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file-19 난쟁이와 뚱뚱이 (30/66)



〈 30화 〉file-19 난쟁이와 뚱뚱이

그 대신 복부가 뚫려서 서너 번 정도 격하게 움직이면 동력이 정지될 상황이었고, 반대로 사무라이는 동력부가 멀쩡한 대신. 메인 레이더와 안테나가 망가지고, 마땅히  무기도 없었다.

그리고 주변은 사무라이의 오사후네가 뿌려댄 금속 입자와, 블랙 맨티스가 마구잡이로 구르면서 생긴 흙먼지 때문에 양측 다 시야가 흐릿했다.

 어느 쪽이 뭉개진 고깃덩어리가 되건 간에 단 한 발로 승부가  상황이었다. 다만 회장은 헤비 메탈의 약효가 거의  떨어져 가는지, 누가 머리를 붙잡고 흔드는 것처럼 시야가 흩어지기시작했다.

뒤이어 온몸에 강한 통증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그녀에게 더이상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회장은 느긋하게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서, 히로시에게 홀로그램 영상 통신으로 화면으로 여유가 가득한 모습을 일부러 보여줬다.

“우와 겁나 눈치 빠르네. 나는 그렇게 눈치 빠른 사람은 싫어하지만, 넌 예외야. 날 아주 즐겁게 해주거든. 혼닛츠 사에 자비를 베풀어줄 테니 나를 조금 더 기쁘게 만들어 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회장은 일부러 히로시에게 홀로그램 영상을 하나 띄워 올렸다. 그것은 방금  소녀와 함께 보급받은 A세트의 무기 컨테이너였는데, 그 안에는 히로시만이 아니라 혼닛츠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이 뒤집히고 이가 갈리는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이, 이건?! 핵미사일!!  더러운 년! 우리가 핵 때문에 몇 번이나 고통받았는데 그 위에 다시 핵을 떨어트리겠다는 것이냐!”

히로시가 분노에 가득 찬 소리를 지르며 사무라이를 조작하자, 사무라이는 오사후네를 내던진 다음. 허리춤에 하나 더 차고 있는 거대한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사무라이의 절반 크기나  법한 블랙 맨티스를 거대한 일본도로 내리찍듯 베어내려 했다. 블랙 맨티스는 본체를 비스듬하게 숙여, 공기를 가르면서 날아 들어오는 일본도의 칼날을 한지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빗겨갔다.

히로시의 사무라이가 휘두른 일본도는, 윗부분이 씹다 뱉은 캐러멜처럼 변한 건물 잔해의 외벽에 들러붙었다.

그리고  상태에서 블랙 맨티스는 프로펠러도 없이 헬기로 변형한 다음. 무게추처럼 엄청난 속도로 낙하했다.

사무라이가 거대한 일본도로 헬기의 머리 부분을 받아 쳐냈지만,  상태에서 블랙 맨티스가 엔진의 플라즈마 제트를 최대 출력으로 뿜어냈다.

그걸로 건물에 박힌 칼을 부러트린 뒤, 투구를 쓴 것 같은 헤드 파츠를 짓뭉개버렸다. 동시에 인간형으로 변형한 다음, 머리와 흉부 장갑판 일부. 그리고 왼쪽 어깨의 추가 장갑판까지 뜯어낸 뒤, 다시 건물 외벽에 달라붙었다.

“그래! 바로 그게 모자랐던 거야! 전장이라면 증오와 적의가 같이 곁들여져야 훌륭한 맛이 나오는 거 아냐?! 좀 더 내 살을 씹어 먹을 것처럼 덤벼들라고! 날 죽이지 않으면 저 핵미사일들이 아주 멋지게 날아가서 혼닛츠를 돌연변이 병신들 천국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그제야 회장은 배불리 피와 살을 먹어치운 짐승처럼 웃어대며, 블랙 맨티스를 조작했다. 블랙 맨티스는 지상으로 뛰어내리면서, 어깨로 사무라이의 본체를 한 번 더 들이받았다.

사무라이의 어깨 장갑판이 본체를 꿰뚫어버리고 동시에 깨져나간 장갑판 파편이 히로시의 온 몸을 긁고 지나가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사람을 아주 단단히 잘못 봤다! 사우스 스네이크의 회장!”

블랙 맨티스는 일부러 지면에 깊게 발끝을 박은 뒤, 아스팔트 파편과 흙먼지를 한꺼번에 차서 사무라이의 흉부 쪽에 날렸다.

이번에는 아스팔트 조각이 히로시의 어깨와 흉부 한복판을 강하게 때렸고, 함께 날아온 흙먼지는 그의 시야까지 완벽히 가려버렸다.

회장은 거의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으로 남은 오른손을 칼날처럼 세운 뒤 그대로 사무라이의 흉부를 향해 깊게 찔러 들어가려 했다.

“맞아 단단히 잘못  거야.  원래 이런 년이거든! 하하하하!”

