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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file-12 단 둘만의 옥쇄 (23/66)



〈 23화 〉file-12 단 둘만의 옥쇄

그리고 간신히 피한 나머지 다섯 대의 시노비가 건물 잔해 사이에 주춤거리며 내려앉자, X-38은 다시 블랙 맨티스로 변형해 등에 달린 프로펠러를 떼어내서 크게 휘둘렀다.

우선 블랙 맨티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기체부터, 팔과 다리가 두부처럼 간단히 잘려나간 채 몸통만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걸로 정보를 뽑아낼 자판기하나 획득! 자 다음 녀석들은 어떻게 해줄까? 어차피 고문 아니 심문은  놈만 붙잡고 해도 그만인데, 화풀이로 전부 다 죽여 드릴까? 아니면 화풀이로 살려 드릴까?”

그때 남은 네 대의 시노비가, 철갑유탄 마키비시와 다련장 로켓 뎃포. 단발식 소총 아라사키를 겨누면서 블랙 맨티스에게 날카롭고 묵직한 금속 덩어리를 마구 날려댔다.

“좋아  화려한 불꽃놀이!”

블랙 맨티스는 총구에서 화염이 치솟는 순간과 동시에 프로펠러를 바닥에 꽂은 뒤, 허리에 장착된 제트 엔진을 빠르게 회전하며 작동시켰다.

마치 광대가 곡예를 하는 것처럼 프로펠러를 한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공중에 일자로 물구나무를 섰다.

그 상태에서 프로펠러를 잡은  팔을 움츠렸다가, 힘껏  뻗듯 밀어내 높이 뛰어올랐고 아라사키를 들고 있던 시노비의 머리통을 짓밟으며 착지했다.

하이힐을 신은  같은 뾰족한 발에 밟힌 시노비는 본체 허리 윗부분까지갈라진  바닥에 엎어졌다. 블랙 맨티스는 나머지 세 대의 시노비가 서 있는 곳으로 재빨리 방향을 틀며, 두 자루의 타이프라이터 기관단총을 꺼내고 고간부의 개틀링 각도를 위로 조정했다.

“나머지 놈들도 살려는 드릴게 살려는. 후후후후 하하하하!”

두 자루의 기관권총과 고간부의 개틀링이 불을 뿜으면서, 시노비의 장갑판이 여기저기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카메라와 센서. 몸 여기저기에 붙여 놓은 디지털 위장용 영상 사출장치까지 전부 다 깨져나갔다. 네 대의 시노비가 두 팔로 본체를 가린 채, 바짝 얼어붙은 것은 덤이었다.

“그렇게  막고만 있으면 이런 게 날아온다 이거지!”

블랙 맨티스는 프로펠러 검을 뽑아 날리고, 뒤이어 꼬리 프로펠러를 수리검처럼 던졌다. 거대한 프로펠러 검은 뎃포를 어깨에 장착하고 있는 시노비의 가슴팍에 깊게 박힌 채,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고. 꼬리 프로펠러는  다리의 관절 연결부의 인공 근육 다발을 잘라냈다.

“남은 두 놈! 너희는 맨손으로도 충분하지!”

블랙 맨티스는 아직 제트 노즐을 세차게 내뿜는 엔진을 지면으로 향한 채, 발뒤꿈치의 랜딩기어를 펼쳐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흑철색의 블랙 맨티스가 제트 노즐의 불빛과 함께 번득이는 것과 동시에, 남은 두 대의 시노비 등 뒤까지 이동했고. 시노비  대는 상반신이 뜯겨나간 채, 하체만 남아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검은 시리즈 X는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시노비의 상반신 두 개를 바닥에 패대기쳐 산산조각 내 버렸다.

“살충작업 끝!”

회장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목 잘린 벌레처럼 하반신만 꿈틀거리는 시노비 잔해를 보며, 비아냥거림이 가득한 한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모니터를 이동해 하늘에 떠 있는 베스파들을 널리 퍼트렸다.

