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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file-24 이것도 국공합작이라고 할 건가? (35/66)



〈 35화 〉file-24 이것도 국공합작이라고 할 건가?

“그래서 이번엔 어떤 명령을 내리실 겁니까 회장님?”

“외벽 부분에 큼직한 구멍 하나를 내줘야지. 내가 찍어둔 위치를 확인해봐.”

“설마 회장님? A세트를 거기에 놔둔 겁니까? 업무 결산 때 기업 연합이 뭐라고 꼬투리를 잡을지 모르는데?!”

“아 잔소리는 나중에 들을 테니까. 일단  지시를  들어두라고! 앗차! 이거 슬슬 위태위태한데. 빨리 실행하지 않으면 내가 콩가루가 되어버린다고 서둘러 잭슨!”

“알겠습니다.”

이때 회장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종석 뒷좌석에 앉은 소녀는, 크게 놀라면서 회장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회장은 이 상황에서도 소녀를 보며 씩 웃은 뒤, 흘러내리는 피를 적당히 손으로 막다가 다시 핸들을 잡았다.

“제, 젠장 방금 사용했던 헤비 메탈의 약효가 이렇게 빨리 떨어졌다고? 너무 흥분했나.”

그녀는 좁아터진 조종석 안에서 두세  정도  피를 쏟아내면서도, 시노비 부대를 상대하면서 다시 입구로 향했다. 그러나  본 스테이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탄이나 파편을 막는 방패로 쓰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가장 아끼던 녀석이 맛이 가버렸잖아. 그렇다면…. 스트로베리 크래커로 쏴 잡아주마!!”

회장은 결국 티 본 스테이크를 힘껏 던져,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시노비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다음 스트로베리 크래커로, 거미줄 엮듯 어지럽게 날아오는 로켓탄이나 대구경 실탄병기의 탄환을 요격했다.

“응?!”

하지만 채 몇 초 지나기도 전에, 모터 공회전 소리와 빈 격철 때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리 사이드와인더에 탄약 수납량이 많다고 해도 상대방의 물량을  버텨낸다는 게 무리이긴 했다.

회장이 화기 관제 모니터를 확인해보니, 스트로베리 크래커 역시 슬러그탄이 전부 다 떨어진 상태였다.

그때 이번에는 시노비의 발이, 사이드와인더를 짓밟으려 했다.

회장은 스트로베리 크래커를 산탄 사격으로 전환한 뒤, 발바닥에 열심히 산탄을 퍼부어댔다.

대략 스무 발 정도 탄을 때려 박아 넣었지만, 시노비의 발에는 찌그러진 흔적과 작은 구멍 두 세 개가 뚫린 게 전부였다.

사이드와인더는 그대로 내리찍는 시노비의 발을, 마치 세상을 떠받치는 아틀라스처럼  손을 위로 들어 막아냈다.

사이드와인더는 그 와중에도 팔을 뒤틀어, 새 발처럼 갈라져 있는 시노비의 발가락을 부러트린 다음.

균형을 잃은 시노비를 건물 벽면 쪽을 향해 내던졌다. 하지만 그때 다른 기체들의 카메라가 그쪽으로 움직이며, 집중사격을 마구 뿌려댔다.

사이드와인더는 직격을 피해 이리저리 미끄러지듯 빠져나갔지만, 등 뒤에 납작하게 뻗어 있는 시노비까지 피탄 당한 탓에. 건물 하나를 날려 먹을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다.

당연히 사이드와인더 역시 폭발의 후폭풍에 휩쓸렸다.

“이런 젠장! 역시 인공지능이라 그런지 아군이 박살나건 말건 상관없다는 건가?!”

폭발의 화염과 충격파. 포탄과 건물 파편을 잔뜩 맞은 사이드와인더는, 더욱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 부분은 관절의 모터와 인공 근육의 연결이 끊어져, 모터 공회전 소리만 허무하게 흘러나왔다.