하지만 사무라이 역시 오른팔로 흉부를 감싼 다음, 다리를 블랙 맨티스의 위까지 높게 올렸다. 그 다음 니트로 부스터의 그렇게 마지막으로 한 합 더 부딪치려는 순간!

다이다라봇치 요새의 절반이 갈라지면서, 옛 전쟁에 쓰던 돼지 같은 야마토 함의 주포 같은 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200미터가 넘는 포신 끝에서 하전입자포 특유의 눈부신 섬광이 번득였다.

“잠깐! 히로시! 전자기기 전부 다 꺼! 그리고 눈감고 엎드려! 저 빛을 보면 실명한다!”

회장은 블랙 맨티스를 다리로 사무라이의 발목을 힘껏 차서 억지로 드러눕힌 뒤, 자신의 기체도 바닥에 엎어버렸다.

동시에  다 기체의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잠시  백야가 찾아온 것 같은 빛이 주변을 강하게 뒤덮어버렸고, 빛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 건물이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한편 히로시와 회장이 대치하면서 상대의 팔을 하나씩 잘라내던 중, 혼닛츠 사의 다이다라봇치는 야마토 혼 하전입자포의 에너지를 전부 다 충전했다.

“야마토 혼 충전 완료! 발사 준비중. 목표 방향을 지시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열 후 사격 각도 조절하겠습니다.”

도조 야스히코 회장은 수상한 캔에 담긴 음료수를 거의  박스 정도 비우던 중, 충전 완료 소식에 그동안 묵혀둔 원한을 터트리는 것 같은 투로 지시를 던졌다.

“목표 방향은 사우스 스네이크의 본사 건물이다. 저 정도로 높은 건물이라면, 사우스 스네이크의  미친년도 충분히  수 있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총 높이 300미터의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 건물 정도면, 수십 km 떨어진 곳에서 싸우는 회장이라면 육안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높이였다.

도조 회장은 지도 화면을 통해, 회장이 히로시와 싸우고 있는 위치를 확인한 다음. 일부러 그녀가 보라는 듯 사격 준비 신호를 보내, 훼이첸 주 곳곳에 떠 있는 위성에 다이다라봇치가  있는 곳을 전송해버렸다.

잠시 후. 500미터나 되는 건물의 절반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지나치게 길고 비대한 포신과 에너지 탱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후. 거대한 포신이 직각으로 내려앉았고, 뒤이어 갈라진 건물 외벽에서 방열 말뚝이 튀어나와 지면에 박혔다.

다이다라봇치는 입자포의 반동을 막기 위해, 두 팔까지 지면에 박아 넣고 건물 전체를지면에 단단히 뿌리내렸다. 동시에 포구 끝에서 빛 덩어리가 맺히면서, 노란색의 스파크까지 일기 시작했다.

“미친 새끼들! 건물 절반을 하전입자포로 개조했다고?!”

사라는 다이다라봇치가 야마토 혼을 전개하는 걸 보자마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곧바로 다이다라봇치 본사를 향해 레클루즈를 거칠게 몰았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는 수십 수백 대의 시노비 부대가 늘어서 있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단발식 대구경 소총을 든 채 레클루즈를 향해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레클루즈의 추가 장갑판과 보조 팔. 방패가 전부 날카로운 이빨 같은 탄환에 꿰뚫려 버렸고, 본체마저 한 두군데씩 중요한 부위마다 손상을 입기 시작했다.  와중에도 사라는 레클루즈의 조종석까지 장갑판 잔해가 처박히는 걸 무릅쓰고 페달을 힘껏 밟았다.

“지금 도망쳐! 사라! 저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사라가 앞뒤 안 가리고 달려가는 모습을 본 잭슨은 당장 레클루즈를 갈고리 와이어로 낚은 뒤, 하반신을 블랙 맨티스의 것으로 교체한 불스아이와 함께 우박 같은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을 벗어났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기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데? 그리고 니콜라우스 영감님까지 내다 버리고 갈 거냐고?!”

“영감님은 어차피 뇌 수명도 얼마 안 남았어. 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이미 다 각오한 일이야! 애초에 우리도 피난 명령을 무시한 채 억지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그래도….”

하지만 사라는 기어코 와이어를 끊어가면서 포격이 터지려는 곳으로 달려가려 했다. 잭슨은 불스아이를 움직여, 사라의 레클루즈 앞을 가로막았다.

“우리까지 전부 다 휩쓸려버리면, 다음 포격에 저 뒤에 있는 일반 도시 주민들까지 싹 쓸려나갈 거라고. 회장님이 이곳에 도착할 수 있게 버티려면 뒤로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야!”

잭슨이 그렇게까지 말하면서 레클루즈의 팔다리를 망가트리자, 결국 사라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음성 통신을 꺼 버렸다.

뒤이어 잭슨은 다른 부대원들에게도 경고했다.

“쳐다보지 마! 보기만 해도 눈이 다 타버린다! 기체 전원 다 끄고 엎드려!!”

그리고 잭슨은 물러나면서 카메라까지 일시적으로 꺼 버려, 주변 전체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빛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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