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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file-23 끝났다고 말해도 끝난 게 아니다 (34/66)



〈 34화 〉file-23 끝났다고 말해도 끝난 게 아니다

회장이 민스 미트를 허공에 대고 쏜 직후, 그녀는 소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투구를 벗어 던진 뒤, 가슴팍을 주먹으로 두어  두들겼다.

그녀의 코와 귀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내리면서, 투구 아래쪽 목받이에 고이기 시작했다.

“하, 하하 타이밍 좋게 쏴 맞췄네. 이 모습을 보였다면 도조 이 자식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지. 하하하.”

뒤이어 회장은 입에 물고 있던 마리화나까지 떨어트리면서, 실 끊어진 인형처럼 엎어져 버렸다. 그녀가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번에는 입에서 피를 한 덩어리 토해내며 다시 쓰러져버렸다.

“아 이거. 위험한데. 또 헤비 메탈의 약효가. 벌써 다 떨어지다니.”

회장은 눈앞이 흐릿해지는  느끼면서, 고개까지 떨구려 했다. 그 때 엔진 소리와 함께 하얀 불빛이 그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설마 혼닛츠의 잔당이라도 되는 건가!”

회장은 그 상황에서도 팔을 뻗어 불빛이 번득이는 곳을 향해 민스 미트를 겨눴다. 그와 동시에, 불빛이 속도를 낮춰 서서히 그녀에게 가까워지면서 원래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

아무도 타지 않은 채로 움직이는 거대한 바이크였다. 아까 회장이 로날드를 태워 보냈던 그 물건이다.

좌석에 아직 피와 먼지 등이 덕지덕지 묻은 걸 봐서는, 제대로 닦아내지도 않은  급하게 돌려보낸 모양이다.

“뭐야 이거 사이드 와인더잖아. 로날드 녀석. 이걸 고스란히 돌려줄 줄이야.”

회장은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만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승용차만큼 거대한 바이크 ‘사이드와인더’를 향해 걸어갔다.

소녀는 그녀에게서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낀 모양인지, 바짝 얼어붙은 채 동상처럼 눈썹 한 번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바이크의 핸들 부분에 헤비 메탈 주사 하나가 접착되어 있었다. 회장은 바이크 핸들에 붙은 헤비 메탈 주사를 떼어내, 목에 꽂고 피스톤을 힘껏 눌렀다.

“결국 끝까지 안 썼다는 거네. 귀여운 녀석. 이러니까 좋아한다니까 후훗. 나중에 크게 상을 줄게 로날드. 일주일 정도 안 재우고 같이 놀아주면 되려나.”

압축공기 빠져나가는 소리가 새어 나오며, 붉은 헤비 메탈 용액이 회장의  안으로 들어갔다. 회장은 사이드와인더에 올라탄 채,새빨개진 눈을 크게 뜨고 소녀를 내려다봤다.

소녀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모습과 비슷한 걸 동화책에서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거대한 용에 올라타 사람들을 불태워 죽이고 산 채로 씹어 먹으며 세상에 온갖 재앙을 내리는 흉측한 악마.

소녀는 방금 바이크에 올라탄 회장의 모습이, 그때 책에서 봤던 악마와 겹쳐 보였다.

“어서 타. 지옥불이 비처럼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한  재가 되고 싶지 않으면 따라오라고. 곧 네 아버지. 아니  창조주인 도조 회장을 만나러  거니까.”

소녀는 두어 번 눈을 비빈 뒤, 눈앞에 있는 게 악마가 아니라 회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다음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곧바로 사이드와인더에 올라타서 회장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회장은 피식 웃으면서 사이드와인더 사이드에 티 스테이크와 스트로베리 크래커를 채워놓은 뒤, 페달을 가볍게 밟았다. 사이드와인더는 호쾌한 엔진 소리로 울부짖으며, 살아 있는 짐승처럼 본체를 크게 흔들어댔다.

“하하! 하하하하! 이거야! 이거라고!”

사나운 짐승 같은 사이드와인더에 올라 탄 회장은, 소녀가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는 감촉을 느끼자. 곧바로 페달을 있는 힘껏 세게 밟았다.

그리고 사이드와인더는 성난 맹수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화약 연기와 뭐든지 집어삼키는 탐욕스러운 불길. 재와 먼지가 가득한 세리울 밤거리를 질주했다.

“자 그러면  씻고 기다리라고! 모가지 써는 걸로 끝나진 않겠지만 도조 야스히코 영감.”


“장애물 경주 제 1코스 완료!”

회장과 소녀를 싣고 달리던 사이드와인더는, 쑥대밭이 되어버린 세리울 시의 거리를 뚫고 나가 다이다라봇치 요새 앞까지 접근했다.

방금전까지는 꽤 말끔했던 사이드와인더는페인트가 벗겨지고 후면 경고등이 깨진 건 물론, 머플러와 카울 부분이 반쯤 날아간 상태다.

게다가 이게 고작 그동안 무너진 건물 잔해를 피하다가 손상된 정도였다는 게 큰 문제였다.

