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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file-15 내가 보고 싶은 건 피와 불 화약 연기야! (26/66)



〈 26화 〉file-15 내가 보고 싶은 건 피와 불 화약 연기야!

히로시는 출격 직전. 뎁히지도 않은 술 한 잔을 입안에 털어 넣은 뒤, 직원에게 부탁해 솜 몇 조각을 옷 안에 적당히 구겨 넣었다. 그리고 허리춤에 평소 호신. 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자살용으로 갖고 다니던 와키자시를 허리 앞에 찼다.

“그나마 전장 한복판에서 죽게 한다는 게 도조 회장의 마지막 은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잠시 후. 감방 문이 열리자, 히로시는 조용히 팔을 뻗어 옷과 헬멧을 받아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전히 수염도 정리하지 않은 히로시가 감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권총과 도검을 허리에 차고, 안내하는 직원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그 모습은 일기토를 벌이기 위해 앞으로 나가는 고대 전장의 무인처럼 보였다.


히로시가 풀려나는 것까지 도조 회장에게 영상으로 전송한 직원들은, 그가 곧바로 마음이 변할까봐 일제히 모니터를 바꿔 세리울 외곽의 풍경을 비춰 보여줬다.

도조 회장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다섯 명의 사설 경찰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동안 잘 사용했다. 야스쿠니 놈들. 아무리 사설 경찰들은 사람을 쓰는 게 좋다고 해도, 역시 사람들은 순순히 믿을 수가 없거든. 이제 대체할 것도 충분히 있고, 저 가증스러운 사우스 스네이크도 조만간 박살날 테니까.”

그렇게 말한 뒤, 도조 회장은 빨간 점을 노려보면서 금이 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를 갈았다.

“그리고 이 미치광이년. 네년이 저지른 일에 비해서 정말 깔끔하게 죽여주는 거다. 고맙게 생각하라고 이 개년!”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제어실 직원들이 바쁘게 모니터를 조작해, 다섯 명의 사설경찰 직원들의 모습을 화면에 띄워놓았다. 그리고 그들 밑에 떠 있는 단두대 모양의 아이콘에 막 손을 갖다 대려 했다.


X-38과 시노비 지휘관기의 잔해가 세워진 세리울 시의 고층 건물 옥상. 회장은 소녀를 내려놓은 뒤, 민스 미트를 앞세워 네 명의 야스쿠니 사설 경찰들을 일렬로 엎드리게 했다.

“병신들. 사설경찰의 기본 수칙도  잊어버렸냐? 시리즈 H를 포함한 모든 장비는 현지 개조  수리는 기본 사양이라고.”

회장은 자주 사용하던 와이어 절단기를 꺼내, 야스쿠니 사설경찰들의 손발 힘줄을 가볍게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비명을 지르자, 비명소리가 다시 나오지 않을 때까지 턱주가리를 걷어찼다. 고통 때문에 신음 소리만 흘리는 그들에게, 회장은 걸쭉한 침을 뱉으며 비웃음을 던졌다.

“하긴 니들은 예전 전쟁에서도 천황이라는 히키코모리 새끼가 하사한 물건은 절대 개조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신념을 갖고 있었지? 그러니까 전쟁에서 매번 털리는 거야 알아?”

회장은 마지막으로 다치바나 탑승하고 있는 지휘관기의 조종석을 거대한 검으로 후려쳐 베어낸 뒤, 그 안에 처박혀 뒹굴고 있는 조종사의 배를 발로 밟았다.

“네놈 팔 다리도 스테이크처럼 썰어버리기 전에 당장 처 나와!”

회장이 하이힐 신은 발을 거두자, 그는 마치 폭발이라도 피하려는  재빨리 조종석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만 너무 급하게 뛰어나온 탓에, 발을 헛디뎌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떨어졌고, 회장은 그 모습을 보며 크게 웃다가 엉덩이를 힘껏 걷어찼다.

“새끼! 사람 살점 처먹고 뒤룩뒤룩 몸이 불어서 그따위로밖에 못 움직이는 거냐?! 똑바로 일어서  그러면 네놈은 힘줄 끊는 정도로는 안 끝낼 거니까.”

그렇게 다섯 대의 시노비 본체에 들어있던 조종사들이 전부  밖으로 나오고, 회장은 씩 웃으며 소녀에게 천 하나를 내밀어 보였다.

“지금부터 네가 보게 될 건, 조종석 안에서 봤던 것보다 좀 자극이 심할 텐데. 보기 싫으면 눈이라도 가릴래?”

하지만 소녀는 고개를 내 저으며 그녀가 내민 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회장은 큰 소리로 웃어대며 소녀의 머리를 가볍게 도닥였다.

“하하 이제 너도 이 자유 합중국 주민답게 변해가는구나. 마냥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일단은 축하하지.”

