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file-06 맨 인 블랙vs닌자! (17/66)



〈 17화 〉file-06 맨 인 블랙vs닌자!

한편 로날드가 바이크 위에서 눈을 감을 때쯤. 회장의 X-38은 세리울 시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곧장 본사 건물에 가지 않고, 시 입구에 멈춰 선 채. 기관포에 붙은 회전식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리고 X-38 근처에 떠 있는 여러 대의 베스파 역시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는 헬기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듯, 개처럼 코를 벌름거리며 먹구름 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응? 보이는 건 없는데 구린 냄새는 계속 나고 있단 말이야.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된 거라면 역시 이건 필요 없겠는데.”

그녀는 일반 카메라를 끄고, 열 감지 카메라와 디지털 전파 분석 레이더를 켰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베스파를 각자서로 최대한 멀리 넓게 퍼트려버렸다.

그때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면서 새와 원숭이. 인간을 한데 끼워 맞춘 형태의 시리즈 H  대가 X-38의 열 감지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혼닛츠 사의 시노비였다.

“잡았다!”

X-38에게 포착되었다 해도, 상대측은 할 수 있는 행동의 다양성이 뛰어난 시리즈 H다.

시노비 무리는 갈고리 와이어와 호랑이 발톱 같은 등반용 갈고리 손으로, 건물 사이를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마치 원숭이 같은 움직임으로 X-38의 개틀링 탄막을 피한 시노비 무리는, 우선메인 프로펠러가 갈고리 와이어에 묶여버렸다. 뒤이어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 와이어 하나가 X-38의 개틀링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드디어 포획했다! 곧바로 죽여! 회장도 살려두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하나의 와이어가 꼬리날개 부분을 묶으며, 길쭉한 마름모꼴 나이프 몇 개가 X-38의 조종석이 있는 머리 부분과 엔진 근처의 복부에 박혔다.

다행히 조금 얕게 파고들어 X-38의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갔다면 그대로 공중분해가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노비의 조종사들은 아직 이걸로 안심하지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아주 약간의 빈틈만 있어도 위험하다고 했으니까, 저 미친년의 뼛조각 하나도 남기지 마라!”

네 번째 시노비가, 대나무 통 같은  시리즈 H 화기 ‘뎃포’를 꺼냈다. 그 때 X-38의 조종석 장갑판 일부가 열리면서, 확성기를 통해 증폭된 회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예. 예. 그럴 줄 알았습니다. 디지털 미체 위장이라니. 본사 건물에서도 은근히 구린내를 풍기는 것 같더니. 결국 이런 거였나?”

조종석 장갑판 안의 모습을 본 시노비 조종사들은 다들 크게 놀라다 못해, 전장 한복판에서 넋을 잃고 X-38의 조종석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 저건?”

“거짓말. 말도 안 돼. 방금전의 AP-16부대도 그렇고 디지털 미체 위장을 전부  간파한다고? 사우스 스네이크의 사설 경찰들은 전부 초능력자인가?!”

시노비의 조종사들이 크게 놀란 상태로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때, 다시 한번 회장의 목소리가 조종석에서 흘러나왔다.

“디지털 위장이라니  좀 깨나 썼는데 혼닛츠의 배불뚝이 양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이거 정말 즐겁게 해준단 말이야 너희들.”

시노비의 조종사들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와 약에 잔뜩 취한 것 같은 목소리에 더욱 바짝 얼어붙어 버렸다. 그러나 그중  명이 통신 회선을 열고, 대 시리즈 H 화기를 든 기체의 조종사에게 큰소리를 쳤다.

“뭐하는 거야 얼간아! 당장 쏴! 쏴서 날려버려! 안 그러면 우리가 죽는다고!”

회장은 프로펠러와 꼬리. 그리고 본체 하단부와 머리 부분 등이 갈고리에 붙잡히고, 대 시리즈 H 화기까지 겨눠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남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일부러 팝콘 씹는 소리를 밖으로 흘리며, 입꼬리를 서서히 위로 올리고 있었다.

