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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file-11 포스는 어디에나 있다. 악당에게도! (22/66)



〈 22화 〉file-11 포스는 어디에나 있다. 악당에게도!

그리고 애시드 레인을 전부 쏟아부은 블랙 맨티스를 다시 조작해, 추가 장갑의 개폐구를 닫았다. 그 뒤 사마귀 같은 시리즈 H 블랙 맨티스는 등에 짊어진 비대한 중화기를 뽑아, 두 손으로 높이 들어 올렸다.

본체 크기보다 훨씬 거대한 중화기는, 블랙 맨티스가 그립을 꽉 누른 순간. 손바닥 부분에서 접속 단자가 튀어나와, 정체를 알  없는 중화기의 작동 시스템을 강제로 해킹했다.

동시에 공사용 중장비만큼 거대한 쇠뭉치가 더 넓고 길쭉하게 펼쳐졌다.

거의 고층빌딩  채를 들고 있는 정도로 늘어났다. 그리고 조종석 안에서는 팔과 다리 관절에 과부하가 간다는 경고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다.

‘규격 외의 파츠가 본체에 접속되었습니다. 하중을 견뎌낼  없습니다. 무릎 부분의 관절이 파손되었습니다. 파츠 해제를 권합니다.’

동시에 조종석 안까지 블랙 맨티스의 관절과 장갑판이 휘어지면서, 새어 나오는 비명이 흘러들어왔다.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기체의 블루 프린트가 뜨면서, 모든 관절과 본체 부분이 빨간색으로 표시되며 다시 한번 보조용 인공지능에서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과열 경고! 회로와 신경계. 인공 근육이 손상될 여지가 있으므로 접속을 해제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경고합니다. 신경계와 근육의 손상이….’

회장은 귀찮다는 듯 혀를 차며, 바로 전투 보조용 인공지능의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헤비 메탈과 별개로 먹는 흥분제를 사탕처럼 입안에 털어 넣고 씹으며 폭소를 터트렸다.

“이야 이거 무게도 무게지만 소모되는 전력과 에너지가 무지막지한데. 이래서 에너지 무기류는 시리즈 H같은 녀석한테 잘 안 주는 건가?”

블랙 맨티스의 팔다리 관절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인공 근육이 타서 끊어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화기의 에너지 충전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지,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더 요란해지면서, 블랙 맨티스의 본체 여기저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지금을 노리라고!”

시리즈 H로 대기 시간이 긴 에너지 무기를 들고 전장 한복판에 선다는 것은, 둘  하나다. 너희들 따윈 무방비로  있어도 충분히 이길  있다는 자신감. 다른 하나는  죽여주세요. 라는 상대의 자살행위.

힘겹게 중화기를 충전하는 기괴한 형태의 시리즈 H의 모습은, 시노비의 조종석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실전 경험 풍부한 사설경찰들에게 그저 가만히 서 있는 먹잇감으로밖에 안 보였다.

실제로 두 세대의 시노비가 블랙 맨티스를 향해, 단발식 소총 아라사키를 쏴재끼고 있었지만. 블랙 맨티스는 단 한발도 피하지 않고, 날아오는 총알들을 전부 다 몸으로 맞고 있었다.

“크으 이거 위험천만한 게 금방이라도 지릴 것 같은데.”

단발식 소총의 탄환 몇 발이 장갑판을 뚫고 들어와, 회장이 들어있는 조종석 시트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투척식 단검과 산탄까지 조종석으로 파고들어, 그녀의 어깨와 허벅지 부분을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겁먹은 기색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오히려 잔뜩 흥분해서 아랫도리가 한껏 달아오른 표정을 지었다.

블랙 맨티스는 두 다리를 넓게 벌려 자세를 다시 잡고, 두 팔을 약간 아치형으로 굽히는 것으로. 시리즈 H 두 세대 무게는  법한 중화기의 하중을 간신히 버텨냈다.

그리고 고간부의 기관총으로 달려오는 시노비들을 막아내고, 머리 위에 띄워둔 베스파의 섬광탄과 네이팜으로 잠깐이나마 충전 시간을 벌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블랙 맨티스의 중화기는, 포구를 정면으로 향한 게 아니라. 하늘 위쪽을 향한 상태였다. 그대로 그립을 힘껏 쥐자, 가느다란 빛줄기가굉장히 길게 뻗어 나갔다.