그렇게 말한 뒤, 조종석에서 대퇴골  개를 엮어 만든 십자가가 그려진 박스를 꺼냈다. 그 안에서 검은 액체가 가득  주사기를 꺼내, 투실투실하게 살찐 사설 경찰 지휘관의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까지 개같이 처맞고, 그 난장판 같은 전투 상황에서도 살아있었네? 네놈한테 불나방이라고 했던 말은 취소. 넌 바퀴벌레 새끼야!”

회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주사기의 피스톤을 엄지손가락으로 힘껏 눌렀다. 압축된 공기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주사기 안의 검은 약물이 그의  안으로 들어갔다.

“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시간 뒤에 뒈진다거나 하는 독약이나, 평생 이  없으면 폐인처럼 살아야 하는 종류의 마약도 아니라고.”

회장은 주사기를 뽑은 뒤, 길쭉한 바늘 하나를 꺼내 그의 귓불에 깊게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 남자의 다리 사이가 불뚝 솟아올랐다. 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크게 놀랐지만, 그 전에 묘한 쾌감에 휩싸여 신음부터 흘렸다.

“고통을 느낄 때마다  발 뽑는 종류의 약이더라고. 아주 부끄럽게 해 줄 테니까 느긋하게 즐기라고. 알았지?”

회장이 그의 다리 사이를 빤히 쳐다보며 비웃자,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그녀를 노려봤다. 그러자 회장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주저앉은 배불뚝이 사설 경찰의 다리 사이를 하이힐로 밟았다.

그와 동시에 그때 회장의 근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소녀는, 이미 여러 번 맡아봤음에도 밀가루 풀 같은 비린내에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자, 잠깐 저건. 우리가 포획해야 할 목표물. 저 귀한  왜 이런 어수선한 곳에…. 으윽!”

하지만 그는 소녀에게 제대로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다. 회장은 그의 다리 사이에 있는 축 늘어진 주머니를 하이힐 끝으로 이리저리 문질러대고 있어, 그는 지금도 쉴 새 없이 절정을 맞이하는 중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바퀴벌레는 터트려 죽이면 더 많이 번식한다고 했는데 말이야.  어떻게 될지 해볼까? 마침 번식력도 더 좋아졌잖아. 안 그래?”

회장이 차가운 미소를 띠며 발뒤꿈치에 서서히 힘을 주자, 그는 입이  터진 것처럼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사, 살려줘! 살려달라고! 뭐든지 다  테니까 살려줘!”

회장이 슬그머니 웃으며 발을 떼자, 그는 납작 엎드린 채, 바닥에 이마를 찧어가며 목숨을 구걸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신음을 흘리며 끈적끈적한 액체로 바닥을 적셨다.

회장은 그 모습을 보며 폭소를 터트렸고.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설 경찰들은, 생기 없는 눈으로 자신의 지휘관을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회장은 실망의 기색이 가득 드러난 사설경찰 무리를 보자, 오른쪽 눈썹을 실룩이면서  웃었다.

“응? 지금 분명 뭐든지  한다고 그랬지?”

그러자 그는 다시 여러  이마를 찧은 탓에 피부가  까지고 피투성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에 눌린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회장은 다시 한번 확인하라는 듯, 일부러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이리저리 찬찬히 뜯어봤다. 그리고 한숨을 내 쉬며 어쩔 수 없다는 투로 혀를 차며 콧방귀를 뀌었다.

“쩝. 그건 어디까지나 저기 있는 귀여운 여자아이들이나, 로날드처럼 튼튼하고 울끈 불끈한 녀석이 해야 짜릿해지는데 너 따위 순두부 같은 중늙은이가 하니까 흥이 팍 식어버린다고.”

그러자 다치바나 요시오는 배에 잔뜩 힘을 주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뺨을 안쪽으로 잔뜩 오므렸다. 이에 회장은 한심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한마디 던졌다.

“야 고개 들고 일어나봐. 배에 힘주지 말고.”

그가 고개를 들자마자, 회장은 바로 다치바나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가 크게 놀라며 다시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회장은 총의 안전장치를 잠그는 소리를 들려주며, 다시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그래도 살려달라니까, 어쩔 수 없지.”

회장은 웃으며 한  물러났다. 이에 다치바나가 살짝 고개를 들자, 그녀는 곧바로 얼마 없는 다치바나의 머리채를 파스타 면발 감듯 휘어잡으면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 귓구멍 후벼 파고 잘 처 들으라고.  번 이상 같은 말 하면 그 귓구멍 안에 있는 달팽이를 끄집어내서 잘근잘근 씹어 줄 테니까.”

다치바나는 자유 합중국 이전에 나온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 나오는 톰처럼, 비굴한 미소를 띠며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회장은 그의 머리채를 내동댕이치듯 놔 주면서 그의 머리를 뾰족한 구둣발로 밟았다.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한 거라고. 내 질문 몇 가지에 똑바로 대답해. 알았어?”

