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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file-10 폭우를 뿌려주마! (21/66)



〈 21화 〉file-10 폭우를 뿌려주마!

총성과 함께 웃음을 참지 못한 부하 한 명이, 다치바나가 쏜 총에 머리가 터져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리고 모두 얼굴에 피와 육편을 뒤집어쓴  웃음기를 싹 지워버렸다.

“네년! 죽여 버리겠어!”

회장은 검지를 까닥거리며 가볍게 스탭을 밟으며 그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오 그래 덤벼봐. 남자답게 나서는 거 무기 다 버리고 덤벼보라고.”

화가  대로 화가 난 다치바나는, 총과 투척용 단검. 연막탄 등을 전부 다 버리고 그저 칼 한자루를 앞세운 채 회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년! 쳐 죽여주마!”

그 상태 그대로 칼을 높이 들어 올린  장작 패듯 회장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회장은 가볍게 스탭을 밟아 살짝 왼쪽으로 빗겨나갔지만, 다치바나는 슬며시 웃으며 손목과 어깨를 왼쪽으로 꺾으며 슬쩍 옆으로 빠진 그녀의 목덜미를 향해 빠르게 그어버렸다.

하지만 회장은 칼날이 목에 닿기 전. 팔을 수직으로 세운 채 칼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뻗었다. 당연히 이대로라면 목이 팔과 함께 날아가는 게 당연했지만….

“저, 저 감촉은!”

금속끼리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밤하늘에 뭔가 번득이는 쇳조각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다녔다.

그리고 잠시 후, 칼날 일부가 바닥에 떨어져 초라한 쇳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그리고 다치바나의 칼은 뿌리 부분만 남아있었고, 회장의 팔은 살가죽이 약간 베여 나가긴 했지만   방울조차 흐르지 않았다.

이에 다치바나는 물론, 다른 사설경찰들 모두가 크게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들 예상 외의 상황에 굳어졌고, 다치바나 역시 결투 중이라는 것도 잠시 접어둔 채 넋을 놓았다. 회장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짝 다가가서, 다치바나의 얼굴 한가운데를 이마로 들이받았다.

“화, 확실해 저년  안에 있는 건 평범한 뼈나 근육 같은 게 아냐!”

다치바나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전 칼로 회장의 팔을 베었을 때에도, 손에 전해지는 감촉이 쇠를 내리칠 때와 같은 묵직함이 느껴졌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머리에 얻어맞았을 때, 마치 금속제 철퇴 같은  머리를 내리치는 느낌이 확실히 왔다.

“네 녀석 설마!”

그러자 회장은 빠르게 주먹을 뻗어, 다치바나의 입을  대 후려쳤다.

그녀가 주먹을 거두자, 그의 입에서는 케첩 같은 피와 함께 앞니  개가 옥수수 알갱이처럼 후두둑 떨어졌다. 회장은 다시 한번 다치바나의 복부에 무겁게 한  먹이며 한마디 했다.

“워우! 거기까지만얘기하라고 얼간이!  떠들어대면 나도 약속을 못 지킨다고.”

분명 그녀는 이불 털어내듯 가볍게 쳤지만, 다치바나는 뱃속이 뒤집히다 못해 내장이 죄다 찢겨나가는 것 같은 격통에 뱃속에 든 걸 죄다 게워냈다.

‘이, 이딴 걸 더 맞으면 주, 죽는다!’

“사내자식이  이렇게 맷집이 약해 빠졌어? 뭐해? 공격 안 할 거야?”

회장이 주먹을 올리자 다치바나는 두 팔로 얼굴을 막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눈을 번득이며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에 다치바나는 맞지도 않았는데 처절한 비명과 함께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가 축축하게 젖으면서, 그 주변에 물웅덩이가 번지기 시작했다.

“뭐야? 벌써 끝? 뭐 이렇게 시시하게 굴어?”

그 모습을  회장은 다들 보라는  손을 높이 들어 승리포즈를 취한 다음. 어딘가에서 민스 미트  자루를 뽑아 들어, 다치바나의 주변에 서 있는 사설 경찰들을 향해 겨눴다.

“자 그러면 이제  녀석들이 죽을 차례지? 분명 칼을 들고 있는 주제에 맨손 상태인 나를  이겼잖아.”

그러자 다른 사설 경찰들이 크게 놀란 것은 물론, 다치바나 역시 놀라면서 아까 한 약속조차 잊고 큰소리로 따졌다.

“그,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무슨 상관이야! 네년도 사기를 쳤잖아! 네년 그 몸….”