“오우  소문이 그렇게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는 거야? 나 의외로 유명인사인 것 같네. 아참 그러면 너희들?  소문까지는 확인  했을 거다.”

회장은 홀로그램 영상으로 시노비의 조종사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여줬다. 기쁘다는 듯  찢어 올린  끝은, 지금 하늘 위에 걸려있는 초승달처럼 날카롭고 예리했다.

미간은 지나치게 웃어서 생긴 주름이 잡혀 있었고, 눈썹은 이마 위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그리고 두 눈은 먹이를 발견한 굶주린 맹수처럼 살벌한 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그쪽이 디지털 미체로 정체를 숨긴다면 이쪽은 아날로그식 위장이다!”

뒤이어 X-38 본체의 장갑판과 엔진. 기관총 탑이 갈라지고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다른 형태로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독사를 닮은 전투 헬기는 사마귀와 비슷한 실루엣의 시리즈 H로 변형했다.

“뭐?! 뭐라고?”

갑작스러운 변형 탓에, 본체를 묶고 있던 갈고리 와이어 중 일부가 장갑판의 갑작스러운 가변 탓에 끊어져 버렸다. 그리고 X-38이 변형한 시리즈 H 블랙 맨티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허리춤에 채워진 두 자루의 기관단총을 뽑았다.

“전투 헬기가 시리즈 H로 변형한다고? 이런  듣도 보도 못했다고!”

대 시리즈 H 화기를 들고 있던 시노비의 조종사는, X-38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크게 놀랐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회장의 시리즈 H 블랙 맨티스의 손에 쥔 기관단총에서 쏟아지는 탄환에 얻어맞고, 조종석과 함께 짓이겨졌기 때문이었다.

회장의 블랙 맨티스는, 추락중인 시노비를 발로 걷어차서 더 빠르게 떨어트린 뒤, 마지막으로 반대편 손의 전갈 앞발 같은 대형 집게로 건물 외벽을 깊게 찍어 떨어지는 속도를 늦췄다.

건물 외벽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시노비의 조준을 어지럽히는 것과 동시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알들까지 튕겨 나갔다.

“오리 한 마리 바닥으로 떨어지네. 밑에 사냥개를 놔두지 않아서 아쉽게 되었어. 친구들.”

회장은 다시 한번 모니터를 띄워, 나머지 세 명의 조종사들을 조롱했다. 나머지 세 조종사는 각자 벽에 들러붙은 채로 검과 기관단총을 꺼내, 아직 와이어에 대롱대롱 매달린 블랙 맨티스를 겨눴다.

“빨리 지금이라도 쏴서 떨어트려! 지금 녀석은 와이어에 묶여서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다!”

시노비의 조종사들은 지금이 목표를 제거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며, 블랙 맨티스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회장은 모니터 너머의 총구 앞에서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 그래? 얼마 없는 기회겠네. 하지만 말이야 이미 늦었다고 친구들.”

블랙 맨티스는 등에 붙은 엔진을 다시 점화시켜, 와이어에 묶인 상태로 높이 떠올랐다. 그 기세에 나머지  대의 시노비가 끌려갈 뻔했고, 균형을 잃어 무기를 겨눌 틈을 잃어버렸다.

그때 블랙 맨티스가 허공에 높이 떠오른 채, 다시 X-38로 변형했다. 헬기로 가변한 X-38은 엔진의 힘으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총구를 아래로 겨누며 방아쇠를 당겼다.

별빛 같은 조명이 가득한 밤하늘에, 주황색 화약 불꽃이 사납게 터지며 격렬한 드럼 연주 같은 폭음을 사방으로 뿌려댔다.

“뭐 저런 기동성이! 으악!”

“거짓말! 저런 움직임은 이미 시리즈 H가 아니라 사람도 불가능할…. 크아아!”