산 넘어 산이라고.다이다라봇치 주변에 뼈귀신 같은 시노비가, 마치 버려진 무덤가의 잡초처럼 무성하게 늘어서 있었다.

좀 크고 튼튼해보이는 수준의 바이크. 사이드와인더로  비쩍 마른 거인 무리를 헤집는다는 건, 마치 사람들 틈새를 빠져나가는 바퀴벌레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장은 음침하고 싸늘해 보이는 시노비 무리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는  없이, 헬멧의 얼굴 가리개를 올린  마리화나를 피워댔다.

“좋아! 다 왔군. 이제 다윗처럼 골리앗의 대갈통을 돌로 깨주러 가 볼까. 사이드와인더를 전투형태로 변형시킬 테니까 너는 사이드카로 옮겨 타라고.”

소녀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사이드카로 옮겨 타자, 회장은 바로 핸들을 안쪽으로 꺾으면서 위로 젖혔다.

그와 동시에 사이드와인더의 본체와 타이어. 전면부의 엔진룸과 사이드카가 이리저리 갈라지고 뒤틀리면서,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형하기 시작했다.

우선 너무 두텁다 싶은 바이크 본체가 부분이 갈라지며 인간형의 팔과 다리로 변해, 길게 튀어나온 바이크 앞부분의 엔진룸으로 옮겨갔다.

엔진룸이 그대로 본체가  채로 사인드와인더가 몸을 일으키자, 바이크의 시트 부분이 엔진룸이 변형한 흉부 윗부분으로 이동했다.

그대로 카메라와 통신장비. 모니터 전송장치 등이 투구처럼 덧씌워졌다. 소녀가 앉아 있던 사이드카 부분이 등으로 옮겨가면서 장갑판으로 덮이고, 무기들을 걸어둔 사이드카는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정강이와 흉부의 추가 장갑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개의 바퀴가 어깨에 붙어, 뱀같은 형상의 바이크 사이드와인더는, 순식간에 용아병과 메뚜기를 한꺼번에 섞은 것 같은 외형의 시리즈 H로 변했다.

다리 부분은 높이 뛰는 곤충처럼 길고 가느다란 형태였으며, 특히 정강이 뒷부분에는 서스펜션이 다리뼈처럼 드러나 있었다.

허리 뒷부분과 등에는 곤충의 배나 가슴 같은모양의 고속주행 부스터와 화기 관제 시스템. 조종석 등이 노출된 모습이다.

다리에 비해 큼직하고 두툼한 팔 역시, 유압식 펌프와 실린더가 그대로 드러난 것은 물론. 흉부도 윗부분이 바이크 카울로 덮인 외에는 늑골이 그대로 드러난  같은 실루엣이다.

여기에 두 개의 큼직한 바퀴가 방패처럼 양어깨에 붙어 있고, 길쭉한 한 쌍의 안테나까지 뻗어 있는 기다란 머리는 메뚜기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흉부 옆쪽에 달린 한 쌍의 작은 기계 팔 때문에, 멀리서 보면 두 발로 서서 걷는 곤충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외형이었다.

“시리즈 X는  대가 아니지. 눈에보이는 외형이 다가 아니라고 하하!”

거대한 인간형으로 모습이 바뀐 사이드와인더는 등과 발뒤꿈치. 허리 양쪽의 제트 노즐에서 화염을 뿜으며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요새 근처를 가득 매운 시노비 무리는, 사이드와인더의 열 반응과 제트 노즐 소음에 반응해 빠르게달려가고 있는 메뚜기 모양의 시리즈 H를 포착했다.

“뭐야 야스쿠니 놈들보다 이렇게 반응이 느려? 혹시 녀석들도 그걸 쓰는 건가 마침 인공지능 대용으로 쓸 물건도 생산하겠다.”

회장은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시노비 무리가 촘촘한 그물처럼 펼치는 포화를 피해가며 앞으로 뻗어나갔다.

지면을 향해 탄환이 쏟아지면 와이어와 제트 노즐을 사용해 건물 벽을 올라타고, 건물 벽으로 총구가 겨눠지면 다시 제트 노즐로 뛰어올라 시노비의 머리를 밟아가며마치 메뚜기처럼 어지럽게 뛰어다녔다.

동시에 한 손에는 티  스테이크. 다른 한 손에 스트로베리 크래커를 든 채, 새 발처럼 가느다란 시노비의 어깨나 발목을 베어버렸다.

뒤이어 머리 부분의 카메라나 손에 들고 있는 화기류를, 스트로베리 크래커로 쏴 부수면서 뻗어 나가. 시노비의 숫자도 착실히 줄여놓고 있었다.

“이걸로 열두 대! 운동성과 기동성이 생명이라는 시노비가  이렇게 느려 터졌어?!”

사이드와인더가 머리에 뿔  개 달린 지휘관용 시노비 위에 올라타면서 빈정거리자. 다른 시노비 무리가 일제히 그쪽으로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사이드와인더는 로켓노즐을 분사해, 약간 낮은 높이의 건물 옥상 쪽으로 뛰어오르며. 간간히 날아오는 로켓탄과 대구경 포탄을 베고 쏴 가면서 피했다.

