맛이랑 이런 미친 세상을 구경하는 맛은 아직도 부족하단 말이야.  다음엔 어떤 녀석을 박살 낼지 기대해도 되겠어.”

회장은 며칠 전의 격전으로 황폐해진 세리울 시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죽 찢어 올렸다. 마치 지옥 불과 연기 위에 앉아 인간의 종말을 즐겁게 지켜보는악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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