다치바나는 회장의 몸에 대해 말하려다가, 총구가 자기 머리 쪽을 향하자 입을  다물었다. 회장은 다치바나에게 혀를 내밀어 보이며, 확 째진 표정으로 받아쳤다.

“왜? 칼만 잘 쓰면 뭐든지  이기는  아냐? 아까 신참들한테 그렇게 열심히 떠들어놓고 겨우  정도야? 게다가  관리도 대충 해서 부러트리기까지하고. 참 한심하네.”

“무슨 개 같은 소리! 애초에 너는 인간도…!”

뒤에서 사설경찰  명이 큰소리로 항의했지만, 그는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머리 윗부분이 터져나갔다. 회장의 손에 들려 있는 민스 미트에서 화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까불지 마!! 이 고깃덩어리들!”

회장은 아까까지만 해도 실컷 보여줬던, 느긋하고 여유 가득한 모습을  지웠다. 동시에 잔뜩 긴장한 채 나머지 사설 경찰들을 노려봤다.

이에 두세 명의 사설 경찰들이 뒷걸음질 치자,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고 그들 역시 머리가 터져나가거나 몸뚱이에 주먹 하나 들어갈 구멍이 난 채 바닥에 엎어졌다.

“지랄하지 말라고. 내가 자꾸 봐주니까 이게 진짜 스포츠 시합으로 보여? 이건 실전이고 너희들을 엿 먹일 생각으로 일부러 봐주면서 싸운 거다. 나한테는 아무리 실전이라도 너희 같은 놈들은봐 줘가면서 갖고  수 있지. 알아?!”

회장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바닥에 꽂은 칼을 뽑아 들고, 미친개처럼 달려들어 눈에 닥치는 대로 베어버리고 시체를 발로 짓뭉개며 총으로 으깨버렸다.

순식간에 회색 콘크리트 바닥에 피 늪이 솟아나다시피 번졌고, 잘게 다져진 육편이 보기 좋게 고르게 흩뿌려졌다.

회장의 몸 역시 몸에 피가 가득 튀어, 먹이를 거칠게 뜯어먹은 육식 짐승 같은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굶주렸다는 듯, 칼을 더욱 세차게 휘두르며 닿는 것마다 짓씹어버리듯 뭉개버렸다.

다치바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바지 안에 숨겨둔 연막탄을 꺼내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아직 살아남은 사설 경찰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전부 덤벼! 전부  몰려와서 쓰러트리라고!”

그때. 건물 외벽이나 뒤편. 옥상에 숨어 있던 시노비 여러 대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사설 경찰들도 각자 연막탄과섬광탄을 던져, 회장의 시야를 완전히 가린 뒤 재빨리 시노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오호라 결국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진주만 때부터 바뀐 게 하나도 없는 녀석들이네.”

회장은 그때 머리가  식었는지, 오히려 느긋한 표정으로 되돌아오며 눈을 두어  깜박였다. 뒤이어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한숨을  내 쉬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코트 안주머니에 있던 선글라스를 꺼내 쓰면서 눈썹을 위로 슬쩍 올렸다.

“하지만 이쪽도 숨겨둔 게 다 있지. 그런 기습은 니들만 쓰는 특기가 아니라고  좆대가리 눈깔 녀석들.”

회장이 손가락을 튕기자, X-38이 사설 경찰 병사들의 머리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맹독을 품은 전갈과 비슷하게 생긴 헬기는, 대구경의 기관포 탄환을 그들에게 퍼부어댔다.

맨몸의 사설 경찰들이 작살나고 으깨지는 동안, 회장 역시 전기톱 같은  검으로 도망가는 사설 경찰 조무래기들을 난도질했다.

그녀가 날 길이만 2 미터를 넘는 칼을 죽도처럼 가볍게 휘두를 때마다, 썰려 나간 사설 경찰들의 상반신이나 머리통이 미끼에 낚인 물고기처럼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널브러졌고, 마무리로 X-38이 흩뿌리는 총알에 짓이겨졌다. 시노비 무리들이 X-38을 격추 시키려 해도, 자기들 머리 위에까지 탄환이 마구 쏟아지는 중이라 두 팔로 탄환을 막아내는  고작이었다.

“몰래  숨겨두고 싸우는  네녀석들만의 특기가 아니라고 이 오만해 빠진 놈들아!”

회장은 늘 그래왔듯, 시체들만 널브러진 바닥에 네이팜을 던진 뒤, 곧바로 X-38이 늘어트린 와이어를 붙잡고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헬기 조종석에 걸어둔 와이어가 순식간에 되감기면서, 회장은 순식간에 조종석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 그러면 거기서 가져온 그 녀석 좀 써볼까.”