동시에 주변의 싸늘한 밤공기를 태우는 아지랑이가 빛기둥 주변으로 피어올랐다.

“좋아! 충전 완료!”

회장은 기세 좋게 외치며 빛줄기를 내뿜고 있는 중화기를 내려, 정면의 시노비들을 향해 겨눴다. 하지만 이미 본체 일부가 아라사키에 관통되고, 과부하로 인해 근육다발이 많이 끊어져 있어 상당히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그 탓에 야스쿠니 사설경찰들은 갑작스러운 레이저 병기의 등장에 크게 놀랐지만,  블랙 맨티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끝장을 내기 위해 다시 달려들었다.

“뭐?! 레이저? 고작 시리즈 H 같은 물건에 열선형 레이저 병기라고? 말도  돼!”

“툭하면 쓰다 버리는 시리즈 H에 저따위 비싼 물건을 가져왔단 말이야!”

한편으로 레이저 병기를 들고 있는 블랙 맨티스의 조종사를 비웃어댔다. 시노비의 조종사들은 상대가 상식을 완벽하게 무시한, 비싸고 효율성 없고 기체에 무리까지 주는 에너지 병기.

그것도 레이저 빔 계열의 무기를 가져왔다는 것에 폭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쓸데없이 겉멋만 잔뜩 든 블랙 맨티스의 모습을 비웃으며, 총알도 아깝다는  총기와 유탄발사기를 집어넣고 칼을 뽑아 들었다.

“하하 뭐야 겨우 레이저 라이플. 게다가 그것도 위쪽을 향해서 발…. 으아악!”

하지만 상대는 레이저 라이플이라고 불린 무기인데도, 마치 검이라도 되는 것처럼 뻗어 나간 붉은  부분으로 시노비의 정수리를 힘껏 내리찍었다. 그러자 시노비의 본체 한가운데에 검은 줄이삭 그어지고, 뒤이어 바나나 껍질이 벗겨지듯 좌우로 갈라지며 두 동강 나 버렸다.

“뭐, 뭐야! 저런 정신 나간 사용법은!”

뒤이어 블랙 맨티스는 무거운 중화기를 간신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치 일본의 검객들이 발도라도 하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한 다음. 가로 방향으로 다시 세게 휘둘렀다.

정면에 서 있던 시노비 조종사들의 눈앞에 빛이 번득이는가 싶더니, 그들의 기체가 두 동강이 나며 흉부에 내장된 배터리의 가연성 물질이 레이저의 열에 발화해 대규모로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회장은 좁아터진 조종석 안에서 칼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폭소를 터트렸다.

“포스는 어디에나 있다. 바로 나한테도 말이지 하하하!”

블랙 맨티스는 붉은 빔이 길게 뻗어 나간 중화기를 한 번 더 크게 휘둘러댔다. 그리고 빔이 빠르게 긁고 지나간 부분이 갈라지면서,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우수수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시노비의 조종사들은 주변의 동료들이 건물과 함께 뭉텅뭉텅 썰려 나간 모습을 보고, 모두 크게 놀라면서 헛손질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거짓말. 총 사거리 1킬로미터?”

“아무리 봐도 원거리 무기인데 그걸 그냥 몽둥이처럼 휘둘러서 썼다고?”

외형만 보면 개틀링이나 유탄발사기. 혹은 초장거리 저격용 레일건 같은 형상이었지만, 실제로  무기는 어디까지나 검이나 창 같은 근접 무기 종류였다.

LS-13 레이저 스피어. 원래는 광산 채굴이나 산악 개간. 간척사업용으로 제작된 사람이 들고 다닐 크기의 공구L-1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무게와 사고 위험. 불안정한 구조로 인해 악성재고가 되었던 물건이었으나, 살상무기로 다시 연구되면서 LB-11 레이저 블레이드로 이름만 바꾸고 재고를 다 팔아치운 전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그걸 시리즈 H가 들고 다닐 정도로 확대시킨  지금 블랙 맨티스가 사용하는 LS-13이다. 물론 인간이 사용해도 비효율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인 물건을 시리즈 H크기로 부풀린 탓에, 효율성은 더욱 좋지 않았다.

“3초만 버텨! 3초 만이라고!”