베스파는 도시 근처를 샅샅이 뒤졌고 채 10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다수의 야스쿠니 사설 경찰 생존자들과 아직 숨어 있는 사설 경찰들의 모습을 자세히 전송해줬다.

“호오 아직 꽤나 많이 살아남아 있군 그래. 마침 A 세트를 가져오길  했어.”

회장이 콧노래를 부르며 검지를 튕기자, 블랙 맨티스의 머리 위에 달린 안테나에서 빛이 번득였다. 뒤이어 A세트 컨테이너가 떨어진 곳에서 짙은 회색 구름과 불꽃이 치솟으며, 거대한 미사일이 하나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미사일은 뒷꽁무니에 회색 포물선을 큼직하게 그리며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하얀 분말을 퍼트리며 분해되었다. 그리고 뒤이어 지하 대피소나 건물 틈새 등에 숨어, 아직 애시드 레인을 뒤집어쓰지 않은 야스쿠니 사설 경찰들이 하나둘씩 기어 나왔다.

“이야 이거 바퀴벌레도 아니고 대체 몇 마리나  숨겨놓은 거야? 혼닛츠에서는 사람들을 밭에 심어놓고 키우나. 나 하나 잡으려고 저렇게 많은 사람을 갈아 처넣다니.”

그들은 하나같이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으며, 입에서침을 줄줄 흘린 채 잔뜩 화가  것처럼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져. 마치 지옥 바닥에서 기어온 악귀 같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아직 조종석이 멀쩡히 남은 시노비의 잔해더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간단한 공구나 큼직한 돌. 심지어 맨손으로 조종석을 뜯어내, 그 안에 들어있는 조종사들을 끄집어내서 패대기쳤다. 그리고 돌과 공구로 조종사들을 뼈째로 잘게 으깨버렸다.

“꺄하하하! 하하하하! 그래 이거야 이거! 이런 걸 원했단 말이야! 아 이거 맥주에 팝콘이 없는 게 아쉽네.”

그것도 모자라 야스쿠니 사설 경찰들은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하더니, 서로를 물어뜯고 잡아 찢기 시작했다.

유리 파편을 집어 들어 쓰러진 동료의 목을 내리찍거나, 공구로 머리통을 수박처럼 깨부수는 게 그나마 얌전할 정도였다.

맨손으로 팔이나 다리를 잡아 뜯어내 던지거나, 배를 찢어 머리 위로 덮어쓰는 등. 오지 원시 부족의 식인 의식 같은 짓이 극도로 발달된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야스쿠니 사설 경찰의 생존자 다섯 명은, 팔다리가 끊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시노비의 조종석 안에서 동료들이 서로를 짓이기고 물어뜯는 걸 쳐다볼 뿐이었다.

“이런 미친년! 차라리 폭격을 퍼부으란 말이야!”

다치바나 대장은 이성을 잃은 동료들의 행동을 보자마자, 공중에 살포된 약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조종석을 발로 차며 괴성을 질렀다.

“더러운 년! 도시 한복판에 헤비메탈을 뿌렸다고?!”

블랙 맨티스의 바로 발밑에 있던 조종사들은, 조종석 벽을 치면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사우스 스네이크의 사설 경찰들에게 저것과 비슷한 비난을 들었던 이들이고.

불과 몇 분 전에는 회장에게 같은 욕을 들었던 사람들 입에서 같은 말이 나온 것이다.

잠시 후 헤비메탈에 취한 사설 경찰들은, 조종석 밖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듣고 아직 숨통을 끊을 생물이 남아 있는 시노비의 잔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회장은 혀를 차며 그들의 발밑에 기관단총을 마구  갈겨, 그들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어이쿠. 조종석 안에서 쿵쾅쿵쾅 시끄럽게 구네. 낚인 물고기가 그렇게 싱싱하게 날뛰면 횟감밖에  된다고?”

뒤이어 블랙 맨티스는 남아 있던 사설 경찰들을 죄다 발로 비벼 밟아 으깬 뒤, 상반신만 X-38로 변형했다.

