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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file-22 칠면조 사냥을 해주마! (33/66)



〈 33화 〉file-22 칠면조 사냥을 해주마!

한편 회장은 한참 동안 히로시에게 영상 통신을 전송한 끝에, 간신히 회선이 연결되어 히로시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할  있었다.

그녀는 짓이겨질 정도로 담배를 씹은 뒤, 조종석 벽을 주먹으로 치며 한마디 던졌다.

“결국 그런 대답을 내놓은 건가? 그렇다면 나도 방법이 있지.”

회장은 시체 앞의 까마귀 무리처럼, 히로시 주변에 떠 있는 베스파가 무사히 있는 걸 확인했다. 그녀는 표정 변화 없이 무미건조한 투로 명령을 전달했다.

“아직 숨이 끊어지기 전에 회수하도록. 이전에 사용하던 CPU는 제거해도 괜찮다. 베스파 한 대에 이식해두면 충분히 버틸 수 있으니까 서둘러라.”

그러자 숨이 다 끊어져 가는 히로시의 주변에 몰려 있던 베스파 중,  대가 히로시의 앞에 내려앉았다. 그중 한 대는 메스와 전동 톱 같은 수술 장비가 들어있는 보조 팔을 꺼냈다.

다른 하나는 윗부분의 장갑판을 열고,  안에 들어있는 볼링공 크기의 검은 캡슐을 꺼냈다. 수술장비를 꺼낸 베스파 쪽은, 히로시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의 이마에 메스를 갖다 댔다.

히로시는 숨이 완전히 끊기기 직전, 메스가 자신의 이마를 베어내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꼈고. 텅  것 같은 베스파의 카메라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읊었다.

“겨, 결국 이런 식으로 빚을 갚으라는 건가? 내 잘못을 생각하면 그게 옳겠지. 나는 지옥에도  수 없는 인간이니까.”

  뒤, 히로시의 시체는 머리 윗부분과 뇌가 깔끔하게 제거되어 있었다.

그리고 두 대의 베스파 중  대는 검은 캡슐을 다시 본체 안에 집어넣은 뒤, 머리 윗부분의 장갑판을 재빨리 닫았다.

바닥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뇌수 한 덩어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수술 과정을 전부 다 확인한 회장은, 곧바로 화상 통신을 끄고 비아냥거림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너희가 진 빚은 네 목숨만으로는 갚기 힘드니까, 다시 한번 일어나서 몸으로 때우라고. 그게 바로 우리 사우스 스네이크의 방식이니까.”

회장이 이미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로 눈앞의 거대한 요새를 보며, 페달을 힘껏 밟아 블랙 맨티스의 주행 속도를 높였다.

“좋아! 아직 포의 방향을 완전히 돌리지 않아서, 공격이 들어오지 않을 거야. 그 사이에 재빨리 접근한다!”

회장이 헤비 메탈 주사를 목에 한   찔러 넣은 뒤, 건물 잔해 사이를 뱀이 지나가는 것처럼 유연하게 파고들었다.

그런데 그때. 다이다라봇치 본사의 상반신 부분이 갑작스럽게 뒤틀렸다. 그리고 본사 건물의 흉부에 해당하는 부위에서 무수한 레이저 포인터 빛이 회장을 향해  쏘아졌다.

“젠장.  끝나기 무섭게 퍼붓겠군. 우산도 없는데.”

회장이 입맛을 다시며 헛웃음을 터트리자, 5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인간형 요새의 흉부가 열렸다. 그리고 흉부 안의 대구경 기관포와 다련장 시스템이 불을 뿜으며, 회장과 히로시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대구경 철갑탄과 소이탄. 로켓탄이 무수히 날아들었다.

밤하늘을 뒤덮은 주황빛 폭발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고, 뒤이어  런던의 스모그 같은 연기와 먼지까지 가라앉았다.

건물 잔해가 들썩이더니 시리즈 H 특유의 거대한 손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잔해더미 안에서 회장과 소녀가 그을음과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밖으로 나왔다.

먼저 회장이 시리즈 머리 위에덮여 있던 블랙 맨티스의 손을 들어 올려서 멀리 내던졌고, 그다음 소녀를 옆구리에 낀 채 잔해더미를 발로 걷어차고 헤집으며 길바닥에 엎어졌다.

“아 이런. 한 발만 더 날렸어도 위험할 뻔했어. 하하 이거 데리고 오길 잘 했는데. 완전 행운의 부적이라고.”

회장은 지칠 대로 지쳤는지,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 손만 남은 블랙 맨티스를 힐끔 쳐다보며 허탈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걸로  자가용이 또 박살나 버렸구나. 아깝네 이번 녀석은 얼마 쓰지도 못했는데.”

소녀가 회장을 빤히 쳐다보자, 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아 그래 그래. 조금만 기다려봐.”

그 다음 잔해더미로 되돌아가, 돌무더기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분 정도 두더지처럼 안을 파고 들어간 끝에, 그녀는 여기저기 찌그러진 큼직한 관짝 하나를 꺼냈다.