은회색 우박 같은 탄환은, 시노비 세 대의 하복부를 정확히 꿰뚫었다. 그러자 블랙 맨티스를 와이어로 붙잡고 있던  대의 시노비는, 마치 실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노비가 떨어지면서 건물 외벽을 몇 번 들이받았고, 그 충격에 싸구려 장난감처럼 부위별로 분해되었다.

 잔해들은 좁고 빼곡이 들어찬 건물을 부수며, 그 안의 사람들까지 으깨버리거나 건물 밖으로 떨어트려 버렸다. 물론 시노비의 조종사들 역시, 믹서에 들어가서 갈려 나간 고기처럼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어가고 있었다.

“인간 성분이 듬뿍 함유된 시리즈 H 쥬스 나온다 하하하하!”

다시 인간형으로 변한 블랙 맨티스 역시, 이리저리 건물에 부딪쳐 가며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시노비의 잔해와 건물 부스러기. 심지어 사람의 몸뚱이 조각과 피가 카메라를 전부 뒤덮어버리는데도, 회장은 즐겁다는  웃어대고 있었다.

 와중에 블랙 맨티스가 꼬리 날개 부분을 전동 톱처럼 돌리면서 몸과 프로펠러에 묶인 와이어를 잘라내려 하는 순간. 불똥이 튄 자리에서 세 대의 시노비가 더 튀어나와, 시리즈 H의 하완부 정도 길이의칼을 앞세우면서 블랙 맨티스를 향해 낙하했다.

“지금이다! 동료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고 저 미친년을 죽여 버려!”

이리저리 핀볼처럼 건물 외벽에 튕겨가며 떨어지는 블랙 맨티스와 다르게, 나머지 세 대의 시노비는 정확히 블랙 맨티스를 노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지랄! 내가 왜 정말로 못 맞춘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회장은 와이어에 막 닿으려고  꼬리 날개의 프로펠러를, 가장 가깝게 떨어지고 있는 시노비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가장 먼저 떨어지고 있던 시노비의 메인 카메라가 잘려나갔다. 그리고 머리가 없어진 기체의 칼날이 블랙 맨티스의 흉부에 닿으려는 순간. 무릎을 날카롭게 세우며 앞으로 빠르게 뻗어, 머리맡의 건물  안으로 처박아버렸다.

물론 저 안에도 제법 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지금 회장에게 그런 건 신경  일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사람이 많이 죽어 나가면 죽어 나갈수록 그녀에게는 즐거운 이야기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네 녀석한테는 선물로 이거다!”

블랙 맨티스는 허리 아래쪽. 인체로 치면  중요 부위가 있을 곳에 서 있는 기관총 탑을 움직여, 두 번째로 뛰어내린 시노비를 향해 겨눴다.

무수히 쏟아지는 총탄에, 두 번째 기체의 카메라 청각 센서. 기타 전자장비가 전부 다 박살 나버렸다.

안에 있는 조종사는 눈앞이 깜깜해지고, 바깥의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면서, 조종석의 내벽을 주먹으로 마구 치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회장은 마음에 드는 음악이라도 듣는 것처럼 눈을 슬며시 감으며 감탄사를 흘렸다.

“아주 신선한 어둠과 침묵의 공포지. 어떤 맛인지는 지옥에서나 알려달라고!”

빠르게 내 뻗은 블랙 맨티스의 발끝이 두 번째 시노비의 복부를 꿰뚫었다.

이번에도 블랙 맨티스는 조종사가 으깨진 시노비를 털어내듯 멀리 날려, 세 번째로 떨어지고 있는 시노비를 향해 보내버렸다. 이제야 칼이 쓸모없다는 걸 알아차린 세 번째 조종사는, 칼을 내던지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동료의 기체를 쳐냈다.

그러나 시노비  대 분의 중량에 갑자기 붙어버린 가속도까지 더해져.  번째 시노비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건물 벽에 핀볼 공처럼 부딪쳤다.

