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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file-26 모두 죽음 앞에서는 평등해지지 (37/66)



〈 37화 〉file-26 모두 죽음 앞에서는 평등해지지

“하얀 옷 입고 죄송합니다! 라고 외치면서 배를 좍 가르면 누가 뒤에서 모가지를 팍! 쳐주잖아. 노동자 진압할  그걸 진짜로 보고 한번 당해보고 싶었거든. 그 정도 여유는 베풀어 주지 그래? 그게 번거롭다면  끝내주는 몸뚱이를 버리기도 아까운데, 죽이기 전에 한 번 즐기고 죽이란 말이야 하하하하!”

회장이 말을 마치고 입꼬리를 더 높게 올리자, 도조 야스히코는 그녀의 큼직한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발을 뗀 다음. 이 상황에서도 빈정거리는 회장의 다리 사이를 구둣발로 걷어차며 소리를 질렀다.

“닥쳐!”

“커흑! 큭! 안에 살짝 들어간 것 같아서 이건 좀 아픈데. 이봐 내 몸 안에 넣을 건 구둣발 같은 지저분한 게 아니라 바지 안에 들어있는 흐물흐물한 물총 아냐? 하하하하! 2차 세계대전  식민지 여자들 잡아서 하듯 능욕해보란 말이야!”

회장이 마지막까지 비아냥거리자, 도조 야스히코는 바로 회장의 귀를 베어버렸다.

회장의 귀는 종잇장처럼 잘려나갔고, 그녀는 극심한 고통을 참고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그저 일부러 도조 야스히코가 보라는 듯 씩 웃으며, 귀가 잘려나간 자리를 손으로 잡았다.

그녀는 손에 잔뜩 힘을 준 채 잘려나간 곳에서 흐르는 피를 막으며, 도조 야스히코 회장의 눈을 쳐다봤다.

도조 야스히코 회장의 눈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듯, 흰자위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목덜미에는 헤비 메탈 특유의 주사 흔적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걸 본 회장은 혼잣말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역시 그럴 줄 알았다. 헤비 메탈에 흠뻑 빠졌으니 남의 말이 들릴 리가 없지.”

회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도조 야스히코 회장은 곧바로 그녀의 목을 치려는 듯 칼을 높이 들어 올렸다.

 순간! 다시 한번 다이다라봇치에  충격이 일면서, 도조 야스히코 회장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회장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그에게 달려들어, 칼을 쥔 손을 발로 밟아 짓뭉갠 뒤 아직 멀쩡한 팔로 그의 목을 휘감아 조였다.

다만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억지로 몸을 움직인 탓인지, 다시한번 눈과 귀 코에서 피가 흘러넘쳤다.

“자 이렇게 뒤집기 한 판 들어갑니다! 어서 폴 다운 선언을 하라고 심판! 하하하하! 하하하하! 거기 꼬마! 네가 심판 보라고!”

회장은 온몸이 삐걱거리는 와중에도 소녀에게 바닥을 치는 시늉을 하며,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 것처럼 웃어댔다.

그와 동시에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 도조 야스히코 회장은, 서서히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며 발버둥 쳤다.

그때 소녀는 회장이 시킨 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손바닥으로 바닥을 가볍게 때리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얏호! 폴 다운!”

회장은 이미 이겼다는 듯, 환호성을 지르며 날뛰어댔다. 단 그녀가 조르는 힘은 더욱  강해져, 도조 야스히코 회장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는 걸 느꼈다.

도조 야스히코는 그 상태에서도 손을 휘둘러 회장을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바닥에 드러누운 데다가 손이 멀쩡하지 않은 탓에, 그녀의 팔에 피만 잔뜩 묻힌 게 전부였다.

만약 도조 야스히코 회장이 그녀가 말하는 대로 따랐다면, 이런 식으로 넘어져서 역전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회장이 느긋하게 도조 야스히코의 목을 조이던 중. 중앙 제어실의 컴퓨터에 모니터 하나가 떠올랐다. 모니터에는 블라디미르가 능글맞은 미소를 띠며 회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혹시 하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들이 받아줬지. 내덕분에 모가지 잘 붙어 있어서 다행이지? 자 이걸로 내 도움은 여기까지야.”

도조 야스히코의 눈이 하얗게 뒤집힌  본 회장은, 그제야 여유가 생겼다는 듯 팔에 슬쩍 힘을 풀면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우 무슨 바람이라도 분 거야. 블라디미르. ‘내가  일은 여기까지다.’ 하고 일찌감치 갈  알았는데?”

그러자 블라디미르는 반투명 배양액 통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이겼다는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도와줄 땐 끝까지도와줘라. 라고 니콜라우스 영감님이 말했지. 그게 다야.”

회장은 순간 뭔가 눈치챘는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포기했다는 듯 시원스럽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렇군.  영감님 장례식 잘 치러주라고 빨갱이. 엠바밍 같은 개짓거리 하지 말고.”

이에 블라디미르는 코웃음을 날리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안심해라. 우리 동지들은 우상 같은   모시니까. 곱게 모셔놓고 화장을 치를 거다.”