“왼쪽 어깨 부분과 오른쪽 발목 부분의 근육이 죄다 끊어졌고, 겨우 하나 남은 스트로베리 크래커는 남은 탄약이 죄다 산탄. 이걸로 시노비에 손상을 입힌다는 건….”

애초에 사이드와인더 자체가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내장형 무기와 외장 추가 무기를 최소한으로 줄인 물건이다.

덕분에 지금 사이드와인더에 남은 공격수단은 대인용 산탄밖에 없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맷집이 약해 보병용 중화기로도 때려잡을  있는 시노비라지만, 먼 거리에서 산탄으로 시리즈 H의 장갑을 뚫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게다가 근육과 관절이 여기저기 손상된 지금 상태에서, 시노비 무리와 격투를 벌인다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헤비급 프로레슬러한테, 파일 드라이버를 걸려고 덤비는 것만큼이나 무모했다.

마지막으로 회장의 눈코 귀 입에서 피가 마구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미 핸들은 물론, 조종석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흐른 탓에, 그녀의 눈이 서서히 침침해지고 있는 중이다.

“하하 역시 여기까지인  같네. 그따위로 살아놓고 오래 살기 바라는 것도 우습지만, 아직 해야 할 게 많은데 젠장!”

회장은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이드와인더를 움직여, 시노비를 대라도 더 박살 내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때!

“장갑차?!”

궤도장갑차 특유의 캐터필러와 제트 엔진소리가 사이드와인더의 청각 센서에 포착되었다.

사이드와인더의 카메라의 줌을 당겨 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리자, 도로를 가득매울 정도로 거대한 장갑차가 모니터로 전송되었다.

블랙 맨티스의   정도 되는 높이의 장갑차가, 시노비 부대와 주변 건물 잔해를 잔디깎이가 지나가듯 그대로 밀어버리며 질주했다.

피탄 면적을 줄이기 위해 둥글둥글한 장갑판을 두르고, 앞부분에 장수풍뎅이의 뿔처럼 고속 유탄발사기와 레일건. 근접전용 충각을 추가 장착.

밑에는 대인용 분쇄기와 살점을 회수하는 흡인식 처리기가 붙어 있는, 노동자 시위 진압용 장갑차 MK-4 헤라클레스였다.

시리즈 H  대까지 수송할 수 있는 대형 장갑차. 헤라클레스는 말 그대로 시노비 대부대를 갈아 마셔가며 다이다라봇치 본사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남은 시노비 부대는 장갑차를 향해 대구경 단발 라이플과 자동소총. 유탄발사기 등으로 MK-4 헤라클레스를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500미터 거리에서 발사되는 레이저도 막아낼 수 있는 헤라클레스의 중장갑은, 온갖 중화기의 집중포화에도 더욱 사나운 기세로 시노비 부대를 몰아붙였다.

심지어 AP-16의 방패와 장갑마저 뚫는 미키비시조차, 헤라클레스의 팽창 폭발식 반응 장갑에 막혀 바닥에 나뒹굴었다.

헤라클래스 주변으로 무수한 폭발이 일어나며, 철갑탄이 박힌 장갑판이 팝콘처럼 튀었다.

헤라클레스는 시노비 부대를 탐욕스럽게 삼키면서, 전면부 아래쪽의 분쇄기로 전부 잘게 짓씹어댔다.

원래는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 무리를, 엄폐물 채 밀어 없애는 용도로 사용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노비 정도로 장갑이 얇은 시리즈 H도, 별 무리 없이 갈아버릴 수 있었다.

뒤이어 헤라클레스는 뒤이어 머리에 붙은 뿔 모양의 포에서, 고속유탄과 레일건을 몇 발  날렸다. 하지만 다이다라봇치의 장갑이 너무 두꺼운 탓에, 건물 외벽의 콘크리트층을 뚫고 내부 장갑을 약간 찌그러트린 게 전부다.