한 번 벽에 부딪칠 때마다 장갑판이 찌그러지고, 팔다리의 관절 결합이 풀려 장갑판 틈새로 근육이 새어나왔다.

결국 블랙 맨티스가 무사이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노비는 총에 맞은 비둘기처럼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회장은 블랙 맨티스를 조작해, 손을 직선으로 높이 들어 올리며 다리를 기묘하게 벌린 자세를 취했다.

“마지막으로!”

블랙 맨티스는, 검지를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이에 남은 한 대의 시노비의 조종사는, 하늘 쪽을 향해 카메라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카메라의 시야가 새까맣게 변한 걸 봤다.

그리고 5층 빌딩 크기의 컨테이너 하나가 마지막으로 남은 시노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조종사는 순식간에 몸이 납작하게 눌리는 걸 마지막으로 느끼며, 깊은 어둠 속에 잠겨버렸다.

“아 미안. 이거 원래 내 선물이었네. 깜박했어.  지금 상태라면 아무 소리도  듣겠지?”

회장은 이미 육포처럼 짓눌렸을 조종사를 향해 농담을 던진 뒤, 블랙 맨티스를 조작해 컨테이너 밖으로 나와 있는 시노비의 손을 발로 슬쩍 찼다. 시노비의 손은 마치 깔려 죽은 시체처럼 발작을 일으키다가 서서히 손가락을 안쪽으로 굽혔다.

다만 이건 기체가 작동되는 게 아니라 인공 근육 특유의 사후 경직일 뿐이었다. 블랙 맨티스는 컨테이너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얄팍하면서도 제법 단단해 보이는 겉면을 가볍게 두드렸다. 컨테이너는 안에 뭔가 가득 차 있는 모양인지,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좋아. 마침 녀석들이 진입하려는 곳도 여기에서 멀지 않으니까, 잠깐 쇼핑좀 해 보실까. 그 괴물 녀석 잡으려면 어지간한 무기로는 어림없으니까.”

블랙 맨티스는 컨테이너의 문을 통조림 뚜껑처럼 잡아 뜯어냈다. 그와 동시에 기체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아무리 적을 다 쓰러트리고   없이 착지했다고 해도, 건물에 이리저리 부딪치고 잔해도 많이 얻어맞아 가면서 착지한 이상. 기체가 아무 손상도 없을 리가 없었다.

특히 공중전이나 비행을 위해 맞춰진 얄팍한 장갑은 물론. 시리즈 H 중에서도 가장 가성비와 내구성이 떨어지는 가변형 프레임이다.

기본 무장인 기관단총과 기관포에 노출된 상태에서, 혼닛츠의 시노비 일곱 대를 쓰러트린 것만 해도 큰 성과였다.

“예비 파츠도 이게 전부인 것 같군. 그래도 니콜라우스 영감이 그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불평할 처지가 아닌가, 그러면 무기 쪽을 살펴봐야겠어.”

컨테이너 내부의 오른쪽에는 팔과 다리 한 쌍씩 예비 파츠와, 파츠 장착용 설비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헬기의 중량과 기동성 문제로 내부 장착을  수 없는 시리즈 H용 외부 무장이 가득 찬 상태다.

회장은 우선 담배를 바닥에 뱉으며, 블랙 맨티스의 조종석에서 뛰어내렸다. 탑승 상태에서 시리즈 H의 팔다리를 교체하겠다는건, 물구나무서기로 줄타기를 하는 정도의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것도 가변형 기능 때문에 성능 자체가 불안정한 블랙 맨티스의 정비는, 기름칠한 줄을 물구나무로 건너겠다는 수준으로 위험했다.

회장은 컨테이너 안의 파츠 교환 설비와 예비 파츠가 격납된 곳으로 걸어갔다. 아무리 그녀라 하더라도 아무 득도 없는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오른쪽의 파츠 교환 설비의 상태를 살펴본 뒤, 모니터를 꺼내 자동조작으로 맞춰 놓고 너덜너덜한 블랙 맨티스의 팔과 다리를 교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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