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file-09 맛있다 한 그릇 더!
“하여튼 이 자식들 보게! 요즘 젊은 사설 경찰 녀석들은 꽁꽁 묶어놓은 사람 하나도 제대로 못 죽이나? 얌마! 저항도 못하는 놈들 죽이는 데 그렇게 애먹으면, 부랑자들이나 실직자 녀석들은 어떻게 잡을 거야!”
“우리 때에는 한 방에 깔끔하게 두부 자르듯 잘라내지 않으면 바로 안 죽을 만큼 처 맞고 해고되었어. 알아?! 하여튼 이래서 요즘 젊은 놈들은 글러 먹었다니까! 우리 같은 선배들이 열심히 가르쳐 줄 테니까 묶어놓은 놈들 다 죽여 놓고 오라고!”
회장은 사설 경찰들이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치다가, 그들 뒤에 불까지 지펴놓으면서 뭔가를 끓이고 있는 냄비를 유심히 살펴봤다.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넣었는지, 뚜껑도 닫지 않았는데 그 안에는 사람의 팔과 다리. 간과 심장. 심지어 털도 밀지 않은 머리까지 들어있었다.
그 사설 경찰 중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자가, 삶아진 팔로 보이는 고깃덩어리를 뼈째 발라먹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이거 맛있는데. 한 접시 더 가져와!”
그의 계급장 바로 밑에는 ‘다치바나 요시오’라는 이름이 프린팅되어 있었다.
순간 회장은 눈동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다음 모니터 맨 위쪽에 떠 있는 말벌 모양 아이콘들을아래로 끌어 내리면서 명령을 내렸다.
“좋아. 1번과 5번 베스파는 앞쪽에서 통나무 베고 있는 녀석들을 기관총으로 싹 쓸어줘. 2번과 4번은 주변 경계. 6번은 청소가 끝나면 무기를 떨어트려줘.”
그렇게 베스파 아이콘을 하나하나 끌어내리며 명령을 내린 뒤, 씩 웃으며 마지막 하나 남은 아이콘을 뒤로 죽 끌고 가면서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3번 베스파는 뒤쪽에서 경계도 안 하고 술이나 퍼마시는 녀석들 뒤로 빙 돌아있으라고. 그쪽은 특별히 뜨거운 걸 선물해줄 테니까.”
그리고 회장은 곧바로 헬기의 조종석을 열고 갈고리 와이어를 조종석 덮개에 연결했다.
뒤이어 지면을 향해 아무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회장은 맨손으로 엄청난 높이에서 와이어 하나만 의지한 채, 지상으로 내려가고 있지만. 그녀의 손은 피부가 벗겨지지도 않았고 지상을 내려다보는 두 눈에는 공포나 불안 같은 게 드러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곧 벌어질 피비린내 나는 광경에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동시에 하늘 여기저기 떠 있던 베스파의 총구에서 우박 같은 탄환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뒤쪽에서 처형장면을 구경하고 있던 사설 경찰들의 머리 위로, 네이팜이 떨어졌다.
네이팜 탄이 터지며 퍼진 불길은, 술과 인육을 즐기던 이들을 구운 고기로 만들어버렸다.
“음. 닭고기 굽는 냄새. 매일 아침 네이팜 냄새보다는 닭고기 굽는 냄새 쪽이 훨씬 더 기막히다니까.”
회장은 여전히 가늘게 눈을 뜬 채 입맛을 다시며, 시리즈 H 한 대 크기쯤 되는 높이에서 건물 벽을 향해 주먹을 내 뻗었다.
그녀의 주먹은 외벽을 스티로폼처럼 뚫고 들어갔으며, 그걸로 낙하 속도를 늦춰가며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회장이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바로 그녀의 발밑에 관짝 크기의 금속 상자가 떨어졌다.
그녀는 건물 벽에 박아 넣었던 팔을 뻗어, 자기 몸뚱이 하나를 다 집어넣을 큰 관짝을 등에 짊어졌다.
그리고 자기 몸보다 큰 물건을 들고 있으면서도, 가볍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기관총 폭우가 쏟아지는 처형장을 향해 달려갔다.
한편. 민간인을 청소하던 사설 경찰 무리는, 난데없이 내려오는 네이팜 벼락과 무거운 텅스텐 비에 놀랐다. 그 탓에 대응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몇 초 만에 절반 넘게 쓸려나갔다.
살아남은 병력들도 상당수가 총에 맞거나 큰 화상을 입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고. 몇몇은 이미 죽은 동료들 시체나, 목을 잘라낸 포로들의 몸뚱이를 방패막이 삼아 힘겹게 달아나고 있었다.
그중 뒤에서 처형 명령을 내리던 경찰 중. 요시이 시즈오라는 명함을 달고 있던 중년 남성은, 앞에 서 있던 짬 낮은 녀석들에게 대응 사격을 명령하고 별 탈 없이 빠져나갔다.