노동자 진압 차량치고는 지나치게 고 화력이지만, 그래도 기동 요새 급을 이기는 건 역부족인 것 같았다.

“하, 하하 이 상황에서까지 도와주러 오는 녀석이 있다니. 이것  그리고 저 녀석 아주 시원하게 밀어버리네. 이번 일이 해결되면 잭슨한테 저 녀석을 사들이라고 할까.”

회장은 여전히 피를 쏟으면서 사이드와인더를 조작했다. 사이드와인더는 힘겹게 본체를 움직여, 건물 벽면에 달라붙어 헤라클레스가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그때 교신 메시지가 모니터에 떠올라, 회장은 모니터를 움직여 교신 신호를 잡았다. 통신 모니터에 흉측한 미소를 짓고 있는 블라디미르의 얼굴이 크게 떠올랐다.

“오우! 이게 누구신가. 본사 건물 다 날려 쳐드신 회장님 아니신가? 어때? 지금은 좀 싸워 볼만 한가?얼굴에 피 칠갑을 한 걸 보면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인 것 같은데?”

회장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면서 대답했다.

“이것 참. 걱정해줘서 고맙군 그래. 더러운 빨갱이 새끼. 다 밀어버리고 걱정해주는 게 너희들빨갱이 수법이냐? 아니면 뒤로는 둘 다 싸워서 뒈지라고 불을 싸질러 놓고 겉으로 걱정해주는  너희들 전매특허지? 조만간 네놈 좆대가리를 뜯어서 후장에 처박아주지!”

회장의 블라디미르 역시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답했다.

“하하하하 어디서 기름기만 가득 낀 암퇘지 새끼가 울부짖나? 지금은 혼닛츠 놈들이 더 맘에 안 드니까 도와주는 거다. 다음 목표는 네년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팔다리를 자른 뒤에 우리 동지들이 전부 다 돌아가면서 즐기게 해줄까? 자본주의의 창녀!”

회장은 사이드와인더를 조작해, 손목에서 와이어 앵커를 발사했다. 와이어 앵커는 아주보기 좋게 헤라클레스의 포신에 걸렸다.

“무임승차까지 하시는군. 그래야 자본주의의 개답지! 노동자들의 피땀 위에 몰래 승차해서 전부다 자기 건줄 아는 돼지새끼!”

사이드와인더는 와이어를 회수하며 포신 위에 올라탄 다음. 헤라클레스의 조종석을 향해 스트로베리 크래커를  발 날렸다.

어차피 시리즈 H의 중화기에도 끄떡없는 장갑에, 대인용 산탄을 쏴 날려봤자 조종사의 신경을 건드리는  외에는  효과는 없었다.

“시끄럽고 도와줄 생각이면 빨리 처 밀어붙여!”

블라디미르는 회장의 일갈에 코웃음을 치며 물어봤다.

“뭐야? 겨우 그거였나?  돼지 같은 건물에 우리동지들의 지원 폭격을 요청하려던 게 아니었어?”

회장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어차피 그 장갑차나 너희들이 쓰는 빈 깡통 폭탄 갖고 저 기동요새를 상대하는 건 힘들 테니까.”

블라디미르는 씩 웃으며 레버를 힘껏 뒤로 꺾었다.

“좋아. 네 녀석의 면상에서 웃음기가 가신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 말대로 시원하게 밀어주지. 그걸로 충분하다면 말이야.”

그 와중에도 회장은 헤비 메탈의 부작용 탓인지, 다시 한번 핏덩어리를 토해내며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기 위해 혀를 꽉 깨물었다.

“이래도 오래 버틸 것 같지 않은데. 1초라도 빨리 끝장을 보는 수밖에 없어!”

“역시 안에까지 이런 걸 놔뒀을  같았어. 그래도 다행히….”

회장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양산형 블랙 맨티스들을죽 둘러봤다. 대부분이 팔이나 다리 일부가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고. 흉부와 하체 장갑판도 심하게 찌그러져 있어, 그냥 잔해더미로 보일 정도였다.