다치바나는 머리가 밟혔는데도 일부러 웃는 표정을 유지한다고, 다 녹은 고무 인형 같은 얼굴처럼 변해버렸다. 다른 네 명의 사설 경찰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대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자 그럼 첫 번째 질문 갑니다!”

회장은 그의 머리를 밟은 발에 살짝 힘을 주면서 질문을 던졌다.

“우선 왜 우리 사우스 스네이크 사의 직원들을 상대로 기습을 벌였지? 그것도 멀쩡히 잘 돌아가는 도시 안에서 말이야. 기업 연합의 협정 다 잊어버리셨나?”

회장은 질문을 마친 뒤, 다치바나의 반응을 기다렸다. 다치바나가 대답을 머뭇거리는 순간. 그녀는 웃는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머리를 밟았던 발을 뗐다.

그다음 곧바로 다치바나의 머리 앞에 쪼그려 앉아, 그의 손톱 하나를 나이프로 벌려내며 뜯어냈다.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한마디 던지자 입을  다물었다.

“아 비명 한 번에 이빨한 개. 이빨이 다 빠지면 혀를 이빨 크기만큼 한 조각씩 한 조각씩 잘게 썰어줄 거야. 알았지?”

게다가 농담이나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듯, 다치바나의 이빨 틈새에 나이프를 꽂아 넣고 수동 드릴처럼 천천히 돌리자. 그의 입에서 쇠못으로 유리를 긁는  같은 기분 나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네 명의 부하들은 신음을 흘리며  끔찍한 소리를 억지로 참아냈고, 다치바나는 입이 벌려져 있어 신음조차 맘대로   없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때려 대답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미 회장은 칼을 깊게 비틀어 넣어, 이빨 하나를 부러트려 버렸다.

“캬 역시  표정이 기막히게 좋다니까.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통을 참는 모습 너무 달콤하지않아? 응? 왜 너희들도 이런 짓 안 해봤어? 방금 전에도 했잖아? 응? 응? 응? 응?  대답이 없는 건데?”

다치바나는 입 안쪽을 꽉 깨물면서 비명을 참았다. 이에 회장이 입꼬리를  높게 찢어 올리며 물어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녀에게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다치바나 의 아랫입술 안쪽을 나이프로 죽 그어서 찢어버렸다. 그리고 하이힐을 벗어 흉기라고 해도 좋을 뾰족한 뒷굽으로 그의 코를  쑤시며 코웃음을 쳤다.

“어머나! 혼닛츠 좆대가리 눈깔 녀석 입에서 ‘죄송합니다.’ 소리까지 나오고 정말 신기하네. 근데 나는  대답을 원한 게 아니거든.”

회장은 그의 콧구멍에 박힌 하이힐 굽을 휘젓고 돌리면서 윽박질렀다.

“자 어서 질문에 대한 대답이나 하라고?”

그녀가 다시 한번 윽박지르자, 다치바나의 입에서 즉각 대답이 튀어나왔다.

“도조 야스히코 회장님께서 저기 있는 저 여자아이를 찾을겸 사우스 스네이크 사에 ‘복수’한다고 했습니다. 이전에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게 전부 다 사우스 스네이크 사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다치바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회장 뒤에서  참상을 태연하게 지켜보고 있는 소녀가서 있었다. 그녀는 생각 외로 이런 광경은 많이 봤는지, 마치 평범한 일상처럼 아무 변화가 없었다.

이에 회장은 하이힐 굽을 빼낸 뒤, 나이프가 채워진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흠 무슨 복수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처럼 너무 착해 빠진 사람이 남한테 원한 살 짓을  적은 없을 텐데 말이야? 물론 원한을 사더라도 전부 다 죽여 없앴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회장은 나이프를 꺼내 아래쪽 앞니 하나를 칼로 비틀어 부러트렸다. 다치바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토끼가 바닥을 치듯, 두 다리로 땅바닥을 굴러댈 뿐이었다.

“어, 어째서!”

“나같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이 복수를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열 받거든. 그래서 이빨 하나.”

다치바나는 상대가 단단히 미쳤다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 다시 저 여자가 미쳤다. 라는 범주를 넘어섰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몸뚱이를 갖고 노는 사람이, 대화 자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그는 저게 이미 겉모습과 사용하는 말만 인간과 비슷할 뿐, 이미 인간의 범주를 완벽하게 벗어난 다른 존재라고 느꼈다. 그때 회장이 다치바나의 어깨를 뾰족한 구둣발로 한 번 세게 걷어찼다.

“일어나서 무릎 꿇고 앉아. 납작하게 엎드리니까 개구리 같아서 보기 흉하니까.”

다치바나는 다리가 잔뜩 저리는데도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정죄하는 사람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팍 숙였다.

“자 그러면 이빨 또 하나 날리기 전에  번째 질문 들어갈게.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면 한 번에  개를 날려버리겠어.”

회장은 그렇게 말한 뒤, 하이힐 굽을 코가 아니라 다리 사이 쪽으로 갖다 대면서. 그의 사타구니를 서서히 짓누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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