그다음 동료들마저 전부 내버려 둔 채, 비대한 몸집을 뒤뚱거리며 먼 곳으로 달아나려 했다. 근처에 시노비가 주저앉아 있고, 대공 미사일과 기관총마저 있음에도. 대항할 무기에는 전혀 시선도 주지 않고 불연성 세라믹 방어복만 챙겨 입고 달리던 중이었다.
그때 그의 눈앞에 관을 짊어진 키 큰 여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비웃음 같은 전기톱 모터소리와 함께 사람 몸뚱이 넓이의 톱날이 번득였다.
그리고 요시이 시즈오의 몸은 톱날에 꿰뚫린 채, 거대한 전동 톱에 꼬치처럼 꿰여버렸다.
전동 톱에 꿰인 남자가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베스파의 사격이 멈추고 각자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자 살아남은 사설 경찰들의 시선이 전부 전동 톱에 꿰인 상관 쪽으로 옮겨갔다. 그는 시리즈 H의 조종석마저 꿰뚫을 것 같은 거대한 전동 톱 모양 검에 꿰여 있었다.
그를 찌른 키 큰 여성은 꼬치가 된 상관을, 무거워 보이는 검과 함께 한 손으로 높이 들어 올렸다. 그녀는 분명 사람 몇 명 무게를 넘을 물건을, 속이 빈 죽도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흔들어댔다.
“하하하하! 와인 쏟아진다! 흘리지 말고 다 받아 처먹으라고! 즐거운 댄스파티인데 이렇게 귀한 걸 마구 흘리면 못 쓰지!”
다시 한번 전동 톱의 모터가 흉포한 그로울링을 토해내며, 이미 시체가 된 사설 경찰의 몸뚱이를 갈아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톱에 매달린 시체의 팔다리가, 꼭두각시 인형처럼 흔들렸다. 그녀의 말대로 요시이의 시체가 댄스파티에서 광란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몸에서 튄 피와 육편이 살아남은 사설 경찰 무리 들의 몸과 얼굴에 들러붙었다.
“술에 마약에 즉결처형. 그리고 사람고기까지. 정말 신나는 파티인데. 나도 신나는 장난감하고 장식품을 가져왔으니까 댄스파티에 끼워주는게 어때?”
회장은 거대한 칼을 앞으로 뻗어, 여전히 팔다리가 흔들거리는 시체를 그들 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입이 귀 끝에 걸릴 정도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던졌다.
“혼닛츠의 눈 째진 식인귀 여러분?”
그 모습에 사설 경찰들은 저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는 여성이, 그 검은 코트 입은 미치광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회장은 시체를 검과 함께 바닥에 내리꽂은 다음 발로 차 날렸다.
그리고 시체를 향해 소이수류탄을 던져, 정육점에 거꾸로 매달린 고깃덩이처럼 된 시체를 단번에 바싹 구워버렸다.
투실투실하게 살찐 시체에서 녹아 흘러나온 기름기가 바닥을 적셨고, 살타는 냄새가 하늘 위로 퍼져 올라가며 경찰 모두가 헛구역질을 해댔다. 게다가 불길까지 크게 뻗어 나가 그들은 회장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장은 불길 속을 그대로 뚫고 들어가, 자기 몸보다 훨씬 길고 널찍한 검을 크게 휘둘러댔다.
톱날이 사납게 울어대는 검이 한 번 허공을 가를 때마다, 정육점의 고깃덩이처럼 썰려버린 야스쿠니 사설 경찰들의 몸뚱이가 팝콘처럼 사방에 튀었다.
그 모습을 본 선배 사설 경찰들은, 신참들에게 ‘돌격 앞으로!’를 명령하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지만, 회장은 이미 순식간에 사람으로 둘러싸인 벽을 전부 돌파해. 지휘관들이 서 있던 곳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지휘관 중에서도, 사람의 팔을 삶아 먹으면서 한 접시 더 달라고 했던 다치바나 요시오를 칼끝으로 가리켰다.
“너 나와!”
그녀가 한마디 던지자마자, 다치바나 요시오는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회장은 큰 소리로 웃으며, 곧바로 가장 가까운곳에 서 있던 사설 경찰의 몸뚱이를 세로로 두 동강 내버렸다.
“그것 참 벌써 좆대가리가 오그라들어서 빼는 거냐? 뒷걸음질 한 번당 한 놈 모가지가 날아가는 거야. 다시 해볼래?”
그러자 다른 사설 경찰들이 일제히 다치바나를 노려봤다. 그러자 다치바나 요시오는 오히려 부하들의 등을 밀면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부하들 중, 평소 맘에 안 들던 놈 하나. 눈매가 가장 더러운 놈 하나. 체격이 큰 놈 하나. 골라서 총 세 명의 머리통에 바람구멍을 내 버렸다.
“안 달려들면 너희가 죽는다고! 그냥 쏴! 그냥 지금쏴 죽이고 찔러 죽이란 말이야! 지금 저 년은 포위되었다고! 다들 대체 뭐 하는 거야?!”
그러자 사설 경찰들이 아차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제각기 무기를 뽑아 들고 회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우 잠깐. 너희들 머리 위나 제대로 확인하지 그래?”