“좋아. 이건 그래도 멀쩡히 살아남았네.”

회장은 환한 미소와 함께, 거대한 관을 일으켜 세운 뒤 바닥을 한 번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관짝이 마치 깨진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더니, 회장의 몸 여기저기에 뱀 비늘처럼 둘러붙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의 아가리 같은 투구가 그녀의 머리에 덧씌워지며, 거대한 관 안에 들어있던  시리즈 H용 나이프. 티 본 스테이크가 드러났다.

순식간에 중세 기사 같은 전신 갑옷을 두른 회장은 다시 한번 소녀를 옆구리에 낀 채 티  스테이크를 어깨에 걸쳤다.

“아쉽지만 일단 이렇게라도 하고 도조 회장한테 가 볼까.”


같은 시각. 도조 회장은 중앙 통제실에서, 사원들에게 집중 포격 명령을 내리며 독한 술을 병째 들이켜고 있었다.

“하하하하! 히로시 이 새끼! 매일같이  뜻에 이의를 제기하고 귀찮게 굴기만 해서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만큼은 폭격 퍼부을 시간 벌어주느라고 수고했다고 해야겠군. 잘 가라 방해꾼!”

 한 병을 전부 다 비우면서 즐거워하는 것도 잠시뿐. 도조는 순간적으로 화면에 들어온 회장의 모습과, 그 옆에 서 있는 소녀를 보자마자 크게 놀라 방위용 대공 포대 담당 모니터 앞으로 달려갔다.

그는 주사기를 하나 꺼내, 관자놀이에 한 방 놓으며 담당 직원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잠깐 모니터를! 모니터를 확인해보란 말이다!”

하지만 이미 혼닛츠 본사에서 무수한 로켓탄이 발사되어버렸다.

그리고 도조 회장 주변의 황무지는 다시 한번 로켓탄과 유탄의 화염에 휩싸였고, 폭발이 가라앉으면서 그 주변에 짙고 무거운 연기와 먼지가 가득했다.

“이런 개새끼! 내가 제대로 확인을 해보고 폭격하라고 했었지?!”

도조 회장은 곧바로 벽에 장식되어있는 칼을 뽑아 들어, 대공 포대를 조작한 직원의 목을 내리쳤다.

그리고 의자 채로 엎어진 그의  없는 시체를 장작 패듯 여러 번 내리찍어, 그의 몸뚱이를 햄버그 패티처럼 잘게 다져버렸다. 그때 도조 회장의 흰자위는 직원의 몸에서 흘러내린 핏물처럼, 혈관이 충혈되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미친년.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냐?”

그때. 홀로그램 모니터가 새롭게 하나 떠오르면서, 은회색 용 비늘 같은 날카로운 갑옷을 입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어깨에는 대검을 걸치고 반대편 옆구리에는 어린 소녀를 낀 채,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녀의 옆구리에 안긴 소녀가 머리카락과 눈썹이 마구 휘날리는 건 물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속도였다.

그녀는 이미 카메라를 눈치챈 모양인지, 손을 흔들면서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이봐 혼닛츠의 도조 야스히코 회장 나으리?  이걸로 우리 회사에 피해   세 번째라고 세 번째. 그것도 정식 선전포고도 아니라 전부 다 기습이야? 게다가 아주 보기 좋게우리 회사 구역까지 침범하고 말이야. 이거 기업 연합법 위반인 건 알지?”

“카메라를 눈치채버렸잖아!  무능한 클론 새끼! 뭐하는 거야!”

회장이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웃자, 도조 야스히코는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의 머리채를 잡아채 바닥에 패대기 치는 걸로 화풀이를 했다.

회장은 도조 야스히코의 목에 아직도 주사기가 꽂혀있는 걸 보며, 입맛을 다시며 눈을 가늘게 떴다.

“와올 너도 헤비 메탈을 빨고 있는 거야? 캬 그거 정말 달콤하지. 그래서 그거 어때 맛있어? 기업 연합법 때려치고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할 때처럼 말이야.”

“당장 쏴! 쏴서 떨어트려!”

회장의 비아냥에 도조 야스히코는 그녀에게 소녀가 안겨 있다는 것조차 잠시 잊어버리고, 직원들에게 폭격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회장의 머리 위로 몇 발의 미사일과 포탄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회장은 눈도 뜨기 힘들 정도로 달리는 와중에도, 자기 몸보다  큰 티 본 스테이크를 힘껏 휘둘렀다.

가볍게 허공을 가르는 티 본 스테이크의 칼날은 날아 들어오는 고폭탄의 탄두를 두부처럼 베어버렸다. 게다가 티 본 스테이크를 휘두를 때 휘몰아치는 검풍 때문에, 갈라진 포탄과 미사일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했다.

뒤이어 포탄보다 훨씬 큰 미사일이 사방에서 어지러운 비행기구름을 그리며 날아오자, 이번엔 허리 아래에 채워둔 굵고 기다란 기관총을 마구 쏴 갈겼다.