순간 회장은 확 풀어진 것처럼 미소를 짓다가, 갑작스럽게 차갑고 싸늘한 웃음으로 표정을 확 바꾸면서 하얀 이를 드러냈다.

“그래. 니콜라우스 영감을 멋대로 가져간 건 그걸로 봐 줄테니 어서  봐! 우리 부하 직원들 눈에 띄면 재미없는 일만 벌어질 테니까.”

블라디미르는 그때 갑작스럽게 보인 회장의 살벌한 모습에, 잠시 위축되는가 싶었지만. 역시 회장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위압감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무섭게 굴지 말라고. 어차피 우리는 혼돈이라는 마지막 목적만 빼면 같은 배를 탄 동지니까. 그러면 이걸로 방금 진 빚에 하나  늘었다고. 이 빚은 나중에 반드시 받아낼 테니까 기대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그래 꼭 몸으로 낼 테니까 그때 깨끗하게 씻고 오라고!”

“시끄러! 창녀!”

그걸로 블라디미르의 통신이 끝났고, 회장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 다음. 도조 야스히코의 멱살을 틀어쥔 채, 곰인형이라도 되는것처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자 이제 입장이 역전되어 보니까 어때? 아 지금 이래서는 아무것도 안 들리려나? 그러면  먹겠습니다!”

회장은 도조의 목에 송곳니를 깊게 박아 넣었다. 그리고 마치 흡혈귀라도  것처럼 헤비 메탈 성분이 잔뜩 녹아 있는 그의 피를 빨아들였다.

그렇게 몇  동안 도조 야스히코의 몸에 있는 피를 빨아 마신 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를 터진  인형처럼 내던지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아 이제  것 같네. 이것 봐 도조 회장? 인생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떻게 되는지 알  없는 거라고, 알겠지?”

도조 회장은 헤비 메탈이 듬뿍 섞인 피가 빠져나간 탓인지, 잔뜩 겁에 질린 눈동자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숨넘어가는 소리로 그녀에게 한마디 던졌다.

“네, 네년 인간 맞긴  건가? 너같이 미친 게 인간이냐고!”

회장은 씩 웃으며 입가에 잔뜩 묻은 피를 혀로 닦아냈다. 그리고 그의 의문에 아주 간단하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자유 합중국에서 사는 건 다 그런 거라고. 애초에 멀쩡한 놈들은 다 잡아먹히고  미친놈이 덜 미친놈을 잡아먹는 세상이잖아. 그러니까 너도 이쯤에서 잡아먹히라고! 도조 회장.”

회장은 미소를 거둔 채 조용히 민스 미트의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그러나 먼저 그녀의  뒤에서 총성이 터져 나왔다.

“응?”

소녀가 어디에서 꺼냈는지는 몰라도, 아직도 연기를 피우고 있는 권총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당장이라도 헛구역질을 할 것 같은 표정으로 힘겹게 서 있었다.

도조 회장은 말라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숨을 몰아쉬면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대로 마지막 숨을 내쉬고 고개를 떨궜다. 그가 숨이 끊어지기 전, 경악과 배신감이 잔뜩 섞인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헛 참. 이렇게 끝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회장이 도조 회장의 몸을 몇 번 발로 가볍게 건드려 봤지만, 그의 몸은 더 이상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회장은 그녀가 쏜 총알이 어디에 맞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 도조 야스히코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하지만 그의  어디에도 총상의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아. 그렇군. 대기업 사원들에게 권총이 기본 지급되지만 3발까지는 공포탄을 채워 넣게 되어 있었지. 결국 심장마비로 죽은 건가. 배짱도 없는 놈.”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헤비 메탈의 흥분 작용이 지나치게 날뛸 경우. 혈관이 파열되거나 급성 심장마비에 걸리는 경우가 워낙 빈번했다. 그걸 봐서는 단순히 총소리에 놀라, 죽은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내가 저렇게  뻔했군.  녀석도 헤비 메탈 복용자라서 다행이다. 도조 야스히코 회장.’

회장은 코웃음을 친 다음, 소녀의 손에서 권총을 뺏었다. 소녀는 권총을 뺏기자 이제야 상황이 다 파악되었는지 얼굴을 가린 채 흐느껴 울었다.

“의외로군.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건지. 아니면 모르고 쏜 건지는 나중에 확인할 수 밖에.  그러면 일단  정리되었으니까 피난  부하들이나 찾으러 가 볼까?”

회장은 민스 미트를 코트 안에 집어넣은 뒤, 아직 텅 빈 눈으로 권총을 겨누고 있는 소녀를 내려다봤다.

“뭐 해? 어서 따라오지 않고.”

회장은 소녀의 손에서 권총을 뺏은 뒤, 그녀의 손을 붙잡고 중앙 제어실을 빠져나갔다.

소녀는 회장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계속 도조 야스히코의 시체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가 중앙 통제실 밖으로 나갈  고개를 돌려 앞을 쳐다봤다. 그리고 회장의 발에 맞춰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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