다치나바를 포함한 사설 경찰들의 머리 위에, 여섯 대의 베스파가 떠 있었다.
“내가죽는 순간 네이팜과 기관총이 폭우처럼 쏟아질 건 당연하겠지? 여기에 한마디만 더 덧붙여줄게.”
“그렇다고 폭격이 떨어지는 게 싫다고 저걸 요격해버리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사설경찰들 중. 시력이 좋은 몇몇이 베스파를 쳐다보더니 크게 놀라 들고 있던 총을 떨어트렸다. 베스파에는 하나같이 방사능 마크와 생화학 위험물 마크가 붙어있었다.
“세 대는 파괴되는 순간 방사능을 뿌리는 물건이고, 나머지 세 대는 아주 강력한 바이러스를 뿌리게 되어 있지. 자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을 테니까 마음껏 쏘고 베어봐!”
그러자 모두 총과 칼을 집어넣고, 다시 한번 다치바나 요시오를 노려봤다. 주변 경계만 제대로 했어도, 저런 게 머리 위에서 그들을 위협할 일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었을 게 분명했다.
다치바나는 자신을 노려보는 부하들에게 칼을 마구 휘둘러대며, 뒤로 물러나게 했다.
“이 새끼들이! 뭘 봐! 뭘 쳐다보는 건데?! 고개 숙여! 고개 숙이라고!”
맨 앞줄의 신병이나 계급 낮은 사설경찰들은, 다치바나의 말대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뒷줄에 있는 계급 좀 되는 놈들은, 여전히 다치바나를 노려보며 허리춤의 홀스터에 손을 뻗고 있었다.
결국 다치바나 요시오는 온몸에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느릿느릿 앞으로 걸어 나왔다. 회장은 거대한 칼을 그에게 겨누면서, 비웃음이 가득 섞인 도발을 던졌다.
“방금 전에 헬기 위에서 다 봤고 다 들었어. 검술을 익히면 어떤 싸움이라도 문제없다며? 그걸 나한테 증명할 수 있나?”
그러자 다치바나 요시오는 몸이 굳어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회장이 자기 몸보다 큰 칼을 등에 차면서 슬금슬금 웃어대기 시작했다.
“이기거나 지거나 넌 내가 끝까지 살려 줄 거야. 그 대신….”
회장은 살아남은 다른 녀석들을 죽 훑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은 마치 뷔페 테이블에 올라온 음식들을 쳐다보는 사람의 시선이었다.
“네가 깨지면 저 녀석들은 내가 잘 요리해서 먹을 거라고. 네 녀석이 한 것처럼 말이야 알았지? 아 그리고 말이야.”
회장의 입에서 요리해서 먹는다는 말이 떨어진 순간. 모든 사설 경찰들의 시선이 다치바나 요시오에게 쏠렸다.
다치바나는 그녀의 입가와 눈을 쳐다보자마자, 병에 걸린 사람처럼 식은땀을 흘려댔다. 그러자 회장은 그의 코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씩 웃었다.
“싸우다가 죽어도 지는 거라고 알았어?”
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그의 코끝을 검지로 살짝 찌르자, 그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 모습은 방금 전 처형을 지시하며, 용맹 운운하던 것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이에 회장은 구두 끝으로 그의 다리 사이를 쿡쿡 찌르면서 슬그머니 웃음소리를 흘렸다.
“짜식 겁먹은 거 봐라. 이게 무섭냐?”
회장은 자신의 등에 차고 있던 거대한 칼. ‘티 본 스테이크’를 툭툭 치면서 한마디 던지자, 다치바나는 그녀의 등에 채워진 거대한 칼만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이미 눈치챘다는 듯 칼을 바닥에 꽂으며 복싱 자세를 취했다.
“좋아. 그러면 나는 이 티 본 스테이크를 쓰지 않고 맨몸으로 뭉개주지. 그리고 넌 원한다면 총을 써도 괜찮아. 사양하지 말고 맘껏 쏘라고.”
그녀는 친절하게도 다치바나에게 권총까지 던져줬다. 그리고 입으로 바람 부는 소리까지 흉내 내면서 장난스럽게 주먹을 몇 번 내 뻗었다.
이에 다치바나는 권총을 주우면서도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미친년. 맨주먹으로 권총이랑 칼을 이겨 먹겠다고! 씨발. 아주 단단히 개 무시하는 거냐!”
하지만 회장은 그가 주절거리는 걸 이미 들었는지, 일부러 다치바나의귀에 들리도록 중얼거리면서 비웃음을 흘렸다.
“응? 개무시라니? 개는 귀엽고 재롱도 잘 부리잖아. 이 더럽고 역겨운 쥐새끼야!”
뒤이어 회장은 그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어 보인 뒤,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 지경까지 가자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사설 경찰들은, 다치바나를 쳐다보며 입을 가린 채 웃어대기 시작했다.
다치바나는 그 중에서 가장 웃음소리가 컸던 놈을 하나 골라, 바로 권총 쥔 손을 뻗은 채 방아쇠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