미사일의 앞부분에 무수한 구멍이 뚫리면서, 목표를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중간에 터져. 회장에게 별다른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다목적 산탄 기관총 스트로베리 크래커. 기관부 양쪽에 탄띠를 채울 수 있으며, 동시에 두 종류의 탄띠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인용으로는 초당 80발의 산탄. 요격 및 대공용으로는 초당 250발의 대구경 철갑 슬러그탄을 번갈아 사용하는 게 보통이다.

당연히 회장이 지금 사용한 것은 대물용 철갑 슬러그탄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저 로켓탄과 미사일을 요격하는 건 불가능할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날아오는 미사일과 포탄을 죄다 날려버린 회장은, 성인 남자 검지 굵기의 마리화나 세 개비를 한꺼번에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다음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마리화나 연기를 코로 내뿜으며 불쾌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오우! 내가 누굴 안아 들고 있는지 안 보이는 건가? 이거 역시 헤비 메탈을 빨면 부모 자식도 못 알아본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네. 나랑 이 녀석을 잿가루로 만들어버리고 싶다면 얼마든지 더 퍼부어보라고!”

그리고 도조는 회장의 연이은 비웃음에 크게 화를 내며, 모니터 테이블을 힘껏 내리쳤다.

“미친년! 네놈이야말로 우리 회사 노동자들한테 불법 약품을 뿌렸잖아!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같은 일이 두 번이나 터지는데? 네놈 때문에 나는! 나는…!”

그러자 회장은 두어 번 눈을 깜박이며 입술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 그리고 엉덩이를 긁는 것 같은 투로 질문을 던졌다.

“증거 있어? 너희 회사 노동자들은 다 죽였잖아. 그리고 시체도 남김없이 싸그리 갈아버렸고. 우리도 받은 시체는  갖다 쓴 지 오래되어서 남은  없는데.”

마지막으로 그녀가 능청스럽게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비웃음을 던지자, 도조 야스히코는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도 못했다.

회장은 다시 한번 싸늘한 웃음을 흘리면서 비아냥거림이 섞인 말을 던졌다.

“이번 건 특히 아픈데. 정찰 팀은 밑바닥까지 싹 갈려 나가고, 노동자들이랑 용병들은 죄다흙으로 돌아갔지. 거기에 우리 본사 건물까지 죄다 박살 내놓고 말이야.”

“네년! 이  같은 년! 헤지고 다 떨어진 걸레 조각 년! 헐어버릴 대로 헐어버린 창녀 주제에 어디서지껄이는 거야!”

“우리한테  먹인 게 이번이  번째라는 건 너도 잊고 있었겠지? 어차피 대기업끼리는 다 그렇게 지내는 게 관행이니까말이야.”

“미친년! 네년이야말로 우리 회사랑 가족에게 저지른 짓이 완벽하게 덮였다고 생각한 거냐? 기업 연합 놈들에게 무죄라고 인정받으면 다 끝난 줄 알았냐?!”

“뭐 말이야?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거든.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없어? 요새 하도 헤비 메탈 말고도 이런저런 기분 좋은 걸 잔뜩 빨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든.”

그녀는 목덜미에 주사기를 꽂아 넣는 시늉을 한 뒤, 일부러  벌어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머리 위에 지우개를 대고 지우는 흉내를  뒤 혀를  내밀었다.

“설마, 서, 설마 네년!”

“응. 당연히 잊었지. 덕분에 증인이랑 기록이나 자료 같은 것도 죄다 휴지통행! 그러게 왜 자료 보호도 못 받게 제국이라는 망령  명칭을 기업 간판 위에 걸어놓는데? 병신새끼.”

도조 야스히코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히자, 회장은 반대로 입이 터졌다는 듯 거침없이 마구 퍼부어댔다.

“자유 합중국에서 내가 뭘 하면서 살았는지 일일이 기억하면 손해 잖아. 내가  나쁜 짓이랑 남한테 피해를 준 건  다 잊어버리고, 내가 피해를 입은 거만 절대 안 잊고 기억하면 장땡! 이라는 게 자유 합중국의 착한 사람이라고 이 양반아?”

“이 개 같은 년!”

“지금은  이상 할 말이 없으니까 나머지는 직접 만나서 차라도 내달라고. 아참 혼닛츠식 다도는 다리만 저리고 좆같이 불편하니까, 아메리카주 스타일로 간단하게 커피나 하나 준비하라고. 이 좆대가리같은 상투를 뒤통수에 틀고 다니는 자식아.”

그렇게 말하면서 회장은 민스 미트를 뽑아 위를 향해 겨눴다.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모니터를 통해 재생되던 영상이 단번에 끊어져 버렸다.

이에 도조 회장은 제대로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괴성을 지르며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러댔다. 그가 휘두른 칼은 제어실 벽에 얻어맞고 두 동강이 나 처참하게 바닥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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