“멍청한 도조 회장 녀석이 아주 좋은 짓을 저질러 줬군 그래.”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사이드와인더의 등에서 볼링공 크기의 타원형 금속물체  개가 튀어나왔다.

그것들의 머리 부분에서 기다란 프로펠러가 펼쳐지면서, 사이드와인더 주변을 파리 떼처럼 돌고 있었다.

외부 조작형 카메라 겸 안테나. ‘플라이’였다. 플라이 세 대가 더 높이 날아올라, 블랙 맨티스 잔해가 쌓여있는 격납고 구석으로이동했다.

그리고 플라이의 앞에 붙은 램프에서 붉은빛이 번득이자, 반파되어 격납고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던 블랙 맨티스들이 하나둘씩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블랙 맨티스는 격납고에 있는 다른 시리즈 H의 파츠들을 뜯어, 자신의 모자란 팔과 다리에 하나둘씩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좀비 같은 몰골의 블랙 맨티스 부대는, 무기까지 전부  빼앗아서 격납고를 사정없이 헤집기 시작했다.

“좋아! 좋다고! 하하하하!

“이런 거지같은! 저년 설마?!”

도조 회장이 뭔가 짚이는 게 있다는 식으로  마디 내뱉으며, 곧바로 비상사태 대응을 위해 생산시설에서 조립중인 시노비 부대를 일으키려 했다.

동시에 야마토 혼 하전입자포의 포구를 지하 대피 시설 방향으로 겨누고, 냉각과 동시에 에너지를 급속 충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30초도 지나지 않아, 하전입자포의 빛과 열이 주변의 모든 것을 전부 다 태워 벼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때….

“좋아 지금이야! 우선 한 발 날려!”

좀비 블랙 맨티스 부대를 이끌던 회장이 명령을 내리자,다이다라봇치 내부에서 기관포와 미사일 런처의 발사음이 사방에서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그렇게 미사일과 기관포의 탄환이 회장과 헤라클레스를 뒤덮으려 할 때. 땅이 뒤집히는 것 같은 무겁고 강한 충격이 다이다라봇치에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또 한 번의 굉음과 함께, 대성당의 기둥처럼 굵고  쇠말뚝이 위에서 날아와. 다이다라봇치의 허리 한복판에 깊게 내리꽂혔다.

그리고 쇠말뚝 앞부분이 끊임없이 앞뒤로 솟구치면서, 내부를 금속으로 감싼 다이다라봇치의 외벽과 내벽이 완벽하게 뚫려버렸다.

착암기로 지반을 흔드는  같은 묵직한 지진 탓에,  일어나려던 시노비 부대는 절반 정도가 쇠말뚝에 짓이겨졌고. 나머지 절반은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그리고 블랙 맨티스 부대가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어, 도로누워버린 시노비를 덮쳤다.

양산형 블랙 맨티스 무리는 맨손으로 시노비의 장갑판을 잡아 뜯고 발로 밟아 뭉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철저히 박살내 놓았다.

“저, 저런 미친년! 아무리 사람들이 다 지하로 대피했다고 해도 도시 한복판에서 저걸 쏴?!”

블라디미르는 황급히 놀라, 회장에게 통신을 보냈다. 회장은 모니터 너머에서 잔뜩 열을 올리는 블라디미르를 보며 소리죽여 웃기 시작했다.

“이 미친년이 대체  하는 거야?!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웃음이 나와? 세리울 시를 지옥 밑바닥으로 만들  있냐?!”

그가 모니터 화면을 주먹으로 힘껏 치면서 곧바로 다른 영상을 전송하는데, 그가 전송한 영상에는 핵 마크가 붙어 있는 큼직한 미사일이 다이다라봇치 흉부에 박혀 있었다.

미사일은 이미 여기저기 기관포와 로켓런처에 피탄된 모양인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회장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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