저 거대한 본체의 대부분이 레이저를 길게 발사하기 위한 동력을 내는 데 쓰이는 배터리다. 저렇게 대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빔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단 5초.

사람이 사용할 때에도, 등에 거대한 배터리를 짊어져야 할 정도로 비효율적인 물건이었다. 방금 전에 한 번 크게 휘두르는 데 걸린 시간은 2초. 앞으로 길어야 한두 번만 더 휘두르면 에너지 잔량은 전부 다 떨어진다.

남은 시노비의 수는 아직 스무 대 남짓. 방금 전의 로켓탄도 잔탄을  사용했다면, 블랙 맨티스의 무기는 X-38 본체의 대인용 개틀링  정만 남게 될  분명했다.

아무리 시노비가 종이 인형이니 찰흙이라느니 내구성에 문제가 많은 기체라 해도, 대인용 무기에 장갑이 뚫릴 정도가 아니기에. 근육이 타들어 가고 관절이 삐걱대는 블랙 맨티스로 그들을 격파하는 건 무리나 다름없었다.

“멍청한 녀석! 겨우 한 대. 그것도 저런 물건으로 우리들을 전부 다 쓸어버리겠다고? 검은 코트의 미치광이! 소문만 잔뜩 나돌아서 겁먹었는데, 막상 보니까 형편없는 녀석이잖아!”

거기에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저 물건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휘두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휘두르는 동작 역시 크고 직선적이라서 주변에 빈틈이 많이 생겼다.

그 덕분인지 방금 전에만 해도 적지 않은 동료가 레이저 블레이드에 썰려 나갔지만, 아직 수가 많다는 것을 믿고 사방에서 블랙 맨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2초.  그럼 간다!”

회장이 크게 웃으며 블랙 맨티스를 조작했고, 블랙 맨티스는 갑자기 자세를 바꿔 거대한 레이저 블레이드를 부메랑처럼 던진 뒤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추가 장갑판들을 전부 다 버리고 순식간에 X-38로 변형했다. 뒤이어 헬기 머리끝에 붙은 기관총이 불을 뿜으며 블랙 맨티스를 향해 달려들던 시노비 무리에 다시 한번 총탄을 퍼부었다.

“하하하하! 믹서기로 뛰어들라고! 카미카제 좋아하는 불나방들아!”

그리고 여기저기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던 시노비들은, X-38의 탄환에 얻어맞고 떨어지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부메랑처럼 던진 LS-13의 손잡이 부분과  몸체 끝부분이 부채처럼 펼쳐지며 제트 노즐을 내뿜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면서 빛의 날에 닿는 모든 걸 두부처럼 간단히 잘라내며 뻗어 나갔다.

“거, 거짓말! LS-13이 저런 무기였다고?”

혼닛츠의 사설 경찰들은 갑작스럽게 변형해서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레이저 스피어를 보며, 크게 당황해 다른 조작을 할 틈이 없었다.

그동안 무지막지한 속도로 날아다니는 레이저 스피어는 몇 대의 시노비를 썰어버리고, 주변 건물들까지 전부 다 두 동강을  버렸다. 그 와중에 숨어서 사격을 준비하던 시노비 네 다섯 대가,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발로 밟은 통조림 깡통처럼 변했다.

그 외에도 옥상이나 건물 뒤편 혹은 잔해 사이에 숨었던 수십 대의 시노비 역시, 건물째 썰려 나가 눈사태처럼 무너지는 도시에 한데 뒤섞여버리고 말았다.  안에 타고 있던 조종사들 역시, 원형을 찾을 수도 없을 정도로 뭉개졌다.

그리고 간혹 잔해에 얕게 깔린 기체가 한두 대씩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블랙 맨티스와 베스파의 집중사격에 얻어맞고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거나. 엔진이나 연료탱크 같은 내연기관에 불이 붙어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그렇게 1초 동안 레이저 스피어는 반경 4km. 거리 15km 거리에 있는 것들을 죄다 잘라버리면서 나가다가 레이저 날이 꺼져버렸고, 뒤이어 로켓 엔진마저 멈춰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던 것은 이미 하늘로 높이 떠오른 X-38을 제외하고는 죄다 잘려나가고무너져서, 훼이첸 거리 같은 폐허더미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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