회장이 X-38에 탑승하는 것과 동시에, X-38은 블랙 맨티스로 변형했다. 다만 평상시처럼 늘씬하고 가느다란 형태의 블랙 맨티스가 아니라, 다른 시리즈 H처럼 둔탁한 장갑을 잔뜩 두르고 있었다.

마치 블랙 맨티스에 탱크의 중장갑을 덧붙인 것 같은 형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나치게 비대한 양쪽 어깨 외에, 팔과 다리등에 붙은 장갑판이 제각기 비대칭으로 맞춰져 있어. 다른 기체 두 대를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은 실루엣이 두드러졌다.

“자 그러면 첫 번째부터 간다!”

회장은 모니터에떠오른 블랙 맨티스의 평면도 형상을 정면으로 올렸다. 그리고 어깨와 정강이 흉부와 하완부의 장갑판을 터치했다.

블랙 맨티스의 지나치게 비대한 어깨와 추가 장갑이 붙은 부위의 장갑 이음매가 열리면서, 그 안에 마치 밤송이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로켓탄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고폭탄의 탄두가 붉은색인데 비해, 지금 블랙 맨티스의 추가 장갑에 장착된 탄두 색은 한밤중에도 잘 보이는 노란색 계통이었다.

“저, 저 미친! 대체 뭘 쓰는 거야 이 미친년!”

야스쿠니 사설 경찰들은 저 탄두 안에 들어있는 게 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방금 전 자신들이 한 행동조차 잊어버리고, 크게 경악하며 물맞은 개미 떼처럼 이리저리 사방으로 흩어졌다.

무수한 로켓탄이 짙은 회색 꼬리를 길게 남기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시노비들이  있던 건물. 시노비의 본체나 팔다리 등을 맞춰가며, 약한 폭발과 함께 그 주변에 노란색 약품을 마구 뿌려댔다.

그와 동시에 약품에 얻어맞은 건물 외벽은 별 이상이 없었지만, 반면 시노비의 장갑판은 약간이라도 튀면 그 자리에서 빠르게 녹아내려 버렸다.

그렇게 시노비는 장갑과내부의 인공근육. 골격 부분의 모터와 프레임까지 녹아 끊어지면서 하나둘씩바닥에 주저앉았다.

특히 조종석 근처에 피탄 당한 기체들은, 장갑판을 녹이고 들어온 용액을 비처럼 맞고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피부에 용액이 닿자마자 유령 같은 연기를 피워가며,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뼈만 하얗게드러난 팔과 다리를 보고, 혹은 새빨갛게 벗겨진 얼굴을 붙잡으며 덫에 걸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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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아아아아! 아아아아!”

“아파! 아프다고 씨발! 이  같은 년이!”


게다가 시노비에 탑승하지 않는 일반 보병이나, 아직 탑승하지 않은 조종사들까지 용액을 뒤집어쓰고 피부가 녹아내렸다. 그들은 몸이 새빨갛게 마구잡이로 뒤섞인 잡탕죽처럼 변해, 그대로 산성용액이 가득한 바닥에 엎어졌다.

독극물에 닿은 시리즈 H와 혼닛츠의 사설 경찰은, 곤죽이  때까지 녹으면서 그 잔해를 사방에 흩뿌려댔다.

대인용 화학 로켓탄 애시드 레인.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시리즈 H 같은 군용 병기만 깔끔하게 청소하는 데 자주 쓰였다. 가끔 약탈자 구역에 공포감 조성을 위한 스너프 필름을 찍을 때도 자주 쓰이는 시위성 무기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약탈자들이 거주하는 곳에만 사용하게 되어 있는 무기였고, 사설 경찰들끼리는 서로 사용하지 않는  암묵의 룰이 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컨테이너 안에 가득한 무기들 중, 일부러 이런 것을 골라가져간 것이다.

그리고 애시드 레인이 탄두 안에 가득 들어있는 산성용액을, 고압 기체로 넓게 폭발시키는 형태다 보니. 당연히 바닥에 널브러진 포로들의 시체들까지 전부 녹아, 시노비의 잔해가 섞인 액체와 한데 섞였다.

덕분에 그들의 장례식마저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하하하! 우선 팝콘부터 드시라고. 본 메뉴는 이거니까.”

회장은 야스쿠니 사설 경찰들이 녹아 없어지고, 마치 춤을 추듯 발작을 일으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폭소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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