그리고 하반신은 옆으로 펼쳐지고 발바닥 부분이 세 갈래로 갈라져 진짜 전갈 같은 모습의 팔이 달린 헬기로 변해버렸다. X-38은 집게발 같은  쌍의 팔로, 팔다리가 끊긴 시노비의 잔해를 죄다 집어 들었다.

그리고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사람들이 올라가기 힘든 건물 옥상까지 올라갔다. 회장은 X-38에서 내려, 시노비의 조종석을 하나하나  뜯어낸 다음 안에들어있는 조종사들을 밖으로 패대기치듯 끄집어냈다.

단 다치바나가 탑승하고 있는 기체만큼은 일부러 남겨뒀다.

뒤이어 X-38을 원격으로 조작해, 네 대 분량의 시노비 잔해를 건물 밖으로 내다 버렸다.

“자 그러면 내가 화풀이로 너희들 살려준다고 생각했거든. 나도 꽤 바쁘니까 아주 잠깐만 나하고 어울려주면 덜 괴롭게 죽게 해줄게. 알았지?”

회장은 X-38을 세워놓은 뒤, 살아남은 다섯 명의 생존자들에게 나긋나긋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다치바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지옥의 악마가 짓는 미소가 지금 그녀의 미소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잔뜩 겁에 질렸다.

그녀는 겁에 질려 납작 엎드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입 끝을 더욱 높게 올려세웠다.


같은 시각.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 앞. 사우스 스네이크의 본사 건물 앞에서는, 혼닛츠 본사 요새 다이다라봇치가 대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이다라봇치는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 건물 앞에 멈춰선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잭슨? 저 녀석들 대체 뭘 하려는건지 알 것 같아?”

사라는 거미 비슷하게 생긴 시리즈 H의 조종석 안에서 잭슨에게 교신을 보냈다. 이에  개의 황소 뿔같은 거대한 포를 어깨에 장착한 시리즈 H의 조종석에서 잭슨이 답신을 보냈다.

“분명  녀석들 전력이라면 당장 이곳에 쳐들어가서 다 짓밟을것 같은데 말이야.”

잭슨이 그렇게 대답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장 다이다라봇치 본체만 해도, 건물 외벽에 포신과 다련장 미사일이 털가죽처럼 빼곡하게 늘어선 상태다.

거기에 요새 밑에는 무수히 많은 시노비 무리가, 무덤 속의 좀비처럼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 중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직원이 전부 다 빠져나간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 정도는, 순식간에 밀어붙여 불바다로 만들고 남을 정도였다.

“설마 지금 와서 기업 연합 법을 지킨답시고 선전포고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사라의 질문에 잭슨은 풍선껌이라도 씹는 것 같은 태도로 코웃음을 쳤다.

“한밤중에 홀딱 벗고 춤을  미친놈들이라도, 그런 식으로 민간인 거주지 기습으로 쑥대밭 만든 뒤에 선전포고를 해놓은 뒤에 ‘저희는 기업 연합 법을 지켰습니다.’라고 하겠나?”

사라는 시리즈 H를 조작해서 어깨를 으쓱하는 시늉을 하며, 다시 한번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시노비 부대와 높이 치솟은 다이다라봇치 요새를 확인했다.

다이다라봇치 요새와 시노비 부대는, 여전히 사우스 스네이크 본사를 노려보며 포구를 그쪽으로 겨누고 있을 뿐이지. 발포와 방어 준비조차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하긴 그딴 식으로 해봤자 남는  기업 연합의 집중포화밖에 없겠지. 지금 이것만 해도 기업 연합 법을 정통으로 어기는 거 아닌가?”

사라는 여전히 카메라를 통해 비춰지는 모니터 화면을 보며, 근육질 악마 그림이 그려진 상자에서 새빨간  두 조각을 꺼내 씹었다.