덕분에 애꿎은 지휘관기만 집중사격에 휘말려 고철 조각으로 변해버렸다.

“역시 저런 엉성한 판단력은 ‘그것’밖에 없지. 그러면 이제 진짜 문제는….”

회장은 이제 거의 코앞에 서 있는 다이다라봇치를 노려봤다.

하지만 상대는 육상 전함에 팔과 머리를 붙이고, 건물 특유의 생산시설과 자체 보급라인까지 갖춘 자율 요새다.

그대로 시리즈 X로 들이받기만 해도, 회장은 대형 트럭에 깔린 통조림 깡통 같은 꼴이 될 게 분명했다.

“좋아 이제 다 왔다고 에베레스트도 한걸음부터니까 끝까지 올라가 주지!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들처럼 덩치만 공룡 같은 녀석!”

회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있는 시노비들의 머리 위를 넘어, 다이다라봇치의 입구까지 도착했다.

“열려라 참깨! 아니  본 스테이크!”

하지만  본 스테이크로 입구를 베어내고 들어가려는 그 때. 다이다라봇치가 거대한 팔을 뻗어, 사이드와인더를 내리찍었다.

하지만 사이드와인더는 손바닥을 티 본 스테이크로 쳐내면서, 거대한 팔을 피해 옆으로 물러났다.

다만 다이다라봇치의 손은 장갑판만 절반 정도 베였을 뿐, 내부 모터와 구동계에는 아무런 손상도 가지 않았다.

혹시 하는 생각에 손상된 장갑판에 스트로베리 크래커의 철갑탄을 몇 발 박아 넣었지만, 역시 별 반응도 없이 다이다라봇치는 가볍게 손을 걷어 올렸다.

“이런! 스친 게  정도인가? 그것 참 디트로이트 시의 자동차 사업이나, 월가랑 AIG 같은 금융회사들처럼 덩치만 큰 호떡인  알았더니, 생각보다 위협적인데.”

사이드와인더는 칼로 손을 쳐낸 반동과, 풍압 때문에 멀리 밀려 반파된 건물 외벽에 처박혔다. 그저  한 번 휘둘렀지만, 장갑판이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부품 몇 개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손상을 입었다.

“게다가 저 비실비실해 보이는 새 같은 원숭이 녀석하고는다르게, 아무리 긁어대도 흠집 하나 나지 않고 말이야.”

말을 마치자마자 비실비실해 보이는 시노비 무리가 사이드와인더를 일제히 노려보며, 다시 한번 무차별 집중사격이 사이드와인더를 향해 쏟아부었다.

다행히 사이드와인더가 이리저리 미끄럽게 피한 덕분에, 직격은 단 한 발도 맞지 않았지만 파편과 폭발 충격으로 사이드와인더의 장갑과 관절 여기저기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도 시노비를 하나하나 격파해가며, 잭슨과 사라에게 교신을 보냈다.

그리고 교신 도중 날아오는 포탄 한 발을  본 스테이크를 방패 삼아, 두 손으로 들어내서 막았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스테이크의 엔진부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젠장! 응답해! 응답하라고!”

또한 관절부분에 전체적으로 무리가 왔는지, 회장은 한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다만 교신에 응답이 온 덕분에, 회장은 힘겹게 몸을 굴려 쏟아지는 포화를 피해. 건물 잔해더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잭슨에게서 통신 요청 신호가 들어왔고, 회장은 바로 채널을 열었다.

“잭슨? 잭슨 맞지? 너희  다 무사히 튀었냐? 그리고 회사 안의 다른 직원들은?”

곧이어 잭슨의 불스아이에서 들어온 답신이, 회장의 사이드와인더 조종석 모니터에 떠올랐다. 회장은 곧바로 회선을 연결해 잭슨과 교신했다.

“아. 예. 직원들은 이미 안전한 곳에 전부 다 대피시켰습니다. 로날드에게서는 다른 안전한 곳에 있다는 연락도 확보해뒀습니다.”

“다행이네. 로날드 녀석 많이 다쳤으니까 바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줘.”

“알겠습니다. 마침 저하고 사라도 이제 뒤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니콜라우스 영감님은 계속 본사 건물에 남아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때 회장은 잭슨의 몰골이 평소랑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마 전투 직전에 복용했던 약기운이 아직 다 가시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잭슨에게 뭔가 한마디 더 말하려 했지만, 한숨을 내 쉬며 잭슨에게 핀잔을 줬다.

“뭐 그 영감님 뜻이니까 그냥 놔두라고 여러 번 얘기했잖아. 그래? 이 바보 멍청이들아. 그러게 왜 사서 고생을 하는데?”

잭슨은 어색한 미소를 띠며 그녀의 질책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미 눈치채셨군요.”

“아 우리 사원들 말 안 듣는 걸로는 어디 내놔도 부끄럽기만 한걸.”

회장의 농담에 잭슨은 피식 웃다가, 폭발음과 총성에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는 방금 전과 완전히 다른 투로 그녀의 지시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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