설탕과 향료 대신 각성제와 흥분제가 듬뿍 든 전투 자극제 ‘신선한 고기’였다. 물론 기업 연합 법에 의해 일반 노동자들에게도 일정 이상 지급되고, 의무 복용 권장 규정까지 세워진 합법적인 약품이다.

잭슨 역시 벼락 맞은 사람이 캔에 그려진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언제 뭐가 날아올지도 모를 상황에서 냉정하게 한마디 던졌다.

“그렇군. 너무 가깝게 세워놓았으니까 처벌 대상이 분명하지.”

기업 연합 법에 의하면 대기업의 본사끼리는 일정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하며, 그것을 어기고 먼저 상대 기업이 위치한 곳에 본사 건물이나 요새를 세우면. 상대 기업의 약탈이나 파괴 행위를 당해도 항의할  없다.

그러나 지금 규모로 보면 오히려 사우스 스네이크 사가, 일방적으로 약탈을 당할 수준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먼저 당하면 항의고 뭐고도 없는 게, 바로 기업 연합  조항에 당당하게 휘갈겨져 있었다.

“베스파는 지금 회장님이 전부 다 가져갔고, 직원들은 전부  대륙 외곽 지역으로 빼버렸으니까 보낼  그 녀석밖에 없는 건가.”

잭슨은 사라의 기체 뒤에 늘어선 검은 시리즈 H 부대를 보며 한마디 했다.

“그건 그렇고 괜찮겠어?  녀석 회장님이 아니면   제대로 조작하기도 힘들잖아.”

사라는 등에 붙은 가느다란 팔을 움직여, 멀찍이 떨어져 있는 잭슨에게 손을 흔드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서로 반씩 조작하기로 한 거 아냐? 어차피 많은 건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시간벌기용으로라도 쓰자고 한 게 누군데?”

“이거 니콜라우스 영감님이 보면 팔짝 뛰고 뒤집어지겠어.”

잭슨이 코웃음을 치다가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사라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래서 니콜라우스 영감님은 누가 찾으러  거야? 직원들은 전부 다 보냈잖아.”

“내가 그럴 줄 알고 미리 의료용 안드로이드  대 보내놨어. 내 직책 잊은 건 아니지?”

잭슨은 일부러 손뼉을 치며, 웃음 섞인 대답을 했다.

“아 그렇군. 다만 명령 잘못 입력해서 영감님  동강 내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날 뭘로 보는 거야?!”

“하하하하. 뭐 이 정도면 충분히 풀어졌겠지? 그러면 계속 준비하고 있어, 지금은 섣불리 달려들 때는 아니니까.”

그걸로 잭슨의 교신이 잠시 중단되었다. 확실히사라의 손과 발은 한겨울에 눈보라를 맞은 사람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잭슨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고, 또 그의 농담에 화를 내다보니 잠깐이나마 떨림이 멎었다.

“정말이지 아주 선수가 따로 없다니까. 이 로리콘 자식.”

사라는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잭슨이 서 있을 뒤쪽을 잠깐 쳐다봤다. 물론 그래 봤자 잭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도,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다시 정면을 주시했다.

그동안 잭슨은 자신이 탑승한 시리즈 H를 조작해, 네 개의 다리로 건물 벽을 찍어가며 올라갔다. 그다음 건물 위에 있는 대규모의 블랙 맨티스 부대 앞에 서서 어깨에 장착한  정의 대구경 포를 앞에 세웠다.

그러자 옥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블랙 맨티스 무리 역시, 각자 들고 있던 저격용 무기와 중화기. 그리고 탐지 장비를 펼쳐놓기 시작했다.

사라 역시 자신의 시리즈 H 뒤에 서 있는 대규모의 블랙 맨티스들 앞에 선 채, 등과 허리에 채워 둔 무기들을 하나하나 꺼냈다.

사라의 뒤에 서 있는 블랙 맨티스 부대 역시, 각자 나이프나 도끼. 창. 그밖에 온갖 다양한 격투 무기와 방어 장비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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